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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에 울려 퍼지는 사랑의 목소리

연세의대-간호대 연합 아카펠라 동아리 ‘이브닝콰이어’

최근 음악과 노래를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들이 높은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음악의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한 개인의 온 마음을 다한 노래 한 곡은 다른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하고, 내면에 깊이 내재되어 있던 감성을 한껏 끌어올려 인간으로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느끼게도 한다. 방송 중 잠깐 잠깐 보여지는 방청객들의 눈물은 바로 그런 눈물일 것이리라.

이러한 음악의 힘을 일찍부터 알아본 사람들이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간호대학 학생들이 모여 만든 아카펠라 찬양 동아리 ‘이브닝콰이어’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그 어떤 금은보화로도 살 수 없는 값진 보물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뜨거운 사랑이다. 매 주 금요일 저녁이면 세브란스 병동을 돌며 환자들에게 아름다운 찬송가를 들려주며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한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일년 내내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병동을 돌며 그들이 가진 사랑을 무한정 나누어주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병남 지휘자를 비롯한 임원진 3명 학생들의 입을 통해 들어본다.

- 아카펠라를 하신다는 점이 참 독특한데요, 동아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1960년대의 의대, 간호대 선배님들께서 처음에는 의료봉사를 하는 동아리로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화장실 청소 같은 궂은 일부터 시작하셨다고 해요. 그것이 지금의 아카펠라 라운딩의 아이디어로 발전하여 현재의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현재 회원은 약 100명 가량이 되고, 의대, 간호대 학생들과 교회음악을 전공하신 분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 다들 학업에 치여서 음악 공부를 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음악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충하시나요?
해 마다 지휘자가 한 명씩 의대생 중에서 뽑히게 되요. 저희도 참 신기한데 꼭 누군가 한 사람은 스스로 공부를 해서 다른 회원들을 가르치고 이끌어 줍니다. 지휘자는 발성법, 호흡법은 물론 회원들을 파트별로 나누어서 개별 지도도 하고 매 라운딩 공연에 대한 전체적인 스토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매 주 라운딩을 돌기 전 모두가 30분씩 모여 연습을 하며 발성과 호흡을 배워나갑니다. 짧은 연습 시간일 수 있지만 1년, 2년 해 나가다 보면 어느 새 저희도 모르게 음악적 소양이 이만큼 쌓여 있더라고요.

- 어떤 활동을 하시는 지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매주 세브란스 병동을 돌며 찬송가를 불러주는 라운딩입니다. 매 주 금요일 저녁에 하는 데 다음 날이 시험이어도, 축제기간 동안이어도 절대 빠지는 일이 없습니다. 강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이 자진해서 참여해주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은 저희 나름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신학기에는 신입생 환영회를 열고, 2학기에는 저희의 창립기념 행사인 Birthday Party를 비롯하여 홈커밍 라운딩 행사 등을 합니다. 이 외에도 저희는 외부에서 찬조 공연 요청이 자주 들어오기 때문에 교회에서 특송을 부르기도 하고 여러 단체의 의미 있는 행사에 나가 뜻을 함께 하기도 합니다.

- 이브닝콰이어는 유독 동아리 회원들간의 유대가 강하기로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비결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의 가장 큰 모토가 ‘사랑과 가족’입니다. 수직적인 관계가 보편화 되어있는 의대, 간호대 학생들의 동아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브닝콰이어에서는 선후배라는 말 보다는 가족이라는 말이 더 편하고 익숙합니다. 저희의 독특한 전통이 이런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는 데 한 몫을 한다고 생각해요. 신입생들이 동아리에 들어오면 재미있는 장기자랑 후, 각 회원마다 엄마나 아빠가 생깁니다. 엄마나 아빠는 본과 4학년, 간호 4학년 이상의 선배님들만 할 수 있는데요 엄마, 아빠가 정해지면 한 가족이 만들어지고 옆의 다른 가족과는 사촌지간, 이모, 삼촌 관계도 맺어지면서 가족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신입생들이 학년이 올라가면 또 자신들의 자식이 생기고 그렇게 대물림이 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선후배들간의 끈끈한 가족애가 유지됩니다. 또 하나, 엄마, 아빠가 생기면 이름을 새로 받게 되는 데,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애칭을 받고 동아리 활동하면서는 주로 그 이름을 불러주게 됩니다. 그 속에서 저희들만의 에피소드들도 많아지고 서로 소통할 기회도 많아지게 되죠.

- 환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가슴에 남는 사연들도 많으실 것 같은데 어떤 것이 있었는지 이야기 해 주세요.
라운딩이외에도 환자나 환자 보호자분들께서 직접 저희에게 병실에 찾아와서 찬양을 해 주기를 요청하실 때 찾아가기도 하는 데 그런 활동은 ‘리퀘스트’라고 해요. 얼마 전에 본과 3학년 선배가 실습 중에 신생아 환자를 보게 되었는데, 태어나자마자 간부전으로 인해 간 이식 수술을 막 받은 상태였어요. 이식 후 생명의 위기를 넘기기 직전에 리퀘스트를 받아서 저희가 찾아가 진심을 다해 찬양을 했습니다. 몇 주 뒤에 경과가 좋아져서 다시 리퀘스트를 받게 되었는데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저희의 작은 움직임이 뜻깊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한 번은 라운딩을 돌던 중 어떤 병실에서 막 환자분이 세상을 떠나셔서 리퀘스트를 하게 되었는데 보호자분들께서 정말 고맙다고 하시면서 좋은 곳으로 떠나셨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가 기억이 납니다.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상심이 크신 분들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보람도 느껴졌습니다.

- 하시는 활동이 모두 무보수 봉사활동이던데 이브닝콰이어에게 봉사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여행 중에 만난 재활원 원장님께서 봉사를 베풀어 주는 사람들을 “자기 만족을 위한 동업자” 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어요. 저희에게 봉사란 주는 기쁨을 스스로가 느끼고 싶어서 하는 활동입니다. 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라운딩을 하는 동안 환자 분들이 저희에게 감사하다고 연신 말씀해주시는 걸 들을 때가 많은 걸요. 특히 저희가 의대, 간호대 학생들인 만큼 환자를 가까이에서 보고 만지며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도 깊이 느낄 수 있게 하고 스스로를 채워가는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개인의 기쁨을 위한 활동이라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음악이란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주세요.
저희에게 음악이란 기쁨 그 자체입니다. 음악을 하며 느끼는 즐거움은 다른 어떤 곳에서 느끼는 즐거움보다도 크고 강하답니다. 슬플 때면 노래를 하며 위로 받기도 하고, 학교 생활을 하면서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찬양을 하며 마음을 편하게 진정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음악은 저희가 타인들과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는 소통의 다리이기도 해요. 벌써 이브닝콰이어를 하면서 음악이 보여주는 기적과 놀라운 힘들을 여러차례 보고 경험했기 때문에 아마 졸업해서도 계속 지금처럼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을까요. 저희가 느낀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8월 27일 토요일 저녁 7시에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저희의 공연이 있습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저희의 사랑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니 많이 보러 오셔서 마음 한 구석에 따스한 온기를 느끼고 가시기 바랍니다. 또한 어느 분이시든 저희 활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www.eveningchoir.org를 찾아주세요.

조을아 수습기자/을지
<lovelyeac@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