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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과 함께 반추해보는 신자유주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신자유주의를 강요하다

2010년 12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장하준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원래 취지는 한나라당에서 자신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교수의 강연을 듣고 생각해보자는 것이었지만 강연 막바지에는 장 교수와 의원들 간에 논쟁이 벌어졌다. 이 강연회에서 장하준 교수는 한미 FTA와 현 한나라당의 주요 정책들을 비판했다. 현 정부의 모든 것들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장하준 교수는 1963년에 태어나 한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으로 유학을 가 캠브리지대학교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장 교수의 가족들도 비슷한 수준이다. 장 교수의 동생 장하석 교수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에서 물리학 학사를, 스탠퍼드대학교대학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땄다. 아버지 장재식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중앙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땄으며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일반 사람들의 생각이라면 장하준 교수는 일반적인 기득권층으로 보수적인 사고를 갖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의 정책 기반으로 쓰이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무리의 선봉에 서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으로 경제공황이 찾아왔는데 이때 대두된 경제이론이 케인즈의 수정자본주의이다. 대공황 이전의 자본주의는 결점이 많았는데 이를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케인즈경제학, 즉 수정자본주의이다. 하지만 이 수정자본주의도 1970년 세계 경제공황 이후 반론이 제기되었는데 이때 새롭게 나온 것이 지금의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이다. 신자유주의를 몇 단어로 설명하자면 자유시장, 정부의 규제완화, 재산권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적극적인 개입은 경제상황을 매우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이들의 주장이 옳은 것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그림을 봤을 때 이들 주장에는 여러 허점이 많다. 그리고 이들을 비판하는 것이 장하준 교수의 책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다.

2008년에 전 세계적으로 경제공황이 찾아왔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신자유주의는 현재의 선진국들에게는 잘 들어맞는 경제이론인 것 같이 보인다. 실제로 대표적인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은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도 공산주의 정부이지만 어느 정도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경제정책들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들의 경우를 보면 신자유주의는 단순히 선진국들만의 경제이론으로 보인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도 이를 비판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는 신자유주의가 선진국에서도 완벽한 경제이론이 아니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더더욱 경제발전을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책에 소개되는 대표적인 예들은 놀랍게도 현재 선진국들이 과거에 채택했던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들이다. 심지어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경제정책들도 포함되어있다.

산업혁명 시절 영국, 프랑스 등 많은 유럽 국가들에서 엄청난 경제발전이 있었다. 이 경제발전을 단순히 산업혁명 때 나온 많은 과학기술덕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만약 단순히 기술 때문이라면 전 세계적으로 경제발전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발전이 몇몇 특정 나라에서만 나타났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영국에서 과학발전이 일어났을 때 영국 정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기술의 유출을 철저히 막았다. 그리고 정부차원에서 농업을 위축시키고 공장을 지었으며 다른 나라에서는 여러 방법을 통해 농업을 발전시키도록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영국은 이를 바탕으로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루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다. 미국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영국의 압박에 의해 농업으로 시작했지만 정부의 주도 하에 많은 선진기술들을 이용한 공장들을 지었으며 현재 신자유주의자들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높은 관세를 이용해 자국 산업을 보호해 여러 산업들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우리가 잘 아는 한국의 경제발전도 비슷하다. 박정희 정권 때 정부는 국가적 차원에서 울산, 포항 등 국내에 많은 중화학 공업단지를 건설했으며 엄청난 사회자본을 투입해 경부고속도로 등 인프라 구축에도 기여했다. 그리고 높은 관세를 이용해 우리나라의 산업이 다른 선진국들로부터 피해를 입는 것을 막아 국내 기업들의 발전을 도모했다. 이를 기반으로 현재의 삼성, 현대 등 대기업들이 존재할 수 있었고 한국은 전 세계에서 20위권 안에 드는 경제대국이 되었다.

이렇게 전 세계 선진국들은 과거에 신자유주의와는 정반대되는 경제정책을 이용해 많은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이들은 현재 개발도상국들에는 자국에서 쓰고 있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강요하고 있고 이것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요지이다. 이런 신자유주의를 강요하는 주요 세 기관으로 IMF, 세계은행, WTO가 이 책에서는 소개된다. WTO는 국제 거래 시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규정을 어기면 제재를 가하며 IMF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랬듯이 경제위기의 국가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그 나라의 모든 경제정책을 수정해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정책으로 바꾼다. 당연히 이런 국가들이 더 이상 큰 경제발전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이 책의 제목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이해가 될 것이다. 원래 이 책의 제목은 성경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에서 나온 제목이다. 성경에 따르면 한 유대인이 강도를 당하고 길에 쓰러져있었는데 제사장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이를 보고 그냥 지나쳤지만 유대인에 비해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마리아인 한명이 그를 데려가 보살펴주었고 예수가 칭찬을 한다. 요지는 진정한 이웃은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나를 사랑해주고 힘들 때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현실에 비추어보면 지위가 높은 선진국은 지위가 낮은 개발도상국에 강요하는 ‘나쁜 사마리아인’인 것이다. 물론 장 교수의 비판이 100%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정책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나라들이 개발도상국의 가하는 이중잣대가 얼마나 모순적이고 잔인한 짓인지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만 하다.

장진기 기자/울산
<showbu@e-med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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