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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혈액을 비싸게 파는 법

- 헌혈 관련 루머와 인프라 미비로 헌혈량 저조
- 혈액은 현재 기술로 대체 불가... 헌혈은 진정한 봉사

 

당신이 헌혈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신이 헌혈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질문을 받는 사람, 하는 사람 모두 고개가 갸웃해지는 질문이다. 헌혈을 하는 이유라 하면 ‘영화표 공짜로 받으려고, 봉사시간 채우려고’라는 대답이 가장 많이 나온다. 실제로 헌혈의 집을 가보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봉사시간이 필요한 중·고등학생들과 심심한 대학생들이다. 이번엔 헌혈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적십자사가 비리를 저질러서, 면역력이 약해진다고 해서’등 더욱더 큰 물음표가 따라온다. 체중 미달이나 정기적인 약의 복용 등으로 헌혈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정말 혈액을 기부한다는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몇 달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가 국내에 상륙해 많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자 국내 헌혈자 수는 급감했다. 국내 최초 발생지였던 경기도에서는 메르스가 발생한 6월에 전월대비 헌혈자 수가 40-50% 감소했다. 이는 헌혈을 하면 면역력이 약해져서 메르스에 걸리기 쉽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것이다. 헌혈 후 빈혈을 느끼거나 컨디션이 떨어지는 것은 면역력이 약해진 것이 아니라 혈액의 절대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다. 혈액의 대부분은 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주면 무리 없이 극복할 수 있다. 또한 우리 몸은 끊임없이 혈액 세포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물로 혈액의 양을 채워주고, 세포들이 충분해질 때까지만 휴식을 취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반대로 헌혈을 하면 오래된 피가 빠져나가 혈액순환에 도움을 준다는 말도 근거 없는 소문이다.


이런 헛소문으로 인한 저조한 헌혈량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나라에서는 헌혈을 하면 혜택이 매우 많다. 영화표나 햄버거 쿠폰 같은 부수적 사은품은 물론이고, 헌혈을 한 번 할 때마다 헌혈증을 준다. 이 헌혈증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헌혈증을 기부해달라는 글이 올라올 때가 있다. 이 때 별 생각 없이 소중한 헌혈증을 내어놓기 보다는 헌혈증의 기능을 정확히 알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헌혈증이 있으면 장수만큼 수혈 받는 혈액을 할인받을 수 있다. 엄연히 말해서 ‘무상’으로 수혈을 받을 수 있는 이용권이 아니라 건강보험으로 공제되지 않는 나머지 금액을 ‘할인’해주는 것이다. 돈과 다를 것 없는 가치를 지닌 것이므로 집에 쌓아놓은 헌혈증이 있다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버려지지 않도록 보관해두어야 한다.


헌혈의 집, 헌혈카페 등 헌혈을 할 수 있는 곳들을 자세히 보면 이름이 다른 곳들이 있다. 이는 혈액 사업을 주관하는 곳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로, 단순하게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와 파는 음식은 똑같지만 여러 브랜드가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곳들 말고도 대학병원에 헌혈실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국가 차원에서 관리되는 혈액이 아니라 병원 내에서 자체적으로 사용된다. 특이한 점은 서울 중앙대학교병원에서는 대학 병원 유일의 헌혈센터를 개원해 중앙대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의료기관에도 혈액을 제공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 1년에 3,800명 이상이 꾸준히 헌혈을 하고 있다.


‘헌혈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이 있다. 현재의 과학 기술에서 혈액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가 헌혈을 하지 않으면 인류의 생존이 아예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한 번 전혈 헌혈을 할 때 320mL 혹은 400mL의 혈액을 준다. 그러나 심장 수술을 한 번 하는데 몇십 L의 혈액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지속적인 헌혈 참여가 필요한 이유이다. 헌혈은 봉사시간을 채우려고 억지로 하는 활동이다, 피를 팔아서 영화표를 산다는 등의 현재 세태에 대한 부정적인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지하철역에 멍하니 서 있는 것이나 도서관의 책 먼지를 터는 것에 비해 헌혈은 남을 돕는다는 진정한 의미의 봉사인 것이다. 달라져야 할 것은 헌혈자들의 마음가짐이 아니라 턱없이 부족한 헌혈에 대한 교육과 인식 개선이다. 헌혈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자랑스럽고 기쁜 마음으로 헌혈을 하는 것이 헌혈에 대한 가장 큰 보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치원 기자/중앙
<1inamillion_@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