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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소아정신과 전문의 오은영 선생님 인터뷰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 외래교수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 교수
아주대학교 교육대학원 특수교육학과 주임교수
오은영의원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우리 성광이 안 돼. 뚝! 자, 이제 내 눈을 바라봐. 네가 뭘 잘못했는지 생각해봐.” SBS 프로그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통해 아이의 문제행동이 개선될 때 마다, 우리는 그 마술 같은 힘에 크게 놀라곤 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정확히 짚어내고 어루만져주는 부모들의 대표 멘토. SBS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EBS ‘60분 부모’ 자문의로 출연하면서 의사로서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소아청소년 정신과 오은영 교수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방송 프로그램에 고정을 출연하기 전부터 인터뷰 요청이 오면 말을 똑 부러지게 잘 하니까 방송 관계자분들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2005년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섭외가 들어왔어요. 정신과 의사에게 시간은 자산이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죠. 하지만 방송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주는 파급효과는 굉장히 커요. 진료소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매번 이야기 하지만 한정되어 있잖아요.
의사들은 정말 강한 치료적 파워를 가지고 있어요. 어린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교육적, 사회적, 생물학적 면모를 봐야 해요. 의사는 모든 영역에서 이해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치료적 파워까지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처음에는 방송분량이 지금처럼 많진 않았는데 점차 시간이 갈수록 의사의 입지가 넓어지고, 또 제 능력을 알아봐주시는 부모님들의 요구에 의해서 방송분량이 늘어나게 됐죠. 몇 년 전부터 매주 참여하고 있어요.

Q.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내가 길을 지나가면 가끔 어머니들이 알아보고 정말 고맙다고, 많이 배웠다고 할 때 가장 보람이 있어요.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또 향상되는 것을 보는 것도 의사로서 의미 있지만, 방송이라는 것은 다른 영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봉사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나눠줄 수 있는 분야이니까 참 뿌듯해요.

Q. 두 프로그램, 어떤 자세로 참여하고 계신가요.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상업적이거나 선정적이지 않도록 노력하는 거예요. 저는‘EBS 60분 부모’나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모든 PD, 작가님들과 오랜시간 동고동락을 하면서 신뢰를 쌓았어요. 그래서 어느 정도 의견을 반영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지요. ‘이거 이렇게 하면 안돼요,’ ‘이 말 꼭 들어가야 해요’ 의견을 반영하면 그렇게 방송이 나가요. 더군다나 60분 부모는 생방송이구요. 방송을 통해 잘못 전달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예측하고 역기능을 차단하고 순기능을 최대화하려고 최선을 다해요. 그러나 이것을 모르는 후배들은 역기능에 노출되기 쉬워요. 방송은 정말 우리가 다뤄야할 문제, 공공의 목표를 위한 것을 다루어야 해요.

“의사만큼 하는 일 자체가 봉사인 직업은 없어요. 따로 어디 봉사를 다닐 여력이 안되기 때문에 내가 내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 자체가 봉사라고 생각해요.”

Q. 주의해야 할 방송의 역기능은 없을까요?
TV는 사람들이 지루해하니까 한 장면을 오래 비추지 못해요. 인터뷰도 1분을 못 넘겨요. 길게 이야기해도 편집되곤 하죠. 편집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방송의 베테랑들은 몇 분짜리 방송인지 물어보고, 딱 시간에 맞춰서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사전에 어떤 의도로 이 프로가 만들어지고, 인터뷰를 요청하는지 미리 파악해야 해요.

Q. 방송을 보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아이들을 대할 때 특별한 노하우 또는 훈육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점을 요약해 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나는 아이들을 먼저 혼자 만나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일은 참 어려워요. 엄마들도 몇 마디 나누지 못하고 그저 지시만 하죠. ‘식사했어?’ ‘공부해!’ 그러나 우리 아이들 대화 참 잘해요. 저는 재미있게 그리고 편안하게 많이 대화하고 또 잘 들어줘요. 그리고 내가 너하고 왜 이 자리에서 만나는지 아이 수준에 맞게 이야기를 해줘요.
체벌은 절대로 안돼요. 저는 쥐어박지도, 째려보지도 말라고 해요. 그렇다고 오냐오냐 하라는 건 아니에요. 말로 단호하게 해야 해요. 기본적으로 때리는 것 자체가 아이를 존중하지 않는 거예요. ‘이건 정말 안 되는 거야.’ ‘엄마가 네가 이걸 계속하게 둘 수는 없어’ 이런 말이 훨씬 더 효과가 큰 거예요. 우리나라는 이런 점이 잘 안돼요. 단호하게 하라고 하면 소리를 질러요. 단호한 것은 분명하게 이야기를 하라는 것이에요. ‘우.아.달’을 통해서 이런 점을 많이 가르치려고 노력해요.

Q. 마지막으로 의대생신문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모든 학문이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겠지만 의학만큼 소중하고 가치 있는 학문은 없다고 봐요 의학은 사람을 살리는 학문이거든요. 내 직업이 돈을 버는 데에도 기여하지만 타인에게 봉사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좌절하지 말고 힘내세요. 특히 정신과는 어떤 과보다도 더 능동적으로 살 수 있는 과예요. 의사가 직업으로서도 중요하지만, ‘나는 좀 더 다이나믹하게 살고 싶다’ 할 때는 사회 전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과를 선택하세요. 정신과는 여러 분야에 걸쳐있어요. 노인문제를 의논할 때도 정신과가 필요하고, 아동 학대 이야기를 할 때도 소아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니까 참 다양하죠. 또 정신의학은 아직 발전분야가 많이 남아있고, 치료약이 속속 개발 되고 있어요.
모든 의사가 다 그렇지만 정신과 의사는 특히 환자의 고통이나 아픔을 정말 잘 공감해줘야 해요. 공감이 가장 중요하고 의사와 환자간의 긍정적 관계도 중요해요. 말 한마디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요.

오수진 수습기자/한양
<sujin87@e-med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