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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과탐구생활

80호(2011.04.11)/의대의대생 2011. 5. 6. 22:33 Posted by mednews

예과탐구생활

예과생활의 +α를 찾아서

예과? 본과 몰라요. 본과도 예과 몰라요. 사소한 것 하나부터 너무나 다른 예과와 본과. 예과생활은 도대체 어떻게 보내야 하는 걸까요. 선배들이 말하네요. 놀아라, 지금 안 놀면 본과와서 후회할꺼야. 술을 마시러 갔어요. 우웩, 술은 너무 쓰네요. 소주 광고는 다 틀렸나봐요. 첫미팅을 나갔어요. 이런 해삼말미잘. 맘에 안드는 사람들만 나왔네요. 첫 시험을 봤어요. 공부를 안했더니 성적은 저공비행이네요. 고등학교 때는 일등이었는데. 예과는 이런 건가요.

수많은 의대생들의 고민인 질문이 있다. ‘예과는 어떻게 보내야 하는 것일까’라는 고민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예과 생활을 어떻게 보낼까.

◆ 공부는 무슨, 예과는 노는거야!

많은 예과생들이 해당된다. 고등학교 시절에 학업에 매진했던 것을 보상받기 위해 대학생활을 마음껏 즐긴다. 술도 밤새 마셔보고 학교 앞 피씨방에서 게임도 마음껏 해보고 미팅, 소개팅도 마음껏 나가면서 학창시절 해보지 못했던 일탈을 즐기기 시작한다. 본과에 와서 되새길 수 있는 추억들을 만들지만 수많은 일들을 하고 난 후 예과 말에 이르면 다음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힘든 모습도 보이게 된다. 대학교는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하지만 조심하라. 예과2학년 때는 유급이라는 무서운 비수를 숨긴 몇몇 과목들이 숨어있다.

◆ 내가 곧 동아리요, 동아리가 곧 나이니라

자신이 가입한 동아리에 대한 무한열정으로 예과 생활을 보낸다. 춤이면 춤, 악기면 악기, 운동이면 운동으로 그 분야의 달인이 되기 위해 단련한다. 그 증상이 심해지면 동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이들까지 나타나게 된다. 이들은 동아리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차 있으며 이에 따라 동아리 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물아일체의 경지에 다다르게 된 이들은 본과에 와서 동아리짱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 성적 넌 내꺼야!

과외로 돈을 버는 대신에 장학금으로 돈을 벌어 시간 대비 효율성을 추구하는 이들로 고등학교 때 하던 가닥대로 대학교에서도 성적을 유지해 나간다. 마치 본과생활을 예습하는 듯하다. 시험전날이 되면 많은 동기들의 구원요청에 인기가 폭발한다. 평소에도 성실하게 살거나 시험기간 전에는 다른 동기들과 어울려 평범하게 지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강태공 비켜! 시간을 낚아보겠어

주로 본인 스스로에게 시간을 투자한다. 학교에서 보기가 어렵고 평소에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연락처는 있으나 두문불출한다. 이들에게 시간은 무한하며 과제제출과 시험 때만 학교에 와서 동기들이 얼굴을 잊어버릴 때쯤 다시 기억시켜주고 간다.

◆ 내 미래는 내가 열어가는거야

자기투자형 인간이다. 영어를 공부하기도 하고 등록금을 본인이 벌어서 내는 경우도 있다. 교수님들을 통해 연구활동에 참여하기도 하며 외부활동(봉사활동, 지역활동, 동호회 등)을 통해 본인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 나간다. 하루하루 본인을 위한 시간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여간다.

이 질문을 위해 한 의대 교수님이 쓴 책이 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예병일 교수의 ‘지못미 의예과’이다. 이 책은 의예과 생활이 무의미한 2년간의 휴식기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며 어떤 활동들을 해야 할지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위와 같은 다양한 생활을 하고 있는 예과생들에게 2년간의 생활을 충실하게 그리고 미래를 위해 투자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크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와 잘 어울릴 수 있게, 예를 들면 지역사회에 학교의 이름을 알리는 일들, 봉사활동에의 참여, 사회의 특별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등을 하도록 충고한다. 이것과 함께 의학적 지식뿐 아니라 인문학적 교양을 키우고 의료지식의 확산으로 의사에게 불리해질 미래의 의료환경 변화에 대비하여 실력과 함께 인간적인 의사로 변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송종협 수습기자/고려
<sssong@e-mednews.com>

여과되지 않은 앵글 속 희망 찾기

“그 날 난 깨달았어. 이 마음은 쉽게 겁을 먹는단 걸. 그래서 속여 줄 필요가 있어. 큰 문제가 생기면 가슴에 손을 대고 얘기하는 거야. ‘알 이즈 웰 (All iz well)’” “그래서 그게 문제를 해결해줬어?” “아니, 근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용기를 얻었지!”

지난 7일, 카이스트에 재학 중이던 학생이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카이스트에서만 올해 들어 4명 째.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자살을 선택하는 대학생들이 한해에 200~300명에 육박한다. 나침반을 들어 서남쪽을 향해 서면 우리나라에서 하늘 길을 따라 7시간 30분을 날아 도착하는 곳에, 인도가 있다. 이 먼 이국땅에서도 마치 우리나라를 거울에 비춘 듯 똑같은 비극이 일어나고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란초’는 자신의 학교에서 무한 학점경쟁과 가족의 기대 그리고 개인적인 소망, 이 모든 것이 불협화음을 이루어 스스로 운명을 달리한 학생을 목격한다. 그리고 인도에서 무려 90분에 한명씩 자살을 선택한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적힌 종이를 경쟁적 레이스를 부추기는 총장 ‘비루’ 앞에 제시한다. 그러나 그는 비장함으로 무장하고 총장을 문책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는 학교가 학생들을 서커스단의 사자처럼 훈련시키는 곳이 아닌, 자유롭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펼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 것이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접한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장장 160분에 달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정도로 인도영화 최고의 수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카메라는 졸업과 동시에 행방을 감춘 ‘란초’를 10년 만에 찾아 떠나게 된 두 친구를 따라간다. 태어난 순간부터 부모님에 의해 진로가 정해져 자신의 꿈을 맘속으로 삭여온 ‘파르한’, 가족부양에 대한 부담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실을 이겨내지 못했던 ‘라주’. 이 둘은 10년 전 ‘란초’의 진실된 충고로 스스로 두 발을 땅 위에 단단히 디디게 되었다.
<3idiots>가 자국에서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하고 세계적인 인기도 한 몸에 받은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 아름다운 남녀 주인공의 사랑에 중심을 둔 여타의 인도영화들과 달리 지금 바로 나와 내 이웃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여과 없이 사실적으로, 그러나 희망적으로 그려내며 긍정의 에너지를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관습에 대항하는 ‘란초’와 친구들의 대담하고 발랄한 행동들, 주옥같은 배경음악과 숨을 멎게 하는 인도의 아름다운 풍경, 중간 중간 삽입된 인도영화 특유의 흥겨운 뮤지컬 씬까지. 영화 좀 본다 하는 당신, 아직도 발리우드를 접해보지 않았다면 <세 얼간이들>을 택하는데 주저하지 않아도 좋다. 

이선민 기자/을지                                                      
 <god0763@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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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톱은 아무나 하나

과톱의 비밀을 샅샅이 파헤쳐보자!

어느 학교에나 과의 1등은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과톱’이라고 부른다. 신기한 점은 이상하리만치 이들의 위치는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명이 의대 6년 또는 의전 4년 내내 과톱을 유지하거나, 많은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두 명 정도가 번갈아가며 하는 정도이다. 이들은 꾸준히 자신의 위치를 붙잡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이 위치에 있게 하는 것일까?
과톱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전국 6개 의대, 의전의 과톱과, 이들의 절친들을 동일한 질문으로 인터뷰하였다. 이들의 삶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이다. 이 인터뷰들을 바탕으로 이들의 삶을 조명해보자.

남들과 다르지 않은 의대진입기,
그리고 비범한 각오

과톱들은 왜 의대를 지원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대부분 다른 의대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의사인 부모님의 영향이나 전에 다니던 대학 생활 중 임상에 흥미를 느끼는 등 개인적 환경에 영향을 받았거나, 전문직이 갖는 이점, 봉사하는 직업의 보람 등 일반 의대생들이 생각하는 동기와 유사했다. 이렇게 비슷한 동기로 의대에 지원한 과톱들은 어떠한 각오를 가져서 남들보다 우수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이들의 말을 들어보자.
“그냥 나 스스로 만족할 정도로 열심히 해서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라는 식으로 생각했어요.”
“어렵게 돌아서 온 길이고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이니만큼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러고 싶었어요.”
“나는 한의사라는 직업적 이득을 포기하고 이곳에 들어왔고, 그 때문에 내 주변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좋은 의사의 기본은 많이 알고 똑똑한 의사겠지.’하고 마음 다 잡았어요.”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포텐셜을 내보자 하는 각오를 했어요. 만약 지금 실패한다면 앞으로도 평생 원하는 일을 이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의학의 특성상 막대한 책임이 부과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공부했던 것과는 달리 좀 신경을 써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톱들이 말하는 공부비법

실습 도중 교수님이나 전공의에게 받는 질문은 여느 의대생이나 두려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과톱은 그런 교수님이나 전공의들을 당황하게 한다. 전공의가 학생이 대답을 너무 잘해 대답 못하게 하려고 한, 책의 구석에서나 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B 대학과 C 대학의 과톱들은 그것까지도 대답하여 전공의를 당황하게 하였다. 이러한 사소한 것까지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과톱! 이들의 공부비법을 지금부터 알아보자.
과톱들과 그들의 절친들이 말하는 공부의 비법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그 중 대다수의 과톱들이 이야기 한 것은 수업시간의 집중이었다. 과톱의 절친들의 증언에 의하면, 6명 중 4명의 과톱이 수업시간에 놀랄만한 집중력을 보인다고 한다. 나머지 2명도 졸거나 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교수님이 중요하다고 한 것에는 여전히 대단한 집중력을 보여준다고 한다. 어떻게 이들은 수업시간에 이러한 엄청난 집중력을 보일 수 있을까? B 대학의 과톱은 열심히 졸다가도 중요하다는 말에 반응하여 이미 손은 그 내용을 적고 있다. C 대학의 과톱은 앞자리에 앉아서 필기를 최소화하고 팔짱끼고 앉아 듣고 이해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고 말한 반면, F 대학의 과톱은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모두 받아 적는다고 한다. E 대학의 과톱은 수업시간에 보이는 집중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듣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집중하기 위한 체력, 그리고 능동적인 수업참여,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공부 잘하는 친구에게 모르는 것을 질문하고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빨라지는 것처럼, 우리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교수님께 내용을 듣고 질문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죠. 그리고 밤새고 수업을 들으면 집중하기 힘들겠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좋겠지만 안되면 카페인 도핑을 해서라도 수업시간에 집중할 체력을 만들어둬야 해요.”
두 번째로 이들이 말하는 비결은 그날 배운 내용은 그날 정리하는 습관이다. 과톱의 절친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역시 6명 중 4명의 과톱이 그날 배운 내용은 그날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2명도 그날 정리하지는 않지만 여건이 되는대로 모두 정리해두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정리벽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리를 잘하는 과톱도 2명이나 된다. C 대학의 과톱은 동아리 모임으로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간 날에도 복습은 하고 자는 철저함을 가지고 있고, A 대학의 과톱은 학교 행사나 모임 같은 것이 있으면 정리해야 하는데 몸이 힘들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세 번째로, 6명의 과톱 중 3명의 과톱은 쉬는 시간이나 밥을 먹는 시간, 여가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의 활용 능력이 대단하다고 한다. B 대학의 과톱은 이러한 시간에 책을 찾아보며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는 데 힘을 쏟는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사는 데에 아낌이 없다. A 대학의 과톱은 공부를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없다. 일반 학생들은 자리 만들고 필기구 정리하고 화장실 다녀오고 하는 등의 시간 허비를 조금이라도 하는 편이지만 A 대학의 과톱은 그런 시간 낭비 없이 자리에 앉으면 곧바로 공부를 시작한다고 한다. E 대학의 과톱은 수업 시간 중 교수님께서 딴 이야기를 하실 때 다른 공부를 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과톱의 절친들은 이들이 공부해야 할 것의 뼈대를 구성하고 세세한 것의 살을 붙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능력은 공부의 효율성과 직결된다. B 대학 과톱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개요부터 적고 시작한다. 큰 제목을 적고 단계별로 세부항목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C 대학의 과톱은 책의 활용능력이 좋다고 한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선택적으로 책에서 찾아 공부한다. 책을 무조건 파고들지는 않는 것이다.
그 외에도 각각 과톱들은 자기만의 특이한 습관들이 있다. D 대학의 과톱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확실히 외우고 계속적으로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여 자신이 외운 것을 복습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B 대학의 과톱은 점수에 반영된 것은 적극적으로 나서 확실히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E 대학과 F 대학의 과톱들은 수업시간에 자신이 모르는 것은 적극적으로 질문하여 알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이들의 공부량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눈에 띄게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의 공부량은 여느 평균 의대생들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복습하다가 시험기간에 많아진다고 한다. 게다가 이들의 수면시간은 평소에는 5-6시간 가량, 시험기간에는 2-3시간 가량으로 다른 여느 의대생들과 비슷하거나 시험기간에는 오히려 많다 싶을 정도이다.

과톱들도 여가를 즐긴다?

늘쌍 공부만 할 것 같은 과톱. 이들에게도 여가생활이라는 것이 있을까? 과톱의 절친들의 증언에 따르면, 6명의 과톱 중 3명의 과톱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증언했고, 나머지 세 명은 일반 의대생과 비슷하다고 대답했다. 과톱들이 가장 즐겨하는 여가활동은 게임과 동아리 활동, 연애, 친구들과의 만남 등 일반 의대생들의 여가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독서와 공부를 여가생활로 즐기는 과톱도 2명씩 있었다는 점이다. C 대학의 과톱은 신체적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면 공부모드로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쉴 때는 독서를 즐겨한다고 하였고, E 대학의 과톱은 방학 때 자신이 알고 싶은 것에 대한 캠프나 연수 등에 참여한다고 하였다. 반면, A 대학의 과톱은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을 확실히 구분짓는 편이었고, F 대학의 과톱은 일부러 약속을 잡아놓고 그 전에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집중력의 원천이라고 살짝 비밀을 밝혔다.

임경인 기자/가천
<4wooya4@e-mednew.com>

의대생, 치대생을 만나다

같거나 혹은 다르거나, 의대생 그리고 치대생

이름부터 흡사한 두 전공인 만큼 뭔가 비슷할거라 예상하지만 정작 서로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는 의대생과 치대생. 그래서인지 단국대 치대 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전대호(25), 박진성(26)씨를 만나는 것엔 막연한 설렘이 함께했다. 병원 실습을 마치고 왔다는 두 분을 만나 천안의 한 카페에서 와플과 커피를 앞에 두고 인터뷰는 시작되었고, 가장 재밌게 노는 치대가 단국대 치대일거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인터뷰는 진솔하면서도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되었다. 또래 친구들과 재밌게 수다 떨듯 나눈 의대생과 치대생의, 같으면서도 다른 이야기

- 보통 치대 쓰는 학생들은 점수대가 비슷한 의대도 함께 고려하는 경향이 많던데요, 특별히 치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요.
전 : 의대, 치대 둘 다 붙었는데, 서울에 더 가까웠던 단국대 치대를 선택해서 왔습니다. 치대도 전망도 좋고 직업적으로도 안정적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박 : 원래 미술 쪽 좋아해서 치대와 잘 맞는 것 같고, 전망도 좋아보여서 선택했어요.
전 : 치과학이 재미가 있긴 있어요. 좀 더 메카닉적인 요소도 더 들어가 있고 손기술도 많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재미있어요.

- 단국대 치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교과과정을 보니, 치과조직학, 치과생화학, 치과해부학 이런 식으로 의대에서 일반적으로 배우는 과목명 앞에 ‘치과’가 붙어있는 경우가 많던데 두경부 위주로 배우는 건가요?
전 : 우리는 이 과목들을 두 번씩 배우는데 예를 들면 생화학도 배우고 치과생화학도 배웁니다. 사실 크게 다르다기보단 예과 때 배우는 생화학은 주로 몸 전반적인 것 다루고 치과생화학은 치아와 연결시켜 배우는 거죠. 생화학이 치아에 미치는 영향 이런 식으로요.

- 의대의 경우 대부분 해부학을 힘들게 공부시키는데, 치대도 그런가요?
박 : 우리도 본1때 카데바를 가지고 해부학 실습을 해요. 1학기 땐 머리부터 목까지 하는 두경부, 2학기땐 몸 전체 이런 식으로요. 사실 해부학을 깊게 다루진 않아요. 그냥 한번 해보는 정도로? 우리도 골학을 하고 ‘땡시’도 보긴 보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게 힘들게 하진 않았던 것 같네요. 주로 두경부 쪽으로 자세하게 하는 정도예요.

- 의대생에게는 유급이 굉장히 무서운 존재인데, 치대에서는 어떤지 궁금해요.
전 : 알죠. 저희에게도 그게 커요. 제가 알기론 의대에 비하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저희도 유급을 많이 두려워하고, 그러다보니까 그것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하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저희는 한 과목에서 F가 나오거나 전체평점이 2.0이하이면 유급인데 이 점은 의대랑 비슷해요. 물론 학년마다 다 다르지만 1년에 한 두명, 6년 동안 평균 10% 정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해야죠(웃음)

- 의대에선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경향이 있는데 치대 내 분위기는 어떤지요.
박 : 이것도 학교마다 다를텐데요, 저희는 치전 없이 치대로만 운영되어서 아무래도 나이층이 어리다 보니 선후배간 유대가 많고 무척 엄격한 편이에요.
전 : 의대에선 대면식을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저희도 있어요. 우리가 들어올 때만 해도 아주 엄격하게 했어요. 본4부터 차례대로 학년 내려오면서, 무섭게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점점 술도 안 먹는 분위기로 가는 것 같아요.
전 : 5-6년 전만해도 나이가 어리더라도 선배면 형이라고 부르고 그런 게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건 없어요. 아무래도 엄격한 규율 같은 건 있지만 나이 많으면 존중해주죠. 또 치전은 연령층이 높다보니 선후배끼리나 동아리 내에서나 교류가 거의 없다고 해요. 

- 본4로서 지금 실습도시잖아요. 치대의 실습제도는 어떻게 되어 있나요.
박 : 저희 실습체계는 이거예요. 본과 2학년 때부터 임상실습이라 해서 치아 깎는 거라던가 교정 와이어 마는 것 등을 1년간 배워요. 본3때부턴, 의대는 PK라고 하잖아요, 저희 학교는 이걸 로테이션이라고 부르는데 과마다 1주일씩 돕니다. 그리고 본과 3학년 2학기 때부턴 원내생이라고, 병원에서 어시스트 하구요. 본4부터는 학생진료를 하는데, 최소한 사랑니 4개는 뽑아 봐야한다 이런 식으로 과제를 주면서 실제로 환자를 다뤄볼 수 있게 합니다.
전 : 원내생이 실질적인 인력으로서 병원에서 큰 역할을 해요. 원내생 없으면 병원 안돌아간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요. 의대 PK는 거의 옵저버 수준이라고 알고 있는데 우린 조금 다른 것 같아요.

- 졸업 후 이야기를 해볼까요. 의대는 졸업 후 대부분이 인턴-레지던트(1+4) 수순을 거치는데요, 치대도 비슷한 수련과정이 있다고 들었어요.
전 : 치대는 일단 1+3년이고, 학교에 따라 7-10개 과 정도가 있습니다. 수련 받는 비율 숫자로 봤을 때 의대는 90%를 넘어간다고 들었는데 저희는 절반도 안 되는 40%정도라서 거의 하는 추세라고 볼 순 없어요.
박 : 그렇죠. 치대는 의대와 달라서 어떤 과 하나만으론 개원하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이제 전문의 제도가 활성 되어가는 추세이므로 수련 받는 비율은 점점 늘어날 겁니다.

- 어떤 과가 인기가 있어요?
박 : 어떤게 인기가 있을 것 같아요?

- 당연히... 교정과인가요?
박 : 예상이 맞아요. 교정과가 굉장히 인기가 많아요. 의대에서 성형외과, 피부과 등이 인기있는 것과 똑같죠. 공부 잘하는 애들이 많이 지원합니다.
전 : 그 다음에 임플란트 관련 과가 오겠네요. 임플란트가 한 과에서 전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외과, 보철과, 치주과 3개 과 정도가 관련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과들이 대체적으로 인기가 있죠.

- 의사는 개원포화상태로 위기라는 말도 있는데 치과의 상황은 어떤가요?
전 : 미용실보다 많은 게 치과인데요(웃음). 그런데 경제적으로 예전 같지 않다 이거지 아직은  객관적으로 힘들다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박 : 교정은 예전인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데, 임플란트는 예전에 비해 쇠퇴하는 추세라서 치과의 전반적인 수입이 예전보다 조금씩 줄어들었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

-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치과 비싸요(웃음)
박 : 치과요? 더 비싸져야 돼요(웃음). 농담이고, 피부과처럼 심리적인 요소가 들어가다 보니 보험이 안되니까 그렇게 느껴지기도 하실 거예요. 그렇죠 치과 비싸죠. 그런데 금 같은 원재료 값도 있고, 무조건 많이 받는 건 아니랍니다. 점점 보험화가 되어가고 있으니 환자분들의 부담은 덜어질 거라 생각해요. 저희도 먹고 살아야죠 열심히 공부했는데(웃음)

- 치대가 전국에 11개 있다고 하셨죠. 치대들끼리 함께하는 활동이 있나요? 의대는 전국 의대 야구/축구 리그도 열리더라구요.
전 : 많아요. 11개밖에 안되다보니까 오히려 더 잘 모이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전국 치대 야구, 농구 리그도 있고, 또 69제라고 5월에 전국치대축제가 있어요. 왜 69제냐면, 6살에 구치가 나거든요. 왜 6월 9일이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한 대학씩 돌아가면서 주최해서, 운동동아리들 시합하고, 공연동아리들 공연하고 연예인도 부르고요.

- 약간 민감할 수 있는 문젠데요, 의대생들이 가진 편견 중 하나가 치대는 의대보다 공부량이 적다는 건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의,치대 중 의대를 선택해서 온 학생들 중 공부가 힘들 때 우스갯소리로 “아 치대갈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웃음).
전 : 솔직히 저희 생각하기엔 의대 공부량이 조금은 더 많지 않나 싶어요. 영역이 다르니까요. 실습만 봐도 양이 다르고 과 세분화된 정도도 훨씬 많고요. 내과도 의대는 호흡기내과, 순환기내과 이런 식으로 많은데 우리는 구강내과 딱 하나거든요. 또 의대 같은 경우는 6년 공부하는 것이 좋은 전공 하기위한 중요한 준비과정인데, 우리는 대체적으로 경쟁보다는 ‘다같이 무사히 졸업하자’가 우선인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까 공부량의 차이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렇군요. 또 다른 편견 중 치과의사는 의사적인 면보다 테크니션적인 면이 더 강하다는 것도 있더라구요. 들어보셨나요?
박 : 네. 틀린 얘기는 아니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물론 치아의 통증을 없애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치과의사에겐 심미적인 것도 중요해서 고난도의 손기술을 갖고 있는 기술자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하지만 다루는 분야가 다른 만큼 그것이 옳다 그르다를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전 : 그런데 교수님 말씀들도 그렇고 들어보면 의사들은 치과의사를 같은 의사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도 한다더라구요. 솔직히 우리 전공은 치아 쪽에 한정되어 있고 몸 전체적인 건 덜 다루다 보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학문에 위아래는 없죠. 또 치대 자체적으로도 너무 그런 메카닉적인 쪽으로만 쏠려가려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공부도 더 시키려고 하고.

-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이 인터뷰를 읽을 전국의 의대생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박 : 몸에서 차지하는 절대적인 부피는 작지만 치의학도 하나의 의학분야입니다. 치통이 두통, 생리통과 함께 인간이 참을 수 없는 3대 고통중 하나(웃음)일만큼 큰 고통인 만큼, 환자들을 치료해줄 때 큰 보람을 느껴요. 학문에 위아래는 없고 의사도 치아가 아프면 치과의사에게 올 수밖에 없듯이,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니까 서로 이해하면서 함께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전 : 치과의사보다는 사람 살리거나 고치는, 아무래도 생명과 더 직결된 일을 하시는 만큼 의사 분들을 개인적으로 많이 존경해요. 공부 열심히 하셔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의사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문서영 기자/을지
<celeste@e-mednews.com>

▲ 인터뷰에 응해준 단국대 치대 전대호, 박진성씨

의료분쟁조정법 국회 통과

3월 11일 ‘의료분쟁조정법(의료사고 피해 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1988년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건의 이후 23년 만의 일이다. 이는 공표 이후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치고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의료분쟁의 유일한 해결책은 소송으로, 평균 26개월이나 걸리는 소송 기간과 만만치 않은 변호사 선임비용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조정을 통해 4개월 안에 분쟁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환자가 조정을 신청한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고 1회에 한해 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어 길어야 4개월 안에 결론이 난다. 만약 조정 결과에 동의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이어진다. 환자가 조정 절차를 원하지 않을 경우 바로 소송으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

법안의 핵심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의 무과실 보상(무과실 의료사고 보상) △업무상과실치상죄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적용(형사처벌특례) △손해배상 대불제도 △의료배상공제조합 설치 등이다. 해당 법안은 의료사고에 따른 피해는 신속ㆍ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에게는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는데 큰 뜻을 두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어떤 기관일까

의료분쟁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이다. 중재원에는 ‘의료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와 ‘의료사고감정단’(이하 감정단)이 설치된다. 조정위는 5분의 2는 판사·검사·변호사로, 5분의 1은 비영리 민간단체 추천, 5분의 1은 보건의료인이 아닌 대학 부교수급 이상인 사람으로 구성된다. 의원들 중 실질적인 조사 활동을 위해 판사1명 그리고 변호사 또는 검사 1명을 반드시 포함한 5명이 조정부를 이룬다. 조정위는 의료분쟁의 조정과 중재, 손해액 산정 등을 맡는다. 감정단은 전문의 자격 취득 후 2년 이상 경과한 사람 또는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면허 취득 후 6년 이상 경과한 사람, 변호사 자격 취득 후 4년 이상 경과한 사람, 민간단체에서 2년 이상 임직원을 맡았던 사람들로 꾸려진다. 감정단은 의료분쟁 사실조사와 과실 유무, 인과관계 규명, 후유장애 발생 여부 등을 확인하는 일을 한다.

입증책임 전환 조항은 삭제,
형사처벌특례 조항은 포함돼

한편 시민단체는 의료분쟁조정법이 핵심은 빠진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소송을 할 경우 과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원고인 환자에게 있지만 의료소송에서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병원이 폐쇄적이다 보니 증거자료 수집이 어렵고 병원에서 행해진 진료의 전체 과정, 의무기록의 내용 등을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단체 등은 진료 과정에서 과실이 없었다는 것을 의사가 입증하도록 하는 ‘입증책임 전환’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재원과 같은 독자적인 감정기구를 둔다고 해도 진료를 행한 의료인이 아니고서야 병원에서의 의료행위 과정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과실 유무와 인과관계를 규명하기는 어렵다는 것.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입증책임 전환 조항이 빠진 상황에서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의료사고 감정단의 주 역할을 맡을 의사들이 환자 보다는 동종업계인 의사에게 유리한 감정을 할 개연성이 크다”라 우려했다.
하지만 입증책임 전환 조항은 진료기피 현상이나 과잉진료를 불러올 우려가 있다는 판단으로 폐기되었다. 의료계는 적극적으로 진료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며 환영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는 의료인과 환자의 불균형적인 상황이 악화될 뿐이라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쟁점 중 하나였던 형사처벌 특례 조항이 최종 법에 포함되었다. 조정이 성립되거나 합의에 성공한 경우 보건의료인을 형사처벌 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단 ‘피해자가 신체 상해로 인해 생명에 대한 위협이 발생하거나 장애 또는 불치·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된 경우’는 형사처벌특례 대상에서 제외했다. 피해자들이 고소를 남용할 수 있다는 것이 해당 조항이 포함된 사장 큰 이유. 형사 고소의 증가는 사고 위험이 큰 산부인과·흉부외과 등의 전공의 기피, 방어진료 경향 등의 현상으로 이어졌기에 형사처벌 특례 조항이 포함된 것에 대한 의료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금전적인 보상의 기회 확대될 듯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했을 경우 미지급금에 대해 조정중재원이 이를 대신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비용은 의료기관이 부담하고 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급여비의 일부를 중재원에 지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사고 보상에 의한 책임을 의사 개인이 모두 떠맡게 한 제도로 이는 안정적 의료 환경 조성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환자가 안정적으로 보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운전자보험이나 산재보험처럼 종합보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했다고 의료사고보상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분만에 따른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중재원이 그 피해를 보상해 주는 것으로 하고 있다. 구체적 분담비율, 보상 범위, 지급 기관 추가여부, 지급 절차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질 예정. 현재 재원은 복지부와 의료기관이 분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1천억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재원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대한병원협회는 “피해보상이 가능한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의 범위를 ‘분만’으로 한정한 것은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며 “의료인의 과실과 무관하게 발생한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차원에서의 피해보상이라는 책무성을 고려할 때 ‘분만’ 이외의 의료행위까지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문지현 기자/중앙
<jeehyunm@e-mednews.com>

개원가, 먹고 살만한가

전국 41개 대학병원에서 매년 30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의사면허번호는 10만 번 대를 돌파하였다. 그중 극히 일부만이 대학 병원의 교수로 남고, 10%는 종합병원의 봉직의가 된다. 10% 정도는 병, 의원이 아닌 제약사, 보건관련 기관, 보건소 등으로 진출하며, 40%는 일반 병, 의원의 월급 의사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40%가 가는 길이, 현재 3만 명의 경쟁자가 있는 길이, 바로 개원이다. 그렇다면 이 개원가, 먹고 살만한가?

개원하는데 많은 비용 필요,
신용불량자도 상당수

개원을 하기 위해선 서울 강남을 기준으로 하면 최소 3~5억 원이 들고 작은 동네 의원을 차린다 해도 1~2억원은 필요하다. 수많은 경쟁 병원들 사이에서 자신의 병원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실정.
하지만 이마저도 문 닫는 병, 의원이 많다 보니 은행권의 의사 상대 대출은 한도액이 줄어들고 이자율은 올라갔다. 씨티 은행은 닥터론 한도를 2년 전 5억원에서 3억원, 신한 은행은 3억원에서 2억5000만원, 하나 은행은 3억에서 2억원으로 줄였고, 국민 은행은 3억원의 한도를 유지하는 대신 가산 금리를 0.43% 올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확히 수치를 내보진 않았지만 의사와 한의사 중 20~30%가 신용불량자다.” 라고 밝혔다.

연평균 1700여개의 의원이 폐업

최근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06~2010년 의원 표시과목별 개, 폐업 현황에 따르면 5년 동안 연평균 1700여개의 기관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2001개 의원이 개원을 하였고 1559개 의원이 문을 닫았다. 정신과와 산부인과의 경우에는 개원 의원보다 폐업하는 의원들이 더 많았다. 정신과의 신규 개원은 28개 기관, 폐업 기관은 34개였고, 산부인과도 개원은 50개 기관, 폐업은 93개 기관이었다. 의원급 의료 기관뿐만 아니라, 병원과 요양 병원의 폐업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병원의 경우 지난해 153개 기관이 폐업하였고, 요양병원의 경우 114개 기관이 폐업하였다. 이들 의료 기관들의 폐업 사유는 기타를 제외하고, 경영상의 이유가 750건으로 가장 많았다.

무너지는 영역 간 경계와
과별 정체성

이러한 상황 속에 각 과들이 진료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진료 영역의 절대적 기준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소아과’에서 ‘소아청소년과’로, ‘진단방사선과’에서 ‘영상의학과’로, ‘마취과’에서 ‘마취통증의학과’로, ‘일반외과’에서 ‘외과’로, ‘임상병리과’에서 ‘진단검사의학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 일례이다. 피부과, 성형외과, 내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비뇨기과 개원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피부, 미용성형, 비만 등 비급여 진료에 뛰어들고 있다. 비급여 진료 시장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지만 수요가 끊임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원의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 내내 배운 전문 과목의 표기를 포기하고라도 일반 의원, 클리닉 등으로 개원하면서 비급여 진료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개원가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개원가 간에 진료 영역을 두고 다투는 일도 많다. 이비인후과와 성형외과의 비중격만곡증 수술, 치과와 성형외과의 양악 수술, 이비인후과와 치과의 코골이 수술, 외과와 내과의 내시경 검사, 산부인과와 비뇨기과의 유방 질환, 요실금 수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개원의들의 이익 단체
설립될 예정

올해 4월 2일, 대한 의원협회 설립 추진 위원회(의원추)는 ‘대한 의원 협회 발기인 대회’를 개최했다. 의원추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개원의들의 이익 단체인 ‘대한의원협회’의 설립을 위한 위원회이다. 개인 의원의 열악한 진료 환경과 경영 수지의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전문 과목, 진료 과목별 이해에서 벗어나 대한 의원 협회의 이름 아래 하나가 되어 자긍심을 되찾고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자는 취지이다.

개원가 안정화가 가슴 뜨거운
의사들을 만들 것

어떤 이들은 국민 건강을 수호해야 할 의사가 자신들의 부만을 추구한다며 이러한 움직임을 비난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돈만을 바라고 의대에 온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환자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진정한 실력으로 환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 그러한 비전이 있기에 고된 수련 과정 속에서 온갖 혼란과 불확실함, 두려움, 무기력함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만 싶어질 때에도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양심적으로 환자 한명 한명에게 최선을 다하는, 가슴이 뜨거운 의사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개원가의 진료 환경과 경제 상태가 안정화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당장의 적자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양심적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 의사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없애나가고 정부, 대중과 소통하여 더 내실 있는 파이를 만드는 것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공통 과제이다.

심유진 수습기자/단국
<jinshim@e-mednews.com>

변호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까닭은?

사법연수생 반대 성명에 이어 변호사들 집단 시위
사법고시와 로스쿨, 그 과도기에 선 법조계

법조계가 한창 뜨겁다. 법무부의 ‘로스쿨 졸업생 검사 임용안’을 둘러싸고 사법연수생들이 반대 성명을 낸 것에 이어, 변호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시국 관련 사안이 아닌 것으로 시위를 벌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로스쿨 학생들 역시 동맹 자퇴의 결의로 맞서는 등, 상황은 점차 가열되고 있다. 법조계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로스쿨 도입부터 한번 살펴보자.

시대적 흐름과 법조 일원화를
위한 선택, 로스쿨

로스쿨은 1920년대에 미국에서 자리 잡은 법학 교육 기관으로, 그 설립 요점은 법학을 배우기 전의 학부 4년간 다른 전공과목을 배운다는 점이다. 의료 소송에서는 의료에 전문가인 법조인이 필요하듯이, 사회의 다양화와 함께 새로 생겨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전공의 법조인을 만드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약 6~7년 전부터 로스쿨 설립을 준비하기 시작하여 2009년 첫 신입생을 받았으며, 내년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1기가 탄생한다. 한국 역시 사회의 다양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기 위함이었으며, 국가 인력 낭비를 초래하는 ‘고시 낙오생’을 줄이자는 취지도 있었다. 또한 변호사를 양산하여 대기업이나 부자 뿐 아니라 모두가 쉽게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의 문턱을 낮추려는 계획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 법조계 내부에서는 지금까지도 큰 갈등요소가 되어온 법조일원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면도 있다. 현재 한국의 법조양성제도에서는 법과대학, 사법고시, 사법연수원을 거치며 성적이 좋은 소수의 연수생들만이 판검사로 임용되고 나머지는 주로 변호사 개업 쪽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이는 판사-검사-변호사 간의 벽을 만들 뿐 아니라, 법조 경험이 없는 판검사의 무리한 재판이나 수사, 사법기관의 폐쇄적 엘리트주의와 관료주의를 낳는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그래서 판검사 임용 시 재조(사법부 및 검찰)와 재야(변호사) 등 법조계를 일원화 하는 것이 ‘법조일원화’이다. 법조일원화가 되면 풍부한 경력을 가진 변호사들이 판검사에 임용됨으로써, 다양하고 전문화된 사회적 요구가 사법과정에 반영될 뿐만 아니라 사법기관에 대한 시민사회의 간접적 통제로 기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법조계는
어디까지 왔을까.

 먼저 로스쿨 졸업생의 실무능력을 생각해 보자. 대개 사법고시생들은 4년의 법과대학 과정을 거치고, 평균적으로 3년 가량을 사법고시 준비에 집중하게 된다. 이후에도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의 강도 높은 실무교육을 받은 후 법조계로 나아간다. 하지만 로스쿨의 경우 법학과는 전혀 무관한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로스쿨 3년을 거쳐 변호사 시험을 치면 된다. 9년과 3년, 양적으로도 차이가 나지만, 사법연수원보다는 법과대학과 비슷한 로스쿨을 졸업한, 기초법학도 배우지 못한 그들의 실무능력을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도 다양한 전공분야의 사람들이 온다는 장점은 있지 않을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도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지난 3년간 로스쿨 입학생 중 법학계열이 차지하는 비율은 34.38%, 37.65%, 심지어 올해에는 49.14%를 차지하여, 로스쿨은 사법고시 탈락자들의 패자부활전이라는 말마저 있을 정도다.
반절뿐인 비법학계열 출신도 자신의 전공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부분 전공 관련 경험이 많지 않은 학부 졸업자일 뿐이며, 많은 경험을 쌓고 로스쿨에 지원한 자에게는 “나이가 많은데 3년 후 변호사 시험까지 다 외워서 통과할 수 있겠느냐”와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 로스쿨 입장에서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전공에 경험이 많아도 나이가 많다면 애초에 로스쿨 합격 자체가 힘든 것이다.

그런데 법조일원화까지
지키지 않겠다고?

이런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로스쿨화가 계속 진행되어 왔던 것은 그 도입 취지 때문이었다. 다양성의 추구와 법률의 문턱 낮추기 등, 시대적 흐름을 충실히 반영한 선택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결국 사법연수생과 변호사들을 거리로 불러낸 것은 법무부의 ‘로스쿨 졸업생 검사 임용안’이었다. 지난 2월 14일, 법무부는 로스쿨 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을 검사로 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젊고 우수한 인력을 판검사로 미리 선점하려는 법무부의 이 생각은 법조일원화에 위배될뿐더러, 원장의 추천을 받는다는 것은 권력이나 집안 등에 따라 추천되는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할 수도 있다. 비판이 거세지자 원장 추천제 대신 상위 10%로 기준을 바꾸었지만, 사법연수생들과 변호사들은 로스쿨 졸업생의 판검사 임용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아직 5년 이상 지속될 갈등

로스쿨 졸업생 배출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지금에서야 이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로스쿨의 도입은 노무현 정권 말기에 정해졌지만, 사법고시와 로스쿨의 공존기간 동안 임용은 어떻게 할지, 새로이 생기는 변호사 시험은 어떻게 할지 등 세부적이지만 중요한 사항은 관련 당국이 모두 눈을 감았던 것이다.
의료계의 의전원화의 경우 2014년 이후 대학의 자율화에 맡김으로써, 사실상 의과대학으로의 회귀가 예상되고 있다. 그에 반해 아직 한창 전환이 진행 중인 법조계. 사법고시가 폐지되는 2017년까지는 사법고시 합격자가 나올 것이고 그 이후에도 2년간은 사법연수원생이 배출될 것이다. 동시에 내년부터는 로스쿨 졸업생이 나올 것이며, 결국 언젠가는 판사, 검사, 변호사 모두 로스쿨 출신이 맡게 될 것이다. 변화 후의 법조계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세용 기자/연세
<avantgarde91@e-mednews.com>

의료계 여풍당당, 그러나 현실은

의료계에 여풍이 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전공의 중 여전공의의 비율은 35.5%에 육박했다. 뿐만 아니라 전체 의사협회 회원의 20% 이상을 여의사가 점유하고 있고,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의 여학생 분포 또한 30%를 넘어서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의료계 여성인구, 그러나 그들은 안녕한 것일까?

전공의 선발과정과 수련에서부터 출산, 육아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의사의 증가 비율에 비해 기본적인 시설, 처우 등 근무 환경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9년 11월부터 3개월 간 대학병원 여전공의 3805명과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3·4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 1905명을 대상으로 한국여자의사회에서 실시한 전국 ‘의학전공 여학생과 여 전공의의 환경개선과 진로 결정을 돕기 위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 같은 문제를 절실히 보여준다.

기본적인 생활공간 조성 미흡…
성추행 위험까지

‘재학 및 수련 중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병원생활에 불편함을 느꼈던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70~80%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여자 화장실, 수술실 내 여자탈의실, 여자 샤워실, 여자 당직실 부족 등 기본적인 생활공간 조성 미흡에 따른 것이었다. 이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일부 지방에서는 남녀 전공의의 생활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환경은 여성이 수련과정중 성희롱 또는 성추행에 노출되게 하는 위험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성희롱과 성추행에 대한 예방 교육 혹은 사후 상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서나 제도가 부실한 것도 문제이다. 조사 결과, 학생의 26% 그리고 전공의 20%가 본인이 성추행 피해 경험이 있다고 대답하였고, 다른 사람이 성추행을 겪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역시 학생과 전공의 중 ‘그렇다’는 대답이 약 25% 내외였다.‘여성’과 ‘전공의’의 기로에 놓이는 여성 의료인 법정 출산휴가 사실상 지켜지지 않아, ‘다산=유급?’

‘여성’과 ‘전공의’의 기로에
놓이는 여성 의료인
법정 출산휴가 사실상
지켜지지 않아, ‘다산=유급?’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 마취과 전공의였던 C씨(2년차)는 신경차단술이나 신경외과 수술 중 C-arm 등 방사선 노출이 심한 작업을 반복하는 일이 태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생각에 임신 4개월 무렵 병원에 스케줄 변경을 요청했다. 그러나 의국에서는 대체인력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부했고 C씨는 건강한 출산을 위해 결국 병원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전문의에게 주어지는 과중한 업무와 결원 발생에 대한 조처의 부재는 여성 의료인이 결혼과 임신, 출산이라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는 법정 출산휴가기간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법정 출산휴가기간인 3개월을 모두 채운 사람은 18.9%에 불과했고,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45~90일 미만의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도 채 쉬지 못했다는 응답 또한 6.7%나 됐다. 출산 휴가제도의 적용 횟수에도 문제가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출산을 장려하는 우리나라에서 ‘여성 의료인의 다산은 곧 유급’을 의미한다. 대한병원협회가 2009년 제정?공포한 현행 '전공의 수련규칙'에서는 여성 전공의의 출산휴가를 명시하면서도, 해당 여성이 피교육자라는 점을 감안해 1회 출산 휴가(90일) 기간만을 수련기간으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2회 이상 출산한 경우에는 1회 출산 휴가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만큼(최소 90일 이상) 추가 수련을 받아야만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현재의 이 같은 제도는 여성 의료인의 출산을 저해 하며, 이는 인구 부족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덴마크에서는 출산 휴가로 인한 공백으로 수련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른 병원의 상급연차로 이동하는 등 유동적인 전공의 수련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유동적 전공의 수련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여의사의 양육을 지원하는 병원,
약 7%에 불과해

출산 후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는다. "병원에서의 주 1회의 당직 근무, 주말 출근, 진료 시간 외에 강의와 연구로 결국 지금은 입주 아주머니, 주 1회 살림만 하시는 아주머니, 주 3회 대학생 베이비시터 알바까지 동원해서 겨우 겨우 육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라는 여의사의 말은 병원에서의 과중한 업무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보여준다. 과중한 업무가 계속되는 병원 환경에서 개인이 양육에 대한 부담을 전부 지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육 시설 관련 복지 정책을 진행 중인 병원은 단지 7%에 불과하다.  이들 병원에서는 병원 내에서 보육 시설을 직접 운영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타 업체에 위탁 또는 수혜 직원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형태로 지원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북 마음 사랑 병원에서는 병원 내 ‘아이사랑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고, 대체 인력을 10% 마련하는 등 육아에 대한 뒷받침 노력을 시행 중이다.

제도 부실에 의해 나타나는
성차별 극복돼야

“출산포기 각서를 써도 좋으니 뽑아만 줬으면 좋겠어요.”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제도 미숙은 더 나아가 여성 의료인에게 ‘유리천장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여성의 전공의 선발과정에서 느끼는 성차별에 대한 조사에서 학생의 경우 94%가, 전공의의 경우 92%가 ‘그렇다’ 는 대답을 할 정도로 전공의 진입 시 성차별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전공의 선발 시 시험 성적이 좋다 하더라도, 면접시험에서 여성 응시생에게 결혼과 출산계획 등을 집중적으로 캐어묻기도 하며, 이미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전공의 선발 시 열외 시키기도 한다. 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일부 수련 병원에서는 업무 공백을 우려해, 전공의 선발 시 여전공의들에게 ‘결혼 및 임신 금지 서약’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적이 좋아도 재수를 하고, 정원 미달인 소아과, 산부인과에 여성 의료인이 많은 것 또한 여성 기피로 인한 현상으로도 설명된다.

여성 의료인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 필요해

물론 현재의 병원 시스템 하에서 나타나는 도제식 의료 노동, 당직 등 초과 근무에 따라 여성이 갖는 체력적, 신체적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여성 의료인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임신, 출산 시 제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 전문의에게 주어지는 병원 업무도 과중하며 임신, 출산 등으로 여성 의료인이 부재할 경우 업무를 맡을 대체 인력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는 곧 다른 의료인들의 상대적인 업무양 증가로 이어지며, 해당 업무의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지 않도록 한다. 이러니 병원 임원진이나 다른 의료인들이 신체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제약이 없는 남성 의료인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여성 기피현상에 대하여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공의 업무량의 축소와 대체 인력 확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에서 여의사들의 근무 환경 개선, 설자리 마련을 위해서는 다양한 집단에서의 공감대 형성과 적극적인 의견 교환도 중요하다. 최근 제 3회 전국 여의사 대표 간담회에서는 ‘여의사 권익을 위한 결의문’을 통해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관련 단체들의 여성임원을 30% 이상 확충하도록 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한국여자의사회에서는 여의사의 진로, 결혼, 학술활동 여건, 인권사항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설문조사 실시 후 대안 마련과 멘토링 제도 등을 실시할 예정에 있다. 소통에서부터 정책적 지원까지, 해마다 가하는 여성 의료인의 기본권 보장과 사회 유지를 위한 체계적인 국가적 보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유라 수습기자/서남
<youzr-_-a@e-mednews.com>

구제역 대란, 끝나지 않은 이야기

바이러스 기초연구에서부터 국내 축산업까지, 남겨진 과제 많아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126일 만인 지난 3일 사실상 종료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충남 홍성군을 끝으로 각 시·군 단위로 내려졌던 가축이동제한이 모두 해제됐다고 밝혔다. 이번 구제역은 국내에서 사상 최장 기간 동안 발생했으며, 350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 되고 3조원의 재정이 소요되는 등의 기록을 세웠다.
무엇이 이런 최악의 사태를 만들었을까. 이번 구제역의 전개 과정 속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되짚어 보았다.

바이러스 습격사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국내에서는 구제역 뿐 아니라 신종인플루엔자, AI 등 바이러스성 전염병들이 전국을 강타했다. 그로 인해 전국민이 불안에 떨었고, 그 피해 또한 엄청났다. 가히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라 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구제역 발생 기간이 길어진 원인 중 하나로 국내 바이러스와 백신 관련 연구 시스템의 부재가 지적되었다. 구제역 백신 생산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긴급 대응을 하려다 보니,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16% 정도 염기서열에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외국 백신(O1 마니사)을 들여와서 사용한 것이다. 이 경우 바이러스 돌연변이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백신의 효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 감염인자들의 효율적인 예방, 통제, 진단,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연구 시스템과 독자적 백신생산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NIH(미국국립보건원) 관련예산 약 6조3000억원(2006년)인 반면, 한국은 239억원(2008년)에 불과하다. 또 고위험 바이러스연구에 필요한 Biosafety Level-3 시설의 경우 미국이 1400여개, 한국이 10개 내외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바이러스 관련 연구기관 간의 R&D(Research and Development) 수행의 연계성 부족 및 바이러스 전문 연구기관 부재도 지적받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작은 움직임들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 대한개원의협의회는 구제역 및 바이러스성 전염병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하고 “구제역 등 바이러스 전염병에 대한 국가적인 연구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바이러스학 연구를 위해 Bio-safety level-4의 실험실과 ‘국립중앙미생물학 바이러스 연구소’를 건립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내용의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하였다.

생매장, 그것이 최선입니까?

지난 달 CNN에는 우리나라에서 수천, 수만 마리의 돼지를 생매장 하는 영상이 보도되었다. 누리꾼들은 국가적 위상이 추락했다며 무자비한 살처분 정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었다. 국민들의 정서 뿐 아니라 이렇게 마구잡이로 살처분된 가축들은 2차, 3차 오염을 일으키며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매몰지 143곳에서 침출수가 주변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악취를 발생시키며, 동물 기름은 지표로 떠올라 토양을 검게 오염시키고 있다.
이에 수의과학검역원 주이석 질병방역부장은 “감염동물을 신속히 제거하는 것(살처분)이 현재까지 알려진 안타깝지만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80여 개의 지역으로 구제역이 확산된 후에야 살처분이 최선일 수 있다. 하지만 축산농가의 자율방역의식과 일관된 방역체계, 그리고 신속한 백신접종이 이루어졌다면 이렇게 많은 가축이 생매장 되는 일은 없을 것임은 분명하다. 지난 12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구제역 및 AI 현황과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긴급 정책토론회를 열고 ▲축산 농가의 자율방역의식 정책수립 ▲살처분 및 백신접종의 상황별 병행 ▲구제역 확산 저지를 위한 군병력 조기투입 ▲검역검사청 설립 등 방역시스템의 일원화 ▲검역 검사청 내 전문연구소 설치 ▲가축 전염병 예방법 등 관련 법규 개정 ▲살처분 가축 매몰지에 대한 철처한 환경오염 관리 등의 사항을 강력히 건의키로 했다.

축산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이번 구제역 사건으로 뭇매를 맞은 곳은 또 있다. 바로 우리나라 축산업계이다. 문제가 제기된 가장 큰 이유는 가축 간 전염의 위험성을 높이는 벌집형 사육방식에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닭 한 마리를 키우는 평균 면적은 A4용지 3분의 2, 새끼돼지 1마리의 공간은 A4용지 2장 크기다. 어미 돼지들은 쇠파이프로 짠 케이지에 꼼짝도 못하고 갇혀서 새끼를 낳는 출산기계처럼 생활하고 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비좁은 공간에 많은 가축을 몰아 기르다 보니, 축사 환경은 최악이다. 축사 바닥에서는 가축들의 분변으로 인한 악취와 가스가 올라오고 축사 내의 온도도 높다. 이런 환경에서 운동을 하지 못한 가축들은 질환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 전염병이 한 번 돌면 떼죽음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가와 지자체가 협력하여 점차적일지라도 꾸준한 축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제역이 남긴 사회적 메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구제역은 ‘인재(人災)’이며 그러므로 예방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음에도 예방, 예방이 최선이다. 어리석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그만 두고 바이러스 기초연구, 방역체계, 우리나라 축산시스템 등에 꾸준히 점검해 나가야 한다.

하진경 수습기자/계명
<hajinkyeong@e-mednews.com>

이야기 치료를 이야기 하다

수많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현대의학이지만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것은 의학만의 영역이 아니다. 시 치료, 미술 치료, 음악 치료와 같은 대안 치료법이 많이 제시되는 요즘, 새로이 떠오르고 있는 분야는 ‘이야기’ 치료. 경북대학교 문학치료학과에서 이야기치료를 가르치고 있는 권희영 교수님을 만나보았다.

Q. 이야기 치료란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요.
이야기 치료는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힘들어요. 왜냐하면 그 패러다임이 기존 상담 이론과 굉장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내담자가 상담자를 찾아왔을 때 자기 삶이나 문제에 대해 얘기할 거 아니에요. 이 때 내담자가 얘기하는 것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언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그런 방식에 집중을 하는 것이 이야기 치료입니다.
Q. 보통 ‘이야기’라고 하면 동화를 상상하기 쉬운데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이야기 치료를 외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와 보니까 이야기 치료에 대해 관심도 많지만, 오해도 많았어요. ‘이야기’라는 단어 자체가 중의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내담자에게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읽게 하고, 해석하게 하는 것은 독서 치료에 가까운데, 이야기 치료를 그런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사실 이야기 치료는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고, 현재 유럽 쪽에서 호응을 많이 얻고 있는 편이에요.

Q. 그렇군요. 그렇다면 치료 이름이 왜 ‘이야기 치료’인건가요?
아까 소개할 때 잠깐 언급했지만, 이야기 자체에 집중을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상담 이론 같은 경우에는 인간의 성격 구조나 인간관에 대한 이론이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이론에 근거해서 내담자의 성격구조나 심리상태를 평가하고 분석하는데, 이야기 치료에서는 그런 이론이 아니라 내담자가 말해주는 이야기자체가 가장 중요한 소스가 됩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내담자가 사건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 등에 주의를 기울이는 거죠. 그래서 이야기 치료입니다.

Q. 내담자의 이야기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
만약에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데, 내가 그 사건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을 하면 나는 행복한 겁니다. 반면에 내가 그 사건에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면 나는 불행해집니다. 이렇게 불행해진 사람들이 내담자가 되어 찾아 왔을 때, 그 사람들이 그 사건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다시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야기 치료입니다.

Q. 그렇지만 그 사건 자체가 너무 불행해서 내가 힘들어질 수도 있지 않나요?
이야기 치료에서는 모든 사건에는 양면성(긍정, 부정)이 있다고 봐요. 왜냐하면 이야기 치료에서는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 문제가 생긴다기보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문제라고 해석하는 것은 내가 그 사건을 강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Q. 그럼 방금 말씀하신 ‘강화’시킨다는 것이 뭐죠?
내가 그 사건에 특별히 집중하고 큰 의미를 부여해서, 그 사건이 나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강화에요. 보통 문제가 생겼다고 느끼면 이 사건과 비슷한 과거의 다른 사건들을 계속해서 수집하고 연결하게 됩니다. 이렇게 문제를 더욱 확대시키다 결국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라고 생각하게 되죠.
예를 들어, 어떤 일들 때문에 힘들고 우울한 경우, 내가 그 사건에 대해 우울하다고 의미를 부여한 겁니다. 그렇게 우울하다고 생각하고 그 생각에 계속 빠져있으면 우울한 것이 나의 삶과 내가 맺고 있는 관계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게 돼요.
‘문제’라는 건 어떤 사건에 부정적 의미를 부여한 것일 뿐인데, 사람들은 내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때, 이야기 치료에서는 그 사건과 나의 관계를 파악하고, 나와 사건을 따로 떼어놓고서 그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파악하는 데 중요성을 둡니다.

Q. 그러니까 ‘문제’가 사실은 내담자의 ‘해석’일 뿐이라는 거네요. 심리학과는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심리학에서는 내담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게 진짜 문제인지 의문을 제기 하기보다는 문제에 집중해서 그 사람 내면을 들여다보잖아요. 이를테면 과거에 어떤 트라우마가 있었는지, 그것이 성격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쳐서 이런 문제를 발생시켰는지 말이에요. 그런 방식이 익숙했는데 문제가 그 사람이 아니라는 건 굉장히 새롭습니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고, 문제가 문제다.” 이야기 치료에서는 가장 유명한 문장이에요.
문제와 사람을 별개로 생각하는 것은 이야기 치료가 내담자가 가져온 문제를 대하는 일반적인 태도입니다. 그 사람 인격과 성격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고정되어 있던 관점을 바꾸어주는 것입니다.
이야기 치료는 분석하는 것이 정형화된 틀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거부합니다. 본인만의 이유가 있을 텐데도 심리학 상담자는 이론을 기준으로 해석을 하죠. 물론 그것이 맞을 수도 있지만 틀릴 수도 있잖아요. 사람마다, 종교마다, 문화마다 다 다르니까요. 그걸 다 고려해서 전문가인 상담가가 내담자의 위치에서 똑같이 삶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그렇다면 치료를 할 때, 내담자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라고 권유하는 식인가요?
내가 어떤 방향을 제시하는 게 아니에요. 우선 내담자와 같은 관점을 가짐으로써, 이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사건을 바라보는지 파악합니다. 그런 뒤 그 사건을 내담자와 분리시켜 내담자가 객관적으로 생각하게 하거나, 사건을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도록 계속 질문을 던져요. 그렇게 해서 내담자 스스로 그 의미나 다른 해석의 방향을 찾도록 해줍니다. 만약 내가 어떤 식으로 생각해보라고 권유하거나 지시하면, 그건 내담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내담자가 스스로 찾도록 도와주어 결국 그 사건을 문제로 보지 않고 긍정적으로 바라 볼 수 있게 유도합니다.

Q. 관점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은 너무 힘들 것 같아요.
어떤 큰 일이 생겼을 때, 부정적인 생각을 바꿔야겠다고 다짐하는 것보다는 이게 정말 힘든 일인가하는 의문을 가져보는 것이 좋아요. ‘왜 나는 이렇게 생각할까?’ 이런 식으로 자꾸 ‘왜?’라고 질문하다보면 사건을 다른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니까요.

Q.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상은 사실 50-60대 인생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 모습입니다. 그런데 다들 조급하게 그때 모습을 지금 빨리 이루길 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차근차근 발전해서 마지막에 그 모습을 갖추면 되는 건데 지금부터 그 목표의 그림자라도 보길 원하는 거죠. 그러니까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뭘 해내야겠다는 초조함을 느낄 필요가 없어요. 내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느냐가 중요하지 그 모습을 지금 꼭 갖출 필요는 없잖아요. 인생은 기니까 다 할 수 있어요.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

'80호(2011.04.11) > 문화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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