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소셜 커머스<Social Commerce>, 그 잠재력은?
의료법 위반 논쟁 있지만 비급여 진료는 논외
전문적인 검증 거친다면 놀라운 변화를 가져올 것
소셜 커머스, 매혹적인 혁명
소셜 커머스가 뜨고 있다.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소셜 커머스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 다수의 구매자를 모아 특정 제품을 40~90%의 할인가로 제공하는 판매 수단이다. 인터넷 상에서 다수의 구매자를 모아 특정 제품을 싸게 사는 ‘공동 구매’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소셜 커머스는 ‘공동구매’와 차원이 다른 성장 속도와 규모를 자랑한다. 08년 설립된 최초의 소셜 커머스 업체인 미국의 그루폰(groupon)은 세계 35개국에 5,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며 설립 2년 만에 기업가치 47억5천만 달러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구글이나 아마존보다도 빠른 성장 속도이다. 중국의 타오바오는 3시간 30분만에 벤츠 205대를 온라인으로 팔아 치웠다. 한국의 위메이크프라이스닷컴은 오픈 첫날 15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30여년의 온라인 상거래의 역사를 2년만에 다시 쓰는 수준이다.
소셜커머스의 무엇이 공동구매와 다르길래 세계를 흔드는 걸까. 크게 세가지가 다르다.
첫째, 소셜커머스는 운영자가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의 매개자 역할만 할 뿐, 직접 상품 배송을 하지 않는다. 둘째, 소셜 커머스의 상품은 물품 뿐 아니라 콘서트, 연극, 스포츠 관람, 음식, 미용, 의료, 학원, 레져 등 매우 다양하고 상품의 특성상 지역에 기반을 두고 진행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소셜 커머스 운영자가 배송에 관여하지 않고 지역마다 별개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수십, 수백개의 이벤트를 동시에 진행할 수도 있다. 셋째로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소셜 커머스가 SNS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전세계 인구의 6분의 1이 사용하는 페이스북, 우리 나라 인구의 절반(2500만명)이 사용하는 싸이월드를 비롯해 트위터, 미투데이, 각종 포탈에서 서비스하는 블로그 등이 소셜 커머스의 든든한 기반이다. 소비자들은 SNS 친구들에게 유용한 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구매결정을 위해 친구들의 의견을 묻고, 구매한 상품에 대한 평가를 친구들과 공유하며 구전마케터 역할을 해낸다. 가까운 친구의 말 한마디는 없던 구매 욕구도 생기게 한다. 올해 3월 국내에서 가입자수 1천만 명을 돌파한 스마트폰 또한 실시간으로 SNS에의 접속을 가능하게 하고, 판매 업체의 위치 정보를 제공하며 소셜 커머스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의료 소셜 커머스, 이미 진행 중
국내 소셜 커머스는 작년 3월에 시작되어 작년 총 매출 600억 원, 월 최고 매출 250억원에 달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올해에는 8000억원의 연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소셜 커머스가 인기를 끌면서 광범위한 업종에서 할인 쿠폰이 등장하고 있고, 의료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반영구 화장, 200,000원 -> 78,000원” , “코필러, 450,000 -> 190,000원”, “사각턱 보톡스, 400,000원->170,000원”, “라식, 3000,000원 -> 900,000원”, “겨드랑이 제모 6회 시술권, 120,000원 -> 50,000원” 은 한 의료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서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각 항목당 평균 100명 이상에게 판매된 할인 쿠폰들이다. 다른 사이트에서도 4월에서 5월까지 진행 중인 “라식, 라섹”과 “얼굴 전체 지방 이식”에 대한 가격 파괴 이벤트가 눈길을 끈다. 구매 마감일까지의 남은 시간이 초단위로 깜박인다.
의료법 위반? 그때 그때 달라요
그러나 최근 의료 소셜 커머스의 의료법 위반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4월 11일, 할인 시술권 배포 행위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묻는 서울시 질의에 대해 ‘공동판매를 통해 특정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소개, 알선, 유인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 25조 3항 위반’이라는 해석을 내려 회신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5월 26일, 대한의사협회도 동일한 보건복지부에의 질의 결과를 밝히며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회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보건, 의료 전문 법률 사무소 [히포크라]의 박호균 변호사는 “병원이 온라인 상으로 가격 파괴를 내걸고 비보험 시술 광고를 하는 일은 이전부터 있었던 형태입니다. 이런 경우, 보건소에서는 자초지종을 묻지 않고 행정 처분을 하곤 했지만 고등법원의 2심 판결에 의하면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렵습니다. 이벤트성 광고는 소비자가 스스로 접속해서 보고 판단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성형수술이나 박피시술, 치아 미백술 등 전액 본인부담금으로 시술 받는 항목의 경우 이것을 불법행위로 볼 수 없습니다.” 고 말했다. 피부과 홈페이지의 여드름 할인 광고에 대하여 의료기관 및 의료인이 자체적으로 환자를 유치하는 행위를 의료법상 불법행위인 ‘유인’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08년의 대법원 판례도 있다. 반면 복지부는 소셜 커머스 업체가 수수료를 받고 의료인을 대신해 할인된 의료 쿠폰이나 시술권을 공동 판매해 특정 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의료기관과 환자 사이에서 치료위임 계약의 성립을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금지된 행위’로 판단, 불법으로 간주했다. 결국 각 상품의 광고방식, 병원과 소비자 간의 지불 형태, 시술의 종류에 따라 불법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셜커머스를 통해 값싼 시술권이나 검진권이 유통되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인 환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의료업계의 건전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며 결국에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의료법 제 25조 3항, 완화 요구도
의료법 제25조 3항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의료법 67조)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 행위를 과도한 상업화와 품위 저하에서 보호하는 조항이나 한편으로는 의료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견해도 있어왔다. 2007년, 인제대학교 병원전략경영연구소는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의료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정비 방안’ 연구용역보고서를 통해 “25조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가 실행될 위험에 과도하게 치중해 그 결과 바람직한 행위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오류를 빚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예컨대 외국환자에게 우리나라 의료서비스를 알리고 홍보하기 위해서는 소개기관(agency)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나 이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되고 의료기관과 민간보험회사의 계약에 따른 소비자의 후생 증진 기회 역시 제한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반독점 및 공정거래법규에 위반될 경우를 제외하곤 할인, 의료기관과 보험자의 제휴, 의료서비스의 공동 구매, 환자의 소개 및 알선 등 모든 범주의 활동이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그루폰에서 지역 병원들의 각종 의료서비스도 다른 상품처럼 자유롭게 거래되고 있다.
후원으로 가치를 창조하기도 해
병원과 소비자가 거래하면 자연적으로 후원이 이루어지게 하는 의료 소셜 커머스도 등장하고 있다. <원닥터>는 후원단체인 ‘아름다운 가게’, ‘서울디딤돌'과 연계하여 소비자가 상품을 예약하면 단체에 일정 금액 후원이 되게 하고, 현재는 ‘아름다운 가게’의 ‘소외아동 정서지원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다. 오픈을 앞두고 있는 <휴먼웰니스>는 기부 또는 혈연 관계 형성에 소비자가 참여한 후 병원에서 참여 내역을 보여주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다. <휴먼웰니스> 임신영 이사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제 3자를 도우면서 더욱 윤리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저희는 Web 상에 병원과 소비자가 만나는 공간을 제공하며 소비자는 예약 후, 병원에 가서 상담, 구매 등을 직접 합니다.”고 말했다. 의료 소셜 커머스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의료법 위반 논란 때문에 병원들이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버스 광고, 옥외 광고에 비해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가 크고 광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개원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라고 답했다.
잠재력은 상상 그 이상
국내에서는 ‘할인 판매’로 제한적으로 인식되지만 소셜 커머스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진화가 가져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미국 의료 소셜 커머스 ‘페이션트라이크미(Patientslikeme)’는 수익원을 새롭게 정의하여 좋은 사업 모델을 만든 사례로 소셜 커머스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페이션트라이크미(Patientslikeme)’는 병을 앓고 있는 익명의 사람들을 모아 다양한 의료정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 서비스의 수익원은 정보를 얻고자 모이는 환자들이 아니라 환자들의 데이터를 사는 헬스케어 회사들이다. ‘사람’과 ‘신뢰’를 핵심으로 하는 소셜 커머스는 앞으로 모든 상거래 분야에 적용될 미래형 커머스 모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비자는 전문적인 검증을 원한다
급성장의 이면도 있다. 소셜 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으로 인해, 현재 운영되는 업체 중 상당수는 영업에서 고객 관리에 이르기까지 인프라가 아직 완벽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 결과, 일반 소셜커머스 이용자 10명 중 1명은 소비자불만 및 피해를 경험하였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소셜커머스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 소셜커머스 피해 유형은 ‘인터넷상의 제품과 실제 제품의 차이’가 50%로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정상구매 제품과의 차별’ 47.6%, ‘불친절’ 31%등이 문제점으로 작용했다.
의료 분야에서 피해가 발생한다면 다른 분야와는 격이 다를 것이다. 의료 시술의 작은 차이는 소비자의 생명과 인생 전반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값비싼 의료 시술의 할인 쿠폰 구입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 또한 이것이다. 단 한 번의 피해 사례가 전 업계를 무너뜨릴 만큼 치명적일 수가 있다. 의료 소셜 커머스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검증 시스템이 필요하다.
심유진 기자/단국
<jinshim@e-med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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