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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소식

82호(2011.09.05)/학교소식 2011. 9. 13. 11:57 Posted by mednews

가천의대

■ 미생물학 교실의 박재원 교수님께서 봉사활동 답사 중 돌아가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3학년 학생들이 국내외 학외실습을 다녀왔습니다. 모두 좋은 경험이 되었길 바랍니다.
임경인 기자/가천
<4wooya4@e-mednews.com>

가톨릭의대

■ 지난 8월 24일 성의회관 303 강의실에서 클래식 감상 동아리 APC에서 “고전음악의 화원”을, 25-26 양일간 마리아홀에서는 성의연극회가 73회 가을 공연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을 선보였습니다.
■ 오는 9월 5일에는 마리아홀에서 CMBS 방송제가, 21-24일에는 성의회관 1층 로비에서 대망의 사진반 가을 사진전이 열립니다. 학우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착실히 검도장을 다니던 정 모 학우에게 변이 생겼습니다. 학교 내 닭살커플로 유명한 김 모 군과 이 모 양이 꼬옥 손잡고 같은 도장에 등록을 한 것! 원래 자기가 먼저 다니고 있었지만 요새 도장 가는 모양새가 자꾸 이상해져서 걱정이라는 믿거나 말거나한 이야기.
권의종 기자/가톨릭
<isnell@e-mednews.com>

계명의대

■ 여름방학동안 동문이나 동아리 별로 골학과 해부 OT가 있었습니다. 강사의 역할로 이끌어주신 선배님들, 열심히 공부한 동기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 9월 2일, 계명의대의 새로운 학생회장 후보의 연설이 있고 5일에는 선거가 있다고 합니다. 어떤 멋진 회장님이 탄생할지 기대됩니다-
하진경 기자/계명
<hajinkyeong@e-mednews.com>

고려의대

■ 합창단 쉐어링콰이어, 락밴드 히포피언스, 오케스트라, 재즈동아리 리필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다들 방학동안 열심히 준비한 것 잘 보여주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특히 합창단의 공연이 매우매우 멋있었다고 하네요^^
송종협 기자/고려
<sssong@e-mednews.com>

고신의대

■ 축제와 공연이 있는 2학기입니다. 공부하랴 동아리 공연 준비하랴 다들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타이밍이네요. 수고하는 학생회와 준비하는 모든 동아리 분들 힘내셔요.
김태윤 기자/고신
<blue1124@e-mednews.com>

단국의대

■ 의대 리모델링이 완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개선 사항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도 많이 반영된 새로운 의대. 이젠 정말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심유진 기자/단국
<jinshim@e-mednews.com>

대구가톨릭의대

■ 졸업한 선배님들과 재학중인 후배들 사이에 멘토-멘티 관계를 만드는 멘토링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 방학동안 모여 열심히 연습했던 공연 동아리들이 하나씩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9월 4일 소리현의 공연이 기대되는군요!
■ 9월 23일, 24일간 있을 축제 준비로 바쁜 학생들이 많습니다. 작년에는 축제를 못해서 올해의 축제는 더 기다려집니다.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

서남의대

■ 여름 방학 동안 각 동아리 별 골학이있었습니다^^! 본과 초입과정이라는 골학, 가르쳐주신 선배님들도 열심히 공부한 예과 2학년도 모두 수고많았습니다. 예과 2학년 여러분 마지막 학기도 화이팅입니다~!
고유라 기자/서남
<youzr-_-a@e-mednews.com>

서울의대

■ 서울의대 관현악단(SNUMO)에서 지난 8월 20일에 서혜경씨와 창단 60주년 기념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와 함께 했던 뜻깊은 연주회였습니다. 합창단(SNUMNC)에서도 제29회 가을정기공연을, 아르페지오에서도 제22회 정기공연을 가졌다고 하네요.
허기영 기자/서울
<zealot648@e-mednews.org>

성균관의대

■ 2학기 개강총회가 9월 초에서 9월 25일 금요일로 변경되었습니다. 장소는 암센터 지하 2층 중강의실입니다.
■ 대부분의 시험이 추석이 있는주로 잡혔군요. 본과 1학년 약리학, 본과 2학년 감각신경학 그리고 9월 16일 일요일에 있는 제2차 모의고사까지... 모두들 Have a pleasant 추석 !!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29@e-mednews.com>

순천향의대

■ 오는 9월 7일, 신창 인문사회대강당에서 의과대학 오케스트라 ‘피아체볼레’의 33번째 연주회가 열립니다. 이번 연주회는 故 향설 서석조 박사를 추모하는 뜻을 담은 여러 곡들로 구성되어 더 뜻깊은 공연이 될 예정입니다.
■ 9월 21부터 11월 24일까지 본과 4학년들이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합격하기를 기원합니다.
■ 의대생신문에서 활동하고 싶은, 혹은 궁금하고 관심 있는 후배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_^. 밥 열 번 사드릴게요ㅎㅎ (해치지 않아요^^)
김민재 기자/순천향
<slownflow@e-mednews.com>

아주의대

■ 8월 15일에 의대와 간호대를 위한 임상실습센터가 완공됐습니다. 앞으로 동물실험, 임상실습 등이 이루어질 공간입니다! 하지만 큰 공간이 필수적인 공연동아리들의 동방은 줄어들었다는 슬픈소식이 들려오네요.
임재윤 기자/아주
<jy0304@e-mednews.org>

영남의대

■ 영대의대 농구동아리 페가수스에서 새 회장이 선출됐다고 합니다! 예, 바로 접니다ㅎ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 본교 의학과 2학년 김진현, 김재원, 조용학 선배와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김진우, 박욱태 선배들이 이번에 KBS 퀴즈 프로그램 ‘1 대 100’에 출전하셨는데요, 그 중 박욱태 선배님께서 최종 1인이 되셨다고 합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상금의 일부분을 본과 2학년 과비로 내셨다는 훈훈한 후문이네요^^
오경택 기자/영남
<teddy5@e-mednews.com>

울산의대

■ 여름방학동안 예과1학년 20명이 7주동안 미국의 버클리대학으로, 예과2학년 22명이 7주 동안 하버드대학으로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 9월 29일부터 이틀간 울산의대 축제 의림제가 있습니다. 의림제의 꽃 장기자랑에서 예과1학년들의 활약이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장진기 기자/울산
<showbu@e-mednews.com>

원광의대

■ 본3 선배님들의 정말 꿀같은 방학 축하드립니다.
■ 예2 동기님들... 이제 끝났군요...
김영태 기자/원광
<funky@e-mednews.com>

을지의대

■ 개강을 맞이하여 방학동안 열심히 준비한 연극동아리 해보임과 밴드부 링거, 루나 이클립스의 공연이 있을 예정이오니 많은 관람과 성원 바랍니다.
■ 예과 2학년 후배님들의 해부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서로 도와가며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 강의동 신축공사의 일환으로 대학본부, 도서관, 실습실, 동아리방 등이 대 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승현 기자/을지
<toypotato@e-mednews.com>

이화의대

■ 4학년 선배님들의 CPX,OPSE 모의 시험이 있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도 모두 떨지마시고 실력발휘 하시길 기원합니다.
■ 9월 6일 3시 20분 김옥길홀에서 생생콘서트가 열립니다. 많은 참석바랍니다.
박소현 기자/이화
<qtlaxxo@e-mednews.com>

인하의대

■ 3학년 동기들은 다른 학년보다 일찍이 개강해서 계속 임상 실습중이네요. PK 반년이 지나니 이제는 다들 익숙해 보입니다.
■ 지난주에 2학년 후배들과 함께 신경과수업의 일부로 저희 3학년과 신경학적 검사를 같이 수업했습니다. 저희가 조교역할로 잘 가르쳐줬어야 했는데 과연 도움이 됐을지 의문입니다 ㅋㅋ
김성진 기자/인하
<trebis@e-mednews.com>

전남의대

■ 전남의대 친목동아리 ‘한울이’회에서 십시일반 모은 성금 천만원을 암으로 고생하는 학우에게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빨리 쾌차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민수 수습기자/전남
<lms1123@e-mednews.org>

전북의대

■ 9월 29, 30일에 축제가 있습니다.
■ 짧은 여름 방학 기간 중 ‘캄보디아’로 교수님과 학우들이 의료봉사를 다녀왔습니다.
■ 1, 2 학년 대표들은 추석 휴일을 확보하기 위한 ‘시험 일정 조정 작전’에 나섰습니다. ‘제발 며칠만 이라도 편하게 쉬자’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최민준 기자/전북
<canmakit@e-mednews.com>

중앙의대

■ 의대 축제를 합니다. 이번 축제 주제는 <Green Heart>!! 이번 축제는 매우 알차게 기획되어 모든 학생들의 기대가 크네요^^, 가수 이인세 군도 온다고 합니다! 학생회 여러분 힘내세요.
정환보 기자/중앙
<chungwhp@e-mednews.com>

한림의대

■ 본과 4학년 선배들께서 춘천으로 오셨습니다. 1학기에는 교환학생으로 보이지 않던 예과 2학년 선배 10분도 돌아오셨네요. 모두 반갑습니다.
■ 한림대 의과대학 농구팀 JUMP가 방학때 개최된 경기. 강원. 충청 의과대학 농구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축하합니다~!
서우림 수습기자/한림
<wr1208@e-mednews.org>

한양의대

■ 의과대학 본관 리모델링으로 인한 임시 열람실이 마련되었습니다. 본과 3학년 학생들은 제2공학관 3층,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제2의학관 2층! 조만간 달라질 본관과 의도의 새로운 모습 기대해봅시다 !
오수진 기자/한양
<sujin87@e-mednews.org>

사설

82호(2011.09.05)/오피니언 2011. 9. 13. 11:55 Posted by mednews

교육적 견지의 무상급식을 이념화 하지말라

무상급식에 관한 서울시의 주민투표가 유효 득표율 33.3%에 미치지 못해 투표함도 열지 못하고 끝났다. 이번 주민투표는 ‘복지 포퓰리즘’을 앞세운 여당에 대한 반발과 함께 정당성이 결여된 투표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의 결과였다.
무상급식에 관한 주민투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애당초 무상급식의 주무처는 서울시 교육청이다. 서울시의 역할은 예산 지원일 뿐, 시장의 거취를 걸면서까지 사활을 걸 사안이 아니었다. 게다가 오세훈 시장은 이미 서울시 의회의 무상급식 조례가 무효라고 대법원에 소송을 걸어놓았다.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주민투표를 추진하는 건 주민투표법에도 위반되는 사안이다. 주민투표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설령 ‘소득 하위 50% 무상 급식안’이 지지를 많이 받더라도 교육청이 독자적 예산에 따라 무상 급식안을 추진한다면 서울시가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무상급식은 애초에 교육적 견지에서 추진된 사업이다.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으로 헌법 31조 3항에 따라 ‘무상’으로 시행된다. 서울시 교육청은 2014년까지 의무교육이 시행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추진하고자 했다.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연장선상인 ‘의무급식’인 셈이다. 또한 곽노현 교육감은 무상급식과 관련해서 “집에서는 부와 가난에 대한 이데올로기를 학습 받을 지라도 적어도 학교에서만은 그렇지 않아야 한다.”는 철학을 밝혔다.
주민투표의 유효성을 차치하더라도 무상 급식안에 찬성해아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린이들이 받을 상처와 낙인보다 경제적 정치적 논리가 결코 앞설 수 없다. 둘째, 부모의 소득에 따라 아이들을 구별 짓는 것은 계급의 대물림을 인정하지 않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셋째, 집권 여당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들을 지지하는 부자들의 세금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수층을 대변하는 언론은 복지병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막는다고 외치지만, 우리나라의 GDP 대비 복지 재정이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우리사회가 아이들 급식을 두고 아전투구를 벌이는 동안 프랑스 부자들은 세금을 더 내겠다고 밝혔다. 로레알의 최대주주를 비롯한 프랑스의 부호 16명은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낼 수 있도록 특별 기부를 신설해달라”는 내용의 기고를 주간지를 통해 발표했다. 프랑스와 유럽의 시스템에 혜택을 많이 받은 자신들이 사회가 어려울 때 마땅히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정세는 이런데 한국은 영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 내년의 소득세, 법인세 등을 인하하지 않으면 추가로 4조원의 세금이 확보 됨에도, 집권여당은 재정악화의 책임을 복지 지출로 떠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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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가 독자에게

82호(2011.09.05)/오피니언 2011. 9. 13. 11:54 Posted by mednews

기원

몇 주 전 일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오던 친구의 어머님이 내가 공부하고 있는 병원에 입원하셨다. 어떤 병이 의심되어 몇 가지 검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친구가 병원을 방문하기로 한 저녁 무렵, 일과를 마친 채 기숙사에서 편한 차림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나는 친구를 마중하러 근처 지하철역으로 나갔고, 그를 만나서는 옷을 갈아입을 사이 없이 곧장 병동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 그 층수에 맞춰 혼란이 한걸음씩 다가온다.

당장 두 시간 전, 정장에 가운을 입고 ‘각 잡힌’ 자세로 돌아다니던 공간. 따지자면 보호자 내지는 내원객에 해당하는 신분으로서 편한 차림으로 병동을 다니는 것에 대해 누가 뭐라 할 것이랴. 하지만 대조되는 두 옷차림으로 한 공간을 누비는 나는, 몸뚱이는 변하지 않았으되 같은 사람은 아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어리바리 청년이다가 위기의 순간만 되면 거미줄 옷을 입고 몸을 던지는 ‘스파이더맨’의 심정에는 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었을 터이다. 이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학교와 병원에 대해 실습학생, 친구에 대해 친구, 친구의 어머니에 대해 아들의 친구, 어머니에 대해 아들, 그리고 또 무엇에 대해 무엇, 각각의 순간마다 흐트러진 직소퍼즐의 한 조각처럼 존재할 수밖에 없는지.

비행기가 착륙할 때 조종사들이 주목하는 것은 비행기의 동체 자체가 아니라 활주로의 지평선과 날개의 관계이다. 지금은 그 열기가 다소 식어들었지만,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에 한 획을 그은 정신과 의사 프로이트와 그를 계승발전한 것으로 평가받는 라캉은 각각 어린아이가 어머니로부터 ‘분리’되는 과정, 거울 속에서 자기의 ‘대응물’을 확인하는 과정 속에서 자아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융은 가면을 뜻하는 ‘페르소나’를 통해 개인의 교유한 심리구조와 사회적 요구 간의 타협점에 이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의 주장을 설득력 있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분열은 통합된 자아를 구축하기 위한 필요악과도 같은 것이리라. 분열이 제공하는 통합이란 늘 결핍에서 충만으로 수렴해가는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더라도 말이다.

여러 사람들, 여러 환경들과 맺는 관계가 아니고서는 정체성을 정의할 수 없는 존재.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이들을 보며 불의의 사고로부터 받은 상처를 털어낼 용기를 얻은 소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이 향하는 결말을 암시한다. 황금 같은 주말 집에서 낮잠 한숨 푹 자는 것을 구태여 포기하고 길거리에 나와 소통을 노래하는 이들, 살아서나 죽어서 자신의 피와 살마저도 나누어주기를 기꺼이 약속하는 이들의 ‘어리석은 행각’도 인간의 이런 존재조건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역사에 남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그를 있게 한 사회문화적 배경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고, 인간정신의 승리로 평가받는 귀머거리 베토벤의 합창교향곡도 그의 유년기 시절 성장과정과 당시의 음악사적인 흐름 속에 잉태되어 있었다. ‘마이너리티’가 소외되지 않도록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좁고 어둡고 딱딱한 공간 속, 1500그램 가량의 물렁물렁한 회백색 살덩어리.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기관에 대한 물리적 설명이다. 신경세포는 시냅스를 형성함으로써만 생존할 수 있고 기능할 수 있다. 어느 하나 역할이 주어지지 않은 세포가 없으며, 특정 부분이 기능을 잃으면 다른 부분들이 그 공백을 대신하며 자활을 시도한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정의가능하고 소통을 통해서 치유가능하며 관계 안에서만 스스로 용서 가능하다. 친구의 어머님이 쾌차하시기를 바란다. 약간의 오지랖을 발휘해, 세상의 모든 어머니, 세상의 모든 아들이 아픔을 이겨내기를 희망한다.

편집장 최성욱
<editor@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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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호(2011.09.05)/오피니언 2011. 9. 13. 11:53 Posted by mednews

독자의 목소리

이상하게도 바쁜 본과생이 되더니 의대생 신문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어요. 원래 바쁠 때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지고, 그래서 평소에 읽고 싶었던 신문을 종종 펼쳐보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의대생 신문’이네요.
특히 저는 의대생들이 이렇게 글을 잘 쓰는지 몰랐어요. 깔끔하고 술술 읽혀지는 문체, 이해하기 쉽게 써내려나간 글. 이만하면 당연히 8쪽의 신문 읽는 건 한순간이겠죠? 이번 81호도 벌써 다 읽었나 깜짝 놀랄 정도로 다 읽었네요. 저는 ‘대구가톨릭의대 예과2학년들의 병원실습’을 특히 재밌게 봤어요. 우리 학교에도 예과1학년들이 명지병원에 가서 비슷한 활동을 하더라고요. 저희 때(09학번)는 없었고, 10학번부터 생긴 제도에요. 거기서 후배들은 4박 5일 동안 병원을 견학하고, 환자 체험도 하고, 병원장과의 대화도 나눈답니다. 갓 입학하고 서로 서먹할 때, 명지병원 견학 한 번 다녀오면 끝장나게 친해지더군요!
이렇게 다른 의대와 우리 의대를 비교할 수 있는 계기도 한번 가져보았네요. 앞으로도 알차고 좋은 정보로 가득한 의대생 신문 기대할게요.
-  김하연 / 관동


신문 읽고 푸는 퀴즈!

1. IFMSA는 각 나라의 다양한 의료환경을 국제적 시야에서 비교해 보고 프로젝트를 통해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국제 의대생 회의이다. 올해 IFMSA는 어느 나라에서 개최되었을까?

2. 우리나라에서는 질병을 A에서 G까지 1만 2000여개의 코드로 분류한다. 138종의 희귀 난취성질환도 이 코드를 통해 분류되는데, 일부 극희귀질환은 빠져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분류의 이름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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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톡톡

시키는 문화, 시키면 하는 문화

실습학생 3인방, 병원 내 부조리를 말하다

사례 1.  A대 병원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일명 ‘번역 내과’로 통하는 곳이 있다.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외국 교재를 나눠주고 번역을 시키기 때문. 용어 통일, 기한 엄수, 오탈자 점검 등 엄격하지만, 이것을 ‘번역 알바’ 쯤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무보수 강제노역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렇게 완성된 책이 출간되기라도 한다면, 독자는 과연 우리의 숨겨진 노고를 알아주기나 할까.

사례 2.  B대 병원 학생휴게실에는 어느 날 모 의국에서 새로 만든 교과서가 상자째 배달되었다. 이미 수업도, 실습도 끝난 마이너 과목의 책이 왜 여기로 온 걸까. 과대는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한 권에 X만원인데 모두 사야 한대.” 이게 말로만 듣던 강제구매? 우린 울며 겨자 먹기로 책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뽀로로 : 병원에서 학생으로서 겪는 억울하고 부조리한 일들은 이거 말고도 진짜 많지.
거성 : 그런데 일단 ‘부조리하다’는 게 정확히 어떤 걸 말하는 거야?
뽀로로 : 학생이 안 해도 될 일을 시키는 것, 그중에서도 웬만큼 참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거!
루피 : 학생에게 교육적인 목적을 벗어난 일을 시키는 것 전부, 그리고 학생을 일꾼 내지는 자기가 마음대로 부려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숨겨진 착취

루피 : 전에 산부인과에서 피부관리, 지방제거에 대한 환자 홍보용 글을 타이핑 시키려고 부른 적이 있었어. 그건 학생 교육을 위한 건 전혀 아니잖아.
뽀로로 : 그런 잡일은 사실 많이 시키는 것 같아. 하지만 그렇게 어쩌다 한번 하는 건 그냥 넘기지 않아? 번역은 한철 장사가 아니고 사시사철 장사야. 모든 실습생이 해야 해. 그리고 후배에게 물어보니 같은 일을 예과생들한테도 시켰는데 그게 중간고사 대체였대. 도서관에도 없는 외국교재를 번역하느라 그 책을 공동구매 할까 까지도 생각했었대.
거성 : 중간고사 대체는 심했다.
루피 : 우리도 번역하는 파트가 있어. 논문을 번역하는데, 양이 어마어마해. 일주일에 50장 정도. 하지만 아무도 그걸 하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고 있어. 교수님 공식적 입장은 공부를 시켜준다는 것인데, 공부하기엔 너무 많은 양이야. 그래서 결국엔 다 처리를 못 하고 같은 조 학생들이 나눠서 해.
뽀로로 : 우리도 목적은 “너네 공부시키려고”. 하지만 정황상 출판을 위한 번역인 것 같아.
거성 : 교수님들이 논문 번역이 필요한가? 보통 영어 원문으로 보시지 않아? 정말 공부시키려고 하시는 것일 수도.
뽀로로 : 그럼 번역, 논문 외에 인턴 일 시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 저번 주에 새벽 6시에 와서 드레싱 했다며.
루피 : 사실 난 처음 해보는 거니까 재미있긴 했어. 그런데 우리가 마음대로 드레싱을 해놓으니 피해는 환자가 보는 것 같아. 어떻게 하는 건지 제대로 알려주기라도 했으면 좋겠어.

침묵의 피드백 시간
우린 찍히는 게 더 무서워

거성 : 그런 건 보통 피드백을 거치지 않아? 우리는 실습 마지막 날에 환자 발표를 하고 교육담당교수님과 피드백 자리를 가져. 이건 어떻게 하면 좋겠고, 이건 이렇게 바꾸면 좋겠고. 절대 “감히 그런 말을!” 하는 엄숙한 분위기가 아니야. 자유롭게 정말 실습을 위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야. 그리고 교육담당교수님은 보통 시니어 교수님께서 맡으셔서 학생이 실습에 대해 건의를 하면 그 과로 바로 전달돼.
루피 : 우리는 그렇게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야.
뽀로로 : 직언을 하면 바로 찍힐 것 같아. 모든 교수님, 레지던트들한테.
루피 : 맞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모두가 선후배로 얽혀 있고 건너건너 얼굴을 아는 사이라서 소문도 금방 나고. 그래서 잡일 시키는 선생님이 있더라도 아는 선배이기 때문에 뭐라고 하기도 뭐해.
뽀로로 : 교수님이 막상 하고 싶은 얘기를 해보라고 하셔도 말 꺼내기가 어렵기도 하고, 또 얘기가 길어지면 조원들과 레지던트들이 다 싫어하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도 생략할 때가 있어.
루피 : 레지던트로부터 아예 질문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는 경우도 있고.
거성 : 그럼 질문을 많이 해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 실습 점수를 낮게 줄 수도 있는 거네?
뽀로로 : 그렇지. 예전에 과외 학생이 병원실습은 어떤 거냐고 물어봐서 “무수리처럼 교수님을 따라다니는 거야”라고 대답해준 적이 있어. 너무 수동적으로 흘러가는 느낌이라서.
거성 : 학생이 능동적으로 실습 전에 공부하고 가고, 교수는 학생이 왔을 때 가르쳐주는 자세가 되어야지. 그런데 능동적 실습은 못 될망정 오히려 수동성이 강요되는 상황은 잘못된 것 같아. 잡일 시키는 것도 놀라운데, 피드백이 없다는 건 정말 놀랍다. 우리는 배우기 위해 병원에 돈 내고 다니는 사람인데 학생을 위한 피드백이 정확히 안 짜여 있고, 그게 반영도 제대로 되지 않는 건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루피 : 돈 내고 다니는 사람인데 병원에선 ‘짐짝’ 취급받잖아. ‘병풍’이라고도 하고.

시킴의 대물림,
그 고리 끊을 순 없을까

뽀로로 :  그러면 만약에 우리가 나중에 레지던트나 교수가 되면 어떻게 할 거 같아?
루피 : 그때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상황이 너무 싫어서라도 안 그럴 거 같아. 그런데 벌써 후배들한테 번역 과제를 넘겨주는 애들도 있어.
뽀로로 : 그럼 후배들이 군말 없이 해?
루피 : 선배가 시키는 건데, 그럼. 그런데 내용을 잘 모르니까 번역을 엉성하게 하지. 예를 들어 CRF를 ‘신장실패’라고 한다든가.
뽀로로, 거성 :하하하
루피 : 워낙 예과 때부터 선배들이 시키면 하다 보니 그런 문화에 익숙해진 것 같아. 습관이 됐어. 그래서 자기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시키고, 또 시키면 하고. 자기 일을 미루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
뽀로로 : 시키는 문화가 만연하긴 한데, 정말 문제 되는 소수는 정해져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모두 다 그런 건 아니니까 그 과를 돌 때만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꾹 참고 넘어가다 보니 그 관행이 안 바뀌고 계속 이어져 오는 거야.
거성 : 종으로 횡으로 개인이 체제에 대해 얘기하는 게 막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윗사람이 어떻게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또 친구들이 “쟤는 왜 저런 걸 얘기해”라고 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되면 그걸 깨기가 어렵지.
루피 : 친구들이 피드백을 까칠하게 하거나 하면 “우리도 다 했는데, 쟤는 왜 저래”하고 바라보는 시선을 고쳐야 할 것 같아.
뽀로로 : 가르침의 대상인 학생이 그 목적에 벗어난 일을 거부했을 때 복수나 응징이 가해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서도 안 되겠고 말이야.

정리 : 정다솔 기자/중앙
<astronova@e-mednews.com>

대구가톨릭의대 예과 2학년들의
‘특별한’ 병원 실습

대구가톨릭 의과대학에서는 4월 중순에서 6월 중순이면 예과 2학년들이 병원에 출몰한다!
아직 본격적인 의학교육을 받지 않은 꼬꼬마 예2가 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이유는?
바로 병원지원부서 실습을 위해서다. 예과 2학년들은 총 7조로 나뉘어, 병원 지원 7부서를 매주 금요일마다 체험하게 된다.

1. 영양과
가장 먼저 영양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환자의 식단을 어떻게 짜는지 파악한다. 그런 뒤에 식당에서 조리된 음식을 배식판에 나눈다. 이 때 환자 특성에 따라 식단이 조금씩 다르고 그에 맞추어 배식이 된다.(예를 들어 당뇨환자는 저염식 식단으로 나온다) 배식판에 음식을 다 나누고 나면 직접 병실을 돌면서 배식을 한다. 이 외에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영양 상담이나 영양 교육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2. 약제과
약제과는 병동 조제 팀, 외래 조제 팀, 주사제 혼합 조제 팀, 정보 팀, CR/임상/교육 팀, 약무 팀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파트의 일이 무엇인지 설명을 듣고 견학한다. 특히 주사제 혼합 조제 팀을 둘러볼 때는 직접 무균실습 복을 입고 무균조제를 해본다. 약제과의 주 업무인 약물 조제뿐 아니라 약품 관리, 임상연구 업무까지 많은 부분을 세세하게 알아 볼 수 있다.

3. 간호부
수간호사 선생님에게 간호부란 무엇인지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나서, 응급실부터 가본다. 응급실의 구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구 운반 등을 해본다. 그런 뒤 투석실과 중환자실에 가서 말기 환자들이나 혼수상태의 환자들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는데 이때 충격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

4. 원무과
의료보험, 의료보호환자의 진료절차와 진료비 관리에서부터 의료보험 요양급여 기준 및 진료수가 수준까지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또 외래접수 및 수납업무의 흐름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병원의 현실적인 모습을 접할 수 있는 실습이다.

5. 원목실
대구 ‘가톨릭’ 대학병원이기에 다른 학교에는 없는 원목실이 있다. 병원 내에 작은 성당이 있고 주로 자원봉사업무는 원목실을 통해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병실을 돌면서 기도 봉사자들과 함께 환자들의 손을 잡고 기도하거나, 병원 곳곳에서 환자나 보호자들을 안내해드리는 봉사 실습을 해본다. 특히 기도 실습은 처음으로 직접 환자들과 직접 접촉하고 얘기를 나누는 체험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6. 의무 기록실
의무 기록이란 무엇인지, 의무 기록이 어떻게 작성되고, 배열되어 보관되고, 관리되는지 배우며, 의무 기록이 어떤 식으로 활용 되는지도 배운다. 접수된 외래 환자의 차트를  각 과로 이송하는 일을 직접 본다. 또한 기록부에서 질병 및 수술을 분류하고, 퇴원 차트를 정리하는 것, 그리고 통계를 내고 차트를 해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실습을 통해 환자를 관리하는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의사와 의무관리실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7. 장례식장
장례식장에서는 보호자 동의하에 시체 염하는 것을 견학하고, 입관식에 참관하여 입관예절을 배운다. 또한 시체 안치실에 직접 들어가본다. 다른 실습을 돌 때보다 분위기가 무겁고 엄숙하며, 학생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 실습을 하면서 많은 학생들은 종합 병원이 단순히 의사와 환자만으로 이루어진 곳이 아님을 깨닫고 종합 병원 시스템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결국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의사 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협조와 봉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주로 참관과 견학 수업으로 이루어진 이 과정은 ‘인간 이해’라는 과목의 수업 중 일부로 태도, 보고서, 출석 등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

평가로 보는 우리나라 의학교육

6월은 잔인한 달, 바야흐로 평가의 달이다. 그런데 교육평가는 학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에 대한 성취도 평가뿐만 아니라 교수에 대한 강의 평가,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와 의과대학 평가 그리고 세계대학평가 심지어 그 종류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의학교육은 어떠한 평가 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평가들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의학교육의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_1] 학생평가_ “넌 비실비실(B+,C0,B0,C)하지? 난 시들시들(C-,D+,C0,D+)해!”

의과대학생활의 핵심은 끊임없는 시험이라 할 수 있다. 의학지식은 의사로써의 전문성 함양에 있어 핵심이기에 중간, 기말고사 혹은 블록별 평가, 연말의 기초의학종합평가, 마지막으로 국가고시까지 단순암기에 대한 학업성취 정도를 객관식 지필고사로 검사 받는다. 이 외에도 퀴즈, 땡시, 오랄, 증례발표, 조별토론 등 다양한 형태의 방식이 활용되고 있으나 서열화를 지향하는 평가방식은 경쟁심과 이기심을 조장하여 의사로써 환자의 고통과 질병의 문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는 태도를 익히기 어렵다.
한편, OCSE/CPX 실기시험이 시행된 이후 기존의 지식중심의 의학교육이 실질적인 술기의 함양의 강조로 변화되었다. 알기만 하는 의사가 아니라 실제로 할 수 있는 의사로 양성하겠다는 것으로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여 각 학교에서는 해당 임상술기 교과목을 확대하고 임상술기센터를 마련하는 등 학생들의 실질적인 임상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더 나아가 올해 4월 ‘의료인문학문항 의사국시 포함을 위한 심포지엄’에서는 의사의 길을 걸으려는 자신을 돌아보고, 사회변화에 반응하고, 사회구성원과 호흡하는 의사로 자라나는 방법을 익히는 방식을 평가항목에 포함시켜 배워나가자고 주장한다. 최근 카이스트학생들의 자살 및 의대생들의 집단 성폭행사건으로 학생들에 대한 의학인문학교육과 윤리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된 가운데, 지성과 술기, 인성 등의 요소를 어떠한 비중으로 평가하고 교육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관해 고민하게 되었다.
 
[#_2] 강의평가_ “제 점수는요”

평가의 대상이었던 학생이 평가자로 역할이 뒤바뀌는 기간이 있다. 바로 학기나 과정이 끝날 무렵에 시행되는 강의평가 시간이다. 물론, 애초부터 관심이 없는 교수 및 학생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강의자에게는 학생들의 교수평가결과가 기존의 임상, 연구능력과 더불어 중요한 역량으로 평가 받기 때문에 마치 학점을 받는 학생처럼 긴장하고 수업을 준비하게 된다. 한편, 학생에게는 직접 수업을 개선하는 경험을 통해 과정에 대한 책임감과 참여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강의평가는 93년 한신대에서 처음으로 국내대학에 도입된 이후 물리적 방법이 종이, OMR을 거쳐 포털사이트로 빠르게 변화된 데 비해 내용에 있어 큰 변화는 없었다. 즉, ‘매우불만족-불만족-보통-만족-매우만족’중에서 교수를 항목별로 평가하고 점수화하는데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강의평가를 시행하고 공개하는데 있어 반발이 거셌으며 08년 강의평가결과실명공개의 논란 속에서 특히 대다수의 의과대학은 학문적 특수성을 근거로 독자적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일부 교수에 한해서만 결과물을 열람할 수 있게 하였었다.
그런데 최근 이런 강의평가에 있어 변화의 흐름이 모색되고 있다. 연세대의 경우 올해부터 강의평가 명칭이 ‘강의정보 공유를 위한 설문’으로 변경된다. 설문의 목적 자체가 교수의 평가가 아니라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설문문항에 있어서도 ‘만족도-피드백-도전-학생의 몰입과 노력-변화와 성장-비차별의 원칙’으로 새롭게 개편되었다. 기존의 교수의 열의 및 전달효과 내지는 시험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문항 대신 학생이 수업을 통해 실질적으로 습득한 부분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주관식으로 작성된 설문의 결과는 공개하여 자유롭게 수업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였다.


 
[#_3] 의과대학인증평가_

의과대학인증평가원은 전국 41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적절한 교육여건과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대학의 책무성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관한 표준화된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 이는 교육의 최소치를 표준화하여 교육의 질을 일정 이상으로 향상시키려는 노력으로 특히 부실의대의 경우 퇴출시키거나 개선안을 모색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올 초 발표 된 2010년도 제2주기 4차 의과대학 인증평가 결과 평가대상 17개 대학 모두 필수 기준과 권장 기준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설정하고 있는 평가기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충족했으나 교육과정과 관리 운영을 위한 충분한 예산확보, 학업성취도평가, 학습분진학생의 구제, 전임교수 연구실적, 교수의 연수비용지원, 업적평가제도 등과 관련된 우수기준은 15개교 이상의 대학 모두 우수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원은 설명했다.
이러한 평가는 법적으로 더욱 강화될 계획이다. 현재 자율평가제로 시행되던 의과대학인증평가가 의무화 되도록 하는 고등교육법을 개정안과 의대 인증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부실 의대 졸업생은 의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_4] 세계대학평가_

우리나라 의학교육이 세계 수준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영국 글로벌대학평가기관 QS가 발표한 ‘2011 세계대학평가 생물학·의학·심리학평가결과에 따르면 의학분야에서 세계 1위인 하버드대는 학계평가 및 졸업생 평판도 100점, 논문당 인용수 84점인데 비해 국내 최상위 대학의 경우도 학계 평가 28점, 졸업생 평판도 26점, 논문당 인용 수 29점 수준으로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였다.
또한 더욱 큰 문제는 가장 최상위권의 입시성적을 가진 국내우수인력을 선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내의 생명과학분야의 다른 학과와 비교했을 때, 대학교육의 효과성이 유독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적에 대해 한국연구재단 배영찬 본부장은 기초의학에 대한 연구 부족과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중단을 하나의 요인으로 언급했다. 특히, 이번 평가의 경우 의과대학이 없으나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MIT가 3위의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교육학자 타일러에 따르면 교육평가는 교육목적의 달성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현재 많은 평가들이 의과대학교육협의회와 각 대학에 조직된 의학교육실을 중심으로 수행되며 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에 그 목표가 올바른지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등수화 시키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변화하는 미래사회의 의료를 담당하게 될 의대생으로 어떠한 목적을 기준 삼아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덧붙여 한국의학교육협회에서 주관하는 제 27회 의학교육학술대회가 ‘한국 의학교육의 성찰과 나아갈 길’을 주제로 6월 9일에서 1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허은실 기자/아주
<hershi@e-mednews.com>

카이스트 사태, 의대는 안녕한가

지난 1월, 카이스트에서 생긴 일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실업계 출신 로봇천재로 입학때 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한 학생의 극단적인 선택. 카이스트 개혁의 실패를 알리는 신호탄이자 한국사회의 총체적 문제를 드러내는 경고음이었다. 하지만 학교당국과 정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유감만 표명할 뿐 학생들의 정신건강이나 유족들을 위한 대책에는 무관심했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연이어 두 번째, 세 번째 희생자가 생기더니, 지난 4월엔 네 번째 희생자가 나오고 말았다.
학교당국은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는지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부랴부랴 대안마련에 들어갔다. 총장추천 교수 5명과 평교수 5명, 학생 3명으로 구성된 13명의 혁신위원은 한달 여의 회의 끝에, 지난 5월 19일 “차별적 등록금을 없애고 학생들에게 부담을 되는 영어강의를 교양과목에 한해서 줄이겠다.”는 내용의 결론을 발표했다. 총장의 동의하에 학교와 학생이 함께 협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교수와 학생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리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28일 서남표 총장은 이마저도 “의결사항을 일괄적으로 이사회에 미루겠다”며 즉각적인 시행을 거부했다.

급속한 개혁이 낳은 부산물

카이스트의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어날 사건이 드디어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올해로 5년째 카이스트 총장을 맡고 있는 서 총장은 취임당시부터 떠들썩한 인물이었다.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수재,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을 맡으면서 모두가 반대했던 사안을 밀어붙였던 저돌적인 인물.
이런 사람이 카이스트에 와서 어떤 변화를 일구어낼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의 밀어붙이기식의 행보에 걱정스런 반응도 많았다. ‘학교 기숙사가 모자라는 것은 연차초과자 때문이다. 연차초과자가 학교에 남지 못하게 하겠다.’ ‘국민의 세금을 받아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충해서는 안 된다. 일정 수준이하의 성적을 받는 학생들에겐 차별적 등록금을 부과하겠다.’ 그가 총장에 취임한 지 5년,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가장 큰 변화가 뭐냐고요? 무엇보다 학생들 간의 유대가 줄어들었죠. 동아리 활동도 침체되었고요.” 카이스트 학생들은 대부분이 가족과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한 친분 쌓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학업 부담 때문에 자유로운 동아리 활동의 기회마저 빼앗겨 버린 것이다.
면학분위기가 좋아진 것도 아니다. 점수를 잘 받아야한다는 압박에 본인 스스로 힘으로 과제를 하지 않고 베끼기에 바쁘며, 심지어 대리시험까지 등장하고 있다. 창의적인 사고의 공간이 되어야할 대학이 점수를 따기 위해 기계처럼 공부하는 고등학교와 다를 바가 없어진 것이다. 이러한 삭막한 분위기 속에서 친구들과의 거리도 멀어지고 장학금을 받지 못해 부모님과도 소원해진 학생들이 많아진다. 결국 몇몇 학생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만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니다. A 30%, B 40%, C 30%라는 엄격한 상대평가제도에서 3.0 이상, 즉 B0 이상을 지키기 위해 공부하는 이들의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두 번째 희생자의 경우 일반고가 아닌 과학고 출신에다 성적까지 좋아서, 그가 죽음을 택한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평소에 그를 지켜보았던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그 역시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서남표 총장의 정책에 자주 분노를 표현했었다고 한다.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2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했으나, 서남표 총장의 취임이후 1년에 한번 꼴로 늘어나더니 5년이 지난 2011년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서 총장의 책임이 없다고 하기 힘들다.

과도한 경쟁사회...
그 속에서 의대생은?

4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번 사태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유는, 이것이 한 학교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과도한 경쟁 속에 내몰린 한국 사회를 반영하는 프리즘과 같았기 때문이다. 경쟁으로 인해 지친 사람은 카이스트 학생들 뿐 만이 아니다.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는 가장에서부터, 스펙을 쌓기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는 취업준비생, 한 등수라도 더 올리기 위해 책상위에 바짝 몸을 붙인 고등학생, 자유롭게 놀 시간을 빼앗긴 채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는 초등학생들까지.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그들이 행복한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자살률에 있어 2004년 이후 OECD국가 중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0명을 모아놓으면 그 중 1명은 결국 자살로 죽는다.
사실 의과대학내에서의 경쟁은 그 어떤 곳 보다 치열하다. ‘유급’이라는 의대만의 특수한 제도로 인해서 절대적인 점수와는 상관없이 하위 5%의 학생은 무조건 유급시키는 학교도 존재한다. 의대에서 유급을 시행하는 이유는 재수강을 할 수 없는 학사일정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시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서 네임 밸류를 높이기 위한 학교간의 경쟁도 한몫을 한다.

의대생들의 정신건강

이 때문인지 2007년 전국 34개 의과대학 71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실태보고서에선 최근 1개월간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우울증을 경험한 학생이 전체의 2.9%, 최근 1년간 6.5%, 일생동안은 10.3%로 조사되었다. 이것은 일반인 우울증의 2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최근 1개월간 자살사고를 경험한 학생이 4%, 자살계획 0.8%, 자살시도 0.2% 약 30명 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의대생 10명중 한명은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을 경험했다는 의미이며 100명중 4명이 최근 자살을 생각했다는 뜻이다. 우울증의 원인으로는 스트레스가 75%, 가정·성장과정에 대한 불만이 44%, 지나친 경쟁에 따른 피로가 44%, 자아정체성의 혼란이 23.2%였으며, 우울증의 비율은 남자보다 여자에서, 본과 4학년보다는 본과 1학년, 자취나 하숙을 할 경우, 그리고 특례입학자에서 높았다. 우울증을 경험한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학업성적도 좋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의대생에게 우울증이 많은 것은 외국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대협회(AAMC)가 발간한 ‘Academic Medicine 2003-2004 2월호’에 실린 의대 재학생 2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 의대생 우울증은 10%인데 반해 의대생은 21.2%로 비 의대생에 비해 2배로 높았다.
많은 의대생들이 우울증과 자살사고를 경험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부실한 상태이다. 전국 41개의 의과대학 중, 우울증 조기 발견 선별검사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대학은 7개,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은 단 2군데에 불과하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바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핫라인이 설치되어 있는 대학 역시 몇 곳밖에 없다. 미국에선 하버드, 예일, 듀크, 미시간 대학 등에서 우울증 조기 발견 프로그램이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의대생들의 우울증 해결책은?

우울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 형성’이다. 카이스트에서 그러한 비극이 일어난 원인은 학생들 간의 유대가 사라진 것과 연관이 없지 않았다. ‘네트워크 형성’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한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고등학생의 자살률이 오히려 대학생 보다 적다는 사실이다. 고등학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하지만 왜 오히려 자살률이 적을까? 바로, 담임선생님과 반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전홍진 교수는 “대학교 내에선 네트워크 형성이 아주 중요해요. 예를 들어 멘토 교수님을 정한다든지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겠고, 이를 예과 시절부터 본과로 이어지도록 해야겠죠. 학력 평가 방법도 다양화해서 서로 협력해서 공부하고 발표하는 과정을 평가항목에 넣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형성을 증진시키는 것 이외에도, 우울증 조기 발견 선별검사 프로그램, 자살예방 프로그램, 핫라인과 같은 시스템이 전국 의과대학에서도 운영될 수 있게 개개의 의과대학과 의과대학 연합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예를 들자면, 하버드 대학은 매주 무작위로 선정된 75명의 학생들과 20분간 전화통화를 하여 학생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는 적극적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만약 학생이 심각히 자살을 생각하거나 정신적으로 지쳐있다면 그 학생과 즉시 만난다. 그리고 만약 학생이 만성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원한다면 보통 일주일 내에 그 학생을 만나서 상담을 해 준다. 또한 현재 하버드에서는 정신과전문의 11명을 포함하는 의료진이 학생들의 정신과 상담과 진료를 전담하고 있다.

박민정 기자/성균관
<cindy@e-mednews.com>

병실에 울려 퍼지는 사랑의 목소리

연세의대-간호대 연합 아카펠라 동아리 ‘이브닝콰이어’

최근 음악과 노래를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들이 높은 시청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음악의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 아닐까.한 개인의 온 마음을 다한 노래 한 곡은 다른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하고, 내면에 깊이 내재되어 있던 감성을 한껏 끌어올려 인간으로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느끼게도 한다. 방송 중 잠깐 잠깐 보여지는 방청객들의 눈물은 바로 그런 눈물일 것이리라.

이러한 음악의 힘을 일찍부터 알아본 사람들이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간호대학 학생들이 모여 만든 아카펠라 찬양 동아리 ‘이브닝콰이어’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그 어떤 금은보화로도 살 수 없는 값진 보물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목소리와 뜨거운 사랑이다. 매 주 금요일 저녁이면 세브란스 병동을 돌며 환자들에게 아름다운 찬송가를 들려주며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한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일년 내내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병동을 돌며 그들이 가진 사랑을 무한정 나누어주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병남 지휘자를 비롯한 임원진 3명 학생들의 입을 통해 들어본다.

- 아카펠라를 하신다는 점이 참 독특한데요, 동아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1960년대의 의대, 간호대 선배님들께서 처음에는 의료봉사를 하는 동아리로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화장실 청소 같은 궂은 일부터 시작하셨다고 해요. 그것이 지금의 아카펠라 라운딩의 아이디어로 발전하여 현재의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현재 회원은 약 100명 가량이 되고, 의대, 간호대 학생들과 교회음악을 전공하신 분이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 다들 학업에 치여서 음악 공부를 하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음악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충하시나요?
해 마다 지휘자가 한 명씩 의대생 중에서 뽑히게 되요. 저희도 참 신기한데 꼭 누군가 한 사람은 스스로 공부를 해서 다른 회원들을 가르치고 이끌어 줍니다. 지휘자는 발성법, 호흡법은 물론 회원들을 파트별로 나누어서 개별 지도도 하고 매 라운딩 공연에 대한 전체적인 스토리를 만들기도 합니다. 매 주 라운딩을 돌기 전 모두가 30분씩 모여 연습을 하며 발성과 호흡을 배워나갑니다. 짧은 연습 시간일 수 있지만 1년, 2년 해 나가다 보면 어느 새 저희도 모르게 음악적 소양이 이만큼 쌓여 있더라고요.

- 어떤 활동을 하시는 지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매주 세브란스 병동을 돌며 찬송가를 불러주는 라운딩입니다. 매 주 금요일 저녁에 하는 데 다음 날이 시험이어도, 축제기간 동안이어도 절대 빠지는 일이 없습니다. 강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회원들이 자진해서 참여해주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은 저희 나름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신학기에는 신입생 환영회를 열고, 2학기에는 저희의 창립기념 행사인 Birthday Party를 비롯하여 홈커밍 라운딩 행사 등을 합니다. 이 외에도 저희는 외부에서 찬조 공연 요청이 자주 들어오기 때문에 교회에서 특송을 부르기도 하고 여러 단체의 의미 있는 행사에 나가 뜻을 함께 하기도 합니다.

- 이브닝콰이어는 유독 동아리 회원들간의 유대가 강하기로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비결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희의 가장 큰 모토가 ‘사랑과 가족’입니다. 수직적인 관계가 보편화 되어있는 의대, 간호대 학생들의 동아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브닝콰이어에서는 선후배라는 말 보다는 가족이라는 말이 더 편하고 익숙합니다. 저희의 독특한 전통이 이런 분위기를 이끌어 나가는 데 한 몫을 한다고 생각해요. 신입생들이 동아리에 들어오면 재미있는 장기자랑 후, 각 회원마다 엄마나 아빠가 생깁니다. 엄마나 아빠는 본과 4학년, 간호 4학년 이상의 선배님들만 할 수 있는데요 엄마, 아빠가 정해지면 한 가족이 만들어지고 옆의 다른 가족과는 사촌지간, 이모, 삼촌 관계도 맺어지면서 가족적인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신입생들이 학년이 올라가면 또 자신들의 자식이 생기고 그렇게 대물림이 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선후배들간의 끈끈한 가족애가 유지됩니다. 또 하나, 엄마, 아빠가 생기면 이름을 새로 받게 되는 데,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애칭을 받고 동아리 활동하면서는 주로 그 이름을 불러주게 됩니다. 그 속에서 저희들만의 에피소드들도 많아지고 서로 소통할 기회도 많아지게 되죠.

- 환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가슴에 남는 사연들도 많으실 것 같은데 어떤 것이 있었는지 이야기 해 주세요.
라운딩이외에도 환자나 환자 보호자분들께서 직접 저희에게 병실에 찾아와서 찬양을 해 주기를 요청하실 때 찾아가기도 하는 데 그런 활동은 ‘리퀘스트’라고 해요. 얼마 전에 본과 3학년 선배가 실습 중에 신생아 환자를 보게 되었는데, 태어나자마자 간부전으로 인해 간 이식 수술을 막 받은 상태였어요. 이식 후 생명의 위기를 넘기기 직전에 리퀘스트를 받아서 저희가 찾아가 진심을 다해 찬양을 했습니다. 몇 주 뒤에 경과가 좋아져서 다시 리퀘스트를 받게 되었는데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저희의 작은 움직임이 뜻깊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한 번은 라운딩을 돌던 중 어떤 병실에서 막 환자분이 세상을 떠나셔서 리퀘스트를 하게 되었는데 보호자분들께서 정말 고맙다고 하시면서 좋은 곳으로 떠나셨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가 기억이 납니다.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상심이 크신 분들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보람도 느껴졌습니다.

- 하시는 활동이 모두 무보수 봉사활동이던데 이브닝콰이어에게 봉사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여행 중에 만난 재활원 원장님께서 봉사를 베풀어 주는 사람들을 “자기 만족을 위한 동업자” 라고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어요. 저희에게 봉사란 주는 기쁨을 스스로가 느끼고 싶어서 하는 활동입니다. 주기만 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라운딩을 하는 동안 환자 분들이 저희에게 감사하다고 연신 말씀해주시는 걸 들을 때가 많은 걸요. 특히 저희가 의대, 간호대 학생들인 만큼 환자를 가까이에서 보고 만지며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도 깊이 느낄 수 있게 하고 스스로를 채워가는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개인의 기쁨을 위한 활동이라고 봅니다.

- 마지막으로 음악이란 자신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말씀해주세요.
저희에게 음악이란 기쁨 그 자체입니다. 음악을 하며 느끼는 즐거움은 다른 어떤 곳에서 느끼는 즐거움보다도 크고 강하답니다. 슬플 때면 노래를 하며 위로 받기도 하고, 학교 생활을 하면서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찬양을 하며 마음을 편하게 진정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음악은 저희가 타인들과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는 소통의 다리이기도 해요. 벌써 이브닝콰이어를 하면서 음악이 보여주는 기적과 놀라운 힘들을 여러차례 보고 경험했기 때문에 아마 졸업해서도 계속 지금처럼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을까요. 저희가 느낀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8월 27일 토요일 저녁 7시에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저희의 공연이 있습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저희의 사랑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니 많이 보러 오셔서 마음 한 구석에 따스한 온기를 느끼고 가시기 바랍니다. 또한 어느 분이시든 저희 활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www.eveningchoir.org를 찾아주세요.

조을아 수습기자/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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