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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LE? USMLE? JMLE!!!

111호/의료사회 2016. 7. 11. 16:37 Posted by mednews

KMLE? USMLE? JMLE!!!

JMLE 준비과정과 일본의사 수련과정에 대해 낱낱히 파헤쳐보자

 

▲ 높이는 난이도를 나타내며 화살표 방향으로 시험과정이 진행된다. JLPT N1만 합격한다면 이후 과정은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다.

 

지난 5월 29일 대한공중보건의협의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주최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강당에서 일본의사국시(JMLE), 미국의사국시(USMLE)준비 설명회가 열렸다. 본래 행사는 공중보건의와 전공의만을 참가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이었다. 하지만 다수 의대생들의 참가 요청에 따라 의대생들 뿐만 아니라 외국 진출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도 참석의 기회가 주어지면서 일요일 아침시간에 열린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20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참석해  의사들 뿐만 아니라 예비의사들도 국내가 아닌 해외의료활동에 관심이 크다는 걸 볼 수 있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주변에서 꽤 준비하는 USMLE보다 생소한 JMLE에 대해 다루어보고자 한다. JMLE를 응시를 한다는 건 일본의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본의사가 되기 위해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며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한국과 비교하여 일본의 의료환경은 어떤 차이가 있고 장점이 있을까?

 

1. 일본의사 되기 위한 첫관문 JMLE,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 가장 중요한 건 JLPT N1취득, 히라가나도 모르는 의대생도 최소 2년이면 일본의사가 될 수 있다.

일본 의사가 되기 위한 4가지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JLPT N1자격증 취득 ② 서류접수 ③ 일본어진료능력조사시험(이하 진능시) ④ 일본의사국가시험
4가지 과정은 번호 순서대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일본의사에 관심이 있거나 JMLE 응시를 희망하는 의대생이 있다면 가장 먼저 준비해야하는 것은 JLPT N1(일본어능력시험 1급)이다. 일단 JLPT N1에 합격을 해야지 JMLE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JLPT시험은 일 년에 2번 7월과 12월에 시행되는데 7월에 응시하는 경우 이미 일본의사 서류접수가 끝난 시점이기 때문에 시험에 응시한 연도의 서류접수가 되지 않으며 12월 시험을 치르고 난 결과를 그 다음 해에 적용할 수 있다.
일본어를 전혀하지 못해 겁먹고 미리 포기하거나 본인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JMLE설명회에서 강연을 한 공보의 3년차 홍문기 씨는 ‘히라가나부터 시작하는 완전 초보인 경우에도 개인차가 있겠지만 3개월 ~ 9개월 정도의 준비로 N1을 합격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어가 JMLE 도전을 포기할 이유는 아니다.’고 강조하였다.
N1 자격증을 취득하면 일본으로 제출할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데 총 15가지로 앞서 언급한 JLPT N1인증서와 성적증명서는 물론 외국에서 취득한 의사면허증 사본, 외국의사 학교의 졸업 증명서 등이 포함된다. 해당 서류들을 바탕으로 응시자격 여부를 가리는 만큼 외국에서 해당 서류의 법적인정 여부가 중요하다. 제출 서류들 중 공문서는 아포스티유(한 국가의 문서를 다른 국가에서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확인 절차)를 걸쳐서 법적인정을 받을 수 있으며(건당 1000원), 번역물의 경우에는 번역공증이 있어야 법적인정을 받을수 있다.(건당 25000원)
서류접수까지 완료가 되면 10월에서 11월 사이에 있을 진능시 시험을 준비해야한다. 진능시 시험은 우리나라의 OSCE & CPX와 비슷한 시험으로 일본어 의사소통능력을 평가하는 만큼 외국인들에게 있어 일본 내 진입장벽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초보자가 N1자격증을 취득할 만큼의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본의사가 되기위한 마지막 고비라고 볼 수 있다. 진능시 시험은 의료면담 2문제, 신체진찰 1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의사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JMLE, 일본 의사 국가 시험은 2월 초에 총 3일에 걸쳐서 시행된다. 전세계 내과학의 교과서, 해리슨이 있다는 것은 전세계 어느나라나 의학지식이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KMLE를 합격했다면 의학지식 측면에서만 본다면 JMLE를 통과하는데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학교 및 의료환경에서 쓰고 있는 의료용어들은 대부분 1800년대 초반  일본이 한자로 번역해 놓은 한자어이기 때문에 한자만 잘 익혀둔다면  일본어로 써진 JMLE문제를 푸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우선 문법이 거의 비슷한 일본어는 다른 언어에 비해 쉽고 JLME 시험 자체가 일본어회화가 완벽하지 않아도 시험에 합격에는 무리가 없는 시험이기 때문에 JLPT N1을 합격할 수준이면 일본의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사시험 준비를 위한 첫번째 관문이 JLPT N1합격이기 때문에 첫번째 관문만 잘 통과한다면 이후 과정은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다.


 

2. 일본연수제도와 일본의사의 삶은 어떨까?

- 9시부터 17시까지 근무시간과 아르바이트가 가능

일본의 연수제도는 한국과 다소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대졸업 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과정을 지나 전문의가 되지만 일본의 경우 전기연수의 2년, 후기연수의 3년을 거친다. 여기서 전기연수의는 우리나라의 인턴, 후기연수의는 레지던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이점은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 면허 취득후 바로 의사로서 활동하는데는 지장이 없지만 일본의 경우에는 전기연수의 과정을 마치기 전까지는 환자 진료를 볼 수 없으며 보험 항목이 전혀 없는 완전 비보험 수술만 할 수 있어 의사로서 활동하는데 제약이 많다. 따라서 적어도 전기연수의는 마쳐야 일본의사로서 진정한 독립이 가능하다. 참고로 초기 연수의 과정은 기본적으로 내과 6개월, 응급계열, 정신과, 지역의학, 산부인과, 소아과를 거쳐가야하며 나머지는 자유선택이 가능하다.
일본연수과정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는 연수과정 중 아르바이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기연수의는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며 후기연수의때 부터는 아르바이트가 가능하고 병원에서도 장려한다. 초기연수의 연봉은 시골병원의 경우 최고 700만엔까지 주는 곳도 있지만 대개 세전 250~400만엔 정도이다. 후기연수의의 경우 기본급에 당직비, 아르바이트 수입까지 합쳐 세전 1000만엔까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주로 선호하는 수련병원은 어떤 곳일까? 일본수련병원은 크게 대학병원과 시중병원으로 나뉜다. 이들 병원들은 단순히 병원 운영주체의 차이 뿐만 아니라 병원자체의 특성 및 수련분위기도 많이 차이가 나는데 먼저 대학병원의 경우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근무시간이 보장이 되며 강의와 공부, 저널 발표 등 위주로 진행된다. 또한 대학병원 의국에 들어가는 순간 향후 십년 정도 해당 의국에 반 강제적으로 소속되어 의국장의 의중에 따라 발령을 받을 수 있으며 의국에 들어가는거 자체가 이런 일들에 대해 각오가 되었다는 것을 간주하기 때문에 선택의 자유가 극히 제한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병원 의국이 도심의 병원들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좋은 조건의 아르바이트를 얻을 기회가 많다. 시중병원은 우리나라 인턴과정과 같이 EKG, ABGA 등 간단한 수기를 익히거나 지도의사가 초기연수의 한명한명에게 붙어 술기를 가르쳐주기도 한다. 시중병원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면 일단 대학병원보다 자유롭다는 것이다. 십년 이상 동안 해당병원에 소속되어 있을 필요가 없고 의국을 나가는 순간 배신자로 간주되어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 대학병원과는 달리 중간에 수련병원을 자유롭게 옮겨 다닐수도 있다. 병원의 환경에 따라서 수련환경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미리 알아 볼 수 있다면 알아보는게 좋다.

 

- 모두가 원하는 과에 갈 수 있는 것이 한국과 큰 차이 
하나의 가장 큰 장점은 본인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 과별로 인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원하는 과에 들어가지 못해 차선 혹은 최악을 피하는 차악의 선택을 하는 경우가 흔한 우리나라 의대생들에게는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일본의 전문의는 우리나라의 전문의의 개념과 달리 명확히 진료분야가 구분되어 있지 않고 특정과 전문의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경력에 따라 다른과를 중점적으로 진료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질적인 보장이 안된다. 이러한 차이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전공의 4년과정이 끝나고 전문의 취득으로 의국에서 나가는 것이 아닌 펠로우 개념으로 수 년씩 의국에 남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본의사 수련 과정에서 근무시간이나 급여도 한국의 수련과정보다 더 조건이 더 낫다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일본 특유의 문화, 의료인들 사이 뿐만 아니라 환자와의 관계에서도 인격체로 대우 받는다는 것도 직업으로서의 의사에 대한 만족감과 자존감이 크다는 점 역시 일본 의사의 매력적인 부분이다.

대중매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항상 일본을 ‘멀고도 가까운 나라’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일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대생들에게는 의사로서 살아가는 일본은 생각보다 가깝고 쉽게 생활할 수 있는 매력적인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부터 준비해서 가장 빠르게 일본의사 될 수 있는 방법

올해 6월 ~ 12월 : JLPT N1 준비 및 시험
내년 1월 ~ 3월 : 원서 서류 접수
내년 4월 ~ 10월 : 국가 시험 준비 및 진능시 준비
내후년 ~ 2월 : 일본의사국가시험 준비 및 시험

 

김민 기자/가천
<franky777min@gmail.com>

 

원격의 한계는 어디까지 - 원격약국 허용 추진

 

 

원격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 지난 달 대통령 주관 제 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정부는 규제개혁 안건으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 금융원격안전서비스, 원격교육서비스, 원격화상투약시스템 허용 등 원격과 관련된 안건만 10여건이 넘었다. 이 중 눈에 띄는 안건은 원격화상투약시스템(이하 원격약국)이었다. 즉, 2013년부터 정부는 보건의료분야에서 일관되게 원격의료의 추진을 하였으나 원격약국은 처음으로 허용되는 방향으로 공론화 된 안건이다.

 

원격화상투약이란?

원격약국이란 약국 내에 설치 된 투약기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상담센터에 있는 약사와의 화상통화를 이용하여 상담 후 약사가 원격으로 기기를 제어하여 약품을 내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미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일부 시행되고 있는 원격약국은 우리나라에서 일반약 편의점 판매가 논의되기 시작한 2013년, 편의점 판매에 대한 대안으로 인천광역시 부평구의 한 약국을 중심으로 시범 도입되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를 비롯한 약사들의 반발과 약사법에 대한 대법원 해석례에 따라 화상투약은 중지되었다.

 

현행법상 불가... 법 개정 추진하는 정부

대법원에서 원격약국의 경우 「약사법」 제50조 제1항에 약사의 대면 판매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의약품의 오남용 방지, 안전 관리 등의 측면에서 약국 내의 장소에서 약사의 대면 판매를 당연한 전제로 생각한다는 해석례를 내 놓았고, 논의는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규제개혁장관회의 이후로 복지부는 입장을 선회하여 원격약국 안건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안건들과 함께 오는 10월에 입법예고를 할 계획이다.

 

대한약사회 "파업도 불사" vs 정부 "강행"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를 비롯한 각 지방약사회는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각 회의 입장을 정리해보면 ▲ 대형자본의 약국시장 잠식 우려 ▲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전초전 ▲ 인터넷 약국의 등장 ▲ 원격 상담 전문 약사 등의 문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국회 통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정부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미해결 된 다른 안건인 처방약 배송 허용 안건도 재심사 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를 제외한 4개 보건의료단체는 공동 성명문을 발표하며 반대하고 있다. 2013년 복지부에서 원격의료와 함께 조제약 택배배송 허용까지 논의하게 되자 약협은 파업을 불사한 강경한 대응으로 복지부로부터 조제약 택배배송 철회를 이끌어낸 전례가 있었다. 하지만 원격의료가 허용되더라도 원격약국이나 조제약 택배 배송 되지 않으면 진료는 원격으로 받고 약은 환자가 직접 약국을 방문하여 받아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미 입법 후 국회에 통과되지 못한 선례가 있기에 복지부의 두 번째 입법의 의지를 꺾기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문선재 기자/중앙
<mgstoner@naver.com>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 의약계

제5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브리핑

 

 

지난 5월 18일, 청와대에서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가 열렸다. 5월 18일의 회의에서는 그동안의 규제개혁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추가적인 규제개혁 방안들이 논의되었는데 그 중 ‘바이오헬스케어 규제혁신과 지원으로 바이오 7대 강국 도약’이라는 제목으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새로운 규제들이 발표되었고 다양한 규제들이 완화되었는데 크게 3개의 주제로 나눌 수 있다.

 

■ 제품 연구개발 기간 단축으로 산업경쟁력 강화
 -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시 배아 사용요건 개선
 - 체외진단제품 성능평가로 허가
 - 임상시험계획서 승인 기간 단축

■ 공중보건에 필요한 치료제의 신속하고 안정적인 공급
 - 임상시험 불가능 의약품 우선 허가제 도입
 -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치료제 조건부 허가 확대
 - 퇴장방지의약품 안정공급 지원

■ 제품 허가 기간 단축으로 시장 출시 촉진
 - 바이오의약품 GMP 사전평가로 허가 기간 단축
 - 첨단 의료기기 개발 동시 심사 실시
 - IT기반 정보전송 의료기기 품목등급 국제조화
 - 바이오헬스케어 제품화 밀착 지원

 

이런 정책이 나온 목적은 제품이나 신약의 출시를 앞당기고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워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연구 분야와 제품의 응용 분야 전반에 걸쳐 규제가 완화되었는데, 그 중 제품 연구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서 도입된 몇 개의 새로운 규제를 살펴보면 크게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시 배아의 사용요건을 해외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한다는 내용, 임상시험계획서 승인 기간을 67일에서 55일로 단축하여 제품의 출시를 앞당긴다는 내용, 체외진단제품을 성능을 기준으로 허가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발표로 의약계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오게 되었다. 임상시험계획서 승인 기간을 67일에서 55일로 단축하고 특히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 대해 2상 임상시험만으로 우선 허가한다는 내용은 신약개발을 가속화시킬 전망이지만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상당하다. 정부는 우선 허가된 약품도 후에 꼭 임상 3단계를 시행해야 한다고 언급했지만 신약의 장기적인 안정성과 부작용여부를 평가하는 3단계가 약이 이미 출시된 후에 진행된다면 임상 3단계의 결과가 나타나기 전에 이미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임상 3단계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이미 약이 출시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허술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존재하며 이를 방지하기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무분별한 임상시험 규제완화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정책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며 “철저한 안정성 및 유효성 검토시스템을 확보하고 부작용 발생 시 사후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등 국가 차원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5월 18일 회의에서 원격화상 의약품 판매시스템 도입을 허용하기로 하고 관련 약사법 개정안을 오는 10월 발의하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약국 밖에 의약품 자동판매기를 설치하여 약국이 문을 닫아도 누구나 의약품 자동판매기를 통해 약사와 인터넷 화상통신 상담을 받은 후 일반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 대해서도 집단별로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제약회사는 자판기 판매를 통해 약 판매의 증가를 기대하며 이번 규제완화를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는 공동성명을 통해 “약사와의 직접 대면이 아닌 방식으로는 의약품 오·남용의 위험에 노출되기 쉬우며 부작용 발생 시 조치와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대면 복약지도를 규정한 현행법은 불필요한 규제가 아니라 강화시켜야 할 필수적 안전장치로 규제 개혁이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한편 이번 규제완화를 원격의료의 초석으로 받아드리는 해석도 있다. 반발이 적은 약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원격처방을 통해 약을 구매하게 되는 원격의료의 모습으로 번질 수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으며 의약계는 앞으로 닥칠 상황들을 예의주시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은건 기자/가천
<dmsrjs7835@naver.com>

모르는데 어떻게 예방해요? ‘여름철 질병’ 아는만큼 예방할 수 있다

 

평년 대비 때이른 더위가 한창이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유행성 질환들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난다. 여름철에는 높아진 기온과 습도로 인해 세균 활동이 활발해지는데, 반대로 우리 몸의 면역력은 크게 떨어져 감염성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주의해야 할 대표 유행성 질환과 이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배가 슬슬 아프다면? ‘식중독’

WHO 는 식중독을 ‘식품 또는 물의 섭취에 의해 발생되는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이라고 규정짓고 있다. 식중독의 증상은 소화기 증상과 그 외 전신 증상으로 나눌 수 있다. 음식물에 독소나 세균이 섞여 들어오면 우리 몸에서는 이를 신속히 제거하기 위해 독소가 소화관의 상부에 있는 경우 구토를 유발하며 하부에 있는 경우는 설사를 통해 체외로 배출시켜 소화기 증상을 나타낸다. 소화관에 존재했던 세균이 장벽을 뚫고 다른 곳에 들어가 발생하는 식중독은 구토나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뿐만 아니라 전신에 열을 동반하게 된다. 일부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소의 경우 신경 마비, 근육 경련, 의식장애 등의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부분의 식중독균은 4˚C에서 60˚C 사이 온도에서 증식가능 하기 때문에, 뜨거운 음식은 60˚C 이상으로 찬 음식은 4˚C 이하로 보관해 세균의 증식을 막음으로써 식중독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여름에는 기온 상승으로 인해 식중독 발생 위험이 높아지므로, 가정이나 집단급식소 등에서 음식물을 취급, 조리 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모든 음식물은 익혀서 먹고 물은 반드시 끓여 먹고, 조리한 식품을 실온에 방치하지 말고, 한번 조리된 식품은 철저하게 재가열한 후 먹도록 한다. 음식을 조리하기 전, 식사 전, 화장실을 다녀온 후,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또한 손에 상처가 났을 때는 육류, 어패류를 만지지 말도록 한다.

 

여름철에 왠 감기? NO! ‘뇌수막염’

뇌수막염은 지주막하 공간 즉, subarachnoid layer에 염증이 발생한 질환으로 대부분 지주막하공간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발생한 것이다.
증상은 열이 나고, 두통이 있으며, 목이 뻣뻣해지는 등 감기의 증상과 비슷하여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으나 빨리 치료되지 않으면 뇌에 영구적으로 손상을 주어 청력·시력 손상, 학습장애, 행동장애, 성격 변화, 신체 마비 등의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감기증상이 너무 심해 뇌수막염이 의심된다면 뇌척수액검사를 통해 백혈구 수치가 증가하고, 당수치가 감소하고, 단백질수치가 증가하였는지 확인을 해보아야 한다. 세균성 뇌수막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원인균에 해당하는 백신을 접종하면 된다. 한편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아 다른 바이러스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손 씻기 등 개인위생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세균성 뇌수막염의 주된 원인균인 폐렴구균,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은 국가적 차원에서 예방접종을 지원해주고 있다. 만 12세 이하의 어린이에 한해 국가가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백신을 접종할 경우 그 비용을 국가에서 전액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수막구균의 경우 예방 백신은 있으나 국가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백신이 아니어서 예방접종을 원할 경우에는 의료기관을 방문해 따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여름철 눈병의 대표주자 ‘유행성 각결막염’

눈을 외부에서 감싸고 있는 조직인 결막에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을 유행성 각결막염이라 하며, 약자로 EKC라고도 한다. 유행성 각결막염은 주로 아데노바이러스 제8형과 제19형에 의한 감염으로 발생한다.
이 질환에 걸리게 되면 눈곱이 생기고 충혈이 되며,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과 함께 눈부심과 눈꺼풀이 붓는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염증막이 생기거나 시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잠복기는 평균 일주일 정도이며, 대개 2~3주 정도의 경과를 가지는 이 질환은 보통 양쪽 눈에 모두 발생한다. 우선 한쪽 눈이 감염되면 2~7일 후에 다른 쪽 눈이 감염되는데, 두 번째 눈의 증상이 조금 더 경미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씻기’가 가장 중요하다. 평소에 더러운 손으로 눈을 만지지 않고, 렌즈를 낀 채로 수영하지 않고, 눈병이 유행할 때에는 수영장등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말아야 한다.

 

황현화 기자/서남
<sally919919@naver.com>

소리 없는 살인자, 미세먼지

111호/의료사회 2016. 7. 11. 16:15 Posted by mednews

소리 없는 살인자, 미세먼지

 

3일 오후 서울 정부 청사에서는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 특별 대책 브리핑’이 있었다. 정부는 최근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특단의 대책 수립이 필요해짐에 따라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세먼지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세먼지란?

미세먼지는 자동차 배출가스나 공장 굴뚝 등을 통해 배출되며 중국의 황사나 심한 스모그때 날아오는 크기가 작은 먼지를 말한다.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1㎛=100분의 1㎜)이하의 먼지로 PM(Particulate Matter)10이라고 한다. 미세먼지 중 입자의 크기가 더 작은 미세먼지를 초미세먼지라고 부르며 지름 2.5㎛ 이하의 먼지로 PM2.5라고 한다.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50~70㎛보다도 작은 미세먼지는 육안으로 인지하기 어려우며, 대기 중에 머물러 있다가 호흡기를 거쳐 폐나 혈관까지 침투할 수 있다. 세계 보건 기구는(WHO)는 미세먼지 중 디젤에서 배출되는 BC(black carbon)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발생 원인으로는 국외 원인과 국내 원인
중국발 스모그, 자동차의 배기 가스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으로는 환경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국외 원인이 30~50%로 알려져 있으며 경유차·사업장·비산먼지의 비중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은 석탄 의존도가 70%가량 되는 나라로 석탄연료 사용이 증가하는 겨울철에 스모그가 자주 발생하게 되며 이것이 서풍 또는 북서풍 계열의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온다. (스모그는 연기(smoke)와 안개(fog)의 합성어로, 안개와 미세먼지·황산화물·질소산화물 등의 대기 오염물질이 혼합되어 안개가 낀 것처럼 대기가 뿌옇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인공위성을 통해 기류를 보았을 때 서풍 계열의 기류가 지속적으로 하루 이상 불 때 남중국 대륙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이 한국을 뒤덮는 것은 매해 반복되는 현상”이라고도 말했다.
자동차에 의한 대기 오염 또한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 평균 수준에 비해 자동차에 의한 오염 물질 배출 비율이 높다. 환경 당국은 자동차 미세먼지의 70%를 차지하는 경유 승용차와 버스, 건설기계 등을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으로 보고 있으며 ‘2013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가 미세먼지 주범인 질소탄화물(NOx)을 가장 많이 배출한다고 주장하였다. 자동차 등을 포함한 ‘도로이동오염원’은 전체 NOx 배출량의 30.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한국 환경정책·평가 연구원(KEI)은 2013년 초 내놓은 ‘초미세먼지의 건강영향 평가 및 관리 정책 연구’ 보고서를 통해 서울 지역에서 미세 먼지 일평균농도가 10㎍/㎥ 증가하면 사망발생위험이 0.44% 증가하고, 초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사망발생위험이 0.95% 증가한다고 밝혔다.
미세먼지와 같은 대기 오염의 세 가지 주요 건강 영향은 천식 등의 호흡기 질환과 폐암, 심혈관 질환이다. 미세먼지가 인체에 흡입되면, 폐에 작은 입자들이 축적되어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미세 먼지의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호흡기의 가장 깊은 곳인 허파꽈리까지 침투되어 혈관으로 들어가며 전신적인 염증반응을 유발하게 된다.
이는 인체에서 적절한 내부 환경을 유지하게 만드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지게 한다.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며 부정맥(arrhythmia: 심장의 전기 자극이 잘 만들어지지 않거나 자극의 전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늦어지거나, 혹은 불규칙하게 되는 것)이 일어날 수 있으며 급성 심장 마비를 야기할 수 있다. 혈관에서도 이상 반응이 일어나서 혈관이 수축하게 되고, 고혈압을 유발한다. 혈액의 점성이 증가하여 끈적끈적해지고 혈관이 막히는 동맥경화증을 야기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 각종 질병에 노출될 수도 있다.
 
미세 먼지 행동 요령 준수
장기적, 근본적인 대책 제시가 필요

환경부는 미세먼지 농도를 6단계로 나누어 미세 먼지 등급에 따른 행동 요령을 제시했다.( *좋음 : 0~30㎍/㎥, *보통 : 31~80㎍/㎥, *약간 나쁨 : 81~120㎍/㎥ - 노약자들의 장시간 실외 활동 가급적 자제, *나쁨 : 121~200㎍/㎥ - 무리한 실외 활동 자제 요청(특히 호흡기, 심질환자, 노약자) 장시간 무리한 실외 활동 자제, *매우 나쁨 : 201~300㎍/㎥ - 실외 활동 제한, 실외 활동 자제, 위험 : 301㎍/㎥ ~ - 실내 활동으로 제한) 이에 따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미세먼지 상태가 나쁜 것으로 예측될 때는 미세먼지 행동요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좋다.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외출하지 않는 것이다. 둘째,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면 집안의 문을 닫아 미세먼지의 유입을 차단하고 실내에서는 충분한 습기유지와 함께 공기청정기 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셋째, 외출할 때는 황사방지용 마스크를 사용한다. 식약청으로부터 허가받은 황사방지용 마스크는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나 세탁 후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넷째, 미세먼지가 많은 경우 콘텍트 렌즈를 사용하는 사람은 주의한다. 다섯째, 물은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는 것을 감안하면 고농도시 잘 감지할 수 있도록 미세 먼지에 대한 예· 경보 체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석탄화력발전소 탈황·탈질 기술과 경유차 매연 저감 기술 등의 미세먼지 저감 기술을 개발하고 압축 천연 가스 버스(CNG)버스 등 청정 대중교통시설 운영 방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미세먼지의 오염을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중국을 비롯한 인접국과의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할 것이다.

 

정창희 기자/이화
<patty90327@gmail.com>

‘강남역 여성이라면 묻지마 살인사건’에 관하여

- 심층취재

 

필자는 이 사건이 한국사회라는 재래식 변소의 문을 뜯어놓은 사건이라고 본다. 문제가 많고 냄새 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보기 흉하니까 가려놓기 위해 달아놓은 문을 제거함으로서, 수많은 문제가 실타래처럼 뒤엉킨 우리사회의 공공연한 비밀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꼬인 실의 시작을 알기는 어렵지만, ‘꼬인 실’이라는 사실만은 쉽게 알 수 있다. 

 

소모된 논란 속 호도된 핵심

그러나 정작 중요한 핵심은, 이 사건은 ‘여성혐오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묻지마 범죄’도 ‘정신질환자 여부와 관계없이 순수한 여성혐오의 문제’도 아닌 ‘여성혐오라는 사회적 맥락이 저변에 있는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라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범죄의 특성을 한 구절로 규정하는 일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뿐더러 우리가 해야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피의자는 중증 조현병 환자로 절대 대한민국의 평균적 남성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바탕으로 남성 집단 전체를 잠정적 가해자로 모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며, 대다수의 남성들이 감정적으로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신질환은 흔히 사회적 맥락을 포함한다. 왜 피의자의 무의식에 많고 많은 망상의 종류 중에 ‘여성혐오’가 타고 들어갔는지는 주목해볼만 하다. 또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사건의 종류를 이분법적이고 소모적으로 언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우리사회에 팽배했던 여성차별, 실질적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사회에서의 유리천장, 남성우월주의 등에 의해 다수 여성들의 불만이 표출된 발로였다는 점을 주목하고 그 저변의 사회적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토론하는 일이다.
흔히 정신분열증으로 일컬어지는 조현병은 ‘논리적 사고의 부재’, 피해망상, 환청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질병이고 법적 심신미약상태이므로, 피의자가 남성이라는 점과 피해자가 생면부지의 여성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왜 이 사건은 정신병 여부를 떠나서 여성혐오범죄인가’를 입증하려는 ‘논리적 시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비논리적 사고 회로’로 특징지어지는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행동을 논리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접근법 자체에 자기모순을 포함하는 일이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사건에 대한 다수 여성들의 반응을 ‘연관이 없는 사건을 확대해석하는 비논리적이고 피해망상에서 기원하는 군중 병적인 현상’으로 보는 것은 더욱 큰 잘못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피의자는 불특정인에게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그는 범행 장소를 선택했고, 34분간 범죄의 대상을 물색했으며, 6명의 남성이 화장실에 출입하는 동안 일언반구도 하지 않다가 처음 들어온 임의의 여성을 찔렀다. 그 여성이 23살이 아니라 30살이었거나, 육체적으로 약하지 않고 종합격투기 선수였다고 해서 죽음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수정 교수나, 권일영 경감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고른 것”이라는 주장이 전혀 논리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시의적절하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은 이유이다. 피의자가 앞서 들어온 6명의 남성들의 골격근량과 신장 등을 고려해서 자신보다 강해보였기 때문에 덤비지 않은 것이 아니다. 만약 저 주장이 논리적이려면 6명의 남성이 모두 남성인 피의자보다 강한 사람이었다든가, 피해자 이전에 다른 여성이 화장실에 들어왔는데 그 여성은 보디빌더여서 근육이 우람했고, 피의자가 그것을 관찰해서 덤비지 않고 대기하다가 자신보다 약해보이는 피해자를 찌른 상황이어야 한다. 그 어디에도 그런 근거는 없다. 앞서 말한 구체적 근거는 없지만, 만약 이수정 교수나 권일영 경감의 발언이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약하니까”라는 일반론에 기초한 것이었다면, 호모 사피엔스 종의 성별이 남,여 2개가 아니라 6가지 정도는 되어야 말이 될 것이다. ‘여성이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약하니까 여성을 범죄 대상을 삼은 것이지 특별히 여성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라는 말은 마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것과 논리적으로 정확히 동일한 구조이다.

 

여자라면 묻지마 살인으로 확인된 불편한 진실

우리나라의 여성들은 수십년간 강간, 살해 등의 강력범죄에 대해 불안에 떨며 살아왔지만, 대개는 “여자가 먼저 원인을 제공했겠지”라고 하며 넘어갔고, 피해자가 술집여자라든가,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었다는 기사가(왜 이런 기사가 나오는지 조차도 의문스럽지만) 나올 때마다 “거봐! 여자가 먼저 잘못했다니까” 하며 본인의 바람이 확인된 것에 모종의 안도감을 느끼며 지내왔다. 이런 피해자 책임론이 팽배했던 이유는 비단 남성우월주의로 인한 남성들의 사고뿐만 아니라 여성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만약 끔찍한 범죄가, 피해자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고,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는데도 일어난,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범죄’라면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떤 여성도 자신이 ‘잠재적 피해자’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술집여자’였다든가 ‘대로가 아닌 어두운 골목길을 지났다’던가 하는 점은 큰 위안이 된 것이다. 내가 ‘술집여자’만 아니고, 내 딸에게 ‘사람 많은 큰 길로 다녀라!’ ‘늦게 돌아다니지 마라’ ‘너무 짧은 치마 입지마라’고 가르치기만 하면 ‘나’나 ‘내 딸’은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없다는 믿음 혹은 실낱 같은 희망 때문이었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추모할 죽음이 적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이번 강남역 살인 사건이 큰 이슈가 된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김씨는 피해자에게 “술집여자냐”고 묻지 않았고, 피해자의 인상착의 중 자신을 무시했다는 여성들 중 하나인지를 확인해주는 “신학원에 다니는 증거”는 없었으며, “짧은 치마를 입었는지”를 따진 것도 아니며, “어둡고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닌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자 ‘세계최고의 치안강국’인 대한민국의 천만국민의 수도 서울 중에서도 가장 번화한 강남역에서 아무런 신상정보도, 인상착의도 범죄의 동기가 되지 않은 채 ‘화장실에 진입한 첫 번째 여성’이라는 사실에 의해 23살 여성이 살해된 것이다. 이로써 수많은 여성들은 지금껏 애써 부정해왔던 “조심여부와 무관하게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과 직면한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내 딸만’,‘내 부인만’,‘내 여자친구만’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나만’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 빚어낸 허깨비였음을 자각한 것이다. ‘믿음을 주소서’라는 기도는 많았지만 불신은 쉬운 것처럼, 한 번 믿음이 깨진 이후에는 더 이상 이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의한 개인적 범죄’인지 아닌지 그 사실여부조차도 관심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작은 성냥불에도 폭발한다면 그것은 원래 화약이었다는 뜻이다. ‘왜 관련 없는 사건을 이례적으로 확대하느냐’라는 비판보다는 ‘언제라도 단초만 생기만 폭발할 수 있을 정도로 여성들의 자발적, 집단적 분노가 축적되어왔구나’라고 보는 편이 바람직하다. 한 대상이 침묵해야만 이루어지는 평화는 평화가 아닌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화와 인식을 통한 공감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주로 남성들)이 다양한 통계(남성과 여성의 강력범죄률이 큰 차이가 없다거나, 각종 여성의 대우 지표들이 개선된 것, 조현병환자에 의한 살인률 등)이런 현상을 ‘비과학적인 과잉반응’이라고 본다. 얼마나 과학적인 사람들이기에 각종 수치로 무장하는 것일까. 과연 이러한 여성들의 사회적 집단적 불만 표출 및 공격성은 비과학적인 것일까.
 
위험의 과학에 대해서  

이 소위 ‘비과학적’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해보자. 인간은 원래 숫자에 입각해서 위험을 느끼지 않는다. 위험은 불확실성으로 특징 지워진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나, 일어날 수도 있는 사고”의 형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1969년 미국의 엔지니어 c. 스타(chauncey starr)는 위험 확률과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적 위험의 정도를 비교했다. c.스타의 연구 이후 ‘위험 과학’은 미국에서 정식학문분야로 인정받았고, 폴 슬로빅 등 시민의 위험 인식을 오랫동안 연구한 연구자들의 연구결과가 줄줄이 출판되었다. 슬로빅은 사람들이 위험을 ‘인간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인가’, ‘결과의 끔찍한 정도’, ‘위험에 노출된 사람의 수’, ‘자기 스스로 선택했는가의 여부’ 등에 결정적으로 좌우됨을 증명했고, 영국 왕립협회의 연구 결과도 독립적으로 거의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예를 들어 스키를 타다 죽을 확률이 원전 옆에 살다가 죽을 확률보다 훨씬 높은데도 사람들은 매년 ‘자기 돈을 주고’ 스키를 타러 가는 반면 원전이 자기 동네에 세워지는 것은 결사(죽음을 무릅쓰고)반대한다. 자동차 운전은 내가 ‘자발성’을 가지고 할 수 있는데, 비행기는 탑승할 뿐 내가 조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비행기사고로 인한 사망률보다 훨씬 높은데도 사람들은 비행기를 더 무서워한다. 광우병에 걸린 것이 확인된 소를 먹고 인간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종간 장벽, 사망자수를 고려한 계산 결과 수 천만분의 일 정도이다. 만약 광우병이 확인된 소가 아니고 임의의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을 때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일본의 한 과학자는 그 확률이 40억분의 1이라고 계산했다. 이는 골프에서 홀인원을 하고 환호하다가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과 유사하다. 이러한 수치들을 앞세워서 정부는 우리 국민이 ‘과학에 무지하며 이성은 실종되고 괴담과 선동에 속는 이들’의 하나라고 보았다. 그러나 수많은 국민들이 광화문에 모여 촛불집회를 했으며, 이를 무지하다고 보는 사람보다는 정당하다고 보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위험에 대한 체감을 줄이는 데는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한데, 정부는 전근대적 과학 개념을 앞세워 대화의 의지는 상실하고 신뢰 구축을 위한 대화는 중단한 채, 국민의 총체적 공포를 무지와 선동의 결과로 몰아갔다. 게다가 광우병에 만약 걸린다면 이는 나의 문제일 뿐 아니라 후손들과 가족들의 문제이며, 유통과정에 대해 불투명한 상태에서 공포는 커져만 갔던 것이다. 수치를 앞세워 국민을 가르치려고만 하니 의사소통이 될 리가 없었다. 40억분의 1의 확률이지만 위험하다고 동의하는 데는 남녀구분이 없었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위험과학’ 선진국들은 위험 연구 전문가들은 위험 확률 계산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위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신뢰 구축과 대화 의지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위험은 기본적으로 확률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이다.

 

‘과학적’으로 강남역 사건 바라보기

이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과학적’ 방법으로 강남역 사건을 바라보자. 위험을 체감하는 정도가, ‘자발성’, ‘위험 원인에 대해 모르는 정도’, ‘피해의 끔찍함’, ‘노출된 잠정적 피해자의 수’에 비례한다는 사실은 앞서 이미 기술했다. 실제로 강남역에서 여성혐오자에 의해 피살될 확률이 얼마인지는 중요치 않다. 지금껏 여성들이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위험체감이 덜했던 이유는 조심하는 방식으로 ‘자발적’으로 예방이 가능하며 ‘위험 원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고(짧은 옷, 골목길, 직업 등), ‘술집여자나 몇몇 특수한 대상만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수없이 기술했듯이, 이번 사건은 이 모든 연약한 가정을 보기 좋게 폐기했다. 내가 조심해도 피할 수 없고 무엇이 피의자를 자극했는지, 장소가 문제였는지 그 위험 원인도 알 수 없으며, 범죄의 결과 피해자는 ‘사망’했으며, 잠정적 피해자는 5천만 인구의 절반이 넘는 ‘여성 전체’인 범죄가 ‘얼마의 작은 확률이든 간에 일어날 수 있음을 확인’ 했다. 위험을 최대로 느끼기에 ‘과학적으로’ 너무나 완벽한 조건이 모두 갖춰진 것이다. 게다가 광우병 사태와도 유사하게, 잠정적 피해의 위협을 느끼는 여성들이, 대화를 원하는 당사자인 다수 남성들은 대화의 의지가 없으며, 여성들의 공포가 광우병을 무서워하는 국민이 그랬던 것처럼 ‘무지와 선동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번 사건에 관해서도 우리사회는 완벽하게 위험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한 것이다.
 
남성우월주의의 현주소  

‘여성 혐오’까지 발전을 했는지 여부를 떠나서 우리사회에 ‘남성우월주의’가 팽배한 것은 의심의 가치조차 없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여성의 경제활동비율이 증가하고, 여성에 대한 처우와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 역차별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이니, 예전만큼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 누가 우리 사회에는 남성우월주의가 없다고 힘주어 말할 수 있겠는가. <2013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라는 통계청 공식 통계자료를 보면, 강력범죄의 피해자의 80%는 여성이고, 여성의 11.2%만이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대답했으며, 일반직 4급 이상 국가공무원 중 여성 공무원의 비율은 7.3%이다. 최근 한 누리꾼이 “UNODC 통계에 따르면 한국 강력범죄의 피해자의 49%가 남성”이라며 ‘여성과 남성의 강력범죄 피해자 비율이 큰 차이가 없어서’ 한국여성들이 느끼는 사회적 위험은 비과학적인데다가 무지의 소산이라고 주장했지만, 같은 통계의 OECD 회원국 강력범죄의 여성피해자 비율의 평균은 21%였으며, 대한민국은 통계대상국 34개국 중 1위였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성범죄에 대한 자발적 신고율이 매우 낮은 국가임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자 중 여성의 비율은 더 높을 것이다. 최근 섬마을 여교사 윤간 사건이 발생했지만 대부분의 섬 주민들의 반응은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였고, 지역 경찰은 사건을 은폐하려했다. 동기를 성추행하여 퇴학당한 학생이 타명문 의대에 버젓이 입학해서 동기들을 가르쳐주며 잘 지내는 모습, 입학취소를 하지 않는 학교당국, 지식의 전당인 대학의 축제에서 신입생 여학생들이 선배들을 찾아서 술을 따르고 ‘화대’를 받거나 높은 선배일수록 예쁜 여학생을 옆에 앉혀주는 문화, 대기업 면접에서 버젓이 “여자가 다리가 그렇게 두꺼워서 쓰겠어?”라고 물으며, 이것이 언론에 보도가 되어도 크게 조명되지 않고, 8살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파괴해도 12년만 감옥에서 참으면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는 풍토를 볼 때, 우리사회는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국제국 평균에 비견해도 아주 심각한 수준의 공기와도 같은 남녀차별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여실히 알 수 있다.
 
토론과 교육의 부재에 관하여

우리는 교과서에서 ‘여성은 사회적 약자다’라는 문구를 수도 없이 보았다. 그러나 교과서에 ‘여성은 사회적 약자다’라는 문구가 들어있는 현실을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교과서를 보기 전에 이미 체득했기 때문에 자명한 명제를 보듯 지나친 것이다. 여성은 생물학적 약자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약자가 사회적 약자로 귀결되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생물학적 약자가 사회적 약자가 되는 세계를 ‘정글’이라고 한다. 가장 인간과 가까운 유인원들조차도 힘으로 알파수컷을 가린다. 그러나 인간은 스스로의 야생성에도 불구하고 이성과 합리적 사고로 야생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회적 시스템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왔고, 반대로 그런 특성이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은 인식에서 기초한다는 점에서, 공감의 부재는 교육 부재의 문제이다. 현 교육제도에서 학교는 학생 한 명이 한 사회인으로서, 다른 이들과 어떤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는다.(명백히도 이는 후천적인 것이다) 우리사회의 차별은 어떤 것이 있고, 무엇이 문제인지,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는다. 토론문화가 부재한 우리나라에서 ‘상대를 인정하는 것’은 곧 지는 것이다.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바탕으로 일반남성을 모두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여성입장에서는 생면부지의 사람이 정신질환자인지 정상인인지 알 방법이 없는 만큼, ‘나는 불안해 왔고, 지금 불안하다.’라는 의사를 남성 개개인이 모여 형성한 ‘남성집단’이라는 사회적 유기체에게 표출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그것을 개인에 대한 공격이 아닌, 집단에 대한 요구로 건강히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가 진정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사는 나라이다. 내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옆 집 여자가 나를 범죄자 취급한다면 정당하게 화를 내야 한다. 내 개인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의 여성집단이 불특정 다수의 남성집단에게 불안을 호소한다면 함께 고민해야한다. 타인의 인권이 잘 보장되는 나라가, 내 인권이 잘 보장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집단’은 유기체적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일단 형성되면 그것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특성과는 다른 특성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 사건을 ‘묻지마’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의 절대 다수도 ‘내 엄마’ ‘내 부인’ ‘내 딸’의 안전을 걱정한다. 무고한 남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고 있다’는 취급을 받는 여성들의 절대 다수도, ‘내 아빠’, ‘내 남동생’ ‘내 아들’을 의심하고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집단 간의 문제와, 개인 간의 문제를 명확히 구별해서 ‘집단에 대한 항의를 개인에 대한 항의로, 혹은 역으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꽤나 명백히 교육의 문제일 것이다.

 

어떻게 고쳐야 할까

예과 1학년 시절 성교육을 받았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성교육을 들을 때마다 뭔지 모르게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주로 강사들이 남성을 ‘성욕을 참지 못하는’ 원시적이고 덜 이성적인 ‘유전적으로 설계된 가해자’라는 식의 인상을 심어주었기 때문이었다. 예과 1학년 때 받은 성교육은 부족하기는 했지만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성폭행은 남성이 꼭 가해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사실 남녀에 관계없이  사회적 지위와 권력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참지 못할 성욕 같은 생물학적 원인 때문이 아니다”라고 알려준 것이다. 흥미가 생겨 개인적으로 사례를 찾아보니, 대기업 여부장이 부하 남직원을 성폭행한 사례도 더러 있었고, 노예제 폐지 이전 미국에서 백인여성이 흑인남성을 강간한 사건도 많았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러다가 적발되었을 경우, 퇴직한 것은 부하 남직원이었으며, 하퍼 리의 소설의 <앵무새 죽이기>의 소재가 되기도 한 백인여성의 흑인남성 강간 사건에서는 판사 만장일치로 흑인남성에 대한 사형이 선고되었고 여성은 풀려났다는 점이다.
인간은 길어야 100년을 살기에, 자기가 사는 시대의 특징이 과거에도 그랬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으로 봐서는 남성우월주의,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며 앞으로도 그러할 불치병인 것 같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남성우월주의가 ‘처음’ 생겨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만 2천년 전, 농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의 인류는 보통 근대의 남성 역사가들에 의해 ‘위대한 사냥꾼’으로 그려지지만 사실은 남성들의 사냥은 1~2달에 한 번 꼴이었고, 여성들이 채집해오는 식물들과 버섯이 주식이었다. ‘경제권’을 가진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남성우월주의에 의한 여성차별은커녕, 남성은 자기 자녀에 대한 친권이 없는 등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남성차별’이 많았다. 그러다가 농업 혁명이 일어나고, 농업을 위한 노동력이 생계의 핵심 요소가 되면서, 남성에게 경제권이 넘어왔고, 여성은 집을 지키고 아이를 낳아서 노동력을 제공하는 존재로 지위가 강등되었다. 그리고 현대에 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이는 단적으로, 많은 이분적 집단 간의 분쟁, 대표적으로 남녀 간의 분쟁이 생물학적, 유전적인 요소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 문제(분배, 교육의 불균형, 소득의 격차)에서 오는 것임을 보여준다. 우연한 요소 (농업에는 육체적 힘이 중요하다는)로 인해 일단 차별이 생성되면, 사회적으로 우위에 있는 집단은 자신의 우위가 근본적인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인종논란이 그랬고, 신분논란이 그랬고, 남녀문제도 그렇다. 그것을 개선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수의 사람들이,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연에서 기인한 사회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인종과 신분문제는, 상공업의 발달과 유전학의 발달로, 흑인-백인, 귀족-천민이 생물학적인 차이가 전혀 없으며, 다른 우연한 계기로 얼마든지 역전될 수 있는 불완전 우열관계라는 것이 인식되어지면서 개선되기 시작했다. 필자는 강남역 사건이 발로가 되어 터져나온 (계기는 대개 분출의 내용물과 필연적인 관계가 아니다. 이한열 열사 이전에도 많은 학생운동가가 죽었지만, 최루탄을 맞은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일반시민들의 공감을 얻기 시작했고 그것이 전국적 민주항쟁의 계기가 되었듯이) 한국 사회의 남녀차별, 남혐, 여혐의 문제도 동일하다고 본다. 개선에는 쌍방의 노력이 모두 필요한 만큼 여성 측에서도 ‘한국 남자란 쯧쯧’ 이런 식의 ‘사회적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어서 개인이 바꿀 수 없는 부분을 비판하는 소모적인 비판보다(한국 남자인 것을 이민 말고 어떻게 바꾸겠는가), 동등한 인격을 가진 사람끼리의 실사구시적인 토론을 제기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현재 사회적 강자라고 볼 수 있는 남성들은, 개개인의 인격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한 집단 간의 토론에 적극 임해야 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위험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신뢰 구축과 대화 의지이다. 남성들은 ‘내가 잘못한 거 아닌데’라는 자세가 아닌, 함께 더불어 사는 수많은 여성들이 받고 있는 차별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개선의 노력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우리사회가 민주사회이기를 바라고, 나의 인권이 보장받기를 바란다면 더 이상은 타인의 문제를 묵인하지 말고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유사 범죄에 대한 보도가 줄을 이었다. 19일에는 일면부지의 20대 여성의 눈을 찌르고 달아난 사건이 보도되었고,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SNS에서는 편의점에 들어선 여고생을 일면식이 없는 남성이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이나, 엘리베이터에서 20살 여대생을 벽돌로 머리를 가격한 16세 남학생이 담긴 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그러한 유형의 범죄들이 17일을 기점으로 갑자기 많이 생겼다고 보는 것은 어리석은 입장일 것이다. 그간 주위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국민들이 몰랐거나, 알면서도 묵인했기에 이슈화되지 않았는데, 강남역 살인사건을 분수령으로 관련 사건들에 대한 언론과 누리꾼들이 추적에 나선 결과로 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개선의 첫 걸음은 인식인 만큼, 이러한 문제를 수면 위로 노출시키는 것이 개선의 제 1과제가 될 것이다.        
 
종합검진의 중요성에 대하여

위에서 충분히 언급했듯이, 추모현장에 나온 여자들은 피해망상에 젖은 메갈리아 회원 등의 소수라고 생각하는 것은, 추모현장에 나왔거나 이 사람이 묻지마 살인이라고 주장하는 남자는 모두 일베 회원이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비논리적일 것이다. 이번 사건과 여성혐오의 논리적 인과관계, 혹은 상관관계의 여부를 따지는 것도 의미가 없음은 이미 지적했다. 나무만 바라보며 걷노라면 숲에 갇히게 되는 법이다.
이 사건은 하나의 발로였을 뿐, 이제는 시대의 흐름상 넘칠 때가 되어서 넘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열이 난다는 증상만으로 다른 검사 없이 감기라고 진단하고 해열제만 준다면 우리는 그를 무지한 의사라고 하거나, 의사일 자격이 없다고 할 것이다. 우리사회는 오늘날 심각한 기저질환으로 인해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사회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의사는 아이러니 하게도 사회구성원 그 자신뿐이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표면적 증상만 관찰하고 단순히 치부하여, 저변의 문제들에 대한 종합검진 없이 방치하거나 해열제만 준다면, 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숙주의 희생을 지켜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숙주는 우리 자신이 될 것이다.

 

이장원 기자/중앙
<wonwon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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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그 이후

111호/의대의대생 2016. 7. 11. 16:11 Posted by mednews

강남역 살인사건, 그 이후

 

 

지난 5월 17일, 강남역 주점 종업원인 피의자 김 씨는 강남역 인근 건물 화장실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불특정 여성을 주방용 식칼로 찔러 살해했다. 사건 초기에는 여성 혐오 살인으로 초점이 맞춰졌지만 사건 발생 이틀 후 서울서초경찰서는 “김 씨의 과거 기록과 경험을 기초로 하여 판단할 때 심각한 수준의 조현병을 앓고 있는 만큼 이번 범행의 동기가 여성 혐오 살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이후 실시된 프로파일러의 심리분석 결과, 김 씨는 부모와 대화가 거의 없이 단절된 생활을 하였으며 청소년기부터 이상행동과 대인기피증 등의 증세를 보여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부터 여성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구체적인 사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피해를 받았다는 피해망상에 사로잡히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피해망상으로 말미암아 2008년 병원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고 정신과에 입원해 치료받았지만 1년 이상 씻지 않고 최근에는 노숙생활을 하는 등 기본적인 자기관리 기능이 손상된 상태였다. 하지만 김 씨는 자신의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어 2016년 1월 초 퇴원 이후 약물 복용을 거부하였고 이로 인해 범행 당시 망상이 상당히 심해진 상태로 추정된다.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사실이 아닌 것을 확신을 가지고 믿는 망상과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각을 경험하는 환각이다. 조현병은 조기 치료 시 별다른 장애 없이 사회로 복귀가 가능하지만, 치료를 중단해서 재발한 경우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지난 2월 보건복지부는  ‘정신 질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자료를 통해 “조현병 환자들은 범죄와 폭력의 위험성이 매우 낮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자료는 “일부 충동성이 조절되지 않으면 자해 및 타해 위험성을 보일 경우가 있지만 이마저도 타해 위험성이 자해 위험성의 100분의 1 수준”이라고도 강조했다. 조현병과 극단적 폭력 간의 인과관계가 없는데도 자칫 조현병 환자들에게 부당한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범죄가 ‘정신 질환’의 문제로 치부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여지가 있다.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제기된 여성혐오에 대해서 JTBC ‘썰전’의 유시민 작가와 서천석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정신병에도 맥락이 있다. 과거 권위주의 독재 시절에는 많은 조현병 환자들이 중앙정보부가 자신을 미행하고 도청하고 있다고 하였으며 80년대 후반에는 미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면서 CIA가, 2000년대 이후에는 삼성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삼성이 소재가 되었다.”라고 언급하였다. 피의자의 정신 질환 역시 개인의 정신 질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고‘여성 혐오’라는 시대적 맥락 안에서 사건을 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 언론은 범죄의 원인이 조현병인가 여성 혐오인가에만 초점을 두고 있지 어느 누구도 피의자 심리분석 결과 발표 전문에 나타난 김 씨의 성장배경 및 생활환경에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사건발생 후 나온 대책이라고는 조현병 환자 격리를 주장하고, 여성 혐오 현상을 비판하며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조악한 화장실을 고치라고 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한 사람을 사회에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이고 바람직한 목소리가 나와야 할 때이다.

 

 

서예진 기자/성균관
<jasminalex@naver.com>

의대생 봉사캠프를 가다

111호/의대의대생 2016. 7. 11. 16:02 Posted by mednews

의대생 봉사캠프를 가다

- 의대협 기획국장과의 인터뷰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 회장 박단)가 주최하고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이하 KOST, 이사장 서종환)가 후원하는 ‘의대생 봉사캠프’가 5월 14일부터 1박 2일의 일정으로 여주 라파엘의 집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의대생 봉사캠프는 의대협의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로서 의대생이 주체가 되어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활동을 했다.   
캠프에 참여한 의대생 100명은 시각장애를 비롯하여 발달·지적·지체·청각·언어장애 등을 동시에 갖고 있는 라파엘의 집 시각중복장애인들을 위해 식사와 세면을 도와주고 산책을 함께 하는 등의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시각장애인체험’, ‘점자 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장애인들의 입장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캠프에 참가한 참가자로서 봉사 캠프를 기획한 서강현 기획국장(한림대학교 본과 3학년)과 의대생 봉사캠프를 기획하는 과정과 의대생으로서 봉사와 장애에 대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Q. 어떤 취지에서 봉사 캠프를 기획하게 되었나?
A. 의대협 봉사캠프는 의대생들이 예비 의료인으로서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단순하게 병의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치유까지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게 하기 위하여 기획되었다.

Q. 봉사캠프를 진행한 여주 라파엘의 집은 어떤 곳인가?
A. 여주 라파엘의 집은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와 함께 지적장애, 발달장애, 지체장애, 청각 언어장애 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시각 중복 장애인들만을 위한 보금자리로 만들어진 곳이다. 1991년에 여주에 지어진 이후 지금까지 발전해 왔으며 현재 본관과 별관을 통틀어 약 150여명의 중복 장애인들과 90여명의 직원들이 서로 어울려 지내고 있다.
시설 내부에는 성당, 학교 등 중복장애인들이 교육받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으며 소속 밴드인 라파엘 밴드 또한 활동하고 있다.   
Q. 봉사캠프 이전에도 비슷한 종류의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전에는 의대생이 아니라 일반 학생으로 참가하였다. 의대생이 된 이후로 처음으로 참가하는 봉사활동이었는데 의대생에게 장애의 의미는 좀 남다른 것 같다. 의대생에게 장애란 어떤 의미인가?
A. 의대생들은 장차 의사가 되어서 장애를 가진 사람을 환자로서 처음 대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환자는 약자의 입장에서 의사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만큼 장애를 가진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며 그들의 편에 서서 도와야 한다.

Q. 참가자들 사이에서 많이 나왔던 의견 중 하나가 ‘봉사 캠프를 왔는데 오히려 봉사보다는 체험을 많이 하고 간 것 같다.’라는 의견이었다. 생각했던 만큼 봉사를 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우리 주변에 환경 미화를 하는 사람이 없으면 많은 불편함을 느끼듯이 환경 미화와 같이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을 청소하는 일은 정말 필요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직업재활센터에서 진행된 활동도 평소 우리가 생각 없이 사용하는 물건들이 이런 곳에서 만들어진 물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파엘에 집에서 봉사라는 이름으로 한 모든 활동이 참가자들에게 특별하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만 참가자들이 아쉬워한 부분은 다음 있을 의대협 봉사 행사에서는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Q. 봉사 캠프를 기획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A.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참가자분들께서 지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지만 인원수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다 뽑아드리지 못해서 죄송했다. 선발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좋은 취지로 가는 봉사캠프이지만 행사를 기획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숙박, 교통, 예산과 같은 현실적인 부분 또한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이상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 사이에서 조율하는 것이 좀 어려웠다. 전국에 있는 의대생이 모이는 행사이다 보니 장소를 선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서울과 대전에서 모이는 것이 그나마 절충안이었는데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   

Q. 봉사캠프에 원래 모집했던 100명의 인원보다 훨씬 많은 200여명의 인원이 몰렸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기본적으로 의대에 들어온 사람들 자체가 봉사나 남을 돕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다. 기획을 하는 입장에서도 의대생들이 봉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도 의대협 차원에서 봉사활동과 같은 일들을 정기적으로 계획할 예정이다.   
Q. 그러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A. 봉사 활동 중에서 장애인 분들과 산책을 하고 말벗이 되어드리는 활동이 있었다. 할머니와 참가자 분께서 같이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데 그 모습이 정말 행복해보였다. 같이 장난도 치고 노래도 부르면서 허물없이 친할머니처럼 지내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다. 봉사자의 입장을 떠나서 서로 순수하게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던 것 같다.   

Q. 의대생에게 봉사란? 
A. 의대생들은 의학도로서 배우는 단계로 아직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의료행위를 통해 남을 돕기는 어렵다. 하지만 장차 의사가 되어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의대생에게 봉사는 올바른 의사로서의 삶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파엘의 집의 경우 현직 의사 분들이 주말에 시간을 내서 진료를 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이번 봉사캠프가 많은 의대생들이 장차 의사가 되었을 때 자발적으로 진료 봉사를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이번 봉사캠프에 많은 관심 가져주고 적극적으로 참가해주어서 고맙다. 단순히 1박 2일 동안 봉사 캠프에 참가했다는 것이 끝이 아니라 봉사캠프의 경험을 평생 기억하여 환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의료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창희 기자/이화
<patty90327@gmail.com>

4주간의 홍콩 서브인턴실습기

111호/문화생활 2016. 7. 11. 15:58 Posted by mednews

4주간의 홍콩 서브인턴실습기

홍콩대의대, 퀸메리병원 elective program

 

“별들이 소근대는 홍콩의 밤 거리” 노래가사에도 나올 만큼 유명한 홍콩의 밤. 최근에는 홍콩으로 가는 저가 항공사들의 직항 항공편이 다수편 생기면서 우리에게 더 가깝고 친근한 나라가 되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로 3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나라. 나라 전체의 면적은 서울의 약 1.8배이며, 연평균 기온은 22도 정도로 우리나라의 늦봄 날씨가 연중 계속된다.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주권이 반환 된 후 일국양제의 정치제도 채택하에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로서 존재하고 있다. 중국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홍콩 사람들은 자신들은 엄연히 “중국인”이 아닌 “홍콩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고 있으며 일상 생활속에서 “중국인”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필자가 처음에 해외서브인턴을 가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홍콩은 후보지에 아예 있지도 않았다. 학교의 역사가 짧은 탓에 해외서브인턴 제도를 시행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실제로 갔다온 선배도 딸랑 한 명인 학교에서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전세계에 괜찮다 생각되는 의과대학에 메일을 전부 보내 나를 받아 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고 그 중 가능한 곳들 중에서 경제적인 여건과 시간 대비 효용이 가장 높을 곳을 골라보던 중에 우연히 인연이 닿은 곳이 바로 홍콩대 의대였다. 아시아 쪽에 일본으로 해외서브인턴을 간 경우는 타 학교들에서 심심치 않게 보아왔으나 홍콩으로 실습간 사례는 전무후무하여 지원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심지어 홍콩대 의대에서 조차도 개인으로 실습을 온 한국 학생이 내가 처음이라서 도움을 줄 수 있는게 없으니 본국에서 알아서 해결을 하라는 식이었다. 그래도 꼬박 1년여간의 준비 끝에 홍콩대 의대 실습허가서를 받아 5월 7일부터 6월 3일까지 4주간의 실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홍콩대 의대의 정식 명칭은 Li Ka Shing 의과대학이다. 이유는 Li Ka Shing이라는 홍콩의 부호가 어마어마한 금액을 기부하게 되면서 이름을 바꾸었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한 의과대학에 기부를 하면서 그 의과대학의 이름이 “이건희 의과대학”으로 바뀌는 식이랄까. 아무튼 그 당시에도 이름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 동문들끼리 반대가 심하고 삭발식도 진행되고 했지만 결국 막지 못하고 이름이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홍콩에는 총 2개의 의과대학이 있는데 홍콩대학교 의과대학이 그 하나고 나머지는 홍콩중문대 의과대학이다. 홍콩대학교 의과대학이 홍콩 내에서는 가장 으뜸가는 의과대학이며 그 수준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아 많은 외국 학생들이 공부하러 온다고 한다. 700만명 가까이 되는 홍콩 전체인구의 의료를 이 두 개 대학의 의사들이 전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병원, 의사들의 모든 관리는 Hospital Association이라는 정부 기관에서 전부 담당한다. 홍콩 의사양성시스템은 5년의 의과대학과 1년의 인턴, 그리고 6년의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로 거듭나게 된다. 최근에는 의과대학이 6년제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본인은 5년제의 마지막 학년 학생들과 함께 실습을 돌았다.


본인은 4주간 산부인과에서 실습을 진행하였는데 앞에 2주는 부인과, 뒤의 2주는 산과의 일정을 따라 움직였다. 기본적으로 실습의 내용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였다. 오전 회진, 케이스 보고와 강의, 외래 참관, 수술 참관, 병동 실습, 기타 세미나 참석이 주요 일정이었다. 아침 7시부터 일정이 시작되어 보통 5-6시 쯤에 일정이 끝나게 되며 산과의 경우는 분만실에서 12시간씩 교대를 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어 실습 시간이 조금 더 길다. 일단 우리 학교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실습에서의 참여 기회가 더 많다는 것이 감명깊었다. 현지 학생들은 산부인과 실습을 7주간 돌게되는 데 30명이 한 조가 되어 15명은 부인과, 15명은 산과에 배정되어 실습을 하면서 3주마다 로테이션을 하게 되는데 그 안에서도 4-5명씩 소그룹이 짜여져 외래, 수술, 병동 등으로 역할이 나뉘게 된다. 병동 조 학생들의 경우 현재 병동에 있는 모든 환자들에 대해서 리포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환자에 대해서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 환자들도 상당히 학생들에 대해서 호의적이며 기본적으로 환자들의 생각이 교육받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정보를 알려주어야 더 좋은 진료에 도움이 될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병동에서의 환자파악을 학생들 개인적으로 해 놓으면 매주 화/목에 진행되는 케이스 토론 시간에 교수 한 명이 환자 베드 번호를 하나하나 부르면 학생들이 그 환자에 대해서 기본 리포트를 하고 그 환자를 가지고 케이스 토론을 하면서 공부를 함께 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PBL 같은 느낌인데 일방적인 강의 대신에 실제 있는 환자를 가지고 역으로 이론 지식을 적용해 보면서 정리를 하니 훨씬 더 임상에 이론이 적용이 잘 되고 자연스럽게 이해가 될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해도 학생들이 오답에 대한 두려움이 없이 대답도 잘 하고 교수는 설사 오답이라 해도 그 답에 대한 코멘트를 해 주지, 그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는 분위기도 내게는 꽤나 낯설게 느껴졌다.


외래 진료는 여러 가지 클리닉이 나뉘어져 있으며 의사들이 한 클리닉당 5-6명 씩 배정되어 있으며 그 의사는 해당 클리닉만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부인과의 경우 부인종양클리닉, 초음파클리닉, colposcopy 클리닉, 신환/초진 클리닉, 난임클리닉 등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우리 나라처럼 외래에서 진료도 하고 초음파도 보는 식이 아니라 다 따로따로 전문의사가 나뉘어져 있다.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스킬로그와 같은 책을 들고 다니면서 모든 클리닉을 다 참관하고 담당의사의 싸인을 받아야 한다. 외래 진료를 하는 동안 신환/초진의 경우에는 학생들이 예진을 보면서 차트를 작성하고 그 차트를 가지고 의사들이 진료를 본다. 신기했던 것은 외래를 교수진들 뿐만 아니라 전공의들도 본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달라 신기했다. 내가 들어갔던 클리닉에서는 2년차 전공의가 외래를 보고 있어 적잖이 놀랐다. 외래 시간은 평균 10분 이상이 소요되며 난임 클리닉의 경우에는 환자 1명당 최소 30분씩 진료를 보고 있어서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꿈의 진료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홍콩 의료제도는 공공의료가 전반적으로 되어 있는 상태에서 private 병원이 같이 존재하고 있다. 국민의료보험은 오로지 공공의료에서의 의료 행위만 커버를 해 주게 되는데 본인이 실습했던 종합병원 같은 경우에 환자가 입원을 하게 되면 그 환자가 무슨 치료, 수술을 하든간에 상관없이 우리 돈 15000원/일 만 내면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자궁근종 수술을 하러 입원한 환자라도 입원해서 퇴원하는 날까지 매일 15000원만 내면 각종 영상검사를 포함하여 수술 및 약물치료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응급 수술이 아닌 이상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사설의료기관들은 보통 우리나라의 1-2차 의료기관과 같은 곳들이 해당되는데 이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실비보험과 같은 사립의료기관 보험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그 금액은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홍콩인인 친한 친구의 얘기에 따르면 남편의 손가락이 찢어져서 봉합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었는데 처음 비용이 600만원 정도 청구가 되었고 그 중에 보험으로 처리하고 나서도 150만원 정도를 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 국가고시만 통과하면 어떤 의료행위든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지만 홍콩은 조금 다르다. 의과대학을 졸업하면서 국가고시를 보고 통과하게 되면 임시 면허가 주어지는데 이 면허를 가지고서는 독립적으로 의료행위를 하기 어려우며 감독하에 의료 행위를 시행할 수 있다고 한다. 1년간의 인턴 (이 곳에서는 houseman or houseofficer 라고 부른다)을 마쳐야지만 비로소 최종 의사면허가 나오게 된다. 때문에 학생때 수술 어시스트를 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고 보면 된다. 대신 필자는 이곳에서 질식분만과 제왕절개분만을 모두 보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한국에서 실습할 때도 질식 분만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보지 못해 정말 아쉬웠는데 여기 산모들은 학생들에게 상당히 관대하여 아주 예민한 환자가 아닌다음에야 어떤 산모의 방이든 들어가서 차트도 볼 수 있고 진행 과정도 볼 수 있다. 남학생이라고 해서 예외가 있지는 않다. 홍콩에 있는 동안 인터넷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의과대학생들의 분만 참관으로 시끌시끌한 것을 보게 되었는데 그에 반해 너무 평온한 홍콩의 분만실은 본인에게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처음에 홍콩의대로 실습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언어문제에 대해서 많은 걱정과 우려를 표했는데 실제로 본인은 광동어는 한 마디도 못하였고, 중국어도 아주 조금 여행 회화만 할 정도였기 때문에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서브인턴실습 중에 광동어가 사용되는 곳은 병동 실습과 외래 클리닉 두 곳이었고 나머지는 전부 영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느끼지 못하였다. 원래도 의과대학의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고 있었고 때문에 학생들도 원어민이나 다름없는 영어 사용자라 서로 소통하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광동어가 사용되는 실습은 고맙게도 친구들이 영어로 중간 중간 통역을 해준 덕분에 어려움 없이 실습을 마칠 수 있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실습을 떠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컸고 준비 과정에서 포기할 까 싶은 순간도 많았고 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을 했나에 대한 후회도 조금 되었지만 4주간 다녀온 지금에서 돌아보면 지난 4주는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짧은 4주였기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의대생활 경험이었다. 다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가고 싶을 만큼 병원이며 스탭, 의료진이며 친구들 모두 너무 좋았고, 홍콩이라는 나라도 매력적이었다. 누구에게든 무조건 강추하고 싶은 곳이다. 아시아의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의 의료제도 하에서 실습해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당장 홍콩을 지원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조을아 기자/을지
<eulahzuma@gmail.com>

국방부, 공중보건의 제도 폐지 추진

 

복지부 등 타 부처 반대 부딪혀

 

 

공중보건의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국방부에서 밝혔다. 국방부는 병역인구 감소에 따른 방안으로 공중보건의를 포함한 대체복무 제도 전반을 폐지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국방부는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인원을 감축하여 2023년부터는 공중보건의를 비롯한 대체복무요원을 선발하지 않을 방침이다. 2016년 기준으로 공중보건의로 편성된 인원은 약 2000여 명으로 대체복무제도를 폐지하여 충원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원인 연 2~3만 명의 10% 수준이다.
그러나 타 부처와 협의가 되지 않아 실제 폐지로 갈지는 의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보건의료 분야에서 3500명에 이르는 병역특례 공중보건의가 근무하고 있다”며 “국방부가 어떠한 협의도 없이 단독으로 제도 폐지를 추진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향후 현역 병역 자원 감소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20세 기준 현역 자원은 2016년 35만명에서 2023년 25만명으로 감소할 예정이다. 공중보건의를 비롯한 대체복무를 폐지하여 충원되는 인원을 고려해도 앞으로 병력 인원의 감소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고급 의료인력 수 천명을 사병으로 복무하게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국방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일 뿐 아니라 여전히 의료를 공중보건의사에 의존하는 지역이 더러 존재하기 때문에 공중보건의사 폐지에 따른 의료공백이 만들 사회적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복무 군인 수는 사병과 직업군인 인원을 합하여 약 60여만 명 수준이다. 현재 복무 중인 3500명의 공중보건의 숫자만큼 사병 수가 늘어나도 국방력에 큰 차이가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의 경우 인구대비 군인의 비율이 1%을 초과하여 선진국 대비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러나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전세계에서 군사력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모두 1% 미만의 인구대비 군인 비율을 보유하고 있다.

 

공중보건의 수 감소로 의료공백 심화 우려

 

국방부의 계획대로 공중보건의 제도가 폐지된다면 현재 공중보건의가 수행하던 사회적 역할을 대체할 인력을 수급하기 힘들어 인력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공중보건의는 점점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 전국의 공중보건의 수는 2010년 5179명에서 2015년 3626명으로 급감했다. 불과 5년 만에 1556명의 공중보건의가 감소한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공중보건의 공중보건의 감소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인구 수 대비 면적이 넓고 교통이 불편한 데다, 1만명 당 의사 수가 16.3명(전국 평균 18.3명)에 불과해 공중보건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실제 강원도 60여개 읍·면에는 병·의원이 없어 보건소 및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가 주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 강원도의 공중보건의는 304명으로 2012년도에 비해 38명이나 줄었다. 또한 섬이 많은 전라도 지역의 경우 의료시설이 마련된 섬이 적을 뿐 아니라 공중보건의가 배치된 섬은 296개 섬 중 27개 섬 뿐이다. 나머지 200여개의 섬에는 보건시설 자체가 없어 진료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특히 상당수 농어촌지역에 산부인과가 없어 임산부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 원정출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으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공중보건의사 수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예산 등의 이유로 보건의사를 채용하지 않고 있으며 공중보건의사의 업무는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153개 시군구 보건소 및 보건지소 중 74개에서 공보의 업무량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업무량 증가율도 평균 26.4%나 됐다. 각 지자체에서는 비용절감 및 채용 상 어려움을 이유로 관리의사 고용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공보의 업무가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공중보건의는 병역 복무를 대체하는 대체복무 제도의 일환으로 임기제 공무원에 해당한다. 공중보건 인력을 임기제인 공중보건의에 의존하는 현 상황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으나 단기간에 공중보건인력을 확충하기 어렵고, 도서산간지역 등 기피지역에 보건의사를 채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공중보건의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공중보건의 제도 보완과 공중보건의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 의료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사병 수 감소하는데 지휘자 수 증가?

 

한편으로 국방부가 대체복무 제도를 폐지하는 이면에 대해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5년 9월 국회 국방위 소속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2014년 국방개혁 결과 병사 수는 7만4000여 명 줄었다. 그러나 부사관과 장교는 각각 2만3000여 명, 606명 증가했다. 보통 장병 수가 줄면 이들을 지휘, 통제할 지휘자 수도 줄 수밖에 없고, 현대화된 무기와 장병의 효율적 배치 등의 이유로 현 수준보다 장병을 더 줄일 수도 있지만 적극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지휘자 `자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안 있는가… 국립보건의료대학 언급되지만 현실성 떨어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를 살펴보면, 수도권과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인구비율은 69.15%인데 의료인력은 72.38%이다. 의료인력의 수도권 밀집, 의료과잉인 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과잉도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수도권·6대 광역시에 인료인력이 밀집되어 있다는 단순 논리만으로 의료취약지가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의료인력의 ‘도시 집중’ 현상 때문에 의료 사각지대가 생긴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각 시·도별, 시·군·구 별 도시들에 의료인력이 밀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립보건의료대학을 세워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되었다가 여야 갈등으로 결렬되었고, 20대 국회에서도 아직 수많은 현안 중 하나일 뿐이지만, 현실화되더라도 ‘공보의’의 역할을 대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국립보건대학 설립이 논의되고 있는 곳은 광주와 세종시인데, 만약 졸업생들이 광주와 세종시의 번화가에만 모여든다면 전혀 제도적 이점이 없다. 이러한 허점을 예상하고 의료취약지로 졸업생을 보낸다면 그 사람들의 급여수준을 어떻게 보상해줄지 하는 문제가 생긴다. 현제도에서 의료취약지가 생기는 이유는 시장논리에 따른 것인데, 만약 정부가 국립보건대학 졸업생들의 봉급수준을 일정수준 보장한다면, 국립보건대학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 예산을 가지고 현제도 내에서도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봉급수준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한지의사로 기용한다면, 보건대학 졸업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한 보건대학을 계획대로 세우면 2025년부터 졸업생을 배출하기 시작하고, 2035년까지 1000명 정도의 공보의 대체 인력이 생기는데, 현 공보의 수에 비견하면 역부족이다. 게다가 정원 600명이라는 비현실적인 숫자의 인원을 수련시킬 T.O.가 확보되어 있는지도 의문이다.

 

손발 안맞아…
보건복지부“2020년까지 의료취약지 없애”
국방부 “2020년부터 공보의 폐지”

 

게다가 2020년 까지 의료취약지를 없앤다는 것(공보의를 발령 보내는 방식)이 보건복지부가 주장하는 제1차 공공보건 의료 기본계획인데, 2020년부터 국방부가 공보의를 3년에 걸쳐 축소, 최종 철폐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의료취약지에 공보의를 배치해서 ‘명목상 취약지 탈출’을 이뤄낸 다음, 바로 그 해부터 다른 정부 기관에서 공보의를 없애나가서 다시 ‘의료 취약지로’ 만들어 내는 형국이니, 공공의료에 대한 당국 간의 협의가 결여된 주먹구구식 정책인 것이다.
지역별 의료기관 분포에 관한 2015년 통계를 보면, 보건소, 보건지소, 공공의료기관, 응급의료지정병원, 공립노인전문병원, 병원선 등의 특수기관 등 주로 공보의가 배치되는 보건의료기관들은 서울 및 6개 광역시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지방에 절대다수가 분포하고 있다. 공보의제도를 대안 없이 폐지할 경우 어느 지역에 큰 타격이 가해질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당국 간의 소통도 없고 의미도 없는 제도를 고집하기 보다는, 전국 37곳의 분만취약지(산부인과가 부재)한 곳과 응급의료기관이 없는 12개 시·군·구, 치과가 없는 합동군 옥종면 등 5개면과 합천군 용주면 등 5개면 주민들을 위해 공보의 제도의 맹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상혁 기자/가천
<hoiayp@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