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아픈데 여긴 우주네
- 우주에서는 수술을 어떻게 할까?
마전 화성에서의 생존을 다룬 영화 ‘마션’이 개봉했다.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폭풍속에서 날라다니는 파편에 맞아 홀로 화성에 남겨지게 된다. 깨어난 후 그는 화성기지에서 배에 박힌 파편을 적출한 뒤 상처부위를 의료용 스테이플러로 봉합한다. 그런데 만약 사고가 중력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일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이리 간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중력이 없기에 장기들이 고정되지 않고 떠다니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피다. 우주 영화에 단골로 나오는 장면이 물이 방울모양으로 떠다니는 장면이다. 그런데 만약 출혈로 피방울들이 우주선 내로 방출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주영역에서의 활동이 많아질 미래를 대비하려면 꼭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과학자들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올해 6월 26일, Andrew Kirkpatrick이 이끄는 캐나다,미국 과학자들은 한 실험을 행하였다. 제트기가 포물선 모양으로 비행할 때 정점 부분에서 약 30초간 무중력 상태가 되는데 이 때 수술을 하는 실험이다. 캐나다 국립연구 위원회가 주관한 이 실험은 팔콘20 제트기에서 행해졌다. 환자는 진짜 사람이 아닌 cut suit를 사용하였다. Cut suit란 현장실습에서 자주 사용되는 실험기구로 인간의 복부를 플라스틱으로 재현한 슈트다. 평소에는 연기자가 이 슈트를 입고 진짜 환자처럼 소리지르거나 투덜거리는 연기를 하는데 이 실험에선 컴퓨터와 중력 감지 센서로 이를 대체하였다. 센서들은 비행정보,피의 손실, 외과의들의 생리학적 수치들을 기록하였고 카메라로 이 모든 과정을 녹화하여 후에 분석할 수 있게 하였다. 가정된 상황은 흉부 압박상으로 인한 내부출혈으로 배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실험에서 무중력 상황에서의 출혈을 팽창형 지혈 폼을 이용해 성공적으로 처리했다고 한다. 무중력 시간이 짧다는 문제는 중력이 돌아올 때 모든 과정을 멈추고 다음 무중력 상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이 실험으로 두 나라의 과학자들은 우주에서의 수술의 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우주 분야 연구를 이끄는 대표적인 기관 NASA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Human Research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외과수술 지원 로봇을 개발하였다. 이 로봇은 네브라스카에 기반을 둔 Virtual Incision이라는 기업과 NASA의 협력으로 개발되었는데 무게가 400g 밖에 되지 않는다. 이 로봇은 배꼽 부분을 살짝 절개해 체내로 삽입되어 맹장이나 감염된 기관을 절제하는데 사용된다. 삽입 시 로봇의 일부는 바깥에 남아 밀봉을 유지하고 특별한 접속구로 가스의 방출 또한 방지하기에 우려되던 피 유출 사고를 방지한다. 로봇은 몸통(torso)와 두 독립된 팔로 구성되는데 두 팔은 어깨 관절과 팔꿈치 관절을 가지고 있다. 각 관절은 직류 전동기로 작동하며 외과의는 리눅스로 구성된 유저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명령을 내리게 된다. 외과의는 Phantom omni haptic 장치로 로봇을 조종하게 되는데 이 장치는 모니터와 발로 밟는 페달로 구성되어 있다. 모니터는 로봇이 전달하는 복부 내부의 영상들을 보여주며, 발 페달을 밟음으로서 로봇의 팔을 조종해 움켜쥐거나 멈출 수 있게 한다. 또한 이산화탄소 방출 또한 조절 할 수 있어 배에 이산화탄소를 채움으로써 더 잘 볼 수 있게 되고 움직일 공간 또한 마련해준다.
이 로봇의 프로토타입은 돼지로 실험되었는데 최소 칩입으로 맹장 수술,쓸개 제거, 내부출혈과 위궤양 방지 등 다양한 실험에 성공했다고 한다. 개발자들은 “이러한 질병들의 발생 확률은 낮아도 북극탐사나 해저탐사에서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대비해야한다.”라고 말했고 또 “아직 개발 초기이기는 하나 적은 침입으로 복부 질병들을 해결할 수 있기에 우주에서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라고 전망했다. NASA는 Human Research 프로그램에서 2차 연구로 염분이 많은 환경에서 개복수술을 하는 Aqueous Immersion surgical system을 또한 개발 중이며 워싱턴 대학에서는 초음파를 이용해 배에 상처 없이 치료하는 연구를 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아직도 존재한다. 우선 수술 방법이 있더라도 수술을 할 주체가 필요하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의사를 우주비행사로 훈련시켜 우주선에 탑승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두 전문과정을 수료한 사람의 숫자가 적거니와 매 탐사에 그 인력을 투입시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집중하고 있는 방법은 원격조종을 통한 로봇수술이다. 이 방법은 지구에서 여러 비행선을 통제할 수 있기에 채택되었다. 그런데 지구 근거리에서만 유인탐사가 일어나는 현재와 달리 탐사의 범위가 넓어질 미래에는 시간차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화성 근처의 비행선에 절개한다는 명령을 지구에서 보내고 그 명령이 로봇에 의해 실행된 결과를 지구에서 보려면 약 20초가 걸리게 되는데 이는 긴급한 수술에선 엄청난 문제다. NASA에선 동행한 우주비행사들을 보조하게 하거나 로봇에 수술절차를 입력해 스스로 실행하게 하는 등 해결점들을 찾고 있다.
안제성 기자/한양
<greatjas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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