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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인하를 둘러싼 정부와 제약업계의 줄다리기

약가 인하 방침을 두고 정부와 제약업계 사이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12일 국민의 약품비 부담을 줄이고 제약업계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약가 상한선을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의약분업 이후 최대 규모의 약가 인하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정부의 이번 약가인하 조치가 대규모 실직을 야기할 뿐 아니라 제약산업 자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새 약가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며 정비가 끝나면 국민 약값 부담이 연간 약 2조 1천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약가제도 개편의 주요 내용은 △계단식 약가제도 폐지 △동일 성분 의약품에 대한 동일 보험 상한가 부여 △상한가격 인하 및 기등재 약가 조정 등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경우 약가 산정 기준이 특허만료전 가격의 80%에서 53.55%로 인하되고, 제너릭 의약품은 68%에서 53.55%로 인하된다. 신규 등록 의약품의 경우 약품의 안정적 공급 등을 위해 상한가격이 1년간 특허만료전 가격의 59.5~70%수준으로 유지되지만 이미 등재됐거나 올해 말까지 등재될 기등재 약가는 상한가격이 53.55%로 일괄 인하된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일괄 약가인하 정책은 단일 약가 인하 조치로는 의약분업 이후 최대 규모인데, 기존 최대 약가 인하 조치인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 사업의 3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한편, 기존 인하안에 대한 제약업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31일 보건복지부가 제약계의 의견을 수렴해 발표한 수정안 역시 상한가격을 53.55%로 정하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었으며, 다만 필수 의약품을 인하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약가인하 대상 품목의 수만 다소 줄었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불합리한 약가인하 정책으로 제약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약가인하 조치로 인해 약 1조 7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내 제약산업 시장이 12조 8천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만큼 약가인하 폭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제약업계는 업계 종사자 8만명 중 2만여명이 일자리 상실 위기에 놓였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으며 지난 18일에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전국 제약인 생존투쟁 총궐기대회’를 열고 1만여명의 전국제약협회 회원들이 정부의 약값인하 정책에 반대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사장단 피켓시위 등 장외투쟁이 거세지고 있으며 노동계도 가세하여 정부의 정책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뜻을 단호히 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약가인하제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약가인하가 강행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어 계속적인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지난 11월 15일 대한개원의협의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약가인하 강제시행으로 인한 제약산업의 위축이 우려된다며 약가인하 정책에 대하여 기본적으로는 찬성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단계적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반해 16일에는 전국의사총연합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제약계를 규탄하여 의료계 내에서도 약값인하에 대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의료계는 이번 약가인하에 대하여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라는 대의명분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약가인하 정책으로 6906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여 내년도 건강보험료 인상률이 2.8%로 보험료율을 2.3%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영탁 기자/울산
<pokytjo@e-mednews.com>

※ 계단식 약가제도 : 오리지널 의약품을 기준으로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은 80%, 1~5번째 제네릭 의약품은 68%, 6번째는 61.2%, 7번째는 55.08%로 약가가 결정되는 약가 산정방식.
※ 기등재 약가조정 : 건강보험 급여목록에 이미 등재되어 있는 의약품의 약가를 인하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