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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세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료공약

일차 의료의 확충과 무상 의료 제공 내세워

지난 10월 말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었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서울시는 재정규모나 인구규모로 보아 타 지역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특히 선거공약이 주목받는다. 한편 지자체장 선거의 특성상 보건의료 전반 정책에 관한 공약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야권 통합후보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후보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다양한 의료공약을 내세웠다.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박 시장은 1차 공공의료의 확충과 필수의료사항의 무상 제공을 내걸었다. 1차 공공의료의 확충은 각 구마다 야간과 휴일에도 진료를 하는 1구 1개소의 야간 휴일 클리닉, 24시간 의료 상담을 제공하는 응급콜의 설치, 시와 민간 각각 주도의 보건소 확충, 가정 방문간호사업의 시행과 아동에게 예방, 교육, 상담을 제공하는 아동치과주치의 제도가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도 행정 구역의 구분이 아닌 시민의 생활반경과 의료자원을 기준으로 한 ‘건강생활권’의 구분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효율적 접근을 주장하였다. 필수의료사항의 무상제공으로는 영유아 예방접종의 무료시행, 간호사와 간병 인력의 고용을 통한 환자부담의 감소를 내세웠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 의료이용 지원 확대, 응급 의료시 의료비의 일부를 내주는 대불사업, 중증환자 의료비 지원 등 의료 취약층에 대한 각종 의료비 지원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여러 다른 분야의 정책과 같이 서민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내세운 박원순 서울시장은 큰 득표율을 얻게 되었다.
다양한 공약이 내세워졌고 실제로 곧 서울시 모든 구에서는 영유아 예방접종비가 시의 지원으로 무료로 전환된다. 이처럼 공약이 모두 적절한 방법의 예산 조달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서울시민의 생활의 질은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많은 공약들에 대해 체계적인 예산 확립 방안과 추진 방안이 세워져 있지 않은데다 대부분 시의 예산 부담을 통한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의료정책들이라 실제로 실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의료 관련 정책은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는 만큼 시행에 있어서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송종협 기자/고려
<sssong@e-mednews.com>

변화하는 의료환경, Health 2.0 시대의 도래

1991년 OO 의과대학 강의실

강의실엔 교수님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노트 필기소리와 OHP가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교수님이 강의하시는 내용을 다 받아 적고 싶지만, 필기속도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한다. 할 수 없다. 오늘도 맨 앞줄에 앉아서 열심히 필기를 하는 여학생의 노트를 빌리는 수 밖에. 교수님의 강의를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다 받아 적은 필기소녀는 우리학번의 여신이자 천사이다. 공부는 당연히 도서관에서 하는 것이다.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책을 찾아서 무슨 내용인지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2011년 OO 의과대학 강의실

강의실엔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오는 교수님의 조곤조곤한 목소리와 몇몇 동기들이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뿔사, 교수님이 설명하시는 내용을 놓쳤다. 할 수 없다. 수고스럽지만 오후에 올라오는 동영상 강의를 다시 들어야겠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지루해져서 밖으로 나와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다. 의대생도 코피스 족이 될 수 있다. 모르는 내용이 나와도 상관없다. 구글과 위키디피아가 있다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

1991년 어느 날

광화문 근처에서 회계사 일을 하고 있는 XX는 2~3일전부터 옆쪽 옆구리가 아파왔다. 열도 나는 것 같고 만지면 아프다. 주변 지인들에게 이게 무슨 증상이냐고 물어보았지만 누구도 속시원히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다. 바쁜 업무 와중에 시간을 내어 병원을 찾았고, 여러 과를 돌아 신우신염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2011년 어느날

중소기업 비서업무를 맞고 있는 XX는 2~3일전부터 옆쪽 옆구리가 아파왔다. 열도 나는 게 단순한 근육통은 아닌 것 같아서 인터넷을 검색했다. 신장 쪽에 이상이 있으면 옆구리가 아플 수 있다고 한다. 좀더 정확한 진단을 얻기 위해 포털 사이트 지식인에 질문을 올렸다. 하루만에 답글이 달렸는데, 신우신염일 수 있으니 빨리 병원을 찾으라는 내용이었다. 병원을 찾은 XX는 신장내과를 방문, 의사를 만나 “인터넷을 검색해보니까 신우신염 같던데 항생제 처방을 받아야 하나요?”고 말했다.

급격한 인터넷의 발달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대생의 일상마저도 바꾸어놓았다.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검색 창에 간략하게 기입하면 가장 비슷한 병을 찾을 수 있고, 진단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자가진단이 가능한 사이트까지 있다. 의사 평가 사이트도 있기 때문에 의심되는 병에 대한 전문가도 검색해 별점이 높은 의사를 골라 찾아간다. 의사에게 진단을 받은 이후엔 환우회 까페에 가입해 내가 받는 치료법이 일반적인 치료법과 어떻게 다른지, 앞으로의 병의 경과는 어떨지 세세히 알아 본다. 이렇게 누구나 원하면 쉽게 의학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해진 현재, 정보화는 의사-환자의 관계마저 바꿔놓고 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보면 이러한 내용이 있다. “내 아들과 스승의 아들, 그리고 의료 관습에 따라 선서하고 계약한 학생에게만 교범과 강의와 다른 모든 가르침을 전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하지 않겠습니다” 과거에 의료는 일종의 성역이었다. 서적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에게나 배움을 전수하는 것도 아니었다 .의사는 특별한 존재였고 환자에겐 아버지이자 지도자였다. 의사를 찾은 사람은 의사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환자의 의견을 묵살하고 마음대로 하려고 했다간 고소를 당할지도 모른다. 환자도 이제는 알만큼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터넷의 발달이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높였을지 모르나, 부정확한 정보도 함께 통용되어 환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의료쇼핑이 일상화되어 치료할 시기를 놓쳐 병을 악화시키거나 목숨을 잃는 사례도 있다.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사회에서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새로운 의료환경,
Heath 2.0 시대

여기에 대해 요즘 떠오르는 개념 중 하나가 헬스 2.0이다. 2007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 개념으로써, 지난 9월 미국 센프란시스코에서 4번째 총회가 열린바 있다. 헬스 2.0의 정의는 “소비자와 의료제공자가 건강정보에 대해 공유하고 참여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Web 2.0 서비스 플랫폼”이다. 여기서 말하는 Web 2.0 서비스 플랫폼은 검색엔진(구글), 소셜 미디어(위키피디아), 소셜 네트워킹(페이스북), 블로그로서, 건강정보를 제공자 관점이 아니라 플랫폼에서 참여한 사용자 관점에서 자발적인 공유, 개방, 참여를 통해 건강정보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에서 기존 건강사이트인 헬스 1.0과 다르다. 환자가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던 기존의 의학정보 사이트를 헬스 1.0이라 한다면, 환자들끼리 자신의 병을 공유하고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헬스 2.0이라 할 수 있다.

헬스 2.0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가짜 과학과 사이비 의학를 배제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안전한 의료소비와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부실한 건강보험으로 인해 사용자 차원에서 보건의료비를 절약해보자는 움직임으로 시작한 미국보다는 그 발전이 더디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헬스 2.0 시대에 걸맞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의사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헬스 2.0 사이트인 코리아헬스로그가 2008년 다음 블로그 대상을 수상한 바가 있다. 건보공단이 운영하는 `건강iN'은 지난2007년 3월 검증된 건강정보 제공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개설된 이래 연평균 방문수가 1천200만여명에 달할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형 IT 기반 의료사업의
주소와 한계점

하지만 정부 주도의 정책 성과는 미약한 편인데, u-health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계획을 세웠지만 눈에 띄는 가시적인 결과물은 아직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정부의 u-health 정책의 본질적 문제점은 u-health 비전 및 통합적 전략이 부재하고, 부처 차원의 사업 추진 주체도 부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u-health 정책이 시행되었을 때, 가입자를 모집하고 관리하며, 의료기관 보험공단 및 단말기 통신사업자 등을 연계해 종합적인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건강관리회사’의 역할을 누가 주도적으로 담당하게 될지도 미정인 상태이다. 큰 그림이 잡히지 않은 상태라, 부처별 중복투자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오바마 정부는 보건의료 부분 IT 인프라 구축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IT 인프라를 일찍 도입하는 의료기관, 병의원, 의사에게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안들도 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처럼 홈페이지에 건강정보를 올려놓는데 머무르지 않고 유투브에 블로그를 개설해 적극적으로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초 대형 기업인 Google이나 IBM, MS 등도 헬스케어 영역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분야가 미국의 핵심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미국의 발빠른 행보를 보고, 혹자는 한미 FTA가 시행되어 의료기술이 자유롭게 통용되면, IT 의료기술에서 우리나라가 밀릴 것 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2010년 가을 보름간, 2만4천772명이 참여한 건강정보 전문 사이트 `건강iN' 평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건강정보 습득경로로 인터넷이 75.1%로 가장 많았고 대중광고매체 12.9%, 의료인7.1% 순으로 조사되었다. 의료정보의 습득경로에서 이미 인터넷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3G폰의 보급으로 이 비율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 혹은 민간주도의 IT 기반 의료사업의 육성과 관리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e-mednews.com>

도끼보다 강한 리본들

질병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캠페인의 힘

12월 1일, 프랑스 퐁피두 예술센터에 아일랜드 예술가 브라이언 맥코르마크가 수만 개의 콘돔을 사용하여 만든 작품 ‘소리는 나의 삶’이 전시되었다.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는 시민들이 거대한 리본 모양의 무수히 많은 붉은색 초에 불을 붙였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코르코바도 산 정상에 세워진 예수상은 평소의 하얀 조명을 벗어버리고 피처럼 붉은 색의 조명으로 인해 붉게 빛났다. 미국 백악관에는 대형 ‘빨간 리본’이 걸렸고 우리나라 곳곳의 보건소에서는 콘돔 분장을 한 사람들이 시민들에게 홍보물을 전달했다. 이 모든 일은 왜 일어난 것일까? 12월 1일은 세계 에이즈의 날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에이즈에 대해 이야기하고 빨간색 리본을 옷에 붙이고 다니고 정치가들은 에이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퇴치를 위한 정책을 이야기하였다. 올해 세계 에이즈의 날 공식 슬로건인 ‘제로화(Getting to Zero)’ 즉, ‘새로운 HIV 감염 제로’, ‘차별 제로’ , ‘에이즈관련 사망 제로’의 메시지가 세계 각국의 행사와 상징물을 통해 많은 일반인에게 전달되었다.
병은 의사가 혼자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병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환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질병에 있어 환자는 유병기간 중 절대적으로 긴 시간을 병원이 아닌 집과 직장 등 개인적인 공간에서 보내게 된다. 약을 제시간에 맞춰서 챙겨먹지 않고, 정한 날짜에 검사를 받지 않아 진단이 늦어지고, 수술 전후 관리를 소홀히 하는 등 환자 스스로 질병의 치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런 이유로 일반인에게 질병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고 예방법, 검사 시기, 치료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의학 지식의 발달보다 질병에 대한 환자 자신의 인식의 개선이다. 일반인에게 질병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고 여러 가지 정보들을 전달하여 사람들의 인식을 광범위하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 현재의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에이즈 퇴치를 상징하는 레드 리본과 세계 에이즈의 날, 세계 당뇨병의 날, 유방암 계몽과 암 연구를 상징하는 핑크 리본, 전립선암에 대한 조기검진 의식을 높이기 위한 블루 리본, 폐암 퇴치의 희망을 담고 있는 노란 리본, 대장암 인식 증진을 상징하는 골드 리본 등이다. 프란츠 카프카의 ‘한 권의 책은 우리들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만 한다’ 는 명문을 빌리자면, 이러한 캠페인들은 수백 권의 책보다 더 효율적으로 병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있고 책보다 강하다면 도끼보다 강한 것은 물론이다.
세계 에이즈의 날은 1987년 8월 제임스 W. 번과 토마스 네터가 처음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두 사람은 이를 “AIDS를 위한 범세계 계획”의 집행의장인 조너선 만 박사에게 제안했고, 여기에 만 박사는 날짜를 12월 1일로 하자고 했다. 1995년부터 미국 대통령은 12월 1일을 세계 에이즈의 날로 공식 선언했고 이후 전 세계의 정부 기관과 국제기구, 민간단체가 각종 기념행사를 열며 유지하고 있다.
레드 리본은 1991년 폴 자바라를 중심으로 한 ‘비주얼 에이즈’에 의해 뉴욕 에이즈 영상예술제에서 처음 출품된 것이며, UNAIDS에서 에이즈운동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채택되었다. 에이즈 리본의 빨간색은 에이즈가 피의 교환에 의한 전염병임을 알리는 동시에 사랑과 정열을 뜻한다. 에이즈 감염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지지하며, 이해하고 있음을 표현하고자 하는 표식이며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교육을 강조하고 에이즈 환자들과 그들을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지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에이즈의 확산과 함께 에이즈 리본도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이제 에이즈 예방과 퇴치를 위한 행사에서 상징물이 되었다.
당뇨병의 날은 11월 14일이다. 1991년 세계 당뇨병 연맹에서 인슐린을 발견한 프레드릭 밴팅의 생일을 기려 제정한 날로, 2006년 UN에 의해 기념일로 인정되었다. 세계당뇨병 연맹을 필두로 학계, 의료계, 환자단체 등 당뇨병 관련 커뮤니티들은 당뇨병 퇴치를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며 비만,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 생활 습관이 당뇨병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을 일반인에게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핑크 리본 캠페인은 1991년 ‘에스티 로더’의 에블린 로더 여사가 유방암에 걸린 후 시작된 캠페인으로 유명하다. 여성운동가 및 사회지도층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유방암환자의 재활을 위해 시작된 유방암운동은 유방암 계몽과 암 연구에 대한 기금 조성으로 그 활동범위를 넓혀갔으며 이제는 정책 결정에 있어 강력한 압력단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론과 기업의 후원 속에 다양한 캠페인활동이 벌어지고 있다. 유방암 무료검진 및 공개강좌, 유방암 환우회 조직, 핑크리본 마라톤대회, 국회에서의 공청회 등을 비롯하여 유방암 수술을 하는 의사들이 핑크타이를 매고 환자들에게 치유의 노래를 불러주는 음악회가 열리기도 하였다.
블루리본 캠페인은 전립선암에 대한 조기검진 의식을 높임으로써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1999년 영국의 비영리 단체인 캡큐어가 처음 사용했다. 국내의 경우 전국 규모 공익 캠페인으로 9월 한 달을 ‘전립선암 인식의 달’로 정하고 있으며 전립선암이 50대 이후 남성에게 주로 발병한다는 점에 착안, 전립선암을 ‘아버지 암’으로 규정하고 환자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나가고 있다.
대한폐암학회에서는 매년 11월 17일 폐암의 날을 맞아 진행되는 ‘폐암 퇴치의 날’ 캠페인의 상징물로 노란리본을 사용하고 있다. 노란색은 폐를 의미하며, 기다림과 만남, 염원 등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리본 안의 ‘0’자 모양은 폐암으로 인한 두려움을 넘어 희망을 키우기를 바라는 의료진의 약속을 의미한다. 대한폐암학회는 매년 캠페인마다 폐암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높이고 조기검진과 예방 의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심유진 기자/단국
<jinshim@e-mednews.com>

병원도 내 손 안에 있다

청진기, 다이어트, 심폐소생술(CPR), 혈당조절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당신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응용가능하다는 것이다. 몇걸음 앞질러 생각해보면, 앞으로 상당 부분의 진료가 의료용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되는 날이 올지 모른다. 이제 스마트폰이 아니라 맥가이버폰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어떤 의료용 앱이 출시되었는지 간단히 알아보았다.

I-stethoscope(청진기)는 이미 300여만명의 의사들이 내려받은 인기 앱이라고 한다. 이 앱을 실행시키고 사람의 가슴에 대면 아이폰에 내장된 마이크로 폰이 심장 박동을 측정한다. 측정 후 폰을 흔들면 마지막 8초 동안의 심박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아이폰 화면을 통해 심음도 등도 볼 수 있고 측정 결과를 의사들에게 이메일로 전송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앱스토어 / 무료, 0.99$)

명절 날 갑자기 배탈이 났다면? 심폐 소생술이 필요한 응급상황일 땐 어떤 앱이 유용할까? 보건복지부에서 스마트폰 유저들을 위하여 만든 ‘응급의료 1339’ 하나면 문제없다.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모두 제공되며 응급의료 정보센터인 1339에 바로 연결할 수 있고 위치정보를 통해 주변 응급실을 실시간으로 검색해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병의원, 약국찾기, 응급의료기관 정보가 제공되며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위급상황이 발생할 땐 자동심장충격기가 있는 병원을 찾을 수 있다. 또 응급의료 서비스를 터치하면 사례별 응급처치 요령이 나온다. 벌초지에서 벌에 쏘이거나 뱀에 물렸을 때, 일상생활 중 상처가 나거나 데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비롯해 농약, 부엌 세정제, 표백제 등 독극물 정보도 담겨있다.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 무료)

단기 질환자 외에도 만성 성인질환인 당뇨, 고혈압등을 관리해 주는 어플도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통해 암치료와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내게 맞는 암 정보’, 당뇨수첩을 기록하지 않고도 쉽게 혈당 관리를 할 수 있는 ‘바로잰 스마터’ 등이 대표적 예다. (안드로이드 / 무료)

내가 먹는 약의 성분이 궁금하다면? 대한민국 의약정보센터에서 만든 ‘KIMS mobile’은 약 이름을 입력해도 되고 성분 혹은 모양 색깔을 입력해도 되는 편리한 약 검색 앱이다. ‘질병정보’를 누르고 병 이름을 입력하면 정의와 원인, 증상, 진단법과 치료, 합병증 등의 질병정보를 간결하고 정확하게 알려준다.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 무료, pro9.99$)

건강 보조용 앱은 더욱 많다. ‘워터다이어트’는 잊어버리기 쉬운 물마시기를 돕고 물 섭취량을 관리해준다. 개인의 체격, 체질을 고려해 하루 물 섭취량을 정해주고 물을 마실 때마다 해당량의 버튼을 누르면 빈 어항에 물이 조금씩 채워진다. (앱스토어 / 무료) 

건강, 피임 등 여성의 건강과 관련된 생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해주는 ‘생리달력’도 있다. 생리주기, 배란기 등을 체크하면 가임기와 배란기가 달력에 표시되고 생리의 양, 생리통의 유무, 생리 증후군 등을 체크할 수 있어서 몸에 이상이 생길 때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 (앱스토어 / 무료, pro 1.99$)

끊고 싶은 담배, 금연스트레스 때문에 더 피우지는 않는지? ‘SMOQUIT’은 절약한 돈, 피우지 않은 담배 개수, 금연으로 인해 연장된 수명을 알려주며 금연을 도와주는 앱이다. ‘건강상태’ 확인을 통해 금연 후 나타나는 긍정적 신체변화를 확인할 수 있고 구체적인 날짜를 기준으로 금연하도록 ‘목표설정’을 해준다. (앱스토어/무료)

날씨도 추워지고 머리도 추워지고... 한올 두올 빠지기 시작하는 머리를 보며 고민하는 사람들 있다면 ‘도전!탈모탈출’이 눈에 끌릴지 모르겠다. 직접 정수리 사진을 찍고 ‘자가 테스트’해볼 수 있으며 각종 탈모 정보와 유형을 소개한다. (앱스토어/무료)

그 외에도 시력검사, BMI(체질량지수)계산기, 색맹 테스트 등의 건강, 흥미위주 앱들이 가볍게 건강에 관심을 갖도록 스마트폰 유저들을 이끌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들은 안드로이드 마켓과 앱스토어에서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무료로 이용가능하다.

의료, 건강 분야 앱도 광범위해져서 어떤 것을 받을지 고민하기 쉽다. 문제는 신뢰할 수 없는 업체가 만든 상당수 앱들이 부정확한 정보로 사용자들을 혼란시킨다는 점이다. 또 병원, 한의원, 제약회사 등 관련 업체의 홍보 목적으로 제작되는 앱들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애플과 구글이 자체 검열한다지만 한계는 분명 있을 것이다. 앱스토어 건강 부문 인기 앱 중에는 ‘의약품 정보검색’도 있지만 ‘신통방통 궁합보기’, ‘빵셔틀 탈출법’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빵셔틀 기자/여기 거스름돈
<때리지만마세요@e-mednews.com>

의대생, 인디 밴드를 만나다

동떨어진, 그래서 더 궁금한 의대생과 인디밴드

홍대 거리를 거닐다 보면 흘러나오는 기타소리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게 된다. 기타 치며 노래하는 모습은 우리들이 한번쯤 꿈꾸는 로망이 아닐까, 기타와 노래와 함께라면 즐겁다는, 음악에 대한 꿈을 안고 사는 밴드 Zemzem(젬젬), 멤버 노하은, 이소망, 김선아씨를 비가 살금살금 내리는 오후, 따뜻한 커피향 물씬 나는 홍대 까페에서 만났다.

- 밴드 Zemzem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밴드. 포크밴드인데요. 막 사소한 일상을 얘기하고 노래하는, 슬프고 기쁘고 화나고 그런 감정들을 표현하는 어쿠스틱 밴드에요.

- Zemzem은 인디밴드잖아요. 인디밴드를 정의 해주시면?

이 : 인디음악은 메이저음악보다는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비상업적인 음악인 거 같아요. 자기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거잖아요 인디밴드하는 사람들은 보면은, 별로 물질적인 것을 원하지 않고 자기들이 즐기고 싶어서 하는 거니깐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약간 메이저보다는 덜 사랑받고 그런 게 아닐까 해요.

- 자기의 개성을 지키면서 원하는 싶은 음악을 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인기를 얻고 부를 좀 더 얻는 오버그라운드 쪽으로 가고 싶으신지.

노 : 개성있는 음악 하면서 남들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음악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인디밴드라 하면 되게 자기 음악 색깔 너무 뚜렷하고 자기 음악적 성향들만 고집하는 그런 걸로만 아시는데 그런 거 말고 저희는 저희 스타일도 유지하면서 사람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요.

- Zemzem이란 팀으로서 하고 싶은 음악의 취지에 맞게 잘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공감을 참 많이 받았거든요. 이렇게 음악을 하게 되신 계기가 어떻게 되세요?

노 : 그냥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그런 거잖아요. 어떤 사람의 음악을 듣고 공감받는 이런것들, 그런게 음악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그러니까 저도 누군가가 우리 음악을 듣고 같이 슬퍼하고 위로받고 하는게 음악을 하는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게 중요한거 같아요, 음악을 만들 때.

- 5월에 결성된 팀이잖아요. 활동한 시간이 긴 시간은 아닌데, 팀 활동 하시면서 즐거웠던 순간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노 : 첫 곡 나왔을 때요. 첫 자작곡 나왔을 때요.
김, 이 : 첫 공연 했을 때요. 저희가 지옥훈련이란걸 했었거든요. 합주실에서 하루에 맨날 3시간씩 합주하는건데요 일주일 내내, 학교다니면서, 서로 일 하면서 하니깐 시간이 별로 안되는것 같아도 진짜 힘들었어요. 근데 두달 세달 거의 그걸 세달 동안 계속 했는데 그거 끝나고 첫 공연을 딱 했는데 그 때 기분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요.
노 :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갔을 때도 기억이 남아요.

- 그 때 기분 어떠셨어요? 인터뷰하는 영상 보니깐 서로 약간 얼떨떨해 하시던데. ‘어, 진짜?’ 하는 표정이요.

노 : 작사상은 받을지 몰랐어요. 왠지 여태껏 유재하 작사상 받은 곡들의 가사가 표현이 되게 시적이고 동화같다 그래야 되나? 아무튼 그랬는데 저희 곡 들어보시면 되게 직설적이고 난 ‘후회한다 니가 그립다’ 그런 내용이라서 그래서 받을지 몰랐는데 솔직한 가사 때문에 받은것 같아요. 좋았어요.

-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이렇게 즐거웠던 일들도 있는 만큼 어려웠던 일들도 있잖아요. 어떤 일이 힘드셨나요?

노 : 일단 메이저랑 아이돌같은 사람들 보면 살빼고 외모 신경쓰고 자기관리하고 그러잖아요 , 인디밴드들도 나름 다 그러고 살거든요. 근데 살 빼는 게 되게 힘들어요. 여자밴드다 보니깐 저희 밴드는 여자관객보다는 남자관객분들이 많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외모가 신경 쓰이더라구요. 합주실 사장님들도 살빼야된다 그러시고 또 뭐 술 너무 많이 먹으면 안된다. 다른 친한 팀들하고 어울려 다니면 안된다 왜냐면 그분들은 여자팬들이 많으니까, 그런 것들이 은근히 좀 지키기가 힘들어요.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이랑은 다르니까.

- 평소 삶을 여쭤보는 거잖아요,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소득이 어떻게 되시는지.

이 : 아직 저희는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별로 없어요

- 공연하면 받지 않나요?

이 : 클럽마다 달라요. 주는 클럽도 있고 안 주는 곳도 있고

- 그럼 아르바이트를 하시나요? 주로 어떤 일을 하세요?

김 : 보통 학원이나 개인 레슨, 애들 가르치는 거요. 실용음악학원 같은데서 가르쳐요.
노 : 돈을 바라고 하면 솔직히 음악하기 힘들거든요, 우리나라에선 더더욱 그런거 같아요. 사람들이 음반 많이 안 사잖아요. 그것도 그렇고. 인디밴드들에 대해선 많이 안 알려졌었는데 요즘에 탑밴드나 이런거 때문에 그나마 많이 알려졌어도, 그래도 열악해요. 돈바라고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건 괜찮지만요.
김 : 돈 번걸 오히려 이쪽에 쏟아 붓고 있죠. 우리는 합주실 빌리는거나 대여료 이런거, 악기사는것도 다 저희 개인부담이니까.
노 : 오히려 그렇게 무대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되게 좋아요

- 지금까지 열두번 공연 하셨잖아요. 가장 즐거웠던 공연은 첫 공연이라고 하셨는데, 인상깊었다거나, 그런 마음 속에 가장 깊이 남아있는 공연은 어떤거에요?

이 : 저희 합주실에서 기획공연 해가지구, 유명한 밴드들이랑 같이 하면서 저희가 오프닝으로 했었거든요. 그때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노 : 원래 보통 인디 시작할때는 관객이 한두명이거나 거의 없기도 하거든요 근데 저희는 운이 좋아서 초반에 했던 공연들을 되게 사람 엄청 많은 데서 매진된 공연에서 했었거든요 그게 제일 감사하고 기억에 남아요.

- 기억에 남는 관객 분은 없으세요?

김 : 저희 노래듣고 우신분이 기억에 남아요. ‘그랬거든’듣고 우신분이 한 네 명 정도? 많이 공감하고 우시더라구요. 공연하면은 관객들이 누가 누가 있는지 보이거든요. 우시는게 보이니깐 기억에 남아요, 짠하기도 하고 뭉클하고.

-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가사상을 받은 ‘그랬거든’을 노하은씨가 작사하신 걸로 아는데요, 가사를 쓸 때 어떤 영감을 받아서 하시나요?

노 : 영감을 받기 보다는 원래 평소에 생각나는 것들을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저는 모든 곡을 제 경험에서 꼭 써요. 경험담이에요 메모나 일기해둔거 보고 많이 써요. 차였을 때 이야기로 ‘그랬거든’을 쓴거거든요 (웃음)

- 탑밴드 시즌2를 한다는 소리가 있고, 슈스케나 위탄도 계속 나올 것 같은데.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갈 생각이 있으세요?

노 : 아직 그렇게 구체적인 생각은 없는데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이랑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느정도 색깔이 맞는다면 나가고는 싶어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게 좋으니까.
김 :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일단 나가보는 거죠. 나가서 뭐 실패하더라도 저희한테 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실패로 생각하기보단 그것도 공부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 하나 콕 집어서 나가야 한다면 어느 프로 나가고 싶으세요?

김 : 탑밴드. 아 슈스케도.
이 : 슈스케는 가창력을 요구하잖아.
김 : 맞아 가창력. 탑밴드는 밴드 팀의 색깔을 존중해주고 그러는데, 슈스케는 노래 잘 하는게 더 중요하고 우선시 되니깐 탑밴드 나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빵빵 터지는 것 같은 그런 류의 색깔이 아니니깐.

- 대중에게 많이 알릴 수 있는 장벽은 높은 게 현실이니깐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고 싶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노래를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잖아요. 심사위원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합격, 불합격을 매기면 불쾌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노 : 근데, 그거는 이미 솔직히 다 알고 가는 거잖아요. 그런 프로그램이라는 걸. 그래서 다 감수해야하는 것 같아요. 그 프로그램으로 인해 인지도를 얻는 만큼, 자기가 감수해야 할 부분들이 분명히 있고, 합격이다 탈락이다 이런 건 그 분들도 어쩔 수 없이 방송 상 해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저는 그거에 대해서 크게 불쾌할 것 같진 않아요. 거기서 탈락했다고 해서 영원히 탈락이 아니잖아요.
김 : 잘하면, 뭐 붙여주고. 그러잖아요. (웃음)

- 주변에 공연들을 많이 하던데,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밴드는?

이 :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그런 팀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김 : 다른 팀들 보면서 저희도 많이 배우고 있는 그런 단계거든요. 저희는 딱히 바쁜 일 없으면 공연 팀들 하는 공연도 다 끝까지 볼려고 하고 그런거 보면서 아 저 사람들은 이런걸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하는 것도 배우고 그래요.

- 그럼 지금까지 같은 밴드로서 보기에도 저 팀 정말 잘한다 그런 느낌을 받은 밴드는 어떤 팀이에요?

노 : Dic Funks요. 완전 모든 점에서 완벽해요
김 : 연주, 코러스, 노래, 무대매너, 모두 정말 완벽해요. 지루할 틈이 없어요.
노 : 모르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인디에서는 되게 유명한 팀이에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나왔고. 그런 거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안타까워요.

- 음악적으로 하고 싶으신 일, 꿈이 어떻게 되세요?

노 : 스케치북이요. (웃음) ebs 공감 이런데 나가고 싶어요.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게 제일 큰 바람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죽을 때까지 음악하면서 산다’고 하는 말에 모든 게 다 포함되어 있대요.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하려면 어느 정도 지위도 있어야 하고, 인지도도 있어야 하고, 돈도 벌어야 되고, 음악을 하면서 그런 걸 다 얻는다는 게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니까. 죽을 때 까지라면 할머니 되어서도 음악을 한다는 건데, 그게 꿈이라는 게 멋졌어요.

오빠가 그러시더라구요. 너희는 매일매일 음악하면서 살고 있지만, 음악을 한다는 너희의 꿈을 매일 매일 이루면서 사는 거라고 그 말이 되게 감동적이었어요. 중학생 때 공부를 엄청 열심히 했었어요. 근데 중학교 3년 내내 음악을 안 했었어요. 그 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죽을 때까지 이런 공부 같은 것 안에서 살려고 생각하니까 너무 숨막히는 거예요. 근데 음악을 하면서 평생 산다고 생각하니깐 너무 즐거운 거예요. 아 그거 좋겠다. 그래서 그냥 딱 시작했어요. 구체적으로 뭐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이 든 게 아니라 막연히 음악 그게 제 삶과 같이 있을 거란 생각에 너무 좋았어요. 지금은 전 매일매일 꿈을 이루며 살고 있구요.

문한빛 기자/서남
<shteme@e-mednews.org>

한국프로야구 탐구

84호(2011.12.12)/문화생활 2012. 1. 9. 17:18 Posted by mednews

한국프로야구 탐구

얼빠에서 해설위원까지?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2006년 9월 18일, 샌디애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경기를 살펴보자. 9회 말 노아웃 9:5상황으로 패전에 몰린 다저스의 공격을 앞두고 있었다. 1번 타자부터 홈런을 쳤고 다음도, 그 다음도, 그 다음까지, 즉 4연타석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10회 초에 파드리스가 1점을 더 내서 10:9가 되었고, 10회 말에 다저스가 끝내기 2점 홈런을 쳐서 승리를 장식했다.

2011년 한국프로야구(이하 KBO)는 약 681만 관중을 동원하여 1982년 출범 이래 첫 600만 관중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올스타전이나 플레이오프 경기가 아닌 정규 경기를 지상파에서 방송하기도 했다(이는 4년 만에 처음이다). 가장 최근의 경기였던 삼성 라이온즈와 일본의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에서는 케이블 중계였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시청률 3%대, 최고 시청률 5%대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또 그 경기에서 삼성이 우승하여 한국 야구의 위상을 높이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시류에 편승하고자 한다면 먼저 상식을 익혀두자.
먼저 KBO는 현재 8개 구단으로 이뤄져있다. 연고지 순으로 나열해 보자면, 서울을 연고로 한 넥센 히어로즈(목동),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이상 잠실), SK 와이번스(인천), 한화 이글스(대전), 삼성 라이온즈(대구), 롯데 자이언츠(부산), KIA 타이거즈(광주)가 있다. 2013년 부터는 창원을 연고로 한 9번째 구단인 NC 다이노스가 합류를 목표로 하고 있고 그 밖에 10번째 구단을 수원, 전북 등에서 창단하려고 하고 있다. 간혹 스포츠 뉴스를 봤다면 MLB에서 활약 중인 추신수 선수의 구단인 ‘클리브랜드 인디언스’라는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이는 KBO 구단명과는 달리 기업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다. 이러한 이유는 MLB는 각 구단별로 독립적인 재정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물론 구단주, 구단 경영진은 기업인일 수 있다. 하지만 MLB의 구단은 막대한 선수 연봉에도 불구하고 관중수, 스폰서, 로얄티 등으로 흑자를 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먼 거리를 이동할 때는 전용기, 전세기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반면 KBO의 구단은 구단 예산이 거의 언제나 적자다. 그럼에도 구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모기업의 홍보효과 등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넥센 히어로즈는 예외다. 이 구단은 모기업의 홍보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메인 스폰서인 넥센의 후원 등으로 운영된다. 넥센과의 계약 이전엔 우리담배 주식회사와 계약을 했었다.
프로야구 일정은 시범경기→정규경기(페넌트레이스)→포스트시즌으로 이뤄져있다. 시범경기는 정규 리그 개막 전 훈련과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2012년부터는 시범경기도 입장료를 받는다. 정규경기는 4월 7일에 개막식을 시작으로 팀당 133경기를 치루게 된다. 경기시간은 아직 미정이지만 2011년 기준인 주중 6시 30분 시작, 주말이나 공휴일 2시 시작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월요일에는 경기가 없고 화~목요일, 금~일요일에 팀 간 3연전씩으로 이뤄진다. 7월 21일은 올스타전으로 일명 ‘올스타 브레이크’라고 해서 올스타전 전후인 20일부터 23일은 정규 경기가 없다. 편의상 올스타전 이전을 전반기, 이후를 후반기로 칭한다.

응원할 팀과 관람일은 결정했는가? 그러면 이제 야구 내면을 살펴보자.
현대 야구는 기본적으로 1·2·3루와 홈베이스가 있는 내야와 그 밖의 외야로 이루어져있고 그 외는 파울 존이다. 또 스트라이크 3개면 삼진아웃, 볼이 4개면 사사구(볼넷)로 출루한다. 또 공이 타자의 몸에 맞아도 출루한다. 이 분야의 1위는 SK 최정 선수다(2011시즌 20개로 1위, 결국 시즌 도중 사구로 인한 부상도 입었었다). 아웃이 쌓여 3개가 되면 한 이닝의 끝이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대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타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아웃당하지 않고 출루할 수 있을까를 몇 가지 생각해보자. 첫 번째로 공을 쳐서 안타나 홈런을 만들면 된다. 두 번째로는 볼넷, 사사구가 있겠다. 세 번째로는 수비수의 실책으로 출루하는 방법이 있다. 네 번째로는 1루에 주자가 없는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헛스윙을 하거나 스트라이크 존 내로 공이 들어왔는데 포수가 공을 놓쳤을 때다. 물론 이 때는 포수나 투수 등이 놓친 공을 포구해 1루로 송구하기 전에 타자주자가 먼저 1루를 밟아야 한다. 기록은 투수에게는 삼진으로, 타자에게는 실책으로 인한 출루가 된다.
반면 이번엔 투수 입장에서 아웃 카운트를 올리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기본적으로 삼진을 잡거나 땅볼, 뜬공 유도가 있겠다. 즉 삼성의 오승환처럼 묵직한 직구로 루킹 삼진,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 카운트를 잡을 수도 있고 SK 정대현처럼 변화가 심한 낮은 공으로 범타를 유도해 타자를 막을 수 있다.
NPB의 지바 롯데 선수인 니시오카 츠요시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렇게 말했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재미없게 한 이닝을 막는거야. 세 타자가 모두 초구땅볼을 쳐서 삼자범퇴. 이게 가장 좋은 경우지. 야구라는 종목은, 경기장에서 땀흘리는 게 아니라 경기 전에 땀을 흘리는거야. 평범한 2루수 땅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 몇 천, 몇 만 번의 땅볼을 잡으며 땀 흘리고 외야플라이를 잡으면서 주자를 진루하지 못하게 하기위해 수도 없이 하늘로 뜬 하얀 공을 쳐다보지. 타자가 140km가 넘는 공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치기위해 어릴적부터 계속 공을 보아 온거야. 야구란건 힘들어.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해야 하니까.’
‘인필드플라이’라는 룰을 아는가? 한 해설위원은 이 룰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야구 초보와 중수의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야구팬들 중 일부는 선수의 잘생긴 얼굴만 보고 경기를 보는 사람도 있다. 이를 속칭 ‘얼굴만 보는 빠돌이, 빠순이’의 약자로 얼빠라고 부르기도 한다. 반면 족보처럼 선수들의 모든 기록을 외우며 야구를 보는 마니아도 있다.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은 개인의 자유지만, 룰을 이해하는 것은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왕 야구를 볼 거면 최대한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당당한 얼빠가 되자.

솩충이/영감님 빠돌이
<han@e-mednews.com>

※ KBO : Korea Baseball Organization의 약자. 명확히 하자면 한국야구위원회를 뜻하지만 미국의 MLB, 일본의 NPB와 같이 편하게 한국프로야구를 말할 때 쓰기도 한다.

수필부문 최우수

84호(2011.12.12)/문예공모전 2012. 1. 9. 17:17 Posted by mednews

(수필부문) 최우수
명쾌한 진단
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박솔희

불안 장애, 강박 장애, 망상장애. 너무 아파서 점심시간에 끼니도 거른 채 찾아간 병원에서 20분 만에 받은 내 병의 진단이었다. 나는 붉으락푸르락 한 얼굴로 씩씩거리며 병원을 나섰다. 문이라도 한 번 ‘팡’ 하고 차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편으로는 억울함이 밀려와서 눈 밑에 차올랐다. 못 다한 나 자신에 대한 변호의 말들이 입안에서 우글우글 거렸다. 이야기의 시작은 넉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 시작됐어.”

찌르르한 느낌이 가늘게 나타나나 싶더니 어느 새 왼쪽 위아래 턱 모두 누구에게 한 대 맞기라도 한 듯 얼얼해져왔다. 일단 통증이 시작 되면 약 5분에서 10분정도는 얼굴의 아랫부분이 너무나 아파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한 손으로 턱을 감싸 쥔 채 두 눈을 질끈 감고 다시 괜찮아지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처음으로 아팠던 것은 1월 어느 날이었다. 4학년 선배들의 국가고시 응원을 위해 깜깜한 새벽부터 시험장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추위에 떨었던 때이다. 모자, 마스크, 내의로 중무장을 하고 온 몸에 일회용 핫팩까지 붙였는데도 너무 추워서 발가락 끝마디부터 서서히 감각이 무뎌져 왔다. 선배들이 모두 입장하고 응원을 담당한 1학년들끼리 기념사진도 찍고 드디어 끝났구나! 얼른 집에 가야지 하고 차에 올라타 히터 바람에 언 몸을 녹이자 다시 몸에 따뜻한 피가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와 거의 동시에 이때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아픔이 내 왼쪽 턱 부근에 느껴졌다. 그 후로 괜찮아 지겠지 괜찮아 지겠지 하고 몇 번 넘겼더니 통증이 오는 건 더욱 잦아졌고 범위도 점점 넓어져서 이제는 왼쪽 귀 까지 먹먹한 지경이 되었다. 도대체 이게 뭐람?
 
나와 같은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 또는 이미 그 공부를 거쳐 의사로 활동하고 계시는 분이라면 이 글을 읽는 순간부터 본능적으로 내부 스위치가 켜졌을 것이다. 분명 머릿속에는 어떠한 알고리즘이 지금 막 순차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중일 테다. 나도 그랬다. 본과 2학년이 되어서 한창 임상 질병들에 대해 배우고, 증례에 대해 토의하는 수업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스스로 자신의 병력을 정리하고 가능한 질병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고 있었다. 아 나도 제법 의사가 되어가는구나 싶었다. 가장 유력한 것은 턱관절 질환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왼쪽 턱관절이 안 좋아서 이제는 입을 벌렸다 닫을 때 ‘딱’ 하는 소리가 났다. 게다가 얼마 전에 치과의사 한 분을 사석에서 만나 뵐 일이 있어서 물어보았더니 꼭 추웠다가 따뜻해질 때 아프고 통증이 관절부터 시작되는 게 턱관절 질환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넉 달 동안 이렇게 나름 유추도 하고 조언도 들어서 턱관절 클리닉에 몇 번 다녔지만 증세는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심해졌다. 그래서 결국 단골 치과를 찾아 엑스레이 사진을 찍고 예전 기록을 살펴보니 관절 때문이 아니라 이전에 경과를 지켜보자고 그냥 두었던 치신경의 손상이 점점 더 진행되어 문제를 일으킨 거라는 의외의 결과였다. 신경치료를 통해 신경을 제거해야한다는 말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치료를 받고나면 이가 푸르스름하게 변색되므로 내 이에 사기를 덧씌워야 한다는 것도 걱정되었다. 어쨌건 나는 신경치료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치통으로 넉 달 동안이나 고생을 했던 나는 예민할 데로 예민해져 있었다. 시험을 이틀 앞두고 있는데 이제 막 치료를 시작한 부위가 퉁퉁 붓고, 예전보다 통증이 훨씬 심해진 것 같았고, 나는 막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누구에게 화를 내야할 지 몰랐다. 그리고 “딸칵”, 내부의 스위치는 또 켜졌다. 신경 치료하는 부위가 덧나서 염증반응이 일어난 거 아닐까? 아니면 애초에 턱관절이 문제였던건가? 아니 염증반응이 더 맞는 거 같은데. 생각은 점점 더 비과학적으로 변해갔다. 1년 전에 잇몸을 절개하고 사랑니를 뽑았던 자리에 염증반응이 일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머릿속 알고리즘은 점점 더 가지를 쳤고 걱정으로 내 두뇌를 조각내버릴 것 같았다. 나는 점심도 먹지 않고 학교 앞에 눈에 보이는 한 치과로 달려갔다. 그렇게 받은 진단명이 불안, 강박, 망상 장애였다. 치과의사 선생님의 눈에 나는 인터넷 자료를 강박적으로 검색하고 마음대로 병에 대해 생각하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의사인 양 떠들어대는 영락없는 건강 염려증 환자였던 것이다.   

태어나서 그런 진료는 정말 처음 받아봤다. 머리가 희끗하신 의사선생님이셨는데 내가 한 마디 할 때마다 가차 없이 비난하셨다. 내가 엑스레이 사진에서 아픈 부위를 짚으며 여기에 염증소견이 있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거 보라며 사랑니를 뽑은 부위는 분명 잘 아물었고 신경치료 하고 있는 부분은 여기인데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씀하셨다.  그리고 선생님의 설교가 시작되었다. “허참 요즘 사람들은 없는 병도 만들어. 마음을 편안 하게 먹을 줄 알아야지.” 상상 병이라니 마음을 고쳐먹으라니 하도 몰아세우셔서 당황한 나머지 증상을 설명하다가 나도 모르게 아픈 반대쪽 턱을 가리켰다. 그러자 턱을 짚기가 무섭게 “아까는 이쪽이라더니 왜 반대쪽을 짚누?”하고 나무라셨다. 순식간에 아프지도 않은 병을 만들어내서 어느 쪽인지 분간도 못하는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다. 억울해서 무어라 설명을 하려들어도 금방 꼬리를 내려야 했다. 의대생인지라 마치 직업병처럼 조금만 아파도 나도 모르게 증상을 분석하고 진단하게 된다고 변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또 폭풍 같은 비난을 들을까봐 가만히 있었다. 설교의 마무리는 나의 예민한 성격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얘기로 끝났다.

병원을 내려가는 계단 옆에 걸려있는 거울을 들여다보니 그러지 않아도 작은 내 입술이 한층 더 예민하게 앙다물고 있는 것 같았다. 화가 난 상태였지만 한편으로는 눈빛도 어딘가 불안해 보이고 자세도 움츠러든 게 정말 선생님 말대로 내가 너무 심하게 걱정한 거였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통증은 하루 이틀 지나 잦아들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마치 중고등학교 때 할아버지 선생님께 꾸중 듣는 것 같았던 그 날의 진료가 한편으로는 내가 넉 달간 거쳤던 어느 병원보다도 속 시원하게 치료를 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료를 받는 내내 화가 솟구치고 어안이 벙벙해서 진료실을 박차고 나왔지만 마음가짐을 바꿔보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은 내 옷깃을 붙잡고 따라왔다. 학교생활 중에 작은 일이 나를 걱정스럽게 만들라치면 그 말이 떠올랐고 아픈 이가 낫듯 걱정이 사그라졌다. 그리고 당시 배우고 있던 정신과 수업에서 ‘건강 염려증’ 환자에 대한 내용이 나왔을 때 기막히게도 그 날 내가 했던 말이랑 행동과 일치해서 혼자 속으로 마구 웃었다.

그간의 병원 순례는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할 것인가?’ 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끔 했다. 이번에 앓은 치통 덕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이후 처음으로 환자의 입장에 서 본 셈이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단골 치과에서의 진료가 가장 좋았다. 의사 선생님은 별 말씀은 안하셨지만 내가 호소하는 증상들에 대해 묵묵히 들어주시고는 간간히 내가 느끼는 통증에 대해 공감을 해 주시곤 했다. 비록 호들갑을 떨며 얕은 의학지식을 동원해 증상을 호소하는 내 모습이 건강염려증 환자처럼 보였을지라도 말이다. “마이 시리지예?” 한마디에 넉 달 간의 치통 중 한 달치는 누그러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불편해 했던 통증을 해결해 주었다. 턱관절 클리닉에서처럼 값비싼 교정기를 구입하는 일도 없이 말이다. 환자가 호소하는 불편함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했기에 정확한 원인을 짚어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감동하긴 이르다. 5주 가까이 신경치료를 받으러 통원하는 내내 나는 간호사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곤 했었다. “사기로 이를 덮어씌우면 보기 흉하나요?” 신경치료를 하면 꼭 해야 하는 필수 코스지만 가격도 만만치 않고 20대의 창창한 나이에 의치를 한 할머니 같아 보일까 걱정이었다. 치료중인 이가 ‘앞니’였기 때문에 미용에 더욱 신경 쓰였다. 그런데 치료 마지막 날 각오를 단단히 하고 치과를 찾은 내게 간호사가 말했다. “선생님이 사기로 덮어씌우는 건 일단 미뤄두자고 하시네요. 변색이 되면 그 때 해도 늦지 않으니 나중에 오세요.” 다른 병원이었다면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10년 동안 단골로 다니면서 선생님과 안부 한 번 제대로 주고받은 적 없을 정도로 말이 없으신 분인데, 이렇게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배려가 환자와 의사 사이의 대화를 대신 했다. 물론 간호사를 통해 내가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으셨겠지만, 내 머릿속에는 다른 환자를 치료하면서도 귀를 쫑긋 세우고는 내 말에 귀 기울이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이 상상 되었다.

‘명쾌한 진단을 내리는 의사가 되고 싶다.’ 는 게 내가 치통으로 고생을 하고, 병원 세 곳을 전전하며 극도의 예민함으로 치닫다가 마지막에 불안장애 망상장애 강박장애를 진단받고 정신이 번쩍 든 뒤 한 생각이다. 비록 일반 병원이 아닌 ‘치과’에서 경험하고 느낀 일들이지만, 의사와 환자의 관계라는 면에서는 앞으로 내가 일하며 겪게 될 일들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명쾌한 진단의 알고리즘은 다른 게 아니라 환자가 가장 불편해하는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 있다. 환자가 되어 아파보니 알 것 같았다. 현재 내가 가장 괴로워하는 것 ‘이것’을 의사가 해결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컸다. 그리고 겉으로 보이는 친절보다 몇 곱절 값진 ‘배려’, 환자의 걱정스런 말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만화 주인공처럼 자유자재로 커질 수 있는 귀.

단골 의사 선생님도 명쾌한 진단을 하셨지만, 점심시간에 찾아갔다가 꾸지람을 들은 선생님도 칼 같은 진단을 하셨다. 그 때 나는 분명, 치아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지쳐있고 곤두서 있었던 게 가장 큰 문제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덧붙이자면 환자가 자각하지 못하는 문제점까지도 꿰뚫어볼 수 있는 매서운 눈은 물론이거니와, 필요할 땐 따끔하게 호통도 칠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글을 마무리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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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부문 우수

84호(2011.12.12)/문예공모전 2012. 1. 9. 17:16 Posted by mednews

(수필부문) 우수
마음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손호영

해부학 실습실은 병원 지하 4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긴장감을 잊어보려 동기들과 떠들썩하게 어울려 계단을 내려가 해부학 실습실 문 앞에 다다랐다. 그곳에서는 축축한 포르말린 냄새가 느껴졌다. 다들 하나씩 챙겨온 낡은 옷을 몸에 걸치고, 그 위에 헌 수술복을 착용했다. 그리고 실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섯 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테이블 위에 검은 천으로 싸여있는 카데바가 놓여 있었다. 우리는 수술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별로 테이블 주위에 둘러섰다.
교수님과 목사님께서 시신을 기증해주신 분에 대한 감사의 의식을 시작하셨다. 축도와 묵념이 끝나고, 카데바를 싸고 있던 검은 천을 벗겨냈다. 그 안에는 커다란 비닐에 싸여있는 시신 한 구가 있었다. 나는 조원들과 힘을 합쳐 카데바를 커다란 비닐 안에서 꺼냈다. 건장한 중년 여성으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섞여 있었다. 피부는 어두운 색이었고, 방부액에 충분히 젖어 있어서 약간 불어 있었다. 나는 시신을 그렇게 가까이서 본 적도, 직접 만져본 적도 없었다. 인간이 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명이 꺼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은 해보았지만, 실체로서의 죽음을 내 손으로 직접 만져본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만지면서, 나는 카데바를 비인격적 개체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것을 내 손으로 만지고, 자르고, 벗겨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피부를 벗겨내는 일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카데바는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스테인리스 테이블과 마찬가지로 무생물일 뿐이니까 피부를 벗겨낸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첫 실습은 등의 피부를 벗겨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 조는 카데바를 뒤집어 놓고, 메스로 피부에 작은 십자모양을 새긴 후, 그 중 한 부분을 핀셋으로 잡고 메스로 피부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피부를 벗겨나갈수록 그 아래에서 노란 인간의 지방조직이 드러났다. 처음 잡는 메스, 생각보다 질긴 피부, 인간 지방의 질척한 냄새, 그리고 처음 만져보는 카데바는 어쩐지 현실에서 현실감이라는 요소를 조금은 덜어냈다. 우리 조의 카데바는 그렇게 피부가 상당부분 벗겨진 채로 차가운 스테인리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첫 실습 후,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카데바를 철저하게 비인격적 개체로 받아들인다면, 실습을 시작하기 전에 했던 감사의식과 실습실 곳곳에 붙여있는 ‘시신을 기증해 주신 분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말자’라는 글귀는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런 것들은 결국 카데바가 인격적 존재임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은 내가 실습시간 동안 가졌던 ‘비인격적 카데바’의 상과는 상충되는 것이었다. 만약 ‘인격적 카데바’의 상을 받아들인다면, 도저히 실습 시간에 카데바의 피부를 벗겨내고, 근육을 자르고, 혈관과 신경을 분리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게 있어서 그것은 카데바를 비인격적인 개체로 받아들일 때만 가능한 행위였다. 이것은 해부학 실습이 진행되는 내내 나의 화두였다.
그렇게 등, 팔, 가슴, 머리, 배, 내장, 골반, 다리까지 한 학기 동안 정신 없이 실습이 진행되었다.  해부학뿐만이 아니었다. 생화학, 생리학, 조직학 등 공부해야 할 내용은 산더미 같았고, 시험은 매주 월요일마다 있는데다 해부학 실습이 정규 수업시간에 포함되지 않아, 수업이 끝난 밤이나 주말에 실습을 해야 했기 때문에 더더욱 정신이 없었다. 실습 평가가 있는 날을 포함하여 일주일에 두세 번씩 카데바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나 역시 카데바와 함께 지내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카데바를 ‘우리 할머니’라고 부르며, 골고루 방부액을 뿌리고 노출된 피부에는 정성스레 비닐랩을 감아 좋은 상태로 보존을 하기 위해 애썼다.
사람이 죽게 되면, 그 시신은 생명이 꺼져버린 무생물일 뿐이다. 그것은 고인이 남겨놓고 떠난 것이긴 하지만, 고인 그 자체는 아니다. 시신을 존중하는 것은 이 세상을 떠나기 전 고인의 정신과 의지를 존중하는 것의 연장선 상에 있다. 즉, 우리가 카데바라는 비인격적 개체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존중하며 대해야 하는 것은 고인의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그 의지가 육신에 생명이 떠난 후에도 남아 의학도들에게 소중한 인체 해부 실습의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비인격적 개체에 인격적인 개념이 덧씌워졌고, 나는 비로소 카데바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
해부학이 종강하는 날, 해부학 땡시험이 끝나고 이곳저곳 분해되고 해체되어 인체의 구조를 낱낱이 드러내고 있는 카데바가 스테인리스 스틸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우리는 각자 자기 조의 카데바를 정성스럽게 정리했다. 그리고 시신에서 나온 모든 것들을 처음의 커다란 비닐에 넣고, 그것을 시신 보관용 냉장고에 옮겨 넣었다. 냉장고에 카데바가 들어가고, 역시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육중한 문이 닫혔다. 그 때 나는 세상에서 무언가 빠져나간 듯한 기분으로 한 학기 동안의 실습을 돌이켜 보았다. 내게 카데바는 한 학기 동안 인체의 구조를 배우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구조물 하나하나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였다. 강의를 통해 배운 내용을 하나하나 해체해 가면서 직접 보고 만질 수 있었다. 나는 시신을 기증해주신 분에 대해 큰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 이젠 고인의 숨결이 더 이상 남아 있지는 않지만, 그 분이 세상에 남기고 간, 그리고 의학교육을 위해 기증해 주신 그 육신 덕에 나와 내 동기들은 소중한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부학 실습이 끝나고 인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지금은 시신에 대한 느낌이 처음 카데바를 마주했을 때와는 많이 변했다. 생명이 꺼져버린 육신은 그저 물건일 뿐이라는 것, 인간은 육체를 통해 이 세상을 살다가 생명이 다하면 그것을 남겨놓고 떠난다는 개념을 깊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해부학 실습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할 때 시신에 대한 두려움 섞인 시선을 마주하게 되면, 처음 해부학 실습실에 들어섰을 때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그 때는 나도 시신이 두려웠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무척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해부학 실습을 무사히 마치고 시신을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지금의 나를 바라보면, 의학을 배우고 의사가 되어가면서 변해가는 마음가짐을 깨닫게 된다. 해부학을 배우면서 카데바라는 비인격적 존재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던 것처럼, 임상의학을 배우고 익히면서도 질병이라는 비인격적인 대상을 다루는 동시에 인간을 잊지 않는 그런 의사가 되어 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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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부문 심사평

84호(2011.12.12)/문예공모전 2012. 1. 9. 17:16 Posted by mednews

(수필부문) 
심사평
이병훈(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문학평론가)

제6회 의대생 문예공모전 수필 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35편이다. 학생들이 쓴 수필치고는 예상보다 수준이 꽤 높았다. 소재를 다루는 기술, 비유적인 사유, 명확한 주제의식, 문장력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 못지않았다. 우선 너무 신변잡기에 빠져있거나 주제의식이 부자연스럽게 드러난 작품들을 1차 심사에서 가려냈다. 그 결과 박솔희의 <명쾌한 진단>, 손호영의 <마음>, 김기영의 <눈물 한 방울>, 류창연의 <초상(初喪)>이 최종 심사대상이 되었다. 이중에서 최우수작으로 박솔희의 <명쾌한 진단>을, 우수작으로 손호영의 <마음>을 선정했다. <명쾌한 진단>은 건강 염려증 환자(상상병 환자)를 다룬 작품으로 글쓴이 자신의 경험이 생생하게 묻어나 있는 수작(秀作)이다. 특히 ‘머릿속 알고리즘’이라는 의대생 특유의 습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남달랐다. <마음>은 해부학 실습실 경험을 감각적이고 사실적인 문체로 묘사한 작품이다. 카데바를 통해 비인격적 존재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다는 주제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김기영의 <눈물 한 방울>은 호소력 있는 문장과 진실한 감정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으나 입상작이 되기에는 너무 소품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류창연의 <초상(初喪)>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능력은 뛰어났지만 너무 개인적인 신변잡기에 빠져 지루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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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문 최우수

84호(2011.12.12)/문예공모전 2012. 1. 9. 17:15 Posted by mednews

(시부문) 최우수
위로
고려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김한나

옷에 파묻힌 작은 아기가
별로 높지도 않은 의자 위에서 달랑
달랑 거린다.
나도 저렇게 두 다리를 흔들며 달랑
달랑 거리던 때가 있었을 테다.
몸은 북국의 나무처럼 쭉쭉
뻗어 자랐으나 새로 사 입을 수도 없는 세상은
점점 굽어지고, 굽어지고,
굽어지다 움츠러지고,
세운 옷깃 사이로는 침묵만을 골라 담은 쌉쌀한
담배 연기가 피워져 올랐다.
사발면에 딸려나온 나무젓가락처럼 기운 없이 툭, 부러지는
미소를 눈썹 위에 얹어 부신 눈을 가리고
거기
세상은 말없이 얼굴만 붉힌다.
괜찮다, 괜찮다,
지하철에서 짜한 목소리로 삼단 면도날을 파는 사내, 그도
높지 않은 의자 위에서 달랑
달랑 거리며 맛있게 꿈을 먹던 때가 분명 있었을 테다.
작아지는 세상에 꼭 끼어 옥죄이는 우리 모두,
네 탓은 아니다.
우리가 커버린 탓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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