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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그 곳에선 무슨 일이?

새로운 기업인 사장 ‘돈 안 되는 치과, 인턴 안 뽑아!’

삼성그룹, 서울병원에
기업인 경영 사장 임명

삼성그룹은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지난 10월 25일까지 두 달간에 걸친 고강도의 경영진단 및 감사를 실시하였다. 병원의 경영에 관해 이러한 경영진단이 시행된 것은 설립 이후 1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 결과 기존의 의료인 병원장이 경질되고 경영학을 전공한 윤순봉 삼성 석유화학 사장이 새로운 병원 경영자로 임명되었다. 윤순봉 사장은 삼성그룹 내에서 ‘혁신전도사’로 불리며 이건희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인물로 통한다. 또한 그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이건희 회장 식 신경영 이론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체계화 하는 역할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직책은 지원총괄사장 겸 의료사업일류화추진단장으로 실질적으로 그룹 내에서는 병원장과 대등한 직위를 갖는다. 사장이 병원 내에 부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며 기존의 병원장을 관장하는 의료원장은 공석으로 기존의 의료원장은 감사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에 관해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는데 일부는 “한국의 의료기관은 비영리 법인이라는 점에서 공공적인 역할이 강한데 과연 기업인 출신이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조직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혁신 필요성에 공감하며 삼성 그룹 내에서 병원의 위상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삼성그룹의 신성장동력 핵심,
삼성서울병원

이러한 변화는 정체상태에 있는 삼성의료원을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도약시키자는 명목 하에 삼성이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의 중추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다. 삼성그룹은 2020년까지 총 23조3000억원을 투자해 매출 50조원을 올릴 계획인데 이를 위한 사업분야 5가지 중 하나가 바로,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이다.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은 제약 및 의료기기 분야는 물론 건강보험체계, 예방, 치료 등 보건의료서비스 전체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영리병원, 의료보험민영화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현재 다방면에서 추진 중에 있다.

특히 임상 수준은 올라갔으나 미국의 존스홉킨스병원·메이요클리닉 같은 세계적 의료기관에 비해 연구개발(R&D)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토대로 병원의 의료진을 연구분야에 전진 배치하여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의 수익을 극대화 할 생각이다. 반도체산업 규모에 두 배에 달하는 바이오 의약품을 선점하기 위해 삼성그룹은, 의료진의 연구능력을 무기로 삼성서울병원을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임상시험 무대도 독차지할 계획이다. 현 삼성서울병원 최한용 병원장은 2010년 한 인터뷰에서 “삼성전자의 투자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산업이 활성화되면 적극 협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업인 사장,
치과진료 폐쇄 추진

이러한 새로운 경영에 따라 삼성서울병원은 치과를 폐쇄하기로 논의 하였다. 치과 진료는 1차 병원에서는 비보험 항목이 많아 고수익 분야로 알려졌지만 대학병원에서는 엄격한 수가 체계와 진료의 위험성 때문에 수익성이 낮다고 알려져 있다. 본 병원은 교정과, 보철과, 구강악안면외과, 치과보존과, 치주과, 소아치과 등 6개 진료과목에서 19명의 교수진과 스텝들이 전문의 수련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국민들에게도 양질의 3차 치과진료를 제공해 오고 있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올해도 레지던트 7명, 인턴 7명의 2012년 치과 전공의 배정이 확정되어 있었으나, 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에 “단 한 명의 전공의도 배정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통보한 후, 다시 삼성서울병원 치과 측에서 내년도 인턴은 모집하지 않고 레지던트 4명만 배정받겠다고 수정입장을 전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병원 측의 결정은 치과 쪽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 된 것으로, 병원경영자 선에서 통보 당일 결정이 난 것임이 치협 이강운 이사의 사실확인 결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어 11월 29일에는 12월 1일부터 치과에서 신환을 받지 않을 계획이며, 내년 2월 말까지 모든 환자를 정리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치협에 전달했다. 병원 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내년도 인턴을 선발하지 않겠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사항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이며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관련 된 논란을 회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직개편이 계속된다면 향후 기존의 교수 및 스텝들도 정리되며 상급의료기관으로 명목상 2~3명의 의료진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소식을 접한 의대생 일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기업은 수익성 안 나오는 부문을 버리면 비용절감이 되겠지만, 전반적인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할 종합병원에서 그런 전략을 쓰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병원이 영리를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이건 비단 특정 학교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 바깥세상의 일과 사회 변화에 둔감한 의대생들 모두에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공감을 얻는 분위기다.

현행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비의료인의 병원경영은 명백한 불법이다. 최고수준의 의료를 제공하겠다는 삼성서울병원의 목표는 앞으로 수익성의 극대화를 위한 경영으로 인해 변질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치과축소 발표 후, 현재 운영중인 기증 제대혈은행도 효율성 등의 이유로 조만간 서울시립보라매병원에 이관할 것을 밝혔다. 앞으로 삼성서울병원은 무엇을 목표로, 어떠한 형태로 변화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은실 기자/아주
<hershi@e-medne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