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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봉사, 도움보다 민폐?

사례 1. 복지관에 도착한 A양, 쭈뼛쭈뼛 봉사활동팀 팀장님에게 다가가 해야 할 일을 묻는다. 뭘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 팀장님도 학생에게 시킬 일이 없는 건 매한가지. 말하진 않지만 둘 사이에는 답답함이 맴돈다. 결국 A양이 한 일은 지체장애인들과 얘기하고 도와드리는 일, 그러나 이것도 어색하다. 학교에서 의료봉사를 해야 한다고 해서 오기는 왔지만 자신이 민폐가 아닌지 걱정되고 답답하다.

사례 2. 병원 앞에 도착한 B양, 문을 열고나니 짜릿한 소독약 냄새가 코 끝에 스친다. 당당하게 봉사활동팀 팀장님께 다가가 할 일을 묻는다. 그러나 B양에게 주어진 것은 걸레, 병원 계단에 있는 먼지 낀 소화기를 닦는 것이 B양의 임무였다. 1층부터 9층까지 계단을 오르며 소화기에 있는 먼지를 닦다보니 이게 의료사회봉사인지 차츰 서글퍼진다.

‘의료사회봉사’라는 과목?
‘의료인으로써 갖추어야 할 박애정신과 봉사정신을 직접 현장에서 체험하도록 한다.’는 취지하에 각기 다른 이름으로 서남대, 중앙대, 한림대 등 여러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주로 봉사활동시간을 정해 놓고 그 시간을 채우거나, 리포트 제출, 프리젠테이션 발표를 하는 형식이다.

취지와 현실 그 사이에서
위의 표에서 보듯이 각 의과대학은 학생들이 장차 봉사하는 마음을 지닌 의사로서 성장하도록 의료사회봉사과목을 개설하였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각 대학병원, 지역사회 봉사센터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많은 수의 의대생들은 그 속에서 봉사하는 마음의 숭고함과 봉사정신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배우게 될 숭고한 봉사정신과는 다른 상충하는 이해들로 많은 갈등이 빚어진다. 기관들은 단지 채우지 못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여러 곳의 단체를 돌며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학생들의 방문이 그리 반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위의 표에서 보다시피 주로 예과학생들이 하는 봉사이기 때문에 전공과 관련된 봉사가 아닌 쉬운 일을 주로 맡기게 된다. 또한 학교는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성실하게 참여했는지를 평가할 뚜렷한 기준이 없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눈에 보이는 봉사활동 시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학교와 봉사기관의 입장 차이에 등이 터지는 것은 학생들이다. 사례1과 사례2처럼 학생들은 병원에서는 차트 정리, 차트 전달, 청소 등의 일을 주로 하게 되고, 복지관에서는 장애우분들과 말벗하기, 청소 등을 하게 된다. 서남의대 S씨(21)는 ‘방학동안 어느 국립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어요. 한껏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맡은 일은 침대 정리, 얼음 주머니 만들기 등이었습니다. 의료봉사라고 해서 환자와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원했지만 그럴 기회가 없어 단순히 시간소모라는 생각을 지워 버릴 수 없었습니다.’라고 답답해했다. 좋은 취지하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 그러나 학교와 봉사기관의 엇갈리는 입장 속에 결국 시간때우기식으로 전락해버리는 현실이다.
참가할만한 활동
취지와 다르게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의료사회봉사, 학교와 기관 사이의 불협화음이 학생들을 봉사시간만 떼쓰는 아이들로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취지에 부합하는 진정한 봉사활동을 직접 찾아 나선 학생들도 있다. 지난 8월 섬 봉사활동에 참가한 서남의대 K씨(21), K씨는 봉사활동을 갔다 온 뒤 “나눔으로서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어요”라고 말한다. 다음 표에서 봉사활동을 선택할 때 참고하면 좋을 몇 가지 활동을 소개해 두었다.

문한빛 기자/서남
<shteme@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