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먹고 살만한가
전국 41개 대학병원에서 매년 30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의사면허번호는 10만 번 대를 돌파하였다. 그중 극히 일부만이 대학 병원의 교수로 남고, 10%는 종합병원의 봉직의가 된다. 10% 정도는 병, 의원이 아닌 제약사, 보건관련 기관, 보건소 등으로 진출하며, 40%는 일반 병, 의원의 월급 의사 생활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40%가 가는 길이, 현재 3만 명의 경쟁자가 있는 길이, 바로 개원이다. 그렇다면 이 개원가, 먹고 살만한가?
개원하는데 많은 비용 필요,
신용불량자도 상당수
개원을 하기 위해선 서울 강남을 기준으로 하면 최소 3~5억 원이 들고 작은 동네 의원을 차린다 해도 1~2억원은 필요하다. 수많은 경쟁 병원들 사이에서 자신의 병원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는 실정.
하지만 이마저도 문 닫는 병, 의원이 많다 보니 은행권의 의사 상대 대출은 한도액이 줄어들고 이자율은 올라갔다. 씨티 은행은 닥터론 한도를 2년 전 5억원에서 3억원, 신한 은행은 3억원에서 2억5000만원, 하나 은행은 3억에서 2억원으로 줄였고, 국민 은행은 3억원의 한도를 유지하는 대신 가산 금리를 0.43% 올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확히 수치를 내보진 않았지만 의사와 한의사 중 20~30%가 신용불량자다.” 라고 밝혔다.
연평균 1700여개의 의원이 폐업
최근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공개한 2006~2010년 의원 표시과목별 개, 폐업 현황에 따르면 5년 동안 연평균 1700여개의 기관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2001개 의원이 개원을 하였고 1559개 의원이 문을 닫았다. 정신과와 산부인과의 경우에는 개원 의원보다 폐업하는 의원들이 더 많았다. 정신과의 신규 개원은 28개 기관, 폐업 기관은 34개였고, 산부인과도 개원은 50개 기관, 폐업은 93개 기관이었다. 의원급 의료 기관뿐만 아니라, 병원과 요양 병원의 폐업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병원의 경우 지난해 153개 기관이 폐업하였고, 요양병원의 경우 114개 기관이 폐업하였다. 이들 의료 기관들의 폐업 사유는 기타를 제외하고, 경영상의 이유가 750건으로 가장 많았다.
무너지는 영역 간 경계와
과별 정체성
이러한 상황 속에 각 과들이 진료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진료 영역의 절대적 기준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소아과’에서 ‘소아청소년과’로, ‘진단방사선과’에서 ‘영상의학과’로, ‘마취과’에서 ‘마취통증의학과’로, ‘일반외과’에서 ‘외과’로, ‘임상병리과’에서 ‘진단검사의학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 일례이다. 피부과, 성형외과, 내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비뇨기과 개원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피부, 미용성형, 비만 등 비급여 진료에 뛰어들고 있다. 비급여 진료 시장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지만 수요가 끊임없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원의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 내내 배운 전문 과목의 표기를 포기하고라도 일반 의원, 클리닉 등으로 개원하면서 비급여 진료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개원가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개원가 간에 진료 영역을 두고 다투는 일도 많다. 이비인후과와 성형외과의 비중격만곡증 수술, 치과와 성형외과의 양악 수술, 이비인후과와 치과의 코골이 수술, 외과와 내과의 내시경 검사, 산부인과와 비뇨기과의 유방 질환, 요실금 수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개원의들의 이익 단체
설립될 예정
올해 4월 2일, 대한 의원협회 설립 추진 위원회(의원추)는 ‘대한 의원 협회 발기인 대회’를 개최했다. 의원추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개원의들의 이익 단체인 ‘대한의원협회’의 설립을 위한 위원회이다. 개인 의원의 열악한 진료 환경과 경영 수지의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전문 과목, 진료 과목별 이해에서 벗어나 대한 의원 협회의 이름 아래 하나가 되어 자긍심을 되찾고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자는 취지이다.
개원가 안정화가 가슴 뜨거운
의사들을 만들 것
어떤 이들은 국민 건강을 수호해야 할 의사가 자신들의 부만을 추구한다며 이러한 움직임을 비난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돈만을 바라고 의대에 온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환자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진정한 실력으로 환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 그러한 비전이 있기에 고된 수련 과정 속에서 온갖 혼란과 불확실함, 두려움, 무기력함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만 싶어질 때에도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양심적으로 환자 한명 한명에게 최선을 다하는, 가슴이 뜨거운 의사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개원가의 진료 환경과 경제 상태가 안정화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당장의 적자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양심적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 의사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없애나가고 정부, 대중과 소통하여 더 내실 있는 파이를 만드는 것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공통 과제이다.
심유진 수습기자/단국
<jinshim@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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