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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참여하는 그 곳,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

 금요일 저녁이면 어김없이 문을 여는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는 어느덧 문을 연지 13년이 되었습니다. 1998년 IMF의 경제 위기 속에서 많은 실업자와 노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때 이분들에게 약간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몇몇 의대생들과 인도주의의사협회 선생님들이 모여 진료소를 연 것이 시작이 되었지요. 초기 진료소는 을지로 지하도에 임시로 차려졌었는데, 2002년도에 노숙인 상설 진료소를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임시 진료소도 서울역으로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워진 상설 진료소가 ‘서울역 다시서기 센터’입니다.

 서울역 진료소는 보통 30~40명의 노숙인, 독거노인 등의 환자분이 오시고 15~20명 정도의 학생들이 모여서 운영됩니다. 임시 진료소에서 하는 일은 노숙인분들 줄세우기, 접수, 예진, 진료, 약 조제, 검약, 복약지도로 나눌 수 있구요. 진료는 현재 병원에 계신 의사선생님들이 해주시는데 인의협 소속의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나오고 계십니다. 진료 이외의 일은 모인 대학생들이 하고 있는데 주로 의대, 간호대, 약대 등 보건의료계열 학생들입니다. 물론 공대, 자연대 등 타과의 학생들도 있고, 서울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오는 학생들도 있으며 방학 때에는 미국이나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오기도 합니다.

 서울역 진료소는 노숙인 분들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벗어나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줍니다. 예진을 보고 약을 조제하는 활동을 통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 적용해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노숙인 분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의식주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등 그분들을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주지요. 가끔 술에 잔뜩 취해서 오시는 분, 정신적인 문제가 있으신 분들을 대하다 보면 다양한 사회의 이면을 접하게 되기도 합니다.
 진료소의 또다른 매력 중 하나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진료활동을 마치면 그날 하루의 진료소 평가를 위해 뒷풀이를 합니다. 운영상 문제가 되었던 점을 토론하고 다음을 위해 좋은 의견을 나누는데 이것이 끝나면 여러 학교에서 모인 학생들이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음주도 하며 친분을 쌓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저희 진료소는 강제성이 없습니다. 한번 진료소를 나가게 되면 매주 금요일마다 나가야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담을 가질 수 있는데 서울역 진료소는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줘 참여를 본인의 의사에 맡깁니다. 다만 학기마다 운영위원회를 뽑아 운영진 학생들이 진료소가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진료소 물품과 약을 챙기고 모인 학생들을 적절히 배치하는일을하고있습니다.

 이런 서울역 노숙인 진료소는 관심있는 분들에게 언제든 열려있습니다. 한번 오고 두번 오다보면 이곳의 활동 그리고 새로 만난 친구들의 매력에 빠져 계속 오게 됩니다. 관심있는분들은 저희 클럽(homeless.cyworld.com)에 들어오시면 진료소가 어떤 곳이고 주마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클럽에 공지된 운영진 연락처에 연락을 하면 진료소에 오는 방법, 진료소의 위치, 여는시간, 하게되는 일 등을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답니다. 관심 있는 모든 분을 환영합니다.~^^

신민아/서울역노숙인진료소 학생운영위원
정리_ 정다솔 기자/중앙 <astronov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