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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봉사, 도움보다 민폐?

사례 1. 복지관에 도착한 A양, 쭈뼛쭈뼛 봉사활동팀 팀장님에게 다가가 해야 할 일을 묻는다. 뭘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 팀장님도 학생에게 시킬 일이 없는 건 매한가지. 말하진 않지만 둘 사이에는 답답함이 맴돈다. 결국 A양이 한 일은 지체장애인들과 얘기하고 도와드리는 일, 그러나 이것도 어색하다. 학교에서 의료봉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오기는 왔지만 자신이 민폐가 아닌지 걱정되고 답답하다.

사례 2. 병원 앞에 도착한 B양, 문을 열고나니 짜릿한 소독약 냄새가 코 끝에 스친다. 당당하게 봉사활동팀 팀장님께 다가가 할 일을 묻는다. 그러나 B양에게 주어진 것은 걸레, 병원 계단에 있는 먼지 낀 소화기를 닦는 것이 B양의 임무였다. 1층부터 9층까지 계단을 오르며 소화기에 있는 먼지를 닦다보니 이게 의료사회봉사인지 차츰 서글퍼진다.

‘의료사회봉사’라는 과목?
‘의료인으로써 갖추어야 할 박애정신과 봉사정신을 직접 현장에서 체험하도록 한다.’는 취지하에 각기 다른 이름으로 서남대, 중앙대, 한림대 등 여러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주로 봉사활동시간을 정해 놓고 그 시간을 채우거나, 리포트 제출,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하는 형식이다.

취지와 현실 그 사이에서
위의 표에서 보듯이 각 의과대학은 학생들이 장차 봉사하는 마음을 지닌 의사로서 성장하도록 의료사회봉사과목을 개설하였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각 대학병원, 지역사회 봉사센터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많은 수의 의대생들은 그 속에서 봉사하는 마음의 숭고함과 봉사정신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배우게 될 숭고한 봉사정신과는 다른 상충하는 이해들로 많은 갈등이 빚어진다. 기관들은 단지 채우지 못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여러 곳의 단체를 돌며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학생들의 방문이 그리 반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위의 표에서 보다시피 주로 예과학생들이 하는 봉사이기 때문에 전공과 관련된 봉사가 아닌 쉬운 일을 주로 맡기게 된다. 또한 학교는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성실하게 참여했는지를 평가할 뚜렷한 기준이 없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눈에 보이는 봉사활동 시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학교와 봉사기관의 입장 차이에 등이 터지는 것은 학생들이다. 사례1과 사례2처럼 학생들은 병원에서는 차트 정리, 차트 전달, 청소 등의 일을 주로 하게 되고, 복지관에서는 장애우분들과 말벗하기, 청소 등을 하게 된다. 서남의대 S씨(21)는 ‘방학동안 어느 국립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한껏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맡은 일은 침대 정리, 얼음 주머니 만들기 등이었습니다. 의료봉사라고 해서 환자와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원했지만 그럴 기회가 없어 단순히 시간소모라는 생각을 지워 버릴 수 없었습니다.’라고 답답해했다. 좋은 취지하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 그러나 학교와 봉사기관의 엇갈리는 입장 속에 결국 시간때우기식으로 전락해버리는 현실이다.
참가할만한 활동
취지와 다르게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의료사회봉사, 학교와 기관 사이의 불협화음이 학생들을 봉사시간만 떼쓰는 아이들로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취지에 부합하는 진정한 봉사활동을 직접 찾아 나선 학생들도 있다. 지난 8월 섬 봉사활동에 참가한 서남의대 K씨(21), K씨는 봉사활동을 갔다 온 뒤 “나눔으로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다음 표에서 봉사활동을 선택할 때 참고하면 좋을 몇 가지 활동을 소개해 두었다.

문한빛 기자/서남
<shteme@e-mednews.org>

국시 문제 공개 확정, 무엇이 달라지나

보건복지부는 올해 6월 28일에 “제 76회 의사국가시험 (2012년 1월 시행) 필기 기출 문제”를 공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복지부는 “일부 응시자들이 조직적으로 시험문제를 사실상 공개하고 있으며, 저작권을 무시한 출판사들이 기출 문제를 복원, 판매하는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되어 기출문제를 공개하기로 결정 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국시 기출 문제 공개와 더불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여러 보완책을 제시했다. 첫째, 출제 문항수의 25배를 보유하고 있는 문제은행 문항수를 30배까지 늘리며, 둘째, 단순암기 문제보다는 종합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R형’ 문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셋째, 문제 공개로 인해 정답 이의신청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응시자들의 이의 신청 기간을 신설했다.

이에 따른 2012년 제76회
의사 국가시험 변경사항

1) 시험 문항수 : 500문항 -> 450 문항
2) 확장결합 (R형) 출제문제 비율 변경
3) 시험문항·가답안 공개 및 이의 신청 제도 신설
시험 시행 후 3일 이내 한국 보건 의료인 국가 시험원 홈페이지 전용게시판 이용
애초 복지부는 “단순 암기식 문제를 지양하고, 종합적인 사고에 바탕을 두고 풀 수 있는 문항으로 차차 바꿔나갈 예정”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더불어 “2012년 1월 의사국시에 바로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며, 2013년부터 단계적으로 출제 형식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국시는 수험생들의 혼란을 피하기 위한 단계적 변화로 보여진다.

뒤따르는 2013년도 국시는?

국시 기출 문제 공개는 2012년 수험생보다 2013년도 수험생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첫째, 위와 같은 출제 양식의 변화, 둘째, 기출 문제집 출판 여부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국시원은 지난해 12월, 기출 문제집을 출판한 출판사들을 ‘저작권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출판사들은 고소 이후에도 2011년 1월 국시 기출 문제집을 출판했다. 하지만 기소가 결정될 경우 문제집을 출판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현 본과 3학년 학생들은 “기출 문제집 없이 국시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가지 대응책이 대두되고 있다. 국시원이 1) 기출문제와 답만 공개하고 문제집은 출판하지 않는 방안, 2) 일반 출판사들과 판권 계약을 맺어 합법적으로 출판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안 3) 국시원이 직접 기출문제집을 출판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의대생 신문에서 답변을 의뢰한 결과, 국시원은 2011년 9월 26일 “2012년도 기출문제와 관련하여 향후 국시의 변화 추이에 관해 공지한 것 이외에 특별한 변동사항은 없을 것으로 사료되며, 현재 국시원에서는 자체 출판계획이 없고, 현재 출판사와 판권계약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라고 답했다. 또한 기출 문제집을 출판해 온 출판사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

오수진 기자/한양
<sujin87@e-mednews.org>

학생들의 목소리 담은 의대평가보고서 추진

‘우리학교는 교육과정에서 이 부분만 바뀌면 최고인데!’, ‘우리학교 시설에 학생들은 다들 만족하고 있나?’ 의과대학에서 생활을 하면서 반드시 경험하게 되는 각 학교의 교육과정, 학생복지 그리고 시설에 관해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보고서로 작성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는 내년부터 새롭게 진행되는 대학평가에 학생보고서 항목을 신설하여 이를 대학평가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학생보고서의 방식이나 문항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개별 학교의 작성까지 직접 학생들이 담당하게 되며 현재 이를 총괄해서 진행할 보고서위원단을 모집 중에 있다.

■ 학생보고서의 도입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은 지난 2000년도부터 개별의과대학평가를 통해 의학교육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 온 의학분야 유일의 평가전문기관이다. 2004년까지 1주기 평가에서는 41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의학교육의 표준화를 위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0개의 학교의 의학교육 선진화를 위해 평가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시설확충, 교육과정개선, 교수확충에 있어서 전반적인 향상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교육의 목표이자 중심이 되어야 할 학생의 목소리가 한 두 시간의 구술면담으로 제한된 점이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다. 지금까지 평가의 근거가 되는 보고서는 주로 교수진과 행정직원이 작성하는 것으로 학생들의 의견이 자유롭게 표현되기에는 한계적이었다.
따라서 내년부터 시행되는 Post-2주기 평가사업에서는 평가인증의 국제화를 목적으로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독자적 평가 문서인 학생자체평가보고서를 신설하여 보고서의 형식으로 학생들의 입장을 표현할 수 있게 하였다. 다만 유의할 점은 본 보고서는 서열화를 위한 정량적 평가가 아니라 자기 학교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정성적 평가라는 것이다. 전국의 모든 의과대학 학생들이 자신의 대학에 관한 보고서를 편찬하게 되는 시스템은 이번 우리나라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 학생중심의 교육환경으로!
이번 보고서는 단순히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수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있는 교육의 전반적인 틀을 관찰하고 자신들에게 맞게 변화를 모색해 볼 수 있다는데 있어서 학생의 입장을 명확히 표현 할 수 있으며 향후 의학교육에 관심을 갖게 될 사람들이 리더쉽을 훈련해 보는 교육의 장으로 기능한다는 데에서 본 보고서가 갖는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임기영 의과대학 평가인증단장은 “학생자체평가보고서는 교육의 수요자이자 주체인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의과대학에서 제공되는 의학교육의 내용과 질, 그리고 교육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기회입니다. 보고서 작성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이 받고 있는 의학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보다 분명히 알게 됨으로써 능동적 학습을 위한 동기 및 책임감이 강화될 것이고, 학교와 학생 간의 쌍방향 의사소통과 피드백을 통해 학교발전에 함께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다른 대학의 교육 현황과 국제 기준을 파악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감으로써 우리나라 의학교육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라고 본 학생보고서의 의의를 밝혔다.
 
■ 참여하고 싶다면?
 현재 전국의대연합에서는 전국 의대생, 의학전문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학생보고서위원을 모집하고 있다. 위원회는 10명 내외로 운영될 계획이며 역할은 첫째, 설문조사 및 학생보고서의 형식과 문항선별 등의 기초작업과 둘째, 개별학교의 보고서 편찬 지원 등에 관한 평가관리 및 보고작업이다. 자세한 내용은 각 학교 학생회장에게 안내문의 형태로 발송되어 있으며 평가위원의 대표성을 갖추기 위해 각 학교 학생회장의 신임절차가 필요하다. 관심이 있는 사람은 각 학교 학생회장에게 안내서와 함께 동봉된 지원서를 받아 10월 12일까지 지원서를 작성하여 전국의대연합 학술국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지원자가 많을 경우 지역의 안배와 학교간의 균형을 맞추어 선발되며 15일에 학생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허은실 기자/아주
<hershi1201@e-mednew.com>

해외의대생 전격탐구 ①

독일의 의대생을 만나다

분데스리가, 차두리, 우리에게 익숙한 이러한 단어뿐 아니라, 알고 보면 독일은 의술의 역사 또한 깊은, 알면 알수록 멋진 나라이다. 우리는 흔히 하우스, ER등의 미국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해외병원 실습을 통해 외국의 의대나 병원을 조금이나마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궁금한 1%가 있다. 그들도 우리처럼 족보를 보고, 계속되는 시험에 힘들어하며, 때로는 미팅이나 소개팅을 하기도 하는, 우리와 같은 피가 흐르는 의대생일까 하는 점이다.

독일 전역에는 30여 개의 의대에 만 오천명 정도의 의대생이 있다. 각 학교마다 학생 수나 역사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의대에 입학해 성공적으로 한국을 알리며 멋진 의사로 거듭나고 있는 이하람양에게 독일의 의대생의 삶을 들어 보았다. 그녀는 지금 프라이부르크(Freiburg) 의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먼저 독일 의대는
교육과정이 어떤지 궁금해요.

우선 의대에 진학하려면 Abitur라는 우리나라의 수능에 해당하는 시험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시험을 보고 의대에 합격했다고 해도 꽤 많은 학생이 바로 진학하지 않고 여행을 다니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 비로소 의대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의대보다 나이의 폭도 훨씬 다양한 편입니다.
의대에 진학해서도, 같은 과목이라도 상당수 경우에서 다양한 수업이 동시에 개설되기 때문에 선택해서 들을 수도 있고 이런 점 때문에 상당히 유연한 시간표 구성이 가능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휴학을 하거나 학점을 줄여서 다른 일을 하기도 하고 연구를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많은 학생들이 재학 중에 박사과정연구를 병행하기도 하죠. 저도 다음 학기에 수업은 2개만 신청하고 비교적 큰 규모의 실험실 연구에 참여하려고 해요. 결론적으로는 입학은 같이 하지만 졸업년도는 천차만별이 되는 셈이죠. 

독일 대부분의 의대는 같은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고 그 순서에만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대부분 의대는 학기제로 이뤄져 있습니다. 한국의 예과에 해당되는 4학기와 이후 이어지는 6학기로 이루어진 본과가 있습니다. 예과의 경우는 2년에 걸쳐 조직학, 태생학, 생화학, 생리학, 해부학 같은 전공과목뿐만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 같은 다른 분야의 과목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해요. 한 과목에서 세 번 이상 Fail할 경우 퇴학조치가 가해집니다. 저희학교의 경우 70%가 Fail하는 과목도 있습니다. 각자의 학교마다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예과 때 학생들을 많이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가장 특징적인 점은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본과 진급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으로 구성된 첫 번째 국가고시에서, 필기시험으로는 해부학과 생리학, 생화학의 비중이 가장 큰데 심리학과 사회학의 경우도 시험과목에 해당됩니다. 필기시험의 경우 40%이상의 문제를 틀리면 탈락입니다. 구술시험에서는 교수님 3분이 학생 3명 정도를 상대로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평가하십니다. 이렇게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을 모두 통과해야만 본과에 진학할 수 있고 둘 중 하나라도 Fail하면 다음해에 그 과목만을 다시 쳐야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독일의대는 일종의 전학이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주로 일대일교환의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일차 국시시험 이후에 가장 많이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2년간의 예과과정과 1차 국가고시를 성공적으로 거쳐 본과에 진학하게 되면 수업과 세미나, 환자실습으로 이루어진 3년간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프라이부르크 의대의 경우 8시부터 10시까지 3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듣습니다. 10시쯤에 수업을 마치면 나머지 시간은 당일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한국의대에서의 PBL과 같은 학습을 진행합니다. 이런 소규모 수업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증가합니다.
그리고 한국과 다른 특징적인 점이 있는데요. 한국의 본과 1학년에 해당하는 때부터 환자실습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수업과 PBL을 제외한 시간에 병동에 가서 당일 배운 질병에 대한 실제적인 임상수업(bedside teaching)을 교수님과 함께 진행합니다. 환자의 질병에 대해 교수님과 토론하고 여러 진단방법에 관한 피드백을 받습니다. 한국의대와 비교해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은 훨씬 적은 대신 병동에 나아가 교수님과 토의하는 형태의 수업이 많은 점이 어떻게 보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들도 상당히 협조적으로 문진에 임해 주시고요.
본과 때 보는 시험도 줄줄이 등수를 매기지는 않습니다. 출제된 문항의 10%를 틀리면 1, 20%면 2, 40%면 Fail로 나누는데 한국보다 관대한 편이죠, 절대평가인 점도 다르고요. 필기시험보다 구술시험이 많은 것도 정말 특징적이죠.

본과 또한 무사히 지나고 나면 곧바로 인턴의 자격이 주어집니다. 대부분 자교에서 하게 되고 4개월씩 3군데에서 수행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외과, 내과와 자율선택 1개의 형태를 택하죠. 이때 적어도 한번 정도는 외국에서 하려는 경향이 강해서 스위스, 호주, 남아공 등지에서 인턴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인턴까지 마치게 되면 2차 국가고시를 치르고 의사 자격이 주어집니다. 레지던트 지원 시에는 성적보다도 해외경험과 인터뷰가 매우 큰 영향을 끼쳐요. 이후 레지던트 과정 기간은 상당히 다양하고 수련까지 마치고 나오게 되면 한국과 비슷하게 개업이 주류를 이룹니다.
 
방학 중에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방학은 8월 중순~10월 중순, 2월 중순~4월 중순이 대부분인데, 방학 때도 무작정 쉴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예과 방학 때는 총 3개월 동안 간호실습 비슷한 것을 하고 이 때, 환자의 기본적인 생리적 현상을 돌보는 것부터 동맥혈 채혈까지 다양한 것들을 배워요. 간호사분들한테 배우는데 독일에서는 간호사분들이 간병까지 하시거든요. 본과 때는 방학동안 그룹당 3-4명씩 총 4개월에 걸쳐 척수천자, 심전도, 초음파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배워요. 일종의 선택실습인 셈이고 수업의 일부라고 볼 수 있어요. 저는 현재까지 정신과에서 한 달, 혈액종양내과에서 한 달을 보내며 이 과정을 마쳤어요.

독일의 의대생,
평소 생활은 어떤가요?
독일 최고(最古) 56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라이부르크 의대의 경우 입학생은 300명 정도 됩니다. 입학 후 첫 일주일 동안은 한국의 OT에 해당하는 행사로,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각종 게임을 해요. 그 이후에는 한국과는 달리 매우 개인적인 생활을 하죠. 모여서 하는 일은 한 친구 집에 모여서 9시정도부터 술을 마시고 12시 정도에는 클럽에 가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정도.
학교생활에 있어서는 일부 학생들은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흔히 다양한 운동들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특히 분데스리가 축구에 남학생, 여학생 가릴 것 없이 흥분합니다. 학교근처에 있는 팀에 가서 써포터즈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축구뿐 아니라 농구나 배구 등 다양하게 즐기고요. 저의 경우 월요일, 목요일은 럭비훈련, 수요일은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제 스케줄이고 대부분 학생들이 비슷하게 생활해요. 한국의대와 마찬가지로 학생회라고 부를 수 있는 조직도 존재하지만 한국식의 축제는 하지 않고요.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많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저녁에 위험한 환자 지키기, 조교, baby sitter등이 많이 선호하는 아르바이트인데 제 경우 최근에는 baby sitter만 하고 있어요.
학비는 한국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라 학교차원에서의 장학금은 없는 곳이 많지만 국가에서 주는 장학금이나 정치단체에서 주는 장학금은 발달한 편이에요. 저도 그 수혜자 중 한명이기도 하고요.

독일의 의대생들은 CC보다는 주로 타과 학생과 교제하거나 외부학생들과 교제해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죠. 하지만 미팅과 소개팅은 하지 않는다는 점은 한국과 다르네요.

임재윤 기자/아주
<jy0304@e-mednews.org>

미술관에서 본 옛날옛적 의학이야기

<de_waag> 암스테르담의 해부학극장.
현재 1층에서는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미술관을 찾았을 때 네모반듯한 그림 수백 점을 보며 지루해했던 기억, 다리는 점점 뻐근해지는데 별로 볼 만한 것도 없었던 기억. 그런 기억 때문에 미술관은 종종 ‘재미없는 곳’으로 낙인찍히고는 한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미술관은 거대한 도서관과도 같다. 그림 한 장에는 화가 한 사람의 인생과 가치관 뿐 아니라 당대의 사람들이 무엇을 입고, 어떤 집에서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까지, 여러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수백 년 전 의사들은 어떤 모습이었을 지,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렘브란트(Harmensz van Rijn Rembrandt)의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이 그림은 1632년에 그려진 것으로 집단초상화라는 장르에 속한다. 집단초상화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초상화의 양식으로, 여러 사람을 화폭에 담으면서 그 집단의 특성을 드러내는 그림을 말한다.
그림을 살펴보자. 밝은 빛은 인물들의 얼굴과 시신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튈프 박사의 손끝에 온 정신을 집중한 사람, 시신의 발치에 있는 책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 필기노트를 들고 감상자와 눈을 마주치는 사람 등 일곱 명의 인물은 각자의 개성이 잘 드러나면서도 그림의 분위기와 공기로 한 그룹에 소속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눈앞에서 진지하고 긴장감이 감도는 해부학 실습이 이뤄지고 있을 것만 같다.
이 그림에서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화면 한가운데, 대각선으로 누워 있는 시신이다. 그의 창백한 피부색은 인물들의 얼굴색과 대조를 이루고, 감상자의 시선은 근육이 드러난  팔로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고개를 든다. 당시의 전통대로라면 해부는 복부부터 진행하는 것이 정석이었을 터인데, 튈프 박사는 팔을 먼저 해부하고 있다. 전통과는 어긋나지만 튈프 박사가 팔에 먼저 매스를 대고 있는 이유는 16세기 해부학의 대가 베살리우스에 대한 존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베살리우스는 팔이 의학도에게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 놓여 있는 책은 아마도 베살리우스의 <인체해부에 대하여>일 것이다.

<rembrandt>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1632, 캔버스에 유채, 마우리츠호이스 왕립미술관

영화보다 해부 실습

왜, 그리고 어떻게 렘브란트는 끔찍한 해부학 강의 장면을 화폭에 담았을까? 네덜란드에서는 16-17세기부터 1년에 한번정도 해부학 강의를 진행했다. 이 때 제공되는 시신은 대부분 사형당한 죄수의 것이었다. 1년에 한번이라니 너무 적은 거 아닌가 싶지만 중세시대까지만 해도 해부가 전면적으로 금지되었던 것에 비하면 상황이 많이 나아진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해부학 실습은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어 진행되었다. 당시에는 외과의사가 전문가의 손길로 능수능란하게 시신을 해부하는 모습이, 일반인들이 입장료를 내고 지켜볼 정도로 흥미진진했던 모양이다. 암스테르담에 가면 이 ‘해부학 극장’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해부학도 예술이다

화방의 쇼윈도를 보면 유화물감, 파스텔, 색연필 같은 우아한 화구들 사이에 펼쳐져 있는 해부학 책을 발견할 수 있다. 미술학도들을 위한 해부학 교과서도 존재한다는 사실. 르네상스 시기에도 해부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의사들보다는 화가들이었다. 이 시대의 해부학자는 대부분 미술가들이었다. 특히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경우 인체를 해부할 때 뼈, 근육, 혈관, 내장 등 구조별로 실시했던 것으로 보이고 신체의 세부적 구조에 대해 깊이 탐구했다. 하지만 정작 의사들은 이런 부분에 무지했고,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해부학이 의학에 별 효용이 없었던 것이 그 까닭이다. 환자가 죽기 전에는 체내의 변화를 알 수 없었고, 그것을 고칠 수도 없었기에 의사들은 해부학적 사실들을 치료에 응용하지 못했다. 베살리우스 이후 1세기 반 동안 해부학은 탐구의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해부학은 18세기 들어서야 학문 대접을 받을 수 있었고 의과대학의 반 정도가 정규 과목으로 지정했다. 

<the operation> 수술, 1631, 판넬에 유채, 알테 피나코테크

브라우버(Adrian Brouwer)의
<수술>

이 그림은 17세기에 그려진 장르화다. 장르화란 17세기 플랑드르지역에서 유행한 미술 양식으로 일상의 장면들을 꾸밈없이 화폭에 담아낸 그림들을 말한다. 아드리안 브라우버는 주로 농민들을 그림의 소재로 삼아 그들의 익살스러운 모습을 많이 그렸다.
그림의 전면의 인물이 한 농민의 발에 외과적 치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환자의 표정에서 그의 고통을 읽을 수 있다. 오른쪽 뒤의 인물은 면도를 하는 것으로 보아 저 허름한 집은 외과와 이발소를 겸업하고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 작품 역시 브라우버의 다른 작품들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미화하지 않고 드러냈다. 당시 사회에서도 농민들은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이었지만 화가는 그들을 경멸하거나 비웃지 않는다. 대신 그들에게 연민을 보내고, 그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소박하고 허름한 집을 비추는, 밝고 따스하게 느껴지는 햇살이 작가의 마음을 감상자에게 잘 전해주고 있다.

외과의사는 칼을 쓰는 기술자

중세는 물론이고 학문이 부흥을 이룬 르네상스 이후까지도 유럽의 의학은 과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대학의 의학부에서 가르치는 것은 여전히 갈레노스와 히포크라테스의 이론을 답습하는 추상적인 이론이었다.
이런 수업을 듣고 의학부를 졸업한 이들은 대부분이 내과의사였고 이들은 상처를 봉합하거나 피를 흘리게 하는 것 등 환자에게 직접 처치나 수술을 하는 것을 천하게 여겨 기피했다. 이 영역은 외과의사가 담당했고 이들은 기능직으로 분류되었다.
당시에는 ‘칼’로 영업하는 이발사와 외과의사가 같은 업종이었다. 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칼 조작 면허가 필요했는데 이 면허를 보유한 사람들이 바로 이발-외과의사(barber-surgeon)이었다. 이들은 거기에 치과의사까지 겸하는 경우가 흔했다 하니 ‘면도, 이발, 방혈, 종기 짜기, 발치’라고 쓰여 있는 간판을 달아 놓고 영업하는 이발소가 곳곳에 있었을 것이다. 대학의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외과의사들의 간판은 피와 고름을 받는 그릇 모양이었다고 한다.

내과 vs 외과, 견제와 대립

대학 출신 의사 중에서도 외과를 주업으로 삼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발사와 같은 돌팔이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파랑, 빨강, 흰색의 나선형 무늬봉 간판을 진료소 앞에 세워두고 일했다. 외과의사들은 우아하게 의사노릇을 독점하던 내과의사들에 대항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의과대학 과정을 개설하여 제자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여기서는 라틴어로 수업을 하고, 해부학도 교과과정에 들어가 있었다. 졸업생들은 내과의사들과 같이 긴 가운을 입었는데 짧은 가운을 입는 이발외과의사들과의 다르다는 것을 환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내과의사들은 권위있고 귀족적인 지식인 의사는 자신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환자의 피와 고름을 만지는 더러운 일을 해줄 기술직이 사라져서는 곤란했다. 따라서 내과의사들이 주도하던 의과대학에서는 단기간에 외과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이를 통해 외과의사를 양산한 것이다. 한편 이발-외과의사들은 이 혼란을 틈타 자신들의 간판을 피와 고름을 받는 그릇에서 청,홍,백색으로 된 삼색 나선 표시로 바꾸어버렸다. 결국 사람들은 대학을 나온 정규 외과의사와 돌팔이 이발외과의사를 구별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이 때 이발 외과의사들의 영업장 앞에 자리 잡고 있었던 삼색봉은 오늘날 이발소 앞에서도 돌아가고 있다.

<외과도구> 당시 외과의사들이 사용하던 도구들

팔꿈치 마취 후 4분내 절단완료

외과의사를 찾은 응급환자의 경우 딱히 치료법이 없어서 대부분 팔이나 다리를 절단했다. 마취는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한다고 해도 매우 원시적인 수준이었다. 술을 아주 많이 먹이거나 때려서 기절시키는 것이 마취의 전부. 수술시에는 환자를 쇠사슬로 묶어놓거나 조수들이 팔다리를 붙잡고 있는 상태에서 의사가 수술용 망치나 톱으로 절단했다. 이런 치료에도 나름의 기술이 필요했으니, 뼈를 자를 때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한 번의 칼질로 원하는 부위를 잘라낼 수 있도록 기술을 연마했다. 수술 중에 환자는 극도로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치고 소리를 지르는데다가 환자가 수술 중에 통증쇼크로 사망할 수도 있으므로 수술은 될 수 있는 대로 빠르게 끝내는 것이 외과의사의 미덕. 수술이 끝난 후 수술부위는 봉합하는 대신 인두로 지져서 지혈했다. 이런 치료를 하면서도 환자에게 엄청난 액수의 치료비를 요구했다고 한다. 당시 환자들은 외과를 잘 찾지 않았다고 하는데, 반은 치료비를 감당할 길이 없어서, 반은 치료에 대한 두려움을 이길 수 없어서 그랬을 것으로 보인다. 전쟁 중 총상을 입은 경우에는 뜨거운 기름을 발라 치료했다. 치료 중에 사망하는 환자가 많았음에도 대부분의 의사들은 낡은 치료법만을 고수했다.
18세기 초가 되어서야 파리대학에서 외과를 다시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하여 근대적인 외과가 시작되고 외과가 천한 직업이라는 인식은 사라지게 된다. 19세기에 들어서서야 마취법과 소독법이 발전하여 외과학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해부학극장> 해부 장면을 관람하던 해부학극장의 내부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보고 말할 수 있는가?
그것이 곧 의학이다

미셀 푸코의 『임상의학의 탄생』

“언어적 표상과 대상의 관계 속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 언어가 사물을 포착하려는 순간부터 그 대상을 마음대로 주무르려고 하는 언어의 음흉한 계략, 즉 끊임없이 새로운 담론 속으로 끌어들여 대상의 모습을 변질시키려 하는 언어적 횡포다.”

미셀 푸코는 1926년 10월 15일 프랑스 중서부 푸아티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폴 푸코는 유명한 외과 의사였고 아들이 의학의 길을 걷기를 원하였다. 푸코는 처음에 공립학교 다니다가 아버지 손에 이끌려 카톨릭 학교로 옮기고 그곳에서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한다. 그는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48년 소르본느 대학에서 철학박사를, 1950년 심리학 학사, 1952년 파리에서 정신병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푸코는 정신의학과 의학, 인문학 그리고 감옥에 대한 비판적 연구로 유명한 학자이다. 인용된 푸코의 말은 그의 대표적 저작 중 하나인 『임상의학의 탄생』에 있는 것이다. 푸코는 이 책에서 ‘의학적 시선’에 대해서 논한다. 그에 따르면 임상의학은 의학적 시선의 변화에 따라 발전해왔으며, 그 이면에는 수많은 정치적·사회적 권력게임이 존재한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보아 4단계로 이루어진다. 1장과 2장에서는 의학에서 ‘분류’라는 개념이 어떻게 도입되었고 의학이 임상의학의 시대로 변화되어 가는 부분을 다룬다. 그는 “병의 종류가 무엇인지 확신하지 않고서는 질병을 치료하지 말라”는 질리베르의 진술을 인용하며, “분류하기란 질병의 형태를 결정하고 병에 대한 암호를 푸는 일”이라고 요약했다. 따라서 질병을 인간의 육체라는 공간 위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바로 18세기 의학이 임상의학으로 발전해가는 시기에서 주된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3장~5장에서 의학 이론과 의료 기관의 정립을 놓고 벌이는 정치적·사회적 권력의 암투를 다룬다. 의사·환자·병원 등 의료 체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정치권력에 의해서 위상이 변화하거나 사라지기도 했다. 한 예로, 책에서 병원이라는 거대한 의료 기관은 의료 수준의 국가적 통제라는 목적 하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다음에서는 초기 단계의 고전적 임상의학이 병리 해부학의 시대로 넘어가는 움직임을 다룬다. 이 시기부터 의사들은 ‘시선’이 진리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다시 말하면 임상의학 안에서 도입된 여러 가지 언어모델이 질병을 정의하고, 질병을 읽는 방식이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질병을 읽을 수 있는 의사의 시선은 곧 말하는 시선이 되어 질병에 대한 권력을 쟁취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촉각과 청각의 새로운 감각이 도입됨에 따라 질병 읽기는 다양한 면모를 띠게 되면서 의학적 시선은 그 입지를 강화하게 되었다.
푸코의 글은 18세기를 다루었지만, 현대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현대의학은 어떤 학문이며, 그 이면에는 어떤 작용들이 존재하는가? 현대의학에서 다루는 질병들은 과거와 어떻게 다르며, 어떤 이념에 근거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차후 의학이 나아가는 데 있어서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허기영 기자/서울
 <zealot648@e-mednews.org>

선택의원제 내년 1월부터 도입 확정

엇갈리는 셈법 속 뜨거운 감자 부상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선택의원제도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되기로 확정되었다. 이번에 실시되는 선택의원제는 환자가 1차병원을 선택하고 해당 병원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경우 진료비 감액혜택을 제공하고 해당 의원에는 별도의 보상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는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에 우선적용한 뒤 추후 중간평가를 걸쳐 대상범위를 확장시켜가겠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선택의원제 실시 배경에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고 만성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들어있다. OECD가입국의 평균에도 못미치는 수준의 보험료,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 등의 이유로 건강보험은 그동안 만성적자를 면치 못했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혈압 유병률과 당뇨병 유병률은 지난 8년간 약 1%이상 증가해왔다. 그러나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의 치료율은 각각 59.4%와 52.3%(이상 2008년 기준), 조절률은 42.4%와 27.1%에 불과했고, 인구 10만명당 고혈압과 당뇨로 인한 입원 건수는 2005년 324건에서 472건으로, 인구 10만명당 당뇨로 인한 사지절단 건수도 같은 기간 5.2건에서 7.1건으로 증가하는 등 만성질환 합병증환자의 증가와 지속적인 관리부족으로 진료비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실제로 고혈압과 당뇨로 인한 진료비는 2002년 4천억원에서 2009년 3조1천억원으로 8배에 육박하는 수준의 증가가 이루어졌다.

복지부는 내달 중순부터 연말까지 환자들의 참여 신청을 받아, 내년 1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한다. 이를 위해 현재 고혈압과 당뇨병 진료를 받는 대부분 환자를 대상으로 이달 말부터 건강보험공단이 선택의원제 참여 신청 방법 등을 확정해 안내할 방침이다.
 
복지부, “1차의료기관 활성화와 만성질환의 효과적 관리 가능”
제도가 계획대로 자리잡게 된다면 환자들은 진찰료 부담률을 30%에서 20%로 줄일 수 있게 된다. 현재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가 초진을 받을 경우 진찰료(1만2천500원)의 30%인 3천750원을 내야 했지만, 선택의원제에 참여하면 본인부담액이 2천500원으로 1천250원이 줄어든다. 재진의 경우도 본인부담액이 진찰료(9천원)의 30%인 2천700원에서 20%인 1천800원으로 낮아진다. 만성질환 환자가 연간 12차례 지정 의원을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1만1천150원의 진료비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내년에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진료를 받을 환자 수는 의원급 의료기관 이용자를 기준으로 509만명, 병원급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636만명으로 추산되며, 이들 가운데 90%가 선택의원제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431억원 규모의 진료비 경감 혜택을 받게 된다. 또한 선택의원제에 참여하는 환자는 관할 지역 건강보험공단 지사와 보건소를 통해 건강정보와 상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전화·우편·이메일 등을 통해 건강관련 정보가 제공되고 맞춤형 건강상담도 받을 수 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서는 특화된 건강·교육·정보 제공 계획이 별도로 수립된다.

선택의원제에 참여해 만성질환자를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의원에도 별도의 보상과 함께 의료 서비스의 질을 평가해 상과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우선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의원은 1천원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단 병원은 대상 환자에 대한 환자관리표를 제출해야 한다. 보상금은 1인당 1년에 10회 이내로 제한되고 환자 본인부담 비용과는 연계되지 않으며 별도의 보상 형태로 사후에 지급된다. 또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비율, 적정한 투약률, 필수검사 실시율 등을 평가해 성과 인센티브도 줄 계획이다. 선택의원제 참여 의원이 만성질환 환자 1천명을 관리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상액은 연간 1천만원이며, 여기에 성과에 따라 별도의 인센티브도 받게 된다. 전국 1만4천210개 의원 가운데 70% 정도가 선택의원제에 참여한다고 가정했을 때 약 320억원의 보상금과 100억원가량의 인센티브가 제공될 것으로 복지부는 전망하고 있다.

이동욱 정책관은 “의료기관은 자신의 의원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환자에 대해 환자관리표를 작성해 관리하면 된다”며 “이러한 인센티브를 통해 의원의 고혈압·당뇨에 대한 질환관리 노력이 향상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한 복지부는 선택의원제가 일정지역에서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을 제한하고, 의사의 보수를 인두제로 결정하는 주치의제도와는 다르다고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선택의원제가 사실상 인두제를 기반으로 한 주치의제도의 전 단계가 아니냐는 의료계 반발을 염두에 둔 것이다. 복지부는 “환자는 자신이 원할 경우 이용할 선택의원을 바꾸어 정할 수 있다”며 특히 “행위별수가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므로 인두제, 총액계약제 등 지불제도 개편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의료계 전면 반대하고 나서,
“주치의제도의 전단계일뿐,
의사의 공무원화 촉진시킬 것”

이러한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한목소리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의협이 각과 전문가 19개과에 선택의원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무려 18개 진료과가 반대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전공의·공보의협회 등 신규개업을 눈앞에 둔 젊은 의사들도 지난 26일 공동 성명서 채택하여 절대 반대의 의사를 내비쳤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가장 큰 선택의원제 반대이유는 신규 개업의의 시장진입장벽 문제이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는 만성질환자가 언제라도 선택의원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한번 선택한 의원을 바꾸려면 다시 등록을 하는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국민의 의료기관 선택권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원의 시장진입장벽이 높아지면 자리를 잡은 기존 병원들을 제외한 신규 개업의들은 개원대신 봉직의로 일하는 경우가 높아지고 그 결과 봉직의의 봉급은 자연스레 감소하게 된다. 만약 개원을 하더라도 환자 유치를 위해 병원 시설을 더욱 확충해야 하는 등 경쟁을 위한 초기 투자자본이 증가하게 되며 그에 따른 폐업 후 봉직의 진출이 이루어져 봉직의의 페이는 더욱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어 “선택의원제는 의료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치의제도로 가기 위한 수순이므로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지금도 만성질환자의 80%가 단골의사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만성질환관리체계 구축하겠다고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한편 의협은 정부가 선택의원제를 즉각 철회하지 않고 일방적인 강행 입장을 고수할 경우 개원의와 교수, 전공의, 봉직의 등을 망라한 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의협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선택의원제 일정에 맞춰 의료계도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내용의 4단계 로드맵이 완성됐다”며 “의료계 최대 현안인 만큼 전국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정부 투쟁 참여 동의서를 확보하고 ‘전국의사대표자대회’ 개최하며 11월 초순까지 대국민 안내와 포스터를 제작ㆍ배포하는 등 전국민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또 연말까지 ‘가칭 한국의료수호를 위한 전국의사대회’를 열고 투쟁 열기를 고조시켜서 최종 4단계에 선택의원제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 1월경 전국 의사 회원이 참여하는 파업을 추진하는 강경투쟁을 벌이기로 다짐했다.
한편, 의협은 총파업을 추진할 경우 국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 광고 등을 통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전영준 기자/중앙
<yjipnida@e-mednews.org>

정부가 갑자기 ‘칼값’을 깎은 까닭은

조기위암 내시경수술 중단, 그 이면의 줄다리기

가정) 당신은 30여년 전통의 유명 중국집 사장님이다. 30년 전 자장면 값은 단돈 500원. 그러나 밀가루값, 인건비, 건물세 등의 인상으로 30년동안 자장면 값은 무려 7배인 3500원까지 올렸다. 이것도 고객들을 생각해서 최소한의 가격만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에서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봐야한다며 전국의 자장면값을 30년전인 500원으로 통일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어길 시 영업 정지 등의 강경한 처분을 내린다고 한다. 유명한 자장면 맛집 동호회 클럽장인 김자장씨는 “서민들의 맛과 애환이 담긴 자장면 값이 내려간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기자회견에서 밝혔고, 자장면 판매 중지 등의 집단행동을 보이려던 중국집들은 상호 및 전화번호가 인터넷에 돌아다니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었다. 이제 당신의 선택은?

지난 9월 전국의 많은 대형 병원들이 ‘내시경적 점막 하 박리술(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의 시술을 거부하고 나섰다. 9월 1일부터 크기가 2cm 이하인 조기 위암을 치료할 경우 박리절제술도 건강보험 적용 항목으로 인정되고, 기존 250~300만원에 이르던 치료비가 상급종합병원을 기준으로 평균 30~50만원가량으로 낮아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기존에 40만원 가량이던 재료비도 9만원으로, 의료진들의 시술비용은 무려 이전의 10%대로 떨어진 것이다.
재료값이 무려 78%나 떨어지자 시술용 재료를 공급하는 해당 업체인 올림푸스한국은 이 절제술을 하는 각 대학병원에 지난 8월 30일 공문을 통해 재료값이 너무 낮게 책정돼 재료를 공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올림푸스한국 관계자는 “형태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20만~40만원대에 수입된다”며 “하루아침에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값에 공급할 수는 없어 공문을 보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조기 위암 내시경 수술의 적응증을 2cm 이하로만 제한하면서, 2cm 이상의 환자들은 복강경이나 개복수술을 하도록 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그동안 림프절 전이가 없는 3~4cm의 조기 위암 치료에도 유효성이 입증된 시술인데 이런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의학계의 반발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시술비가 크게 떨어진 것에 불만을 품은 의사들도 의료기기 업체와 동조해 결국 환자들이 시술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비롯하여 환자단체연합회는 “병원이 정말 환자들을 생각한다면 수술을 중단할 것이 아니라, 내시경 시술용 칼의 공급을 거부한 올림푸스에 즉시 공급 재개를 요청했어야 했다”며 “의료계는 겉으로는 환자를 앞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자신들의 이익과 건강보험 적용 반대를 통한 병원 수익 창출에 더 관심이 많다"고 꼬집었다. 현재 의료계는 수가를 이유로 수술을 거부했다며 각종 환우회 등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상태다. 이에 백혈병 환우회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돈을 받지 않더라도 진료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견해를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의료계 내에서는 이번 사태가 그동안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던 수가 책정에 결국 곪은 부분이 터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08년 4월 당시 보건복지부에서는 향후 2년간 ESD 시술의 유효성을 본 뒤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는 2년이라는 위암수술 연구기간으로는 너무 짧은 기간이라며 조금만 더 연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보건복지부측은 정해진 기간만을 강조하며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2년간 6천건 이상의 시술이 있었기 때문에 안전성을 위하여 제한할 수 밖에 없다’라는 이유로 시행령을 내었고 현재의 사태까지 오게 되었다. 현재는 올림푸스가 조정 신청을 한 가격을 보건복지부 측에서 상당부분 수용하여 올림푸스한국 측에서 병원에서 원할 경우 칼 재료를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복지부는 이와 관련 9일 오후 2시 주요 병원장과 관련 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ESD 시술 재개를 위한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했다. 국민들의 진료에 차질이 빚어진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모두가 반성하고 주요 병원들은 수술에 필요한 재료인 칼 공급이 재개되면, 현재 고시된 시술 범위에 적합한 환자를 대상으로 시술을 조속히 재개하기로 했다. 또 향후 시술 범위에 대한 확대 요구, 수가 인상 등의 주요 이슈에 대해서는 정부와 심평원은 열린 자세로 관련 학회의 전문가 등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조치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사태와 같이 환자를 담보로 시술을 중단하는 사태가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승현 기자/을지
<toypotato@e-mednews.com>

정신과와 신경과, 좌광우도1) 구별법

다음 두 증례 중, 하나는 신경과의 증례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과의 증례다. 일반인들과 예과생들에게는 정신과와 신경과가 무엇을 다루는 과이고, 두 과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애매하게 다가오기 쉽다. 두 증례 중 어느 쪽이 정신과 증례이고, 어느 쪽이 신경과 증례일까?


A. 21세 여자가 한 달에 한두 번 갑자기 눈앞에 헛것이 보이면서 속이 메스껍고 두통이 발생하는 것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이러한 증상은 수 분간 지속된다고 하였다. 면담 중 갑자기 한 곳을 응시한 채 입맛을 다시더니 무언가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뺨과 팔을 때리다가 곧 쓰러지면서 의식을 잃고 허우적거렸다. 뇌파 검사상 왼쪽 측두엽에 극파가 보였다.

B. 32세 남자가 8개월 전부터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수군거리는 것이 신경이 쓰여서 직장생활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고 TV에서 자신의 얘기가 나오는 것 같아 TV를 잘 보지 않는다고 하였다. 환자는 모르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욕을 한다고 상황에 맞지 않게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신경정신과? 정신과? 신경과?
그 길고도 짧은 역사

일반인들이 흔히 정신병을 치료하는 과로 알고 있는 ‘신경정신과’는 존재하지 않는 명칭이며, 현재 ‘정신과’와 ‘신경과’라는 독립된 두 과가 있다. 그러면 ‘신경정신과’는 어디에서 나온 말일까? 우리나라 정신과와 신경과에 얽힌 역사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45년에 조선정신신경학회가 창립되었고, 1955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그 후 외국에서 신경과학을 수학한 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1981년에 대한신경과학회를 창립하여 대한의학협회에 준회원으로 등록하였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의 논의 끝에 정신과와 신경과를 분리·독립하기로 했다. 결국 1982년 대한신경과학회가 창립되었다. 이런 연유로 신경정신과라는 명칭이 오래 남아있었고, 신경과와 정신과는 가깝지만 먼 사이가 된 것이다.

신경과와 정신과,
공통점과 차이점?

그렇다면 신경과와 정신과는 각기 어떤 부분을 다루고 있을까? 과거, 신경과와 정신과가 함께 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정신과가 다루는 ‘정신(mind)’과 신경과가 다루는 ‘신경계’가 교집합으로 겹치는 부분인 ‘뇌’ 때문이다. 곧, 두 과 모두 ‘뇌’를 다룬다는 큰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신경과와 정신과에는 여러 차이점들이 존재한다.
우선 주된 치료대상에서 차이를 보인다. 신경과에서 다루는 부분은 주로 뇌와 신경에 두드러진 기질적 병변이 있는 경우다. 이를테면 뇌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뇌혈관질환, 뇌종양, 신경 세포가 죽어가는 신경변성질환, 비정상 뇌파가 관찰되는 간질 등이다.
이에 비해 정신과는 정신(또는 행동)장애를 치료한다. 정신 장애에는 정신분열병, 우울증과 조울증이 속한 기분장애, 스트레스 장애, 사회 공포증 같은 불안장애 등이 있다.
치료대상이 다른 만큼 진단법과 치료법 역시 차이가 나는데, 각기 독특한 진단법과 치료법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의과대학생들이 신경과와 정신과에 매력을 느낀다. 먼저 진단법을 살펴보면, 정신의학은 정신장애를 ‘증상’에 따라 분류하며, 진단도 임상병리검사나 특수검사보다는 병력청취, 정신상태 검사 등 임상기술과 면담기술에 의존하여 행한다. 이와 달리 신경과는 근육긴장도 측정, 근력 검사, 해머를 사용하는 각종 반사 검사 등의 신체검사와 뇌파검사, 근전도 검사가 진단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치료법으로, 정신과는 약물(항불안제, 항우울제 등)을 처방하는 생물학적 치료와 정신 분석적 정신치료, 인지치료, 행동치료로 이루어진 정신사회적 치료기법이 특징적이다. 신경과에서도 약물치료는 이루어지지만, 정신과보다 외과적인 시술이 훨씬 흔하고, 원인 질병에 따라 면역 치료도 한다.

A? B?, A! B!

공통적으로 뇌를 다룰 뿐 아니라, 점점 생물학적, 영상학적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서로 영향을 크게 주고받고 있는 신경과와 정신과. 사실 그 둘을 뚜렷이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신경과와 정신과에 대한 간단한 상식을 통해 A, B가 각각 어느 과의 증례인지 짐작해보자.
정신과와 신경과를 배운 일부 학생들은 기사를 읽기도 전에 A는 간질발작(복합부분발작) 증례이고, B는 정신분열병 증례임을 눈치 챘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처음에 몰랐더라도 기사를 다 읽은 뒤 A가 신경과, B가 정신과 증례라는 것을 맞춘 학생이라면 더 이상 정신과와 신경과 사이에서 애매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

1) 광어와 도다리를 구별할 때 머리가 왼쪽을 보고 있으면 광어, 오른쪽을 보고 있으면 도다리.

내 이름은 마익흘

83호(2011.10.10)/문화생활 2011. 10. 18. 19:50 Posted by mednews

내 이름은 마익흘

세계적인 동영상 사이트 Youtube에 서울 지하철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동영상이 있다. 서울에 살아봐야 알 수 있는 역마다의 특징과 서울 지하철의 우수성을 노래하는 그는    순수한 미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 ‘마익흘’(본명 Michael Aronson, 29세)이다. 얼마 전 KBS 9시 뉴스에 소개되면서 그의 인기는 치솟기 시작했다. 누구나 그의 뮤직비디오들을 한 번 보게 되면 의아해한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한국에 와서 한국 예찬론을 펼치며 창작열을 불태우는지. 그가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라는 강남역 카페거리에서 그를 만났다.

“그건 사고였어요.”
왜 한국에 오게 되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매우 심각한 얼굴로 답했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었죠” 라며 기자의 표정을 살폈다. 잠시 후 어린아이처럼 손뼉을 치고 좋아하면서 당연히 농담이었다고 웃었다.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해 하지 않는 모습이 천성 미국인이었다. 그런 그가 한국에 대해서 어떻게 알게 되었고 또 이곳에서 터를 잡기 시작했을까. “대학교 1학년 때 온라인상에서 한 친구를 알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자기는 ‘한국인’이라고 하는 데 솔직히 그 때는 ‘한국인’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고 뭔지도 몰랐어요.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동아시아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더라고요. 그 때부터 한국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고 노래를 들어보았는데 미국에선 접할 수 없는 음악에 푹 빠지게 되더라고요. 결국 뉴욕대학교(NYU) 재학 중 교환학생으로 연세대학교에 오게 되었고, 그 때의 기억이 정말 강렬하고 오래 남아서 오히려 뉴욕에 마음을 못 붙였어요. 그리고 다시 한국행 티켓을 끊었죠.”

한국의 20대 청년들에게 오히려 뉴욕은 동경의 도시이고 한 번쯤 뉴요커로서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하는 곳이다. 마익흘은 되려 그 반대였다. 서울 같은 도시가 어디있겠냐면서 뉴욕의 집이 그립지 않을 정도란다. “제게 느껴지는 가장 큰 매력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편리한 대중교통체계입니다. 뉴욕도 지하철과 버스가 많지만 너무 복잡하고 정신없고, 시설도 쾌적하지 않아 최악이예요, 서울의 버스는 2~3분이면 한 대 씩 오고 도시 구석구석에 모두 닿기 때문에 굳이 차를 몰고 다니지 않아도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가격도 정말 저렴해서 학생들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타고 다닐 수 있잖아요. 다른 도시를 가도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또 하나의 매력은 독특하고 다채로운 ‘길’문화가 있다는 거예요. 다 비슷한 길인 것 같아 보여도 거리를 지나다보면 새로운 거리 디자인을 배경으로 로드샵들이 즐비하고 있어요. 혼자 길을 거닐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정말 한국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되요.”

이미 그는 서울 시민보다도 더 서울을 구석구석 알고 있었다. 심지어 부산, 인천, 춘천, 수원에 이르기까지 전국곳곳을 돌아다녀보기도 하였다. 평생을 대한민국에서 보낸 기자에게 수원 화성 주변의 맛집을 말하며 가 본적이 있냐고 꼭 가서 먹어보라는 말도 덧붙여주었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한국의 문화를 오롯이 혼자만의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익흘은 다른 외국인보다 특별하다. “사실 뮤직비디오를 만든다고 금전적으로 도움이 되거나 하는 것은 없어요. 오히려 제가 시간과 돈을 투자를 해야되는 게 더 많죠. 하지만 보통 한 달 정도가 걸리는 제작 기간동안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고 한국 친구들을 만나며 사전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이 있어요. 그리고 이전에 없었던 것을 새로 창작해낸다는 즐거움은 해 보지 않고는 모르실거예요. 한국은 패션이든 음악이든 모든 면에서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저도 다음 작품을 구상하려면 그 속도를 항상 따라가려고 노력해야해요. UCC 하나를 제작하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짜고, 노래 가사를 작성하고, 노래를 녹음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재미있고 흥미롭기 때문에 계속 작품을 만들어내는 거죠. 아마 그렇지 않고 다른 이유가 있었다면 솔직히 저도 왜 하는 지 이유를 찾지 못했을 거예요.”

마익흘의 뮤직비디오는 단순한 촬영과 편집을 넘어서서 특별한 그 만의 영상미가 있다. 도저히 방안에서 일반 캠코더와 컴퓨터를 가지고 아무 기술도 없는 일반인이 했다고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수 십편의 UCC를 제작하는 동안 그를 도와준 이들은 없었을까. “밴드 음악을 할 때 기타를 쳐 준 친구, 카메라를 들어준 친구들 같은 사람들이 있어요. 또 저를 옆에서 정신적으로 지지해주는 친구도 있고요. 하지만 직접적인 도움을 준 친구들보다도 늘 제게 아이디어를 주는 수 많은 한국인 친구들이 있어요. (핸드폰 주소록을 뒤적이면서) 제 친구들의 80~90%는 다 한국인이네요. 제가 아직 한국어가 짧기 때문에 영어로 소통하지만 친구들이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의 정치, 문화 같은 것을 대화 속에서 설명해주기 때문에 저는 그걸 듣고 다음 작품을 구상합니다. 제겐 소중한 한국인 친구들이 없었다면 이만큼의 인기도 얻기 힘들지 않았을까요.”

강남에 있는 어학원에서 연구개발팀에서 일하면서 한국생활을 해 온지 어언 5년째이다. 아무리 한국을 사랑한다고 해도 외국인의 시선으로 이해되지 않는 한국의 모습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던져줄 메시지는 무언인지 물어보았다. “제가 보기엔 과도하게 쓰이는 영어들이 있어요. 굳이 영어로 쓰지 않아도 한국말로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영어로 다 쓰더라고요. 대학교에서 ‘MT간다’고 하잖아요. 그런 말 영어에서 쓰지도 않지만 굳이 그걸 꼭 MT라는 영어로 써야하는 지 이해가 안 되요. 물론 서양 문화권에서 온 제도나 물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써야겠죠. 하지만 때론 너무하다 싶을 때가 있거든요. 저는 한국인이 아니지만 점점 한국어가 없어지는 게 슬퍼요. 영어가 과도하게 쓰이는 건 슬프지만 또 한쪽으로는 전세계 어디를 가도 전 국민이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없다는 점에서 저는 또 편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심지어 한국에서는 슈퍼마켓에 가도 아주머니가 영어를 하시더라고요.”

가족을 떠나 홀로 생활하는 것은 끝없는 외로움과의 싸움일 것이리라. 하지만 마익흘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에서 어려움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집에 있을 때 보다 편해서 요즘에는 미국도 1년에 한 번 ‘겨우’ 간다고 한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지 못하고 알아듣지 못하는 것에서 어려움은 없을까. “제가 한국말을 더 잘하면 조금 더 편하기는 하겠죠. 하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저를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제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만약 모두 알아듣게 되면 그런 걸 듣고 상처를 받을 수 있고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데 저는 알아듣지 못하니 혹여 제 뒷담화를 한다고 해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런 것에서 오는 자유로움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그렇게 한국어 실력을 확 늘리고 싶지는 않아요.”
인터뷰 내내 참 독특한 외국인이라는 생각과 함께 미국 국적의 백인에 대한 편견도 눈 녹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익흘같은 국민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불꽃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익흘이 먼저 한국의 20대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며 말을 꺼냈다. 공부와 진로 문제에 치여 답답한 가슴에 그의 말이 향기로운 박하사탕 같은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인생의 큰 목표를 하나를 세우면 그 이후에 소소한 계획들에 너무 얽매이지 마세요.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또 하나 20대가 젊음의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60대, 80대 할아버지가 되더라도 스스로가 젊다고 생각하면 젊은 거예요. 하지만 비록 20대라도 스스로가 너무 늦어버렸다고 생각하면 이미 그 사람은 80대를 걷고 있는 거나 다름없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아직도 20살 인 것 같아요.”

★ 마익흘의 UCC를 감상하고 싶다면 www.youtube.com/p00lman을 방문하면 된다.

조을아 기자/을지
<lovelyeac@e-med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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