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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살벌한 연인, 간호사와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의 생생솔직 앞담화

의사와 간호사. 의대생활 일이년 짬밥이면 그 두 집단 간의 달콤 살벌한 관계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수없이 거쳐 간 의대-간호대 커플의 달콤한 관계와, 복수의 복수를 거듭하는 살벌한 관계. 극과 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뜩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비오는 신촌 거리의 한산한 커피숍에서 병동 간호사 선생님, 보건 교사 그리고 내시경실에서 근무하시는 간호사 선생님. 이렇게 세 분과 함께 조심스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았다. 간호사 그리고 의사에 대해서.

내 어릴 적 꿈...
- 간호대로 진학하기로 결정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학창시절에 잠시 중국에 나가있던 적이 있거든요. 그 곳에서 전염병이 돌았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옆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내가 그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기도밖에 없었고요. 그 때 느꼈던 그 무력함이 큰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간호대 진학...
- 교과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학교마다 다르지만 1학년 때는 해부·생리·생화·미생물학 같은 기초의학, 간호영어, 간호학 개론 같은 걸 듣고요. 2학년 때는 병리, 약리, 성인간호학, 아동간호학, 정신건강간호학 같은 임상과목을 배우고. 보통은 3학년 때부터 병원실습을 나가면서 학교수업을 병행하게 되요. 매우 드물지만 저희도 유급하는 학생들도 있죠.
의학이랑은 학문자체의 기본적인 바탕은 같지만 ‘의학’을 보는 포커스가 다른 것 같아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하고 간호를 통해서 사람이 얼마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느냐는 다르잖아요?

간호사 그리고 ...
- 졸업 후 진로에는 무엇이 있나요?
보험 관련 일을 한다거나, 외국계 제약회사, 보건소에서 일 할 수도 있고요. 임용고시 시험을 봐서 보건교사를 하기도 하죠. 보통은 병원에서 일하는 임상 간호사가 많고요.

- 대학병원 ‘과’ 지망할 때, 선호하는 소위 ‘인기 과’가 있나요?
개인차가 커요. 의사가 전공 선택하는 거랑은 다르게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지원하거든요. 전문 간호사 제도가 이제 있긴 하지만 보통은 로테이션되서 여러 과를 돌거든요. 과마다 급여가 다르진 않으니깐 그것보다 처음에 입사할 때는 전문적인 일을 배울 수 있는 ER, ICU 같은 데 지원하지만, 빡세니깐 나중에는 타과로 빠지거나 하죠.

- 병원에서 수련과정은 어떤가요?
‘신규 간호사 - 경력 간호사 - 파트장 - 과장’순 으로 되는데요. 과마다 학교마다 몇 년차 때 수간호사를 하는지는 달라요. 요새 수선생님은 박사까지 하시더라고요. 대학원은 다 기본이고. 간호사가 원채 인력 자체가 젊으니깐 대학원, 포닥까지도 하는 추세예요.

- 전문 간호사 제도는 어떻게 다르나요?
대학원을 가고 자격증 시험을 봐서 그 전문 자격증을 따야 되요. 병원 다니면서 해도 되고. 졸업하고 대학원 나오고 나서 해도 되고요. 그런데 해당과에 임상경력이 최소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되요.
간호사의 하루...
- 3교대를 하시는 병동 간호사 선생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3교대는 day, evening, night로 보통 8시간씩 딱딱 나눠요. day인 경우에는 6시부터 2시까지 일을 하고, 그 전에 인계를 받아야 되니까 출근은 5시 반에 하는 거죠. 대부분 힘든 night는 한 달에 4번이상은 안주고요. 3교대가 빡빡하긴 한데, 생활이야 뭐 거기에 맞춰서 하는 거죠.

-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과마다 학교마다 많이 달라요. 그래도 무엇보다 환자를 ‘간호’하는 게 주 업무죠. 정기적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약물 주사도 저희 일이예요. 각종 검사를 보조하기도 하고 수술 간호사는 수술실에서 보조를 서죠. 의사랑 같이 케이스 연구를 하기도 하고요. 금연교육이나 식이조절 같은 일상 생활교육도 간호사 담당이에요.

- 간호사로서 느끼는 보람은?
환자들이 고맙다고 말해주거나 도와주려고 할 때? 혼나거나 힘들 때 위로해주거나 반갑게 맞아주면서 내 입장을 이해해 주려고 할 때 든든해지고 기분도 좋아져요. 물론 일 잘했다고 칭찬받을 때도 보람을 느끼고요.
내시경실 같이 전문성이 강한 파트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자부심도 생기고 내가 인정받고 있구나를 느끼는 데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다른 병원 펠로우 선생님이 우리병원에 수련 차 나왔는데 같이 내시경검사를 하다가 제가 조언을 준적도 있어요.

- 펠로우 선생님이시면 그래도 상당한 경력도 있으실 텐데, 자존심 상해하시진 않던가요?
적당한 선을 지키죠. 그렇지만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그 분보다 제가 경력이 더 오래되었으면 도움 드릴 수 있는 거잖아요. 그 분들도 능력있는 간호사를 두는 걸 더 선호하시니까 오히려 더 좋아하세요. 그러면서 서로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해 나갈 수도 있고요.

간호사 그리고 의사...
- 간호사와 의사, 특히 인턴과 역할 분담이 굉장히 모호한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직무 기술서가 있어서 1년차에 하는 일, 스태프가 하는 일이 다 있어요. 그런데 그게 병원마다 좀 차이가 있어요. 채혈이나 culture는 저희 병원에선 간호사 일인데 다른 병원은 그걸 의사가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경계가 특히 전문 간호사가 도입되고 나면서 좀 더 모호해졌어요. 드라마 ‘뉴하트’에서 전문 간호사가 심장제세동기 사용한 것 기억나세요? 전문 간호사였는데 의사 없이 시행했다고 문제가 됐었잖아요. 아직까지는 과도기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전문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도 병원마다 다르고 서로의 역할도 아직 분명하지 않고요.

- 많이 마주치다보니깐 부딪히는 일도 많을 수밖에 없나 봐요
오늘 있었던 일 얘기하면 또 울화가 치미는데요.(웃음) 4년차 레지던트가 환자 L-튜브를 교환해야한다고 가져다 달라 더라고요. 그런 일은 본인도 할 수도 있는데 저희한테 콜벨을 눌러서 얘기를 하세요. 저는 얼마큼 필요한지 모르니깐 필요한 만큼 잘라서 쓰시라고 크게 가져왔어요. 그런데 보호자 앞에서, ‘센스 없게 이렇게 크게 가져왔다고’ 얘기를 정말 크게! 하시는 거예요. 너무 기가 막혔죠. 서운하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들이 쌓이면 아무래도...

- 간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라서 인 것 같기도 해요. 일단 저희 학생들은 대부분 잘 모르거든요.
지금 근무하는 의사선생님들도 저희 역할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거 때문에 부딪히는 일들도 많고. 서로 내일이니 니일이니 하면서. 그런 것들을 서로 의사소통해서 풀어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 인턴에서 레지던트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가요?
그 거에 관해서도 에피소드가 있죠. 어제는 인턴이었던 사람이 오늘부터 레지던트로 바뀌는 그 시점이었는데요. 인턴한테 노티를 해야 되는 거를 다음 날 레지던트로 바뀐 사람한테 노티를 했어요. 그러니깐 ‘인턴한테 하세요’하고 전화를 확! 끊어버리는 거예요. 조금은 얄밉더라고요. 하루 차인데 좀 받아주지 하는 생각도 들고.

- 그래서 일부러 자는 인턴 깨우는 식의 복수(?)를 하시기도…?
서로 힘든 거 다 아니까 일부러 그러진 않아요. 노티할 때 최대한 조심스럽게 하는 건데 오히려 그 쪽에서 ‘뭐 그런거 가지고 노티하냐, 자는데’는 식의 반응이면... 인턴도 솔직히 잘 모르면서 그렇게 안 해 줬으면 좋겠어요.

- 피곤하니까 서로 예민해지나 봐요. 그러면 혹시 PK와의 관계는 어떤가요?
아무래도 학생이니까요. 저희 간호사들이랑은 교류가 많지 않아요. 일을 같이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PK에 대해선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것 같아요.
- 환자와의 관계는요?
보통 간호사가 환자랑 더 친밀하고 더 자세하고 알고 하죠. 간호사 역할의 특성상 그런 면이 있으니까요. 어떨 때는 의사가 오히려 아침에 회진돌기 전에 저희한테 전화해서 ‘오늘 환자 컨디션 어떠냐, 어제는 어땠냐, 대변은 얼마나 봤느냐’를 묻는 경우가 있어요. 원칙적으로는 의사가 회진준비하면서 직접 보러 와야 하는 건데 말이죠. 묻는 말에 얘기는 해주지만, 그냥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해요.

- 병원차원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않나요?
별로 없어요. ‘서로 알아서 해라’ 이런 식이예요. 근데 병원차원에서 1년에 한두 번씩 1박2일로 워크숍 같은 거는 가요.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의사, 사무직 직원 등등 모든 부서 사람들이 다 와서 조별로 모여서 얘기도 나누고 해요.

간호사 그리고 편견...
- 병원 나갈 때는 화장해야 된다?
음...병원마다 병동마다 달라요 (개인적으로 저는 한 번 혼난 적이 있긴 해요^^;) 계속 환자들을 마주하는 입장이잖아요.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여야 되니까요. 아무래도 간호사가 더 지쳐 보이면 환자들이 오기 싫겠죠.
 환자들은 자기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깐 저희가 아파도 자기가 아프다고 티를 못 내죠. 조금 힘들어도 그 아픈 거를 계속 끌고 주말까지 버텨야 되요 대체인력이 없으니까요. 직업적인 사명감인거죠.

- 간호사는 이직률이 높다?
아무래도 힘드니까요. 3교대가 힘들죠. 적성에 너무 안 맞는 거 같아서 그만두는 사람도 있고요. 간호대 다니면서 그만 두는 사람도 가끔 있어요. 실습 돌다가 피보고 쓰러지고 그런 사람들이요. 그런데 간호사 되고나서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사회적 여건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 간호사는 여자들의 세계다?
여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학교 다닐 때부터 여자들끼리의 특유의 경쟁이 있죠. 성적 경쟁이 특히 심해요. 과제 같은 것도 대충하는 애들은 거의 없고 족보나 정보 교환 같은 것도 그렇고요. 간호사가 되고서는 군기가 세지는 경향이 있어서 좀 무서워지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다른 파트로 로테이션 됐을 때 적응 할 때까지 눈치 봐야 되는 것도 있고요. 하지만 그래도 여자들끼리만 있으니깐 행동하기 편하다는 점도 있어요. 서로에 대해 잘 아니깐 배려도 많이 해주고요.

- 남자 간호사도 있지 않나요?
남자 간호사도 꽤 있죠. 병원에서 남자를 회복실, 응급실, 마취과, 수술실 같이 힘든 과로 보내는 경향은 있는데 가서 하는 일은 여자 간호사랑 비슷해요. 요즘 남자 간호사가 많이 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간호사는 여자가 많으니까요. 남자로써 힘든 면도 많겠죠. 그런데 캐릭터 자체가 여자랑 잘 맞고 수다스럽고 하면 잘 맞아요. 오히려 저보다도 더 여성스러운 남자 간호사 선생님들도 있거든요. 남자 선생님들은 보통 끝까지 남진 않고요, 보험회사나 소방 공무원 같은 다른 길로 많이 가시더라고요.

- 의사 간호사 커플이 많다?
커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거 같아요. 아무래도 서로 직업 환경이 비슷하니까 공통점도 많고 하니 더 편하겠죠. 그런데 병원이라는 곳이 소문에 좀 많이 민감하잖아요? (웃음) 커플이 가끔씩 있다해도 몰래하죠. 비밀리에! 정말 결혼하겠다고 날짜 잡히면 오픈하고요.

Epilogue...
서먹하리라 걱정했던 인터뷰가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면서 놀라우리만큼 스스럼없는 여자들의 수다가 되었다. 가히 앞담화라 할 수 있을 만큼 서로에 대해, 병원에 대해 많은 이야길 나누었고 우리가 서로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돌아 볼 수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 이처럼 가까울 수 있을까 싶다가도 좀처럼 가까워지기 힘든, 물과 기름 같은 관계인 것일까? 적절한 비눗물 한 방울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정민 기자/중앙
<jmmoon@e-mednews.com>

행정체계를 치료하는 의사

박영숙 분당구청장님을 만나다

지난 5월 2일, 최초로 의사 출신 구청장이 탄생했다. 지방자치 단체를 대표하고 구의 모든 행정을 책임지는 구청장은 사람 살리는 의사와 너무도 멀어 보인다. 보건의료 행정만 대변하는 분야도 아니고 우리에겐 쉽지 않은 그대이다. 현실적으로 의대 졸업생이 택할 수 있는 진로 선택지에 아직은 생소한 항목이 하나 더 추가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박 구청장님이 밟은 길을 취재해보았다.

- 약력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원광의대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인턴 1년을 한 뒤에 파주시 보건관리의사가 되었어요. 그 뒤에 경기도 의사 보건소장, 보건정책과장을 지냈고 관리의사 모임 조직에 앞장섰지요. 그 뒤 일산에서 수원 보건정책과장, 미국 연수 1년, 분당보건소장을 거쳐 이번에 분당구청장이 되었고요. 보건소장은 일반적으로 자리를 잘 안 옮기는데 좀 특이한 편이예요.

- 의사출신 최초로 구청장이 되셨는데, 이 자리에 오기까지 쉽지 않았을 듯 해요.
의사출신, 여성이라는 신분으로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학연, 지연 아무것도 없는데다 성남시 사람들 중 의사가 딱 둘, 경기도에선 삼만명 중 하나였으니, 내 편 들어줄 사람도 없었지요. 그 편견을 넘으려고 적어도 일하나는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려 노력했어요. 우울증에 빠진 적도 있어요. 모함, 시기, 질투는 말할 것도 없고, 성격이 활기차면 나댄다, 조용하면 맥아리가 없다 식이예요. 제가 여자지만 여성성을 안 나타내려고 노력했는데, 그러다보니 애교도 없고, 싫은 건 싫다 표현하다보니까 건방지다는 말도 하더라구요.

“의사는 나가서 개업이나 하지
행정은 무슨..”
개인의 능력이 아닌 배경으로
판단되어 어려움 많아

행정직들은 순탄하게 올 수 있는 자리예요. 별탈없으면 정년까지 하고 나갈 수 있어요. 다른 행정직 사람들은 줄줄이 하나 올라가면 다같이 올라가는데 난 혼자니까 공무원조직에서 내편을 들어줄 사람이 없던 거죠. 또 전 특정 당을 편들지 않는데, 서로 연줄따라 민주당 한나라당 등 편갈라서 싸우게 되는 경우도 적지않아요.

- 의사들이나 관련협회 사람들은 도움을 준 편인가요?
오히려 지역의사들까지 나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공무원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만 일을 할 수는 없잖아. 내편을 만들기 위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는데  만약 내가 하나의 이익단체인 지역의사를 위해서만 일했다면 아마 더 심하게 배척당했을 거예요. 공무원도 의사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 같은데, GNP에서 차지하는 의료비 절감이라는 공공의 목표를 추구하는 점이 개업가의 의사집단 내 이익증진이라는 목표랑 조금 달랐던 거죠.
아직은 과도기적이라 생기는 일이라 생각해요. 이런 입장차이도 많은 의사들이 공공의료분야로 오면 소통의 기회가 많아져서 오해가 줄겠지요.

- 힘든 일이 많았네요. 이 길을 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처음 의대졸업하고는 개업가 아니면 종합병원을 선택해야 했는데 그 길이 여러모로 대우는 받지만 재미가 있을 것 같지 않았어요. 보건소장은 의사보다 지역주민을 직접 이해할 수 있었거든. 그렇게 93년도 보건소장을 고양시에서 3년쯤 하다보니까 96년도에 광역행정을 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결국 꿈을 15년 만에 실현시킨 셈이네요.

- 저희 의대생들이 의대를 졸업하고 보건소장, 구청장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지금은 관리의사에 지원해서 보건계열 공무원으로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길 뿐이예요. 특별히 의사 라이센스를 가진 사람을 뽑는 전형이 있는 것도 아니구요. 관리의사는 일종의 비정규직, 계약직이라서 월급도 적으니까 지원하기가 쉽지 않아요.

- 그러면 인턴, 레지던트 수련이 별 도움되지 않는 거네요?
나는 인턴 레지던트까지 수련 안해도 되었어요. 만약 레지던트 수련하고 한 직업에만 픽스되어버리면 광역 행정을 하기에 오히려 불편할 수도 있다 생각해요.
 
- 대학원 학위가 있으신데 굳이 학위를 딸 필요는 없는 건가요?
따로 학위를 받을 필요는 전혀 없어요.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도 아니고. 하지만 행정적 마인드를 배우는 데는 어느정도 도움이 돼죠. 만약 공공행정직으로 진출할 생각이 있다면 당장 실질적인 이득이 될지 안 될지를 따지기보다 일단 많이 배울수록 좋다고 봐요.

- 의사출신이라서 구청장 일을 하는데 도움되는 부분도 있을까요?
막상 행정해보니 오히려 우리가 하기에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지역주민의 요구를 잘 이루는 것 건강하게 잘 살게 하는 것. 돈, 정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틀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거기엔 의사만큼 적합한 사람이 없거든요. 우리는 과학적으로 수술하고 치료하잖아요. 행정에 들어와서도 그런 치열함과 섬세함을 접목시키면 충분히 잘할 수 있어요.
 
- 의사출신 공무원이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물론이죠. 21세기는 건강이 제일 중요시되는 시대잖아요. 거기에 바로 우리 지식이 요구되는 건데 의사들이 그 지식을 활용하면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또 의사 출신 공무원이 늘어날수록 의사들의 목소리를 정부가 반영하기 수월하죠.

- 그치만 의사출신 공직, 정부기관 진출자가 많지 않죠?
맞아요, 보건계열 공무원엔 약사출신도 거의 없고 간호사 출신은 오히려 많은 편이예요. 서울시는 보건소장 의사출신이 나름 있지만 경기도부터도 손꼽을 정도니까. 의대 역사가 굉장히 긴데 내가 처음 구청장이 되었다는 건 우리가 그동안 우리끼리 따로 놀았다는 거죠. 정부 조직에서 의사의 목소리를 듣는 사람이 너무 적었다는 말이기도 하고요.

- 정말 그렇네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수입 때문이죠. 또 제도상 문제도 있어요. 관리의사부터 시작하는데 계약직이라 정규직으로 올라가기 굉장히 힘들어요. 관리의사로 특정 일만 하다가 보건소장이 되었을 때 보건의 전반적인 행정을 알기도 쉽지 않아요.
 
- 그러면 의사출신 공무원을 늘리기 위한 대책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수입이 문제긴 한데, 그렇다고 공무원 수입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어요. 수입이 적더라도 정부에 의사들의 소리를 내고 싶어하는, 소명의식있는 사람들이 올 수 있게 제도적인 문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봐요.

“대학에서도 공공의료, 보건행정을 가르쳐야, 행정지식을 갖춘 의사가 필요”

예를 들면 대학에서도 공공의료, 보건행정을 가르쳐야 해요. 예방의학처럼 보건의료학, 공공의료학 만들어서 행정지식을 갖춘 의사를 배출하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만약 그런 길이 학과로 조직되어있지 않더라도 하고싶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시도해본다면 점점 많은 사람들이 진출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요즘 개원가의 미래가 예전만큼 밝지는 않으니까......(안정적이고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에 진출하는 수가 더 늘지 않을까요.)

- 네 좋은 말씀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의대생 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부탁드려요.
거듭 강조하지만 의사들이 기초, 임상에 남는 것도 좋지만 공공의료에도 진출 많이 해야된다고 봐요. 하지만 사명의식이 없으면 여길 들어오기 힘들어요. 능력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발휘하고자 한다면, 나와 같은 길로 많은 사람들이 나와줬으면 좋겠어. 단, 선민의식을 가지고 혼자 잘났다는 태도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사람들에서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아들과 나이가 같다며 살갑게 맞아주시는 구청장님 덕에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더 나은 의사는 사람을 고치며, 진정으로 큰 의사는 사회를 고친다는 옛말은 박영숙 구청장님, 그리고 그의 행보에 공감한 모든 이에게 적용된다.

전영준 수습기자/중앙
<yjipnida@e-mednews.org>

5월의 봄비도 막을 수 없었던 열정

제44회 전국 의과대학 테니스 선수권 대회

지난 5월 21일과 22일, ‘제 44회 전국 의과대학 테니스 선수권 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가톨릭대, 강원대, 경북대, 경희대, 계명대, 고려대, 동국대, 동아대, 부산대, 서남대, 서울대, 성균관대, 순청향대, 아주대, 연세대, 연세원주의대, 원광대, 을지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조선대, 중앙대, 충남대, 한림대 총 25개 의과 대학이 참가했다.

대회는 남자부 단식, 남자부 복식, 여자부 복식으로 치러졌다. 지난 몇 년 동안 남녀 경기 모두 서울에서 치뤘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남자부의 경기를 서울이 아닌 경기도 원당 훼릭스에서 치뤘다. 대회 첫날인 21일에 오전에 비가 온다는 기상정보가 있어서 평소보다 좀 늦게 오후에 경기를 시작 하였다. 하지만 오전에 오던 비가 오후까지 계속 와서 경기를 제대로 진행시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져버렸다. 몇 시간을 기다리던 주최측은 멀리 지방에서 온 선수들이 있어 쉽사리 대회를 취소하지 못하고, 남자부 경기를 서울 장충테니스 코트로 옮겨서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결국 제대로 된 경기는 저녁 6시정도에나 시작하게 되어 최대한 빨리 경기를 진행 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남자부 단식 우승은 한림대 신요섭군이 차지했고, 준우승은 인제대 정연석군, 공동 3위는 서울대 서민석군과 경북대 정재훈군에게 돌아갔다. 남자부 복식 우승은 인제대 정연석/김동근 팀이 차지했고, 준우승은 서울대 은용/허건 팀이 차지하였으며, 공동3위는 서울대 김형준/장원기 팀과 서울대 김성은/이창현 팀에게 돌아갔다. 여자부 복식 우승은 서울대 유신혜/홍정경 팀이 차지했고, 준우승도 서울대 김신후/최지혜 팀이 차지하였으며, 공동3위는 경북대 안효정/최은주 팀과 인제대 구세은/홍수민 팀에게 돌아갔다.

주최측이 기상상태로 인해 대회 중간에 경기장을 바꿔가면서 재치있게 대회를 진행 시켰지만, 비로 인해 경기가 너무 지체되어 많은 팀들이 기권해 버려서 1년동안 대회를 위해 열심히 준비해왔던 선수들에겐 아쉬움이 조금 남았던 대회였다.

김영태 기자/원광
<funky@e-mednews.com>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소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선생님 인터뷰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 외래교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특수교육학과 주임교수
오은영의원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우리 성광이 안 돼. 뚝! 자, 이제 내 눈을 바라봐. 네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봐.” SBS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통해 아이의 문제행동이 개선될 때 마다, 우리는 그 마술 같은 힘에 크게 놀라곤 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정확히 짚어내고 어루만져주는 부모들의 대표 멘토. 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EBS ‘60분 부모’ 자문의로 출연하면서 의사로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소아청소년 정신과 오은영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방송 프로그램에 고정을 출연하기 전부터 인터뷰 요청이 오면 말을 똑 부러지게 잘 하니까 방송 관계자분들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2005년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섭외가 들어왔어요. 정신과 의사에게 시간은 자산이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죠.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주는 파급효과는 굉장히 커요. 진료소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매번 이야기 하지만 한정되어 있잖아요.
의사들은 정말 강한 치료적 파워를 가지고 있어요. 어린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교육적, 사회적, 생물학적 면모를 봐야 해요. 의사는 모든 영역에서 이해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치료적 파워까지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처음에는 방송분량이 지금처럼 많진 않았는데 점차 시간이 갈수록 의사의 입지가 넓어지고, 또 제 능력을 알아봐주시는 부모님들의 요구에 의해서 방송분량이 늘어나게 됐죠. 몇 년 전부터 매주 참여하고 있어요.

Q.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내가 길을 지나가면 가끔 어머니들이 알아보고 정말 고맙다고, 많이 배웠다고 할 때 가장 보람이 있어요.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또 향상되는 것을 보는 것도 의사로서 의미 있지만, 방송이라는 것은 다른 영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봉사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나눠줄 수 있는 분야이니까 참 뿌듯해요.

Q. 두 프로그램, 어떤 자세로 참여하고 계신가요.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상업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도록 노력하는 거예요. 저는‘EBS 60분 부모’나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모든 PD, 작가님들과 오랜시간 동고동락을 하면서 신뢰를 쌓았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지요. ‘이거 이렇게 하면 안돼요,’ ‘이 말 꼭 들어가야 해요’ 의견을 반영하면 그렇게 방송이 나가요. 더군다나 60분 부모는 생방송이구요. 방송을 통해 잘못 전달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예측하고 역기능을 차단하고 순기능을 최대화하려고 최선을 다해요. 그러나 이것을 모르는 후배들은 역기능에 노출되기 쉬워요. 방송은 정말 우리가 다뤄야할 문제, 공공의 목표를 위한 것을 다루어야 해요.

“의사만큼 하는 일 자체가 봉사인 직업은 없어요. 따로 어디 봉사를 다닐 여력이 안되기 때문에 내가 내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 자체가 봉사라고 생각해요.”

Q. 주의해야 할 방송의 역기능은 없을까요?
TV는 사람들이 지루해하니까 한 장면을 오래 비추지 못해요. 인터뷰도 1분을 못 넘겨요. 길게 이야기해도 편집되곤 하죠. 편집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방송의 베테랑들은 몇 분짜리 방송인지 물어보고, 딱 시간에 맞춰서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사전에 어떤 의도로 이 프로가 만들어지고, 인터뷰를 요청하는지 미리 파악해야 해요.

Q. 방송을 보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아이들을 대할 때 특별한 노하우 또는 훈육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점을 요약해 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나는 아이들을 먼저 혼자 만나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참 어려워요. 엄마들도 몇 마디 나누지 못하고 그저 지시만 하죠. ‘식사했어?’ ‘공부해!’ 그러나 우리 아이들 대화 참 잘해요. 저는 재미있게 그리고 편안하게 많이 대화하고 또 잘 들어줘요. 그리고 내가 너하고 왜 이 자리에서 만나는지 아이 수준에 맞게 이야기를 해줘요.
체벌은 절대로 안돼요. 저는 쥐어박지도, 째려보지도 말라고 해요. 그렇다고 오냐오냐 하라는 건 아니에요. 말로 단호하게 해야 해요. 기본적으로 때리는 것 자체가 아이를 존중하지 않는 거예요. ‘이건 정말 안 되는 거야.’ ‘엄마가 네가 이걸 계속하게 둘 수는 없어’ 이런 말이 훨씬 더 효과가 큰 거예요. 우리나라는 이런 점이 잘 안돼요. 단호하게 하라고 하면 소리를 질러요. 단호한 것은 분명하게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에요. ‘우.아.달’을 통해서 이런 점을 많이 가르치려고 노력해요.

Q. 마지막으로 의대생신문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든 학문이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겠지만 의학만큼 소중하고 가치 있는 학문은 없다고 봐요 의학은 사람을 살리는 학문이거든요. 내 직업이 돈을 버는 데에도 기여하지만 타인에게 봉사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좌절하지 말고 힘내세요. 특히 정신과는 어떤 과보다도 더 능동적으로 살 수 있는 과예요. 의사가 직업으로서도 중요하지만, ‘나는 좀 더 다이나믹하게 살고 싶다’ 할 때는 사회 전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과를 선택하세요. 정신과는 여러 분야에 걸쳐있어요. 노인문제를 의논할 때도 정신과가 필요하고, 아동 학대 이야기를 할 때도 소아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 참 다양하죠. 또 정신의학은 아직 발전분야가 많이 남아있고, 치료약이 속속 개발 되고 있어요.
모든 의사가 다 그렇지만 정신과 의사는 특히 환자의 고통이나 아픔을 정말 잘 공감해줘야 해요. 공감이 가장 중요하고 의사와 환자간의 긍정적 관계도 중요해요. 말 한마디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요.

오수진 수습기자/한양
<sujin87@e-mednews.org>

의사가 찍은 다큐 영화 ‘하얀 정글’

의사 송윤희, 한국 의료제도를 고발하다

하얀 정글을 아시나요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기 위해 왕복 다섯 시간을 이동했다. 예과생다운 무모함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공동체 상영이 힘든 작품을 모처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소식에 이미 내 마음은 강남 발 버스에 올라타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다큐멘터리는 흘려보냈다고 생각했던 다섯 시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탈바꿈시킬 만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얀 정글’. 이 영화를 만든 현직 산업의학과 전문의 송윤희씨는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사회를 이렇게 칭한다. 아무런 제재도 없이 그저 생존을 위해 수많은 맹수들이 치열하게 혈투를 벌이는 곳. 지금 우리나라 의료사회를 표현할 이보다 더 마땅한 은유법이란 찾기 힘들어 보인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늘어나는 개인 병원의 수, 대학병원의 병상 수, 지하철 벽면에 빼곡히 자리 잡은 병원 광고들... 이런 총체적인 증가 추세를 보면 수요자를 위한 의료공급 또한 친절하게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지금 당장 약 값 몇 만원이 없어 환자가 죽어나가는 것이 정글의 실상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는 무엇일까. 의사의 신분을 가진 여성이 어쩌다 카메라까지 들게 된 것일까.

영화의 도입부에 이런 자막이 뜬다. ‘이 영화는 시장에 내맡겨진 우리 의료제도의 한계 때문에 갈등하는 환자와 의사들에 대한 이야기다.’ 감독이 파고들어가 본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은 마치 낳긴 낳았으되 끝까지 애정을 가지고 돌보지 않은 아이와 같다. 즉 의료비용은 국가가 대고 있지만 의료공급은 민간이 책임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에 공급을 담당하는 민간 쪽에 별다른 규제가 가해지지 않아 그 부피를 점점 팽창시키고 있는 것이다. 팽창을 위해선 자금이 필요하다.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은 곧 의료시스템이 복지보다 산업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작금의 대형 3차 병원들은 의료에서 복지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미처 몰랐던 진실들

필자와 같이 영화를 본 기자들은 입을 모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한 대형병원에서 과장급들이 모인 성과회의 중에 과 별로 한 달 간 수익을 순위표로 만들어 발표를 하는 장면을 꼽았다. 그 외에 외래를 하는 전문의들이 일당 외래 환자 수와 수익 현황을 매일 문자로 통보받는 장면, 무리를 해서 들여온 억대의 수술용 로봇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비 급여 (보험이 되지 않는) 검사를 권하는 실태를 보여주는 장면 등을 꼽았다. 여담이지만 실제로 로봇수술은 흉터를 남기진 않지만 보통 장점이라 광고하는 합병증과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적다는 점은 미국에서도 통계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단다.

수익을 내기 위한 병원의 무례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박진석씨는 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병원에서 약 3400만원의 치료비가 나올 것이라 통보받는다. 의료비 내역이 지나치다고 생각한 박 씨는 건강보험심사원에 그의 치료비를 의뢰해보았고 실제로 드는 치료비는 1400만원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병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긴 싸움 끝에 2000만원을 다시 받아내었다. 하지만 그 후 병원으로부터 ‘재발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받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일어나는 의료계에서 현 정권 총리가 주장하는 의료민영화가 시행된다고 상상해보자. 그나마 지금 미약하게나마 숨 쉬고 있는 공공복지의 개념은 사라져버릴 것이고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같은 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 빈곤층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모든 중산층을 위한 수도꼭지까지 모두 잠기고 말 것이다.

진짜 말하고 싶은 이야기

이렇듯 ‘하얀 정글’은 사회고발적인 내용을 가득 담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딱딱하기 만한 다큐멘터리와는 거리가 멀다. 영화를 보고 있자면 이 곳 저 곳에 복병처럼 숨어있는 감독의 따뜻한 감수성이 그대로 전해진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할머니를 인터뷰한 후 넌지시 건넨 파스 몇 장에, 백혈병 때문에 천사가 되어버린 아이의 아버지를 인터뷰한 후미진 병원 계단 난간에, 힘겨운 삶의 파도에 깎이고 깎였을 할아버지의 옅은 미소에 비친 햇살에... 그녀가 말하고픈 진짜 이야기가 있다. 흘러가는 시간과 난데없이 찾아오는 질병 앞에 인간은 무력하게도 모두 평등하다. 그러므로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권리인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 있어야 하고 하늘 아래 누구도 그것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 제도는 인간을 배신해선 안 되며, 기업은 잠시라도 숨을 고르고 인간을 생각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 살아가는 인간이란 결국엔 똑같이 변해갈 수밖에 없다는 나의 생각은 편견이었음을 알게 해준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향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5년 6개월 안에 ‘하얀 정글’에 내던져질 전국의 모든 의대생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 배급을 맡은 한국 독립영화협회와 인디다큐페스티벌은 극장개봉에 앞서 이달부터 공동체상영에 들어갔다. 즉, 다수의 관객이 관람을 원하면 배급처가 관객을 찾아가서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이다. 문의는 02-334-3166. (사진은 앞서 말한 백혈병에 걸려 천사가 되어버린 아이와 아이를 안고 있는 아빠의 모습. 아이는 나라에서 후원받지는 못했지만 국민의 성금을 받고 치료를 받은 바가 있다.)

이선민 기자/을지
<god0763@e-mednews.com>

미확인 폐렴 사망자 연이어 발생

병의 원인이나 산모에 집중 발병한 이유 불명
전염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지난달 10일 폐렴으로 인해 산모가 사망했다. 이후 그와 같은 증세로 치료를 받은 환자가 7명 나왔고 그들 중 4명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보름이 지난 26일 두 번째 사망자가 나왔고, 이 역시 산모인 것으로 밝혀졌다. 확인된 8명의 발병자 중 7명이, 게다가 사망자 2명 모두가 산모라는 사실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확인 폐렴은 기존의 폐렴과는 다소 다른 진행양상을 보인다. 초기에는 둘 다 기침·가래같은 가벼운 감기와 유사한 증세가 나타나지만 기존 폐렴은 고열과 흉통이 이어지는 데 반해 미확인폐렴은 열이 거의 나지 않고 폐의 섬유화가 급속도로 진행된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11일 브리핑에서 “6명의 검체를 분석해 본 결과 1명에게서만 아데노바이러스가 검출되었고, 나머지 검체로부터는 어떠한 바이러스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데노바이러스는 폐렴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기존의 폐렴과는 진행양상이 다른 이번 질환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발병자들 사이의 지역적 연관성이 없다는 점 ▲환자의 가족, 직장동료, 이웃에서 발병하지 않았다는 점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폐렴 발병률이 작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해당 질병이 전염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폐렴 발병 원인과 임산부에 집중 발병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폐렴의 절반 정도는 원인을 알 수 없다”며 역학조사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당국은 해당 폐렴을 기존의 간질성 폐렴과 동일한 질병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과거 소아들에게서도 같은 폐렴이 발병한 사실이 확인되었다며 이를 신종 질병으로 보아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에 발생한 폐렴은 기존의 폐렴과 병리학적 소견이 일치하지 않으며, 완전히 새로운 질병일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소아들의 발병사례와 비교분석 및 연구를 계속 진행할 것이지만 현 시점에서 미확인 폐렴을 신종 질병으로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의료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 그 잠재력은?

의료법 위반 논쟁 있지만 비급여 진료는 논외
전문적인 검증 거친다면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것

소셜 커머스, 매혹적인 혁명

소셜 커머스가 뜨고 있다.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소셜 커머스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다수의 구매자를 모아 특정 제품을 40~90%의 할인가로 제공하는 판매 수단이다. 인터넷 상에서 다수의 구매자를 모아 특정 제품을 싸게 사는 ‘공동 구매’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소셜 커머스는 ‘공동구매’와 차원이 다른 성장 속도와 규모를 자랑한다. 08년 설립된 최초의 소셜 커머스 업체인 미국의 그루폰(groupon)은 세계 35개국에 5,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며 설립 2년 만에 기업가치 47억5천만 달러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구글이나 아마존보다도 빠른 성장 속도이다. 중국의 타오바오는 3시간 30분만에 벤츠 205대를 온라인으로 팔아 치웠다. 한국의 위메이크프라이스닷컴은 오픈 첫날 15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30여년의 온라인 상거래의 역사를 2년만에 다시 쓰는 수준이다.

소셜커머스의 무엇이 공동구매와 다르길래 세계를 흔드는 걸까. 크게 세가지가 다르다.
첫째, 소셜커머스는 운영자가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의 매개자 역할만 할 뿐, 직접 상품 배송을 하지 않는다. 둘째, 소셜 커머스의 상품은 물품 뿐 아니라 콘서트, 연극, 스포츠 관람, 음식, 미용, 의료, 학원, 레져 등 매우 다양하고 상품의 특성상 지역에 기반을 두고 진행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소셜 커머스 운영자가 배송에 관여하지 않고 지역마다 별개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십, 수백개의 이벤트를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다. 셋째로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소셜 커머스가 SNS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전세계 인구의 6분의 1이 사용하는 페이스북, 우리 나라 인구의 절반(2500만명)이 사용하는 싸이월드를 비롯해 트위터, 미투데이, 각종 포탈에서 서비스하는 블로그 등이 소셜 커머스의 든든한 기반이다. 소비자들은 SNS 친구들에게 유용한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구매결정을 위해 친구들의 의견을 묻고, 구매한 상품에 대한 평가를 친구들과 공유하며 구전마케터 역할을 해낸다. 가까운 친구의 말 한마디는 없던 구매 욕구도 생기게 한다. 올해 3월 국내에서 가입자수 1천만 명을 돌파한 스마트폰 또한 실시간으로 SNS에의 접속을 가능하게 하고, 판매 업체의 위치 정보를 제공하며 소셜 커머스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의료 소셜 커머스, 이미 진행 중

국내 소셜 커머스는 작년 3월에 시작되어 작년 총 매출 600억 원, 월 최고 매출 250억원에 달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올해에는 8000억원의 연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소셜 커머스가 인기를 끌면서 광범위한 업종에서 할인 쿠폰이 등장하고 있고, 의료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반영구 화장, 200,000원 -> 78,000원” , “코필러, 450,000 -> 190,000원”, “사각턱 보톡스, 400,000원->170,000원”, “라식, 3000,000원 -> 900,000원”, “겨드랑이 제모 6회 시술권, 120,000원 -> 50,000원” 은 한 의료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서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각 항목당 평균 100명 이상에게 판매된 할인 쿠폰들이다. 다른 사이트에서도 4월에서 5월까지 진행 중인 “라식, 라섹”과 “얼굴 전체 지방 이식”에 대한 가격 파괴 이벤트가 눈길을 끈다. 구매 마감일까지의 남은 시간이 초단위로 깜박인다.

의료법 위반? 그때 그때 달라요

그러나 최근 의료 소셜 커머스의 의료법 위반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4월 11일, 할인 시술권 배포 행위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묻는 서울시 질의에 대해 ‘공동판매를 통해 특정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소개, 알선, 유인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 25조 3항 위반’이라는 해석을 내려 회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5월 26일, 대한의사협회도 동일한 보건복지부에의 질의 결과를 밝히며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회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건, 의료 전문 법률 사무소 [히포크라]의 박호균 변호사는 “병원이 온라인 상으로 가격 파괴를 내걸고 비보험 시술 광고를 하는 일은 이전부터 있었던 형태입니다. 이런 경우, 보건소에서는 자초지종을 묻지 않고 행정 처분을 하곤 했지만 고등법원의 2심 판결에 의하면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렵습니다. 이벤트성 광고는 소비자가 스스로 접속해서 보고 판단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성형수술이나 박피시술, 치아 미백술 등 전액 본인부담금으로 시술 받는 항목의 경우 이것을 불법행위로 볼 수 없습니다.” 고 말했다. 피부과 홈페이지의 여드름 할인 광고에 대하여 의료기관 및 의료인이 자체적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를 의료법상 불법행위인 ‘유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08년의 대법원 판례도 있다. 반면 복지부는 소셜 커머스 업체가 수수료를 받고 의료인을 대신해 할인된 의료 쿠폰이나 시술권을 공동 판매해 특정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의료기관과 환자 사이에서 치료위임 계약의 성립을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금지된 행위’로 판단, 불법으로 간주했다. 결국 각 상품의 광고방식, 병원과 소비자 간의 지불 형태, 시술의 종류에 따라 불법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셜커머스를 통해 값싼 시술권이나 검진권이 유통되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인 환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의료업계의 건전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며 결국에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의료법 제 25조 3항, 완화 요구도

의료법 제25조 3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의료법 67조)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 행위를 과도한 상업화와 품위 저하에서 보호하는 조항이나 한편으로는 의료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견해도 있어왔다. 2007년, 인제대학교 병원전략경영연구소는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의료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정비 방안’ 연구용역보고서를 통해 “25조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가 실행될 위험에 과도하게 치중해 그 결과 바람직한 행위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오류를 빚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예컨대 외국환자에게 우리나라 의료서비스를 알리고 홍보하기 위해서는 소개기관(agency)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나 이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되고 의료기관과 민간보험회사의 계약에 따른 소비자의 후생 증진 기회 역시 제한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반독점 및 공정거래법규에 위반될 경우를 제외하곤 할인, 의료기관과 보험자의 제휴, 의료서비스의 공동 구매, 환자의 소개 및 알선 등 모든 범주의 활동이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루폰에서 지역 병원들의 각종 의료서비스도 다른 상품처럼 자유롭게 거래되고 있다.

후원으로 가치를 창조하기도 해

병원과 소비자가 거래하면 자연적으로 후원이 이루어지게 하는 의료 소셜 커머스도 등장하고 있다. <원닥터>는 후원단체인 ‘아름다운 가게’, ‘서울디딤돌'과 연계하여 소비자가 상품을 예약하면 단체에 일정 금액 후원이 되게 하고, 현재는 ‘아름다운 가게’의 ‘소외아동 정서지원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다. 오픈을 앞두고 있는 <휴먼웰니스>는 기부 또는 혈연 관계 형성에 소비자가 참여한 후 병원에서 참여 내역을 보여주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 <휴먼웰니스> 임신영 이사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제 3자를 도우면서 더욱 윤리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저희는 Web 상에 병원과 소비자가 만나는 공간을 제공하며 소비자는 예약 후, 병원에 가서 상담, 구매 등을 직접 합니다.”고 말했다. 의료 소셜 커머스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의료법 위반 논란 때문에 병원들이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버스 광고, 옥외 광고에 비해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가 크고 광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개원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라고 답했다.

잠재력은 상상 그 이상

국내에서는 ‘할인 판매’로 제한적으로 인식되지만 소셜 커머스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진화가 가져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미국 의료 소셜 커머스 ‘페이션트라이크미(Patientslikeme)’는 수익원을 새롭게 정의하여 좋은 사업 모델을 만든 사례로 소셜 커머스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페이션트라이크미(Patientslikeme)’는 병을 앓고 있는 익명의 사람들을 모아 다양한 의료정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 서비스의 수익원은 정보를 얻고자 모이는 환자들이 아니라 환자들의 데이터를 사는 헬스케어 회사들이다. ‘사람’과 ‘신뢰’를 핵심으로 하는 소셜 커머스는 앞으로 모든 상거래 분야에 적용될 미래형 커머스 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비자는 전문적인 검증을 원한다

급성장의 이면도 있다. 소셜 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해, 현재 운영되는 업체 중 상당수는 영업에서 고객 관리에 이르기까지 인프라가 아직 완벽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 결과, 일반 소셜커머스 이용자 10명 중 1명은 소비자불만 및 피해를 경험하였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소셜커머스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소셜커머스 피해 유형은 ‘인터넷상의 제품과 실제 제품의 차이’가 50%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정상구매 제품과의 차별’ 47.6%, ‘불친절’ 31%등이 문제점으로 작용했다.

의료 분야에서 피해가 발생한다면 다른 분야와는 격이 다를 것이다. 의료 시술의 작은 차이는 소비자의 생명과 인생 전반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값비싼 의료 시술의 할인 쿠폰 구입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 또한 이것이다. 단 한 번의 피해 사례가 전 업계를 무너뜨릴 만큼 치명적일 수가 있다. 의료 소셜 커머스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

심유진 기자/단국
<jinshim@e-mednew.com>

‘상실의 시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꿈과 이상, 우정과 사랑...
무라카미 하루끼 대표작 ‘상실의 시대’, 24년만의 영화화

준비되지 않은 스무 살,
그 혼란 속의 사랑

“열여덟 살 다음이 열아홉 살이고, 열아홉 살 다음이 다시 열여덟 살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누구도 스무 살이 되지 않아도 될 텐데.”
나오코의 스무 번째 생일,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와타나베에게 말한다. 아직 준비도 되지 않았지만, 누구도 스무 살로 떠밀리지 않을 수는 없었다. 오직 죽음을 선택한 사람만이 열일곱 살에 머무를 수 있었다. 그녀와 어린 시절 내도록 함께 보낸 남자친구, 영원히 그녀 옆에 남아 같이 스무 살을 맞이할 줄 알았던 남자, 기즈키처럼.
기즈키의 단짝이었던 와타나베조차도, 그리고 그런 와타나베의 마음조차도, 나오코가 가진 스무 살의 부담을 덜어주진 못했다. 와타나베와 함께한 스무 살의 밤, 몇 달 후 와타나베는 요양원에 있다는 나오코의 편지를 받게 된다.
극도로 혼란스러워하는 나오코를 몇 번이나 찾아간 와타나베. 나오코는 두 가지를 부탁한다. 이렇게 찾아와준 것이 너무 고맙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그리고 영원히, 언제까지나 자신을 기억해 달라고. 이십여년 후, 와타나베는 비틀즈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작품의 원제목이기도 함)’을 들으며 슬퍼한다. ‘왜냐하면 나오코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쓴다.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는 것은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것인 동시에, 외부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누구나가 그 싸움에서 살아남게 되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긴 하지만.”

‘하루끼 신드롬’의 시작,
전 세계 1100만부의 베스트셀러

“사람이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 될 만한 시기에 이르렀기 때문이지, 그 누군가가 상대에게 이해해 주기를 바랐기 때문이 아니야.”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 나가사와의 말이다. 냉소적이며 시크한 매력으로 수많은 여자들을 압도하면서도, 자신의 인생에만 흥미를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 그런 그만을 바라보는 여자친구 하쓰미를, 와타나베는 이해할 수가 없다.
‘하루끼’식 섬세한 인물 터치가 잘 드러난 이 책에는, 많은 인물들이 각자 자신만의 개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와타나베와 나오코, 나가사와와 하쓰미,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매력으로 와타나베에게 다가온 여자 미도리와, 요양원에서 나오코와 함께 지내는 레이코 여사 등. 작가만의 특이한 문체로 다듬어진 대화와 행동을 통해, 모든 인물이 마치 살아있는 듯 다가온다.
게다가 각 인물에 대해 팬층이 생기고 분석이 나올 만큼,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멋지면서도 스마트하다. 미도리와 와타나베가 처음 만나는 장면, 혼자 강의를 듣고 혼자 밥을 먹는 게 좋으냐는 그녀의 질문에 와타나베는 이렇게 답한다. “고독을 좋아하는 인간이란 없어. 억지로 친구를 만들지 않을 뿐이지. 그런 짓을 해봐야 실망할 뿐이거든.”
문체뿐만이 아니다. 젊은 날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알 수 없는 상실의 아픔을, 감미롭고 황홀하며 애절한 사랑 이야기 속에 녹여낸 작품, ‘상실의 시대’. 하루끼에겐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발돋움하게 된 책이었으며, 지난 20여 년간 많은 젊은이들의 가슴을 파고 들어간 책이었다.

24년간 허락되지 않았던 영화화

4년간 저자를 설득한 끝에 영화화를 허락받은 ‘트란 안 홍’ 감독. 직접 저자와 대본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교류한 끝에, 24년 만에 상실의 시대가 스크린으로 나왔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 21일 개봉하였다.
물론 영화화된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 영화가 원작만큼의 호평을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상실의 시대’ 또한 그랬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작품을, 그 섬세한 인물 터치를, 133분의 영화에 담기란 애초부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또한 이 작품의 수많은 열혈 팬들의 기대를 어찌할 것인가.
실제로 영화를 보면 와타나베와 나오코의 이야기에만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것도 중요한 부분만, 회상하는 장면이나 주고받은 편지 이야기 등은 대부분 빠진 채로 말이다. 와타나베와 많이 비교되는 나가사와는 ‘조금 특이한, 제 잘난 맛에 사는 남자’ 정도로 비추어지며, 여자친구 하쓰미는 거의 나오지도 않는다. 미도리와 레이코 여사의 경우 “영화화되며 가장 부당하게 다루어진 캐릭터”라 할 정도로 원작과 차이가 있다. 특히 레이코 여사는 과거사 부분이 모조리 삭제되어, 원작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엔딩 부근의 씬에 공감을 하기가 힘들다.
“원작의 정서를 상실했기에, 원작의 팬들에게 어필할 수 없는 영화.”, “하루끼 작품 보다는 감독의 전작을 더 닮은 영화.” 많은 평론가들의 비판과 네티즌의 낮은 평점이 이어졌다.

‘하루끼 신드롬’의 메아리는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러간다. 처음 그 작품을 접했을 때의 설렘과 감동, 그리고 책을 읽으며 머릿속에 펼쳐졌던 상상의 나래, 그러한 것들 때문이 아닐까.
원작에서 느껴지던 그 깊은 여운, 알 수 없는 상실의 상처가 영화에도 녹아있다. 눈 덮인 산, 파도치는 바다 등으로 연출한 분위기, 감독의 섬세한 카메라 터치와 배경 음악 선택 등. 원작에서 읽은 내용과 잘 섞어가며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하루끼의 선택이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집에 돌아가서는 원작을 다시 펴보게 될 것이다.
24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혼란스러운 분위기, 준비되지 않은 채 스무 살을 맞이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 그런 그들에게, 6명의 주인공이 보여주는 멋지고 스마트한 삶 이야기는 아직도 유효하다.

정세용 기자/연세
<avantgarde91@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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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귀는 당나귀 귀”
발설을 통한 글쓰기 치유법

<치유하는 글쓰기> vs <치유의 글쓰기>

‘햇빛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있는 한, 내가 그 햇빛과 하늘을 볼 수 있는 한, 나는 결코 슬퍼질 수 없다.’ - <안네의 일기> 中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의 암스테르담 은신기인 안네의 일기(The Diary of a Young Girl Anne Frank). 어느 날 갑자기 비좁은 공간에서 시간별로 이동해야하는 생활을 하게 된 안네는 일기장에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백’함으로써 힘든 상황을 극복해 낸다.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천 권의 글쓰기 책들, 그 중 안네의 일기를 떠올리게 하는 글쓰기 책이 있다. 글쓰기를 통해 안네가 그랬듯 스스로를 치유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책, <치유하는 글쓰기>와 <치유의 글쓰기>가 바로 그것이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쓸 때, 우리는 치유를 위한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 치유를 위한 글쓰기를 경험한 두 저자의 같은 듯 다른 두 책을 지금부터 만나보자.

누가 왜 써야 할까

‘누구에게나 반드시 얼마간의 비는 내리고 어둡고 쓸쓸한 날은 있는 법이니.......’ - 헨리 위즈워드 롱펠로
헨리의 말처럼 우리의 삶은 빛과 그림자 모두를 가지고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삶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은 항상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치유하는 글쓰기>의 저자 박미라는 ‘발설’의 욕망을 느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치유하는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려야 했듯이 인간의 고통도 발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치유의 글쓰기>의 저자 셰퍼드 코미나스는 특별히 치유의 글쓰기가 필요한 대상을 특별히 국한시키고 있지 않다. 통증클리닉의 전문의의 제안으로 일기 쓰기를 시작했던 그녀는 오히려 인간이라면 누구나 치유의 글쓰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삶의 양면성을 느끼고 산다는 점에서 치유를 위한 글쓰기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것이 두 저자는 공통된 생각이다. 글쓰기라는 단순한 활동이 자칫 그림자로 치우칠 수 있는 삶의 균형을 유지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써야 할까

‘미움이란 굶주린 사랑’ - 칼릴 지브란
치유의 글쓰기의 첫 단계는 무엇을 쓸지 결정하는 것이다. 저자 박미라는 칼릴 지브란의 말을 인용하며 분노의 근원을 찾는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죽도록 미운 당신’에게 편지 쓰기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셀프 인터뷰’를 제안한다. 물론 저자 셰퍼드 코미나스도 유언 편지와 같은 형식의 편지를 제안하지만, 그녀 스스로 치유를 경험한 일기의 치유 효과를 강조한다.

어떻게 써야 할까

‘예술의 언어는 심장의 언어이며, 그것은 정서적 구조의 언어이다.’ - 미카렛 미드
일단 형식이 정해지면 쓰는 것은 자유롭다. 치유라는 목적을 위해 우리는 가식을 버리고 솔직하게 써 내려가면 된다. 띄어쓰기나 맞춤법 같은 문법적 요소를 비롯하여 어떤 제약도 신경 쓰지 않아야 한다. 다만 쓰는 행위를 통해 스스로의 숨겨진 깊은 내면까지 밖으로 끌어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두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자기수용과 자기 용서라고 표현하고 있다. 치유의 글쓰기가 자발적으로 치유의 필요성을 느낀 필자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에서, 전체 과정에서 스스로를 존중하고 칭찬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 두 필자의 공통된 생각이다.

치유를 위한 글쓰기에도
독자가 필요한가

‘작가가 자기 소설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 소설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독자가 그 책을 읽음으로써 완성된다.’ - 이승우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中
독자의 필요성 측면에서 두 저자는 큰 차이를 보인다. 먼저 저자 박미라는 소설가 이승우의 글을 인용하며, 필자에게 사심 없는 지지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발설의 대상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저자 셰퍼드 코미나스는 치유를 위한 스스로의 솔직함과 상상력이 필요할 뿐 특별히 발설의 대상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특별한 독자 없이도 충분히 글쓰기의 치유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두 필자는 치유를 위한 글쓰기와 더불어 ‘명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이와 펜, 글을 쓰는 장소 같은 글쓰기의 외적 조건만큼이나 글쓴이의 내적 조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대생인 우리에게 이 책들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두 책 모두 치유를 위한 글쓰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두 책은 상이한 점 또한 많다. <치유하는 글쓰기>는 가족학과 여성학을 전공한 한국인 저자에 의해 집필된 만큼, 한국 문화와 접목시킬 수 있는 다양한 예시 글들이 잘 제시되어 있다. 반면 <치유의 글쓰기>는 암 병동에서 글쓰기의 치유 효과에 대해 강연해온 필자가 쓴 만큼, 임상적으로 참고할 만한 내용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차이 때문에 나는 심리적 치유가 필요한 독자에게는 <치유하는 글쓰기>를 먼저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또 심리 치료에 관해 호기심이 있는 독자에게는 <치유의 글쓰기>를 먼저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하지만 두 책 모두 치유를 위한 글쓰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두 권 모두 읽을 때, 치유를 위한 글쓰기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이 두 책은 다른 책과 달리 ‘읽는다’는 행위를 넘어 ‘무엇이든 써보는 노력’이 전제될 때 치유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당장 아무 종이 한 장을 펼쳐보자, 펜을 들고 낙서부터 시작해 보자, ‘교수님 귀는 당나귀 귀, 진짜 당나귀 귀, 누가 뭐래도 당나귀 귀.’, 누군가에게 말해보고 싶었지만 차마 못해본 이야기들, 마음은 답답한데 아무런 치유책이 없을 때 남긴 무의미한 낙서, 사소한 글쓰기가 당신의 뒤엉킨 마음의 실타래를 풀 실마리가 되어 줄 것이다. 결국 두 저자가 말한 ‘치유를 위한 글쓰기’는 스스로의 주치의로서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오더가 아니었을까. 

노원철 기자/전남
<happywonchul@e-mednews.org>

미술관에 온 미키 마우스

월트 디즈니 특별전 : 꿈과 환상의 스토리텔러

독일의 평론가 발터 벤야민은 월트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영화들의 성공은 ‘관객이 자신의 삶을 영화들 속에서 재인식’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논평했다. 이것은 1931년의 지적이지만, 2011년에도 그 유효성을 충분히 유지하고 있다. 벤야민의 언급을 반추해 보면서 최근에 개최된 ‘월트 디즈니 특별전 - 꿈과 환상의 스토리텔러’를 조망해 보고자 한다.

‘월트 디즈니 특별전 - 꿈과 환상의 스토리텔러’(이하 월트 디즈니 특별전)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변천사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전시회로, 지난 5월 14일에 처음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이 전시회는 9월 25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게 된다.
이번 전시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리서치 라이브러리(ARL)가 기획한 것으로, 아시아 국가에서는 최초의 전시회이다. 전시 작품은 ARL이 소장한 6000만여 점 가운데 대중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작품 600여 점이다. 작품의 종류는 작품 개발단계의 캐릭터 스케치, 드로잉부터 색칠 작업 도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전시는 월트 디즈니의 초기 단편 애니메이션 ‘아기 돼지 삼형제’부터 최신작 ‘라푼젤’에 이르는 9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 점은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이루는 구성 요소 하나하나에 대한 제작 과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의 제작 단계는 다음과 같다. ① 작품 개발단계의 아트워크 ② 스토리 스케치 ③ 캐릭터 디자인 ④ 레이아웃 ⑤ 애니메이션 드로잉 ⑥ 색칠 작업. 관객들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의 셀과 배경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월트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작품들로 집안 책장이나 도서관에 꽂힌 이야기들이 다시 읽고 싶은 작품으로 태어나길 꿈꾼다”라고 언급한 것처럼 월트 디즈니의 작품들은 대부분 유명한 신화·전설·민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월트 디즈니의 초기작인 <아기 돼지 삼형제>는 대공황기에 만들어져 실의에 빠진 소시민에게 희망을 주는 데 기여했다. 3D로 제작된 최신작 <라푼젤> 역시 월트 디즈니의 스토리 이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전시회에서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최종적으로 정해지기까지의 스케치들도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월트 디즈니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신데렐라>의 컨셉 아트를 살펴보면 우리가 보았던 신데렐라의 캐릭터와 사뭇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캐릭터는 월트 디즈니가 가장 신뢰했던 아티스트 중 한명인 메리 블레어(Mary Blair, 1911-1978)에 의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메리 블레어의 습작들이 영화에 그대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나, 메리 블레어의 밝은 색채나 비대칭적인 구성은 <신데렐라>, <피터 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디즈니 영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허기영 수습기자/서울
<zealot648@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