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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해결되지 않은 해결

2009년의 마지막 날, 용산을 찾다

 2009년의 마지막 날은 동장군의 심술이었는지 그 해 겨울 중 가장 추웠다. 연말인 만큼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려는지, 늦은 밤 용산역 앞 사거리에는 차도 사람도 뜸했다. 그 곳을 찾은 의대생신문의 기자들의 손에는 피켓이 들려있었다. “새해에는 안 싸우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전날, ‘극적 타결’된 ‘용산 참사’에 관한 내용이다.

 용산 4구역 재개발 조합과 유족들은 사고 발생 345일 만인 12월 30일, 극적으로 보상 합의안을 도출했다. 서울시와 용산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이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로금과 보상금에 대한 협상을 마쳤고, 이어 1월 9일에 장례식을 치르고 25일 농성도 끝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유감을 표하며 유족 측에 용산 4구역 재개발 조합으로부터 35억원가량의 보상금이 지급될 것으로 전했다.
 또 임시ㆍ임대상가 제공 문제도 타협점을 찾았다. 서울시와 범대위는 향후 이행추진위에서 제도 마련 등을 논의하자고 유족 측을 설득했다. 추후 협상 여지를 마련한 범대위는 철거민 23세대의 생계를 위해 용산과 수도권 등 재개발구역 2곳의 근로자 전용 식당(함바집) 운영권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희생자 장례, 유족 위로금 등의 사안은 순조롭게 협상이 이뤄졌다. 1월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철거민 희생자 5명의 발인식이 치러졌고, 참사 현장인 용산 재개발구역에 희생자 5명의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합의했다. 순천향병원에 미지급된 장례식장ㆍ안치실 사용비용 5억7,000여만원도 재개발조합이 부담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진상규명에 대한 숙제가 남아있다. 유족측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대책위원회를 꾸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밝혔다. 또 작년 2월 구속된 철거민들에 대한 신병 처리 문제도 남아 있다. 유족측은 현재의 재개발 보상제도가 제2의 용산 참사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 측은 용산 참사 타결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정 국무총리는 “이런 불행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대생신문사는 30일 협상이 타결되었으나 아직 남아 있는 숙제들이 있다고 판단, 계획된 시위를 진행했다. 편집장 김민재씨(순천향, 23)는 신년회를 맞아 술자리 위주의 모임문화를 탈피하고자 릴레이 일인시위를 신년회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신문사라는 장점을 살려 재밌고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래가사나 책의 문구를 인용해 피켓을 만들었어요.” 그는 선심쓰기 식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안 된다며, 우리가 용산에서 생각해 봐야 할 과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김민재 편집장은 “지난해 내내 학교주변에 경찰들이 많이 서있었지만 용산 사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현장에 와서 직접 시위에 참여하니 피부로 와 닿습니다. 또 시민단체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격려해주셔서 뿌듯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용산구청은 용산참사 보상 문제가 타결됨에 따라, 용산4 재개발구역의 주상복합 건물 6개동 신축공사 등을 오는 6월에 시작해 2014년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제2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해 앞으로는 시민 누구나 서울의 뉴타운ㆍ재개발ㆍ재건축 전 진행 과정 및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언제든 확인할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한중원 기자/울산
<han@e-mednews.com>
구현담 수습기자/계명
<lovelytale89@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