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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와 아카데미아가 만나다

새로 출시된 의학전자사전 EM-30 리뷰

 새 학기다. 새 학기가 되면 항상 준비할 것이 많다. 새로 시작될 과목들의 교과서는 물론이고, 일주일만 지나도 잘 쓰지 않을 것은 알지만 노트도 새로 장만한다. 지난 학기에 쓰던 것이 아직 많이 남았지만 왠지 필기구도 새로 구입하고 싶다. 임상강의에 진입했다면 적절한 참고서도 필수이다. 여기까지는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준비해야할 필수품들이다.
 하지만 의학사전에 이르면 호불호가 조금씩 갈린다. 인터넷 검색으로도 충분하다는 ‘무용파’가 있다면, 항상 가지고 다니지만 정작 사용은 하지 않는 ‘장식품파’도 있고, 또 어떤 참고서 보다 더 유용하게 사용하는 ‘실속파’도 있다. 지금까지 의학전자사전 시장은 두 회사의 제품이 양분하고 있었었지만, 2010년 2월 드디어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었다. 게다가 기존 제품들의 아쉬웠던 점을 거의 대부분 보충한 모습으로 말이다. 지금까지 의학전자사전이 불편하고 필요 없다고 생각했더라도, 이 제품은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깔끔함이 돋보이는 디자인

 아카데미아 의학전자사전(RD-EM30M DMB, 이하 EM30)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제품 가운데의 샤프전자 로고이다. 그렇다. 이 제품은 샤프전자의 ‘리얼딕’이다. 그 동안 왜 의학전자사전은 샤프나 카시오, 아이리버 등 대기업의 믿을만한 제품이 없을까 하고 아쉬워하는 의대생들이 많았는데 드디어 아카데미아가 샤프전자의 제품으로 출시 한 것이다. 작은 로고이지만 거기에 담긴 의미는 크다. 십년이 넘게 전자사전 시장에서 수위기업의 자리를 지켜오면서 쌓인 노하우, 전국적으로 퍼져있어 쉽게 접근 가능한 A/S 망, 중국제가 아닌 ‘Made in korea’의 믿을만한 하드웨어. 굳이 꼼꼼히 살펴보지 않아도 될 만큼 ‘리얼딕’ 세 글자는 믿음직스럽다.
 EM30은 크리미화이트 한 가지 색상으로 출시되었다. 은은한 광택이 돋보이는 상판은 샤프와 아카데미아 로고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깔끔함이 돋보인다. 무광택 재질로 이루어진 하판에는 좌우에 DMB안테나, 터치펜, 이어폰단자, 충전단자 등이 어느 것 하나 돌출되지 않고 자리잡고 있다. 컴퓨터 키보드와 똑같은 ‘펜타그래프’방식 키보드를 채택하여 부드러운 키감을 제공한다.
 제품의 크기는 140(W) x 80(D) x 21.5(H)mm로 주머니에 넣기엔 무리가 있지만 한 손에 쥐기에 무리가 없고, 가방 속에 수납하기에는 적당한 일반적인 전자사전의 크기이다. 무게도 257g으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는 적당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지제근 의학사전을 비롯한 믿을 수 있는 사전부

 전자사전을 선택할 때 여러 가지의 기준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래도 사전 컨텐츠일 것이다. 이 점에서도 EM-30은 합격점을 줄 수 있는데, 바로 ‘지제근 의학사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제근 의학사전’은 대한의사협회의 의학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알기 쉽게 풀이했다. 또 구용어와 신용어가 모두 표시되어 학생들이 쉽게 공부할 수 있어 종이사전으로도 많은 의대생들이 구입하는 사전이다.
 이 외에도 대한의사협회의 의학용어집, 대한해부학회의 해부학용어집 등 의학계열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9가지의 사전이 수록되어있다. 수록 된 모든 사전은 학회에서 검증한 믿을 수 있는 사전들로 아카데미아에서 출판하는 사전들이다. 또 새 판이 자주 나오는 의학사전의 특성을 감안 해 새 판이 나올 때 마다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컨텐츠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총 124 종의 탄탄한 일반 사전부

 일반사전부도 탄탄하다. 기존 샤프‘리얼딕’ 전자사전의 모든 콘텐츠를 담고있다. 민중 엣센스 국어사전, 민중 엣센스 한영/영한 사전과 Collins 영영사전을 비롯한 10권의 영어사전부, 6권의 일어사전부와 10권의 중어사전부, 14권의 회화사전부 등 총 124권으로 이루어진 사전부는 의학공부 이외에 어학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다양하고 유용한 부가기능들

 십수년간 전자사전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샤프전자의 제품답게 유용한 부가기능도 많이 탑재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DMB. 수도권에서는 안테나를 꺼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수신감도도 좋고, 4.3인치의 넓은 화면은 TV를 감상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최근 전자사전이라면 모두 탑재하고 있는 MP3와 동영상재생 기능도 물론 탑재되어 있다. 특히 동영상 플레이어는 여러 가지 코덱을 지원하고 자막파일까지 재생이 가능해 따로 인코딩이 필요 없다. 8Gb의 내장메모리와 MicroSD 외장메모리를 지원해 저장 공간도 넉넉하다.
 녹음기능과 멀티태스킹 기능을 활용하면 수업내용을 녹음해 들으면서 모르는 용어를 바로바로 찾아볼 수도 있다. 그 외에도 eBook, FM라디오, 플래너, WinCE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WinCE를 제대로 활용하면 게임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설치 할 수 있기 때문에 확장성이 크게 늘어난다. 휴대폰과 같은 표준24핀 충전단자를 지원해 어디서든 충전도 간편하다.

 어떤 제품이든 구입을 결정할 때는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전자사전 같은 경우는 ‘어떤 사전이 수록되어 있는지’와 ‘전자제품으로서의 완성도’가 그것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카데미아와 샤프전자가 만난 EM-30은 까다로운 의대생들의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사전으로 보인다.
 새 학기, 아카데미아의 의학전자사전을 준비 리스트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의대생신문
<editor@e-mednews.com>

“잠을 푹 잔 것이 비결이었죠”

제74회 의사국가시험 수석 김태형씨 인터뷰

 제 74회 의사 국가고시에서는 건양의대 김태형(27세, 사진)씨가 490점 만점에 460점(93.9점/100점 환산 기준)을 획득, 수석의 영광을 안았다. 아산병원 인턴시험을 며칠 남겨두고 서울에 머무르고 있는 그를 만났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올 해 처음 시행된 OSCE와 CPX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을 포함한 국가고시 대비 공부 방법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 먼저 축하한다. 국시수석, 예상은 했는지?

 전혀 못했다. 얼떨떨하고, 아직도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다.

- 국가고시 준비는 어떻게 했나? 컨디션 관리와 공부 방법을 알려 달라.

 국시 준비는 6학년 2학기 때부터 독학을 중심으로 하였고 교재는 KMLE 문제집과 그 해설집을 위주로 보았다. 문제집만 다 외워도 1등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다. 찾아가면서 공부하는 스타일이라 총 몇 번 정도 봤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정독으로 두 번 정도는 본 것 같다. 잠은 충분히 자고, 보통 2시부터 12시까지 10시간 정도 공부했다. 책상에 한번 앉으면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이 비법인 듯하다.

- OSCE, CPX 시행 첫 해였는데?

 시험을 10월 30일에 쳤는데, 시험 족보(야마)가 바뀌지 않아서 앞에 시험 친 친구들이 만들어 놓은 족보 위주로 보았다. 공부를 할수록 나중에 의사로서 환자를 볼 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겠다고 느껴져 열심히 하게 되더라. 나는 시기상으로 중간쯤에 친 편이지만, 빨리 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물론 부담도 있겠지만 실기시험을 빨리 끝내놓고 국시에 올인하는 것이 공부 흐름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실기시험을 서울의 국시원에서 보는데, 그러다보니 지방출신이 아침 일찍 시험을 치는 경우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지역별로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준비했는지가 궁금하다.

 (10월 30일 시험에) 10월 6일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그 전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출제하는 OSCE/CPX 시험이 있는데 그것을 정기적으로 봤다. 학교에서 조원들과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준비했다. 따로 학원을 다니지는 않았다.

- 블록과 실습은 국시와 어느 정도 연결되는 것 같나?

 사실 모든 것을 새롭게 공부하는 느낌이었다. 블록을 하면서 막연히 이름 위주로 보고 넘어갔던 것들을 국시준비를 하면서 새롭게 개념정립을 한 것 같다.
 실습을 열심히 돌았던 것은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예를 들어 폐렴환자를 볼 때 히스토리나 영상학적인 사진 등이 국시케이스에 그대로 나오는 것이니 실습에 신경을 쓰면 좋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습 때 아무리 몸이 힘들더라도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식과 병행하여 실습을 돌아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 

- 가장 어려웠던 과목과, 그 과목은 어떤 방법으로 공부했는지 알려 달라.

 예방의학과 정신과가 가장 힘들었다. 역시 KMLE 문제집 위주로 봤다.

- 국시에 있어서 총론과 각론 중 어느 것에 더욱 중점을 두어야 할까?

 시험성적을 가르는 것은 총론이다. 각론은 많은 학생들이 어느 정도 보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지만 총론은 워낙 범위가 방대하고 내용이 많기 때문에 총론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고득점에 도움이 된다.

- 자신만의 암기비법은 어떤 것이 있나.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공부를 하면서 예전에 봤던 내용과 연계하며 외우려고 노력했다.

- 내과를 선택한다고 하였는데,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또,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가.

 최종적 목표는 스텝이 되는 것이다. 지방의대 출신으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없지 않지만, 일단은 끝까지 부딪쳐 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내가 받았던 도움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성과 실력 두 가지 모두를 바탕으로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 전국의 의대생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후회하지 않도록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국시성적도 중요하지만 학교생활도 그만큼의 가치는 있으니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학교활동도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구현담 수습기자/계명
<lovelytale89@e-mednews.com>

 

지방 의료, 변화와 과제

지역 의료인 양성 유명무실
의사도 환자도 서울로 서울로…

 지역 의료의 발전과 의료자원의 균등 분배를 위해 설립된 지방의대와 부속병원. 그러나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소극적인 경영에 머물러서는 살아남기 힘들어지고 있다. 또한, 지방 의대의 설립 목표 중 하나인 지역 의료인 양성마저 유명무실 해지고 있는 실정. 지역 의료계가 딜레마에 빠져있다.

지방 의대 출신들의 ‘탈 지역화’


 최근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전국 의대를 대상으로 자신의 점수에 맞춰 공격적인 지원행태를 보인다. 그에 따라 출생지와 입학하는 의대 간의 상관관계가 매우 낮아졌다. 예를 들어 전남의대나 영남의대 같은 경우 신입생의 30% 정도가 수도권이나 타 지역 출신이다. 이러한 경향은 의전원의 도입으로 수도권 대학 출신 졸업생의 지방 의전원 진학이 늘어나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물론 타 지역 출신 학생이 지역 의료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법은 없지만, 지방의대 재학생을 해당 지역의 잠재적 의료 인력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러한 탈 지역 현상은 비단 의대진학 뿐만 아니라 전공의 지원이나 개원 시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전국적으로 비인기과 전공의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해당과를 지원하는 전공의들마저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 반면에 상당수의 지역 수련병원 비인기 과들은 모집 인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인 지역 의료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방 거주자들도 ‘수도권 쏠림’


 점점 늘어나는 지방 거주자들의 원정 진료 또한 지방 의료계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2009년 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지방거주자들의 수도권 의료기관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의료 기관에서 원정 진료를 받은 지방 거주자의 수는 225만4,000명에 달한다. 2003년의 170만3,300명에 비해서 32.3%가 증가한 수치이다.
 이들이 수도권 의료 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데 지급된 총 진료비는 1조 6,836억 원으로, 지난 2003년의 8,417억 원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 진료비에 포함되지 않은 비급여부분과 교통비, 체류비 등을 합하면 그 액수는 2조원을 넘을 것으로 본다. 지역 의료 보험료가 지역 의료 인프라에 투자 되지 않고 수도권으로 회수 되는 것이다.
 막대한 투자와 홍보를 통해 병상과 환자를 늘려가는 수도권 대형 병원에 비해 지방 병원의 외적인 발전 규모는 다소 더딘 것이 현실이다. 지방의료 종사자와 전문가들은 “KTX와 같은 교통수단으로 인해 지방 환자들의 수도권 접근성이 나날이 좋아지는 현실에서, 특화된 분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 그리고 정부차원에서의 모니터링과 관련 법제정 등의 노력이 없는 한 의료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안지훈 기자/영남
<ahnadun@e-mednews.com>

산부인과 의사들 스스로 ‘낙태수술 고발’

‘낙태 시술’ 눈감아 온 관행, 그대로 둬야 하나

 지난 2월 3일, 산부인과 의사들이 직접 불법 낙태 시술을 하는 동료 의사들을 고발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낙태’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선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들의 모임으로서, 상습적으로 낙태 시술을 한 3개의 병원을 고발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낙태반대 산부인과 전문의 140명과 10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지난해 12월 발족한 단체. 이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서 의료계에 낙태에 관한 주의를 다시금 환기시키고 정부의 보다 강경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계속 이 책임을 방기하는 한 불법 낙태에 대한 고소 고발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하루 1000명 이상의 태아가 불법 낙태 되는 것을 방치해온 사법 당국이 이제라도 그 책임을 통감하고 낙태 근절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여성단체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10여 개 여성단체는 “대책없는 낙태 금지책은 음성적인 낙태수술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마음과 상황을 읽지 못한 극단적 주장”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측은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내 놓은 성명서는 현실을 무시한 근시안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또한 일본이 낙태를 합법으로 하고 있는 이상, 원정 낙태 등 다른 문제들이 불거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장석일 부회장은 “루마니아에서는 의사를 사형이라는 극형에 처했지만 낙태는 없어지지 않아 극단적인 방법만으로는 실태파악이 안 되고 오히려 정책을 세우는데 마이너스가 된다”며 “올바른 성의 가치관부터 피임교육 등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논란 속에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불법 인공임신중절수술 중단 권고안’을 발송하고, 불법 낙태광고가 3회 적발된 회원을 제명조치하기로 결정하는 등 자율적 통제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보건복지가족부는 3월 중 ‘불법 인공임신중절 예방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발족하고, 이 협의체에서 논의된 각계 의견과 대안을 바탕으로 ‘인공임신중절 예방 종합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태아에 심각한 기형이 있더라도 낙태가 금지되어 있으며,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 복용이나 방사선에 노출이 되더라도 인공임신중절수술은 허용되지 않는다.

김민정 기자/순천향
<sackoy@e-mednews.com>

의전원 등록금 건국대 1,042만원 ‘최고’

의대는 고려대 621만원… 전체 41개 대학 중 13곳 인상

 전국 41개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등록금이 대부분 동결된 가운데 건국대 의전원과 고신 의대가 각각 5%씩 인상하면서 최고의 인상률을 기록했고, 특히 이중 건국대 의전원은 한학기 등록금이 1,042만원으로 지난해 998만 5000원으로 가장 등록금이 비쌌던 이화여대 의전원을 제치고 가장 비싼 의전원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 의전원 7곳 ‘인상’ -  모든 국립대 의전원이 등록금을 동결한 가운데 건국대, 성균관대가 각각 5% 인상률을 보였고, 이어 경희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이 3% 전후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가장 등록금이 낮은 의전원은 연세 의전원이었으며 이어 성균관 의전원이 뒤를 이었다.
 ◆ 의대 6곳 ‘인상’ - 의대 역시 모든 국립대는 동결하였으며 사립대인 고신대와 한양대, 연세대 등이 4.5%, 2.8%, 2.5% 등으로 인상했다. 가장 비싼 등록금은 고려대 였고, 이어 연세대, 동국대, 성균관대 순이었다.

박준하 기자/가톨릭
<junha@e-mednews.com>

용산참사, 해결되지 않은 해결

2009년의 마지막 날, 용산을 찾다

 2009년의 마지막 날은 동장군의 심술이었는지 그 해 겨울 중 가장 추웠다. 연말인 만큼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려는지, 늦은 밤 용산역 앞 사거리에는 차도 사람도 뜸했다. 그 곳을 찾은 의대생신문의 기자들의 손에는 피켓이 들려있었다. “새해에는 안 싸우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전날, ‘극적 타결’된 ‘용산 참사’에 관한 내용이다.

 용산 4구역 재개발 조합과 유족들은 사고 발생 345일 만인 12월 30일, 극적으로 보상 합의안을 도출했다. 서울시와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이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로금과 보상금에 대한 협상을 마쳤고, 이어 1월 9일에 장례식을 치르고 25일 농성도 끝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유감을 표하며 유족 측에 용산 4구역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35억원가량의 보상금이 지급될 것으로 전했다.
 또 임시ㆍ임대상가 제공 문제도 타협점을 찾았다. 서울시와 범대위는 향후 이행추진위에서 제도 마련 등을 논의하자고 유족 측을 설득했다. 추후 협상 여지를 마련한 범대위는 철거민 23세대의 생계를 위해 용산과 수도권 등 재개발구역 2곳의 근로자 전용 식당(함바집) 운영권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희생자 장례, 유족 위로금 등의 사안은 순조롭게 협상이 이뤄졌다. 1월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철거민 희생자 5명의 발인식이 치러졌고, 참사 현장인 용산 재개발구역에 희생자 5명의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순천향병원에 미지급된 장례식장ㆍ안치실 사용비용 5억7,000여만원도 재개발조합이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진상규명에 대한 숙제가 남아있다. 유족측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대책위원회를 꾸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밝혔다. 또 작년 2월 구속된 철거민들에 대한 신병 처리 문제도 남아 있다. 유족측은 현재의 재개발 보상제도가 제2의 용산 참사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 측은 용산 참사 타결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정 국무총리는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대생신문사는 30일 협상이 타결되었으나 아직 남아 있는 숙제들이 있다고 판단, 계획된 시위를 진행했다. 편집장 김민재씨(순천향, 23)는 신년회를 맞아 술자리 위주의 모임문화를 탈피하고자 릴레이 일인시위를 신년회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신문사라는 장점을 살려 재밌고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래가사나 책의 문구를 인용해 피켓을 만들었어요.” 그는 선심쓰기 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안 된다며, 우리가 용산에서 생각해 봐야 할 과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김민재 편집장은 “지난해 내내 학교주변에 경찰들이 많이 서있었지만 용산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현장에 와서 직접 시위에 참여하니 피부로 와 닿습니다. 또 시민단체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격려해주셔서 뿌듯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용산구청은 용산참사 보상 문제가 타결됨에 따라, 용산4 재개발구역의 주상복합 건물 6개동 신축공사 등을 오는 6월에 시작해 2014년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제2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해 앞으로는 시민 누구나 서울의 뉴타운ㆍ재개발ㆍ재건축 전 진행 과정 및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언제든 확인할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한중원 기자/울산
<han@e-mednews.com>
구현담 수습기자/계명
<lovelytale89@e-mednews.com>

2010 의대생신문 기획연재 “의료계 현실 진단”
- 첫 번째 마당 : 외과·흉부회과 기피현상

외과·흉부외과 기피현상, 적절한 해결책은?

지원율은 큰 변화 없어… ‘그러나 고무적인 조치’

 외과계 기피 현상은 10년도 넘은 문제입니다. 이 현상을 계속 간과하다보니 그 동안 외과의사가 필요 인력의 절반정도밖에 배출되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기존 외과의들이 자리를 잡고 활발히 일을 하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향후 몇 년 안에 국민 보건에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 유창식 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9년 7월부터 흉부외과의 처치 및 수술 의료행위 201개에 대해 소정점수에 100% 가산(소요재정 486억원)한 수가를 적용했다. 또 외과는 322개에 대해 30% 가산(소요재정 433억원)한 수가를 적용했다. 이 추가 재원은 전공의 처우 개선에 사용하라는 지침에 따라 수도권 대형 병원들은 전공의 임금을 월 200~300만 원 가량 인상했다. 반면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사 결과, 외과의 경우 급여 인상 조치가 없는 병원이 8% 이상, 흉부외과는 22%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외과,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0년 레지던트 필기시험 지원 결과 지원율은 외과의 경우 47.5%(145/305명), 흉부외과는 39.5%(30/76)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과장인 유창식 교수는 "외과는 레지던트 트레이닝 중에서도 1년차 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갈 정도로 힘들었다. 반면 소위 마이너 과는 상대적으로 편한데, 오히려 개업 후엔 더 좋은 생활을 한다. 결국 지금 당장의 수가 인상분으로 생긴 전공의 월급 200, 300만원 인상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4년 동안 1억을 더 벌자고 자신의 평생 전공을 정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번 수가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많다. 대형병원들의 잇단 외과, 흉부외과 전공의 임금 대폭 인상에 의한 특정 병원으로의 전공의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서울지역의 대형병원들이 월 300만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하니 조그만 병원들이 어찌 할 바를 모른다.”고 밝혔다.
 다른 과와의 형평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유창식 교수는 "기존 전공의 연봉이 다 같았는데 왜 외과계만 인상하느냐, 하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환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번 수가 인상은 정부의 추가 재원으로 이뤄진 것으로, 이는 국민들의 건강 보험료로 충당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 부담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 재원은 보험재단이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련된 것인데, 앞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첨언했다.

 유창식 교수에게 현직 외과의로서 외과계열 기피현상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의료보험 제도가 생기기 이전에는 외과의사가 좋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초기에 수가 산정을 할 때 낮은 수가로 정해져버렸죠. 그 수가로는 개업의가 수술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취의도 필요하고 조수도 필요하며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수술은 하면 오히려 손해일 뿐이었죠. 이것이 외과 기피의 시초입니다. 30년 동안 부실한 보험 체계의 위험 부담을 의료계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었는데, 이제야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 현 의료 체계의 부실한 점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외과와 흉부외과는 수십 년간 전공의 지원이 적었고 수가 인상이 된 이번 년도에도 별다른 변화는 없었는데, 이에 대해 유 교수는 영상의학과의 인기 상승을 거론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영상의학과 지원자가 계속 없었었는데, 그러다 보니 실제 의료계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구할 수가 없게 되었었습니다. 판독은 해야 하는데 사람이 없으니 병원들은 연봉을 계속 인상했어요. 그러다 보니 영상의학과의 인기는 요새 무척이나 높아졌죠.
 외과, 흉부외과에서도 같은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기 이전에 이는 국민 보건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 처우 개선이나 정책 변화나 완만하게 점차적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유 교수에게 이번 수가 인상에 관해 총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다. 그는 의외로 이번 수가 인상이 완전한 조치는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답했다.

 “외과의사가 없으면 수술이 불가능하고, 수술이 안된다면 진단이 되어도 치료가 안되는 부분이 많죠. 한국인 사망원인 1위가 암인데, 이는 외과의사의 필요성이 무척 높습니다. 장기이식의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정부에서 이제 문제점을 자각, 어떻게든 외과의사 숫자를 늘려야 되니 궁여지책으로 수가 인상안을 내놓은 것인데 막상 효과는 없었지요.
 굉장히 미흡한 조치이지만, 진일보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공의, 전문의 까지 좋은 혜택을 받고 수가가 지속적으로 인상이 된다면 인력 부족의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수가가 지금보다 더 올라가서 적정 수준이 보장된다면, 자신의 행위에 대한 보상이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개원을 하건, 봉직의를 하건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죠.
또 스트레스는 많지만, 정말 재밌고 보람찬 분야가 외과거든요.”

 마지막으로 현직 외과의로서의 고충을 물었다. 하지만 유 교수의 대답은 현직 외과 명의로서의 자부심으로 돌아왔다.

 “외과의사는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가장 선진화된 의료 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나름대로의 문제점이 있지만, 가장 의료가 꽃피워있다고 볼 수 있겠죠. 미국은 전문의 기준, 외과의사가 평균보다 적어도 50%, 많게는 2~3배의 연봉을 받습니다. 어떠한 직업도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노력만큼 보상도 있어야 합니다. 환자가 수술을 받고 좋아져서 퇴원할 때 하는 감사의 인사나, 후에 외래에 와서 하는 고마움의 표시, 기쁘긴 하지만 그런 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지요.
 환자의 몸에 직접적으로 칼을 대는 것이 외과 의사입니다. 칼을 대는 순간부터는 환자에 대해 무한 책임을 갖죠. 또 의사의 행위만으로 환자의 질병 경과 90% 이상을 좌우하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의무감, 사명감도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죠. 수술 후에 합병증을 앓는 환자가 있으면, 환자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외과의도 힘들어 합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수술을 했다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하는 자책이죠.”


 유창식 교수의 바쁜 외과의로서의 생활은, 점심시간을 쪼개서 인터뷰할 수밖에 없는 일과에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고됨’보다는 ‘당당함’이었다.

한중원 기자/울산
<han@e-mednews.com>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첫발 내딛어

 지난 1월 18일 취업 후 학자금 상환(Income Contingent Loan, 이하 ICL) 특별법안 등 3개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당장 2010년 1학기 취업 후 학자금 대출을 받는 대학생은 7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함께 통과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대학의 과도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각 대학에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하였으며, 각 대학은 등록금의 인상률을 직전 3개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였다. 사립대의 경우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은 경우 해당 대학에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행·재정적 제재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하였다.

 대학생단체와 야당 등은 법안이 처리되 새학기부터 시행 된 것에 대해서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자율이 5.8%(2010년 1학기 기준)에 달하고 이자가 복리로 계산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OECD 주요 국가의 학자금대출 이자율을 상회하며 그나마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높은 이자율을 보이는 국가의 경우(캐나다, 뉴질랜드)도 대학 등록금은 비싸지만 공적지원이 발전한 나라에 속해 실질적인 부담은 적다는 평가다.
 또한 기초생활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의 경우 ICL이 도입되면서 그 동안 실시되던 무상장학금이 축소 내지 폐지되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대한 장학금 유지 및 확대와 신입생의 경우 기존 장학금제도·대출제도와 ICL중 선택이 가능하게 하는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최재성·김춘진 의원 등이 이자율을 인하하고 단리를 적용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개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방법은 3월18일까지 인터넷 학자금포털(www.studentloan.go.kr)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

노해준 기자/가톨릭
<reanad@e-mednews.com>

차갑고 좁은 방에서 홀로 맞는 죽음

소외된 계층의 고독사... 현대 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부상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 뉴스의 사회란 을 읽다 보면 “70대 독거노인, 숨진 지 석 달 만에 주검으로 발견……. 충격”이란 제목의 기사를 가끔 볼 수 있다. 독거노인 같은 사회의 취약 계층에 대한 문제가 큰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하루 이틀 전의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 혼자 살고 있는 부모님이나 친지, 주변 사람들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자신이 나이를 먹었을 때 더 각박해진 세상에서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이러한 죽음을 고독사라고 정의하는데, 자살이나 타살의 형태가 아닌 홀로 거주하는 사람이 지병에 의해 사망한지 24시간 후에 발견되는 것을 말한다. 고독사를 많이 맞이하는 사람들은 역시 돌보아줄 사람이 없는 독거노인들이다. 근 수십 년간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급격히 늘어났고 이에 따라 노인 인구의 비율도 늘어났으나 반대로 부양 층의 비율은 줄고 있다. 거기에 과거와는 달라진 핵가족화, 인구의 도시집중, 수년간의 경제 침체 등으로 노인을 부양할 물적, 인적 자원이 다 부족해졌다. 하지만 아직 사회복지제도는 이 급격한 변화를 감당할 만큼 건실하지 못하다. 

일본에선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노인층에서 중장년층으로 커지고 있어...

 일본에서 고독사는 더 이상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 도시화, 핵가족화 등으로 고독사가 늘어나며, 단순한 빈곤계층 문제 이상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한국의 경우는 일본이나 기타 선진국보다 고령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2010년에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0%를 돌파했다. 2020년에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인구 구성비에서 영유아와 노인의 비율이 같아진다. 옆 동네 불구경이라고 구경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소리다.
 그럼 이러한 노인 인구만이 우리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것인가. 답은 ‘아니다’이다.  일본에서 처음 ‘고독사’란 단어를 사용한 요시다 다이치씨는 오히려 40대 중반부터 50~60대 사람들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젊은 층들은 사회활동을 하면서 소속한 단체에서 사회적 지원을 받는다. 노인들은 복지제도 안에서 어느 정도 복지 혜택을 받으며 관리를 받는다. 그러나 퇴직 연령이 낮아지고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늘어남에 따라 직업을 가지지 못한 중년층이 늘어났는데 아직 이들은 사회복지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게다가 이미 이들은 당뇨, 고혈압, 심장 질환 같은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이들에겐 이러한 질병을 치료할 여유가 없다. 이러한 질병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즉, 정부한테나 개인한테나 이 연령대의 사람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젊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 또한 고독사로부터 안전하진 못하다. 피상적이고 얕아진 인간관계로 인해 인간 소외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오하라 레이코(62)가 도쿄의 부촌인 세타가야구 자택에서 죽은 지 사흘 만에 발견되어 고독사에 대한 또 다른 문제를 던져주었다.
 게다가 고독사의 정의에선 제외되지만,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또한 사회적 배경을 고려하면 고독사와 연결되어 있어 고독사는 분명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간단히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다양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해... 제도적 장치뿐 아니라 의식의 전환이 중요

 전통적으로 동양사회에선 부모 봉양을 가정의 일로 여겼으나, 현대 사회에선 이러한 문제가 개별 가정이 감당해야 할 수준을 넘어버린 지 오래이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행정 단체가 중심이 되어 이러한 가정을 도와주는 제도가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도우미 서비스나 의료 봉사와 더불어 원격적으로 독거노인을 보살피는 제도가 운영중이다. 광양시의 ‘u-어르신 돌보미 서비스’ 나 강남구의 ‘독거노인 사회안정망 시스템’은 주택에 모니터링센서를 부착하여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감지한 뒤 곧바로 중앙관리센터로 알려준다. 이러한 사회적 지원 말고도 이들을 사회에 다시 편입시키기 위한 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실직자를 위해 고독사 예방센터나 직업훈련원 등에서 구직활동을 포함해서 재적응을 위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선진국에선 노인들을 위한 실버센터나 1인 거주 가정을 위한 공동 거주 주택 등도 주목을 끌고 있다. 또 많은 지방 단체에서 효 사상에 대해 강연을 펼치고 있으며 일촌맺기운동 등을 통해 젊은이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중이다. 전문가들은 고독사는 결국 우리 전부가 함께 끌고 나가야할 문제라 말한다. 어느 누구도 외면해선 안되며 구성원의 관심과 지원을 모아 하나의 울타리를 이루어야 해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최연주 기자/충남
<gooddaytowin@e-mednews.com>

원격의료를 둘러싼 공방, 급한 정부 ‘체할라’

의협 대변인 좌훈정 공보이사 인터뷰

 지난달 14일 원격의료 시행안이 포함된 의료법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의 심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법안은 작년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출했던 내용과 거의 동일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가시화된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2주간 홀로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인 한 의료인에게서 마음이 ‘불편한’ 의료계의 모습이 보였다면 과장일까. 지난달 25일부터 약 2주간 정부청사 앞에서 꿋꿋하게 1인 시위를 벌인 의협(대한의사협회)의 좌훈정 공보인사를 인터뷰 했다. 

- 작년 8월에 입법예고 되었던 의료법개정안이 지난달 규개위 심의를 통과했다. 이 중 원격의료 관련 사안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사님께선 1인 시위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이유는 뭔가. 
 현 정부에 의협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의협은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현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의사는 의료행위의 주체 중 하나인데, 이번 심의에서 의료계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못했다.

- 본래 조건부 허용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반대로 급선회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회원들의 의견이 바뀌었나.
 처음에는 의원급인 1차 의료기관에 한해서 원격진료 도입을 찬성한다고 밝혔었다. 의사는 의료행위의 주체 중 하나다. 때문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원격의료의 정착을 주도하자는 의미에서 조건부 허용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막상 검토가 시작되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걸렸었나.   
 개정안에는 원격의료제도의 시행방안으로 ▲1차의료기관에 한해 시행 ▲재진환자만 대상 ▲섬이나 교도소 등 의료취약지역 주민 대상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있다. 복지부가 발표한 원격의료 시범사업대상자는 약 450만명인데, 이는 전 국민의 10퍼센트 수준이다. 시범사업 대상범위로는 너무 많다. 범위가 넓어지면 정부가 전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자연스럽게 기업이 개입하게 된다. 이미 삼성과 LG가 u-health 시범산업에 참여하고 있다. 원격의료가 정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주체가 정부에서 기업으로 넘어가게 되면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대형영리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은 개원가를 힘들게 할 것이다. 또 의료비 부담능력에 따라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의료서비스의 질에 큰 편차가 생길 수도 있다.

- 기술적인 문제점은 없나. 그 외의 다른 문제점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5-6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다. 주로 낙도 등 섬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했다. 특수한 케이스를 대상으로 한 만큼 이 시범사업에서 얻은 자료만으로는 원격의료 도입의 시기 적합성을 검증하기 어렵다고 본다. 의료계와 상의해서 좀 더 보편적이고 체계적인 시범사업을 구상해야 한다. 이외에도 통신장비의 안정성, 해킹 위험 등을 고려해야 하고 원격의료의 시행자격, 원격의료사고 시 책임 문제등에 대한 법 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 외국의 경우는 1990년대 중 후반부터 원격의료 실시 중이다. 원격의료가 전자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적절한 법만 마련되면 외국의사나 외국의료기관과 쉽게 연동될 수 있다. 경쟁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우리나라도 빨리 도입해야 하지 않나.
 외국의료계가 우리나라보다 원격의료를 빨리 도입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의료행위가 보편화 된 나라는 없다. 미국 같이 땅이 넓어서 집에서 병원까지 가는데 며칠씩 걸리는 경우에 주로 이뤄진다고 알고 있다. 미국이외에도 영국, 일본 등이 원격의료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들 법안에서도 적극적인 원격진료를 허용하진 않는다. 통신매체를 통해 환자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지만 화상상담을 통한 진단은 금지하거나, 재진환자에 한해서만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식이다.
 
-현재 의협 내부의 동향은 어떠한가. 의사들 간, 병원 간 이견은 없나
 왜 없겠나. 의사들의 이념 스펙트럼은 일반인과는 좀 다르다.(웃음) 극우부터 극좌까지 다 있고, 시장주의자도 있고 반시장주의자도 있다. 의협은 의료계의 ‘평균치’를 대변한다. 최대한 많은 수의 의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의견을 따르는 것이다. 지금 현재는 의료 산업화 경향 자체는 인정하되, 지나치게 상업화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 그래도 개원가는 특히 반발이 심할 것 같은데. 이사께서도 10여 년 간 개업의로 지내오셨는데, 개원가 입장은 어떠한가. 
 방직기 처음 만들었을 때 노동자들이 기계를 다 부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잘 사용하고 있지 않나. 원격진료도 비슷한 경우라고 본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니까 지금 당장은 불안할 것이다. 병원 간 협진문제서부터 의료정보체계의 표준화 문제,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 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원격의료가 그 나름의 적절한 수요/공급을 창출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도입 자체는 확실하다. 다만 정착 과정에서 의료계가 얼마나 주도하느냐가 관건이다. 원격의료 체제에서 의사들이 어떻게 의학적으로 소신껏 진료할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니까.    
 의료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 그런데 정부와 의협의 의견이 많이 다른 것 같다. 복지부처는 의협 의견에 개의치 않고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추진하겠다 하고, 지식경제부에서도 조만간 u-health와 관련된 스마트케어(smart care)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의사가 아니다. 때문에 의료에 대해 정부가 알 수 없는 점이 존재한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틀렸다는 게 아니라, 바라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한 정부의 임기는 짧다. 그러다 보니 가시적인 성과를 빨리 내고 싶어한다. 우리는 좀 더 천천히 시간을 두고서 추진하자는 쪽이지만, 정부는 십 여 년에 걸쳐서 해야 할 일을 몇 년 안에 완성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 그런데 규개위에서 통과된 이상 빠른 시일 내에 원격의료가 도입될 것 같은데.
 규개위에서 통과 했지만 아직 법제처와 국무회의가 남아있다. 올 여름이나 가을쯤에 통과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까지 정부에 개정안을 유보해 달라는 입장을 계속 전달할 것이다.  
 우리는 원격의료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성급한 시행을 반대하는 것이다. 다른 인터뷰에서도 했던 말이지만, 아기얼굴이 보고 싶다고 해서 5개월 만에 꺼낼 수는 없지 않은가. 21세기에는 IT산업과 여타 산업들의 융합이 대세이니 만큼 의료분야가 IT분야와 접목되고, 서비스업화 되는 추세는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일반산업과 의료는 엄연히 다르다. 보통 업계에서 통용되지만 의료에서는 그렇지 못한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고려해서 의료와 IT분야를 융합함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 긴 시간 인터뷰 해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 달라.
 장기적으로 볼 때 원격의료의 도입 자체는 확실하다. 다만 정착 과정에서 의료계가 얼마나 주도하느냐가 관건이다. 원격의료 체제에서 의사들이 어떻게 의학적으로 소신껏 진료할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니까. 앞으로도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김정화 기자/한림
<eudimonia89@e-mednews.com>

※ 유헬스 u-health : 유비쿼터스 기술을 활용한 질병 치료 및 건강관리를 폭넓게 이르는 말. 좁은 의미로는
 의료와 IT를 접목하여 의사가 시간적, 공간적 제약 없이 환자를 진료하는 원격진료 시스템을 뜻한다.
※ 스마트 케어 : 만성질환자들의 ▲경제능력 저하 ▲합병증 예방 등을 위해 U헬스와 건강관리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