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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침공을 준비한다

울산의대 영화제작 동아리 ‘헐침(HULCHIM)’인터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을 꿈꿔봤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보통 영화를 보는 것에서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 직접 영화를 만드는 수상한 의대생들이 있다. 이름부터 궁금증을 유발하는 헐침(HULCHIM), 뭔가 심상치 않다. 헐침의 회장을 맡고 있는 울산의대 본과 2학년 김민수 씨와 감독 김남우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동아리 이름이 특이한데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아, 헐리우드 침공의 줄임말이에요. 영화를 찍어서 헐리우드를 침공하자, 뭐 그런 뜻이죠. 진짜 그러겠다는 것보다도 꿈은 크게 잡자는 의미에서.(웃음)

영화제작동아리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시나요?
예과 1학년부터 본과 1학년 까지는 촬영 보조와 연기를 하고, 본과 2학년이 되면 감독을 맡아서 촬영이나 편집 등 주된 작업을 맡아요. 이렇게 시나리오 작업에서부터 영화 촬영, 편집까지 해서 일 년에 영화 한 편씩 만들고 있어요. 완성된 영화는 울산의대 축제 때 상영하고요. 재작년에는 스릴러물을 촬영했었는데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해서 본선까지 올라가기도 했었어요.

연기자를 따로 뽑는 것이 아니라 헐침 부원들이 직접 출연한다고 하는데, 부원들을 뽑을 때 연기력도 보시나요?
아니에요. 연기가 정말 하다보면 늘더라고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그랬던 친구들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잘해요. 끼가 있는 친구들은 주연 맡아서 하고, 또 연기자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저도 사실 4년 동안 출연은 별로 안했어요, 마이크나 조명 드는 거 많이 했어요.

학과 공부 때문에 바쁘지 않으세요? 주로 언제 촬영하시나요?
학기 중에는 모여서 촬영할 시간이 많지 않아요. 주로 방학 때 1주일정도 모여서 촬영을 하죠. 영화를 찍기에는 꽤 빡빡한 일정이기 때문에 1주일동안 아침부터 밤까지 힘들게 촬영을 해요. 그렇게 방학 때 촬영을 하고 학기 중에는 편집이나 부족한 장면을 보충 촬영하고, 오늘도 한 장면 촬영하고 왔어요.

촬영 장비 같은 건 어떻게 하세요? 영화 제작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카메라는 빌려서 촬영해요. 조명이나 마이크는 저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있고요. 카메라 대여하는 비용 같은 것이 만만치는 않죠. 그래도 저희가 회비를 걷기도 하고, 선배들도 지원해 주시는 것도 있고, 지도교수님도 많이 도와주세요. 마이크도 지도 교수님께서 사주신 거예요.
말씀들어보니까 교수님께서도 학교 다니실 때 영화를 찍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애정이 있으신 거 같아요. 매년 영화에 한 장면씩이라도 꼭 출연해 주세요. 바쁘셔도 촬영 해주시고. 작년에는 주인공이 나이 들어서 회상하는 장면에 나오시고, 올해 영화에는 10년 전에 죽은 형사 역할로 나오셨어요. 연기도 잘하시고,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시면서 아이디어도 주시고요.
이번 영화는 이제 편집까지 거의 마치셨다고 하시는데, 간략히 소개해 주실 수 있으세요?
주인공이 의대생인데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동생과 둘이 살아요. 그런데 동생이 어느 날 납치돼서 납치한 범인을 쫓는 이야기에요. 범죄 스릴러에요.

이번 영화 찍으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이번 영화 찍을 때는 아닌데 이년 전에 한여름에 산에서 피 흘리는 장면을 찍은 거에요. 그런데 그 때 피처럼 분장한 게 좀 달았는지, 산에서 개미들이 얼굴위로 다 올라와서 고생한 적이 있어요. 또 작년에는 키스신이 있었는데 남자 역할 맡은 후배가 CC여서, 결국 구도만 잡는 걸로 했죠.(웃음)

이번 영화 찍으실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올 해 제가 영화를 찍을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전달력이에요. 저는 아무리 스토리가 좋고 배우가 연기를 잘 해도, 관객들에게 대사전달이 잘 되지 않거나, 스토리를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좋은 영화라고 보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일단 저는 영화를 처음 찍어 보는 초짜 감독이잖아요. 그래서 영화에서 정말 기본이 되는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 충실해진 다음에, 배우의 연기력이라든지, 카메라의 앵글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영화를 찍을 때도 배우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지, 전화하는 장면에서는 전화 목소리가 잘 들리는지, 배우들의 표정이 카메라에 잘 들어오는지 신경을 많이 썼어요. 또 저는 예술 영화보다는 사람들 다 좋아하고 많이 보는, ‘흥행하는 영화’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영화를 찍는 것이 처음이실 텐데 힘들지 않으세요? 주로 촬영 방법 등은 어떻게 배우시나요, 영화제작을 위해 따로 공부하시는 것이 있나요?
도서관에서 영화 관련 책을 빌려보고 하기도 했지만 사실 초보자에게 맞는 책을 찾기는 힘들더라고요. 전에 감독하셨던 선배들에게 조언을 얻기도 하고요. 제가 이번 영화 찍으면서 가장 도움이 됐던 자료들은 제가 봤던 모든 영화와 드라마들이었어요. 그 전에 영화 볼 때는 단순히 영화의 스토리나 배우의 연기 같은 부분을 봤어요. 그런데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입장에 서니깐 봤던 영화들도 새롭게 보이더라고요. 카메라의 구도라던가 감독의 의도, 편집한 타이밍 등 여태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특히 겨울방학이 시작하고 영화촬영을 할 때까지 1달 정도는 매일 영화, 혹은 드라마들을 봤어요. 거장들의 영화나 드라마를 주로 보고, 시나리오 아이디어가 기발하다거나, 영화 구도가 특징적인 것들도 찾아보고요.

영화제작동아리라고 하면 뭔가 특별한 문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헐침만의 특별한 문화가 있다면?
특별한 문화요? 엠티에서 연기 배틀을 해요. 대사나 장면 같은 걸 준비해가서 주면 10분 만에 대사 외우고 준비해서 나름대로 해보는 거죠. 저번 겨울에는 한참 인기 있던 시크릿가든 따라 하기 했는데 후배들은 좀 괴로울지 몰라도 저희는 재밌었어요. 또 영화 촬영한 거 보면서 의견도 나누고, 예과 때는 같이 영화보러도 많이 가요. 울산하고 부산이 가까우니까 부산 국제 영화제도 같이 가구요.

영화제작이라는 한 가지 목표가 뚜렷하니까 결집력도 남다를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그렇죠. 학기 중에는 잘 못 모이더라도 영화 찍을 때만큼은 정말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하는 거니까. 같이 만든 영화 보면 뿌듯한 것도 있고요. 연기도 하고, 촬영 보조도하고, 직접 찍어보고 하면서 애정이 쌓이는 것 같아요.

헐침에서 활동하시면서 제일 좋았던 순간이나 뿌듯했던 순간이 있나요? 그리고 헐침만의 매력이 있다면?
저는 요즘인거 같아요. 영화 직접 찍은 거 편집하면서 보니까 정말 뿌듯해요. 처음에는 사실 조금 귀찮기도 했었는데 영화 찍고, 이렇게 완성되어 가는 것 보니까. 후배들도 영화 상영할 때 자기가 연기한 거 보면서 재밌어하고, 엔딩크레딧에 자기 이름 올라가는 것 보면 뿌듯하죠. 학생 때 영화 찍는 게 쉽게 해볼 수 있는 경험은 아니잖아요. 뭔가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젊으니까, 또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이 해보는 거죠. 이런 저희의 열정과 노력이 영화라는 결과물로 나오니까 정말 나이가 들어서도 특별한 추억이 될 거 같아요.
서우림 기자/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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