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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부문 우수

84호(2011.12.12)/문예공모전 2012. 1. 9. 17:16 Posted by mednews

(수필부문) 우수
마음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손호영

해부학 실습실은 병원 지하 4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긴장감을 잊어보려 동기들과 떠들썩하게 어울려 계단을 내려가 해부학 실습실 문 앞에 다다랐다. 그곳에서는 축축한 포르말린 냄새가 느껴졌다. 다들 하나씩 챙겨온 낡은 옷을 몸에 걸치고, 그 위에 헌 수술복을 착용했다. 그리고 실습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섯 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테이블 위에 검은 천으로 싸여있는 카데바가 놓여 있었다. 우리는 수술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별로 테이블 주위에 둘러섰다.
교수님과 목사님께서 시신을 기증해주신 분에 대한 감사의 의식을 시작하셨다. 축도와 묵념이 끝나고, 카데바를 싸고 있던 검은 천을 벗겨냈다. 그 안에는 커다란 비닐에 싸여있는 시신 한 구가 있었다. 나는 조원들과 힘을 합쳐 카데바를 커다란 비닐 안에서 꺼냈다. 건장한 중년 여성으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섞여 있었다. 피부는 어두운 색이었고, 방부액에 충분히 젖어 있어서 약간 불어 있었다. 나는 시신을 그렇게 가까이서 본 적도, 직접 만져본 적도 없었다. 인간이 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명이 꺼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은 해보았지만, 실체로서의 죽음을 내 손으로 직접 만져본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만지면서, 나는 카데바를 비인격적 개체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그것을 내 손으로 만지고, 자르고, 벗겨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피부를 벗겨내는 일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카데바는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스테인리스 테이블과 마찬가지로 무생물일 뿐이니까 피부를 벗겨낸다고 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첫 실습은 등의 피부를 벗겨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 조는 카데바를 뒤집어 놓고, 메스로 피부에 작은 십자모양을 새긴 후, 그 중 한 부분을 핀셋으로 잡고 메스로 피부를 벗겨내기 시작했다. 피부를 벗겨나갈수록 그 아래에서 노란 인간의 지방조직이 드러났다. 처음 잡는 메스, 생각보다 질긴 피부, 인간 지방의 질척한 냄새, 그리고 처음 만져보는 카데바는 어쩐지 현실에서 현실감이라는 요소를 조금은 덜어냈다. 우리 조의 카데바는 그렇게 피부가 상당부분 벗겨진 채로 차가운 스테인리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첫 실습 후,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카데바를 철저하게 비인격적 개체로 받아들인다면, 실습을 시작하기 전에 했던 감사의식과 실습실 곳곳에 붙여있는 ‘시신을 기증해 주신 분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말자’라는 글귀는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런 것들은 결국 카데바가 인격적 존재임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것은 내가 실습시간 동안 가졌던 ‘비인격적 카데바’의 상과는 상충되는 것이었다. 만약 ‘인격적 카데바’의 상을 받아들인다면, 도저히 실습 시간에 카데바의 피부를 벗겨내고, 근육을 자르고, 혈관과 신경을 분리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게 있어서 그것은 카데바를 비인격적인 개체로 받아들일 때만 가능한 행위였다. 이것은 해부학 실습이 진행되는 내내 나의 화두였다.
그렇게 등, 팔, 가슴, 머리, 배, 내장, 골반, 다리까지 한 학기 동안 정신 없이 실습이 진행되었다.  해부학뿐만이 아니었다. 생화학, 생리학, 조직학 등 공부해야 할 내용은 산더미 같았고, 시험은 매주 월요일마다 있는데다 해부학 실습이 정규 수업시간에 포함되지 않아, 수업이 끝난 밤이나 주말에 실습을 해야 했기 때문에 더더욱 정신이 없었다. 실습 평가가 있는 날을 포함하여 일주일에 두세 번씩 카데바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나 역시 카데바와 함께 지내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카데바를 ‘우리 할머니’라고 부르며, 골고루 방부액을 뿌리고 노출된 피부에는 정성스레 비닐랩을 감아 좋은 상태로 보존을 하기 위해 애썼다.
사람이 죽게 되면, 그 시신은 생명이 꺼져버린 무생물일 뿐이다. 그것은 고인이 남겨놓고 떠난 것이긴 하지만, 고인 그 자체는 아니다. 시신을 존중하는 것은 이 세상을 떠나기 전 고인의 정신과 의지를 존중하는 것의 연장선 상에 있다. 즉, 우리가 카데바라는 비인격적 개체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존중하며 대해야 하는 것은 고인의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그 의지가 육신에 생명이 떠난 후에도 남아 의학도들에게 소중한 인체 해부 실습의 기회를 준 것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비인격적 개체에 인격적인 개념이 덧씌워졌고, 나는 비로소 카데바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방법을 깨닫게 되었다.
해부학이 종강하는 날, 해부학 땡시험이 끝나고 이곳저곳 분해되고 해체되어 인체의 구조를 낱낱이 드러내고 있는 카데바가 스테인리스 스틸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우리는 각자 자기 조의 카데바를 정성스럽게 정리했다. 그리고 시신에서 나온 모든 것들을 처음의 커다란 비닐에 넣고, 그것을 시신 보관용 냉장고에 옮겨 넣었다. 냉장고에 카데바가 들어가고, 역시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육중한 문이 닫혔다. 그 때 나는 세상에서 무언가 빠져나간 듯한 기분으로 한 학기 동안의 실습을 돌이켜 보았다. 내게 카데바는 한 학기 동안 인체의 구조를 배우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구조물 하나하나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였다. 강의를 통해 배운 내용을 하나하나 해체해 가면서 직접 보고 만질 수 있었다. 나는 시신을 기증해주신 분에 대해 큰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 이젠 고인의 숨결이 더 이상 남아 있지는 않지만, 그 분이 세상에 남기고 간, 그리고 의학교육을 위해 기증해 주신 그 육신 덕에 나와 내 동기들은 소중한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부학 실습이 끝나고 인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지금은 시신에 대한 느낌이 처음 카데바를 마주했을 때와는 많이 변했다. 생명이 꺼져버린 육신은 그저 물건일 뿐이라는 것, 인간은 육체를 통해 이 세상을 살다가 생명이 다하면 그것을 남겨놓고 떠난다는 개념을 깊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하지만 해부학 실습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할 때 시신에 대한 두려움 섞인 시선을 마주하게 되면, 처음 해부학 실습실에 들어섰을 때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그 때는 나도 시신이 두려웠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무척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해부학 실습을 무사히 마치고 시신을 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지금의 나를 바라보면, 의학을 배우고 의사가 되어가면서 변해가는 마음가짐을 깨닫게 된다. 해부학을 배우면서 카데바라는 비인격적 존재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던 것처럼, 임상의학을 배우고 익히면서도 질병이라는 비인격적인 대상을 다루는 동시에 인간을 잊지 않는 그런 의사가 되어 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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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부문 심사평

84호(2011.12.12)/문예공모전 2012. 1. 9. 17:16 Posted by mednews

(수필부문) 
심사평
이병훈(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 문학평론가)

제6회 의대생 문예공모전 수필 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모두 35편이다. 학생들이 쓴 수필치고는 예상보다 수준이 꽤 높았다. 소재를 다루는 기술, 비유적인 사유, 명확한 주제의식, 문장력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 못지않았다. 우선 너무 신변잡기에 빠져있거나 주제의식이 부자연스럽게 드러난 작품들을 1차 심사에서 가려냈다. 그 결과 박솔희의 <명쾌한 진단>, 손호영의 <마음>, 김기영의 <눈물 한 방울>, 류창연의 <초상(初喪)>이 최종 심사대상이 되었다. 이중에서 최우수작으로 박솔희의 <명쾌한 진단>을, 우수작으로 손호영의 <마음>을 선정했다. <명쾌한 진단>은 건강 염려증 환자(상상병 환자)를 다룬 작품으로 글쓴이 자신의 경험이 생생하게 묻어나 있는 수작(秀作)이다. 특히 ‘머릿속 알고리즘’이라는 의대생 특유의 습관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남달랐다. <마음>은 해부학 실습실 경험을 감각적이고 사실적인 문체로 묘사한 작품이다. 카데바를 통해 비인격적 존재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다는 주제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김기영의 <눈물 한 방울>은 호소력 있는 문장과 진실한 감정이 돋보이는 작품이었으나 입상작이 되기에는 너무 소품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류창연의 <초상(初喪)>은 이야기를 전개하는 능력은 뛰어났지만 너무 개인적인 신변잡기에 빠져 지루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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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문 최우수

84호(2011.12.12)/문예공모전 2012. 1. 9. 17:15 Posted by mednews

(시부문) 최우수
위로
고려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 김한나

옷에 파묻힌 작은 아기가
별로 높지도 않은 의자 위에서 달랑
달랑 거린다.
나도 저렇게 두 다리를 흔들며 달랑
달랑 거리던 때가 있었을 테다.
몸은 북국의 나무처럼 쭉쭉
뻗어 자랐으나 새로 사 입을 수도 없는 세상은
점점 굽어지고, 굽어지고,
굽어지다 움츠러지고,
세운 옷깃 사이로는 침묵만을 골라 담은 쌉쌀한
담배 연기가 피워져 올랐다.
사발면에 딸려나온 나무젓가락처럼 기운 없이 툭, 부러지는
미소를 눈썹 위에 얹어 부신 눈을 가리고
거기
세상은 말없이 얼굴만 붉힌다.
괜찮다, 괜찮다,
지하철에서 짜한 목소리로 삼단 면도날을 파는 사내, 그도
높지 않은 의자 위에서 달랑
달랑 거리며 맛있게 꿈을 먹던 때가 분명 있었을 테다.
작아지는 세상에 꼭 끼어 옥죄이는 우리 모두,
네 탓은 아니다.
우리가 커버린 탓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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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문 우수

84호(2011.12.12)/문예공모전 2012. 1. 9. 17:15 Posted by mednews

(시부문) 우수

순천향대학교 본과 4학년 김민재

의식을 잃은 몸뚱아리 위에
새하얀 천이 드리워지고,
의식이 시작된다.

하얀 천으로 가려진,
그 네모난 창 안에서.
 
신도 어머니도 침범하지 못했던 순결의 공간.
날카로운 칼날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젖히면
차갑기만 한 금속의 도구들이 살을 헤집는다.
 
선혈과 살점들
타는 냄새와 연기가 가득 차
영혼마저 쫓겨난 공간.
 
아수라의 칼들이 한바탕 춤을 추는
그 신성한 의식이 끝나고 나면
누구는 기적을 체험하고
누구는 자연을 깨닫지만
 
하얀 천으로 가려진,
그 네모난 창 안에는
사람이 있으되, 더 이상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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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문 심사평

84호(2011.12.12)/문예공모전 2012. 1. 9. 17:14 Posted by mednews

(시부문)
심사평
박덕선 (시인, 민족문학작가회)

올해 11월도 여지없이 차가운 지성의 전당인 의학도들의 뜨거운 감성을 향유하는 행복한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기대로 설레던 일이기도하고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읽어 낼 수 있을까하여 마음의 짐이 되기도 했던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특수 분야의 낭인들을 만나는 일이라 호기심과 기대로 작품들을 하나하나 만났습니다. ‘의학도의 시를 만나는 일은 사실의 세계를 초월하여 실핏줄 한 가닥 말초신경 한 자락의 미세한 흔적도 생의 큰 의미로 살아나는 기쁨을 준다.’고 했던 지난해 시평의 기대가 넘쳐 올해는 참으로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수작들이 많아져서 신명이 나는데 문제는 두 작품만 뽑아야 한다니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올해의 출품작들은 분야가 다양하다는 것이 큰 발전이요, 가능성입니다. 의학도로서 가장 치열한 공간인 수술실이나 해부학 수업에서 느끼는 심상을 진솔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들 중 수작이 많았습니다. 특히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천안함 사건 같은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의학이라는 전문 분야에만 치우치지 않고 사회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시대의식을 같이하는 문인으로서 동질감을 갖게 했습니다. 더불어 일상의 소소함에서 발견하는 따뜻한 시선을 다룬 박지예의「보이지 않는 것들」이나 박재원의「분식집에서」는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이다가 아쉽게 손에서 놓아야 하는 수작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아성찰이나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 오세민의「동굴속에서」나 한지은의「시간에 대한 단상」도 좋았습니다. 다만 관념적 사유를 드러내려다보니 사설이 길어 작품의 긴장미를 떨어뜨려 아쉬웠습니다. 특히 김세영의「멸치를 향한 모독」과 조재홍의「도마뱀」은 기성시인 못지않은 상상력과 독창성을 지닌 작품이었는데 장시로 이어가다보니 주제를 이끌어가는 힘이 약해져서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아쉬움을 낳았습니다. 또, 한지혁의「창경궁의 대취타」는 낯선 시어들을 사용하여 뛰어난 독창성을 발휘한 수작이었는데 추상적 주제와 돌출적인 시어들이 다소 이질감을 주어 흐름을 깨는 아쉬움을 남겨 수상작에서 밀렸습니다. 그외 이규호의「전치(前置)」와 이은정의「GA28주」그리고 노원철의「달맞이」도 흠잡을 데 없는 수작이어서 가장 오래도록 고민한 작품들입니다. 수상작과 위에서 거론한 작품들은 그 차이를 아주 미세한데서 찾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뛰어나서 심사자로서 이 작품들을 더 칭찬하고 싶은 심정을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2차 3차 심사를 거쳐서 간추린 작품이 10여편이나 되었는데 그 작품마다 독창성이 있고 행간마다 묻어나는 진정성 때문에 애정이 가서 어떤 작품을 골라야할지 고민하느라 일주일은 시들은 것 같습니다. 의학도들의 치열한 실습과 연구의 현장에서 시시각각으로 느끼는 삶의 편린들을 아름다운 시로 형상화해 내려는 진지한 시도들 앞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두 작품을 뽑아 들었습니다. 이 작품들이 위에 거론했던 작품들보다 특별히 뛰어나서 뽑았다기보다 최종에 뽑혀 올라온 작품들 중에서 완결미가 높을 작품을 선정 기준으로 잡았습니다. 여타 위에서 거론한 작품들은 잘 써내려오다가 약간의 사족이나 주제의 산만성. 추상성 등에서 그 차이를 두었으므로 우열을 가릴 수 없었음을 알려둡니다.
고심 끝에 최종으로 뽑힌 두 작품은 김한나의「위로」와 김민재의「창」인데 ‘창’이 우수작으로 밀리는 아쉬움을 낳았습니다. 이 작품은 수술실에서 느낀 생의 소회를 절제되고 단아한 시어를 구사하여 문학적 성취와 삶의 진정성 표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잘 잡았습니다. 뿐만 1연부터 시작된 주제의식을 마지막 연까지 심도 있게 끌고 간 힘이 강하여 높은 완결성에 점수를 주었습니다. 다만, 최우수작 ‘위로’에 비하여 제목선정이 약했다는 아쉬움 때문에 우수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최우수작으로 김한나의「위로」를 마지막으로 남겼습니다. 처음 읽을 때나 곱씹어 십 수번을 읽어 내려도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되 안정되고 단아하게 길어 올린 시어와 작가의 시선이 작품 제목처럼 큰 위로를 줍니다. 우선 낮은 곳을 향한 따뜻한 응시와 힘겨운 삶의 무게를 모든 가능성을 담보했던 아기에서 남루한 삶의 상처로 지쳐있는 노숙자의 구겨진 삶에까지 그윽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작가의 심성이 아름답고도 진지합니다. 어떤 위치에서 대하는 삶이든 생은 고통과 번민의 연속입니다. 그 지난한 과정을 너그럽고 온화하게 내다볼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겨울 찬바람 앞에서 건네받은 목도리 같은 따뜻한 시 한편이 밥보다가 큰 위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시대가 팍팍하고 힘겨울수록 위로가 필요한 법이지요. 의학이 생물학적 인체를 다루는 고도의 전문인을 양성하는 학문이라면, 의사는 그 학문에 온기를 불어넣고 가슴을 녹여내어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완전을 지향하는 인술을 펼쳐내는 직업입니다. 문득 문학과 아주 긴밀한 거리에 인술이 위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문학 행사가 거듭되면서 보여준 의학도들의 문학적 가능성이 자꾸 더 큰 욕심을 갖게 합니다. 이 행사가 의학도들의 더 다양한 문학적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펼치는 장이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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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목소리

84호(2011.12.12)/오피니언 2012. 1. 9. 17:13 Posted by mednews

독자의 목소리

문예공모전 출품에 부쳐...

의대생신문을 열심히 읽고있는 나름 열혈독자입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해보지만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문예공모전에 출품하면서 덕분에 풍성한 가을에 뭔가 좋은 열매를 맺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공부하랴 발간하랴 힘드시겠지만 재밌게 보면서 보이지않게 응원하는 독자들이 있으니 힘내시고, 발행시마다 전국에 잘배포될 수 있게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이국형/인하

의대생신문에 대한 독자의견, 의대생활 중 소개하고 싶은 사연, 독자 투고 등을 editor@e-mednews.com 또는 www.e-mednews.com 방명록에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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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코드를 읽어보자

2011년은 유난히 베스트셀러가 많은 한 해였다. 베스트셀러가 워낙 많아서 모두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것일까? 프랑크 루터 모트(Frank Luther Mott)는 1662년부터 1945년까지의 미국의 베스트셀러를 정리하여 베스트셀러가 만들어지는 요인에 대해서 분석하였다. 그는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원인을 내용적 측면과 시장적 측면으로 분류하였다. 여기서는 그의 분석을 2011년 대한민국의 현실에 맞는 내용으로 수정하여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내용상의 요인

▶ 선정성 
공지영의 『도가니』는 충격적인 실화를 직접적으로 다루면서 사회의 관심을 받았다. 『도가니』에서 다루는 사건은 폭력과 성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그것을 강렬하게 묘사함으로써 대중을 분노에 휩싸이게 했다.

▶ 자기 향상의 동기
명성을 얻거나 출세를 위해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은 보편적인 명제이다. 박경철의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은 다시 한 번 자기계발의 필요성에 대해서 다루면서 독서나 사색 등 정신적인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 발랄성
발랄한 책은 어느 시대에나 인기가 있어 왔다. 김려령의 『완득이』는 온실의 화초는 절대 알지 못할 생활 감각과 인간미, 낙천성을 지닌 완득이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면서 대중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대중적 호소력의 한 요소다.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는 부패의 온상으로 인식되는 정치의 뒷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제시하면서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시사적인 관심
아이폰으로 시대를 풍미한 스티브 잡스 죽음은 충격이었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는 스티브 잡스의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출판물로 옮기면서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자리매김했다.

▶ 개인의 모험
많은 사람들은 모험을 좋은 이야기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한다. 김진명의 『고구려』는 고구려를 세운 위인들의 모험과 정치적 암투를 박진감 있게 담아내면서 대중의 요구를 잘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 청년에 대한 관심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입시와 취업에 찌든 학생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문제에 공감함으로써 유명세를 탔다. 이는 청년실업이 문제인 현실과도 잘 맞아떨어져 유례없는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시장상의 요인

▶ 제목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책의 제목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장은 취업 문제로 고생하고 있는 청년들의 고민을 정확하게 담아내면서 감성을 자극했다.

▶ 발간 전 캠페인
박경철은 ‘청춘 콘서트’의 멘토로 활동하면서 인지도를 크게 높였는데, 그것은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 서평
서평이 보편화된 시대에 서평이 큰 요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절대 간과할 수는 없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6』는 김제동, 신영복 등의 유명인의 서평으로 그 진가를 더했다.

▶ 책 광고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는 파드캐스트 ‘나는 꼼수다’ 방송의 시작 부분에서 끊임없이 광고되면서 대중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래서 발간 직후 바로 베스트셀러로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 영화 제작
공지영의 『도가니』는 영화로 제작되면서 엄청난 이슈가 되었으며, 그 결과 영화의 원작인 소설에 대한 관심 역시 크게 증가하면서 베스트셀러의 위치를 지켰다.

허기영 기자/서울
<zealot648@e-mednews.org>

비육식? 그 이상의 채식!

“Meat-Free Monday”
운동을 아시나요?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채식주의자로, 1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식탁에 육류 요리를 올리지 말자는 “Meat-Free Monday”운동을 2009년부터 지속해왔다. 매카트니는 “소가 뿜어내는 메탄은 지구온난화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각 가정에서 육류 소비를 줄인다면 기후 변화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채식주의 바람,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채식주의를 하는 이유?

일반인들이 채식주의자들에게 가장 많이 품는 의문은 채식주의를 도대체 왜 하냐는 것. 그렇다면 채식주의자들이 채식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채식을 시작하는 많은 경우, 건강을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채식을 하면 심혈관계 질환, 비만, 암 등이 예방된다는 과학적 결과에 근거하여 채식주의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와는 달리, 환경 보호 운동이나 동물 복지 운동 등에 참여하면서 채식주의를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런 대표적인 두 가지 이유 외에도, 정신수양이나 반자본주의 등 다양한 이유를 내세우며 채식을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채식주의에도 급(?)이 있다?

채식주의자인데 생선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아해한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채식주의는 그 엄격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
프루테리언(fruitarian)은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자다. 식물의 생명을 존중하여, 생명을 만드는 뿌리와 잎은 먹지 않고 열매인 과일과 견과류를 먹는다. 더 엄격한 프루테리언은 땅에 떨어진 열매만 먹는 경우도 있다. 비건(vegan)은 유제품과 동물의 알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채식주의자는 비건까지의 범위다. 그러나 채식주의에는 준채식을 하는 세미 베지테리언(semi-vegetarian)도 있는데, 이 경우 유제품, 동물의 알, 생선류, 백색육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에 따라 락토(Lacto), 락토 오보(Lacto-ovo), 페스코(Pesco),  폴로 베지테리언(Pollo-vegetarian)으로 나뉜다.

채식만으로 균형 잡힌 영양 섭취가 가능할까?

미국영양학회(ADA)는 채식을 위주로 한 식사는 건강에도 이롭고 영양 섭취면에서도 적절한 편이지만, 식단을 적절히 짜지 않으면 때로는 영양소가 결핍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엄격한 채식주의자들은 비타민 B12와 비타민 D등이 결핍될 가능성이 있으며, 철분, 칼슘, 아연과 같은 무기질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 또한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는 충분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기가 힘들 수 있다. 그렇기에 엄격한 채식주의자의 경우, 비타민제, 보충단백질 등을 함께 섭취할 필요가 있으며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의 섭취를 고려한 균형 잡힌 식단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

채식, 나도 한번?

일과시간의 대부분을 병원 안에서 보내야 하는 의대생이 채식을 시도하기란 쉽지 않다. 병원급식부터 회식까지 고기를 빼고 먹을 수 있는 채식요리가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균형잡힌 식단만 짠다면 몸에 좋을 뿐 아니라, 자연까지 보호할 수 있는 채식! 힘든 환경이지만 시도해 보고 싶다면 엄격한 채식을 하기 전에 일주일에 한 번씩, 준채식부터라도 서서히 시작하는 게 어떨까?

김다혜 기자/대구가톨릭
<anthocy@e-mednews.com>

▲ 그림 출처 : blog.danggun.net

겨울철 군것질, 건강하게 즐기기

유난히도 추웠던 작년 겨울, 한번쯤은 길을 가다 마주치는 파는 군고구마나 붕어빵, 호떡의 온기로 배를 채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번 겨울은 조금 따뜻하다니 피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럴리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마냥 포장마차를 기웃거리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따끈한 오뎅국물이 당신을 끌어당기는 건 몸이 추워서가 아니라 옆구리가 허전하기 때문이지. 어차피 끊을 수 없는 군것질, 영양 정보라도 알고 먹으면 좋지 않을까? 몸매야 두툼한 옷이 가려줄 테지만 말이다.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당신의 시린 손과 얼어붙은 마음까지 녹여 줄 군것질거리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간단히 몇 가지만 살펴봐도 어떤 간식이 겨울철 간식으로서, 다이어트 음식으로서 좋은 편인지 알게 될 것이다. 군밤과 군고구마가 칼로리나 영양면에서 좋은 편이며 그 외에 다이어트에 좋은 음식은 귤(개당 약 60 kcal), 메밀묵(100g 당 약 60 kcal) 등이 있다. 또한 그 외 겨울철 간식으로서, 칼로리가 많아 살을 찌게 하는 간식으로서는 위의 붕어빵, 호빵, 호떡, 어묵 외에도 떡볶이(100g 당 약 230 kcal이며, 특히 치즈 떡볶이는 100g 당 610~630 kcal), 타코야끼(개당 50 kcal, 크기가 작아 많이 섭취하게 되는 간식) 등이 있다.

또한 칼로리가 매우 낮은 사계절성 간식들도 있다. 녹차와 홍차, 버섯 등은 거의 0 kcal에 가까운 칼로리를 가지고 있다. 강냉이도 칼로리가 매우 낮다고 알려져 있으며, 코카콜라제로 같은 음료는 상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0 kcal 이다.
과일이라고 해도 칼로리를 잘 따져야 한다. 앞서 언급한 귤 외에 토마토 키위 등은 칼로리가 낮아 겨울철 간식으로서 좋은 편이다.

하지만 겨울철 간식들이 영양정보에 무관하게 끊임없이 잘 팔리는 이유는 바로 ‘맛있고 달콤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하루 세끼를 먹는 것과 별도로 이러한 간식들은 특히 겨울이 되면 더욱 생각나게 되는 이유도 동일하다.

김성진 기자/인하
<trebis@e-mednews.com>


※ 자료참고 : 뷰티아이홈페이지, 한국영양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