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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니다

201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지금 광주 시내를 거닐다 보면 이상한 기호가 써 있는 표지판을 만나게된다. ‘d = D ≠ d’ 라는 의문의 공식. 얼핏 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 수학식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그것이 바로 광주비엔날레로 향하는 첫 걸음이다.
매 2년마다 열리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흔히 알려진 광주비엔날레와는 전시 성격이 다르다. 광주비엔날레는 국제현대미술을 통틀어 전시하는 데 목적이 있는 반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예술창작부문 중에서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어 국내 디자인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전시를 개최한다. 올해 4회를 맞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비엔날레관과 광주 일원에서 9월 2일부터 10월 23일까지 휴관일 없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올해는 ‘도가도비상도(圖可圖非常圖)’를 주제로 6개의 소주제를 중심으로 전시가 구성되었다. 노자 도덕경의 문구인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에서 모티브를 삼아 디자인이 단순히 감상하고 미적인 요소에만 치중하면 참된 디자인이 아니며 삶의 터전을 중심으로 사람과 장소의 관계를 대상으로 디자인이 만들어질 때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는 주제를 다양한 예술 양식을 차용하여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전의 디자인비엔날레와는 다르게 올해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한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할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들이 많다. 소재는 금융, 환경, 빈부격차, 전쟁 등과 같은 무거운 주제들이지만 인간 사회에서 빈번하게 접하는 것들 속에 디자인이 어떻게 녹아들어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소재와 디자인을 어떻게 융합하여 새로운 관계, 새로운 문화를 조성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그 중 한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손아귀에서 인간이 어떻게 놀아나고 파멸하게 되는지를 짧게 체험해 볼 수 있는 영상을 보여주는 데 영상 속의 남자는 관객들을 최면 상태로 유도하여 흥망기와 쇠퇴기를 경험할 수 있도록 몰입시킨다. 관객들은 4단계로 이루어진 가상의 인물의 일상을 듣고 느끼며 최악의 상황에 다다랐을 때 조명이 켜지며 극도의 안도감과 함께 강한 여운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이 전시장 곳곳에는 관객들이 참여해서 뼛속까지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 많다. 손이나 발을 잘라낸 환자의 뇌가 환부에서 저릿저릿함을 느끼는 환상지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만든 ‘치료 거울상자’ 작품은 많은 관객들이 실제로 자신의 손을 넣어보며 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이다.
이 외에도 실제로 구현해 볼 만한 아이디어 디자인 작품들도 다수 전시되어 있다. 가장 많이 보도되었던 ‘바이크행어’는 도시의 자전거 주차문제를 해결하면서 인력으로 움직일 수 있어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임과 동시에 미적인 요소도 고려하여 무미건조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미술품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가나 관 워크숍’ 전시는 유명한 관 디자이너인 에릭 아드제테이 아낭이 전시와 퍼포먼스를 결합한 것으로 한국인의 정서를 고려하여 만든 소주 모양의 관을 보는 재미가 있다.
디자인이 의학도들에게 직접적인 실용성은 크지 않을 수 있으나 기발한 아이디어와 식상한 주제의 재발견을 보고 느껴보는 것은 학문을 연구하는 데 잠재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주말, 예술에 문외한인 관객도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들러 영감도 얻고 삭막한 마음에 아름다운 꽃을 한 송이 피워보는 것은 어떨까.
조을아 기자/을지 <lovelyeac@e-med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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