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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공중보건의 제도 폐지 추진

 

복지부 등 타 부처 반대 부딪혀

 

 

공중보건의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국방부에서 밝혔다. 국방부는 병역인구 감소에 따른 방안으로 공중보건의를 포함한 대체복무 제도 전반을 폐지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국방부는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원을 감축하여 2023년부터는 공중보건의를 비롯한 대체복무요원을 선발하지 않을 방침이다. 2016년 기준으로 공중보건의로 편성된 인원은 약 2000여 명으로 대체복무제도를 폐지하여 충원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인 연 2~3만 명의 10% 수준이다.
그러나 타 부처와 협의가 되지 않아 실제 폐지로 갈지는 의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보건의료 분야에서 3500명에 이르는 병역특례 공중보건의가 근무하고 있다”며 “국방부가 어떠한 협의도 없이 단독으로 제도 폐지를 추진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향후 현역 병역 자원 감소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20세 기준 현역 자원은 2016년 35만명에서 2023년 25만명으로 감소할 예정이다. 공중보건의를 비롯한 대체복무를 폐지하여 충원되는 인원을 고려해도 앞으로 병력 인원의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고급 의료인력 수 천명을 사병으로 복무하게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국방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일 뿐 아니라 여전히 의료를 공중보건의사에 의존하는 지역이 더러 존재하기 때문에 공중보건의사 폐지에 따른 의료공백이 만들 사회적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복무 군인 수는 사병과 직업군인 인원을 합하여 약 60여만 명 수준이다. 현재 복무 중인 3500명의 공중보건의 숫자만큼 사병 수가 늘어나도 국방력에 큰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의 경우 인구대비 군인의 비율이 1%을 초과하여 선진국 대비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러나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전세계에서 군사력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모두 1% 미만의 인구대비 군인 비율을 보유하고 있다.

 

공중보건의 수 감소로 의료공백 심화 우려

 

국방부의 계획대로 공중보건의 제도가 폐지된다면 현재 공중보건의가 수행하던 사회적 역할을 대체할 인력을 수급하기 힘들어 인력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공중보건의는 점점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 전국의 공중보건의 수는 2010년 5179명에서 2015년 3626명으로 급감했다. 불과 5년 만에 1556명의 공중보건의가 감소한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공중보건의 공중보건의 감소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인구 수 대비 면적이 넓고 교통이 불편한 데다, 1만명 당 의사 수가 16.3명(전국 평균 18.3명)에 불과해 공중보건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실제 강원도 60여개 읍·면에는 병·의원이 없어 보건소 및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가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 강원도의 공중보건의는 304명으로 2012년도에 비해 38명이나 줄었다. 또한 섬이 많은 전라도 지역의 경우 의료시설이 마련된 섬이 적을 뿐 아니라 공중보건의가 배치된 섬은 296개 섬 중 27개 섬 뿐이다. 나머지 200여개의 섬에는 보건시설 자체가 없어 진료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특히 상당수 농어촌지역에 산부인과가 없어 임산부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 원정출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중보건의사 수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예산 등의 이유로 보건의사를 채용하지 않고 있으며 공중보건의사의 업무는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153개 시군구 보건소 및 보건지소 중 74개에서 공보의 업무량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업무량 증가율도 평균 26.4%나 됐다. 각 지자체에서는 비용절감 및 채용 상 어려움을 이유로 관리의사 고용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공보의 업무가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공중보건의는 병역 복무를 대체하는 대체복무 제도의 일환으로 임기제 공무원에 해당한다. 공중보건 인력을 임기제인 공중보건의에 의존하는 현 상황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으나 단기간에 공중보건인력을 확충하기 어렵고, 도서산간지역 등 기피지역에 보건의사를 채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공중보건의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중보건의 제도 보완과 공중보건의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 의료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사병 수 감소하는데 지휘자 수 증가?

 

한편으로 국방부가 대체복무 제도를 폐지하는 이면에 대해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5년 9월 국회 국방위 소속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2014년 국방개혁 결과 병사 수는 7만4000여 명 줄었다. 그러나 부사관과 장교는 각각 2만3000여 명, 606명 증가했다. 보통 장병 수가 줄면 이들을 지휘, 통제할 지휘자 수도 줄 수밖에 없고, 현대화된 무기와 장병의 효율적 배치 등의 이유로 현 수준보다 장병을 더 줄일 수도 있지만 적극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지휘자 `자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안 있는가… 국립보건의료대학 언급되지만 현실성 떨어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를 살펴보면, 수도권과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인구비율은 69.15%인데 의료인력은 72.38%이다. 의료인력의 수도권 밀집, 의료과잉인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과잉도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수도권·6대 광역시에 인료인력이 밀집되어 있다는 단순 논리만으로 의료취약지가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의료인력의 ‘도시 집중’ 현상 때문에 의료 사각지대가 생긴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각 시·도별, 시·군·구 별 도시들에 의료인력이 밀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립보건의료대학을 세워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되었다가 여야 갈등으로 결렬되었고, 20대 국회에서도 아직 수많은 현안 중 하나일 뿐이지만, 현실화되더라도 ‘공보의’의 역할을 대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국립보건대학 설립이 논의되고 있는 곳은 광주와 세종시인데, 만약 졸업생들이 광주와 세종시의 번화가에만 모여든다면 전혀 제도적 이점이 없다. 이러한 허점을 예상하고 의료취약지로 졸업생을 보낸다면 그 사람들의 급여수준을 어떻게 보상해줄지 하는 문제가 생긴다. 현제도에서 의료취약지가 생기는 이유는 시장논리에 따른 것인데, 만약 정부가 국립보건대학 졸업생들의 봉급수준을 일정수준 보장한다면, 국립보건대학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 예산을 가지고 현제도 내에서도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봉급수준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한지의사로 기용한다면, 보건대학 졸업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한 보건대학을 계획대로 세우면 2025년부터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하고, 2035년까지 1000명 정도의 공보의 대체 인력이 생기는데, 현 공보의 수에 비견하면 역부족이다. 게다가 정원 600명이라는 비현실적인 숫자의 인원을 수련시킬 T.O.가 확보되어 있는지도 의문이다.

 

손발 안맞아…
보건복지부“2020년까지 의료취약지 없애”
국방부 “2020년부터 공보의 폐지”

 

게다가 2020년 까지 의료취약지를 없앤다는 것(공보의를 발령 보내는 방식)이 보건복지부가 주장하는 제1차 공공보건 의료 기본계획인데, 2020년부터 국방부가 공보의를 3년에 걸쳐 축소, 최종 철폐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의료취약지에 공보의를 배치해서 ‘명목상 취약지 탈출’을 이뤄낸 다음, 바로 그 해부터 다른 정부 기관에서 공보의를 없애나가서 다시 ‘의료 취약지로’ 만들어 내는 형국이니, 공공의료에 대한 당국 간의 협의가 결여된 주먹구구식 정책인 것이다.
지역별 의료기관 분포에 관한 2015년 통계를 보면, 보건소, 보건지소, 공공의료기관, 응급의료지정병원, 공립노인전문병원, 병원선 등의 특수기관 등 주로 공보의가 배치되는 보건의료기관들은 서울 및 6개 광역시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지방에 절대다수가 분포하고 있다. 공보의제도를 대안 없이 폐지할 경우 어느 지역에 큰 타격이 가해질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당국 간의 소통도 없고 의미도 없는 제도를 고집하기 보다는, 전국 37곳의 분만취약지(산부인과가 부재)한 곳과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12개 시·군·구, 치과가 없는 합동군 옥종면 등 5개면과 합천군 용주면 등 5개면 주민들을 위해 공보의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상혁 기자/가천
<hoiayp@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