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rss 아이콘 이미지

강남역 살인사건, 그 이후

111호/의대의대생 2016. 7. 11. 16:11 Posted by mednews

강남역 살인사건, 그 이후

 

 

지난 5월 17일, 강남역 주점 종업원인 피의자 김 씨는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불특정 여성을 주방용 식칼로 찔러 살해했다. 사건 초기에는 여성 혐오 살인으로 초점이 맞춰졌지만 사건 발생 이틀 후 서울서초경찰서는 “김 씨의 과거 기록과 경험을 기초로 하여 판단할 때 심각한 수준의 조현병을 앓고 있는 만큼 이번 범행의 동기가 여성 혐오 살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이후 실시된 프로파일러의 심리분석 결과, 김 씨는 부모와 대화가 거의 없이 단절된 생활을 하였으며 청소년기부터 이상행동과 대인기피증 등의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부터 여성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구체적인 사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피해를 받았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히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피해망상으로 말미암아 2008년 병원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고 정신과에 입원해 치료받았지만 1년 이상 씻지 않고 최근에는 노숙생활을 하는 등 기본적인 자기관리 기능이 손상된 상태였다. 하지만 김 씨는 자신의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어 2016년 1월 초 퇴원 이후 약물 복용을 거부하였고 이로 인해 범행 당시 망상이 상당히 심해진 상태로 추정된다.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사실이 아닌 것을 확신을 가지고 믿는 망상과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각을 경험하는 환각이다. 조현병은 조기 치료 시 별다른 장애 없이 사회로 복귀가 가능하지만, 치료를 중단해서 재발한 경우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정신 질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자료를 통해 “조현병 환자들은 범죄와 폭력의 위험성이 매우 낮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료는 “일부 충동성이 조절되지 않으면 자해 및 타해 위험성을 보일 경우가 있지만 이마저도 타해 위험성이 자해 위험성의 100분의 1 수준”이라고도 강조했다. 조현병과 극단적 폭력 간의 인과관계가 없는데도 자칫 조현병 환자들에게 부당한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범죄가 ‘정신 질환’의 문제로 치부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여지가 있다.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제기된 여성혐오에 대해서 JTBC ‘썰전’의 유시민 작가와 서천석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정신병에도 맥락이 있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 시절에는 많은 조현병 환자들이 중앙정보부가 자신을 미행하고 도청하고 있다고 하였으며 80년대 후반에는 미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면서 CIA가, 2000년대 이후에는 삼성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삼성이 소재가 되었다.”라고 언급하였다. 피의자의 정신 질환 역시 개인의 정신 질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고‘여성 혐오’라는 시대적 맥락 안에서 사건을 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언론은 범죄의 원인이 조현병인가 여성 혐오인가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 어느 누구도 피의자 심리분석 결과 발표 전문에 나타난 김 씨의 성장배경 및 생활환경에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사건발생 후 나온 대책이라고는 조현병 환자 격리를 주장하고, 여성 혐오 현상을 비판하며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조악한 화장실을 고치라고 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한 사람을 사회에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이고 바람직한 목소리가 나와야 할 때이다.

 

 

서예진 기자/성균관
<jasminale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