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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투시경으로 바라본 그림

 

 

1. 미켈란젤로와 해부학

 

 

 

 - <아담의 탄생>, 미켈란젤로

이 그림은 인간의 창조를 보여준다. 아담이 신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부여받는 장면을 담고 있다. 신은 그를 향해 팔을 내밀어 무엇을 주려고 하는 것일까. 이 그림의 해부학 구조는 그 답이 ‘지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1990년 11월, 미국의학협회지에 실린 프랭크 린 메시버거Frank Lynn Meshberger의 논문 ‘An Interpretation Of Michelangelo’s Creation Of Adam Based On Neuroanatomy’은 학계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아담의 탄생>과 뇌의 해부학 구조 사이의 유사성을 밝혀냈다.

신과 천사들을 전체적으로 감싸고 있는 붉은 천은 세 겹의 층으로 이루어진 두개골의 형상이다. 중앙에 위치한 신의 하체는 뇌량의 단면과 뇌궁, 시상 등을 나타낸다.
뇌의 두정엽과 측두엽을 나누는 띠고랑singulate sulcus(a)은 신의 왼손에서부터 시작하여 어깨를 가로지르며 오른팔 아래로 내려가서 가장 왼쪽 천사의 엉덩이를 따라 연장된다. 아래쪽의 초록색 스카프는 척추동맥(b)을 형상화한 것이다. 또 스카프 왼쪽에 아래로 뻗어있는, 발가락이 두 개뿐인 발은 뇌하수체(c)를, 다른 쪽 넓적다리는 시신경(e)을 형상화한다. 신의 바로 아래쪽에 펼쳐져 있는 천사의 등은 교뇌(d)를, 엉덩이와 다리는 척수를 나타낸다.

 

 

 

- <피에타>, 미켈란젤로
<피에타>에는 도금이나 채색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미켈란젤로는 대리석으로 살아있는 인체의 온기와 죽어가는 육체의 차가움을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조각상에는 그의 해부학적인 지식과 공간에 대한 비범한 관념이 발휘되었다.
성모 마리아의 오른팔은 예수의 몸을 강하게 부여잡고 있고, 왼팔은 그 슬픔의 감정을 함께 나누도록 관람객을 인도하는 것처럼 뻗어있다. 마리아의 오른쪽 다섯 손가락은 퍼져 있어 예수의 갈비뼈를 짚고 있다. 피에타 상을 오른쪽으로 90도 돌려보면 오른쪽 폐의 단면과 상당히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예수의 오른쪽 팔꿈치를 시작으로 바닥에까지 펼쳐져있는 마리아의 옷자락은 절개된 늑골을 감싸고 있는 흉곽을, 예수의 오른쪽 종아리는 횡격막을, 그리고 예수의 엉덩이 부분은 심장의 오른쪽 가장자리를 나타낸다. 예수의 오른발 아래쪽에 있는 튜브 형태의 옷 주름은 두 개로 갈라진 늑골을 형상화하였다.

<아담의 탄생> 속의 뇌, <피에타> 속의 폐처럼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에서는 인체의 다양한 구조들이 발견된다. 인체의 소중한 부분들이 나타나있어 작품의 의미가 더 부각되기도 하고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크다. 예술과 해부학을 결합한 미켈란젤로의 독특한 철학과 전문성, 작은 곳에서도 섬세함을 놓치지 않은 투철함이 그를 지금까지 기억되게 하는 것 아닐까.

 

 

 

 

2. 모네와 백내장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오감 중 중요하지 않은 감각이 없지만 시각에 대한 사람의 의존성이 크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잔은 “모네는 눈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얼마나 대단한 눈인가.”라는 말로 빛의 효과를 탁월하게 잡아내는 모네에 대한 찬사를 대신했다.
여든여섯이 될 때까지 장수한 모네는 나이가 들면서 백내장으로 고생했다. 1907년 예순일곱 살 때부터 시력이 저하되면서 사물이 뿌옇게 보이고 야외의 빛을 보기가 고통스러워졌지만 10여 년간 의사의 수술 권유를 뿌리치고 있다가 결국 수술을 받고 겨우 회복했다. 눈으로 들어온 빛은 수정체를 통과하면서 굴절되어 망막에 상을 맺는데, 백내장은 이러한 수정체가 혼탁해져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는 현상이다. 혼탁해진 수정체로 인해 시야가 흐려지고 시력이 감퇴하며, 빛이 산란되면서 빛이 퍼져 보이거나 눈이 부시고, 사물의 색깔이 붉거나 노랗게 왜곡되어 보인다.
백내장이 생기기 전후로 같은 대상을 그린 모네의 그림을 비교하면 백내장 환자에게 사물이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할 수 있다. 왼쪽은 1899년에 그려진 <수련 연못>이라는 작품이고, 오른쪽은 20여년 후 같은 장소의 다리를 그린 <일본식 다리>라는 1922년 작품이다. 왼쪽은 백내장이 발병하기 직전에 그려졌고, 오른쪽은 그가 백내장에 걸려 실명하기 직전에 그려졌다. 왼쪽 그림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연못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지만 오른쪽 그림은 대상의 윤곽이 불분명하고 붉은색 계통의 강렬한 색들이 주를 이루어서 그림 설명을 듣지 않으면 무엇을 그린 것인지 알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화가들은 시대사조나 개인적인 이유에 의해 자신의 화풍을 바꾼다. 전 생애에 걸쳐서 한 스타일의 그림만을 남긴 화가는 드물다. 그런데 모네 그림의 변화는 그러한 화풍의 변화라고 말할 수 없다. 그는 백내장이 걸린 이후에도 자신의 눈과 빛이 만들어내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다.

 

 

3. 비너스의 비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이야기할 때 그림 속 여인의 아름다움을 빼놓을 수 없다. 하얗고 가녀린 몸매, 그리고 흩날리는 머릿결과 양쪽의 신들이 신비감을 조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피렌체 최고의 미인으로 20대 초반에 결핵으로 요절한 시모네타 베스푸치가 이러한 비너스의 모델로 유력하다.
그림을 잘 살펴보면, 비너스의 왼쪽 어깨가 부자연스럽게 처져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린 방향과 시선, 자세가 부조화를 이룬다. 왼쪽 폐가 심한 결핵으로 망가지면 그쪽 가슴이 오그라들고 어깨가 처진다.
보티첼리는 시모네타를 짝사랑했고 그녀를 아름다움의 표상으로 여겨, 그녀가 폐결핵으로 죽은 이후에도 평생 그의 그림 모델로 그녀를 살려냈다. 창백한 얼굴과 뺨의 홍조, 가늘고 긴 체형으로 아름답게만 보였던 여인이 결핵 환자였다는 사실이 놀랍다. 앞으로 그림을 감상할 때 X선 찍듯 관찰하는 것이 어떨까.

 

서예진 기자/성균관
<jasminale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