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의 동아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봉사동아리이다. 사회 의료 제도의 테두리 밖에 방치된 소외된 계층에게 다가가 개인이 가진 도움의 손길로 그들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꿈은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법한 로망이다. 하지만 여기, 평범한 봉사동아리를 사회적 기업으로 탈 바꿈 하게 만든 비범한 의대생 한 명이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4학년에 재학중인 송호원씨가 바로 주인공. 매미의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여름의 끝 무렵, 신촌의 한 카페에서 그의 신개념 의료봉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의료봉사 + α
2008년 민간 연구소인 ‘희망제작소’에서 개최한 ‘사회적 기업 아이디어 대회’ 에서 대상을 수상한 송호원씨와 친구들의 주제는 무료병원 아이디어였다. 노숙자, 독거노인, 장애인 등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기본 취지인 이 아이디어의 이름은 ‘프리메드(FREEMED)’. 송호원씨는 이를 아이디어로 끝나는 것이 아닌 초창기 자본금 약 5000만원에 이르는 실제 사회적 기업으로 이끌었다. 현재 프리메드는 포스코, KT&G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200여명의 대학생이 이끄는 단체로 성장하였다. 대학생의 신분으로 이런 단체를 설립한 송호원씨의 생각이 궁금했다.
- 일반 대학 봉사동아리의 회장의 자리에서 사회적 기업, 프리메드의 대표가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제가 2008년 무료 의료 봉사 동아리의 회장을 맡던 중 자금이 떨어져서 더 이상 기존의 활동이 불가능 했던 적이 있었어요. 여기서 한계를 느끼던 중 ‘보노보 혁명’이란 책을 읽고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습니다. 봉사동아리를 사회적 기업의 개념으로 풀어가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죠. 그래서 기본적 테마를 ‘의료봉사 활동을 좀 더 확대시켜서, 의료를 문화로써 풀어간다.’에 둔 프리메드를 구상했습니다. 의료본부에서 프로젝트를 구상하면 경영본부에서 뒷받침 해줄 수 있게 하는 모델이 기본적인 조직 구조였죠.
- 프리메드의 설립을 주장하며 여러 대기업을 비롯한 크고 작은 단체와 접촉과 설득을 통하여 자본금을 확보하셨는데요, 이런 경험에서 얻게 된 교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의대생이라 하면 경영학을 심도 있게 따로 배우는 것도 아니고 해서 이런 사업관련 일에 도전하실 때 주저하실 수 도 있어요. 하지만 경영이라는 건 제가 볼 때 학문도 아니고 정해진 족보도 없어요.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하고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 송호원씨의 인터뷰한 기사를 읽어보던 중 장래희망이 대통령이라고 하신 말씀에 눈길이 갔습니다. 실제로 졸업 후 진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하하하, 사실 저 또한 아직도 저의 진로를 잘 모르겠어요. 일단 컨설팅이나 경제학에 관심이 많아서 그 분야에 대한 공부도 더 하고 싶긴 합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유능한 의사도 되고 싶구요. 이런 저런 경험을 더 해본 후 30대 중반쯤에 방향을 확실히 정할 생각입니다.
포기를 모르고 늘 끝까지 도전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가끔은 지치지도 않으시냐는 기자의 물음에 특유의 호탕한 웃음과 함께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백일몽이라며 재치 있게 대답한 그다. 영어공부가 힘들 땐 하버드에서 공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잠이 부족할 땐 나중에 누릴 수 있는 안락함을 떠올리며 상황을 극복한다는 송호원씨. 그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늦여름의 더위가 무색하게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와 국시를 마치고 나아갈 그의 행보가 기다려 진다.
김지은 기자 / 가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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