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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응답하라 1972

88호(2012.09.10)/문화생활 2012. 9. 10. 15:29 Posted by mednews

 

 특별한 장소를 찾는 당신을 위해서, 수도권 북카페 13선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e-mednews.com

한국 의료 역사 속의 인물 취재 4

한국 최초의 여성 의사 : 박에스더

 

박에스더,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다


입술이 갈라진 아이 하나가 부모와 함께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왔다. 구순구개열, 그 병을 앓는 사람은 흔히 언청이라고 불리는 병에 걸린 아이였다. 아이를 진료한 의사는 서양인이었고, 10대 한국 소녀가 통역을 맡았다. 당시 한국의 의술로 볼 때, 구순구개열은 불치병이었다. 그런데 통역을 맡은 10대 소녀의 입에서 ‘수술하면 정상이 된다.’라는 말이 나왔다. 아이와 부모, 그리고 통역을 한 소녀마저 놀랐다. 외과수술이란 것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술 후 얼마 뒤 아이는 완전히 회복이 되었고, 아이의 부모는 의사와 소녀에게 연신 감사를 표했다. 이 때, 소녀는 “그래! 나도 훌륭한 의사가 되어 어려운 이들을 도우며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얼마 뒤 한국 최초의 여성 의사가 되었다. 그 소녀가 바로 박에스더였다.

 

미국으로 떠난
이화학당 학생 김점동


박에스더는 1876년 서울 정동의 딸만 넷인 가난한 선비집안에서 막내딸로 태어났다. 본명은 김점동으로 ‘에스더’라는 세례명을 얻게 되었고, 1893년 결혼을 하게 되자 남편 박유산의 성을 따라 박에스더가 되었다. 에스더가 열 살 무렵 정동에는 미국 선교사들이 많이 들어와 활동하고 있었다. 10살이 된 박에스더는 이화학당에 입학하여 영어를 배우게 되었다. 그녀가 졸업할 무렵에는 통역이 가능할 정도로 영어를 잘하게 되어, 한국 최초의 여성 전문 병원인 보구여관(保救女館)에서 의사들의 통역을 맡게 되었다.
박에스더는 보구여관에서 주로 의료선교사 로제타 홀의 일을 돕게 되었다. 늘 헌신적이며 영리했던 박에스더가 마음에 들었던 로제타 홀은 박에스더 부부를 조수로 삼아 평양 선교활동을 떠났다. 그러나 평양 선교활동 중 남편이 발진티푸스에 걸려 세상을 떠났고, 상심한 로제타 홀은 미국으로 돌아간다. 미국에 돌아가서도 박에스더를 잊지 못해 박에스더 부부를 미국으로 초대하게 된다.

 

‘박에스더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우리라’


미국의 도착한 박에스더가 의사로 성장하기 까지는 두 사람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 한 명은 박에스더를 미국으로 초대한 로제타 홀이고, 다른 한 명은 박에스더의 남편 박유산이다. 로제타 홀은 일찍이 박에스더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녀를 미국으로 불러 고교과정, 대학과정을 마칠 때 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다.
남편인 박유산 또한, 자신보다 자신의 아내가 더욱 남다르고 공부를 향한 뜻도 강하다는 것을 깨닫고 유학 생활 내내 힘겹게 노동하며 박에스더를 뒷바라지 해주었다. 이로 인해, 박에스더는 1896년 10월, 20살의 나이로 볼티모어 여자의과대학에 입학하였고, 4년 뒤 1900년 6월에 의학박사로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의과대학 졸업시험을 치기 3주 전인 1900년 4월에 그녀의 남편 박유산이 폐질환으로 사망했다. 슬픔에 빠진 박에스더는 졸업 후 바로 한국으로 귀국하게 된다.

 

매월 400명, 매년 5000명의
환자를 돌본 박에스더


당시 한국 여성들의 지위는 낮았다. 병에 걸려도 치료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고, 간단히 나을 수 있는 종기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다리를 못쓰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에 더해서, 남성 의사들에게 몸을 보여줄 수 없다는 전통적인 관념이 존재했으므로 여성들의 치료 환경은 열악했다.
미국에서 귀국한 박에스더는 이러한 여성 환자들에게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책임감과 여성들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박에스더는 10여년간 매년 5000명의 환자를 돌보게 된다. 박에스더는 진료 활동 이외에도 근대적 위생 관념을 보급하는 활동도 활발하게 펼쳤다.

 

박에스더의 죽음과 결핵요양소


1910년 4월 13일, 34세의 젊은 나이에 박에스더는 세상을 떠났다. 심각한 과로에 의한 폐결핵이 그 원인이었다. 늘 함께 했던 박에스더와 이별하게 된 로제타 홀의 아들 셔우드 홀은 폐결핵 전문 의사가 되어 그녀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로부터 18년 뒤, 셔우드 홀은 해주에 한국 최초의 결핵요양소를 세웠으며, 1932년에는 결핵 퇴치를 위한 크리스마스 씰을 한국 최초로 도입하였다. 박에스더의 한국 의료에 대한 헌신은 그녀의 죽음 이후에도 이어진 셈이다.

2006년 11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부는 볼티모어 여자의과대학에 최연소로 입학하여 졸업한 박에스더의 공을 기려 그녀를 과학기술 명예의 전당에 헌정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동창회에서는 2008년부터 ‘자랑스런 이화의인(醫人) 박에스더상(賞)’을 제정하여 동문 여의사에게 시상하고 있다.
박에스더는 어려서부터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았으며, 그녀의 평생을 생명을 구하는 일로 보냈다. 혼란과 사건 가운데서 의료 윤리가 흔들리는 요즈음, 최초이자 최고로 기억되는 여의사인 박에스더의 삶을 통하여 의사로서의 삶에 대해 돌이켜 보는 것은 어떨까.

 

조성윤 기자/울산
<chosy08@e-mednews.com>

다시 뜨는 의학드라마, 트렌드 따라잡기

 

의학드라마 열풍이 또다시 불고있다. 한국의 의학드라마는 종합병원1, 의가형제, 해바라기, 메디컬센터, 외과의사 봉달희, 하얀거탑, 뉴하트, 종합병원2, 브레인, 진닥터, 골든타임의 순서대로 그 계보를 이어오고 있다.
의학드라마는 방영이 될 때마다 크고 작은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인기를 끌어왔다. 최근에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골든타임’은 그 계보를 이어받아 시청자들의 열화와도 같은 성원을 받고 있다. 그런데 ‘골든타임’은 여태까지의 의학드라마들과는 조금 다르다.
골든타임이란, 의학적으로 응급 질환에서 어떤 치료가 효과있는 치료를 하기 위한 제한시간을 말한다. 뇌졸중은 3시간, 중증 외상환자는 1시간, 심장마비는 4분이 골든타임이다. 종합병원의 응급실이 드라마의 주 무대이다보니 이런 이름이 붙었다. 

 

■ 인물

과거 대부분의 의학드라마들에서는 뛰어난 실력의 의사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노련하고도 냉정하게 의술을 펼친다. 무협지에서 나오는 무림고수 주인공이나 미국 히어로물의 히어로들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인물들은 일반 시청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이렇게 ‘완성형 의사’들이 주를 이루었던 과거의 의학드라마들과는 달리, 최근에는 점점 ‘비완성형 의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직 어리숙하고, 실수도 많이 하고, 배울 것도 많은, 좀 더 인간적인 의사들을 보여준다. 병원에서 여러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고, 실수도 하고, 어쩔 줄 몰라하고, 그렇게 환자들을 치료하는 과정 속에서 이들은 성장한다.
또한 항상 멘토의 역할을 하는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드라마 ‘골든타임’에서는 ‘최인혁’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최인혁’은 중증외상환자를 실제로 받아 수술해주는 국내에서 몇 안되는 뛰어난 의사로, 주인공과 그 동료들이 일하고 있는 외상외과의 아이콘이다. 이렇게 훌륭한 스승 밑에서 주인공들이 산전수전 겪어가면서 성장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 내용

과거의 의학드라마들은 의술 자체 보다는 주인공들 간의 로맨스에 더 중점을 두었다. 배경이 병원이고 인물들의 직업이 의사일 뿐 다른 멜로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이러한 점이 나쁜 점이라는 것만은 아니다. 소재 자체의 신선함과 흥미로움이 로맨스에 가미되어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을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보장하였다. 그러던 중, 2007년 방영된 ‘하얀거탑’에서 부터 조금씩 색다른 의학드라마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하얀거탑’은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찬 ‘장준혁’이라는 인물이 외과과장이 되기 위한 과정 속에서 병원 내부의 권력관계를 다루었다.
반면, ‘골든타임’에서는 응급의료현실을 극명하게 다루고 있다. 응급실의 자리 부족이라든가, 돈 때문에 환자를 거부하는 의사들의 모습이라든가, 병원 VIP와 일반 환자들을 차별하는 장면 등 사회고발적인 주제의식을 담은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또한 실제로 응급실에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러니한 문제들을 최대한 가감없이 제시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 생생한 병원 응급실의 상황과 의사들의 치열한 삶을 들여다보며 쾌감을 느낀다.

 

■ 리얼리티

리얼리티는 드라마 ‘골든타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말 그대로의 순수한 리얼리티는 그동안의 의학드라마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골든타임’은 현직 의사들의 철저한 검증을 통하여 응급치료를 받는 장면, 환자를 수송하는 장면, 각종 검사 장면, 수술 장면 등에서 다른 의학드라마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밀한 리얼리티를 갖추고 있다. 특히, 그들의 대화와 분위기는 실제로 인턴, 레지던트들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술실에서 마취과 스텝들이 피를 손으로 짜는 장면이나, 교수들이 크게 호통을 치는 장면들은 의사들에겐 익숙한 장면이다. 또한, 도망간 동료를 잡아오는 장면이나, 수술 간호사와 마취과 의사들의 이야기에도 조명이 비춰진다는 점 등의 세세한 장치들 또한 리얼리티를 살리는데 한 몫 하였다.

 

■ 정리

의학드라마는 진화하여 왔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골든타임’은 철저한 검증을 통한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현실 응급 의료체계의 문제점들을 다루는,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의학드라마이다.
하지만 리얼리티를 너무 앞세우는 바람에 너무 자극적인 장면들이 필요 이상으로 나온다는 것과, 다소 무리한 설정 및 상황들이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현재까지 나온 의학드라마들 중 ‘의사들이 보기에 가장 현실적인 의학드라마’라는 평을 받고 있는 ‘골든타임’은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55분에 MBC에서 방영된다.

 

오경택 기자/영남
<teddy5@e-mednews.com>

한 달간의 행복한 단식

88호(2012.09.10)/문화생활 2012. 9. 10. 15:19 Posted by mednews

한 달간의 행복한 단식

이슬람 이해하기 - 라마단과 단식

 

이번 영국 올림픽은 지난 1980년 모스크바 이후 처음으로 라마단 기간(올해 기준 8월 20일~9월 18일)과 겹쳤다. 이슬람교인들은 라마단 기간 중에는 해가 떠있는 동안 물을 포함한 어느 음식도 먹을 수 없다. 따라서 무슬림(이슬람교인) 선수들은 종교적인 의무인 단식과 경기력 향상 사이에서 크게 갈등하였다고 한다. 이집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 선수들에게 올림픽 기간엔 단식 의무를 면제해 주거나 올림픽이 끝난 이후로 단식을 연기한 선수도 있었지만 경기 일정과 상관없이 단식 의무를 따르기로 한 선수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무슬림은 라마단 기간 동안 왜 단식을 하는 것일까?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9월에 해당하는 가장 중요하고 성스러운 달이다. 라마단 한 달 동안 전 세계 무슬림들은 예언자 모하멧이 신의 계시를 받아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 코란 꾸란 하나님의 계시 말씀이 담긴 이슬람 경전의 첫 구절을 들었다는 때를 기리기 위해 단식을 한다. 단식을 자신을 정화하는 수단으로 생각하여 단식이 몸은 가볍게, 정신은 맑게 해준다고 믿는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배고픔과 갈증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깨닫고 하나님의 위대함을 느끼게 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즉, 인내심과 자제력을 기르는 수행방법의 일종이다.

라마단 기간 동안에는 동이 트기 전에 한 번(사후르, Sahoor), 해가 진후에 한 번(이프따르, Iftar), 하루에 모두 두 번의 식사를 한다. 따라서 라마단의 단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다이어트용 단식과는 많이 다르다. 라마단 기간의 사후르와 이프따르 때문에 오히려 야식 판매가 활발해 지고 식품판매량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또 해가 진 뒤 하루에 필요한 영양분을 한꺼번에 섭취하게 되면 신체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주장도 있다.

음식은 그렇다고 쳐도 1달 간 하루에 약 10시간 넘는 시간동안 물조차 마시지 못하는 것은 인체에 무리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슬람교에서는 이는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으며 우리 몸이 스스로 물을 저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미한 탈수 정도는 거뜬히 견뎌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갈증이라는 기본적인 욕구를 절제하기란 굉장한 노력이 요구 될 것이다. 따라서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일례로 이슬람이 국교인 이란에서 한 프로축구 선수가 라마단 기간 중 훈련을 하다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려하자, 구단측에서 이란 축구협회의 규율을 내세우며 선수에게 마실 물을 주는 것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자 그 선수는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을 견디지 못하고 온갖 욕설을 해대며 난동을 부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신이 온전하고 단식이 가능한 모든 무슬림 성인에게는 라마단 기간 중 단식의 의무가 주어진다. 하지만 다음의 7가지의 경우에는 단식의 의무가 면제된다. △단식을 함으로써 병이 더 위중해질 수 있다고 판단되는 환자 △나이가 많아 단식할 수 없는 사람 △여행 중이어서 한 곳에 머무를 수 없는 사람 △생리 중인 여성 △임신 중이거나 모유 수유 중인 산모 △단식으로 인한 갈증과 배고픔을 통제할 수 없는 사람 △정신이상자나 기억을 상실한 사람

라마단이 끝나고 이슬람력의 열 번째 달의 첫날을 ‘이둘 피뜨르’라고 하는데, 이날은 전 세계 모든 무슬림들이 즐기는 축복의 날이다. 단식을 온전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를 표하는 날로 이슬람교인이 아닌 사람들과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은총의 날이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 무슬림은 10만여 명, 한국인 무슬림은 4만여 명에 달한다. 그리고 시대는 점점 다양한 문화소양까지도 겸비한 의사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 잠시 짬을 내서 읽은 라마단에 대한 상식이 미래의 이슬람교인과의 문진에서 빛을 발하기를 바라며.

 

문정민 기자/중앙
<jmmoon@e-mednews.com>

 

1) 꾸란 하나님의 계시 말씀이 담긴 이슬람 경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