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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까닭은?

사법연수생 반대 성명에 이어 변호사들 집단 시위
사법고시와 로스쿨, 그 과도기에 선 법조계

법조계가 한창 뜨겁다. 법무부의 ‘로스쿨 졸업생 검사 임용안’을 둘러싸고 사법연수생들이 반대 성명을 낸 것에 이어, 변호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시국 관련 사안이 아닌 것으로 시위를 벌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로스쿨 학생들 역시 동맹 자퇴의 결의로 맞서는 등, 상황은 점차 가열되고 있다. 법조계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로스쿨 도입부터 한번 살펴보자.

시대적 흐름과 법조 일원화를
위한 선택, 로스쿨

로스쿨은 1920년대에 미국에서 자리 잡은 법학 교육 기관으로, 그 설립 요점은 법학을 배우기 전의 학부 4년간 다른 전공과목을 배운다는 점이다. 의료 소송에서는 의료에 전문가인 법조인이 필요하듯이, 사회의 다양화와 함께 새로 생겨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전공의 법조인을 만드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약 6~7년 전부터 로스쿨 설립을 준비하기 시작하여 2009년 첫 신입생을 받았으며, 내년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1기가 탄생한다. 한국 역시 사회의 다양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기 위함이었으며, 국가 인력 낭비를 초래하는 ‘고시 낙오생’을 줄이자는 취지도 있었다. 또한 변호사를 양산하여 대기업이나 부자 뿐 아니라 모두가 쉽게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의 문턱을 낮추려는 계획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 법조계 내부에서는 지금까지도 큰 갈등요소가 되어온 법조일원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면도 있다. 현재 한국의 법조양성제도에서는 법과대학, 사법고시, 사법연수원을 거치며 성적이 좋은 소수의 연수생들만이 판검사로 임용되고 나머지는 주로 변호사 개업 쪽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이는 판사-검사-변호사 간의 벽을 만들 뿐 아니라, 법조 경험이 없는 판검사의 무리한 재판이나 수사, 사법기관의 폐쇄적 엘리트주의와 관료주의를 낳는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그래서 판검사 임용 시 재조(사법부 및 검찰)와 재야(변호사) 등 법조계를 일원화 하는 것이 ‘법조일원화’이다. 법조일원화가 되면 풍부한 경력을 가진 변호사들이 판검사에 임용됨으로써, 다양하고 전문화된 사회적 요구가 사법과정에 반영될 뿐만 아니라 사법기관에 대한 시민사회의 간접적 통제로 기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렇다면 지금 한국의 법조계는
어디까지 왔을까.

 먼저 로스쿨 졸업생의 실무능력을 생각해 보자. 대개 사법고시생들은 4년의 법과대학 과정을 거치고, 평균적으로 3년 가량을 사법고시 준비에 집중하게 된다. 이후에도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의 강도 높은 실무교육을 받은 후 법조계로 나아간다. 하지만 로스쿨의 경우 법학과는 전혀 무관한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로스쿨 3년을 거쳐 변호사 시험을 치면 된다. 9년과 3년, 양적으로도 차이가 나지만, 사법연수원보다는 법과대학과 비슷한 로스쿨을 졸업한, 기초법학도 배우지 못한 그들의 실무능력을 크게 기대하긴 어렵다.
그래도 다양한 전공분야의 사람들이 온다는 장점은 있지 않을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도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지난 3년간 로스쿨 입학생 중 법학계열이 차지하는 비율은 34.38%, 37.65%, 심지어 올해에는 49.14%를 차지하여, 로스쿨은 사법고시 탈락자들의 패자부활전이라는 말마저 있을 정도다.
반절뿐인 비법학계열 출신도 자신의 전공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부분 전공 관련 경험이 많지 않은 학부 졸업자일 뿐이며, 많은 경험을 쌓고 로스쿨에 지원한 자에게는 “나이가 많은데 3년 후 변호사 시험까지 다 외워서 통과할 수 있겠느냐”와 같은 질문이 던져진다. 로스쿨 입장에서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무엇보다 중요하니, 전공에 경험이 많아도 나이가 많다면 애초에 로스쿨 합격 자체가 힘든 것이다.

그런데 법조일원화까지
지키지 않겠다고?

이런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로스쿨화가 계속 진행되어 왔던 것은 그 도입 취지 때문이었다. 다양성의 추구와 법률의 문턱 낮추기 등, 시대적 흐름을 충실히 반영한 선택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결국 사법연수생과 변호사들을 거리로 불러낸 것은 법무부의 ‘로스쿨 졸업생 검사 임용안’이었다. 지난 2월 14일, 법무부는 로스쿨 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을 검사로 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젊고 우수한 인력을 판검사로 미리 선점하려는 법무부의 이 생각은 법조일원화에 위배될뿐더러, 원장의 추천을 받는다는 것은 권력이나 집안 등에 따라 추천되는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할 수도 있다. 비판이 거세지자 원장 추천제 대신 상위 10%로 기준을 바꾸었지만, 사법연수생들과 변호사들은 로스쿨 졸업생의 판검사 임용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아직 5년 이상 지속될 갈등

로스쿨 졸업생 배출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지금에서야 이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로스쿨의 도입은 노무현 정권 말기에 정해졌지만, 사법고시와 로스쿨의 공존기간 동안 임용은 어떻게 할지, 새로이 생기는 변호사 시험은 어떻게 할지 등 세부적이지만 중요한 사항은 관련 당국이 모두 눈을 감았던 것이다.
의료계의 의전원화의 경우 2014년 이후 대학의 자율화에 맡김으로써, 사실상 의과대학으로의 회귀가 예상되고 있다. 그에 반해 아직 한창 전환이 진행 중인 법조계. 사법고시가 폐지되는 2017년까지는 사법고시 합격자가 나올 것이고 그 이후에도 2년간은 사법연수원생이 배출될 것이다. 동시에 내년부터는 로스쿨 졸업생이 나올 것이며, 결국 언젠가는 판사, 검사, 변호사 모두 로스쿨 출신이 맡게 될 것이다. 변화 후의 법조계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세용 기자/연세
<avantgarde91@e-med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