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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봉사캠프를 가다

111호/의대의대생 2016. 7. 11. 16:02 Posted by mednews

의대생 봉사캠프를 가다

- 의대협 기획국장과의 인터뷰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 회장 박단)가 주최하고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이하 KOST, 이사장 서종환)가 후원하는 ‘의대생 봉사캠프’가 5월 14일부터 1박 2일의 일정으로 여주 라파엘의 집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의대생 봉사캠프는 의대협의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로서 의대생이 주체가 되어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활동을 했다.   
캠프에 참여한 의대생 100명은 시각장애를 비롯하여 발달·지적·지체·청각·언어장애 등을 동시에 갖고 있는 라파엘의 집 시각중복장애인들을 위해 식사와 세면을 도와주고 산책을 함께 하는 등의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시각장애인체험’, ‘점자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장애인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캠프에 참가한 참가자로서 봉사 캠프를 기획한 서강현 기획국장(한림대학교 본과 3학년)과 의대생 봉사캠프를 기획하는 과정과 의대생으로서 봉사와 장애에 대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Q. 어떤 취지에서 봉사 캠프를 기획하게 되었나?
A. 의대협 봉사캠프는 의대생들이 예비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단순하게 병의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치유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게 하기 위하여 기획되었다.

Q. 봉사캠프를 진행한 여주 라파엘의 집은 어떤 곳인가?
A. 여주 라파엘의 집은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와 함께 지적장애, 발달장애, 지체장애, 청각 언어장애 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시각 중복 장애인들만을 위한 보금자리로 만들어진 곳이다. 1991년에 여주에 지어진 이후 지금까지 발전해 왔으며 현재 본관과 별관을 통틀어 약 150여명의 중복 장애인들과 90여명의 직원들이 서로 어울려 지내고 있다.
시설 내부에는 성당, 학교 등 중복장애인들이 교육받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으며 소속 밴드인 라파엘 밴드 또한 활동하고 있다.   
Q. 봉사캠프 이전에도 비슷한 종류의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전에는 의대생이 아니라 일반 학생으로 참가하였다. 의대생이 된 이후로 처음으로 참가하는 봉사활동이었는데 의대생에게 장애의 의미는 좀 남다른 것 같다. 의대생에게 장애란 어떤 의미인가?
A. 의대생들은 장차 의사가 되어서 장애를 가진 사람을 환자로서 처음 대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환자는 약자의 입장에서 의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만큼 장애를 가진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며 그들의 편에 서서 도와야 한다.

Q. 참가자들 사이에서 많이 나왔던 의견 중 하나가 ‘봉사 캠프를 왔는데 오히려 봉사보다는 체험을 많이 하고 간 것 같다.’라는 의견이었다. 생각했던 만큼 봉사를 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우리 주변에 환경 미화를 하는 사람이 없으면 많은 불편함을 느끼듯이 환경 미화와 같이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을 청소하는 일은 정말 필요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직업재활센터에서 진행된 활동도 평소 우리가 생각 없이 사용하는 물건들이 이런 곳에서 만들어진 물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파엘에 집에서 봉사라는 이름으로 한 모든 활동이 참가자들에게 특별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참가자들이 아쉬워한 부분은 다음 있을 의대협 봉사 행사에서는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Q. 봉사 캠프를 기획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A.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참가자분들께서 지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지만 인원수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다 뽑아드리지 못해서 죄송했다. 선발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좋은 취지로 가는 봉사캠프이지만 행사를 기획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숙박, 교통, 예산과 같은 현실적인 부분 또한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이상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 사이에서 조율하는 것이 좀 어려웠다. 전국에 있는 의대생이 모이는 행사이다 보니 장소를 선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서울과 대전에서 모이는 것이 그나마 절충안이었는데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   

Q. 봉사캠프에 원래 모집했던 100명의 인원보다 훨씬 많은 200여명의 인원이 몰렸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기본적으로 의대에 들어온 사람들 자체가 봉사나 남을 돕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다. 기획을 하는 입장에서도 의대생들이 봉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도 의대협 차원에서 봉사활동과 같은 일들을 정기적으로 계획할 예정이다.   
Q. 그러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A. 봉사 활동 중에서 장애인 분들과 산책을 하고 말벗이 되어드리는 활동이 있었다. 할머니와 참가자 분께서 같이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데 그 모습이 정말 행복해보였다. 같이 장난도 치고 노래도 부르면서 허물없이 친할머니처럼 지내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봉사자의 입장을 떠나서 서로 순수하게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것 같다.   

Q. 의대생에게 봉사란? 
A. 의대생들은 의학도로서 배우는 단계로 아직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의료행위를 통해 남을 돕기는 어렵다. 하지만 장차 의사가 되어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의대생에게 봉사는 올바른 의사로서의 삶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파엘의 집의 경우 현직 의사 분들이 주말에 시간을 내서 진료를 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이번 봉사캠프가 많은 의대생들이 장차 의사가 되었을 때 자발적으로 진료 봉사를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이번 봉사캠프에 많은 관심 가져주고 적극적으로 참가해주어서 고맙다. 단순히 1박 2일 동안 봉사 캠프에 참가했다는 것이 끝이 아니라 봉사캠프의 경험을 평생 기억하여 환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의료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창희 기자/이화
<patty90327@gmail.com>

4주간의 홍콩 서브인턴실습기

111호/문화생활 2016. 7. 11. 15:58 Posted by mednews

4주간의 홍콩 서브인턴실습기

홍콩대의대, 퀸메리병원 elective program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 거리” 노래가사에도 나올 만큼 유명한 홍콩의 밤. 최근에는 홍콩으로 가는 저가 항공사들의 직항 항공편이 다수편 생기면서 우리에게 더 가깝고 친근한 나라가 되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3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나라. 나라 전체의 면적은 서울의 약 1.8배이며, 연평균 기온은 22도 정도로 우리나라의 늦봄 날씨가 연중 계속된다.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 된 후 일국양제의 정치제도 채택하에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로서 존재하고 있다. 중국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홍콩 사람들은 자신들은 엄연히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고 있으며 일상 생활속에서 “중국인”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필자가 처음에 해외서브인턴을 가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홍콩은 후보지에 아예 있지도 않았다. 학교의 역사가 짧은 탓에 해외서브인턴 제도를 시행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실제로 갔다온 선배도 딸랑 한 명인 학교에서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전세계에 괜찮다 생각되는 의과대학에 메일을 전부 보내 나를 받아 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고 그 중 가능한 곳들 중에서 경제적인 여건과 시간 대비 효용이 가장 높을 곳을 골라보던 중에 우연히 인연이 닿은 곳이 바로 홍콩대 의대였다. 아시아 쪽에 일본으로 해외서브인턴을 간 경우는 타 학교들에서 심심치 않게 보아왔으나 홍콩으로 실습간 사례는 전무후무하여 지원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심지어 홍콩대 의대에서 조차도 개인으로 실습을 온 한국 학생이 내가 처음이라서 도움을 줄 수 있는게 없으니 본국에서 알아서 해결을 하라는 식이었다. 그래도 꼬박 1년여간의 준비 끝에 홍콩대 의대 실습허가서를 받아 5월 7일부터 6월 3일까지 4주간의 실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홍콩대 의대의 정식 명칭은 Li Ka Shing 의과대학이다. 이유는 Li Ka Shing이라는 홍콩의 부호가 어마어마한 금액을 기부하게 되면서 이름을 바꾸었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한 의과대학에 기부를 하면서 그 의과대학의 이름이 “이건희 의과대학”으로 바뀌는 식이랄까. 아무튼 그 당시에도 이름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 동문들끼리 반대가 심하고 삭발식도 진행되고 했지만 결국 막지 못하고 이름이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홍콩에는 총 2개의 의과대학이 있는데 홍콩대학교 의과대학이 그 하나고 나머지는 홍콩중문대 의과대학이다. 홍콩대학교 의과대학이 홍콩 내에서는 가장 으뜸가는 의과대학이며 그 수준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아 많은 외국 학생들이 공부하러 온다고 한다. 700만명 가까이 되는 홍콩 전체인구의 의료를 이 두 개 대학의 의사들이 전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병원, 의사들의 모든 관리는 Hospital Association이라는 정부 기관에서 전부 담당한다. 홍콩 의사양성시스템은 5년의 의과대학과 1년의 인턴, 그리고 6년의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로 거듭나게 된다. 최근에는 의과대학이 6년제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본인은 5년제의 마지막 학년 학생들과 함께 실습을 돌았다.


본인은 4주간 산부인과에서 실습을 진행하였는데 앞에 2주는 부인과, 뒤의 2주는 산과의 일정을 따라 움직였다. 기본적으로 실습의 내용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였다. 오전 회진, 케이스 보고와 강의, 외래 참관, 수술 참관, 병동 실습, 기타 세미나 참석이 주요 일정이었다. 아침 7시부터 일정이 시작되어 보통 5-6시 쯤에 일정이 끝나게 되며 산과의 경우는 분만실에서 12시간씩 교대를 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 실습 시간이 조금 더 길다. 일단 우리 학교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실습에서의 참여 기회가 더 많다는 것이 감명깊었다. 현지 학생들은 산부인과 실습을 7주간 돌게되는 데 30명이 한 조가 되어 15명은 부인과, 15명은 산과에 배정되어 실습을 하면서 3주마다 로테이션을 하게 되는데 그 안에서도 4-5명씩 소그룹이 짜여져 외래, 수술, 병동 등으로 역할이 나뉘게 된다. 병동 조 학생들의 경우 현재 병동에 있는 모든 환자들에 대해서 리포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환자에 대해서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환자들도 상당히 학생들에 대해서 호의적이며 기본적으로 환자들의 생각이 교육받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정보를 알려주어야 더 좋은 진료에 도움이 될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병동에서의 환자파악을 학생들 개인적으로 해 놓으면 매주 화/목에 진행되는 케이스 토론 시간에 교수 한 명이 환자 베드 번호를 하나하나 부르면 학생들이 그 환자에 대해서 기본 리포트를 하고 그 환자를 가지고 케이스 토론을 하면서 공부를 함께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PBL 같은 느낌인데 일방적인 강의 대신에 실제 있는 환자를 가지고 역으로 이론 지식을 적용해 보면서 정리를 하니 훨씬 더 임상에 이론이 적용이 잘 되고 자연스럽게 이해가 될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해도 학생들이 오답에 대한 두려움이 없이 대답도 잘 하고 교수는 설사 오답이라 해도 그 답에 대한 코멘트를 해 주지, 그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는 분위기도 내게는 꽤나 낯설게 느껴졌다.


외래 진료는 여러 가지 클리닉이 나뉘어져 있으며 의사들이 한 클리닉당 5-6명 씩 배정되어 있으며 그 의사는 해당 클리닉만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부인과의 경우 부인종양클리닉, 초음파클리닉, colposcopy 클리닉, 신환/초진 클리닉, 난임클리닉 등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우리 나라처럼 외래에서 진료도 하고 초음파도 보는 식이 아니라 다 따로따로 전문의사가 나뉘어져 있다.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스킬로그와 같은 책을 들고 다니면서 모든 클리닉을 다 참관하고 담당의사의 싸인을 받아야 한다. 외래 진료를 하는 동안 신환/초진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예진을 보면서 차트를 작성하고 그 차트를 가지고 의사들이 진료를 본다. 신기했던 것은 외래를 교수진들 뿐만 아니라 전공의들도 본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달라 신기했다. 내가 들어갔던 클리닉에서는 2년차 전공의가 외래를 보고 있어 적잖이 놀랐다. 외래 시간은 평균 10분 이상이 소요되며 난임 클리닉의 경우에는 환자 1명당 최소 30분씩 진료를 보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꿈의 진료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홍콩 의료제도는 공공의료가 전반적으로 되어 있는 상태에서 private 병원이 같이 존재하고 있다. 국민의료보험은 오로지 공공의료에서의 의료 행위만 커버를 해 주게 되는데 본인이 실습했던 종합병원 같은 경우에 환자가 입원을 하게 되면 그 환자가 무슨 치료, 수술을 하든간에 상관없이 우리 돈 15000원/일 만 내면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자궁근종 수술을 하러 입원한 환자라도 입원해서 퇴원하는 날까지 매일 15000원만 내면 각종 영상검사를 포함하여 수술 및 약물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응급 수술이 아닌 이상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사설의료기관들은 보통 우리나라의 1-2차 의료기관과 같은 곳들이 해당되는데 이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실비보험과 같은 사립의료기관 보험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그 금액은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홍콩인인 친한 친구의 얘기에 따르면 남편의 손가락이 찢어져서 봉합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었는데 처음 비용이 600만원 정도 청구가 되었고 그 중에 보험으로 처리하고 나서도 150만원 정도를 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국가고시만 통과하면 어떤 의료행위든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만 홍콩은 조금 다르다. 의과대학을 졸업하면서 국가고시를 보고 통과하게 되면 임시 면허가 주어지는데 이 면허를 가지고서는 독립적으로 의료행위를 하기 어려우며 감독하에 의료 행위를 시행할 수 있다고 한다. 1년간의 인턴 (이 곳에서는 houseman or houseofficer 라고 부른다)을 마쳐야지만 비로소 최종 의사면허가 나오게 된다. 때문에 학생때 수술 어시스트를 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면 된다. 대신 필자는 이곳에서 질식분만과 제왕절개분만을 모두 보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한국에서 실습할 때도 질식 분만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보지 못해 정말 아쉬웠는데 여기 산모들은 학생들에게 상당히 관대하여 아주 예민한 환자가 아닌다음에야 어떤 산모의 방이든 들어가서 차트도 볼 수 있고 진행 과정도 볼 수 있다. 남학생이라고 해서 예외가 있지는 않다. 홍콩에 있는 동안 인터넷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의과대학생들의 분만 참관으로 시끌시끌한 것을 보게 되었는데 그에 반해 너무 평온한 홍콩의 분만실은 본인에게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처음에 홍콩의대로 실습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언어문제에 대해서 많은 걱정과 우려를 표했는데 실제로 본인은 광동어는 한 마디도 못하였고, 중국어도 아주 조금 여행 회화만 할 정도였기 때문에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서브인턴실습 중에 광동어가 사용되는 곳은 병동 실습과 외래 클리닉 두 곳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영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느끼지 못하였다. 원래도 의과대학의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고 있었고 때문에 학생들도 원어민이나 다름없는 영어 사용자라 서로 소통하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광동어가 사용되는 실습은 고맙게도 친구들이 영어로 중간 중간 통역을 해준 덕분에 어려움 없이 실습을 마칠 수 있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실습을 떠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컸고 준비 과정에서 포기할 까 싶은 순간도 많았고 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을 했나에 대한 후회도 조금 되었지만 4주간 다녀온 지금에서 돌아보면 지난 4주는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짧은 4주였기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의대생활 경험이었다. 다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가고 싶을 만큼 병원이며 스탭, 의료진이며 친구들 모두 너무 좋았고, 홍콩이라는 나라도 매력적이었다. 누구에게든 무조건 강추하고 싶은 곳이다. 아시아의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의 의료제도 하에서 실습해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당장 홍콩을 지원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조을아 기자/을지
<eulahzuma@gmail.com>

국방부, 공중보건의 제도 폐지 추진

 

복지부 등 타 부처 반대 부딪혀

 

 

공중보건의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국방부에서 밝혔다. 국방부는 병역인구 감소에 따른 방안으로 공중보건의를 포함한 대체복무 제도 전반을 폐지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국방부는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원을 감축하여 2023년부터는 공중보건의를 비롯한 대체복무요원을 선발하지 않을 방침이다. 2016년 기준으로 공중보건의로 편성된 인원은 약 2000여 명으로 대체복무제도를 폐지하여 충원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인 연 2~3만 명의 10% 수준이다.
그러나 타 부처와 협의가 되지 않아 실제 폐지로 갈지는 의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보건의료 분야에서 3500명에 이르는 병역특례 공중보건의가 근무하고 있다”며 “국방부가 어떠한 협의도 없이 단독으로 제도 폐지를 추진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향후 현역 병역 자원 감소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20세 기준 현역 자원은 2016년 35만명에서 2023년 25만명으로 감소할 예정이다. 공중보건의를 비롯한 대체복무를 폐지하여 충원되는 인원을 고려해도 앞으로 병력 인원의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고급 의료인력 수 천명을 사병으로 복무하게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국방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일 뿐 아니라 여전히 의료를 공중보건의사에 의존하는 지역이 더러 존재하기 때문에 공중보건의사 폐지에 따른 의료공백이 만들 사회적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복무 군인 수는 사병과 직업군인 인원을 합하여 약 60여만 명 수준이다. 현재 복무 중인 3500명의 공중보건의 숫자만큼 사병 수가 늘어나도 국방력에 큰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의 경우 인구대비 군인의 비율이 1%을 초과하여 선진국 대비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러나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전세계에서 군사력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모두 1% 미만의 인구대비 군인 비율을 보유하고 있다.

 

공중보건의 수 감소로 의료공백 심화 우려

 

국방부의 계획대로 공중보건의 제도가 폐지된다면 현재 공중보건의가 수행하던 사회적 역할을 대체할 인력을 수급하기 힘들어 인력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공중보건의는 점점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 전국의 공중보건의 수는 2010년 5179명에서 2015년 3626명으로 급감했다. 불과 5년 만에 1556명의 공중보건의가 감소한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공중보건의 공중보건의 감소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인구 수 대비 면적이 넓고 교통이 불편한 데다, 1만명 당 의사 수가 16.3명(전국 평균 18.3명)에 불과해 공중보건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실제 강원도 60여개 읍·면에는 병·의원이 없어 보건소 및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가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 강원도의 공중보건의는 304명으로 2012년도에 비해 38명이나 줄었다. 또한 섬이 많은 전라도 지역의 경우 의료시설이 마련된 섬이 적을 뿐 아니라 공중보건의가 배치된 섬은 296개 섬 중 27개 섬 뿐이다. 나머지 200여개의 섬에는 보건시설 자체가 없어 진료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특히 상당수 농어촌지역에 산부인과가 없어 임산부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 원정출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중보건의사 수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예산 등의 이유로 보건의사를 채용하지 않고 있으며 공중보건의사의 업무는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153개 시군구 보건소 및 보건지소 중 74개에서 공보의 업무량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업무량 증가율도 평균 26.4%나 됐다. 각 지자체에서는 비용절감 및 채용 상 어려움을 이유로 관리의사 고용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공보의 업무가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공중보건의는 병역 복무를 대체하는 대체복무 제도의 일환으로 임기제 공무원에 해당한다. 공중보건 인력을 임기제인 공중보건의에 의존하는 현 상황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으나 단기간에 공중보건인력을 확충하기 어렵고, 도서산간지역 등 기피지역에 보건의사를 채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공중보건의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중보건의 제도 보완과 공중보건의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 의료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사병 수 감소하는데 지휘자 수 증가?

 

한편으로 국방부가 대체복무 제도를 폐지하는 이면에 대해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5년 9월 국회 국방위 소속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2014년 국방개혁 결과 병사 수는 7만4000여 명 줄었다. 그러나 부사관과 장교는 각각 2만3000여 명, 606명 증가했다. 보통 장병 수가 줄면 이들을 지휘, 통제할 지휘자 수도 줄 수밖에 없고, 현대화된 무기와 장병의 효율적 배치 등의 이유로 현 수준보다 장병을 더 줄일 수도 있지만 적극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지휘자 `자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안 있는가… 국립보건의료대학 언급되지만 현실성 떨어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를 살펴보면, 수도권과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인구비율은 69.15%인데 의료인력은 72.38%이다. 의료인력의 수도권 밀집, 의료과잉인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과잉도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수도권·6대 광역시에 인료인력이 밀집되어 있다는 단순 논리만으로 의료취약지가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의료인력의 ‘도시 집중’ 현상 때문에 의료 사각지대가 생긴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각 시·도별, 시·군·구 별 도시들에 의료인력이 밀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립보건의료대학을 세워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되었다가 여야 갈등으로 결렬되었고, 20대 국회에서도 아직 수많은 현안 중 하나일 뿐이지만, 현실화되더라도 ‘공보의’의 역할을 대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국립보건대학 설립이 논의되고 있는 곳은 광주와 세종시인데, 만약 졸업생들이 광주와 세종시의 번화가에만 모여든다면 전혀 제도적 이점이 없다. 이러한 허점을 예상하고 의료취약지로 졸업생을 보낸다면 그 사람들의 급여수준을 어떻게 보상해줄지 하는 문제가 생긴다. 현제도에서 의료취약지가 생기는 이유는 시장논리에 따른 것인데, 만약 정부가 국립보건대학 졸업생들의 봉급수준을 일정수준 보장한다면, 국립보건대학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 예산을 가지고 현제도 내에서도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봉급수준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한지의사로 기용한다면, 보건대학 졸업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한 보건대학을 계획대로 세우면 2025년부터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하고, 2035년까지 1000명 정도의 공보의 대체 인력이 생기는데, 현 공보의 수에 비견하면 역부족이다. 게다가 정원 600명이라는 비현실적인 숫자의 인원을 수련시킬 T.O.가 확보되어 있는지도 의문이다.

 

손발 안맞아…
보건복지부“2020년까지 의료취약지 없애”
국방부 “2020년부터 공보의 폐지”

 

게다가 2020년 까지 의료취약지를 없앤다는 것(공보의를 발령 보내는 방식)이 보건복지부가 주장하는 제1차 공공보건 의료 기본계획인데, 2020년부터 국방부가 공보의를 3년에 걸쳐 축소, 최종 철폐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의료취약지에 공보의를 배치해서 ‘명목상 취약지 탈출’을 이뤄낸 다음, 바로 그 해부터 다른 정부 기관에서 공보의를 없애나가서 다시 ‘의료 취약지로’ 만들어 내는 형국이니, 공공의료에 대한 당국 간의 협의가 결여된 주먹구구식 정책인 것이다.
지역별 의료기관 분포에 관한 2015년 통계를 보면, 보건소, 보건지소, 공공의료기관, 응급의료지정병원, 공립노인전문병원, 병원선 등의 특수기관 등 주로 공보의가 배치되는 보건의료기관들은 서울 및 6개 광역시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지방에 절대다수가 분포하고 있다. 공보의제도를 대안 없이 폐지할 경우 어느 지역에 큰 타격이 가해질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당국 간의 소통도 없고 의미도 없는 제도를 고집하기 보다는, 전국 37곳의 분만취약지(산부인과가 부재)한 곳과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12개 시·군·구, 치과가 없는 합동군 옥종면 등 5개면과 합천군 용주면 등 5개면 주민들을 위해 공보의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상혁 기자/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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