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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83호(2011.10.10)/문화생활 2011. 10. 18. 19:45 Posted by mednews

책/영화
책 ‘행복의 정복’, 마음을 적시는 시원한 물 한잔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복은 마치 무르익은 과실처럼 운 좋게 저절로 입안으로 굴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행복의 정복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 16장 노력과 체념 사이 中

서점에 나와 있는 행복을 위한 처세술을 보면 두가지 부류로 나뉜다. 목표달성을 위한 경쟁을 부추기거나, 아니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족하는 법을 배우라는 것. 첫 번째 책은 대개 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쓴 책이다. ‘성공하려면 나처럼 해보세요.’ 그들이 이룬 업적은 존경할만하나 그들이 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기엔 나와 맞지 않은 부분이 많고 왠지 모르게 피곤해진다. 두 번째 책은 나 자신을 억눌러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경쟁의식, 질투, 이기심... 모두 제거할 수는 없는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의 정복’은 위의 처세술 공식을 모두 벗어난 책이다. 경쟁을 부추기거나 포기하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경쟁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앞의 처세술이 달콤해도 마실수록 갈증이 나는 탄산음료라면, ‘행복의 정복’은 우리에게  필요한 신선한 물이다.
19세기 말 영국에서 태어난 버트란드 러셀은, 실은 아주 유명한 철학자이다. 19세기 말부터 영국에서 유력한 학설이었던 관념론에 대한 실재론을 주장했었다. 지적인 탁월함으로 분석철학에서 큰 활약을 했지만, 사실 그의 활동력의 원천은 ‘현실사회와 인간에 대한 진솔한 관심’에 있었다. 그는 철학자임에도 사회와 인간에서 벗어난 학문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앞에서 소개한 철학들은 모두 고독의 철학이다. / 내가 보기에 이러한 철학들은 모두 그릇된 것이다 ... 인간은 협력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2장 이유없이 불안한 당신 中)
학자였던 그는 인간의 본성을 객관적으로 관조할 줄 알았다. “다른 사람에 대한 지나친 걱정은 자기 자신에 대한 지나친 걱정에 비해 크게 나을 것이 없다. 게다가 그것은 소유욕의 위장된 형태인 경우가 많다.” (12장 사랑의 기쁨 中)
그리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팁을 제시한다.“훌륭한 책들은 모두 지루한 부분이 있고, 위대한 삶에도 재미없는 시기가 있다.”
“지나치게 많은 자극은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즐거움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근본적인 만족감을 표면적인 쾌감으로, 지혜를 얄팍한 재치로, 아름다움을 생경한 놀라움으로 바꾸어 버린다...어느 정도 권태를 견딜 수 있는 힘은 행복한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행복의 필수조건은 우연히 이웃이 되거나 알고 지내게 된 사람들이 지닌 비본질적 취미나 욕망에 견주어 자신의 생활방식을 확립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충동으로부터 비롯한 생활방식을 확립하는 것에 있다.

이 책은 인생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아서 누가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서 인상적인 부분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본인이 직접 인상 깊은 부분을 줄 그어가며 읽어보기를 바란다. 과장되거나 왜곡된 관점 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과 사회를 관조하는 작가의 통찰력에 놀라게 될 것이다.


공연/전시
가을바람에 어울리는 음악 페스티벌!

시월에 눈 내리는 마을
관객과 함께 만드는 공연을 지향하는 시월에의 열 한번 째 공연. 홈페이지 투표를 통해 아티스트가 부를 곡을 결정할 수 있고, 관객들의 사연을 바탕으로 연출이 구상된다. 매년 4~5명의 뮤지션이 4시간 동안의 무대를 채우는데 올해는 이소라, 김연우, JK 김동욱 굵직한 가수 3명이 초대되었다. 무대 중간에 시월에 홈페이지에 올려진 관객들의 사연이 소개되기도 하고, 앞에 앉은 관객 중 한명을 불러내어 가수가 그 사람을 위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마치 하나의 마을이 조성된 듯한 은은한 조명과 피날레에 뿌려지는 하얀 눈가루는 시월에의 보너스! 하지만 연인들을 위한 공연을 표방하는 만큼 연인들이 관객의 80%를 차지하고 공연막바지에 키스타임이 있으므로 솔로분들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오셔야할 듯하다. 마지막으로 슈퍼스타K 팬들을 위한 정보하나! 시월에가 Mnet에서 주최하는 공연이라 작년엔 슈퍼스타K2 Top 4 사인방이 출연했었다고 하니 올해도 잘하면 슈퍼스타K3 Top4가 공연장을 찾아올지도...?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GMF)
올해로 5주년을 맞이한 GMF! 수많은 페스티벌의 생성과 소멸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킨 국내 페스티벌의 명실상부한 자존심. 올해는 페스티벌 레이디 장윤주씨를 필두로 국내 최고의 뮤지션들이 의기투합했다.
GMF는 가을에 열리는 공연에 걸맞게 차분하면서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조금 더 가까이서 가수를 보기위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도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고, 아예 공연장 주위에 여유롭게 앉아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이 방방 뛰어다니는 여름의 락페스티벌을 생각한다면 오산! 공원에서 즐기는 가을소풍을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인기있는 가수의 공연엔 사람들이 몰리므로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묵어서 가는게 좋을 듯 하다.
GMF를 즐기기 위한 팁을 제시하자면 첫째, 표는 예매하고, 절대 현장수령은 하지 말라는 것. 오랫동안 줄을 서야하기 때문이다. 둘째, 인스턴트 음식은 반입금지이므로 도시락을 싸가는 것이 좋다. 안에서 음식을 팔기도 하지만 이것도 역시 1시간 이상 줄을 서야한다. 셋째는, 타임 테이블을 확인하고 보고 싶은 공연을 계획해서 보라. 공연장사이의 거리가 꽤 있으므로 이것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에버그린 뮤직 페스티벌 (EMF)
“음악과 가족이 함께 하는 세상에서 가장 반짝이는 이틀” 모처럼 부모님과 시간을 내고 싶다면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난지 한강공원 EMF를 추천한다. 봄여름가을겨울, 세시봉, 부활, 이승환, 스키조, 정성하 등 젊은층과 중장년층의 취향이 골고루 반영된 출연진이 눈길을 끈다. 금년에는 한국싱어송라이터협회 소속 회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해 온 대한민국 대표 싱어송라이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음악을 매개로 선후배 음악인이 하나가 되는, 다양한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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