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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대생 전격탐구 ①

독일의 의대생을 만나다

분데스리가, 차두리, 우리에게 익숙한 이러한 단어뿐 아니라, 알고 보면 독일은 의술의 역사 또한 깊은, 알면 알수록 멋진 나라이다. 우리는 흔히 하우스, ER등의 미국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해외병원 실습을 통해 외국의 의대나 병원을 조금이나마 경험하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궁금한 1%가 있다. 그들도 우리처럼 족보를 보고, 계속되는 시험에 힘들어하며, 때로는 미팅이나 소개팅을 하기도 하는, 우리와 같은 피가 흐르는 의대생일까 하는 점이다.

독일 전역에는 30여 개의 의대에 만 오천명 정도의 의대생이 있다. 각 학교마다 학생 수나 역사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의대에 입학해 성공적으로 한국을 알리며 멋진 의사로 거듭나고 있는 이하람양에게 독일의 의대생의 삶을 들어 보았다. 그녀는 지금 프라이부르크(Freiburg) 의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먼저 독일 의대는
교육과정이 어떤지 궁금해요.

우선 의대에 진학하려면 Abitur라는 우리나라의 수능에 해당하는 시험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시험을 보고 의대에 합격했다고 해도 꽤 많은 학생이 바로 진학하지 않고 여행을 다니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 비로소 의대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의대보다 나이의 폭도 훨씬 다양한 편입니다.
의대에 진학해서도, 같은 과목이라도 상당수 경우에서 다양한 수업이 동시에 개설되기 때문에 선택해서 들을 수도 있고 이런 점 때문에 상당히 유연한 시간표 구성이 가능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휴학을 하거나 학점을 줄여서 다른 일을 하기도 하고 연구를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많은 학생들이 재학 중에 박사과정연구를 병행하기도 하죠. 저도 다음 학기에 수업은 2개만 신청하고 비교적 큰 규모의 실험실 연구에 참여하려고 해요. 결론적으로는 입학은 같이 하지만 졸업년도는 천차만별이 되는 셈이죠. 

독일 대부분의 의대는 같은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고 그 순서에만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대부분 의대는 학기제로 이뤄져 있습니다. 한국의 예과에 해당되는 4학기와 이후 이어지는 6학기로 이루어진 본과가 있습니다. 예과의 경우는 2년에 걸쳐 조직학, 태생학, 생화학, 생리학, 해부학 같은 전공과목뿐만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 같은 다른 분야의 과목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해요. 한 과목에서 세 번 이상 Fail할 경우 퇴학조치가 가해집니다. 저희학교의 경우 70%가 Fail하는 과목도 있습니다. 각자의 학교마다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예과 때 학생들을 많이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가장 특징적인 점은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본과 진급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으로 구성된 첫 번째 국가고시에서, 필기시험으로는 해부학과 생리학, 생화학의 비중이 가장 큰데 심리학과 사회학의 경우도 시험과목에 해당됩니다. 필기시험의 경우 40%이상의 문제를 틀리면 탈락입니다. 구술시험에서는 교수님 3분이 학생 3명 정도를 상대로 해부학, 생리학, 생화학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평가하십니다. 이렇게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을 모두 통과해야만 본과에 진학할 수 있고 둘 중 하나라도 Fail하면 다음해에 그 과목만을 다시 쳐야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독일의대는 일종의 전학이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주로 일대일교환의 형태로 이루어지는데 일차 국시시험 이후에 가장 많이 이루어집니다.

이렇게 2년간의 예과과정과 1차 국가고시를 성공적으로 거쳐 본과에 진학하게 되면 수업과 세미나, 환자실습으로 이루어진 3년간의 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프라이부르크 의대의 경우 8시부터 10시까지 3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듣습니다. 10시쯤에 수업을 마치면 나머지 시간은 당일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한국의대에서의 PBL과 같은 학습을 진행합니다. 이런 소규모 수업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증가합니다.
그리고 한국과 다른 특징적인 점이 있는데요. 한국의 본과 1학년에 해당하는 때부터 환자실습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수업과 PBL을 제외한 시간에 병동에 가서 당일 배운 질병에 대한 실제적인 임상수업(bedside teaching)을 교수님과 함께 진행합니다. 환자의 질병에 대해 교수님과 토론하고 여러 진단방법에 관한 피드백을 받습니다. 한국의대와 비교해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은 훨씬 적은 대신 병동에 나아가 교수님과 토의하는 형태의 수업이 많은 점이 어떻게 보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들도 상당히 협조적으로 문진에 임해 주시고요.
본과 때 보는 시험도 줄줄이 등수를 매기지는 않습니다. 출제된 문항의 10%를 틀리면 1, 20%면 2, 40%면 Fail로 나누는데 한국보다 관대한 편이죠, 절대평가인 점도 다르고요. 필기시험보다 구술시험이 많은 것도 정말 특징적이죠.

본과 또한 무사히 지나고 나면 곧바로 인턴의 자격이 주어집니다. 대부분 자교에서 하게 되고 4개월씩 3군데에서 수행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외과, 내과와 자율선택 1개의 형태를 택하죠. 이때 적어도 한번 정도는 외국에서 하려는 경향이 강해서 스위스, 호주, 남아공 등지에서 인턴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인턴까지 마치게 되면 2차 국가고시를 치르고 의사 자격이 주어집니다. 레지던트 지원 시에는 성적보다도 해외경험과 인터뷰가 매우 큰 영향을 끼쳐요. 이후 레지던트 과정 기간은 상당히 다양하고 수련까지 마치고 나오게 되면 한국과 비슷하게 개업이 주류를 이룹니다.
 
방학 중에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방학은 8월 중순~10월 중순, 2월 중순~4월 중순이 대부분인데, 방학 때도 무작정 쉴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예과 방학 때는 총 3개월 동안 간호실습 비슷한 것을 하고 이 때, 환자의 기본적인 생리적 현상을 돌보는 것부터 동맥혈 채혈까지 다양한 것들을 배워요. 간호사분들한테 배우는데 독일에서는 간호사분들이 간병까지 하시거든요. 본과 때는 방학동안 그룹당 3-4명씩 총 4개월에 걸쳐 척수천자, 심전도, 초음파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배워요. 일종의 선택실습인 셈이고 수업의 일부라고 볼 수 있어요. 저는 현재까지 정신과에서 한 달, 혈액종양내과에서 한 달을 보내며 이 과정을 마쳤어요.

독일의 의대생,
평소 생활은 어떤가요?
독일 최고(最古) 560년 역사를 자랑하는 프라이부르크 의대의 경우 입학생은 300명 정도 됩니다. 입학 후 첫 일주일 동안은 한국의 OT에 해당하는 행사로,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각종 게임을 해요. 그 이후에는 한국과는 달리 매우 개인적인 생활을 하죠. 모여서 하는 일은 한 친구 집에 모여서 9시정도부터 술을 마시고 12시 정도에는 클럽에 가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정도.
학교생활에 있어서는 일부 학생들은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흔히 다양한 운동들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특히 분데스리가 축구에 남학생, 여학생 가릴 것 없이 흥분합니다. 학교근처에 있는 팀에 가서 써포터즈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축구뿐 아니라 농구나 배구 등 다양하게 즐기고요. 저의 경우 월요일, 목요일은 럭비훈련, 수요일은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제 스케줄이고 대부분 학생들이 비슷하게 생활해요. 한국의대와 마찬가지로 학생회라고 부를 수 있는 조직도 존재하지만 한국식의 축제는 하지 않고요.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많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저녁에 위험한 환자 지키기, 조교, baby sitter등이 많이 선호하는 아르바이트인데 제 경우 최근에는 baby sitter만 하고 있어요.
학비는 한국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라 학교차원에서의 장학금은 없는 곳이 많지만 국가에서 주는 장학금이나 정치단체에서 주는 장학금은 발달한 편이에요. 저도 그 수혜자 중 한명이기도 하고요.

독일의 의대생들은 CC보다는 주로 타과 학생과 교제하거나 외부학생들과 교제해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죠. 하지만 미팅과 소개팅은 하지 않는다는 점은 한국과 다르네요.

임재윤 기자/아주
<jy0304@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