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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살벌한 연인, 간호사와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의 생생솔직 앞담화

의사와 간호사. 의대생활 일이년 짬밥이면 그 두 집단 간의 달콤 살벌한 관계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수없이 거쳐 간 의대-간호대 커플의 달콤한 관계와, 복수의 복수를 거듭하는 살벌한 관계. 극과 극의 소용돌이 속에서 문뜩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비오는 신촌 거리의 한산한 커피숍에서 병동 간호사 선생님, 보건 교사 그리고 내시경실에서 근무하시는 간호사 선생님. 이렇게 세 분과 함께 조심스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았다. 간호사 그리고 의사에 대해서.

내 어릴 적 꿈...
- 간호대로 진학하기로 결정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학창시절에 잠시 중국에 나가있던 적이 있거든요. 그 곳에서 전염병이 돌았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옆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내가 그 사람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기도밖에 없었고요. 그 때 느꼈던 그 무력함이 큰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간호대 진학...
- 교과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학교마다 다르지만 1학년 때는 해부·생리·생화·미생물학 같은 기초의학, 간호영어, 간호학 개론 같은 걸 듣고요. 2학년 때는 병리, 약리, 성인간호학, 아동간호학, 정신건강간호학 같은 임상과목을 배우고. 보통은 3학년 때부터 병원실습을 나가면서 학교수업을 병행하게 되요. 매우 드물지만 저희도 유급하는 학생들도 있죠.
의학이랑은 학문자체의 기본적인 바탕은 같지만 ‘의학’을 보는 포커스가 다른 것 같아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하고 간호를 통해서 사람이 얼마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느냐는 다르잖아요?

간호사 그리고 ...
- 졸업 후 진로에는 무엇이 있나요?
보험 관련 일을 한다거나, 외국계 제약회사, 보건소에서 일 할 수도 있고요. 임용고시 시험을 봐서 보건교사를 하기도 하죠. 보통은 병원에서 일하는 임상 간호사가 많고요.

- 대학병원 ‘과’ 지망할 때, 선호하는 소위 ‘인기 과’가 있나요?
개인차가 커요. 의사가 전공 선택하는 거랑은 다르게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지원하거든요. 전문 간호사 제도가 이제 있긴 하지만 보통은 로테이션되서 여러 과를 돌거든요. 과마다 급여가 다르진 않으니깐 그것보다 처음에 입사할 때는 전문적인 일을 배울 수 있는 ER, ICU 같은 데 지원하지만, 빡세니깐 나중에는 타과로 빠지거나 하죠.

- 병원에서 수련과정은 어떤가요?
‘신규 간호사 - 경력 간호사 - 파트장 - 과장’순 으로 되는데요. 과마다 학교마다 몇 년차 때 수간호사를 하는지는 달라요. 요새 수선생님은 박사까지 하시더라고요. 대학원은 다 기본이고. 간호사가 원채 인력 자체가 젊으니깐 대학원, 포닥까지도 하는 추세예요.

- 전문 간호사 제도는 어떻게 다르나요?
대학원을 가고 자격증 시험을 봐서 그 전문 자격증을 따야 되요. 병원 다니면서 해도 되고. 졸업하고 대학원 나오고 나서 해도 되고요. 그런데 해당과에 임상경력이 최소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되요.
간호사의 하루...
- 3교대를 하시는 병동 간호사 선생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3교대는 day, evening, night로 보통 8시간씩 딱딱 나눠요. day인 경우에는 6시부터 2시까지 일을 하고, 그 전에 인계를 받아야 되니까 출근은 5시 반에 하는 거죠. 대부분 힘든 night는 한 달에 4번이상은 안주고요. 3교대가 빡빡하긴 한데, 생활이야 뭐 거기에 맞춰서 하는 거죠.

-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과마다 학교마다 많이 달라요. 그래도 무엇보다 환자를 ‘간호’하는 게 주 업무죠. 정기적으로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약물 주사도 저희 일이예요. 각종 검사를 보조하기도 하고 수술 간호사는 수술실에서 보조를 서죠. 의사랑 같이 케이스 연구를 하기도 하고요. 금연교육이나 식이조절 같은 일상 생활교육도 간호사 담당이에요.

- 간호사로서 느끼는 보람은?
환자들이 고맙다고 말해주거나 도와주려고 할 때? 혼나거나 힘들 때 위로해주거나 반갑게 맞아주면서 내 입장을 이해해 주려고 할 때 든든해지고 기분도 좋아져요. 물론 일 잘했다고 칭찬받을 때도 보람을 느끼고요.
내시경실 같이 전문성이 강한 파트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자부심도 생기고 내가 인정받고 있구나를 느끼는 데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다른 병원 펠로우 선생님이 우리병원에 수련 차 나왔는데 같이 내시경검사를 하다가 제가 조언을 준적도 있어요.

- 펠로우 선생님이시면 그래도 상당한 경력도 있으실 텐데, 자존심 상해하시진 않던가요?
적당한 선을 지키죠. 그렇지만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그 분보다 제가 경력이 더 오래되었으면 도움 드릴 수 있는 거잖아요. 그 분들도 능력있는 간호사를 두는 걸 더 선호하시니까 오히려 더 좋아하세요. 그러면서 서로서로 경쟁하면서 발전해 나갈 수도 있고요.

간호사 그리고 의사...
- 간호사와 의사, 특히 인턴과 역할 분담이 굉장히 모호한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직무 기술서가 있어서 1년차에 하는 일, 스태프가 하는 일이 다 있어요. 그런데 그게 병원마다 좀 차이가 있어요. 채혈이나 culture는 저희 병원에선 간호사 일인데 다른 병원은 그걸 의사가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경계가 특히 전문 간호사가 도입되고 나면서 좀 더 모호해졌어요. 드라마 ‘뉴하트’에서 전문 간호사가 심장제세동기 사용한 것 기억나세요? 전문 간호사였는데 의사 없이 시행했다고 문제가 됐었잖아요. 아직까지는 과도기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전문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도 병원마다 다르고 서로의 역할도 아직 분명하지 않고요.

- 많이 마주치다보니깐 부딪히는 일도 많을 수밖에 없나 봐요
오늘 있었던 일 얘기하면 또 울화가 치미는데요.(웃음) 4년차 레지던트가 환자 L-튜브를 교환해야한다고 가져다 달라 더라고요. 그런 일은 본인도 할 수도 있는데 저희한테 콜벨을 눌러서 얘기를 하세요. 저는 얼마큼 필요한지 모르니깐 필요한 만큼 잘라서 쓰시라고 크게 가져왔어요. 그런데 보호자 앞에서, ‘센스 없게 이렇게 크게 가져왔다고’ 얘기를 정말 크게! 하시는 거예요. 너무 기가 막혔죠. 서운하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들이 쌓이면 아무래도...

- 간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라서 인 것 같기도 해요. 일단 저희 학생들은 대부분 잘 모르거든요.
지금 근무하는 의사선생님들도 저희 역할을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거 때문에 부딪히는 일들도 많고. 서로 내일이니 니일이니 하면서. 그런 것들을 서로 의사소통해서 풀어가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 인턴에서 레지던트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가요?
그 거에 관해서도 에피소드가 있죠. 어제는 인턴이었던 사람이 오늘부터 레지던트로 바뀌는 그 시점이었는데요. 인턴한테 노티를 해야 되는 거를 다음 날 레지던트로 바뀐 사람한테 노티를 했어요. 그러니깐 ‘인턴한테 하세요’하고 전화를 확! 끊어버리는 거예요. 조금은 얄밉더라고요. 하루 차인데 좀 받아주지 하는 생각도 들고.

- 그래서 일부러 자는 인턴 깨우는 식의 복수(?)를 하시기도…?
서로 힘든 거 다 아니까 일부러 그러진 않아요. 노티할 때 최대한 조심스럽게 하는 건데 오히려 그 쪽에서 ‘뭐 그런거 가지고 노티하냐, 자는데’는 식의 반응이면... 인턴도 솔직히 잘 모르면서 그렇게 안 해 줬으면 좋겠어요.

- 피곤하니까 서로 예민해지나 봐요. 그러면 혹시 PK와의 관계는 어떤가요?
아무래도 학생이니까요. 저희 간호사들이랑은 교류가 많지 않아요. 일을 같이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PK에 대해선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것 같아요.
- 환자와의 관계는요?
보통 간호사가 환자랑 더 친밀하고 더 자세하고 알고 하죠. 간호사 역할의 특성상 그런 면이 있으니까요. 어떨 때는 의사가 오히려 아침에 회진돌기 전에 저희한테 전화해서 ‘오늘 환자 컨디션 어떠냐, 어제는 어땠냐, 대변은 얼마나 봤느냐’를 묻는 경우가 있어요. 원칙적으로는 의사가 회진준비하면서 직접 보러 와야 하는 건데 말이죠. 묻는 말에 얘기는 해주지만, 그냥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해요.

- 병원차원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는 않나요?
별로 없어요. ‘서로 알아서 해라’ 이런 식이예요. 근데 병원차원에서 1년에 한두 번씩 1박2일로 워크숍 같은 거는 가요.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의사, 사무직 직원 등등 모든 부서 사람들이 다 와서 조별로 모여서 얘기도 나누고 해요.

간호사 그리고 편견...
- 병원 나갈 때는 화장해야 된다?
음...병원마다 병동마다 달라요 (개인적으로 저는 한 번 혼난 적이 있긴 해요^^;) 계속 환자들을 마주하는 입장이잖아요.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여야 되니까요. 아무래도 간호사가 더 지쳐 보이면 환자들이 오기 싫겠죠.
 환자들은 자기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니깐 저희가 아파도 자기가 아프다고 티를 못 내죠. 조금 힘들어도 그 아픈 거를 계속 끌고 주말까지 버텨야 되요 대체인력이 없으니까요. 직업적인 사명감인거죠.

- 간호사는 이직률이 높다?
아무래도 힘드니까요. 3교대가 힘들죠. 적성에 너무 안 맞는 거 같아서 그만두는 사람도 있고요. 간호대 다니면서 그만 두는 사람도 가끔 있어요. 실습 돌다가 피보고 쓰러지고 그런 사람들이요. 그런데 간호사 되고나서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사회적 여건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 간호사는 여자들의 세계다?
여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학교 다닐 때부터 여자들끼리의 특유의 경쟁이 있죠. 성적 경쟁이 특히 심해요. 과제 같은 것도 대충하는 애들은 거의 없고 족보나 정보 교환 같은 것도 그렇고요. 간호사가 되고서는 군기가 세지는 경향이 있어서 좀 무서워지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다른 파트로 로테이션 됐을 때 적응 할 때까지 눈치 봐야 되는 것도 있고요. 하지만 그래도 여자들끼리만 있으니깐 행동하기 편하다는 점도 있어요. 서로에 대해 잘 아니깐 배려도 많이 해주고요.

- 남자 간호사도 있지 않나요?
남자 간호사도 꽤 있죠. 병원에서 남자를 회복실, 응급실, 마취과, 수술실 같이 힘든 과로 보내는 경향은 있는데 가서 하는 일은 여자 간호사랑 비슷해요. 요즘 남자 간호사가 많이 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간호사는 여자가 많으니까요. 남자로써 힘든 면도 많겠죠. 그런데 캐릭터 자체가 여자랑 잘 맞고 수다스럽고 하면 잘 맞아요. 오히려 저보다도 더 여성스러운 남자 간호사 선생님들도 있거든요. 남자 선생님들은 보통 끝까지 남진 않고요, 보험회사나 소방 공무원 같은 다른 길로 많이 가시더라고요.

- 의사 간호사 커플이 많다?
커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거 같아요. 아무래도 서로 직업 환경이 비슷하니까 공통점도 많고 하니 더 편하겠죠. 그런데 병원이라는 곳이 소문에 좀 많이 민감하잖아요? (웃음) 커플이 가끔씩 있다해도 몰래하죠. 비밀리에! 정말 결혼하겠다고 날짜 잡히면 오픈하고요.

Epilogue...
서먹하리라 걱정했던 인터뷰가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면서 놀라우리만큼 스스럼없는 여자들의 수다가 되었다. 가히 앞담화라 할 수 있을 만큼 서로에 대해, 병원에 대해 많은 이야길 나누었고 우리가 서로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했는지 돌아 볼 수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 이처럼 가까울 수 있을까 싶다가도 좀처럼 가까워지기 힘든, 물과 기름 같은 관계인 것일까? 적절한 비눗물 한 방울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정민 기자/중앙
<jmmoon@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