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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과되지 않은 앵글 속 희망 찾기

“그 날 난 깨달았어. 이 마음은 쉽게 겁을 먹는단 걸. 그래서 속여 줄 필요가 있어. 큰 문제가 생기면 가슴에 손을 대고 얘기하는 거야. ‘알 이즈 웰 (All iz well)’” “그래서 그게 문제를 해결해줬어?” “아니, 근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용기를 얻었지!”

지난 7일, 카이스트에 재학 중이던 학생이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카이스트에서만 올해 들어 4명 째.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자살을 선택하는 대학생들이 한해에 200~300명에 육박한다. 나침반을 들어 서남쪽을 향해 서면 우리나라에서 하늘 길을 따라 7시간 30분을 날아 도착하는 곳에, 인도가 있다. 이 먼 이국땅에서도 마치 우리나라를 거울에 비춘 듯 똑같은 비극이 일어나고 있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란초’는 자신의 학교에서 무한 학점경쟁과 가족의 기대 그리고 개인적인 소망, 이 모든 것이 불협화음을 이루어 스스로 운명을 달리한 학생을 목격한다. 그리고 인도에서 무려 90분에 한명씩 자살을 선택한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적힌 종이를 경쟁적 레이스를 부추기는 총장 ‘비루’ 앞에 제시한다. 그러나 그는 비장함으로 무장하고 총장을 문책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는 학교가 학생들을 서커스단의 사자처럼 훈련시키는 곳이 아닌, 자유롭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펼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 것이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접한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장장 160분에 달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을 정도로 인도영화 최고의 수작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카메라는 졸업과 동시에 행방을 감춘 ‘란초’를 10년 만에 찾아 떠나게 된 두 친구를 따라간다. 태어난 순간부터 부모님에 의해 진로가 정해져 자신의 꿈을 맘속으로 삭여온 ‘파르한’, 가족부양에 대한 부담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실을 이겨내지 못했던 ‘라주’. 이 둘은 10년 전 ‘란초’의 진실된 충고로 스스로 두 발을 땅 위에 단단히 디디게 되었다.
<3idiots>가 자국에서 역대 흥행 1위를 차지하고 세계적인 인기도 한 몸에 받은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 아름다운 남녀 주인공의 사랑에 중심을 둔 여타의 인도영화들과 달리 지금 바로 나와 내 이웃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여과 없이 사실적으로, 그러나 희망적으로 그려내며 긍정의 에너지를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관습에 대항하는 ‘란초’와 친구들의 대담하고 발랄한 행동들, 주옥같은 배경음악과 숨을 멎게 하는 인도의 아름다운 풍경, 중간 중간 삽입된 인도영화 특유의 흥겨운 뮤지컬 씬까지. 영화 좀 본다 하는 당신, 아직도 발리우드를 접해보지 않았다면 <세 얼간이들>을 택하는데 주저하지 않아도 좋다. 

이선민 기자/을지                                                      
 <god0763@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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