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문) 최우수
위로
고려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김한나
옷에 파묻힌 작은 아기가
별로 높지도 않은 의자 위에서 달랑
달랑 거린다.
나도 저렇게 두 다리를 흔들며 달랑
달랑 거리던 때가 있었을 테다.
몸은 북국의 나무처럼 쭉쭉
뻗어 자랐으나 새로 사 입을 수도 없는 세상은
점점 굽어지고, 굽어지고,
굽어지다 움츠러지고,
세운 옷깃 사이로는 침묵만을 골라 담은 쌉쌀한
담배 연기가 피워져 올랐다.
사발면에 딸려나온 나무젓가락처럼 기운 없이 툭, 부러지는
미소를 눈썹 위에 얹어 부신 눈을 가리고
거기
세상은 말없이 얼굴만 붉힌다.
괜찮다, 괜찮다,
지하철에서 짜한 목소리로 삼단 면도날을 파는 사내, 그도
높지 않은 의자 위에서 달랑
달랑 거리며 맛있게 꿈을 먹던 때가 분명 있었을 테다.
작아지는 세상에 꼭 끼어 옥죄이는 우리 모두,
네 탓은 아니다.
우리가 커버린 탓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