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원제 내년 1월부터 도입 확정
엇갈리는 셈법 속 뜨거운 감자 부상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선택의원제도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되기로 확정되었다. 이번에 실시되는 선택의원제는 환자가 1차병원을 선택하고 해당 병원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경우 진료비 감액혜택을 제공하고 해당 의원에는 별도의 보상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는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에 우선적용한 뒤 추후 중간평가를 걸쳐 대상범위를 확장시켜가겠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선택의원제 실시 배경에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고 만성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들어있다. OECD가입국의 평균에도 못미치는 수준의 보험료,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 등의 이유로 건강보험은 그동안 만성적자를 면치 못했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혈압 유병률과 당뇨병 유병률은 지난 8년간 약 1%이상 증가해왔다. 그러나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의 치료율은 각각 59.4%와 52.3%(이상 2008년 기준), 조절률은 42.4%와 27.1%에 불과했고, 인구 10만명당 고혈압과 당뇨로 인한 입원 건수는 2005년 324건에서 472건으로, 인구 10만명당 당뇨로 인한 사지절단 건수도 같은 기간 5.2건에서 7.1건으로 증가하는 등 만성질환 합병증환자의 증가와 지속적인 관리부족으로 진료비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실제로 고혈압과 당뇨로 인한 진료비는 2002년 4천억원에서 2009년 3조1천억원으로 8배에 육박하는 수준의 증가가 이루어졌다.
복지부는 내달 중순부터 연말까지 환자들의 참여 신청을 받아, 내년 1월부터 이 제도를 시행한다. 이를 위해 현재 고혈압과 당뇨병 진료를 받는 대부분 환자를 대상으로 이달 말부터 건강보험공단이 선택의원제 참여 신청 방법 등을 확정해 안내할 방침이다.
복지부, “1차의료기관 활성화와 만성질환의 효과적 관리 가능”
제도가 계획대로 자리잡게 된다면 환자들은 진찰료 부담률을 30%에서 20%로 줄일 수 있게 된다. 현재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가 초진을 받을 경우 진찰료(1만2천500원)의 30%인 3천750원을 내야 했지만, 선택의원제에 참여하면 본인부담액이 2천500원으로 1천250원이 줄어든다. 재진의 경우도 본인부담액이 진찰료(9천원)의 30%인 2천700원에서 20%인 1천800원으로 낮아진다. 만성질환 환자가 연간 12차례 지정 의원을 이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1만1천150원의 진료비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내년에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진료를 받을 환자 수는 의원급 의료기관 이용자를 기준으로 509만명, 병원급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636만명으로 추산되며, 이들 가운데 90%가 선택의원제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431억원 규모의 진료비 경감 혜택을 받게 된다. 또한 선택의원제에 참여하는 환자는 관할 지역 건강보험공단 지사와 보건소를 통해 건강정보와 상담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전화·우편·이메일 등을 통해 건강관련 정보가 제공되고 맞춤형 건강상담도 받을 수 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서는 특화된 건강·교육·정보 제공 계획이 별도로 수립된다.
선택의원제에 참여해 만성질환자를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의원에도 별도의 보상과 함께 의료 서비스의 질을 평가해 상과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우선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의원은 1천원의 보상금을 받게 된다. 단 병원은 대상 환자에 대한 환자관리표를 제출해야 한다. 보상금은 1인당 1년에 10회 이내로 제한되고 환자 본인부담 비용과는 연계되지 않으며 별도의 보상 형태로 사후에 지급된다. 또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비율, 적정한 투약률, 필수검사 실시율 등을 평가해 성과 인센티브도 줄 계획이다. 선택의원제 참여 의원이 만성질환 환자 1천명을 관리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상액은 연간 1천만원이며, 여기에 성과에 따라 별도의 인센티브도 받게 된다. 전국 1만4천210개 의원 가운데 70% 정도가 선택의원제에 참여한다고 가정했을 때 약 320억원의 보상금과 100억원가량의 인센티브가 제공될 것으로 복지부는 전망하고 있다.
이동욱 정책관은 “의료기관은 자신의 의원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환자에 대해 환자관리표를 작성해 관리하면 된다”며 “이러한 인센티브를 통해 의원의 고혈압·당뇨에 대한 질환관리 노력이 향상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한 복지부는 선택의원제가 일정지역에서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을 제한하고, 의사의 보수를 인두제로 결정하는 주치의제도와는 다르다고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선택의원제가 사실상 인두제를 기반으로 한 주치의제도의 전 단계가 아니냐는 의료계 반발을 염두에 둔 것이다. 복지부는 “환자는 자신이 원할 경우 이용할 선택의원을 바꾸어 정할 수 있다”며 특히 “행위별수가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므로 인두제, 총액계약제 등 지불제도 개편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의료계 전면 반대하고 나서,
“주치의제도의 전단계일뿐,
의사의 공무원화 촉진시킬 것”
이러한 정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한목소리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의협이 각과 전문가 19개과에 선택의원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무려 18개 진료과가 반대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전공의·공보의협회 등 신규개업을 눈앞에 둔 젊은 의사들도 지난 26일 공동 성명서 채택하여 절대 반대의 의사를 내비쳤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가장 큰 선택의원제 반대이유는 신규 개업의의 시장진입장벽 문제이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는 만성질환자가 언제라도 선택의원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한번 선택한 의원을 바꾸려면 다시 등록을 하는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국민의 의료기관 선택권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원의 시장진입장벽이 높아지면 자리를 잡은 기존 병원들을 제외한 신규 개업의들은 개원대신 봉직의로 일하는 경우가 높아지고 그 결과 봉직의의 봉급은 자연스레 감소하게 된다. 만약 개원을 하더라도 환자 유치를 위해 병원 시설을 더욱 확충해야 하는 등 경쟁을 위한 초기 투자자본이 증가하게 되며 그에 따른 폐업 후 봉직의 진출이 이루어져 봉직의의 페이는 더욱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어 “선택의원제는 의료의 전문성을 훼손하고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치의제도로 가기 위한 수순이므로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지금도 만성질환자의 80%가 단골의사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만성질환관리체계 구축하겠다고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게 의협의 입장이다.
한편 의협은 정부가 선택의원제를 즉각 철회하지 않고 일방적인 강행 입장을 고수할 경우 개원의와 교수, 전공의, 봉직의 등을 망라한 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의협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선택의원제 일정에 맞춰 의료계도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내용의 4단계 로드맵이 완성됐다”며 “의료계 최대 현안인 만큼 전국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정부 투쟁 참여 동의서를 확보하고 ‘전국의사대표자대회’ 개최하며 11월 초순까지 대국민 안내와 포스터를 제작ㆍ배포하는 등 전국민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또 연말까지 ‘가칭 한국의료수호를 위한 전국의사대회’를 열고 투쟁 열기를 고조시켜서 최종 4단계에 선택의원제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 1월경 전국 의사 회원이 참여하는 파업을 추진하는 강경투쟁을 벌이기로 다짐했다.
한편, 의협은 총파업을 추진할 경우 국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 광고 등을 통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할 방침이다.
전영준 기자/중앙
<yjipnida@e-mednew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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