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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말할 수 있는가?
그것이 곧 의학이다

미셀 푸코의 『임상의학의 탄생』

“언어적 표상과 대상의 관계 속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 언어가 사물을 포착하려는 순간부터 그 대상을 마음대로 주무르려고 하는 언어의 음흉한 계략, 즉 끊임없이 새로운 담론 속으로 끌어들여 대상의 모습을 변질시키려 하는 언어적 횡포다.”

미셀 푸코는 1926년 10월 15일 프랑스 중서부 푸아티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폴 푸코는 유명한 외과 의사였고 아들이 의학의 길을 걷기를 원하였다. 푸코는 처음에 공립학교 다니다가 아버지 손에 이끌려 카톨릭 학교로 옮기고 그곳에서 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한다. 그는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1948년 소르본느 대학에서 철학박사를, 1950년 심리학 학사, 1952년 파리에서 정신병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푸코는 정신의학과 의학, 인문학 그리고 감옥에 대한 비판적 연구로 유명한 학자이다. 인용된 푸코의 말은 그의 대표적 저작 중 하나인 『임상의학의 탄생』에 있는 것이다. 푸코는 이 책에서 ‘의학적 시선’에 대해서 논한다. 그에 따르면 임상의학은 의학적 시선의 변화에 따라 발전해왔으며, 그 이면에는 수많은 정치적·사회적 권력게임이 존재한다.
이 책의 구성은 크게 보아 4단계로 이루어진다. 1장과 2장에서는 의학에서 ‘분류’라는 개념이 어떻게 도입되었고 의학이 임상의학의 시대로 변화되어 가는 부분을 다룬다. 그는 “병의 종류가 무엇인지 확신하지 않고서는 질병을 치료하지 말라”는 질리베르의 진술을 인용하며, “분류하기란 질병의 형태를 결정하고 병에 대한 암호를 푸는 일”이라고 요약했다. 따라서 질병을 인간의 육체라는 공간 위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바로 18세기 의학이 임상의학으로 발전해가는 시기에서 주된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3장~5장에서 의학 이론과 의료 기관의 정립을 놓고 벌이는 정치적·사회적 권력의 암투를 다룬다. 의사·환자·병원 등 의료 체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정치권력에 의해서 위상이 변화하거나 사라지기도 했다. 한 예로, 책에서 병원이라는 거대한 의료 기관은 의료 수준의 국가적 통제라는 목적 하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다음에서는 초기 단계의 고전적 임상의학이 병리 해부학의 시대로 넘어가는 움직임을 다룬다. 이 시기부터 의사들은 ‘시선’이 진리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다시 말하면 임상의학 안에서 도입된 여러 가지 언어모델이 질병을 정의하고, 질병을 읽는 방식이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질병을 읽을 수 있는 의사의 시선은 곧 말하는 시선이 되어 질병에 대한 권력을 쟁취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촉각과 청각의 새로운 감각이 도입됨에 따라 질병 읽기는 다양한 면모를 띠게 되면서 의학적 시선은 그 입지를 강화하게 되었다.
푸코의 글은 18세기를 다루었지만, 현대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현대의학은 어떤 학문이며, 그 이면에는 어떤 작용들이 존재하는가? 현대의학에서 다루는 질병들은 과거와 어떻게 다르며, 어떤 이념에 근거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차후 의학이 나아가는 데 있어서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을까.
허기영 기자/서울
 <zealot648@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