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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로 보는 우리나라 의학교육

6월은 잔인한 달, 바야흐로 평가의 달이다. 그런데 교육평가는 학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에 대한 성취도 평가뿐만 아니라 교수에 대한 강의 평가,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와 의과대학 평가 그리고 세계대학평가 심지어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의학교육은 어떠한 평가 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평가들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의학교육의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_1] 학생평가_ “넌 비실비실(B+,C0,B0,C)하지? 난 시들시들(C-,D+,C0,D+)해!”

의과대학생활의 핵심은 끊임없는 시험이라 할 수 있다. 의학지식은 의사로써의 전문성 함양에 있어 핵심이기에 중간, 기말고사 혹은 블록별 평가, 연말의 기초의학종합평가, 마지막으로 국가고시까지 단순암기에 대한 학업성취 정도를 객관식 지필고사로 검사 받는다. 이 외에도 퀴즈, 땡시, 오랄, 증례발표, 조별토론 등 다양한 형태의 방식이 활용되고 있으나 서열화를 지향하는 평가방식은 경쟁심과 이기심을 조장하여 의사로써 환자의 고통과 질병의 문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는 태도를 익히기 어렵다.
한편, OCSE/CPX 실기시험이 시행된 이후 기존의 지식중심의 의학교육이 실질적인 술기의 함양의 강조로 변화되었다. 알기만 하는 의사가 아니라 실제로 할 수 있는 의사로 양성하겠다는 것으로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여 각 학교에서는 해당 임상술기 교과목을 확대하고 임상술기센터를 마련하는 등 학생들의 실질적인 임상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더 나아가 올해 4월 ‘의료인문학문항 의사국시 포함을 위한 심포지엄’에서는 의사의 길을 걸으려는 자신을 돌아보고, 사회변화에 반응하고, 사회구성원과 호흡하는 의사로 자라나는 방법을 익히는 방식을 평가항목에 포함시켜 배워나가자고 주장한다. 최근 카이스트학생들의 자살 및 의대생들의 집단 성폭행사건으로 학생들에 대한 의학인문학교육과 윤리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된 가운데, 지성과 술기, 인성 등의 요소를 어떠한 비중으로 평가하고 교육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관해 고민하게 되었다.
 
[#_2] 강의평가_ “제 점수는요”

평가의 대상이었던 학생이 평가자로 역할이 뒤바뀌는 기간이 있다. 바로 학기나 과정이 끝날 무렵에 시행되는 강의평가 시간이다. 물론, 애초부터 관심이 없는 교수 및 학생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강의자에게는 학생들의 교수평가결과가 기존의 임상, 연구능력과 더불어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 받기 때문에 마치 학점을 받는 학생처럼 긴장하고 수업을 준비하게 된다. 한편, 학생에게는 직접 수업을 개선하는 경험을 통해 과정에 대한 책임감과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강의평가는 93년 한신대에서 처음으로 국내대학에 도입된 이후 물리적 방법이 종이, OMR을 거쳐 포털사이트로 빠르게 변화된 데 비해 내용에 있어 큰 변화는 없었다. 즉, ‘매우불만족-불만족-보통-만족-매우만족’중에서 교수를 항목별로 평가하고 점수화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강의평가를 시행하고 공개하는데 있어 반발이 거셌으며 08년 강의평가결과실명공개의 논란 속에서 특히 대다수의 의과대학은 학문적 특수성을 근거로 독자적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일부 교수에 한해서만 결과물을 열람할 수 있게 하였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강의평가에 있어 변화의 흐름이 모색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올해부터 강의평가 명칭이 ‘강의정보 공유를 위한 설문’으로 변경된다. 설문의 목적 자체가 교수의 평가가 아니라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설문문항에 있어서도 ‘만족도-피드백-도전-학생의 몰입과 노력-변화와 성장-비차별의 원칙’으로 새롭게 개편되었다. 기존의 교수의 열의 및 전달효과 내지는 시험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문항 대신 학생이 수업을 통해 실질적으로 습득한 부분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주관식으로 작성된 설문의 결과는 공개하여 자유롭게 수업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였다.


 
[#_3] 의과대학인증평가_

의과대학인증평가원은 전국 41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적절한 교육여건과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대학의 책무성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관한 표준화된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이는 교육의 최소치를 표준화하여 교육의 질을 일정 이상으로 향상시키려는 노력으로 특히 부실의대의 경우 퇴출시키거나 개선안을 모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올 초 발표 된 2010년도 제2주기 4차 의과대학 인증평가 결과 평가대상 17개 대학 모두 필수 기준과 권장 기준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설정하고 있는 평가기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충족했으나 교육과정과 관리 운영을 위한 충분한 예산확보, 학업성취도평가, 학습분진학생의 구제, 전임교수 연구실적, 교수의 연수비용지원, 업적평가제도 등과 관련된 우수기준은 15개교 이상의 대학 모두 우수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원은 설명했다.
이러한 평가는 법적으로 더욱 강화될 계획이다. 현재 자율평가제로 시행되던 의과대학인증평가가 의무화 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을 개정안과 의대 인증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부실 의대 졸업생은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_4] 세계대학평가_

우리나라 의학교육이 세계 수준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영국 글로벌대학평가기관 QS가 발표한 ‘2011 세계대학평가 생물학·의학·심리학평가결과에 따르면 의학분야에서 세계 1위인 하버드대는 학계평가 및 졸업생 평판도 100점, 논문당 인용수 84점인데 비해 국내 최상위 대학의 경우도 학계 평가 28점, 졸업생 평판도 26점, 논문당 인용 수 29점 수준으로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였다.
또한 더욱 큰 문제는 가장 최상위권의 입시성적을 가진 국내우수인력을 선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내의 생명과학분야의 다른 학과와 비교했을 때, 대학교육의 효과성이 유독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적에 대해 한국연구재단 배영찬 본부장은 기초의학에 대한 연구 부족과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중단을 하나의 요인으로 언급했다. 특히, 이번 평가의 경우 의과대학이 없으나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MIT가 3위의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교육학자 타일러에 따르면 교육평가는 교육목적의 달성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현재 많은 평가들이 의과대학교육협의회와 각 대학에 조직된 의학교육실을 중심으로 수행되며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에 그 목표가 올바른지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등수화 시키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변화하는 미래사회의 의료를 담당하게 될 의대생으로 어떠한 목적을 기준 삼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덧붙여 한국의학교육협회에서 주관하는 제 27회 의학교육학술대회가 ‘한국 의학교육의 성찰과 나아갈 길’을 주제로 6월 9일에서 1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허은실 기자/아주
<hershi@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