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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참여하는 그 곳,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

 금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문을 여는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는 어느덧 문을 연지 13년이 되었습니다. 1998년 IMF의 경제 위기 속에서 많은 실업자와 노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때 이분들에게 약간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몇몇 의대생들과 인도주의의사협회 선생님들이 모여 진료소를 연 것이 시작이 되었지요. 초기 진료소는 을지로 지하도에 임시로 차려졌었는데, 2002년도에 노숙인 상설 진료소를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임시 진료소도 서울역으로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워진 상설 진료소가 ‘서울역 다시서기 센터’입니다.

 서울역 진료소는 보통 30~40명의 노숙인, 독거노인 등의 환자분이 오시고 15~20명 정도의 학생들이 모여서 운영됩니다. 임시 진료소에서 하는 일은 노숙인분들 줄세우기, 접수, 예진, 진료, 약 조제, 검약, 복약지도로 나눌 수 있구요. 진료는 현재 병원에 계신 의사선생님들이 해주시는데 인의협 소속의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나오고 계십니다. 진료 이외의 일은 모인 대학생들이 하고 있는데 주로 의대, 간호대, 약대 등 보건의료계열 학생들입니다. 물론 공대, 자연대 등 타과의 학생들도 있고,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오는 학생들도 있으며 방학 때에는 미국이나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오기도 합니다.

 서울역 진료소는 노숙인 분들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벗어나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줍니다. 예진을 보고 약을 조제하는 활동을 통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 적용해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노숙인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의식주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등 그분들을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주지요. 가끔 술에 잔뜩 취해서 오시는 분, 정신적인 문제가 있으신 분들을 대하다 보면 다양한 사회의 이면을 접하게 되기도 합니다.
 진료소의 또다른 매력 중 하나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진료활동을 마치면 그날 하루의 진료소 평가를 위해 뒷풀이를 합니다. 운영상 문제가 되었던 점을 토론하고 다음을 위해 좋은 의견을 나누는데 이것이 끝나면 여러 학교에서 모인 학생들이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음주도 하며 친분을 쌓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저희 진료소는 강제성이 없습니다. 한번 진료소를 나가게 되면 매주 금요일마다 나가야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담을 가질 수 있는데 서울역 진료소는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줘 참여를 본인의 의사에 맡깁니다. 다만 학기마다 운영위원회를 뽑아 운영진 학생들이 진료소가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진료소 물품과 약을 챙기고 모인 학생들을 적절히 배치하는일을하고있습니다.

 이런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는 관심있는 분들에게 언제든 열려있습니다. 한번 오고 두번 오다보면 이곳의 활동 그리고 새로 만난 친구들의 매력에 빠져 계속 오게 됩니다. 관심있는분들은 저희 클럽(homeless.cyworld.com)에 들어오시면 진료소가 어떤 곳이고 주마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클럽에 공지된 운영진 연락처에 연락을 하면 진료소에 오는 방법, 진료소의 위치, 여는시간, 하게되는 일 등을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답니다. 관심 있는 모든 분을 환영합니다.~^^

신민아/서울역노숙인진료소 학생운영위원
정리_ 정다솔 기자/중앙 <astronova@naver.com>

다양한 시선으로 주고 받는 마음의 대화
정신과의사 정혜신 선생님과 나누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해 자신을 왜곡하는 일을 멈출 때,
그리고 실패를 경험한 후에도 자신을 탓하지 않을 때,
그럴 때, 인간은 비로소 온전히 혼자 서게 된다는 것이지요.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자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집중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게
진짜배기 독립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정혜신의「그림에세이」中


 쉽고도 명료하다. 그의 글 말이다. 그러나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정신과의사’ ‘칼럼니스트’ ‘강연자’ ‘심리분석연구소 대표’ 등 참 화려하고 다채롭다. 하지만 이 중 어느 옷을 걸치든 억지스러움 없이 담담히 자기 색채를 담아 전달할 줄 아는 그.
 ‘진짜배기’ 자신을 알고 행하는 것은 닦여진 길이 아니어도 웃으며 걷는 삶임을 마음의 언어로 전하는 정혜신선생님을 만나보았다.

정신과는 자기 색깔이 강한 진료과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특별히 정신과를 전공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글쎄요, 사실 정신과를 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정신과가 그냥 무작정 좋았어요. 본과 2학년 방학 때 정신과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우울증, 홧병 연구차 보길도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쫓아갔었어요. 병원 실습을 돌면서는 집에 갈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폐쇄병동에 남아있기도 했고요. 학생이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었겠어요, 당시에는 그냥 환자들 곁에 있는 것이 좋았어요.

 침습적인 처치를 싫어하는 성격도 정신과를 택하는 데 한 몫 하지 않았나 해요. 본과 1학년 때 해부학 실습을 하고 한동안 살코기를 먹지 못 할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했거든요. 병원 실습을 나가고 인턴을 할 때에도 다른 친구들은 비교적 쉽게 하는 꿰매기 등의 상처치료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인턴 때에도 침습적인 처치를 하지 않으려고 지방병원에 파견 가는 것(간단한 시술만 하면 일과가 끝나므로 인턴들에겐 휴가나 마찬가지거든요)도 친구들에게 다 양보하고 그랬죠.

 정신과를 무척 하고 싶었지만 정신과 레지던트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당시 정신과를 희망하는 여학생이 12명이나 되었는데 여학생은 1명만 뽑겠다고 공언이 된 상태였고, 그나마 그 1명도 이미 내정된 상태였어요. 정신과를 지망하던 다른 여학생들이 다른 과로 전공을 돌리기 시작했죠. 하지만 전 막무가내로 끝까지 정신과를 고집했어요. 결국 전공의 시험을 통해 선발하기로 결정이 났고 전 마침내 정신과 레지던트가 되었지요.

 

중년 남성의 심리에 많은 관심을 가지신 것으로 압니다. 흔히 다뤄지지 않는 분야인데, 어떻게 흥미를 갖게 되셨나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에 대한 연인이 남성심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해요. 저희 아버지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암으로 어머니와 사별을 하시고 3남매를 혼자 키우셨어요. 아버지는 어렸을 적 의붓어머니 밑에서 배다른 동생과 살아야 했던 상처스러운 과거를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당신 자식들에게는 자신과 같은 고통을 주지 않으려 하셨던 거 같아요. 외롭고 무척 힘드셨을 텐데 말이지요. 그래서 아버지의 심리랄까, 그런 것에 항상 관심이 많았죠.

 본격적으로 남성심리는 연구하게 된 것은 1997 IMF 당시 대규모 실직사태를 경험하면서 직장에 남겨진 직장인들의 심리를 분석하기 시작하면서예요. 당시 사회적으로 실직자들에 대한 조명은 많았지만 정작 조직에 남겨진 이들은 실직을 피해간 운 좋은 사람이란 인식만 강했거든요. 그러나 제가 보기엔 수없이 해고당하는 동료들을 지켜봐야만 했던 그들의 심리문제도 만만치 않았어요. 마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생존 이후에 고향으로 돌아가 행복한 삶을 되찾길 바랐지만 실제로는 결코 그러하지 못했던 것과 같았죠.

 사실 중년 남성은 정신과의 주요 고객이 아니에요. 정신과에는 어린 아이들이나 중년 여성이 많이 찾아오니까요, 어떻게 보면 정신과의 관심에서 벗어난 대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관심사에서 벗어난 중년 남성들을 정신과의 진료영역 안으로 새롭게 끌어들이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들에게도 심리적 치유가 필요하거든요.

 

임상의사로 계시다가 마인드 프리즘이라는 심리분석연구소를 설립하셨는데요,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가요?

 개인적인 심리분석과 면담을 통해 내담자가 더 나은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회사에요. 심리분석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기업의 CEO나 임원진들이 많이 찾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의사들처럼 개업의나 교수가 아닌 길을 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직장인들의 문제를 연구하다 보니 기업 내에서도 정신과 의사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한 기업의 CEO나 임원진을 맡은 사람들은 밑에서부터 수많은 자격 검증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라온 사람들이에요, 보통 대단한 인텔리들이지요.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도 자신만의 문제를 갖고 있고, 기업 운영에 필요한 정신적인 부분을 관리하고 싶어합니다.

 사실 이러한 사람들은 모두 정상이에요. 정신과 의사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이 범주에 들지 않는 환자들이죠. 하지만 기업체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격적으로는 정상이라고 해도 정신과적 상담을 받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어요. 그래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그곳의 대표이사로서 선생님은 어떤 일을 맡고 계신가요?

 마인드 프리즘은 두 명의 대표이사가 운영하고 있는데 한 분은 경영을 전담해서 맡으시고 저는 정신과 의사로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죠. 업무는 모두 분담되어 있어서 심리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분석하는 분이 있고, 회사 관리와 홍보를 맡는 분이 있고 하는 식인데, 저는 그 중 심리분석이 끝난 내담자와 일대일 개인상담 하는 것을 맡고 있어요.

 

마인드 프리즘을 세우지 않았으면 얻지 못했을 보람, 혹은 대표로서의 장점이 있는지요?

 물론 있죠. 앞에서 말했듯이 기업의 CEO들은 지적능력이 뛰어난 편이고, 보통 정신과 임상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보다 심리적 문제의 치유 속도가 훨씬 빨라요. 경과가 무척 좋은 거죠. 당연히 의사로서 보람을 느끼게 되요. 또한 이들은 조직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회적인 파급효과가 크다는 장점도 있어요. 일례로 네이버 지식인 개발을 하신 분의 심리분석을 맡은 적이 있는데요, 이 분이 심리분석을 받고 정말 좋았다고, 일반인들도 분석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지금 네이버와 함께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심리분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칼럼에는 사회적으로 유명한 인사들에 대한 심리분석이 많은데요, 모두 직접 대면해서 쓰신 건가요?

 아니에요. 2000년부터 신동아, 한겨레 등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에 마침 유명인사들과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심리를 분석해서 써보자는 얘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저는 이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직접 대면해 이야기를 하고선 내가 정신과 의사라는 이유로 이 사람의 심리는 이러이러하다고 풀어내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재미도 없구요. 그래서 대신 그 사람의 말이나 글 등의 행적을 모아서 분석해보는 글쓰기를 하게 된 거에요. 그게 참 반응이 좋아서 독자 중에 어떤 분들은 자신의 글을 보내놓고 제 심리를 좀 분석해주십시오하시기도 했지요.(웃음)

 

세 자녀를 두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머니이자 대표로 활동하면서 1인 다역을 소화할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어머니로서 일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지요. 하지만 저는 인생에 에누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거쳐야 할 힘든 일이 있으면 반드시 거쳐 가야지, 힘들다고 피하면 훗날 인생의 한 부분에 마이너스가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여성은 육아와 집안일 여기에 사회생활까지 멀티로 해내야 하기 때문에 인간적 깊이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지요. 그래서 같은 연령대의 남성에 비해 여성이 인간적으로 성숙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요. 중년 남성들에게 흔히 닥치는 심리적 문제(‘40대 남성의 성장통이라고 비유되는)도 이것의 연장선상이에요.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일수록 가정은 거의 돌보지 않고 일에만 빠져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중년이 되면서 점차 마이너스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거죠.

 

주위에 의대생들을 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당부하시고 싶으신 말은?

 저는 의과대학 학생 시절에 꽤 불행했어요, 물론 정신과 의사가 되면서 행복해졌지만요. 의과대학 시절에는 다른 분야로 조금이라도 눈을 돌렸던 친구들은 모두 낙제를 당하곤 했어요. 때문에 저도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싶었지만 현실과 타협해 꾸역꾸역 시험보고 진급하는 그런 생활을 했죠.

 의과대학 교육과정이란 것이 어찌보면 6년 동안 사회나 인간, 문화 등에 대한 흥미를 모두 거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낙오당하지 않기 위해 많은 의대생들이 의학 밖에 모르는, 인간적 성숙이 결여된 인간이 되고 말지요. 그래서 전 의대생들이 의과대학 생활이 성숙면에서 볼 때 비정상적인 과정이라는 생각만이라도 했으면 해요. 이런 생각이 나중에 의사가 되었을 때 자신의 시야를 넓히는 활동을 찾아 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거든요.

 
인터뷰 준비·진행_ 안지윤/관동, 이예나/순천향
정리·사진 _ 정다솔 기자/중앙
<
astronova@naver.com>
·················· 약력
- 現마인드프리즘(주) 대표
- 前<마음과 마음 신경정신과> 원장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 1998년, 대규모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직장인들의
 심리적 공황상태를 연구한 [ADD 증후군]을 국내 최초로 제기
·················· 저서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마음 미술관’(2007)
- 삼색공감 (2006)
- 사람 VS 사람 (2005)
- 남자 VS 남자 (2001)
- 불안한 시대로부터의 탈출 (1999)
·················· 칼럼
-「 한겨레신문」‘정혜신칼럼’
: 2003. 01 ~ 2007. 02
-「 시사저널」‘정혜신의 정신탐험’
: 2002. 03 ~ 2004. 05
-「 월간 신동아」‘정혜신의 인간탐구’
: 2000. 08 ~ 2001. 11

국시문제집, 의대생이 스스로 만든다
전의련, 2010년 3월 KMLE문제집 출간 예정

 이르면 내년부터는 국가고시를 보는 수험생들이 의대생들이 직접 만든 참고서를 볼 수 있게 된다.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회연합(이하 전의련)은 지난 8월 15일 ‘전의련 여름정기총회’에서 국가고시 문제집 출간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총회에는 21개 의과대학 학생회장들이 참석했으며 만장일치로 의결되었다. 이 사업은 전의련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함께 추진한다.
 이에 따라 의대생들은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내년부터 퍼시픽, 고려, 군자, 예당 외에 전의련-전공의협의회에서 제작하는 문제집을 선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퍼시픽, 예당 2008년 70% 가격 인상해

 이번 사업의 추진 배경에 대해 전의련은 ‘2008년 출판사들이 일제히 70%정도 가격을 인상한데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퍼시픽 KMLE’의 경우 2007년 14만원에서 2008년 24만원으로(71.5%인상), 예당의 경우 2007년 10만원에서 2008년 16만 8천원(68%인상)으로 각각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따라 다른 출판사들의 KMLE 참고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되었다.
 이런 가격 인상이 가능한 것은 KMLE 참고서 시장이 퍼시픽, 고려, 예당 등 일부 출판사들의 독과점구조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퍼시픽의 경우 지난해 3000부에 가까운 판매를 보였는데, 전국 의대생이 한 학년에 3000명이 조금 넘는 것을 생각해볼 때, 대부분의 학생이 퍼시픽을 구입한다고 봐도 좋은 것이다.
 전의련 전영대 공보국장은 ‘지난 2년간 이의제기를 많이 했으나 수용되지 않아 스스로 합리적인 가격의 문제집을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전의련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입각해, 문제집을 출간할 경우 이윤을 최소화하고 가격 형성과정 또한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문제집, 부정확한 내용도 많아
 
 기존의 출판사들이 독과점적 구조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폭리를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의 정확성 또한 오래전부터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이는 KMLE 문제집이 만들어지는 독특한 구조에서 기인한다.
 국가고시원은 원칙적으로 국가고시 문제를 비공개로 하고 있고, 문제에 대한 저작권도 가지고 있다. 출판사들이 국가고시 문제를 그대로 이용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출판사들은 국시 응시자들이 복원한 문제를 사들여 변형한 후 문제집을 만들게 된다. 문제를 변형, 해설하는 과정에서 교수진의 검토가 있는 것이 아니라 10명 남짓의 학생들만 참여하기 때문에 틀리게 해설하거나 잘못된 문제가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국가고시에 응시한 한림대의대 출신의 한 인턴은 ‘문제집에 나온 문제가 나와 그대로 풀었지만 시험이 끝나고서야 그 문제의 풀이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전의련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인원의 학생을 동원하여 문제를 복원, 풀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의과대학 학생회에서 이 사업에 찬성하고 있고, 참여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책에 싣는 등 혜택을 줄 예정이어서 학생들을 동원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또 전공의협의회 선생님들의 감수도 거치게 된다.

1년 1세트에 8만원 예상
가격보다는 질적인 경쟁력을 가져야

 전의련에 따르면 ‘1년에 1세트를 최대로 비싸질 경우 8만원선에서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기존의 퍼시픽 보다 1세트를 기준으로 4만원정도 저렴한 수준이지만, 기존 출판사들처럼 2년 2세트로 묶어 팔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은 훨씬 크게 줄어들게 된다.
 기존의 문제집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학생들이 과연 이 문제집을 이용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이다. 현재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퍼시픽이 타사의 문제집보다 4만원에서 10만원이나 비싸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전의련의 문제집이 기존에 퍼시픽을 이용하던 학생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질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예정대로 내년 3월에 출간이 된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데 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시장의 독점적 구조를 개선하기는 힘들더라도 전의련의 이번 문제집 발간 사업은 큰 의의를 갖는다. 학생들은 양질의 문제집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또한 기존 출판사들이 2008년의 경우처럼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의대생 스스로 가격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재 기자/순천향
<telemax@nate.com>

중앙의대, 신종플루 환자 발생으로 일주일 휴교

 중앙의대는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3명 발생함에 따라 8월 28일(금요일)부터 9월 3일(목요일)까지휴교를결정했다. 이는의과대학으로는처음으로이루어진휴교조치이다.
 최초 감염 환자는 본과 2학년 학생으로 임상 블록강의 전에 이루어진 실습입문 도중 응급실에 내원한 신종플루환자로부터감염된것으로추정된다. 실습이 진행된 병원은 흑석동 중앙대 병원이다. 

 환자는 8월 25일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으나, 이미 같은 동아리 학생들에게 까지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27일, 28일 오후 실습만 휴강할 예정이었으나, 해당 동아리 학생 3명이 신종플루 환자로 확진됨에 따라 휴교 조치가 내려졌다. 이로 인해 동아리 공연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또 9월 2일부터 예정되었던 학교 축제도 휴교로인해 미뤄지게되었다.

 이번 휴교 조치에 대해 중앙 의대 본과 2학년의 한 학생은“처음에 휴강이 되었을 때는 좋았지만, 휴교까지 되고 나니 신종플루가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전염병 유행시의 적절한 휴교조치는 15%에서 많게는40%까지감염을감소시킬수있다.
 중앙대 의대 뿐만 아니라 다른 의과대학의 경우도 실습을 돌고있는 PK학생들이 무방비 상태로 신종플루에 노출되어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일부 학교의 경우 신종플루 의심학생이 있으나 적절한 조치없이 그대로 방치되어 학생들의 우려를 낳고있다.

김민재 기자/순천향
<telemax@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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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민영화, 의료계의 대응은?
9월 대규모 의료계 토론회 조직 예정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이 의료계와 국민 건강에 미칠 영향’이라는 이름의 토론회가 지난 7월 11일 토요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이하 인의협), 행동하는 의사회, 젊은 보건의료인의 공간 ‘다리’가 공동으로 주최하였다.
 행사는 1부 주제발표와 2부 패널 토론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하정구 행동하는의사회 조직사회팀장의 사회로 진행된 1부 주제발표에는 신영전 한양의대 교수와 이상윤 인의협 기획국장이 발표자로 참여하였다.
 신영전 교수는 ‘의료민영화 정책 개괄’라는 주제로 발제하였다. 신교수는 보건의료와 관련이 없는 정치인이나 시장에 의해 보건의료 정책이 결정되는 보건의료체계의 분열적 상황이 의료민영화와 같은 정책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또 5월 8일 발표된 ‘서비스사업선진화방안’(본지 69호 참고)을 중심으로 의료민영화의 내용과 예상되는 폐해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히 건강보험 민영화가 진행될 경우 1차 의사들이 민간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해 환자들이 3차병원에 가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민간보험이 주도하는 미국의 경우 이미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이상윤 기획국장은 의료민영화 정책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병원과 의사들이 지금보다 더욱 경쟁적인 체제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2부 패널토론은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에 대한 의사 사회 대응 전략’이라는 주제로, 1부 첫 번째 발제자인 신영전 교수와 임석영 행동하는 의사회 대표, 백남순 인의협 사업국장이 패널로 참가하였다. 현재 의협, 중소병원협회, 개원가 등이 서로 다른 입장이거나 무관심한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점으로 진단되었고,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그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졌다.

 또 이 날 행사에서는 ‘의료민영화저지 의료공공성강화 의료인모임(가칭)’에 대한 제안이 이루어졌다.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범 의료인 모임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개인참여를 전제로 운영되는 이 모임은 의료민영화 정책이 결정되는 2009년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8월까지 준비모임을 발족하고 9월에 대규모 의료계 토론회를 조직할 예정이다. 대상은 개원의, 전공의, 공보의 및 의대생이며, 12월 말 국회 의료법 개정 저지를 목표로 한다.

 이 날 행사는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에 대해 의료계가 어떻게 대응해야할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 보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참석자가 적고, 토론 또한 의미 있는 내용을 도출하지 못해 과연 논의 내용이 의료계를 대표할 수 있는 내용인가 하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또 한 참석자는 ‘전 국민의 건강권이 달려있고 보건의료인 모두에 해당되는 문제임에도 다른 보건의료인들을 배제한 의사 중심의 논의만 이루어 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내었다.

김민재 기자/ 순천향
telemax@nate.com


질병에 대한 은유를 넘어 환자를 만나다.
HIV 감염인 인권연대의 강석주 대표님에게 듣는 환자 이야기

 
 
수전 손택은 일찍이 ‘은유로서의 질병’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환자들이 가장 깊이 두려워하는 것은 고통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비하한다는 고통이다'라고 지적하면서 결핵 ? 암 ? 에이즈 를 포장하고 있는 메타포(metaphor)를 비판했다. 은유로서의 질병은 결코 책 속에 갇힌 표현이 아니다. 아직도 현실 속에는 자신들의 고통을 비하하는 고통에 힘겨워 하는 환자들이 있다. 환자로서의 권리 뿐 만 아니라 자신들의 질병에 덧대어진 은유와 편견에 투쟁하는 그들, 카노스 (HIV감염인인권연대)의 강석주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카노스의 탄생과 활동

 “카노스는 감염인들 스스로 인권을 얘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아래 만들어 졌어요. 비감염인인의 주도적인 인권운동이 아니라 감염인들 스스로 자신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주체적으로 만들어진 단체인거죠.” 2002년에 만들어진 카노스는 현재 많은 비감염인 활동가와 감염인 활동가가 함께 활동하는 단체가 되었다. 카노스는 에이즈 환자를 지원하는 활동을 꾸준히 벌여오고 있다. “2002년도부터 저희가 꾸준히 활동한 것이 동료감염인 상담사업이나 병원 동행, 치료 지원 같은 사업이에요. 동료감염인 상담 사업은 감염인들이 서로 상담해주는 사업이죠. 초기감염 시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스스로 (질병에 대해) 잘 모르잖아요. 그런 부분을 상담하고 함께 위로해주면서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이에요.” 치료지원은 의료 직종이나 복지 직종에 있으면서 카노스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감염인들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치료지원을 통해 감염인으로서 느끼는 어려움을 의료인의 입장에서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의료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병원에 함께 찾아가 도와주며 고가의 치료비가 나오면 이를 해결하는 방법도 제시해 준단다. 
 카노스의 활동영역은 감염인을 지원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에이즈 감염인을 둘러싼 편견을 해소하는 문제에 가장 중점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년간 벌였던 후천성 면역 결핍 예방법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후천성 면역 결핍 예방법은 소위 에이즈 예방법이라고 해요. 이 예방법은 감염인들을 범죄자로 보고 감염인들에게 족쇄를 채우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담고 있었어요. 6개월마다 연락이 되어야 하는 등의 조항이 있었죠. 감염인들이 범죄자인 것처럼. 그래서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고 다만 질병에 걸린 것이다, 그러니 과도하게 관리받고 있는 부분이 해결되어야 한다.’ 이 법을 개정하기 위해 근 2년 동안 투쟁을 했어요.” 2년간의 노력 끝에 2008년 예방법이 개정되었다. 카노스는 민주노동당 현혜자 의원과 같이 법령을 내고, 국회 안에서 끊임없이 토론하고 의원들을 설득했다. 에이즈 예방은 감염인들을 통제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권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얻어지는 것임을 강조한 덕분이었다.

제약사의 횡포에 맞선 연대, 약가 인하 운동 

 카노스는 다른 환자 단체와 연대해 보편적인 환자 권리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한미FTA 문제라든지 지적재산권이나 특허권 문제에 연대해서 같이 운동합니다. 특히 의약품 운동은 거대 제약사이다 보니까 사실 하나의 단체나 환자 그룹이 상대할 수 없잖아요.” 이런 연대의 일환으로 작년에 카노스는 백혈병 환우회와 함께 푸제온과 스프라이셀의 약가 인하 운동을 벌여왔다. 푸제온을 생산하는 로슈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에 등재된 약값이 너무 싸다는 이유로 지난 4년간 약 공급을 거부했다. 스프라이셀도 일 년 약값으로 4000-5000만원이라는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했다. 이처럼 에이즈와 백혈병은 전혀 다른 질환이고 전혀 다른 치료제이지만 제약사의 공급 거부 이유는 너무나 닮아있었다. “백혈병 환자나 에이즈 환자나 이익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보험구조에서 이 약은 터무니없이 싸게 책정이 되었다. (제약사들은) 이런 논리로 약값을 올려받으려 한다는 거죠.” 약값을 둘러싼 제약사의 횡포는 고질적인 문제이기에 한 단체의 노력으로는 개선이 쉽지 않다고 한다. 더군다나 한 단체가 발언을 해 약 값을 낮추더라도 결국 하나의 치료제에 국한 된 것일 뿐 다른 환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푸제온을 생산하는 로슈는 동정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상공급을 결정했다. 하지만 무상공급은 한시적인 것이며 약 값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동정적 프로그램은 대부분 저개발 국가에서 임상 초기에 실시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무상 공급은 명분일 뿐 결국 제약사는 한국에 (약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요.” 약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오기보다는 약을 계속 공급하지 않을 경우 회사에 쏟아질 윤리적인 비난과 도의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해 동정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카노스의 입장을 명백했다. “저희는 로슈가 약가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왔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판매할 의향이 없다면 우리나라에서 특허권을 포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약사가 제약사의 노릇을 하지 못하고 치료제가 치료제의 노릇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치료제가 치료제 노릇을 할 수 있도록 제약사가 특허권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환자가 먹을 수 있는 약값으로 약을 판매하든지. 저희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한다고 봐요.” 현재 치료를 위해 푸제온이 필요한 환자들이 약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돈이 많은 일부 환자들은 희귀의약품센터에서 푸제온 미국 시판 가격을 모두 주고 직수입한다. 혹은 외국의 구호단체에 구호를 요청해서 비슷한 동정적 프로그램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매우 제한적인 프로그램이어서 현재까지 지원을 받은 환자는 몇 명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환자들이 선택하는 마지막 방법은 치료를 ‘포기’하는 거란다. 다른 치료제를 먹어가면서 내성이 생기겠지만 버티는 것이 현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항으로 남아있다.

 



감염인과 환자, 이중고의 어려움

 환자 권리 운동에도 어려움은 있다. 바로 ‘환자들이 뭘 알겠어.’ 라는 주위사람들의 냉소적인 시선 때문이다. 게다가 에이즈 감염인의 경우 질병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덧붙여진다. “에이즈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심한 상황에서 감염인이 자발적 환자운동을 위해 나오기가 쉽지가 않아요. 거기다 제가 기사를 많이 올리는데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를 해야 한다거나 기자회견에 나갔을 때 감염인을 일일이 방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들이 힘들죠. 알려지게 되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감염인들이 조직도 잘 안되고 어디 가서도 감염인이라고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부분이 아직까지 존재해요. 그럴 때마다 벽에 부딪히는 기분이에요.” 이렇듯 카노스는 환자라는 어려움과 에이즈 감염인이라는 이중고에 처해있었다. 이런 이중고는 병원에서도 계속된다. 기자는 병원에서의 어려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았다. 

  - HIV감염인이 병원에 가서 의료진을 만날 때 불편을 느끼거나 특별히 차별을 받는다거나 환자로서의 권리가 침해받는다고 느끼실 때가 있나요?
 병원이라는 공간이 환자들에게 즐거운 공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 분명한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못해요. 에이즈 환자들에게는 병원이 특히 더 힘든 공간이에요. 병원에 가자마자 에이즈 감염인들은 숨이 막혀해요. 왜냐하면 내가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밝혀야 되거든요. 외부에서는 밝히지 않아도 사회생활 하면서 살 수 있잖아요. 그런데 병원이라는 공간은 들어가는 즉시 감염인이라는 것을 밝혀야 하니까요. 사람들이 진료 차트를 보고 깜짝깜짝 놀라고 별거 아닌 일에도 글러브를 이중으로 끼고 오는 일이 감염인에게는 상처거든요.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설명도 없이, 또한 신체접촉도 없는 상황에서 에이즈가 공기로 전염되는 질환도 아닌데, 마스크에 방어복까지 만들어 입고 나오는 걸 보면 굉장히 힘들어요. 그리고 에이즈 환자이기 때문에 병원 내에서 무시하는 경우도 많이 있죠. 진료를 거부하거나 다른 환자와 차별하거나 수술이 지연되는 일이 병원에서 비일비재해요. 
      
 - 그렇다면 수술이 지연되거나, 진료를 거부하는 등의 권리 침해에 대해 환자들이 이의제기를 할 수는 없는 건가요?

우리나라에서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 수직적 관계에요. 의사가 약을 먹으세요. 이러면 무슨 약인지는 모르지만 ‘의사가 먹으라니까 난 죽지 않으려면 약을 먹어야하는 구나.’ 라고 생각하고 약을 먹죠. 그리고 의사가 이렇게 검사하세요. 이러면 고가의 치료나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냥 하죠. 특히 에이즈를 진료하는 감염내과 의사가 우리나라에 70명 정도 밖에 없어요. 병원은 종합병원에만 개설되어 있죠. 그렇다보니 병원 선택의 폭이 좁아요. 그러니 하나의 의사를 잃는 것이 환자에게는 굉장히 손해에요. 실제로 병원을 옮기기도 어렵고, 병원 옮기려면 차트를 일일이 떼어가야 하고 예전 병원에서 알고 있던 시스템과는 다른 시스템에 새롭게 적응해야 하니 사실 병원 옮기기가 쉽지 않아요. 부당한 일을 당해도 의사들 사이에서 알려질까 두려워 이의제기도 잘 못해요. 이 의사가 나에게 처방을 안 하고 진료를 안 할까봐 두려움이 큰 거에요.

‘다른 환자와 동등한 진료를 바랍니다.’

 에이즈 감염인들이 가장 바라는 의사는 ‘편안한 의사’이다. 편안하다는 것은 병원에 방문했을 때 에이즈 감염인이라는 꼬리표가 느껴지지 않게 다른 환자와 동일한 처치를 해주는 것을 말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감염인들도 환자라는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해요. 환자의 기본은 아픈 사람이잖아요. 아픈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정성껏 진료를 해주면 되는 거거든요. 그런데 질병을 질병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질병이 왜 생겼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사람을 자꾸 윤리적인 잣대로 평가하려는 태도들이 많아요. ‘저 사람은 에이즈 감염인이야. 뭐 하다가 저런 병에 걸렸을까. 더러워.’ 이런 식의 윤리적 잣대를 머릿속에 갖고 환자를 봤을 때 얼마나 좋은 치료가 나오겠어요. 윤리적 잣대를 대고 환자를 진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환자와 동등한, 환자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환자가 갖고 있는 고통을 함께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점만 해결된다면 저희는 더 이상 바라는 점이 없어요.” 에이즈는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니다. 하지만 감염인들은 평생 들여야 하는 치료비와 약 값 게다가 사회적인 편견의 무게 때문에 치료를 힘들어 하고 있다. 그렇기에 환자의 치료 의지를 북돋아주는 의료진은 이들 감염인에게 최상의 동반자이다. “환자가 계속 치료를 받으려는 의지가 생기도록 심리적 지지를 해주는 의사가 좋아요. 힘들어서 에이즈 감염인들이 치료를 많이 포기하고 있거든요. 자존감을 세워주면서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게 하는 의료인이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강석주 대표는 의대생들이 환자에 감수성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사실 경제적인 안락함 때문에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분들이 많이 있잖아요. 저는 환자에 대한 기본적 예의라든지 따뜻한 감성 없이는 따뜻한 진료는 나올 수 없다고 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학생 때 환자들에 대한 이해를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학문적인 질병이나 처치가 아닌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환자와 함께 치료를 해가는 감성적 치료를 많이 익히셨으면 좋겠고, 그런 현장들을 많이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예나 / 순천향
(lynarim@hanmail.net)


...여름끝에서




       여름의 끝을 잡고 놓아주지 않던 태양도 새벽에는 잠시, 다가오는 가을에 자리를 내어 준다. 선선했던 새벽의 정류소에서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아마도 ‘달라짐’을 느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설렘을 밀고 들어온 일상은 이제 새벽 공기에서 나른함을 호흡한다.
 
      도착한 곳의 풍경도 6개월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아직도 경찰은 많고 근조라고 나부끼는 플랜카드도 여전했다. 누가 변하지 않은 것을 예찬했던가. 아니다, 이 풍경 속 변하지 않은 것은 슬픔이다. 이 곳의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경찰도 전경 버스도 전국 철거민 연합의 차량도 지나가는 행인처럼 주변의 풍경에 짓이겨졌다. 처음의 놀라움도 다시 마주쳤을 때 스쳤던 '아직도' 라는 탄식도 이제는 잦아든다.
 
    그렇게 여름의 언저리에서 강의실로 돌아왔다. 사는 것은 반복이 반할이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과 생활이 시간 속에 포개지고, 돌아보면 슬프게도 그 지루한 생활이 곧 내가 되어간다. 반복과 일상 속에서 본질로서의 개인은 닳아만 간다.
 
 
     그만. 한 숨을 뒤로 한 채 현실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이예나/순천향
<med-news@hanmail.net>

[69호] “사랑한다 얘들아”

69호/의대의대생 2009. 8. 12. 23:57 Posted by mednews
 

“사랑한다 얘들아”
중앙의대 학생들 어린이날 후원금 모금 행군대회 가져



 지난 5월 2일 아침부터 비가 간간이 내리던 날에 7명의 중앙 의대 학생들이 서울 도심을 행군 했다 ‘어려운 처지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후원금을 모아 학교 이름으로 전달하겠다’는 생각으로 뭉친 이들은 중앙대에서 출발해 성산대교 독립문 시청 성수대교를 지나 다시 중앙대로 돌아오는 50km의 5코스를 아침 6시6부터 꼬박 13시간 반 동안 걸어냈다.


“저희가 걷겠습니다. 대신 이번 모금 행사에 즐거운 마음으로 기부해주세요” 이들이 걷는 길에는 후원금을 약속한 수 많은 학우들과 교수님들의 응원도 함께 담겨있었다. 계획명 <사랑한다 얘들아>의 실천에 돌입한 이들은 행군 일주일 전부터 자신들의 취지와 계획을 알리는 글을 학우들에게 돌렸고 따뜻한 발상에 감동한 대부분의 학우들은 기꺼이 1000원씩 또는 그 이상을 모금함에 넣을 것을 서명했다. 이번 행사를 이끈 본과 2학년 추성일군은 “초등학생 때 아버지 동생 친구와 함께 0km 행군 대회를 통해 모금을 해 소년 소녀 가장을 도왔었는데 그 때의 추억과 보람을 대학생인 지금 다시 느껴보고 싶어 도전하게 되었다” 고 말했다. 소식을 들은 주변 친구들이 ‘자신도 함께 걷고 싶은데 아쉽다 잘하라’고들 했다며 “이번엔 처음이라 준비가 미숙해 단 7명이 행군하게 되었지만 다음에는 좀 더 많은 인원이 함께할 수 있었으면 한다” 고 덧붙였다.




♡코스 행군해 모은 후원금 105만 1원은 5월 4일 중앙대 용산 병원 소아 청소년과 어린이날 행사 때 병원 측에 전달 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병원에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운 환아가 없어적 임자가 나타날 때까지 후원금을 보관해 두기로 했다. 환아에게 직접 전달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후원금 전달은 꼭 확인하기로 병원측과 얘기했고 또 내년엔 준비를 더 확실히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들이 걸어간 50km의 길은 지도에서 하트 모양을 그리며 이어진다. 사랑을 전해보겠다는 도전 정신으로 나선 길. 의대생 체력으로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할만은 했어요. 그렇지만 또 하라고 하면 어 후” 하며 웃는 여유를 보인다. 내년 모금 행군 대회엔 더 풍성한 기삿거리가 있길 기대해 본다.


정다솔 기자 / 중앙
astronova@naver.com




 
  교과서냐 족보냐 그것이 문제로다



얼마전 의대 생활을 시작한 K씨 30세는 요즘들어 고민이 하나 생겼다. 감당하기 버거운 학과수업 분량으로 녹초가 되기 직전인데 잦은 시험으로 매 시험마다 textbook 한번 제대로 못보고 중요한 내용만 암기한 채 시험장에 들어가기 급급하기 때문이다. 이래서야 의사가 되어 환자를 제대로 볼수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한다. 이런 고민은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성격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시험 직전 모든 내용을 샅샅이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탓에 시험범위를 1회1독도 하지 못하고 시험장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대에서는 시험을 못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유급’ 이라는 위협이 도사리고 있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기초부실이냐 튼실한 뼈대냐

 유리잔에 반만 채워진 물을 두고도 ‘반밖에 남지 않았네’ 혹은 ‘반이나 남았네’ 라고 시각을 달리 해볼수 있다. 족보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사람에 따라 다르다. 본과 4학년인 J(29)씨 “고층건물을 지을 때 튼실한 철제 프레임을 먼저 짓고 그 다음에 차근차근 지어가잖아요. 족보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닐까 해요. 중요한 것을 먼저 정리하고 난 다음에 주변의 것을 알아 가는게 제가 보기엔 비슷한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textbook도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해요” 라며 족보를 중시하는 이유에 대해 말했다. 한편 졸업생인 K씨는 “학창시절 시험 점수를 결코 무시할 수는 없죠. 하지만 의대 공부라는 것이 단순히 그 순간만 모면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점차 쌓여져 가는 학문이에요. 자신이 하고 있는 공부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결여되면 그 바닥이 환자 앞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죠. 그럴 땐 참 당혹스러워요. 임상까지 갈 필요도 없어요. 기초가 끝나고 내과 같은 과목을 시작하면 마냥 외는 것 보다 생리적인 이해가 동반되면 특정 질환의 치료에 대해 예상해 볼 수도 있고 공부가 재미있어 지기까지 한답니다” 위 두 사람의 이야기가 특정 견해를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다. 자신은 두사람의 의견 중 어느 쪽에 더 공감하는지 생각해 보자.

기초튼실 K씨의 공부법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강의록이나 textbook을 한번 훑어보고 시작한다. 자신이 지금 어느 부분을 공부하고 앞으로 내용이 어떻게 전개되어 갈지 생각해 본다. 중요한 내용이나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표시도 해본다. 물론 시간이 만만치가 않다. 모든 과목을 이렇게 할 수는 없지만 할수록 요령이 생겨 조금씩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주변의 친구들은 그렇게 하다가는 나중에 시험 볼 때 엄청 고생 한다며 한마디씩 하곤 한다. 가끔은 이런 공부방법이 정말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 론 족보를 안 보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족보를 보는 편인 K씨는 시험 막판에도 textbook까지는 아니더라도 강의록은 한번 더 훑어보고 간다. 족보만 암기해서 수험장에 들어가는 경우에 비해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 있어 문제가 변형되어도 나름의 생각 후 답안을 작성할 수 있고 시험을 마친 후에도 오랫동안 기억이 남는다. 한가지 덤으로 얻어지는 것은 수업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용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공부를 진행할 수 있는 K씨로서는 혼자서 전전긍긍하며 textbook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 보다 강의를 집중해서 들으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졸음과의 싸움에서도 상당한 우위를 가지게 되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수업에 대한 목적의식 덕분에 수업이 다소 지루하더라도 좀 더 참을 수 있고 화창한 날씨의 유혹에 흔들려 수업시간에 강의실이 아닌 공원에 가는 일도 줄일 수 있다고 살짝 귀띔해 주었다.

튼실한 골격형 J씨

 선배로부터 물려받은 족보나 시중에서 판매되는 의학 관련 참고서를 선호하는 J씨는 생소한 의학 공부에 위와 같은 책들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낯선 지역을 여행할 때 지도나 인터넷 네비게이션을 이용하면 큰 어려움 없이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의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을 접하면서 선배들의 정리집이나 textbook 요약내용을 참고 한다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textbook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엔 간극이 존재하기에 이를 직시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의대의 공부 분량이 작다면 문제가 안되겠지만 매일 쏟아져 나오는 수업량을 모두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가 모든 것을 하나하나 이해해 가면서 textbook을 읽기란 웬만해서는 엄두가 나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J씨는 족보를 이용해 수업내용의 중요 가지와 잔 가지를 분류하고 족보에 시간을 할애하면서 반복학습을 한다. “어차피 의대공부라는 것이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잖아요. 지금 교실에서 수업 한 것을 실습 때 다시 반복하고 국가고사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보고 임 상에 나가서도 또 보고 하잖아요. 지금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과목도 공부해가고 의학에 대한 경험도 쌓여가면서 이해가 저절로 되는 것 같아요. 조급하게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중요한 점은 이런거구나 하고 넘어가는 것도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니라 생각해요” 라고 말했다. 특히나 긴박한 응급 의료상황에서는 내용이 바로 나와야 하므로 중요한 점은 반복해서 숙지하고 있는 편이 낫다는 말도 덧붙였다.


 두 경우 모두 의대생활을 헤쳐나가기 위한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이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거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두 의견 중 어느 하나가 맞고 나머지 하나는 틀리다고 하기보다는 서로 다르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서로 다른 방식의 학습법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택해 훌륭한 의사가 되기를 바란다. 의대의 학사 일정은 빠듯하게 진행되고 분량도 방대해 많은 의대생들은 잦은 시험과 함께 스트레스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낸다. 게다가 유급이라는 무서운 칼날 앞에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을 찾기보다는 매 시험을 넘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중국고서 중 하나인 예기의 중용 편에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는 마음을 미덕으로 소개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두 가지의 자습법은 사실 엄격하게 구별되는 것이 아닐 수 있고 혼용 가능한 방법이기도 하다. 두쪽다 장단점을 갖고 있기에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으로 의대의 학습과정을 하나하나 밟아나가면 어떨까 싶다.


이진영 기자 전북
<hanljig@hanmail.net>


 

“MC가 아닌 의대생이에요” 닥터몽을 만나다
MC몽이 직접 경험하고 느낀 의대, 의대생, 의대생활


 ‘닥터몽 의대가다’ 가 화제다. 조금은 과장되고 호들갑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땡시’, ‘해부실습’ 같은 우리의 일상들이 TV를 통해 대중들에게 소개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미롭다. 햇살이 따뜻한 완연한 봄날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성의교정에서 가수도 연기자도 아닌 ‘의대생’MC몽을 만났다. 촬영 중간에 이루어진 인터뷰라 긴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단지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의대생활을 체험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 의대에 입학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어떻던가

 처음에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 의대 가기가 얼마나 힘든데 얼마나 많은 수험생들이 의대에 가기 위해 공부와 싸우고 있는데 연예인이라는 신분 하나로 그렇게 쉽게 들어가느냐. 하지만 나는 정식으로 의대에 입학한 것은 아니고 청강생일 뿐이다. 청강생으로서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또 다른 추억이 되어주고 싶고 거기서 나도 무언가를 배우고 또 당신들의 어려움과 고통을 느껴보고 시청자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었던 건데 그 부분에서 오해가 있었다.


 - 네 군데 대학에서 모두 불합격을 했는데 느낌이 어땠나

 솔직하게 말하면 자존심이 좀 상하더라. 다들 명문대이고 특히 이화여대는 여대지만 재미요소를 위해면접을 본 것도 사실이다. 또 의학공부를 하신 분들이 약간 보수적인 성향이 있어서 나를 좋게 봐주시는 교수님들도 혹시나 학생들의 분위기에 방해가 될까봐 우려가 심하셨다. 그런 부분들을 이해는 하지만 사실 떨어지니까 자존심은 상하더라. 청강생일 뿐인데.

 
- 공부는 실제로 많이 하는 편인가

 보통 학생들과 같은 수준일 수는 없다. 일반 학생들은 거의 일주일에 한번 씩 시험을 보더라.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보고 그 기준 안에서 통과해야만 수업을 계속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공부를 안 하면 안 된다.

- 5집 앨범 준비 1박2일 등 다른 스케줄로 바쁠텐데 학교 생활을 같이 하는 게 힘들지는않은지

 물론 힘들다. 원래 5집이 5월 5일에 나와야 되는데 공부 때문에 아직 못 나오고 있다. 이동 할때도 틈틈이 공부하고 또 뼈 이름이나 의학용어 같은 거 외울 때는 늘상 계속 외워야 된다.

- 시험은 어땠나

 뼈 시험 보는 걸 봤는데 오히려 기자보다 잘 알더라. 내가 뼈는 자신 있다. 중간고사도 다 통과했다. 의학용어는 한 번에 붙었다. 그런데 땡시험에서 한번 재시를 봤지. 이자랑 지라를 반대로 말했다. 한번에 붙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

- 1박2일이나 다른 방송에서는 무식한 이미지로 비춰지는데 사실 그렇지 않은 것 같던데

 안 그래도 이번 1박2일 촬영 때 지원이 형이랑 나랑 같이 따졌다. 무식하다는 것의 기준이 뭐냐 이거지. 물론 그런 교과서적인 지식은 부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삶과 싸우면서 내가 살아가는 방법 대한 노하우 같은 것은 있다. 내가 곡을 쓰고 가사를 입히기도 하고 TV에서 하는 게임도 너무 잘해버리면 재미가 없다. 난 정말 그렇게 무식하지 않다. 진짜로

- 야생 체험과 의대생활 어떤게 더 힘든가

 소금이 짜냐 간장이 짜냐 이다. 1박2일은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사실 생각할건 별로 없다. 밖에서 자는거 밖에서 자면 되고 까짓거 밥 못 먹으면 안 먹으면 되는 거다. 근데 여기는 정신적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 외워야 한다는 압박감 같은 것 때문에 너무 힘들다.


 - 만약에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다면 의대에 가고 싶은 생각은 없나

 공부는 다시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 그런데 의대는 잘 모르겠다. 의대생들의 생활을 보면 진짜 매주 공부하고 월요일에 시험 보고 또 이 시험 끝나면 다음 시험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또 공부해야 되고 그런 삶을 사는 의대생들이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20대를 즐기지 못하는구나 싶다. 나도 사실 20살에 데뷔해서 31살 때까지 방송만 했다. 친구들끼리 어울려 놀 시간도 없었고 얼 굴도 알려져서 해운대 바닷가에 한번 놀러가 보질 못했다. 그런데 이 친구들 보니까 내가 오히려 나은거 같은 생각도 든다.


- 평소에 의대생 하면 느꼈던 이미지는 어땠나. 와서 생활해 보고 달라진 것이 있

 처음엔 그런 게 좀 있었다. 공부만 하던 친구들이니까 좀 고리타분하고 재미없고 너무 자기 밖에 모르지 않을까. 이기적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굉장히 순수하더라. 남을 배려할 줄 알고 그리고 누구보다 공부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많은 친구들이라서 즐길 줄 알더라. 굉장히 열정적이기도 하고 닮고 싶은 부분이 많다.


 - 카데바 실습을 처음 할 때 겁을 많이 내시던데 느낌이 어땠나

 그럼. 무서웠다. 처음엔 다들 힘들지 않나 놀랍고 난 너무 놀라웠다. 의대생 말고는 그걸 접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이쪽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누가 카데바를 만질 수 있으며 볼수 있겠나. 그래서 또 나에겐 굉장히 의미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숭고한시간이고. 이제는 많이 적응됐다.

- 카데바 실습실에서의 모습을 보고 일부 비판의 의견이 있었는데

 기사가 잘못 나왔다. 내가 원래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고 얘기했던 것뿐인데 마치 내가 시신을 비위에 거슬려 하는 것처럼 나왔다. 시신을 기증하신 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생각하면 장난은 당연히 칠  수 없는 거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은 속일 수 없는 것 아닌가. 무섭지. 그리고 불편할 수 있지.  누워 계신 이 분의 가족도 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진짜 마음 같아서는 난 못하겠는데 그 자기 몸을 기증하신 분들의 고마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걸 또 피하면 안되지 않나.

 - ‘낙제를 하면 시신을 기증하겠다’ 라는 말씀도 하셨는데 생각이 변함이 없는지

 난 원래 평소부터 장기 기증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의 몸을 가지고 마치 복불복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게 참 안타깝다. 그렇게 말을 했던 건 스텝들에게 날 믿어 달라는 의미로 또 은 국민들에게 이게 정말 웃음으로만 볼 프로그램이 아니라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마음이었던 거다. 기사 나간걸 보면 복불복 하는 것처럼 사람 몸 가지고 장난치는거 밖에 안되는데 그 런 뜻은 절대 아니지


 - 1화에서 서인영씨랑 만났을 때 서인영씨가 되게 좋은 경험이 된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런가

 물론 그렇다. 나는 어떤 일이든지 경험해 보는 건 다 좋은 일 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고 지금 의대생들도 나를 만남으로서 굉장히 좋은 경험을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또 나는 원래 적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나랑 뜻이 맞으면 그 사람을 좋아하고 나랑 뜻이 안 맞으면 그 사람을 존경하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근데 이 친구들은 나랑 뜻이 안 맞는게 아니라 아예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이니 존경을 넘어서 위대한거지. 나한테는 이 모든 경험들이 나한테는 좋은 거고 시청자들이 봤을 때는 다소 위험한 도전일지도 모르고 좀 자극적인 소재일지 모르겠지만 난 너무 신난다. 또 재밌고


 - 마지막으로 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같이 생활을 해보니까 너무 공부만 하다보면 까딱 잘못하다간 인간적인 면들이나 자기의 자아를 못 찾을 수가 있을 것 같다. 의대라는 곳이 진짜 한 순간도 놓치면 안 되는 상황이고 딴 생각도 못할 것 같고 공부도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가슴속의 사랑을 놓지 말았으면 한다. 화내고 싶을땐 화내고 웃고 싶을 땐 웃고 놀고 싶을 땐 좀 놀고 그런 감정 표현을 좀 더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더 따뜻한 의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또 너무 도서관에만 있기보다는 여러 가지 체험도 해보고 그 런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도 하고 감히 내가 의대생들에게 해줄 말은 없지만 그거 하나 그랬으면 좋겠다.


김민재 기자 순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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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정세용 수습기자 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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