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과톱은 아무나 하나

과톱의 비밀을 샅샅이 파헤쳐보자!

어느 학교에나 과의 1등은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과톱’이라고 부른다. 신기한 점은 이상하리만치 이들의 위치는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명이 의대 6년 또는 의전 4년 내내 과톱을 유지하거나, 많은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두 명 정도가 번갈아가며 하는 정도이다. 이들은 꾸준히 자신의 위치를 붙잡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이 위치에 있게 하는 것일까?
과톱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전국 6개 의대, 의전의 과톱과, 이들의 절친들을 동일한 질문으로 인터뷰하였다. 이들의 삶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서이다. 이 인터뷰들을 바탕으로 이들의 삶을 조명해보자.

남들과 다르지 않은 의대진입기,
그리고 비범한 각오

과톱들은 왜 의대를 지원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대부분 다른 의대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의사인 부모님의 영향이나 전에 다니던 대학 생활 중 임상에 흥미를 느끼는 등 개인적 환경에 영향을 받았거나, 전문직이 갖는 이점, 봉사하는 직업의 보람 등 일반 의대생들이 생각하는 동기와 유사했다. 이렇게 비슷한 동기로 의대에 지원한 과톱들은 어떠한 각오를 가져서 남들보다 우수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이들의 말을 들어보자.
“그냥 나 스스로 만족할 정도로 열심히 해서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아닌 거라는 식으로 생각했어요.”
“어렵게 돌아서 온 길이고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이니만큼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러고 싶었어요.”
“나는 한의사라는 직업적 이득을 포기하고 이곳에 들어왔고, 그 때문에 내 주변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좋은 의사의 기본은 많이 알고 똑똑한 의사겠지.’하고 마음 다 잡았어요.”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포텐셜을 내보자 하는 각오를 했어요. 만약 지금 실패한다면 앞으로도 평생 원하는 일을 이룰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의학의 특성상 막대한 책임이 부과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공부했던 것과는 달리 좀 신경을 써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톱들이 말하는 공부비법

실습 도중 교수님이나 전공의에게 받는 질문은 여느 의대생이나 두려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과톱은 그런 교수님이나 전공의들을 당황하게 한다. 전공의가 학생이 대답을 너무 잘해 대답 못하게 하려고 한, 책의 구석에서나 볼 수 있는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B 대학과 C 대학의 과톱들은 그것까지도 대답하여 전공의를 당황하게 하였다. 이러한 사소한 것까지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과톱! 이들의 공부비법을 지금부터 알아보자.
과톱들과 그들의 절친들이 말하는 공부의 비법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그 중 대다수의 과톱들이 이야기 한 것은 수업시간의 집중이었다. 과톱의 절친들의 증언에 의하면, 6명 중 4명의 과톱이 수업시간에 놀랄만한 집중력을 보인다고 한다. 나머지 2명도 졸거나 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교수님이 중요하다고 한 것에는 여전히 대단한 집중력을 보여준다고 한다. 어떻게 이들은 수업시간에 이러한 엄청난 집중력을 보일 수 있을까? B 대학의 과톱은 열심히 졸다가도 중요하다는 말에 반응하여 이미 손은 그 내용을 적고 있다. C 대학의 과톱은 앞자리에 앉아서 필기를 최소화하고 팔짱끼고 앉아 듣고 이해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고 말한 반면, F 대학의 과톱은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하시는 말씀은 모두 받아 적는다고 한다. E 대학의 과톱은 수업시간에 보이는 집중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듣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집중하기 위한 체력, 그리고 능동적인 수업참여,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공부 잘하는 친구에게 모르는 것을 질문하고 설명을 들으면 이해가 빨라지는 것처럼, 우리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교수님께 내용을 듣고 질문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죠. 그리고 밤새고 수업을 들으면 집중하기 힘들겠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좋겠지만 안되면 카페인 도핑을 해서라도 수업시간에 집중할 체력을 만들어둬야 해요.”
두 번째로 이들이 말하는 비결은 그날 배운 내용은 그날 정리하는 습관이다. 과톱의 절친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역시 6명 중 4명의 과톱이 그날 배운 내용은 그날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2명도 그날 정리하지는 않지만 여건이 되는대로 모두 정리해두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정리벽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리를 잘하는 과톱도 2명이나 된다. C 대학의 과톱은 동아리 모임으로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간 날에도 복습은 하고 자는 철저함을 가지고 있고, A 대학의 과톱은 학교 행사나 모임 같은 것이 있으면 정리해야 하는데 몸이 힘들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세 번째로, 6명의 과톱 중 3명의 과톱은 쉬는 시간이나 밥을 먹는 시간, 여가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의 활용 능력이 대단하다고 한다. B 대학의 과톱은 이러한 시간에 책을 찾아보며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는 데 힘을 쏟는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사는 데에 아낌이 없다. A 대학의 과톱은 공부를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없다. 일반 학생들은 자리 만들고 필기구 정리하고 화장실 다녀오고 하는 등의 시간 허비를 조금이라도 하는 편이지만 A 대학의 과톱은 그런 시간 낭비 없이 자리에 앉으면 곧바로 공부를 시작한다고 한다. E 대학의 과톱은 수업 시간 중 교수님께서 딴 이야기를 하실 때 다른 공부를 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과톱의 절친들은 이들이 공부해야 할 것의 뼈대를 구성하고 세세한 것의 살을 붙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 능력은 공부의 효율성과 직결된다. B 대학 과톱은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개요부터 적고 시작한다. 큰 제목을 적고 단계별로 세부항목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C 대학의 과톱은 책의 활용능력이 좋다고 한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선택적으로 책에서 찾아 공부한다. 책을 무조건 파고들지는 않는 것이다.
그 외에도 각각 과톱들은 자기만의 특이한 습관들이 있다. D 대학의 과톱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확실히 외우고 계속적으로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여 자신이 외운 것을 복습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B 대학의 과톱은 점수에 반영된 것은 적극적으로 나서 확실히 챙기는 모습을 보이고, E 대학과 F 대학의 과톱들은 수업시간에 자신이 모르는 것은 적극적으로 질문하여 알려고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이들의 공부량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눈에 띄게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의 공부량은 여느 평균 의대생들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복습하다가 시험기간에 많아진다고 한다. 게다가 이들의 수면시간은 평소에는 5-6시간 가량, 시험기간에는 2-3시간 가량으로 다른 여느 의대생들과 비슷하거나 시험기간에는 오히려 많다 싶을 정도이다.

과톱들도 여가를 즐긴다?

늘쌍 공부만 할 것 같은 과톱. 이들에게도 여가생활이라는 것이 있을까? 과톱의 절친들의 증언에 따르면, 6명의 과톱 중 3명의 과톱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증언했고, 나머지 세 명은 일반 의대생과 비슷하다고 대답했다. 과톱들이 가장 즐겨하는 여가활동은 게임과 동아리 활동, 연애, 친구들과의 만남 등 일반 의대생들의 여가생활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특이한 것은, 독서와 공부를 여가생활로 즐기는 과톱도 2명씩 있었다는 점이다. C 대학의 과톱은 신체적 활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면 공부모드로 돌아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쉴 때는 독서를 즐겨한다고 하였고, E 대학의 과톱은 방학 때 자신이 알고 싶은 것에 대한 캠프나 연수 등에 참여한다고 하였다. 반면, A 대학의 과톱은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을 확실히 구분짓는 편이었고, F 대학의 과톱은 일부러 약속을 잡아놓고 그 전에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집중력의 원천이라고 살짝 비밀을 밝혔다.

임경인 기자/가천
<4wooya4@e-medne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