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영·프·미·일 등은 항바이러스제 20~50% 보유…
한국은 5% 분량밖에
내성 바이러스 나타나는 판에 뒤늦은 500만명분 추가 확보


 6월 11일, WHO는 신종 플루의 위험성을 감지하고 41년 만에 바이러스 경보를 6단계 “대유행(Pandemic)"으로 격상시켰다. 동시에 각 나라에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양의 항바이러스제를 보유할 것을 권했다.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가는 바이러스이기에 올 가을에 더 큰 위기가 올 것을 예고했으며, 전 세계에 미리 대비할 것을 조언한 것이었다.
 스위스는 인구의 100%에 해당하는 양의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50%가량, 미국과 일본은 20%가량 보유했다. 주요 서유럽 국가가 20~40%를 보유하고 있고, 아시아 국가인 대만도 10%가량을 비축해두었다. 그러나 한국은 겨우 5%에 불과하다.
 항바이러스제 자체 생산 능력도 미흡하긴 마찬가지이다. 10여개 국가는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었고, 일본의 경우만 봐도 4개 제약사가 총 5000만명 분의 항바이러스제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제약사는 녹십자 1개뿐이고, 그 양도 500만명분에그친다.
 이러한 부족한 준비는 대응 조치에서도 차이를 만들었다. 영국은 WHO의 격상 조치 이후 40여일 만인 7월 21일, 발열 증세만 있으면 전화 한통만으로도 처방전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사흘 만에 15만명 분의 약이 나가도 비축량은 충분했고, 신종 플루 확산은 주춤해졌다. 영국의 발 빠른 조치 후 한 달이 지나서야, 한국은 ‘고위험군 환자’를 중심으로 처방을 제한하였다. 한 사람당 한 번만 처방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도 같이 내놓았다. 정말 신종 플루에 감염되어도 처방을 받기가 힘들다. 어느 환자가 감기를 신종 플루로 착각해 처방을 받았다면, 정작 신종 플루에 걸렸을때 약을 받기는 더 힘들다.
 한국의 미흡한 대비속에서 3명이 숨을 거두었고, 24일 정부는 뒤늦게 1250억원을 투자하여 500만명 분의 타미플루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항상 ‘빨리빨리’라고 외치는 나라 한국이었지만, 신종 플루에 대해서는 ‘만만디’대처를 하고 있는것이다.
 정부가 추가 확보계획을 발표한 24일, WHO는 7월 말까지 전 세계에서 분리한 바이러스 중 12건이 타미플루에 내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미국, 홍콩, 싱가포르, 캐나다 등에서 1~2건씩, 그리고 우리나라와 교류가 가장 많은 일본에서는 4건이 접수되었다. 우리나라에 내성을 지닌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다른 나라의 추세나 기타 바이러스의 경향을 볼 때 한국에서 내성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이다. 항바이러스제를 많이 써 이제 그 효과가 떨어질 때쯤 우리는 이제 그 약을 대량 생산하려고 하다니. 아직 상상에 불과하지만, 1250억원 치(500만명 분)의
타미플루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판단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까지 늦은 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최선의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항바이러스제만 급히 구입해 두는 것은 분명히 최선의 판단이 아니다. '빨리빨리’ 한국도 ‘만만디’ 대처도 아닌, ‘Creative Korean’이라는 한국의 다른 면모를 보여 줄 차례다.

*대유행(Pandemic) 단계 : 인간 대 인간의 감염이 2개 이상 대륙에서 발생한 상태

정세용 수습기자/연세
<avantgarde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