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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선생님을 만나다

 올 여름, 4년 만에 돌아온 이번 월드컵도 여지없이 온 대한민국을 축제의 분위기로 만들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첫 경기인 그리스 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최초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그때의 여운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월드컵의 결과를 낙관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첫 경기를 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팀 선수들의 부상 소식이 들려왔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선수들은 치료되었고, 대한민국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의 중심에 계셨던, 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선생님을 만나보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 그 화려한 기억

 선생님께 이번 월드컵에서 기억에 남는 사건을 질문하자 말씀해 주신 사건도, 그와 관련된 것이었다. 6월 10일이 그리스전인 상황에서, 조용형 선수의 대상포진을 발견하고 재빨리 조치를 취한 것이 6월 7일. 대상포진은 잠복기 때는 그냥 통증으로만 생각하고 넘길 수 있는 병이기 때문에, 만약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고 치료하지 않고 넘어갔으면 바로 2,3일 후에 극심한 통증이 와서 출전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고 한다. 박주영 선수의 경우도, 그리스전을 앞둔 6월 5일 팔꿈치가 탈구되었었다. 팔꿈치 탈구는 요골, 척골 신경 손상이 동반된다면 팔을 못 쓸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지만, 빠른 응급조치와 정확한 치료로 완치되었고 때문에 이 선수들은 월드컵 동안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일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대표팀 주치의로서 송준섭 선생님이 갖는 이번 16강에 대한 느낌은 남다르다. "이번 월드컵은 의료라는 측면이 얼마나 크게 강조되어야 하는 부분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기회였습니다. 16강 진출의 힘에 대한 여러 가지 말이 있었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공부하는 의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학문인가를 깨닫게 하는 이면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아무리 선수가 좋고, 감독의 전술이 뛰어나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선수가 망가지면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됩니다. 때문에 대표팀 주치의가 주목받고 부담을 느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한 것이고요."

우리나라 대표팀 주치의가 하는 일은?

 하지만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조차 대표팀 주치의로서 하는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생소한 영역이라 질문을 드렸더니 대표팀 주치의의 역할을 답해주셨다. 첫째는 진단으로, 부상선수가 발생되면 정확한 병명을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선수가 게임에 참여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참가여부를 판정하는 것이다. 즉, 정확한 진단을 내려서 선수의 경기 참가여부를 판정하고, 참가여부 판정이 되면 어느 정도의 시간 내에 어떤 치료방법을 택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대표팀 주치의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이러한 대표팀 주치의의 역할이 정립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선생님은 스포츠 의학에 관심을 가진 은사님 밑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으며 처음 축구의학에 관심을 가지셨는데, 그때는 축구의학이라는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전담 주치의라는 제도도 없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히딩크 감독 부임 후 필요성이 제기된 후에서야 개념이 정립되고 점차 발전해가고 있는 영역인 것이다.


메디컬 프로필- 더 완벽한 시스템을 위하여


 송준섭 선생님의 작품인 메디컬 프로필도 이런 발전과 맥락을 같이 한다. 메디컬 프로필은 대표선수의 체력측정자료, 과거 부상 시 찍은 영상자료 등을 다 수집해 놓은 것이다. 이런 과거 자료를, 새로 발생한 부상의 영상자료와 비교해보면 진단의 정확도를 굉장히 높일 수 있다. 메디컬 프로필을 만드신 계기를 질문 드리자 그에 대한 답도 '발전'이다. "사회는 발전을 합니다. 축구 또한 마찬가지이지요. 과거에는 그런 개념이 없었습니다. 아프면 참고 뛰고. 하지만 축구도 선진국으로 다가갈수록 정확한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해요. 2002,2006년 김현철 박사님을 어시스트하면서 선진 축구도 접해보며 이번 월드컵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2006년 월드컵이 끝난 후부터 데이터 집적화를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개선되어야 할 환경이 많다. "아직도 많이 부족합니다. 어떻게 보면 앞으로 보강해야 할 것이 인프라지요. 현재 대표팀 주치의를 정형외과가 혼자 맡고 있는데 더 많은 분야가 필요합니다. 특히 선수들은 큰 무대에 서기 때문에 중압감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sports psychology도 굉장히 필요한 분야인데, 아직까지는 우리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취약합니다." 때문에 이런 부분들을 반드시 보강해서 다음 월드컵 때는 정신적인 측면과 육체적인 부분이 어울려져 잘 갈 수 있도록 하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꿈이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대표팀 주치의의 고난, 그리고 매력


 선수들이 주목받는 만큼, 그들을 담당하는 주치의로서 느끼는 중압감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또 경기를 다니면서 힘든 점도 있는데 장기간 외국에 나가있으면서 느끼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마치 군대처럼 굉장히 규칙적이고 꽉 짜인 일정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을 다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일에 대해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계셨다.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희소성의 가치도 있고, 조그만 정성이 전 국민의 환호로 이어졌을 때는 일반의사로서는 느낄 수 없는 큰 감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치료를 한 선수가 골을 넣어, 오천만 국민이 환호할 때 '나 아니었으면 안 돼' 이러면서 뒤에서 웃고 있는 다든지(웃음).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기회가 제공되는 건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또 일단 내가 치료하는 선수들은 최고의 선수들이지요. 대한민국 최고, 세계 최고를 달리는 선수들을 치료하고, 그들이 나를 믿고 몸을 맡기고, 신뢰할 때 느끼는 자부심 또한 큽니다. 또 그러다 보면 웬만한 일에 두려움이 없어지면서 자신감으로 중압감 등도 이길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

 
꿈★은 이루어진다 


 이런 선생님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대표팀 주치의가 되기 위해 준비한 시간은 8년. 2002년 대표팀 주치의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시작하면서, 그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 온 시간이다. 대표팀 주치의가 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을 위해 한마디를 해달라고 부탁드리자 해주신 이야기도 2002년부터 시작한다. 당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던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인 것이다.

 

 "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2002년의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의 의미예요. 이번 월드컵에 참여해 보니, 세계 32개국의 의사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런 큰 무대에 가서, FIFA의무분과위원회에 참여하여 같이 의료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2002년에 김현철 박사를 옆에서 지원하면서 나도 한 번 저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꿈을 가졌던 것을 떠올렸습니다. 과거 한국축구가 이 분야를 지원하지 않았고 사회적 관심도 부족한 상황에서 저도 이 분야에 대해 잘 몰랐었지만 대표팀 선수들을 진료하고, 조그만 의사의 시술하나도 힘이 보태져 온 국민이 저렇게 열광하고 환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지요. 그 당시 저렇게 되어야겠다는 꿈을 가지고 8년을 그 꿈을 위해 굉장히 노력을 하다 보니 그 꿈이 이루어 진거에요.

 결국 해주고 싶은 말은 꿈을 꾸라는 말입니다. 어떤 것을 하고 싶다는 막연할 생각 말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기 위해 내가 공부를 하고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지 그 꿈을 꾸고, 거기에 매진을 하면 나는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이를 잘 몰랐을 때는 꿈을 가지라는 소리를 그냥 흘려듣곤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때 당시 내가 그런 꿈을 꾸지 않았다면 과연 내가 남아공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전 세계 의사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었을까요? 이제는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의 의미가 뭔지 알게 되었고, 항상 후배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은 꿈꾸는 자만이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팀 주치의는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자리이지만 그 만큼의 큰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이기도 하다. 때문에 선생님은, 항상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많은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과 꿈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해주시며 이번 인터뷰를 마쳤다.



강새미 수습기자/중앙
twklest@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