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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못미 내성적 : 성적공개와 익명성 보장

 

지켜줘야 할 학생들의 권리

 

A모 대학의 P양
시험이 끝나면 우울한 기분도 잠시 뿐. 삼삼오오 모여 궁금한 문제를 맞추어 보는 무리만 무사히 지나치면 아무도 더 이상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설마 F는 뜨지 않겠지 하며 불안해하는 애들도 보이지만 곧 저녁 술 약속을 잡으며 다 같이 시험 끝난 기쁨을 누린다. 얼마나 잘 보았는지 못 봤는지 시험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알 수 있는 길이 없으므로 굳이 알려하지도 않는다. 시험지에 쳐놓은 별표를 떠올리면 우울하다가도 금세 잊어버린다. 학기가 끝나고 성적표가 뜨기 전까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B모 대학의 L양
또 그날이 왔다. 몇 번이나 더 반복되야 공개적인 성적 발표에 무뎌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과대가 강의실 뒤쪽에 등수별로 나열된 명단이 적힌 A4지를 붙인다. 벌써 확인한 애들이 웅성웅성된다. 상위권에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나보다. 안 그래도 시험 못 봐서 속상한데 이렇게 또 공개적으로 그 사실을 확인 받는 다는 건 정말 스트레스다. 친한 친구들의 등수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용기내서 명단을 살펴보니 점수는 낮지만 평소 등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들 어려웠나보다. 친한 친구 한명이 이번에도 뒤에서 3등이다. 착하고 성격도 좋은데 그놈의 술이 문제다. 이번에는 공부좀 시켜야겠다.

C모 대학의 K군
마지막 문제의 답을 마우스로 클릭하고 컴퓨터로 보는 시험이 끝나면 곧 내 점수, 등수가 뜬다. 물론 나 혼자만 볼 수 있다. 문제가 쉽다고 느꼈는데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평소보다 등수가 좀 떨어졌다. 돌아가서 내가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확인한다. 역시 실수가 많았다. 다음 시험은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험 없는 의대란 존재할 수 없으며 시험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하지만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자신이 어떠한 환경에서 공부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나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성적 공개, 익명성 보장이 다른 학교에서는 상상에만 불과한 꿈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학습 분위기 조성을 명목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성적공개. 학교 별 현황을 조사해 보았다.
설문조사는 총 22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시험 성적을 공개하는 학교로는 (가톨릭대 고신대 관동대 대가대 동국대 아주대 연세대 울산대 을지대 이화여대 인제대 한림대) 총 12개 대학이 있었고 6개 대학(경희대 계명대 단국대 원광대 전남대 중앙대)에서 성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성적 개별공지하는 학교와 닉네임 또는 아이디로 등으로 익명성을 보장받는 학교를 포함하여 모든 학년에서 성적에 대한 익명성을 보장받는 학교는 총 7개 대학이 있었다. (가톨릭대 관동대 동국대 아주대 연세대 울산대 인제대)

그렇다면, 성적 공개 여부, 또 공개 방법 등에 있어서 ‘학습 분위기나 동기들 사이에 어떤 영향을 주며, 어떤 방식에 학생들이 가장 만족하는지’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익명성 보장 없이 모두 공개하는 학교

 

시험이 끝날 때마다 A4용지 한 장에 이름, 학번, 점수, 등수가 찍혀 교실 뒤에 붙는다면?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것이 전반적인 의견이다. 물론 공부를 하지 않아 낮은 점수가 모두에게 공개 되는 것은 부끄러우니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하지만 경쟁이 필요 이상으로 치열해지고 매 시험마다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점수만 전체 공개하는 한 학교의 학생은 ‘성적 나올 때마다 합산해서 등수를 매기고 내가 얼마나 되는지, 내 뒤에 몇 명이나 있는지, 얘보다는 몇 등이나 높은지 확인하고 안심하는 것이 반복된다. 다들 이기적이고 까칠해지는 것 같고, 성적 좋은 사람끼리도 더 좋은 성적 욕심으로 서로를 시기 질투한다’며 성적공개가 동기들 사이를 틀어지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학생은 ‘의대라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줄세우기 문화가 문제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소집단인 이곳에서 학생들을 줄을 세워 동기가 경쟁자로 인식되는 기분은 썩 유쾌하진 않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반면, 처음 몇 달이 힘들어서 그렇지, 익숙해지고 나면 긍정적인 부분도 많다는 학생도 있었다. ‘익명성을 보장한다 하더라도 어떤 루트로든 뒤에서 성적 얘기를 할 수 밖에 없는데, 다른 말 나오지 않게 다 공개하는 것이 편하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닉네임이나 꼬리표를 통해 익명성을 보장하여 공개하는 학교에서도 동기들끼리 서로 물어보거나 교수님이나 조교님의 말씀을 통해 결국은 개인의 성적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아예 공개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학생은 성적공개 때문에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안 했으면 더 불안했을 것 같다고.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혹시 유급권에 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들을 확인할 길이 없었을 것이니 말이다.
다양한 이견 외에 이런 공개방식을 가진 학교의 학생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존재했다. 무책임한 전체공개 방식은 학교 측의 학업 분위기에 대한 무관심의 결과이며, 좋은 인성을 가진 의사를 배출해 낼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익명성을 보장하며 공개하는 학교

 

익명성을 보장받는 학교의 학생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성적공개가 너무나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다른 학교에서 왜 ‘성적공개’에 대해 질문하고 관심을 갖는지 의아해 하는 경우도, 공개하지 않는 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라는 경우도 있었다.
학생들은 ‘학번 자체가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라 딱히 공개 때문에 스트레스 더 받는 것은 없다. 그냥 자기 시험 망친거만 짜증날 뿐’이라며, ‘안 알려줬으면 궁금했을 것 같고 학업분위기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이처럼 개인의 점수를 본인만 확인할 수 있게 하는 학교에서는 유급이 많은 과목에 한해 학생들끼리 자체적으로 쪽지에 익명으로 점수만 적어 분포를 확인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익명성을 보장받는다 하더라도, 40명 내외의 적은 인원의 학교에서는 한 학기만 지내보면 알음알음으로 결국은 성적이 윤곽을 드러낸다고 했다.
익명성을 보장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었는데, 개인이 정한 닉네임만 표시해 본인만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경우, 꼬리표로 나누어 주는 경우, 학과 사무실에서 개인에게 나누어주는 암호를 제시하면 성적을 알려주는 경우 등으로 아주 다양했다.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학교

 

학교 분위기는 평화롭지만 그 속에서 불안함과 답답함이 존재하는 듯 했다. 거기다가 당장 보이는 결과물이 없으니 나태해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란다.
일절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학교에 크게 불만을 나타낸 한 학생은 ‘어떤 근거로 학점이 나오는지 자신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도저히 판단할 수가 없어서 다음 시험을 준비하는데도 답답한 부분이 많다’며, 더 큰 문제는 학기가 끝나고야 성적을 알 수 있어서 유급할 정도의 성적인지 모르고 있다가 뒤통수 맞은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소한 진급이 힘들 수도 있는 학생들에게는 개인 통보해서 공부하도록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도 비췄다.
또 다른 학생은 ‘점수를 모르니 맘 놓고 놀다가 유급할 수도 있어서 좀 불안하다. 차라리 내 점수를 알면 다음 시험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라도 들 것 같은데, 모르니 답답하다’고 의견을 전해왔다.
그리고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 학교는 대체로 문제나 정답도 공개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피드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공부 양 자체만으로도 벅찬데, 성적까지 공개한다면 심한 경쟁으로 더한 스트레스가 올 것 같다는 의견을 준 학생은 ‘성적을 공개하면, 성적으로 판단해서 친구를 대할 수도 있고 분위기가 흐려질 것 같다’고 했고, 다른 학교의 한 학생도 ‘성적이나 등수를 전체 공개하는 것은 지나친 스트레스를 줄 것 같고 딱히 크게 학습 분위기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매 시험마다 개인별로 성적을 알려준다면 다음 시험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의 신청

 

성적 공개 여부와 함께 이의 신청에 대해서도 함께 질문했는데, 학교별로 성적 공개 방식에는 큰 차이를 보이는 반면, 이의신청에 관련해서는 다소 비슷한 양상이었다. 의대의 특성상 교수님께 직접 이의를 제기하러 찾아가기가 힘드니 가능하더라도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문제가 대부분 객관식인데다 교수님까지 찾아가며 성적을 잘 받으려 하는 이미지가 생길까 봐 더더욱 이의신청은 하지 않는 분위기인 학교가 많았다.
어떤 학교에서는 성적에 민감한 학생들이 많은 학번 분위기인 경우에 몰래 교수님 찾아가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이의신청이 많은 경우 나중에 복수 정답 인정해주시는 교수님도 있긴 하지만, 성적 변화가 거의 없어 나중에는 소득이 없다는 걸 알기에 결국은 별로 가지 않는다고 한다.

 

맺으며

 

학생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그다지 많지 않은 의대에서 성적은 무척 중요한, 어쩌면 객관적인 유일한 기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학교의 모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없었지만, 다양한 학교의 경우를 통해 미루어 봤을 때, 성적을 공개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공부의 방향을 잡을 수 있게 해야 하되 개인의 익명성은 어느 정도 보장하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학생이 말했듯이, 힘든 의과대학 공부를 하면서도 최소한 ‘의사가 될 사람들의 인성’은 지켜낼 수 있는 분위기는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험 그 자체를 치러내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성적을 어떻게 처리하고 활용하여 더 나은 자원으로 쓸 것인가에 대한 학교 측과 학생 사이의 유연한 대화가 필요할 것이다.

 

문정민 기자/중앙
<jmmoon@e-mednewws.com>
하진경 기자/계명
<jinkyeong@e-mednews.com>

국가장학금, 어디까지 알고 있니?

 

국가적으로 중요한 선거를 두 번이나 치르는 2012년의 대한민국. 여당이든 야당이든 너 나 할 거 없이 반값등록금을 선거 공약으로 외치고 있다. 그래서 반값등록금 정책 공약이 혹여나 포퓰리즘적 공약은 아닌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와는 별도로 정부는 가계부담 완화 대책 마련 정책의 일환으로 ‘국가장학금’이라는 사업을 신설해 올해 그 첫 시행에 들어갔다. ‘국가장학금’은 준 정부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총 1조 7,500억원 규모의 장학금이 지급되는 복지사업이다. 국가장학금 사업의 운영방식과 최근 불거진 문제점들을 집어보았다.

 

#1. 국가장학금은 어떻게 운영되나?
- 국가장학금 Ⅰ유형과 Ⅱ유형

국가장학금 Ⅰ유형은 저소득층의 고등교육 비용을 실질적으로 줄여주기 위해 등록금 기준지원액(450만원-국·공립대 연평균 등록금 수준)의 일정비율을 정부가 직접 지원해 주는 형식이다. 총 지원 금액은 7,500억원으로, 정해진 성적조건을 만족하는 소득 3분위 이하의 대학생이라면 소득 분위별 지급률(표 참고)에 따라 장학금이 지급된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정부가 지원율을 정하지 않고 대학이 스스로의 여건에 맞게 지원대상과 수준을 정하여 지원하는 형식이다. 총 지원금은 1조원 규모로, 소득 7분위 이하의 학생을 대상으로 대학이 자체적 기준을 만들어 장학금을 지급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정부지원과 동일한 수준의 등록금 동결·인하 등을 실시하는 것을 전제로 정부와 MOU를 체결한 대학만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Ⅰ유형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도 Ⅱ유형의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등록금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복 수혜가 가능하다.

 

#2. 나의 소득분위는 어떻게 확인 할 수 있나?

소득분위는 성적과 함께 장학생 선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한국장학재단에서는 그것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공개하고 있지 않아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학생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소득분위란, 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료 산정을 위해 적용되는 부과요소들을 활용하여 전국 가구 평균 소득 금액을 10개 그룹으로 나눈 일종의 등급제도라고 할 수 있다. 소득수준이 하위 10%에 해당하는 가구는 1분위에, 상위 10%에 해당하는 가구는 10분위에 분류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장학재단에서는 국가장학금 사정시 “▲소득확인대상 - (미혼인 경우) 본인+부모, (기혼인 경우) 본인+배우자 ▲소득합산범위 - 표준보수월액, 소득정보, 재산정보, 자동차정보, 경제활동지수 ▲소득분위기준 - 통계청발표 소득분위별 가계수위표를 활용”과 같은 3가지 소득분위별 산정기준을 정하여 판단한다.
소득분위기준은 매 분기마다 통계청에서 ‘월실질소득 10분위표’로 발표되는 반면, 한국장학재단에서 이용하는 소득분위자료는 통계청발표 자료에 표준보수월액, 소득정보, 재산정보, 자동차정보, 경제활동지수 등의 지표 등을 고려해서 만들기 때문에 한국장학재단에서 발표를 하지 않는 이상, 외부에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한 소득 분위 산정 기준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현 기준은 부모의 소득과 부동산만 포함되고, 부채 부분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수입이 모두 공개되는 월급쟁이와 수입이 있더라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서민들은 불이익을 보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3. 나는 학자금 부담이 오히려 더 늘었는데...?

대학생들의 학자금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장학사업 시행 이후 오히려 학자금 부담이 늘었다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 원인으로 대학들의 등록금 동결·인하 조치가 정부의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의 경우 대학이 얼마나 등록금을 인하했는지에 따라 정부 지원금의 지급률이 결정된다. 하지만 주요 대학들의 평균 등록금 인하율이 기대했던 수준에 미달되는 2%에 그쳐 정부가 배정했던 예산 가운데 일부만이 국가장학금 Ⅱ유형으로 배정되었다. 그에 따라 학생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다른 부분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일례로,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국가장학금 사업의 시행으로 장학생 수가 늘었다며 교내 장학금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삭감했다. 그런데 국가장학금을 통해 지원 받은 액수는 삭감된 교내 장학금 금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던 경우가 많아, 학생 한 사람이 실제 지원받은 전체 장학금 액수가 많게는 150만 원 정도 줄어든 사례도 있다. 이는 기존의 장학 사업을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대학의 공조가 미흡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을 인식한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13일 ‘관계부처 복지 T/F(Task Force) 회의’를 열어 그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가장학금 사업은 항구적으로 도입된 중요한 복지제도이므로 제도가 성공적으로 착근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일부 미비점은 추가 실태조사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원 기자/전남
<parkjw88@e-mednews.com>

영국의 의대생

86호(2012.04.16)/의대의대생 2012. 4. 18. 19:25 Posted by mednews

 

영국의 의대생

 

패션과 음악의 도시, 영국 멘체스터 의대 5학년 김민영양

 

세계 각지의 의대생들을 만나는 시간, 이번엔 elective program 차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를 돌고 있는 영국 멘체스터 의대 5학년 김민영양을 만나보았다.

 

Q. 요즘 어떻게 지내나?
2월 초에 한국에 와서 처음 2주 동안은 여기 학생들과 함께 순환기 내과 실습을 돌았고, 이후부터 교수님들 외래참관과 설문조사를 위주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Q. 영국 의대의 대략적인 커리큘럼은?
영국은 5년제로 1,2학년은 한국의 예과개념에 해당하고 3,4,5학년은 본과 개념에 해당해요. 본격적으로 병원 실습을 도는건 3학년 때 부터지만 1,2학년 때도 환자와의 인터뷰를 위해서 일년에 두어번 정도 병원을 방문했어요. 본과 3학년부터 실습을 도는 한국을 보면 영국의 옛날 시스템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국도 예전엔 수업위주였지만 지금은 아주 실습 위주로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죠.

Q. 예과시절엔 무엇을 어떻게 배우나요?
의대마다 다르지만 멘체스터 의대는 PBL을 중요시 하는 편이에요. 일주일에 두 번씩 총 세 시간의 PBL time을 가지죠. PBL 이외도 예과기간동안 생화학, 분자생물학, 생리학 미생물학, 약리학 등의 기초과목도 배워요. 기초과목을 배우는 동안 임상과목 강의도 함께 들어요. 1학년 1학기에는 "HLB (heart lung blood)"라고 해서 한국의 순환기 호흡기 혈종에 해당하는 과목을 배우고, 1학년 2학기에는 “NME(nutrition metabolism endocrinology)” 소화기 내분비에 해당하는 과목들을 배우죠. 2학년 땐 신경, 정신, 정형외과를 과목들을 배워요. 이런 기초 임상 강의 외에도 2주에 한번 씩 심폐 소생술, 응급처치, 혈압측정, 청력측정, 약 처방법 등 의사라면 당연히 알아야할 것들에 대해서 배우고, 일주일에 1시간씩 해부학 실습도 했어요.
이렇게 기초 임상 과목 강의를 듣는데 필요한 시간은 일주일에 총 7시간이에요. 하지만 이런 강의들도 꼭 들어야 한다는 개념이 아니고 출석체크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듣고 싶지 않으면 안 들어도 돼요. 하지만 학기가 끝날 때 마다 시험을 쳐서 하위 10% 정도는 재시를 쳐야 하고, 재시를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은 제적을 당하기 때문에 공부는 해야 하죠. 하지만 본과 이후론 재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해서 바로 제적을 시켜버리진 않고, 유급 처리를 해서 1년 더 학교를 다니게 해요. 영국 의대도 한국처럼 족보가 있어요. 인쇄해서 보진 않고, 서로 메일로 교환해요.

Q. 3학년이 되면 본격적인 실습에 들어가는데 어떤 것을 배우게 되나요?
3,4학년 2년 동안, 4주 간격으로 과를 돌아가면 배워요. 한국처럼 정해진 스케줄이 있는게 아니라 선택권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시간을 잘 짜는게 중요해요. 다른 과 실습을 돌던 와중에도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과목은 학교에 신청해서 외래나 실습에 들어갈 수 있어요.
5학년 진급 전엔 다시 실습을 돌고 싶은 과 list를 적어내요. 이걸 학교에서 정리해 자신이 원하는 과 위주로 복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죠. 이렇게 본인이 부족하다 생각하는 과목의 실습에 더해 종양학 4주 실습을 도는게 5학년의 전반적인 일정이에요. 5학년 땐 1월과 5월에 큰 시험이 있기 때문에 이 시험 고려해 일정이 이루어지죠.

Q. 방학엔 주로 무엇을 하나요?
예과땐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각각 세달, 한 달이지만, 본과 여름방학은 한 달에서 한 달 반, 5학년 겨울방학은 고작 열흘이에요. 방학이 짧은 건 어느 나라 의대를 가나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방학이라고 마냥 노는 건 아니고, SSC (student selective component) 과제를 해야 하는데, 본인이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 간단한 논문을 작성하는 일이죠. 5학년 여름방학 땐 elective program이 있기 때문에 SSC는 안해도 되구요.
 
Q. 영국 의대생들은 여가시간을 어떤 식으로 보내나요? 미팅, 소개팅도 많이 해요?
영국의대에도 오케스트라, 스포츠, 자선단체 같은 동아리가 있어요. 저도 자선단체의 일종인 “medaidman-chester”를 운영하고 있구요. 친구들은 동아리활동 이외에도, 개인적인 활동이나 지역 활동도 열심히 해요. 사실 학교 동아리보단 지역활동에 더 열심히죠.
미팅, 소개팅 이외에도 대학에서 주관하는 ‘스피드 데이트’라는게 꽤 있는데 재미있어요. 미드를 많이 본 사람들이라면 알텐데, 작은 테이블 두 사람 좌석을 마련해놓고 이야기하다가 종이 “땡” 치면 옆 테이블로 옮겨가는 식이죠. 그리고 의대 내에선 CC가 굉장히 많은 편이에요. CC로 지내다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처음에 입학했을 때 교수님도 이런 말을 하셨죠. “너희들 중 5%는 서로 사귀게 될꺼다”

Q. 영국에도 신입생 환영행사 같은게 있나요?
한국처럼 입학이전에 신입생들을 모아서 교육하는 OT 같은 건 없어요. 하지만 fresh year fair 라고 해서 입학한 뒤 1년 동안은 거의 매일 파티가 있다고 봐야 해요. 학교에서 주관하는 큰 규모의 파티도 있고, 개인이 주관하는 소규모의 파티도 있죠. 파티라고 해서 매일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건 아니에요. 멘체스터는 음악과 패션이 발달한 곳이라 다양한 분위기의 Bar가 많고, 그만큼 다양한 분위기의 파티도 즐길 수 있었죠.

Q. 영국의 의대와 한국의 의대를 둘 다 체험해보셨죠, 비교하면 어떤가요?
영국도 한국만큼이나 의대, 법대 인기가 높아요. 한국에 와서 여기 학생들과 짧게 나마 실습을 돌았는데 이쪽 학생들이 확실히 스마트한 것 같아요. 하지만 자유시간이 없다는게 너무나 안되었어요. 저는 빡세게 수업을 시키는 것 보단 널널하게 수업을 진행해서 본인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하게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한국학생과 영국학생의 차이는, 한국 학생들이 더 단결력이 강하고 서로에게 친근하다는 것 같아요. 교수님들은 영국에 비해 권위적이지만 본인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신 것 같아요. 영국의 교수님들은 학생에게나 환자들에게나 친구 같은 분위기거든요. 아 그리고, 한국 교수님들이 수업을 굉장히 잘하세요. 영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열심히 수업을 듣고 간다니까요?ㅎㅎ

Q. 그럼 두 나라의 병원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교수님들이 외래환자들을 정말 많이 보세요. 영국에선 한나절에 20명 정도만 보거든요? 그런데 여기선 정말 환자들이 쉴새 없이 왔다갔다해요. 영국은 환자들이 진료를 받을 때 돈을 한푼도 안낸다는거 아시죠? 그런데 여기 환자들은 돈을 지불해서인지 태도가 조금 erogant한편이에요. 의사 선생님들도 환자들에게 더 respectful하구요. 하지만 그 만큼 환자들의 병원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요.
저 말고도 다른 곳에서 elective program을 온 친구들에게서 들은 얘기인데, 여기 교수님들이 술기가 훨씬 뛰어나데요. specialized treatment의 장점인 것 같아요. 시설 면에선 한국 병원이 정말 잘되어 있어요. 영국은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병원이 거의 없거든요. 이동하기가 정말 편해요. 그 외엔 병원 밥이 맛있다는 것과 간호사분들이 정말 예쁘다는거?ㅋ

Q. 영국의료는 국가에서 모든 의료비를 보장하는 NHS(national health system)로 유명하죠. 본인이 생각하는 NHS의 장점과 단점은 뭔가요?
영국에선 VIP room은 꿈도 못 꿀 일이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진료를 받고, 병원에 돈을 지불할 일이라곤 없어요. 심지어 심장이식까지도 모두 공짜죠. 하지만 무료진료이다 보니 경미한 증상만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고, 이 때문에 국가에서 부담해야할 빚도 점점 많아지고 있는 상태에요. 환자가 많아서, 응급이 아닌 일반 외래는 1-2달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게 보통이구요. 그리고 환자의 선택권에도 제한이 있어요. 영국에선 본인이 진료 받고 싶은 의사를 지정할 수 없거든요.

Q. 앞으로 민영씨의 계획과 꿈은 뭔가요?
International cardiologist가 되는 겁니다! 그걸 위해선 일단 5월에 있는 시험을 잘 봐야겠죠?ㅋ (영국은 의사국가고시가 없고, 학교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7월에 졸업하고 8월부터 일하게 될텐데, 2년간의 foundation year(FY)을 거치고 나면 speciality training program(STP)을 거치게 될거에요. FY는 인턴, STP는 레지던트에 해당하는 개념이라 보시면 되요. STP는 한국처럼 3년 혹은 4년이라는 정해진 기간이 있는게 아니구 본인이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 빨리 끝날 수도 늦게 끝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최소 5년, 외과라면 최소 6년이 보통이에요.

Q. 8주간의 elective program을 끝내고 영국으로 돌아가는 소감은...?
8주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많은 것을 배워가는 시간이었어요. 영국에 계시는 부모님이 보고 싶은 걸 보니 “이제 내가 갈 때가 되었구나” 싶은데, 떠난 뒤 여기 사람들을 못 볼 생각을 하니까 또 슬프기도 하네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음에 꼭 다시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e-mednews.com>

 

칼보다는 펜, A+보다는 B-의 포텐셜을 믿는 의학기자 홍혜걸

 

‘의학박사’, ‘국내 의사출신 의학전문기자 1호’, ‘중앙일보 최연소 논설위원’ - 모두 한 사람, 의학전문기자 홍혜걸에게 붙는 수식어들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92년부터 근 15년간 중앙일보 기자 및 논설위원을 지냈던 그는 현재 다양한 의학정보를 전달하는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이같은 탄탄대로를 달려온 홍혜걸은 어떤 사람일까. 그의 진짜 이야기가 궁금해 직접 도곡동 사무실을 찾았다.

20평 남짓한 공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카메라를 비롯한 각종 촬영기구들. 사무실 한 켠의 소파에는 노란 점퍼를 입은 홍혜걸씨가 앉아있었다. 예상했던 반듯한 엄친아가 아닌, 왠지 모를 ‘자유분방함’과 ‘거침없음’이 배어나왔다.

 

▲ 프리랜서로 일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하시는 일이 궁금합니다.

중앙일보를 2006년도에 나왔어요. 그 이후로는 프리랜서죠. 이제 의학기자 일을 하지만 매체에 소속되지 않고 신문이나 방송에 자유롭게 출연해서 글을 기고하거나 방송출연도 하고 있습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예전에는 신문사나 방송국이 제왕적인 권력을 구가했지요. 그래서 정보가 왜곡이 되고 과장된 언론보도가 나갔는데 지금은 통신의 발달로 그 카르텔이 깨진 겁니다. ‘나꼼수’가 대표적이죠? 1인 미디어. 그런데 이제 의학도 이런 게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최고의 통신망을 갖추고 있고, 의료 면에서 비용대비 최고의 인력을 갖고 있는 나라에요. 이 두 가지를 접목해서 의료정보 분야에 훌륭한 미디어를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비온뒤’* 라는 걸 통해서 전문가들의 인터뷰나 시술하는 장면을 누구나 볼 수 있게 하는 거죠. 지금까지의 의학정보는 활자 위주였지만 우리는 동영상으로 직접 보여주는 겁니다. 원하는 정보를 디테일하게 지원하는 동영상의학백과사전, 또는 의학방송국 - 이런 역할을 하는 거죠. 인터넷만 되면 어디서든 볼 수 있게요.


▲ ‘비온뒤’는 메디컬 포털의 초석쯤이 되겠군요. 전망이 좋다고 보십니까.

지금은 몇 군데 안 되는데 앞으로 많이 생길 거예요. 진입장벽이 낮거든요. 왜냐면 봐봐. 우리 사무실에 카메라에 뭐 별거 없죠? 개인이든 병원이든 관심만 있으면 찍어서 동영상 올리는 거 어렵지 않아요. 문제는 이걸로 어떻게 머니메이킹을 하느냐지.


▲ 사실 그 부분이 궁금합니다.

 지금 돈 버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길게 보고 투자를 하는 거지. 아마 광고는 가능할 것 같아요. 메디컬포탈이 되면 사람들이 많이 와서 트래픽이 많이 걸리고, 동영상 시청이 올라가면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나 인터넷사이트가 우리 쪽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것들은 나중에 생각하고, 결국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의학기자인데 좋은 일 좀 해보자는 취집니다.


▲ 결국 취지는 어려운 의학지식을 일반인들한테 쉽게 알리려는 거군요.

그렇죠. 아직 덜 알려졌지만, 컨텐츠는 지금 300개 정도 만들었거든요. 앞으론 수만 개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들어와서 더 많이 볼 수 있게 할 겁니다. 그리고 꼭 일반인에게만 메리트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의사들을 위한 사업이기도 해요. 의사들은 자기가 하는 수술이나 약물이나 진단에 철학이 있는데, 막상 병원에 오는 환자에겐 똑같은 얘기를 해야 합니다. 대학교수나 개업의들은 그것에 대한 불만이 있어요. 우리가 그걸 해결해주는 거지. 그 다양한 철학을 위한 마당을 열어드리겠다는 겁니다. 양심과 실력 이 두 가지만 겸비가 되면, 누구나 와서 무료로 찍을 수 있고 또 우리 국민들은 그걸 다 보는 거죠. 선생님들도 와서 많이 봐봐(웃음). 포탈을 확대하면 의대생들을 위한 강연도 많이 만들고 싶어요.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을 하고 싶어 하는 교수님들도 많아서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결국 ‘비온뒤’는 의학기자 홍혜걸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칼보다 펜을 선택하고, 보통의 의사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 그가 어떻게 ‘의사’와 ‘기자’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을까.


▲ 남들과는 상당히 다른 길을 걸어오셨는데, 학생시절도 그러셨나요?

나는 별명이 골동품이었어요. 학교에선 아주 케케묵게 그냥 조용히 살았지. 본과 2학년 때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학생을 만났는데 잘 진행이 안됐어요. 그래서 어린마음에 많이 상처 받던 기억이 나고. 그럴 때 괜히 분풀이를 하잖아요. 그냥 의사가 되지 말고 엄청나게 멋있는 모습으로 금의환향해서 나타나서 복수(?)하려고 했죠. 어떤 생각을 했냐면 우리나라 최초로 사법시험까지 합격하는 그런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을 해요.


▲ 그 시절엔 그런 의사가 없었나요?

없는 줄 알았지. 그래서 법학책 사서 실제로 공부를 했어요. 사시 준비를 했다고. 그런데 마음대로 안 되죠. 인턴 갔다가 군의관가가지고. 군의관 때도 계속 법학공부는 했는데 내가 허리를 좀 심하게 다쳤어요. 결국 1년 만에 의병제대하고 나왔는데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요. 실연당한데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얼마나 답답하고 힘들었는지. 실의에 찬 나날을 보내는데 마침 중앙일보에서 의학전문기자를 처음으로 뽑는다고 공고가 났어요.


▲ 그게 국내 최초였나요?

의사출신 기자는 나보다 15년 전에 한명 더 있었어요. 의학전문기자 타이틀은 내가 최초야.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했어요. 그런데 하다보니까 재미있고 보람도 있고... 내가 술 마시고 사람만나고 글 쓰는 걸 좋아해요. 너무 적성에 맞아. 그렇게 시작한 게 계속 이어진거에요. 92년부터 2006년까지니까 거의 한 15년 정도 한 거지. 요약하면, 특별한 사명감이 있어서 한 건 아니고 우연히 중앙일보에서 의학전문기자 공고를 보고 시작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학교 다닐 때 한번 호되게 차였는데 열받아서 더 멋있는 모습으로 변신하기 위한 엉뚱한 행동이 동기가 됐다 - 이렇게 생각하면 되겠네.


▲ 의외네요. 쉽지 않은 커리어인데, 우연히 입사하셔서 남부럽지 않게 쌓으셨네요.

내가 신문사 들어와서 거의 10년 다 돼서 방송 나오기 시작했죠. 반향이 좋았지. 시청률도 잘 나와서 여기저기 불려 다녔지. 한때 KBS, MBC, SBS 등등 다섯 개 채널에 짤막한 라디오, TV까지 합치면 11개를 방송을 한 적도 있어요.
사람들은 의사로 기자 들어가면 누구나 대접받고 TV 광고도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10년 동안 맨땅에 헤딩한 걸 몰라요. 그 과정이 있었다는 걸 알아야 돼요. 나는 수습도 똑같이 다 했어요. 사회부 동기기자들이랑 새벽4시에 경찰서, 병원 돌아다니고 그랬죠. 차별 없이 한 10년 치열하게 하니까 신문사가 나를 믿어준 거고. 그래서 나도 후배들에게 너도 신문사 들어오면 의사 프리미엄을 벗고, 똑같은 한 사람의 기자로서 적어도 몇 년 동안 너의 위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들어왔다고 바로 폼 잡고 다니지 말라고 했죠.


▲ ‘의학전문기자’에 대한 수요가 꽤 컸군요.

그때 사실은 다른 분야의 전문기자도 많이 뽑았어요. 법률, 외교, 음악, 철학, 또는 경제 등 다양한 분야로 박사급을 뽑았는데, 지금 다 사라지고 의학기자만 살아남았죠. 지금 보건의료비가 GDP의 6%정도 될 거예요. 미국은 한 15%정도 돼요.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자동차나 집보다 보건의료에 관심이 높아지니까 그 수요는 계속 증가할 거라고 봐요.

지금 의학전문기자가 없는 매체가 없습니다. MBC, KBS, SBS도 다 있고 한겨레도 있고. 매일경제도 있고. 이건 나의 공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언론사에 의사출신 기자가 한명쯤은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건 나의 큰 자부심입니다. 다만 끝까지 언론사에 남지 못하고  뛰쳐나와 후배들을 못 챙겨준 게 미안하죠. 황우석 사건 때 하도 데여가지고. 지금 현업에 있는 의학기자들도 많잖아요. 그 사람들도 내가 잘 챙겨야줘야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 ‘비온뒤’를 하는 것도 있어요.



그가 걸어왔던 길이 역동적이니만큼, 바라보는 세상 역시 역동적이다. 의학은 보수적인 학문이지만 의학과 사회가 만나는 접점은 꽤나 유연하다. 그 경계에서 소통을 시도해온 홍혜걸이 의사와 의대생들에게 하고픈 말은 무엇일까.



▲ 지금 주력하고 계시는 일반인과 의학의 ‘소통’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의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우리 의사들은 의대와 수련생활 10여 년 동안 의학에 대한 숲을 배웁니다. 반면에 일반인들은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의, 상당히 지엽적인 지식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의사들이 할 역할은 여전히 많습니다. 미디어가 협조자라고 생각해야 돼요. 의사들이 미디어에 올바른 정보를 주고, 함께 힘을 합치는 거죠. 그리고 파이를 키워야 합니다. 의사들끼리 작은 파이를 놓고 아귀다툼하는 건 매우 잘못된 겁니다.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디어, 인더스트리, 리서치 등등도 있고 다양해요. 화이자, MSD 이런 제약회사들이 시가총액이나 시장규모가 어마어마한데 디렉터들이 다 의사에요. 이지함 피부과라고 들어봤어요? 이 사람들이 레이저 같은 미용피부를 도입한 겁니다. 처음에는 의사들이 심하게 비난했어요. 돈밖에 모른다고, 질병을 치료하지 않고 이런 걸 하느냐 욕했죠. 그런데 요즘 피부과의사들 중에 미용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결국 그 사람들로 인해서 파이가 커진 거예요. 의사들이 자기 전문적인 영역에서 바운더리를 넓혀 가야지 이 작은걸 나눠먹겠다고 하는 건 잘못됐다는 겁니다.


▲ 시야를 넓히라는 거군요.

5년의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꼭 밟을 이유는 없어요. 여러분도 그냥 개업의가 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항상 눈을 더 높이 뜨고 재밌게, 더 오래할 수 있는 일이 또 뭐가 있나, 의학과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뭔지 고민을 많이 해봐요. 지금까지는 플랫폼의 시대였죠. 플랫폼을 근사하게 만들고 포탈이든 통신회사든 그걸 장악하려고 피터지게 싸웠는데 이제는 플랫폼은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은 ‘진짜 컨텐츠’의 시대고, 여기에 가장 어울리는 분야가 바로 의학이야. 발전분야가 무궁무진한 게 의학입니다. 포텐셜이 크잖아요. 여기는 앞으로 노다지에요.


▲ 보통 학생들은 학교에서 임상 공부를 하며 당연히 임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또 다른 길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접할 창구가 많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한 사람의 임상의사도 지역사회에 충분히 의미가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다 그렇게 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의과대학 공부 졸업을 하고 나오면 의사면허를 따지. 일단 그건 하세요. 면허가 주는 안정감이 있으니까. 기본으로 영어는 잘 배워두고, 그 외에 컴퓨터와 관련된 오퍼레이션을 잘 다루도록 노력하고. 그 다음부터 이제 눈을 좀 돌려보세요. 여러분들한테 나도 구체적인 얘기를 못하겠습니다만, 분명한 건 우르르 몰리는 데로 가면 n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겁니다. 해마다 의사가 5천 명이 나옵니다. 임상의사만이 답이 아니고, 다른 분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은 확실합니다. 제약회사로 들어간 친구도 있고, 방송작가가 된 후배도 있어요. ‘외과의사 봉달희’도 그 후배가 쓴 겁니다. 또 연구하러 미국에 가거나 대체의학 한다고 하는 친구도 있어요.


▲ 결국 학창 시절에는 ‘기본적인 능력’을 키우라는 말씀이신가요.

중요한 건 ‘포텐셜’입니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항상 포텐셜을 중시하는 학창생활을 보내라는 겁니다. 퍼포먼스를 중시해선 안돼요. 지금 당장 시험을 잘보고, 학점을 잘 받고, 인기 있는 과에 들어가고 ? 이런 게 퍼포먼스 베이스 라이프에요. 퍼포먼스는 학생들이 취할 자세가 아니야. 학생은 무조건 포텐셜이에요. 지금은 더디지만 미래의 저력을 쌓는데 도움이 되는 것, 그런 걸 하세요. 그래야만 나중에 큰 열매를 얻습니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면을 잘 들여다보고, 많이 어슬렁거리고 기웃거려보세요.


▲ 마지막으로 당부해 주실 말씀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태도가 냉소적이에요. 조금만 이익이 되면 매달리고, 안되면 관심 없고. 그런데 그게 참 보기 안 좋습니다. 내 지론은 A+ 대신 B- 받으면서 포텐셜을 가진 학생이 되라는 겁니다. A+ 받으려고 시달리면서 완전히 고갈시켜버린 학생보다, B- 정도의 성적을 유지하면서 안목을 키우고 진짜 실력을 키우는 학생이 성공한다고 믿거든요. 공부든 연애든 학생답게 낭만적이고 순수하고 착한, 나이브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래야만 소신 있게 창의적인 길을 갈 수 있어요. 손해 본다 생각하지 말고 우직하게. 그게 스티브 잡스의 이론 아니에요. Stay foolish, Stay hungry.

 

김정화 기자/한림
<eudaimonia89@e-mednews.com>
장진기 기자/울산
<showbu@e-mednews.com>

 

※ 비온뒤 (http://www.aftertherain.kr/) : 홍혜걸씨가 직접 운영하는 홈페이지로 각종 생활의학정보에 대한 기사, 강연, 동영상 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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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시 공부가 비싸진다

 

국시 문제집 가격 갑자기 큰 폭으로 인상


의대협 ‘합리적인 가격의 국시문제집 제작 계획 중’

 

매년 신학기가 되면 의대생들은 새 책을 구매하기 바쁘다. 해리슨 등의 원서도 필요하고 퍼시픽 매뉴얼같은 책도 필요하다. 하지만 국시를 앞둔 본과4학년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책은 국가고시 대비 문제집. 대한민국 의과대학 학생이라면 국시를 위해서 누구나 살 수 밖에 없는 책이다. 많은 문제집들 중 학생들이 가장 많이 보는 책은 P사의 KMLE 예상문제풀이.
그런데 그 책의 가격이 올랐다. 올라도 너무 많이 올랐다. 학생들의 반발도 많고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문제집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3.5% 대 38%

 

KMLE 문제집 시장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문제집은 P출판사에서 나오는 KMLE 예상문제풀이. 이 문제집의 2010년판 전권 세트 정가는 21만 7000원이었다. 2011년에는 세트의 정가가 23만6000원으로 전년대비 인상률로 봤을 때 9%정도 인상된 가격이었다. 인상률이 그리 낮은 편은 아니지만 그 전년도보다 2만 원 정도 비싸진 것으로 학생들이 크게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 2012년 세트의 정가는 32만5000원. 9만 원 정도 인상된 가격이며 인상률로 봤을 때는 대략 38%, 즉 40% 가까이 오른 가격이다. 당장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왜 이렇게 갑자기 많이 오른 것일까? 먼저 주요 원인이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이라고 생각해보자. 실제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거나 제작하는데 인건비가 추가되면 출판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12년 1월 생산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3.4%, 그리고 2월 생산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3.5%. 물론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자료가 실제와 차이가 있고 소비자물가상승률과도 차이는 있다. 하지만 38%에 맞추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수준이다. 게다가 전년도 문제집 가격상승률이 9%라는 것에 비춰봤을 때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덤핑은 끝내고 수익 창출?

 

또 다른 이유는 타 출판사와의 취재를 통해 유추할 수 있었다. 경쟁출판사 중 하나인 K출판사는 확인 결과 KMLE 문제집 가격이 2008년에는 정가 기준으로 37만 원, 2009년부터는 40만 원 선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P출판사의 문제집에 비해서는 상당히 비싼 편. K출판사의 한 관계자는 이 사항에 대해 “문제집이 비싼 이유는 전권 올 컬러 출력이고 P출판사의 문제집에 비해 페이지수도 많다. 그리고 P출판사는 문제집의 점유율이 낮았던 당시에 덤핑 전략으로 점유율을 높여갔다.”고 말했다. 덤핑이란 이윤 창출보다 과잉생산 상품의 처분, 특정시장의 확보, 타인 시장의 탈취 등의 이유로 손실을 감수하면서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즉 신생 출판사였던 P출판사에서 어느 정도 국시 문제집 시장을 확보했으니 지금까지의 손실을 메우고 앞으로의 이윤 창출을 위해 현재의 가격으로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서서히 가격을 올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P출판사의 문제집은 국시의 기본서라 할 정도로 점유율이 상당히 높아졌고 학생들의 의존도도 높아 이렇게 큰 폭으로 가격을 올려도 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 다른 의혹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은 2010년에 치러진 제74회 의사국시 문제를 복원해서 출판사에 제공한 8명과 제공받은 문제로 문제집을 만든 3개 출판사를 저작권 침해 및 업무 방해로 고소했다. 이전부터 국시원은 문제집을 제작하는 출판사들에 경고문을 보냈지만 출판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 문제집을 발간해왔다. 결국 지난 1월 19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기소된 3개 출판사에 각 10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시장의 특성상 출판사들의 고객층이 그리 두텁지 않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이 벌금형은 출판사들에 큰 타격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 벌금형으로 인해 국시 문제집의 가격이 오르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대생신문에서는 P출판사에 문제집 가격 상승에 대한 취재를 요청했지만 출판사 측에서 거부 의사를 밝혀 벌금형과 문제집 가격 상승 사이의 관계는 물론 문제집 가격 상승의 다른 이유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의대협 “의대협 차원에서 문제집 만들겠다.”

 

국시 문제 유출로 인해 학생들이 법원에 기소되는 일이 일어났고 국시 문제집의 가격이 뚜렷한 이유 없이 크게 오른 가운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은 자체적으로 국시 기출문제집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대협 남기훈 의장은 “학생들이 고발당한 것과 국시 문제집 가격이 오른 것은 다른 문제가 아니라 같은 문제”라며 “의대협 차원에서 기획하고 있는 기출문제집으로 이 두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또한 남 의장은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의 도움도 받을 예정이며 문제집에 들어갈 문제는 공개된 문제, 기출 문제, 그리고 그 문제들을 변형한 문제를 추가로 싣는 방안을 고려중이다.”라고 했다. 문제집의 형식에 대해서는 이미 의대협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여기서 의대협에서 해결해야 할 점은 문제의 저작권과 문제집의 가격이다. 이 두 가지 문제가 현재 출판사들의 문제이자 의대협에서 국시 문제집을 기획하게 된 계기이다. 이에 대해 남 의장은 “기출문제의 사용 권한에 대해서는 국시원과 충분한 협의와 대화를 통해 해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문제집의 가격에 대해서는 “가격 면에서의 이윤은 집필진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 등을 위해 단순히 ‘인쇄비’만을 받을 수는 없겠다. 하지만 최근 일부 출판사에서와 같은 터무니없는 가격의 상승 등을 견제하기 위해 문제집을 기획하고 있는 만큼 이윤 추구가 아닌 실비에 가까운 가격을 책정할 것이며 퀄리티 면에서도 현 국가고시 문제집보다 더 높은 퀄리티의 문제집을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상품의 가격이 적정가격 이상으로 올라가면 그 수요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시장논리. 하지만 현재 국시문제집 시장과 같은 독과점 시장에서는 이 논리가 적용되기 어렵다.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물론 기업은 수익을 만들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학생들의 지갑은 출판사의 가격정책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봤을 때 의대협의 국시 문제집 제작이 앞으로 국시 문제집 시장 판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장진기 기자/울산
<showbu@e-mednews.com>

 

대한의사협회, 변화의 흐름 타나?

 

노환규 의협회장 당선자 인터뷰

 

지난 3월 25일 서울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제37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 투표에서 과반수 넘는 58.7%의 득표율을 얻은 노환규 후보가 의협회장에 당선됐다. ‘6명의 후보들 중 아무도 과반수를 넘기지 못하고 결선투표로 갈 것이다’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노환규 후보는 이를 뒤엎고 당당히 당선되었다. 당선 후 회원자격정지 문제로 잠시 시끄러웠지만 잘 해결되었고 출범준비위원회 위원장에 경쟁후보였던 윤창겸 전 경기도의사회장을 선임하는 등 훈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음은 노환규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의사들, 의료제도의 중요성 깨달아야

 

▶ 먼저 당선 축하드립니다.
▷ 고맙습니다.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 기대가 제 어깨에 걸려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기대 이상의 결과로써 보답하겠습니다.
▶ 초반에는 우려도 많았지만 결국 60%에 달하는 득표율을 보이며 당선되셨습니다.
▷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선 의료계 내외에서 모두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강성으로 알려진 전국의사총연합의 대표를 지낸 제가 새로운 의협 회장으로, 그것도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이 되었다는 건 이제 의사들이 현재의 의료 환경을 큰 위기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리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함과 반드시 변해야 한다는 변화에 대한 굳은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 사실 저희 의대생들을 비롯해서 많은 의사들이 앞으로 의협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해 합니다.
▷ 의협회장으로서 제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의사들로 하여금 의료제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일입니다. 오랫동안 의사들은 의료제도에 대한 관심이 적었습니다. 의과대학과 병원에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만을 배워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잘못된 의료제도가 만들어지면 의사윤리강령에 나오는 ‘학문적으로 입증된 전문의학지식과 의사의 양심에 따르는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다른 의사들도 이를 알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 제가 할 일은 의사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겁니다. 사실 오랫동안 의사들은 정부의 압박에 뒷걸음질만 계속해왔습니다. 그래서 ‘해봐야 안 된다.’라는 패배의식에 젖어있었던 거죠. 이것을 깨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 목표는 의사들이 의료 본질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일에 집중하게 하는 것입니다. 의사가 열심히 일을 하는 게 맞는데 열심히 일하는 의사가 경제적 손실을 입게 만드는 구조, 이 구조는 편법과 불법진료를 유발합니다. 잘못된 의료제도의 폐해는 의사들의 경제적 곤란뿐만 아니라 국민건강의 위해로 이어집니다. 이를 의사, 국민, 모두가 알도록 계몽할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잘못된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의사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국민 스스로 제기하고 문제해결을 정부에 요구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하는 것이 신입 집행부의 과제입니다. 당연히 의협 내부의 개혁은 이 과제수행을 위해서 필수적인 일입니다.

▶ 확실히 의료제도가 이슈인데요, 만성질환관리제와 의료분쟁조정법이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 전국 16개 시도회장단 긴급연석회의에서 공식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정부는 큰 부담을 안게 됐죠. 앞으로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두 법안의 잘못된 독소요소들의 개선에 앞장설 것입니다.
(4월 8일 의협 동아홀에서 노환규 당선자와 16개 시도회장단은 긴급연석회의를 열고 만성질환관리제와 의료분쟁조정법 전면 불참을 결의하고 이를 공식선언했다. 보건복지부가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의협은 전면거부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대생들, 개선의 노력에 관심가지고 동참해달라

 

▶ 의대생과 관련된 공약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공약 중 하나가 의과대학 정원 축소입니다. 앞으로 배출되는 의사의 수를 줄이겠다는 의도도 보이는데요.
▷ 우리나라의 의사 숫자는 OECD 평균치에 못 미칩니다. 이 단순수치를 근거로 의과대학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항상 정치적 목적이 있어왔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와 주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과 같이 의사 한명이 하루에 10명에서 20명 정도를 진료하고도 의원 경영에 문제가 없는 구조일 때 적용 가능할 것입니다. 원가 이하의 낮은 진료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7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해야 의원이 간신히 유지가 됩니다. 그리고 의사뿐 아니라 외국에는 없는 한의사들도 진료를 담당하고 있어요. 게다가 약국의 불법 진료행위도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의료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의과대학의 정원은 대폭 축소해야만 의사의 생존이 가능하고 의료의 질이 유지될 것입니다.

▶ 그리고 선거 공약에서 의대협(전 전의련)을 의협의 정식하부단체로 등록하고 지원을 하겠다고 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안을 생각하고 계신가요?
▷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은 이 나라 의료의 미래입니다. 최근 의료제도에 관심을 갖은 의대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크게 고무적이고 기쁜 일인 동시에 감사한 일입니다. 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의료의 미래를 책임질 분들을 돕는 일입니다. 의협의 인력지원, 경제적 지원, 그리고 정책자료 지원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의대생들도 앞으로 전의총, 의협 등 의사단체의 잠재적 회원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의대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구김 없고 당당하고 밝은 모습을 갖고 있던 의대생들이 의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어깨가 쳐지고 주눅이 들며 위축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것은 의사가 갖게 되는 무거운 책임감도 한 요인이 되겠지요. 하지만 수평적이지 않고 수직적인 의사들의 문화,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잘못된 의료제도 등이 주요한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께 더 이상 그러한 의료 환경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선배들이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수년 내에 수직적인 문화, 그리고 잘못된 의료제도가 모두 한꺼번에 개선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이러한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시면 가능합니다. 스승님과 선배를 존경하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세요.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더욱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의학이라는 응용과학분야 외에 인문학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권유하고 당부합니다.
마지막으로 ‘위대한 사람은 머릿속에 목표가 있고 평범한 사람은 머릿속에 소원이 있다.’는 말처럼, 마음속으로만 원하지 말고 반드시 행동에 옮기는 여러분이 되실 것을 기대합니다.

 

장진기 기자/울산
<showbu@e-mednews.com>

 

청진기가 기다렸던 주인은?

 

지난 2월 20일부터 3월 18일까지 개최되었던 리트만 베스트 룩 콘테스트를 기억하시나요? 의대생신문에서 우승자인 김지훈(성균관대 의전원3), 공숙현(고신대 의대4)씨를 시상식이 있었던 지난 4월 1일 여의도 한국쓰리엠 사옥에서 만나봤습니다. 전국구 콘테스트 우승자다운 외모가 인상적이었던 두 분과 간단한 인터뷰를 했는데요, 다음은 일문일답.

1. 콘테스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공 : 공부하다가 KMLE 검색엔진에서 광고를 봤어요. 재밌을것 같기도 했고 의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참가하게 됐어요.
김 : 저 같은 경우는 의대 게시판에 콘테스트 홍보 포스터가 붙어있었어요. 실습 도는중에 동기들이 포스터를 먼저 보고서는 저한테 나가보라고 하더라구요. 저도 재밌을거 같았고, 학교생활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서 참여했습니다.

2. 콘테스트 우승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공 : 학년 총대표에게 부탁했어요. 또, 주위의 지인들에게도 부탁했구요. 그리고 특히 저희 학교는 예과 1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 같은 건물에서 수업받다보니 결속력도 좋고 전교생이 서로 잘 알아서 그것도 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김 : 저도 동기들이나 친구들한테 부탁했어요. 그리고 암사라는 동아리를 하는데,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방학때 해외로 컨퍼런스를 나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때 알게 된 외국인 친구들한테도 페이스북으로 좋아요 눌러달라고 부탁했어요.

3. 상금은 어디에 쓸 예정이신가요?
공 : 저희학교는 기독교 재단 학교라서 학교에 목사님이 계세요. 그래서 목사님을 통해서 일부는 입양아동 기부 등에 쓸 생각이에요. 그리고 나머지는 도와준 분들한테 쓸 것 같아요.
김 : 먼저 친구들한테 써야 될 것 같네요. 그리고 동아리에도 써야 하고... 아마 받은 상금으로 돈이 모자랄 거에요(웃음)

4. 엠티 지원비가 있던데, 어떻게 쓰실 생각이신가요?
공 : 총대나 총무랑 의논해야되지 않을까요. 아직 졸업여행을 안 가기도 했는데, 여기 쓰게 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네요
김 : 여름방학이나 주말에 엠티 가면 좋을 것 같아요. 한학년에 40명밖에 안되니까 어디 공기 좋은데로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네요.

5. 마지막으로 소감 한마디
공 : 일단 우승하게 되서 정말 기쁘구요,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모델 활동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김 :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처음에는 다른 분들이 앞서고 있어서 안될 것 같았는데 역전해서 기쁘네요. 앞으로 모델활동 열심히 하겠습니다.

 

조영탁 기자/울산
<pokytjo@e-mednews.com>

 

 

수가, 보험료, 의료전달체계 등등, 의료 정책 기사 읽기는 참 어렵죠? 이제, 의대생신문에서 각종 의료 현안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 드립니다. 급한 분들은 王 위주로 눈에 바르세요!

 

의료 정책, 王을 찍어드립니다

 

Chapter 2. 의료분쟁조정법

 

의료 소송, 의사도 울고 환자도 울고

 

“잘 되면 ‘의사 선생님’ 덕분, 안 되면 환자 탓” 하던 시대는 갔다. 수직적이던 ‘환자-의사 관계’가 수평적으로 변하고, 환자들도 다양한 의학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환자들이 자신의 병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였고, 의사와의 더 많은 소통을 가능하게 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관심과 소통이 좋은 결과만을 낸 것은 아니었다. 의료 소송 건수가 10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이제 의사들은 의료 행위의 매 순간 의료 소송에 대해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상황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의료 소송이 일반 소송에 비해 까다롭기 때문이다. 과도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의료 소송은 王변호사 선임 비용도 적지 않으며, 王1심 판결이 내려지는데 평균 26개월이 걸린다. 그 기간 동안 관계 당사자들이 입을 정신적 어려움까지 감안한다면, 그야 말로 ‘의사도 울고 환자도 울고 모두가 우는’ 의료 소송인 것이다.

 

의료계 애정남 등장, 의료중재원!

 

2011년 4월, 1988년 의원입법으로 제안되었던 ‘의료조정분쟁법’이 23년 만에 통과되었다. 이 법안의 핵심은 王의료와 관련된 분쟁이 소송까지 가지 않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의 중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비교적 적은 금액(1억원 배상 요구 시 16만원 선)과 짧은 시간(90일 내, 최대 120일)으로도 분쟁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의료중재원의 중재를 받는 것이 필수 사항은 아니다. 환자와 의료인 양측이 모두 동의할 경우에 중재를 신청할 수 있으며, 중재 절차가 개시되면 ‘의료사고감정단’이 감정을 실시하고 ‘의료분쟁조정위원회’가 손해배상액 산정 등을 맡는다. ‘의료사고감정단’에는 의사 1명을 포함한 6명, ‘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는 보건의료인 1명을 포함한 5명으로 구성되며, 치과의사나 한의사, 법조인 등이 포함되어 있다.
환자와 의료인 어느 쪽이든 이러한 과정을 원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방식인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교적 적은 금액과 짧은 시간으로도 분쟁을 해결할 수 있으며, 조정이 성립되면 의사에 대한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등의 장점이 있다.

 

하라는 ‘분쟁조정’은 안하고 ‘분쟁조장’만...

 

8일,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신임 회장은 해당 제도에 불참할 것을 선언하였다. 뿐만이 아니다. 대한개원의협의회와 각과개원의협의회 산하 20개 전문과개원의협의회 역시 이 제도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이 제도는 王분쟁을 오히려 조장할뿐더러 王의사에게 불리한 독소조항도 포함하고 있다는 것.
의료중재원이 보상을 위한 기관이 된다면, 분쟁의 소지가 적은 것도 조정 신청이 들어올 것이다. 조정에 드는 금액이나 시간이 적다는 장점이 오히려 독이 될 것이고, 말 그대로 ‘분쟁조정’이 아닌 ‘분쟁조장’ 기관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분쟁조정을 신청할 경우, 진료기록의 조사, 열람, 복사 의무를 다해야 하며, 이를 거부하면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주어진다. 심지어 환자는 조정이 끝나기 전에 소송으로 전환이 가능하며, 이때 의사가 제출한 각종 서류가 환자 측 소송을 위한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의료중재원이 출석을 요구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주어진다.
무엇보다도 의료중재원의 ‘의료사고감정단’ 및 ‘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구성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료인의 비율이 50%도 되지 않는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이들이 의료진의 과실을 판단하는 것이다.


과실은 없지만, 벌금은 내라?

 

하지만 이 법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단체는 바로 ‘산부인과’다. 분만 시 태아 및 산모에 이상이 생긴 경우, 그것이 의사의 과실 없이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다 하더라도 의사에게 벌금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王분만 시 태아 뇌성마비나 산모 사망이 발생한 경우, 의사의 과실 여부를 떠나 환자에게는 3000만원을 지급해야 하며, 이를 정부와 의사가 50%씩 나누어 부담한다. 과실이 없는 의사에게 벌금을 매기는,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예를 찾기 어려운 제도이다.
이에 대해 의료중재원 측은 “산부인과에서 분만사고 발생 시, 의사에게 과실이 없어도 위자료 형식의 돈을 지급하는 관행이 있으며, 그 부담을 정부에서 반틈 덜어주는 것”이며, “2009년 입법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당시 산부인과계가 정부에 요청한 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무과실이라는 것이 과실을 찾지 못한 것이지, 과실이 없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산부인과의 반대가 거세지자 정부는 의사 부담률을 30%까지 낮추기로 결정하였지만, 의사들은 ‘무과실 무책임’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것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분만 거부’를 불사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으며, 실제로 산부인과 전문의의 90%가 해당 제도 시행 시 분만의사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 속에서 의료중재원은 지난 8일 출범하였으며, 산부인과에 관한 제도는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세용 기자/연세
<avantgarde91@e-mednews.com>

선거, 민주주의의 꽃

86호(2012.04.16)/의료사회 2012. 4. 18. 19:17 Posted by mednews

 

선거, 민주주의의 꽃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지난 11일에 치러졌다. 선거란 무엇인지, 선거는 어떤 절차를 통해 이루어지는지와 생소한 선거관련 용어를 짚어본다.

 

선거란 특정 집단을 대표하여 일할 사람을 뽑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교육위원을 선출하고 있다.

 

선거는 어떤 순서로 이루어지나

 

선거는 법에 규정된 선거일정에 맞추어 진행되며 선거인명부작성, 후보자등록, 선거운동, 투표, 개표, 당선인 결정의 순서로 치러진다.

 

① 선거인명부 작성
선거인명부란 선거권자들의 목록으로, 만 19세 이상의 주민을 조사하여 작성한다. 선거인명부에 등재되지 않은 경우 투표할 수 없으므로 유권자에게 열람 기회를 부여하여 오류나 착오에 의한 누락을 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부재자 투표대상자는 선거인명부 작성기간 중에 읍·면·동 사무소에 신고하여야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다.

② 후보자 등록
선거에 입후보하려면 관계서류를 구비하여 정해진 기간 안에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등록된 후보자에 대해 피선거권 유무 등을 조회하여 입후보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여부를 검증한다.
③ 선거운동
후보자는 후보자등록 마감일의 다음날부터 선거일 전일까지 당선을 위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선거운동기간이 아닌 때에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고 있다.

④ 투표
선거인명부에 등재된 사람은 선거일에 주민등록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한다. 부재자 투표의 경우에는 대상에 따라 부재자 투표소나 거소에서 투표를 한다. 투표일에 국내에 있지 않은 국민은 재외투표를 통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투표하러 갈 때는 선거인명부에 등재된 사람이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투표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부재자 투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⑤ 개표
투표시간이 마감되면 투표함을 개표장으로 이송하여 개표한다. 개표과정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가 추천한 참관인 등의 입회하에 공개적으로 개표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⑥ 당선인 결정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가 종료된 후에 개표결과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재ㆍ보궐선거?

 

재ㆍ보궐선거란 재선거와 보궐선거를 한꺼번에 부르는 말이다. 재선거란 공직선거가 당선인의 선거법 위반 등으로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았을 경우 당선을 무효화시키고 다시 선거를 치르는 선거다. 선거결과 당선인이 없거나, 당선인이 임기개시 전에 사퇴·사망하거나, 피선거권이 없게 된 경우, 또는 법원으로부터 당선무효의 판결이 있을 경우에 치러진다. 보궐선거란 선거에 의해 선출된 이가 임기 중 사퇴, 사망, 실형 선고 등으로 인해 그 직위를 잃어 공석 상태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보궐 선거는 이 공석을 메우기 위해 치러진다.

 

비례대표?

 

비례대표는 전국을 단위로 하며 지역구선거에서 5석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정당과 비례대표선거에서 유효투표수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에 대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에서 얻은 득표비율에 따라 각 정당이 제출한 명부 순서로 당선인을 결정한다. 예를 들면 A정당이 a, b, c, d, e, f … 의 순서로 명부를 제출하였고 투표결과 비례대표 5명이 배정되었다면 a, b, c, d, e가 A당의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제19대 국회의원 300명 중 54명이 비례대표다.

 

김준혁 기자/중앙
<silmarllion@e-mednews.com>

대한민국에서 공중보건의사로 살아가는 길

 

국방의 의무는 대한민국의 건장한 남자라면 누구나 행해야 할 의무다. 의대생의 경우는 대부분이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로 이를 대체한다. 막연히 한가하고 여유로운 이미지가 떠오르는 공중보건의에 대해 알아본다.

 

공중보건의는 누구인가

 

공중보건의는 병역의 의무를 3년간의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대체하는 의사다. 대부분이 보건소에서 근무하며 외래진료, 응급실진료, 예방접종, 보건사업, 마취, 환자방문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어떻게 하면 공중보건의가 될 수 있을까

 

국시만 통과하고 인턴을 수료하지 않은 경우에는 공중보건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턴을 수료한 경우에는 대부분 신체검사 등급에 따라 1~3급은 군의관, 4급은 공중보건의가 된다. 해마다 달라지는 군의관 수요에 따라서 4급 판정을 받은 인턴 수료자는 군의관이 될 수도 있다. 전문의의 경우에는 과에 따라 군의관 필요인원이 다르므로 신체검사 등급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예를 들어 소아과나 산부인과 전문의는 신체검사 등급이 1급이어도 공중보건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형외과나 신경외과의 경우는 군의관 수요가 많아 신체검사 등급이 4급이어도 군의관으로 복무할 가능성이 높다.

 

어디서 근무할지 어떻게 정해지나

 

공중보건의의 근무지 배치는 무작위로 이루어진다. 각자 1지망부터 5지망까지 원하는 지역을 제출하고, 무작위로 번호를 부여받는다. 부여받은 번호에 따라 1번부터 원하는 지역에 배정받는 방식이다.

 

근무 중 배치기관, 지역의 변경

 

공중보건의는 조건에 부합되는 경우 공중보건의 본인이나 자치단체장, 중앙배치기관장의 요청에 따라 타 지역 혹은 타 기관으로 근무지가 변경될 수 있다. 도서·벽지·접경지역 및 근무지역 이탈금지지역·병원선에서 1년 이상 근무한 경우, 대표공중보건의사,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이동이 필요한 경우, 사회복지시설 등 특수기관에서 1년 이상 근무한 경우 표창이나 포상을 받은 경우

 

공중보건의의 복무기관

 

공중보건의들은 도서·벽지·접경지역 등 의료취약지역, 보건소 및 보건지소, 병원선(船: 배 선) 및 병원선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군 지역 및 의사확보가 어려운 중소 도시의 공공병원에 우선적으로 배치된다. 남는 인원은 공공보건의료연구기관, 공중보건사업의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기관 또는 단체(표 참조), 응급의료에 관련된 기관 또는 단체, 의사확보가 어려운 중소도시의 정부지원 민간병원, 교정시설내의 의료시설, 사회복지시설에 배치된다.

 

보수

 

기본 보수로 군인의 봉급과 동일하게 계급에 따라 120여만원에서 250여만원이 주어지며, 기관에 따라 월 80만원에서 160만원 사이의 연구·진료활동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 초과근무수당, 공무원 복지혜택, 명절휴가비, 보육수당 등이 지급된다.

 

공중보건의로서의 의무

 

공중보건의는 공무원으로서의 의무와, 의료인로서의 의무를 모두 지닌다. 공무원으로의 의무로는 성실의 의무, 복종의 의무, 직장이탈의 금지, 친절공정의 의무, 비밀엄수의 의무, 청렴의 의무, 품위유지의 의무, 영리업무 및 겸직의 금지, 정치운동의 금지, 집단행위의 금지 등이 있다.

직장이탈의 금지에 따라 공중보건의는 근무시간 중에 권한자의 허가 없이 근무지를 이탈해서는 안 된다. 근무지역에 상주해야할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근무지역이탈금지 명령을 받기도 한다.
영리업무 및 겸직의 금지에 따라 공중보건의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종사할 수 없다. 공중보건의사가 배치 받은 기관이 아닌 다른 의료기관에서의 당직근무 등 진료행위는 보수의 수령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대상이다. 보건복지부장관이 승인 하에 임상훈련이나 지역 보건 향상의 목표로 하는 진료행위는 가능하다. 처벌로 처분이 결정된 날의 익월부터 복무만료일까지 보수의 일부가 지급되지 않으며 진료일의 5배수 기간만큼 근무일이 연장되고, 도서지역 등으로 전출될 수 있다.

 

의료인으로서 공중보건의는 진료거부의 금지, 비밀누설의 금지, 기록열람 금지, 진단서 발급의무, 진료기록부 비치의무, 요양방법의 지도의무, 변사체의 신고의무가 있다.

 

근무시간과 휴가

 

주 5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며, 오전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점심시간을 갖는다. 유급휴가는 근무기간별로 3일에서 12일까지 다르게 주어진다. 이외에도 경조사휴가나 병가, 학회나 투표 등의 일로 휴가를 얻을 수 있다. 휴가 중에는 해외여행도 가능하다.

 

더 상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공중보건의사제도운영지침을 조회하면 된다.

 

김준혁 기자/중앙
<silmarllion@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