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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그대로, 사세요."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20년 전, 그 본과 시절에 알았더라면'의 주인공,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정신과 전우택 교수를 만나다.

의대생들이 많이 드나드는 까페나 클럽, 또 의대생 블로그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글이 있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20년 전, 그 본과 시절에 알았더라면'이라는 제목의 시이다. 류시화 시인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를 패러디한 형식으로 가볍지만, 진부하지 않고 따뜻하고 섬세한 배려와 충고로 가득하다. 그 시의 주인공을 만났다. 연세의대 교육학과 교수이자, 통일 문제라는 에 대해 17년째 연구중인, 정신과 교수 전우택 선생님이다.

국제화, 핵심화, 전문화: 의학교육의 세계적인 트렌드

교육학과도 아닌 의대에 의학교육학과라. 왜, 의학교육학인 걸까. 이에 처음엔 자신도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될 줄 몰랐다며 말문을 열었다. " 저는 정신과학으로 연구를 해왔지 의학교육에 대한 학위는 없는 사람이지만, 그저 학생들이 보다 좋은 교육,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수업을 받으면 좋겠다 하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교육전반에 관여를 하게 되었고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의학교육학과이면서 정신과학 겸무교수가 되어버렸죠." 이어, 세계적인 의학교육의 트렌드로 세가지 흐름, 즉 국제화와 핵심화, 전문화를 들었다. "지금의 의대생들은 점차 한국에서든 외국에서는 외국환자를 보게 될 일이 많아지겠죠. 의료인력이 국경을 넘어서서 활동하게 될 거고, 그에 따른 준비가 필요할 겁니다. 또 점차 공부해야할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교육에 허용된 시간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꼭 알아야 할 것들을 교육해야 합니다. 그리고 예전엔 의대교수라면 누구든 강의할 권리가 있었지만, 이제 교육할만한 훈련이 되고, 잘 교육된,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교수를 요구하게 되었죠."

불분명한 학습목표, 진로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된 학생들, 그리고 잘 가르치지 못하는 교수들.

그럼 지금의 문제는 무엇일까. " 첫째는 의과교육의 학습목표가 불분명하다는 겁니다. 1학년엔 뭘배우고, 2학년엔 뭘배우고 3학년 실습중엔 뭘 익히면 되는지, 또 전공의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아직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서, 학생들에게 지워지는 학습량이 불필요하게 과중하다는 것이죠." 전 교수는 이 문제가 교수입장에서 자기가 평생 공부해온 내용을 학생들이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이는 유감스럽지만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 두 번째는 이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학생들이 너무 과중한 학습량에 떠밀려서 자기가 앞으로 나아가야할 진로에 대해 준비하거나 성취해 나가는게 너무 없다는 것이죠." 실제로 외국의 학생들은 관심분야를 정해서 일찌감치 관련학회에 참석도 하고, 논문을 쓰는 체험을 하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나서야 어떤 영역에서 활동할지를 고민하기 때문에 이미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셋째는 가르치는 교수들이 전문화 되어있지 않다는 점인데, 어떻게 도와줘야 학생들이 발전하는지에 대해 자기 경험 이상의 노하우도 지식도 없다는게 문제예요." 다시말해, 교수들이 잘 가르치지 못한다는 것. 그는 의대에 들어온 학생들이 강의 잘하는 분의 강의를 듣는 일이 드물다는 게 불행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해결방안을 묻자, "잘 가르치는 재능을 갖고 있는 분들을 교육에 활동할 수 있게 훈련시켜 놓아야 한다."며, 학생들도 "학교 등수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세상을 넓게 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나라 의과대학이 그걸 도와줄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학교가 거의 없고, 있어도 부분적이기 때문에 학생입장에선 자신의 진로에 대해 훨씬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대생, 그대로라는게 문제.

과거의 의대생들과 현재의 의대생들은 어떤 차이가 있냐는 말에 바로, "어떤 차이도 없다는게 문제"라며, 더 나아졌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7,80년대의 의식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의대입학으로 모든 미래가 성취되었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선 의예과보다 의전원출신이 자기 진로에 대해 더 진지한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 힘든 의대생들, 절대 혼자 고민하지 마라."

인터뷰 내내 학생들을 정말 잘 알고 있고,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던중, 정신과학을 하는 입장에서 최근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는 의대생 자살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졌다. "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정신과 선생님들이 가까이 있으니 반드시 힘들 땐 만나서 상의하라" 고 조언했다. 혼자 고민하고 혼자 해결하면 본인이든, 가족에게, 학교에 씻을수 없는 상처가 된다고 했다. " 우울증이라면 치료만 받으면 금방 좋아지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며, 약멱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회피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학생들이 자신들이 전공의 지원을 하는데에 나쁜기록으로 남을까봐 자기가 다니는 병원에서 약 타는것을 두려워한다는 것도 언급하며, 정신과 선생님과 상의하면 개업한 선생님들에게 처방받고 치료할 수 있다고도 했다. 덧붙여, " 대부분 주변과 연대가 약하거나 한번이상 유급하거나 극도로 내성적인 학생들이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많기때문에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같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30년 전, 다른 일에 너무 바빴던, 한 의대생.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20년 전에 알았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그는 30년 전-그는 시를 쓴지 7년이 지났다며, 곧 '...30년 전에 알았더라면" 이라는 새 버전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과연 어떤 학생이었을까. "공부보단 할 일이 너무 많았던, 다른 일에 너무 바쁜 학생이었죠." CMF 기독교의 1기 회원이기도 한 그는 CMF 간사와 같은 6년을 보냈다고 했다. 매해 여름과 겨울마다 학생시절부터 전문의가 될 때까지 단한번도 거르지 않고, 진료봉사를 조직해서 떠났다며, 그런 훈련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회상한다. " 그 때 만났던 사람들이 지금도 가장 소중하고 친한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서로 용서받기도하고 용서하기도 하고, 계획을 하고 공동으로 성취하고 함께 좌절하기도 하는 공동체라는 것을, 내가 할수 있는 이상의 것을 해 낼수 있다는 진리를 그 때 배웠다."는 것이다.

"꿈꾸는 그대로 살겠다는 용기를 가져라."

의사가 되고 나서, 의대생 때 상상했던 것과 다른 점은 무엇이냐는 말에, " 지금 바로 말한 그것"이라며, 차이가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큰 오해라고 한다. "내가 꿈꾸는 그대로 살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꿈과 현실이 다르다고 인식하는 순간 꿈은 멀어집니다. 슈바이처같이 살고싶다 생각했다면 정말 그렇게 살면 됩니다. 생각하면 생각한 그것대로 살수 있어요. 사실 별것 아닌데, 그런 용기를 감히 갖지 못해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이죠.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의사는 절대 굶어 죽지 않는다는 게 의사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인데, 돈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고, 자기 인생에 대해 행복하게 사는 선택을 잘 못하는게 우리가 갖는 치명적인 문제에요. 의대에 입학하면서 소시민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고, 점점 더 소시민이하로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존경하지 않고, 심지어 자기자신조차도 부끄럽게 여기는 작은 의사가 되는 거죠."

꿈을 묻자, 단기적으로는 의학교육학과를 맡게 되고 학생부학장을 하면서 연대의대의 교육이 조금 더 나아지고 그 변화가 다른 학교에도 파급되어 우리나라 의학교육이 한 단계 나아지는 좋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학자로 기억되고 싶다며, 북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생각해왔던 것이 정리되고 실질적으로 통일과 우리민족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연구와 책을 남길수 있었으면 한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의대생들이 꿈을 가진 그대로 행동하길 바란다"고 했다. 우린 모두 평생 같이 일해야 할 사람들이라며, " 진짜 꿈이 있다면, 진로문제를 가지고 의미있는 고민을 하고있다면, (연대학생이 아니더라도)누구든 이메일로 연락을 해도 환영한다"며, 기사에 꼭 이메일 주소를 첨부해 달라며 웃는 얼굴에서, 백석의 시'고향'에 나오는, 따스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던, 바로 그 의원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안지윤기자/관동

ajy1588@dreamwiz.com

다빈치 프로젝트

73호(2010.03.02.)/문화생활 2010. 5. 5. 12:42 Posted by mednews



『의학의 역사』 재컬린 더핀
- 현대의학과 실증주의, 생리학을 중심으로 -

히포크라테스는 영웅일까요? 악인일까요? 당연히 영웅이라고 답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몸에 칼을 대는 것을 금지하여 외과학의 발전을 저해했고, 여성은 의술을 배우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는 악인일까요?
이 문제를 좀 더 확대 시켜 봅시다. 근대 서양의학에서 유래된 현대의학은 다른 어떤 의학체계보다도 견고한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사실 소위 말하는 ‘현대의학‘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의료가 존재합니다만, 이들 중 어떤 것도 현대 서양의학의 위상에는 미치지 못하지요. 그렇다면 정말 오늘날의 의학이 ‘가장 적절한, 최상의’ 의료형태 일까요?
『의학의 역사』의 저자는 그러한 관점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현대 의학에서 가장 중요한 실증주의적 관점은 현대의료를 어떻게 구성하게 되었을까요.
17세기 윌리엄 하비가 혈액순환의 과정을 밝혀낸 이후, 많은 사람들은 생명 기능을 기계론적으로 설명하는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들은 모든 자연적 사물은 조직체이고, 이 조직체는 마치 기계를 움직이는 것처럼 ‘일정한 법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보았습니다
18세기에 이르러 기계론은 생기론과 대립하게 됩니다. 생기론은 생명 현상이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법칙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형이상학적 원리에 지배되고 있다는 이론입니다. 이러한 논쟁은 그 당시 생리학의 주된 과제가 생명현상의 근본을 규명하는 것이었음을 알려줍니다. 
 

생리학에 스며든 실증주의
- 실험생리학의 탄생

 생리학은 19세기에 들어 중요한 변화를 겪게 됩니다. 여기에는 당대 실증주의 철학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19세기 서유럽에서 발생한 실증주의는 형이상학적인 사변을 배격하고 사실 그 자체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강조했습니다. 오귀스트 콩트에 의해 철학사조로 자리 잡은 실증주의는 ‘지식’은 오직 직접 관찰에 의해서만 얻어질 수 있으며, 사상(事象)의 원인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왜 그런지’ 묻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감각을 넘어서는 일이 되어버립니다
때문에 실증주의자들은 과학적으로 답변할 수 없는 ‘왜’보다는 검증이 가능한 ‘어떻게’에 관심을 두었습니다.
 이러한 실증주의의 영향 아래, 새로운 형태의 생리학이 탄생합니다. 오늘날 현대의학의 밑바탕이 되는 실험생리학이 바로 그것입니다. 실험 생리학이란 어떤 문제현상에 대해 그것이 일어나는 해부학적 구조를 찾아내어 그 구조에 외과적인 변형을 가한 뒤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는 것입니다. 이 후 파스퇴르나 코흐가 세균 매개설을 확립하여 수많은 원인균을 밝혀냈던 것도 모두 실험을 통해 이뤄진 일입니다. 이들이 이끈 세균학 혁명은 몸이 균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다루는 면역학이라는 분야를 탄생시키게 되지요.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 연구도 활발해지게 되고, 이외에도 신경생리학, 유전학 등이 실험실 연구를 통해 빠르게 발전하게 됩니다.    

현대의학과 실증주의 - 숫자의 의학

 실증주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은 기초의학 분야였지만, 그 영향은 점차 임상의학에도 미치기 시작합니다. 직접관찰에 의한 지식만을 사실로 간주하는 실증주의는 임상진료에 있어서 ‘숫자’의 중요성을 부각시켰습니다. 오늘날 의학에서의 인체는 숫자의 조합으로 표현됩니다. 각종 수치들이 ‘정상 범위’내에 있으면 ‘건강한 인체’로 여겨집니다. 만약 이들 수치가 비정상적인 값을 가지면, 의사는 그 수치와 관련된 해부학적 구조와 생리학적 기능에 주목하여 치료법을 알아냅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마음이나 외부조건-친구관계 집안환경 등-은 덜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지요. 현대의료체계에서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정신의학은 이러한 ‘숫자 의학’에 밀리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1950년대에 들어서는 인지와 운동이 측정 가능한 기계적 개념으로 받아들여짐에 따라, 기존 정신과학에서 다루던 질병들이 신체질환의 영역으로 편입되었습니다. 간질이나 크레틴 병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에 따라 정신의학이 다루는 질병의 범위는 ‘아직 과학적으로 해명되지 못하고 남겨져 있는 질병’으로 축소되게 됩니다.
 예방보다는 치료에 중심을 두는 것도 숫자의학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건강하다’고 여겨질 때 인체는 의학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의학이 손을 쓰는 것은 수치가 흐트러졌을 때입니다. 문제는 현대의학이 ‘언제’를 잘 예측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질병이 발현하는 데에는 신체적 조건뿐만이 아니라 신체 외적요인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신체 내적 조건이 비슷하더라도 어떤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환경에 놓였느냐에 따라 건강상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신뢰할 만한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대의학에서 관심 밖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맨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가 봅시다. 히포크라테스는 영웅일까요? 악인일까요? 저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19세기 실험생리학의 출현 아래 약 200년이 지난 현재, 현대의학이 이뤄놓은 업적은 실로 눈부십니다. 인간의 수명이 연장되고 건강상태가 양호해진 데에 현대의학이 큰 기여를 해냈다는 것엔 의심의 여지가 없지요. 하지만 그러한 성과의 원동력이 된 ‘숫자 의학’은 의료에 있어 인체의 비물질적인 측면에 대한 관심을 하락시켰습니다.
 실증주의에 기반 한 현대의학. 이것이 가장 옳고, 적절한 의료형태인가에 대한 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일입니다. 내가 지금 배우고 있는 의학이 결코 확정된 체계가 아닌,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의학이며 그 구성 방식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독자 분들이 현재 의학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 새로운 ‘구성’에 몸담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첫 스터디를 마칩니다.  



■ 포럼 참가자_ 이예나(순천향), 조원경(순천향), 노해준(가톨릭), 정세용(연세) 김정화(한림)
■ 포럼 일시 및 장소_ 1월 30일 서울 강남역, 문화공간 토즈  
■ 정리_ 김정화 기자/한림 <eudimonia89@e-mednews.com>


 

우측보행, 왜 하는 거야? 과연 잘 될까?

 파란 불에 손을 들고 횡단보도 건너기. 웃어른께 인사 잘하기. 길에 쓰레기 버리지 않기. 유치원생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우리가 공공장소에서의 예절과 바른 생활 습관에 대해 배워온 내용입니다. ‘좌측통행’ 또한 선생님들과 노란 띠를 두른 선도위원들이 빠지지 않고 언급하던 내용 중 하나였지요. 우리는 어려서부터 배운 내용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에서도 꽤 성공적으로 실행해오고 있었습니다. 지하철에 갑자기 ‘편리하고 안전한’ 우측보행에 대한 홍보물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까지는 말입니다.
 국토해양부는 작년 4월 공공시설물 및 교통시설을 우측보행에 맞게 개선하고 차도·보도에서의 우측통행 확립을 위해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고 교과서를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며 올해 7월부터는 우측보행이 전면 시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우측보행, 왜 하는 거야?

 우측보행 캠페인의 일차적인 목적은 물론 ‘안전하고 편리하게 걷자’는 데에 있습니다.
 국토해양부의 우측보행 홍보 홈페이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도로의 형태에 따라 통행방법이 각각 달라 보행원칙을 통일하면 교통사고의 20%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널 때 정지해 있는 차와의 간격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어 위급상황에 차량이 급정거를 하더라도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분리·비분리 도로에서도 우측보행을 하게 되면 차를 마주보고 걷게 되어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인구의 90%가 오른손잡이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리하여 우측보행이 좌측통행보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고 합니다. 공항 게이트나 회전문 등의 많은 시설물들이 이미 우측통행을 기준으로 설치되었기 때문에 좌측통행 시 보행자 간 충돌 등의 불편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많은 국가에서는 우측보행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글로벌 시대에 보행원칙을 국제관행에 일치시켜야 한다는 것도 우측보행을 지지하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잘 되고 있는 건가?

 21일 오전 서울 지하철 2·4호선 환승역인 사당 역. 4호선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는 승객들과 반대 방향으로 갈아타는 사람들로 분주합니다. 출입 계단을 지나는 시민들은 우측보행에 대해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 모습입니다. 계단 바닥 곳곳에는 파란색 우측보행 스티커가 붙어 있고 벽에도 우측보행 포스터가 붙어 있지만 정작 우측보행을 하는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보행자의 편의와 글로벌 보행문화 정착을 위해 통일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은 높이 살 만합니다. 하지만 추진과정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토해양부가 우측통행이 타당하다고 제시하는 몇몇 근거의 사실성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먼저 국토해양부가 한국 교통연구원에 맡긴 ‘우측 보행의 타당성’에 대한 연구는 결론이 없는 것으로 종결되었습니다. 또한 우측보행이 글로벌 관행이라는 홍보와는 달리 많은 나라들이 좌·우측통행을 혼합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측보행만을 원칙으로 하는 나라들은 영국, 일본, 홍콩과 같이 차량 좌측운행을 실시하고 있어 우리나라와는 단순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정부 차원의 정책을 실행하면서도 관련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주요 공공시설이나 보도 등에 우측보행의 타당성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점자 포스터나 도우미 등의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로 우측보행이 통행 효율성을 저하시키거나 아예 우측보행이 불가능한 지하철역도 없지 않습니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좌측통행의 중요성을 귀에 닳도록 들어 이미 좌측통행이 익숙한 상태에서 충분한 설명도 없이 우측보행을 강요한다면 옛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좌측통행이 오랫동안 관습화된 통행방법임을 감안한다면 보행원칙을 바꾸기 전에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어야 합니다. 우측보행의 장점과 타당성에 대해서도 시간을 두고 널리 홍보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빼놓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요.

이혜미 기자/서남
<manar@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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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소식

73호(2010.03.02.)/문화생활 2010. 5. 5. 12:36 Posted by mednews


가톨릭의대

■ 2월 11일 오후 성의회관 마리아홀에서 의학과 4학년과 간호학과 4학년의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선배님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2월 19일에서 21일까지 가평에서 2010학년도 신입생 재학생 새로배움터가 있었습니다.
■ 지난 24일 성의회관 마리아홀에서 의전원 신입생들의 입학미사와 함께 White coat ceremony가 열렸습니다. 예과생 여러분들의 무사진입과 10학번 의전원 신입생들의 입학을 축하합니다. 본과 때도 잘 살아보아요.
■ 3월 4일에서 6일까지 성의회관 1층 로비에서 서울시내 8개 의대 연합 사진전이 열립니다. 한 번쯤 들리셔서 사진 구경하고 가세요. 동균이랑 준성이는 반드시 제 사진에 비싼 과자를 붙입니다.

권의종 기자/가톨릭
<isnell@cyworld.com>

계명의대

■ 지난 2월 5일 의과대학 준공식이 신축건물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학생들은 엄청난 스케일의 의학도서관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네요.
■ 커리큘럼 변경으로 본과 3학년 선배님들의 1학기 수업이 2월 1일 시작되었습니다.
■ 본과 1학년들은 진입생의 필수관문, 진입오티를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작년까지 유지되던 쿼터제가 폐지되고, 올해부터는 해부와 생리/생화학이 한 학기동안 같이 진행된다고 하네요. 개강 첫날부터 생화학 시험 스케줄이군요, ㅠㅠ

구현담 수습기자/계명
<lovelytale89@e-mednews.com>

고신의대

■ 2월 16일부터 본2, 본3, 본4 선배님들께서 개강하셨습니다. 예1부터 본1은 3월 2일에 개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0년의 첫 학기는 모두모두 열공해서 진급하였으면 하는 바램입니당~
■ 병원 내부 리모델링이 계속 진행중인데 잠깐 가보니 정말 예쁘게 잘해 놓았던데 완성되어 더 멋있어질 우리 병원의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 2월 22일부터 2월 24일까지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즉, 새터가 있었습니다. 우리 후배님들 완전 환영하구요 학교에서 함께 좋은 선후배관계 서로 만들기를 원합니다. 정말 잘생기고 이쁜 후배들이 많이 들어왔더군요 ~!
■ 2010년 우리모두 화이팅!!

김태윤 기자/고신 
<brokethedevil@e-mednews.com>

관동의대

■ 4학년 학생들이 화정에서, 임상수업을 시작했습니다. 모두 웰컴~!
■ 6학년들은 강릉에서 예방의학, 지역사회의학을 한달동안 마치고 다시 마이너 실습을 시작합니다.
■ 명지병원 이곳저곳에서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임상수업이 진행되는 강의실은 신관 7층으로 옮겨지면서 더 쾌적하고 넓어졌다는 군요. 이거 이거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죠~~~?>_<
■ 새로운 임상교수님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모두 환영합니다. 열심히 배울게요^ㅁ^

안지윤 기자/관동
<ajy1588@e-mednews.com>

성균관의대

■ 방학기간 동안 해부학 오티가 진행되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진행되었는데 본과 진입하는 본1 학생들과 의전원 학생분들이 모두 잘 치뤄주셨습니다. ^^
■ 본과 2학년 이상 학생분들은 2월 15일 개학을 하였습니다. 올해도 모두 학생의 본분에 최선을 다해요 ^^.
■ 선배님들의 졸업식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선배님들 모두 축하드립니다. 모두 훌륭한 의사선생님 되세요. ^^

남승완 기자/성균관
<wanmin2000@e-mednews.com>

순천향의대

■ 1.30 신촌 롤링스톤즈에서 흑인음악동아리 mns공연이 있었습니다. 
■ 2.25~2.27 전국에서 모인 훈남 훈녀들로 도고가 떠들썩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요. 순천향 의대 10학번 신입생 오티가 있었습니다. 환영해요~
■ 2.8 신라호텔에서 본과4학년 사은회가, 2.18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재학생 올 국시 합격 및 졸업 축하드려요! 그리고 새학기 모두들 화이팅^^

조원경 기자/순천향
<loveee@e-mednews.com>

영남의대

■ 2월 26일 원내 이산대강당에서 오전 10시에는 의예과 입학식이 오후 1시에에는 의학과 진입식 및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식이 있었습니다. 예과생이 된 분들에게는 축복을 본과생이 된 분들에게는... 그저 웃지요.
■ 봄바람을 타고 솔솔 풍겨 올라오는 캠퍼스커플의 흥겨운 소식들에... 그저 웃지요.
■ 제가 과대가 되었습니다... 그저 웃지요.

안지훈 기자/영남
<anzi@e-mednews.com>

울산의대

■ 2월 7일에는 밴드동아리 Extima, 2월 9일에는 오케스트라동아리 Some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 2월 18일부터 2월 20일까지 신입생 및 본과진입생 OT가 있었습니다. 모 신입생은 정말 무박3일을 보냈다는 후문이...
■ 22일에는 제 17회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선배님들 축하드립니다~
■ 올해 신입생부터는 예과 1학년 여름방학에 8주간 UC Berkeley에서 공부를 하고 오게 되었습니다. 예과 2년동안 버클리, 하버드 물 좀 먹겠네요.

고정호 수습기자/울산
<2jk7@e-mednews.com>

이화의대

■ 2월 22일 의과대학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선배님들 멋진 의사가 되신 것 정말 축하드려요!
■ 2월 26일 이대 목동 병원 김옥길홀에서 의전원 1학년 신입생들의 입학식이 있었습니다. 입학하신 신입생 여러분 모두 축하드립니다.
■ 2월 22일 4학년들의 선택실습이 시작되었습니다. 각자 실습 나간 곳에서 많이 보고 배우고 이화의 좋은 인상을 남겼으면 좋겠네요.
■ 3월 2일부터 3학년들의 첫 임상실습 시작됩니다. 아직 가운이 어색하지만 학생의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주눅들지 마세요~!!!
■ 이화 메디컬 장터가 싸이월드에 개설되었습니다. 필요하신 책이나 물품, 방을 알아보시려면 이화 메디컬 장터를 검색해보세요~

한혜영 기자/이화
<hang2v01@e-mednews.com>

중앙의대

■ 개강했습니다. 본과 1학년과 의전원 1학년은 3월 개강이라고 하네요. 부럽습니다.
■ 2월 19일부터 1박2일 동안 의학부 10학번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있었습니다. 누가 기획했는지 몰라도 참 재밌었던 오티였습니다. 그리고 신입생 여러분들 모두 환영합니다. 그리고 재밌게 신입생들과 놀아주었던 08, 09학번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 각 동아리별로 골학이 진행되었습니다. 본과 1학년 해부학기 화이팅~입니다!!!
■ 공연 시즌입니다. 오케스트라, 연극반, 합창반 모두 공연을 한다고 합니다. 궁금하시면 주변 친구분들께 물어보세요. 아, 그리고 이번 서울 의과대학 합창 연합제 주최가 중앙대라고 합니다. 또한 오케스트라는 본과2학년 김동규군과 협연을 한다고 합니다.
■ 과대가 선출되었습니다. 고창석 선배(본4), 구강모 선배(본3), 김현지(본2), 석준(의전2), 황현찬(본1), 오상호(의전1), 박규태(예2), 임현지(예1)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
■ 본과 1학년 곽현욱형과 임세호군이 <1대 100>에 출연했다고 합니다. 현욱이형은 우승해서 상금을 무려 800만원이나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금보다 소녀시대 윤아와 같이 찍은 사진이 탐나는 군요.
■ 학교에서 병원을 1000병상 규모로 인천 검단에 짓는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꼭 지어주길 바랍니다.
■ 모든 중앙의대 여러분 늦었지만 새해복많이받으세요.

정환보 기자/중앙
<chungwhp@e-mednews.com>

충남의대

■ 병원이 변했습니다. 1층엔 베이커리, 죽집, 편의점, 카페가, 지하엔 한식당, 중식당, 일식당이 새로 생겼습니다. 아침을 거르는 학생들과 도서관서 밤샘하는 학생들에게 이미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 간호대학에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덕분에 오스키센터 강의실을 못쓰게 된 3학년의 불만이 대단하다고...
■ 학교 운동장에 300병상 규모의 재활병원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최연주 기자/충남
<gooddaytowin@e-mednews.com>

한림의대

■ 지난 19일 본과 4학년 분들의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언니오빠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그런데 동문회에서 더이상 재경언니를 뵐 수 없는 게 슬픕니다. 며칠전 병원 들어가시는 길에 잠깐 뵈었는데 우울했습니다. 언니~화이팅입니다.
■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19일부터 21일까지 강원도 금강산 콘도에서 했습니다. 올해부터 바뀐 주도가 신기했습니다. 2박 3일간 고생하신 선배님들과 신입생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김정화 기자/한림
<eudaimonia89@e-mednews.com>

독자 참여 마당

73호(2010.03.02.)/문화생활 2010. 5. 5. 12:35 Posted by mednews


 

독자 참여 마당

 이번 호부터 의대생신문에서 독자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듣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신문 읽고 푸는 퀴즈’의 정답과 함께 신문에 대한 독자의견, 소개하고 싶은 사연, 독자 투고 등을 3월 30일까지 보내주세요. 채택 되신 분께는 ‘영화예매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신문 읽고 푸는 퀴즈!

 1. 의료분쟁에 있어서, 환자가 의료과실을 입증하던 것을 의사가  본인의 무과실을 입증하도록 하는 것을 OOOOOO 이라고 한다.

 2. 홀로 거주하는 사람이 지병에 의해 사망한지 24시간 후에 발견되는 것을 OOO라고 한다.

■ 보내실 곳 : editor@e-mednews.com

편집자가 독자에게

73호(2010.03.02.)/오피니언 2010. 5. 5. 12:34 Posted by mednews

시…작…

 새 학기의 첫 날입니다. 다들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그 이름도 어색한 일공학번들에겐 대학생활의 첫 날, 혹은 의학도로서의 첫 걸음을 뗀 날일 테고, 새내기들을 보며 흐뭇한 웃음을 짓는 선배들에게는 새 학년의 첫 시작인 날이며, 의대 특유의 독특한 학제 덕분에 이도 저도 아닌 저 같은 분(저는 심지어 시험기간의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에게도 오늘은 봄의 시작, 한 주의 시작인 날입니다. 여러 가지 의미로 첫 시작인 오늘, 기분 좋게 잘 보내시길 바랄게요. 뭐든지 시작이 반이니까요.

 2010년의 첫 날도 저에겐 특별한 날이었습니다. 쑥스럽게도 기사까지 나갔지만 저는 올 해의 시작을 용산참사가 일어났던 남일당 건물 앞에서 맞았습니다. 영하 14도의 추운 날씨, 불과 30분 서있었을 뿐이지만, 제 속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사실 ‘용산’과 참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20분 거리, 한 학기 동안 수도 없이 용산역을 들락날락 거렸죠. 그 뿐이겠습니까. 제가 수업을 듣는 이 강의동 바로 옆 건물이 유가족들이 근 1년을 보낸 장례식장 건물입니다. 어느 날 장례식장에 숨어계시던 수배자 분들이 명동성당으로 피신했을 때, 제가 느낀 감정이라고는 고작 병원을 둘러싸고 있던 경찰버스들이 사라져서 후련하다는 것뿐이었습니다.
 1년 만에 찾은 현장에서,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 분들을 보니 그 분들이 그 곳에서 보냈을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 쏟아냈을 울분과 한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그렇게 부끄러움을 안고 올 한해를 시작했습니다.

 예민하신 분들은 벌써 눈치 채셨겠지만, 우리 신문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시작하였습니다. 일단 1면부터 바뀌었습니다. 제호의 위치를 올리고 지면안내의 위치를 바꾸었습니다. 신문 글씨 크기도 조금 키우고, 기존에 6단으로 편집하던 것을 7단으로 바꾸었습니다. 모두 독자여러분들이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신문을 읽으시기를 바라는 노력입니다.
 내용 면에서도 사설을 새로이 도입하고, 여러 가지 새 연재와 코너들도 마련했습니다. 특히 독자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도 처음으로 시도 해 보았습니다. 앞으로의 신문에서도 더 알찬 신문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을 과감히 해 볼 예정입니다.
 오늘이 저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편집장으로서 독자여러분들을 만나는 첫 날이기 때문입니다. 지면으로나마 전국의 모든 의대생들을 만나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설레고 한편으로 책임감이 무겁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새해 첫 날 느꼈던 부끄러움을 씻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필력이 특출나지도 않은 제가 이 자리를 택한 것은 세상을 더 넓게 더 많이 보고 느끼기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그 노력들을 여러분과 함께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장 김민재
<editor@e-mednews.com>

'73호(2010.03.02.) > 오피니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0) 2010.05.05

사설

73호(2010.03.02.)/오피니언 2010. 5. 5. 12:33 Posted by mednews


 

인사 잘하는 의대생 왜 인사 안하나

 새 학기를 맞아 전국의 의대와 의전원에서는 새내기 맞이가 한창이다. 새내기들의 학교 적응에서 강조되는 것 중 하나가 ‘인사하기’ 이다. 선·후배의 관계를 중시하는 의대에서는 선배와 후배가 교내에서 마주쳤을 때 인사를 주고받는 것이 관례화 되어있다. 갓 입학한 신입생들은 ‘인사문화’에 적응하는 바쁜 3월을 보내게 된다.
 이렇듯 인사문화에 익숙한 의대생이지만 다른 형태의 인사에는 인색하다.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선배나 임상교수님께는 인사하지만, 병원이나 학교에서 가운을 입지 않은 분들을 뵈면  인사를 하지 않는다. 학교와 병원에서 우리는 많은 분들과 마주친다. 그 중에는 강의동의 미화를 담당하시는 청소부 아주머니, 학과 사무실 선생님, 경비원 아저씨, 기숙사의 사감선생님, 의학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들도 계시다. 이 분들은 우리가 학교생활을 편리하게 영위하도록 도와주시는 분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이분들의 고마움을 간과하며 인사에 인색한 경우가 많다. 한두 살 차이의 학교 선배에게는 깍듯이 인사하면서 연배가 훨씬 높으신 청소 아주머니는 모른 척 지나가는 모습이 과연 올바른 행동일지 의문이다. 
 의대의 인사문화는 ‘강요’로 심어진 문화이다. 입학과 동시에 시작되는 선배들의 반복 교육에 의한 습관의 성격이 짙다. 물론 인사를 주고받으면서 모르는 선·후배 간에 안면을 익히고 친분을 쌓는 긍정적 기능이 있다. 하지만 강요와 더불어 자리 잡은 문화이므로 인사를 강요하지 않은 상대에게는 굳이 인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선배나 임상 교수님들은 ‘나의 미래와 연결된 사람’이라는 무의식도 인사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병원 내 다른 직업군을 경시하는 오만까지 더해진다면 이해관계가 없는 청소부 아주머니나 경비 아저씨께는 인사를 드리지 않게 된다.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할 순 없다. 하지만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치우느라 고생하시는 청소부 아주머니, 이른 새벽에도 안전을 위해 강의실을 순찰하시는 경비아저씨께는 수고하신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다. 의대 내 고학년들도 마찬가지다. ‘선배’에게만 인사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고마우신 여러 분들께 인사를 하게끔 권하는 문화를 만들자. 더불어 우리가 그토록 강조했던 인사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한번 쯤 생각해볼 일이다. 


 

신종플루가 우리에게 남긴 것

 지난 2월 말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플루의 대유행 종료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에 돌입했다. 범지구적으로 화두가 되었던 전염병이 소강하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신종플루가 힘을 잃고 있다고 해서 지난 수개월 간 신종전염병의 출현과 함께 속살을 드러낸 우리 사회의 병리를 간과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작년 5월 정부는 각 부처로 발송한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 업무지속계획 수립 매뉴얼>을 통해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시 1만~5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예방책이라는 명목으로 정부가 실현되지 않은 최악의 상황을 유포하여 대중의 공포를 유발한 셈이다
 이와 같은 공포의 의제설정력을 간파한 언론의 거들기는 점입가경이었다. 사람이 거의 없는 버스 종점에서 사진을 찍은 후 <텅텅 빈 2층 관광버스(연합 09.5.9.)>라는 표제와 함께 타임스퀘어에서 찍었다는 그릇된 캡션을 달거나, <신종플루 경보 盧정부 때 묵살(조선 09.10.16.)>이라는 자극적인 표제를 동원해 질병을 정치공세에 이용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의 통제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통제 시도가 있었다고 해도 한국사회처럼 정부의 통제와 언론의 프레임 하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병영체계로 빠르게 이행한 곳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는 우리사회가 일본제국주의 시대 이후부터 수십 년간 병영국가 체계에서 국민들 스스로 자신의 몸을 통제하도록 요구받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체제를 내화하여 복종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것이다.
 대중의 의식이 병영체계를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상태’는 ‘민주주의의 퇴보’를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안의 파시즘이 건재한 상황에서 신종플루 정국을 거치던 지난 한 해 동안 기무사 민간사찰, 용산참사, 미디어법 강행, 합법시위 탄압 등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각계각층은 시국선언을 하며 이런 사태를 낳은 현정권을 비난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나 신종플루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우리들의 내심이 바뀌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언제라도 퇴보할 수 있다는 사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73호(2010.03.02.) > 오피니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집자가 독자에게  (0) 2010.05.05

아이돌에 관한 짧은 이야기

A anti(안티팬)
 특정 아이돌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거의 모든 아이돌이 안티를 보유하고 있다. 주로 안티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다른 아이돌의 팬인 경우가 많다. HOT와 젝스키스의 라이벌 구도는 새로운 안티 문화를 잉태했다. 지금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C company(연예 기획사)
 우리나라의 연예계 시스템은 대부분이 대형 기획사를 통해 데뷔한다. 3대 기획사 JYP, YG, SM로 대표되는 연예 기획사는 물량공세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인 아이돌을 단시간 내에 스타에 반열에 오르게 한다. 이런 연예계 시스템은 대형 기획사의 독점으로 이어져 다양한 대중 문화가 없어지는 요인으로 지적 받고 있다.
 
D dream(장래희망)
 ‘아이돌 고시’라고 불릴 만큼 아이돌을 장래 희망으로 원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났다. 오랜 연습기간을 거쳐 일부 청소년이 데뷔를 하지만, 스타로 성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심지어는 사법 고시 합격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렇지만 오늘도 많은 어린 학생들이 아이돌이 되기 위해 기획사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E entertainer(만능 엔터테이너)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가수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아이돌을 일컫는 말이다. 2000년 대에 들어서면서 가수로 성공한 아이돌이 대거 드라마로 진출했다. 그렇지만 검증되지 않았던 연기력 탓에 팬들의 비난과 악플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신화 에릭, 베이비복스 윤은혜가 탤런트로 성공하면서 아이돌의 영역은 무궁무진하게 넓어졌다. 현재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시트콤, 뮤지컬, 버라이어티 쇼 등 수많은 분야에서 가수와 함께 투잡(two jobs)으로 활동하는 것이 기본이 되었다. 또한 씨엔블루의 정용화처럼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을 발판으로 가수로 데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F fandom(팬덤)
 팬덤은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이다. 가수 조용필의 ‘오빠부대’를 팬덤 문화의 효시로 본다. 팬덤은 아이돌 가수의 팬클럽 문화가 발전하면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팬덤문화에서 팬들의 등급이 있는데, 크게는 주로 TV나 인터넷을 통해 응원하는 ‘안방순이’, 공개방송과 콘서트를 찾아다니는 ‘공방순이’, 스타의 일거수 일투족을 쫓는 ‘사생’ 3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타 팬클럽에 대한 배타적인 성격을 띠면서 팬덤 문화는 사이버 테러, 스토킹의 문제점을 낳았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많은 아이돌이 팬클럽에 대해 자제를 당부하지만, 여전히 인터넷 상에서 아이돌 편가르기가 진행되고 있다.

G girl(소녀들)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2NE1, 티아라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여성 아이돌이 쏟아졌다. 모든 그룹이 90년 이후에 출생한 어린 소녀들을 포함하고 있다. 중, 고등학생인 소녀들은 깜찍함과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오빠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광고업자들은 소녀들의 인기를 바탕으로 CF에 진출하였다. 그녀들이 출연한 치킨, 음료수, 라면 광고는 엄청난 매출을 올리며 소녀들의 인기를 반영하고 있다. 


 
N nick name(별명)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하는 아이돌은 저마다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팬들은 그런 아이돌에게 별명을 붙여주는데, 이런 별명이 아이돌의 인기의 척도가 되고 있다. <청춘불패>에 출연하는 현아는 매일 징징댄다고 하여서 ‘징징현아’, 써니는 예명과 비교되게 촌스러운 본명인 ‘순규’가 별명이 되었다. 특히 조권은 쇼프로그램에서 생긴 활발한 이미지 덕분에 ‘깝친다’라는 뜻의 ‘깝권’이란 별명이 생겼다. 그 외에도 ‘옥대리(옥택연)’, ‘찬성반대(황찬성)’, ‘사슴윤아(윤아)’, ‘까만콩(유리)’, ‘구사인볼트(구하라)’ 등 많은 별명을 팬들이 스타들에게 붙여 주었다.

O otaku(오타쿠)
 아이돌에게 매우 심취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주로 남성팬 중에서 이런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매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특정 연예인의 사진을 수집하거나, 그들의 음악을 수시로 듣는다. 이런 오타쿠들은 열성팬들과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 하지만 열성팬들과 다르게 타인과 교류하지 않고 자신과 스타의 둘만의 커뮤니케이션을 즐긴다.

P plastic surgery(성형수술)
 수많은 스타들이 조각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선천적으로 예쁜 외모를 갖진 않았다. 연예 기획사에 들어간 후, 트레이닝이 끝나고 데뷔 전에 얼굴을 손본다. 그들의 외모가 일반인 보다는 예쁘지만, 텔레비전에 나오는 외모에 맞춰 성형수술을 한다. 그런 경우, 몇몇 연예인들은 자신의 과거 사진을 공개하는 것을 꺼린다. 과거와 많이 다른 경우는 심지어 모든 사진을 없애버리거나, 조작해서 새로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었다.

Z zealous(열광)
 수많은 사람들이 아이돌에 열광을 한다. 아이돌은 우리 생활 속 수많은 대화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오빠부대, 누나팬 등 스타들은 다양한 신드롬을 낳고, 또 새롭게 변하고 있다. 빅뱅이 광고하는 맥주와 소녀시대의 치킨을 먹으며, 2pm이 먹는 초콜릿으로 입가심을 한다. 바야흐로 아이돌의 시대이다. 이런 문화 소비 행태에서 우리의 문화는 다양성을 잃고 한쪽으로만 편향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아이돌이 현재의 대중문화의 중심인 것은 분명하다.

정환보 기자/중앙
<chungwhp@e-mednews.com>

다큐멘터리 사진의 살아있는 전설, 세바스티앙 살가도

▲ 코렘 캠프의 난민들(Ethiopia, 1984)

 세바스티앙 살가도 (Sebastiao Salgado)를 아는가? 브라질 출신으로 경제학을 전공하고, 73년 사진가로 입문한 이후 빈곤, 기아, 노동, 전쟁들을 테마로 주로 제3세계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20세기 최고의 포토 저널리스트로 추앙받아온 살가도. 그의 최신작품을 총망라한 기획전 ‘AFRICA’가 지난 2월 한국에서 열린 것을 계기로,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조명해보았다.

 
 카메라를 만나기 전까지 학자였던 그는 세계은행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아프리카를 자주 드나들게 되었다. 사진의 즐거움은 그를 프로 사진가의 길로 이끌었다. 1979년 ‘매그넘’ 가입 후 지금까지 대형 규모의 프로젝트 위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1986년부터 1992년까지 23개국을 다니면서 대규모 수공업 노동자들의 현장을 기록한 사진집 <노동자들>과, 1993년부터 43여 개국을 다니면서 도시화로 인해 자신들이 살던 시골을 버려야 했던 사람들을 기록한 <이주민>이 있다.
 그는 언제나 사진으로서의 작품 활동 너머의 ‘실천으로서의 작업’을 중시하며, 자신의 사진을 보는 사람들에게 ‘동정심’이 아닌 ‘동료의식’으로서의 감동을 기대해 왔다. 1984년의 국경없는 의사회 후원 프로젝트나 유니세프 소아마비 박멸 운동 참여 등 여러 이력은 사회참여로서의 사진 작업에 대한 그의 애착을 보여준다.
 작가 자신의 예술적 작업 이외에 생계를 위한 상업촬영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여러 사진가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살가도는 2007년 커피 브랜드 일리(illy)의 후원 아래 커피농장의 취재를 맡은 바 있다. 이 작업은 이전의 그의 프로젝트와는 조금 성격이 달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사회적 사진가로 불리기를 거부하지만, 커피농장에서 보낸 그의 유년시절과 고향에서의 커피, 사탕수수 재배 관련 생태학 프로젝트를 본다면 일리에서의 사진 작업은 단순히 상업적인 목적만은 아닌 듯해 보인다. 살가도는 부인과 함께 고국 브라질의 환경을 되살리기 위한 재단 ‘Instituto Terra’ 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 우리는 그의 새로운 프로젝트 ‘제네시스’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현대 문명이 환경에 끼친 영향에 관한 작업으로서 인간이 휘두른 문명의 야만성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자연을 기록한다. 땅과 물의 풍경, 동물과 원주민들과 같은 태초의 자연이 지니고 있는 맑고 순수함을 그리는 지구의 생태학적 대사시인 셈이다.
 
 수잔 손택은 살가도의 사진 자체에서,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초점, 모든 것을 그의 무능함으로 환원하는 그 초점의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사진에서의 완벽하게 짜여진 아름다운 구성도 종종 ‘영화적’ 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피사체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작품과 삶을 일치시키는 모습은 그의 사진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준다. ‘나의 사진은 예술도 아니며 단지 인간 비극을 기록하는 것도 아니다. 내 사진에서 나는 심지어 가장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살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 하는 인간 존재의 존엄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구현담 수습기자/계명
<lovelytale89@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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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의 꽃” 자취방 구하기

좋은 자취방의 조건과 계약 시 유의사항

 전국에 퍼져 있는 의과대학과 의전원. 집에서 가까운 의대에 입학하였다면 행운이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집에서 독립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자취방이 있다. 자취방은 대학생활과 20대의 인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전광식의 <배움과 믿음으로 도전하는 삶>에는 ‘2학년의 학업 성적은 너무 저조하여 1회 학사 경고를 받았다. 그리고 신림동에서 방 한 칸을 임대하여 친구와 더불어 자취 생활을 하였는데, 그 곳은 친구들과 모여 밤을 새우며 시국을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술을 마시는 아지트가 되었다.’ 라는 내용이 있다. 하루의 회포를 풀고 때로는 학업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우정을 쌓고, 나만의 시간을 통해 고뇌하는 자취방. 자취방을 선택할 때 꼭 고려해야 할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위치와 가격이다. 주로 학교와 가까울수록 비싸지는 경향이 있는데, 처음에는 좀 멀다 싶어도 금세 적응되는 경우가 많으니 적당한 거리에 적당한 가격의 방을 구하는 것이 좋다. 또 지은 지 너무 오래된 건물이나 그 해에 지은 새 건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벌레와 곰팡이와 새집증후군을 피하고 싶다면 말이다.
 자취 좀 해봤다 하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온수와 인터넷이다. 온수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집을 구하면 사는 내내 스트레스에 시달리니 꼭 확인하자. 인터넷은 비용이 관리비에 포함되는지 별도인지, 광랜이 지원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1년에 30만원 이상 비용을 지불하면서 느린 인터넷을 써야한다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루 종일 학교에 있어야하는 슬픈 의대생의 특성 상 택배를 받아주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
 가구와 전자제품도 확인하자. 책상과 침대, 옷장 등이 중요한데 자신의 것이 있다면 빈방이 좋고, 그렇지 않다면 잘 구비되어 있는 곳을 택해야 한다. 부엌에서 확인할 것은 가스렌지. 전기조리기는 성능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세탁기도 없으면 불편하니 공용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곳을 구하자.
 맘에 드는 자취방을 구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계약을 할 때의 유의사항들이다. 사기를 당하는 일은 흔하지는 않지만, 소소한 분쟁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보증금을 잘 돌려받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주택 계약에 대한 일련의 절차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크게 4가지를 주의해서 생각해 보아야 하는데 우선 ▲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야 한다. 계약하려는 자취방의 등기부 등본을 대법원 홈페이지 (http://www.iros.go.kr)에 가서 확인해야 한다. 확인해야 할 사항은 두 가지 인데 ‘갑’란 과 ‘을’란 이다. ‘갑‘란은 소유권 관련해서 쓰여진 란이다. 등기부 상의 소유자와 현재 계약을 하고 있는 사람이 동일인물인지 확인한다. ’을‘란은 계약하고 있는 건물에 저당이 잡혀있는지를 확인하는 근저당 관련 내용이다. 만약 저당이 있다면 보증금을 받기가 힘들어진다. (큰돈을 사기 당해서 보증금을 모두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자.) 저당이 있을 경우에는 (보증금+융자금) 이 집 값의 70%가 넘지 않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다음으로, ▲ 계약서 작성에 관한 내용이다. 등기부 확인에 문제가 없을 경우 집 주인을 직접 만나거나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해서 계약을 한다. 계약서에는 관리비와 월세, 어느 정도의 기간을 머물 것인지를 기재한다. 계약서를 통해 머무는 기간은 일반적으로 2년이지만 상호 합의 하에 정할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기간을 정하지 않거나 2년 미만으로 정한 계약은 그 기간을 2년까지 보장한다. 다만, 세입자는 2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다. 계약금은 일반적으로 10%정도로 한다.)
 세 번째로 ▲ 입주 및 잔금 지불관련 내용이다. 크게 주의해야 할 사항은 아니지만 자취방 계약 순서상 3번째에 속하는 내용이다. 간단히 말해서 들어가기로 한 날짜에 입주하면서 보증금에서 계약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 전입신고가 필요하다면 입주 후 동사무소로 전입신고와 함께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꼭 받아야 한다. 구두 약속은 법으로 잘 보호받지 못하고 종이로 서술된 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계약서는 필히 보관해 두자.

김태윤 기자/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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