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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의대생신문 기획연재 “의료계 현실 진단”
- 첫 번째 마당 : 외과·흉부회과 기피현상

외과·흉부외과 기피현상, 적절한 해결책은?

지원율은 큰 변화 없어… ‘그러나 고무적인 조치’

 외과계 기피 현상은 10년도 넘은 문제입니다. 이 현상을 계속 간과하다보니 그 동안 외과의사가 필요 인력의 절반정도밖에 배출되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기존 외과의들이 자리를 잡고 활발히 일을 하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지만, 향후 몇 년 안에 국민 보건에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 유창식 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9년 7월부터 흉부외과의 처치 및 수술 의료행위 201개에 대해 소정점수에 100% 가산(소요재정 486억원)한 수가를 적용했다. 또 외과는 322개에 대해 30% 가산(소요재정 433억원)한 수가를 적용했다. 이 추가 재원은 전공의 처우 개선에 사용하라는 지침에 따라 수도권 대형 병원들은 전공의 임금을 월 200~300만 원 가량 인상했다. 반면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사 결과, 외과의 경우 급여 인상 조치가 없는 병원이 8% 이상, 흉부외과는 22%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외과,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율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010년 레지던트 필기시험 지원 결과 지원율은 외과의 경우 47.5%(145/305명), 흉부외과는 39.5%(30/76)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과장인 유창식 교수는 "외과는 레지던트 트레이닝 중에서도 1년차 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갈 정도로 힘들었다. 반면 소위 마이너 과는 상대적으로 편한데, 오히려 개업 후엔 더 좋은 생활을 한다. 결국 지금 당장의 수가 인상분으로 생긴 전공의 월급 200, 300만원 인상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4년 동안 1억을 더 벌자고 자신의 평생 전공을 정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번 수가 인상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많다. 대형병원들의 잇단 외과, 흉부외과 전공의 임금 대폭 인상에 의한 특정 병원으로의 전공의 쏠림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서울지역의 대형병원들이 월 300만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하니 조그만 병원들이 어찌 할 바를 모른다.”고 밝혔다.
 다른 과와의 형평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유창식 교수는 "기존 전공의 연봉이 다 같았는데 왜 외과계만 인상하느냐, 하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환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번 수가 인상은 정부의 추가 재원으로 이뤄진 것으로, 이는 국민들의 건강 보험료로 충당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의 부담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 재원은 보험재단이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련된 것인데, 앞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고 첨언했다.

 유창식 교수에게 현직 외과의로서 외과계열 기피현상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의료보험 제도가 생기기 이전에는 외과의사가 좋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초기에 수가 산정을 할 때 낮은 수가로 정해져버렸죠. 그 수가로는 개업의가 수술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마취의도 필요하고 조수도 필요하며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수술은 하면 오히려 손해일 뿐이었죠. 이것이 외과 기피의 시초입니다. 30년 동안 부실한 보험 체계의 위험 부담을 의료계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었는데, 이제야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어 현 의료 체계의 부실한 점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외과와 흉부외과는 수십 년간 전공의 지원이 적었고 수가 인상이 된 이번 년도에도 별다른 변화는 없었는데, 이에 대해 유 교수는 영상의학과의 인기 상승을 거론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영상의학과 지원자가 계속 없었었는데, 그러다 보니 실제 의료계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구할 수가 없게 되었었습니다. 판독은 해야 하는데 사람이 없으니 병원들은 연봉을 계속 인상했어요. 그러다 보니 영상의학과의 인기는 요새 무척이나 높아졌죠.
 외과, 흉부외과에서도 같은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기 이전에 이는 국민 보건에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니, 처우 개선이나 정책 변화나 완만하게 점차적으로 진행돼야 합니다.”

 유 교수에게 이번 수가 인상에 관해 총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다. 그는 의외로 이번 수가 인상이 완전한 조치는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답했다.

 “외과의사가 없으면 수술이 불가능하고, 수술이 안된다면 진단이 되어도 치료가 안되는 부분이 많죠. 한국인 사망원인 1위가 암인데, 이는 외과의사의 필요성이 무척 높습니다. 장기이식의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정부에서 이제 문제점을 자각, 어떻게든 외과의사 숫자를 늘려야 되니 궁여지책으로 수가 인상안을 내놓은 것인데 막상 효과는 없었지요.
 굉장히 미흡한 조치이지만, 진일보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공의, 전문의 까지 좋은 혜택을 받고 수가가 지속적으로 인상이 된다면 인력 부족의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수가가 지금보다 더 올라가서 적정 수준이 보장된다면, 자신의 행위에 대한 보상이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개원을 하건, 봉직의를 하건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죠.
또 스트레스는 많지만, 정말 재밌고 보람찬 분야가 외과거든요.”

 마지막으로 현직 외과의로서의 고충을 물었다. 하지만 유 교수의 대답은 현직 외과 명의로서의 자부심으로 돌아왔다.

 “외과의사는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가장 선진화된 의료 시장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나름대로의 문제점이 있지만, 가장 의료가 꽃피워있다고 볼 수 있겠죠. 미국은 전문의 기준, 외과의사가 평균보다 적어도 50%, 많게는 2~3배의 연봉을 받습니다. 어떠한 직업도 전문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노력만큼 보상도 있어야 합니다. 환자가 수술을 받고 좋아져서 퇴원할 때 하는 감사의 인사나, 후에 외래에 와서 하는 고마움의 표시, 기쁘긴 하지만 그런 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지요.
 환자의 몸에 직접적으로 칼을 대는 것이 외과 의사입니다. 칼을 대는 순간부터는 환자에 대해 무한 책임을 갖죠. 또 의사의 행위만으로 환자의 질병 경과 90% 이상을 좌우하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의무감, 사명감도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죠. 수술 후에 합병증을 앓는 환자가 있으면, 환자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외과의도 힘들어 합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수술을 했다면 이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하는 자책이죠.”


 유창식 교수의 바쁜 외과의로서의 생활은, 점심시간을 쪼개서 인터뷰할 수밖에 없는 일과에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고됨’보다는 ‘당당함’이었다.

한중원 기자/울산
<han@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