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치대생을 만나다
같거나 혹은 다르거나, 의대생 그리고 치대생
이름부터 흡사한 두 전공인 만큼 뭔가 비슷할거라 예상하지만 정작 서로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는 의대생과 치대생. 그래서인지 단국대 치대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전대호(25), 박진성(26)씨를 만나는 것엔 막연한 설렘이 함께했다. 병원 실습을 마치고 왔다는 두 분을 만나 천안의 한 카페에서 와플과 커피를 앞에 두고 인터뷰는 시작되었고, 가장 재밌게 노는 치대가 단국대 치대일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인터뷰는 진솔하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되었다. 또래 친구들과 재밌게 수다 떨듯 나눈 의대생과 치대생의,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
- 보통 치대 쓰는 학생들은 점수대가 비슷한 의대도 함께 고려하는 경향이 많던데요, 특별히 치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전 : 의대, 치대 둘 다 붙었는데, 서울에 더 가까웠던 단국대 치대를 선택해서 왔습니다. 치대도 전망도 좋고 직업적으로도 안정적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박 : 원래 미술 쪽 좋아해서 치대와 잘 맞는 것 같고, 전망도 좋아보여서 선택했어요.
전 : 치과학이 재미가 있긴 있어요. 좀 더 메카닉적인 요소도 더 들어가 있고 손기술도 많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재미있어요.
- 단국대 치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교과과정을 보니, 치과조직학, 치과생화학, 치과해부학 이런 식으로 의대에서 일반적으로 배우는 과목명 앞에 ‘치과’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던데 두경부 위주로 배우는 건가요?
전 : 우리는 이 과목들을 두 번씩 배우는데 예를 들면 생화학도 배우고 치과생화학도 배웁니다. 사실 크게 다르다기보단 예과 때 배우는 생화학은 주로 몸 전반적인 것 다루고 치과생화학은 치아와 연결시켜 배우는 거죠. 생화학이 치아에 미치는 영향 이런 식으로요.
- 의대의 경우 대부분 해부학을 힘들게 공부시키는데, 치대도 그런가요?
박 : 우리도 본1때 카데바를 가지고 해부학 실습을 해요. 1학기 땐 머리부터 목까지 하는 두경부, 2학기땐 몸 전체 이런 식으로요. 사실 해부학을 깊게 다루진 않아요. 그냥 한번 해보는 정도로? 우리도 골학을 하고 ‘땡시’도 보긴 보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게 힘들게 하진 않았던 것 같네요. 주로 두경부 쪽으로 자세하게 하는 정도예요.
- 의대생에게는 유급이 굉장히 무서운 존재인데, 치대에서는 어떤지 궁금해요.
전 : 알죠. 저희에게도 그게 커요. 제가 알기론 의대에 비하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저희도 유급을 많이 두려워하고, 그러다보니까 그것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하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저희는 한 과목에서 F가 나오거나 전체평점이 2.0이하이면 유급인데 이 점은 의대랑 비슷해요. 물론 학년마다 다 다르지만 1년에 한 두명, 6년 동안 평균 10% 정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해야죠(웃음)
- 의대에선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경향이 있는데 치대 내 분위기는 어떤지요.
박 : 이것도 학교마다 다를텐데요, 저희는 치전 없이 치대로만 운영되어서 아무래도 나이층이 어리다 보니 선후배간 유대가 많고 무척 엄격한 편이에요.
전 : 의대에선 대면식을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저희도 있어요. 우리가 들어올 때만 해도 아주 엄격하게 했어요. 본4부터 차례대로 학년 내려오면서, 무섭게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점점 술도 안 먹는 분위기로 가는 것 같아요.
전 : 5-6년 전만해도 나이가 어리더라도 선배면 형이라고 부르고 그런 게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건 없어요. 아무래도 엄격한 규율 같은 건 있지만 나이 많으면 존중해주죠. 또 치전은 연령층이 높다보니 선후배끼리나 동아리 내에서나 교류가 거의 없다고 해요.
- 본4로서 지금 실습도시잖아요. 치대의 실습제도는 어떻게 되어 있나요.
박 : 저희 실습체계는 이거예요. 본과 2학년 때부터 임상실습이라 해서 치아 깎는 거라던가 교정 와이어 마는 것 등을 1년간 배워요. 본3때부턴, 의대는 PK라고 하잖아요, 저희 학교는 이걸 로테이션이라고 부르는데 과마다 1주일씩 돕니다. 그리고 본과 3학년 2학기 때부턴 원내생이라고, 병원에서 어시스트 하구요. 본4부터는 학생진료를 하는데, 최소한 사랑니 4개는 뽑아 봐야한다 이런 식으로 과제를 주면서 실제로 환자를 다뤄볼 수 있게 합니다.
전 : 원내생이 실질적인 인력으로서 병원에서 큰 역할을 해요. 원내생 없으면 병원 안돌아간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요. 의대 PK는 거의 옵저버 수준이라고 알고 있는데 우린 조금 다른 것 같아요.
- 졸업 후 이야기를 해볼까요. 의대는 졸업 후 대부분이 인턴-레지던트(1+4) 수순을 거치는데요, 치대도 비슷한 수련과정이 있다고 들었어요.
전 : 치대는 일단 1+3년이고, 학교에 따라 7-10개 과 정도가 있습니다. 수련 받는 비율 숫자로 봤을 때 의대는 90%를 넘어간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절반도 안 되는 40%정도라서 거의 하는 추세라고 볼 순 없어요.
박 : 그렇죠. 치대는 의대와 달라서 어떤 과 하나만으론 개원하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이제 전문의 제도가 활성 되어가는 추세이므로 수련 받는 비율은 점점 늘어날 겁니다.
- 어떤 과가 인기가 있어요?
박 : 어떤게 인기가 있을 것 같아요?
- 당연히... 교정과인가요?
박 : 예상이 맞아요. 교정과가 굉장히 인기가 많아요. 의대에서 성형외과, 피부과 등이 인기있는 것과 똑같죠.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이 지원합니다.
전 : 그 다음에 임플란트 관련 과가 오겠네요. 임플란트가 한 과에서 전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외과, 보철과, 치주과 3개 과 정도가 관련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과들이 대체적으로 인기가 있죠.
- 의사는 개원포화상태로 위기라는 말도 있는데 치과의 상황은 어떤가요?
전 : 미용실보다 많은 게 치과인데요(웃음). 그런데 경제적으로 예전 같지 않다 이거지 아직은 객관적으로 힘들다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박 : 교정은 예전인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데, 임플란트는 예전에 비해 쇠퇴하는 추세라서 치과의 전반적인 수입이 예전보다 조금씩 줄어들었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치과 비싸요(웃음)
박 : 치과요? 더 비싸져야 돼요(웃음). 농담이고, 피부과처럼 심리적인 요소가 들어가다 보니 보험이 안되니까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실 거예요. 그렇죠 치과 비싸죠. 그런데 금 같은 원재료 값도 있고, 무조건 많이 받는 건 아니랍니다. 점점 보험화가 되어가고 있으니 환자분들의 부담은 덜어질 거라 생각해요. 저희도 먹고 살아야죠 열심히 공부했는데(웃음)
- 치대가 전국에 11개 있다고 하셨죠. 치대들끼리 함께하는 활동이 있나요? 의대는 전국 의대 야구/축구 리그도 열리더라구요.
전 : 많아요. 11개밖에 안되다보니까 오히려 더 잘 모이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전국 치대 야구, 농구 리그도 있고, 또 69제라고 5월에 전국치대축제가 있어요. 왜 69제냐면, 6살에 구치가 나거든요. 왜 6월 9일이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한 대학씩 돌아가면서 주최해서, 운동동아리들 시합하고, 공연동아리들 공연하고 연예인도 부르고요.
- 약간 민감할 수 있는 문젠데요, 의대생들이 가진 편견 중 하나가 치대는 의대보다 공부량이 적다는 건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의,치대 중 의대를 선택해서 온 학생들 중 공부가 힘들 때 우스갯소리로 “아 치대갈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웃음).
전 : 솔직히 저희 생각하기엔 의대 공부량이 조금은 더 많지 않나 싶어요. 영역이 다르니까요. 실습만 봐도 양이 다르고 과 세분화된 정도도 훨씬 많고요. 내과도 의대는 호흡기내과, 순환기내과 이런 식으로 많은데 우리는 구강내과 딱 하나거든요. 또 의대 같은 경우는 6년 공부하는 것이 좋은 전공 하기위한 중요한 준비과정인데, 우리는 대체적으로 경쟁보다는 ‘다같이 무사히 졸업하자’가 우선인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까 공부량의 차이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렇군요. 또 다른 편견 중 치과의사는 의사적인 면보다 테크니션적인 면이 더 강하다는 것도 있더라구요. 들어보셨나요?
박 : 네. 틀린 얘기는 아니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물론 치아의 통증을 없애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과의사에겐 심미적인 것도 중요해서 고난도의 손기술을 갖고 있는 기술자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하지만 다루는 분야가 다른 만큼 그것이 옳다 그르다를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 : 그런데 교수님 말씀들도 그렇고 들어보면 의사들은 치과의사를 같은 의사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도 한다더라구요. 솔직히 우리 전공은 치아 쪽에 한정되어 있고 몸 전체적인 건 덜 다루다 보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학문에 위아래는 없죠. 또 치대 자체적으로도 너무 그런 메카닉적인 쪽으로만 쏠려가려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공부도 더 시키려고 하고.
-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이 인터뷰를 읽을 전국의 의대생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박 : 몸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부피는 작지만 치의학도 하나의 의학분야입니다. 치통이 두통, 생리통과 함께 인간이 참을 수 없는 3대 고통중 하나(웃음)일만큼 큰 고통인 만큼, 환자들을 치료해줄 때 큰 보람을 느껴요. 학문에 위아래는 없고 의사도 치아가 아프면 치과의사에게 올 수밖에 없듯이,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니까 서로 이해하면서 함께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전 : 치과의사보다는 사람 살리거나 고치는, 아무래도 생명과 더 직결된 일을 하시는 만큼 의사 분들을 개인적으로 많이 존경해요. 공부 열심히 하셔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문서영 기자/을지
<celeste@e-mednews.com>
▲ 인터뷰에 응해준 단국대 치대 전대호, 박진성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