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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좁은 방에서 홀로 맞는 죽음

소외된 계층의 고독사... 현대 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부상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 뉴스의 사회란 을 읽다 보면 “70대 독거노인, 숨진 지 석 달 만에 주검으로 발견……. 충격”이란 제목의 기사를 가끔 볼 수 있다. 독거노인 같은 사회의 취약 계층에 대한 문제가 큰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하루 이틀 전의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 혼자 살고 있는 부모님이나 친지, 주변 사람들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자신이 나이를 먹었을 때 더 각박해진 세상에서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이러한 죽음을 고독사라고 정의하는데, 자살이나 타살의 형태가 아닌 홀로 거주하는 사람이 지병에 의해 사망한지 24시간 후에 발견되는 것을 말한다. 고독사를 많이 맞이하는 사람들은 역시 돌보아줄 사람이 없는 독거노인들이다. 근 수십 년간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급격히 늘어났고 이에 따라 노인 인구의 비율도 늘어났으나 반대로 부양 층의 비율은 줄고 있다. 거기에 과거와는 달라진 핵가족화, 인구의 도시집중, 수년간의 경제 침체 등으로 노인을 부양할 물적, 인적 자원이 다 부족해졌다. 하지만 아직 사회복지제도는 이 급격한 변화를 감당할 만큼 건실하지 못하다. 

일본에선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노인층에서 중장년층으로 커지고 있어...

 일본에서 고독사는 더 이상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 도시화, 핵가족화 등으로 고독사가 늘어나며, 단순한 빈곤계층 문제 이상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한국의 경우는 일본이나 기타 선진국보다 고령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2010년에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0%를 돌파했다. 2020년에는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인구 구성비에서 영유아와 노인의 비율이 같아진다. 옆 동네 불구경이라고 구경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란 소리다.
 그럼 이러한 노인 인구만이 우리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것인가. 답은 ‘아니다’이다.  일본에서 처음 ‘고독사’란 단어를 사용한 요시다 다이치씨는 오히려 40대 중반부터 50~60대 사람들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젊은 층들은 사회활동을 하면서 소속한 단체에서 사회적 지원을 받는다. 노인들은 복지제도 안에서 어느 정도 복지 혜택을 받으며 관리를 받는다. 그러나 퇴직 연령이 낮아지고 경기 침체로 실업률이 늘어남에 따라 직업을 가지지 못한 중년층이 늘어났는데 아직 이들은 사회복지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게다가 이미 이들은 당뇨, 고혈압, 심장 질환 같은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이들에겐 이러한 질병을 치료할 여유가 없다. 이러한 질병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즉, 정부한테나 개인한테나 이 연령대의 사람들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젊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 또한 고독사로부터 안전하진 못하다. 피상적이고 얕아진 인간관계로 인해 인간 소외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오하라 레이코(62)가 도쿄의 부촌인 세타가야구 자택에서 죽은 지 사흘 만에 발견되어 고독사에 대한 또 다른 문제를 던져주었다.
 게다가 고독사의 정의에선 제외되지만,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또한 사회적 배경을 고려하면 고독사와 연결되어 있어 고독사는 분명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간단히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다.
 

다양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해... 제도적 장치뿐 아니라 의식의 전환이 중요

 전통적으로 동양사회에선 부모 봉양을 가정의 일로 여겼으나, 현대 사회에선 이러한 문제가 개별 가정이 감당해야 할 수준을 넘어버린 지 오래이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행정 단체가 중심이 되어 이러한 가정을 도와주는 제도가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도우미 서비스나 의료 봉사와 더불어 원격적으로 독거노인을 보살피는 제도가 운영중이다. 광양시의 ‘u-어르신 돌보미 서비스’ 나 강남구의 ‘독거노인 사회안정망 시스템’은 주택에 모니터링센서를 부착하여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감지한 뒤 곧바로 중앙관리센터로 알려준다. 이러한 사회적 지원 말고도 이들을 사회에 다시 편입시키기 위한 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실직자를 위해 고독사 예방센터나 직업훈련원 등에서 구직활동을 포함해서 재적응을 위한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선진국에선 노인들을 위한 실버센터나 1인 거주 가정을 위한 공동 거주 주택 등도 주목을 끌고 있다. 또 많은 지방 단체에서 효 사상에 대해 강연을 펼치고 있으며 일촌맺기운동 등을 통해 젊은이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중이다. 전문가들은 고독사는 결국 우리 전부가 함께 끌고 나가야할 문제라 말한다. 어느 누구도 외면해선 안되며 구성원의 관심과 지원을 모아 하나의 울타리를 이루어야 해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최연주 기자/충남
<gooddaytowin@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