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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박테리아’에 대처 나선 정부...‘항생제 내성’에 마음 급한 지구촌

 

 

 

2020년까지 항생제 사용 20% 줄이기로....지구촌, 슈퍼박테리아에 대응 못할 시
2050년 감염으로 인한 사망 1000만 명, 손실액 100경원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슈퍼박테리아(항생제 저항성을 지닌 박테리아)의 위험이 커지자 항생제 내성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지난 8월 11일 정부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을 확정하였다.
항생제 내성관리 주요 대책으로 ○항생제 적정 사용 유도 ○내성균 확산 방지 및 감시체계 강화 ○항생제 사용자 및 일반 국민 대상 인식 개선 ○내성균에 대한 인프라 및 R&D 확충  ○국제 협력 활성화 등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인체에 대한 항생제 사용량 20% 감축 ●감기 항생제 처방률 절반 감축 ●주요 항생제 내성률 10~20%감축을 이루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이는 2016년 5월 영국의 항생제 내성 대책위원회 (Review on Antimicrobial Resistance, AMR)에서 발간한 짐오닐 보고서에서 제안한 항생제 저항성에 대한 대책과 유사하다.

 

한국 항생제 사용량, OECD평균보다 35%높아

 

실제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31.7DDD(Defined Daily Dose·국민 1000명 중 매일 항생제를 복용하는 사람 숫자)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전체 34개국 중 우리나라와 유사한 기준으로 항생제 총사용량을 제공한 12개국 평균 23.7DDD보다 35% 더 높다. 한국보다 더 높은 항생제 사용 국가는 터키뿐이다. 하지만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슈퍼박테리아의 위협은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니다. 2014년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도 항생제 내성문제를 주요의제로 다루었으며, WHO도 지난해 5월, 이 문제에 대한 국가별 행동계획 마련 및 국제 공조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다. 항생제 문제가 전 세계적인 문제화 된 것은 글로벌화로 인한 항생제 내성균의 국가 간 이동 가능성 증가, 새로운 항생제 개발의 어려움 등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세계화와 갈수록 내성이 강해지는 슈퍼박테리아...
전 세계는 비상

 

메치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은 1961년 영국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유럽 국가들을 거쳐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는 것은 1970년대로 약 20여년이 걸렸다. 하지만 강력한 항생제인 카바페넴에 대한  내성을 지닌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의 경우 2003년 미국에서 발견되고 2005년엔 이스라엘, 2008년엔 영국, 이탈리아, 콜롬비아 등 전 세계로 퍼져나간 기간은 단 5년이 걸렸다. 빠르게 진행되어가는 글로벌화로 국가 간의 이동을 넘어 대륙과 대륙사이의 인적 왕래가 갈수록 많아지면서  슈퍼박테리아의 확산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이는 의료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일부 국가들이 자국 내에서 슈퍼박테리아에 대처를 잘 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생긴 슈퍼박테리아 쉽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후로 100여종의 항생제가 개발됐지만 1987년 리포펩타이드를 마지막으로 새로운 항생물질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지니는 새로 등장하는 슈퍼박테리아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새로운 항생제 개발 비용 역시 상승하고 있어 국제 공조가 강조되고 있다. WHO는 2014년 성명에서 “항생제 내성으로 우리는 ‘심각한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2050년 감염에 의한 사망자, 암보다 많아...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손실 100조 달러

 

항생제 내성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보고서를 통해서도 경고한바 있다. 2015년 영국의 항생제 내성 대책위원회(Review on Antimicrobial Resistance, AMR)에서 발간한 짐오닐 보고서에서는 항생제 저항성을 줄이는 대책을 찾지 못한다면 현재 AMR 감염에 의한 사망자 수가 현재 70만 명에서 2050년까지 한 해 평균 1000만명이 감염에 의해 사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암에 의한 사망자수 예측인 820만명보다 많다.
슈퍼박테리아는 인간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2015년 7월에 나온 OECD의 항생제 저항성에 관한 보고서에서는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항생제 저항성 세균감염으로 인해 의료비용은 10,000~40,000달러가 추가로 더 들며 슈퍼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 및 사망률 증가, 노동효율 감소 등 직간접적인 피해규모는 의료비용의 두 배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2050년에 손실되는 비용은 약 100조 달러로 세계경제 전체 GDP의 2~3.5%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예상되기 때문에 G7 선진국들뿐만 아니라 UN차원에서 인간에게 사용되는 항생제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 사용되는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의 증가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살찌우기 위해 가축에게 먹이는 항생제 쉽게 노출

 

사람에게 쓰이는 항생제 및 항생제 내성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육류나 어패류를 통해서 항생제 내성에 쉽게 노출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은 편이다. 2014년 뉴욕타임즈는 FDA가 가축에 사용된 항생제의 유해 여부에 대해 2001년부터 10년간 광범위하게 조사한 내부문건을 입수하여 공개하였다.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가축에게 먹인 항생제들 중 일부가 슈퍼박테리아를 유발하며, 인간이 이들 가축을 섭취할 경우 가축의 내성 박테리아까지 함께 섭취하게 되어 감염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왜 동물들에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일까? 불결한 사육환경에서 길러지는 가축들의 질병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먹이기도 하지만 항생제가 가축을 빨리 살찌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1948년에 발견도 항생제 사용을 더욱 부추겼다. 이 때문에 가축에게 쓰이는 항생제는 더욱 심각하여 EU에서는 2006년부터 치료 목적을 제외한 성장촉진 등을 위한 가축에 대한 항생제 사용을 금지하였으며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금지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축에 항생제 사용은 지속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전체 항생제 사용량의 80%가 가축에게 쓰이고 있으며 2030년에는 가축에게 쓰이는 전 세계 항생제 사용량은 2010년 대비 67%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페니실린을 통해 세균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인류는 지금, 오히려 ‘항생제의 역습’에 직면했다. 세균슈퍼박테리아에 굴복하여 페니실린 개발 이전의 시대, 단순한 감염만으로도 사망하는 시대로 후퇴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갖게 한다. OECD 국가 중 항생제 사용량이 최고 수준인 한국, 이제는 오남용에 대한 경각심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실천해야 될 때이다.

 

 

 

김민 기자/가천
<franky777min@gmail.com>

임상시험 부작용, 피시험자 보호법 마련된다

 

 

고액 알바의 덫, 뇌사상태에까지 이르게 하는 임상시험 부작용

 

약을 먹고 잠만 자면 30만원을 준다는 임상시험 아르바이트가 문제였다. 제약회사의 생동성실험 아르바이트에 참여했던 청년 실업자 박구는 부작용으로 반인반어(半人半魚)가 되어버린다. 영화 <돌연변이>의 도입부는 다소 만화 같은 설정이었지만 올해 초, 현실에서도 이에 못지않게 경악스러운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월 프랑스 민간병원에서 시행된 임상시험테스트 결과 참여자 5명 중 1명이 뇌사상태에 빠지고 나머지는 중태에 빠져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자회견까지 열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단지 해외의 사례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비일비재하게 발생한 시험 부작용들로 웹상에서는 피해 보상 절차에 대한 문의가 속출하고 있고 임상시험이 원인이었는지 정확한 확인을 위해 병원을 찾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 100건 중 90건 이상은 임상시험 과정에서 중도 폐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부작용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시험 참가자들은 위험도에 대해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아 피해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임상시험 도중 중대 이상의 약물 반응을 보인 경우는 476건에 달하며 이 가운데 사망까지 이른 경우는 49건, 생명 위협이 7건, 입원한 경우가 375건으로 집계되었다. 상당히 높은 위험률이다. 그러나 이에 불구하고 서울은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가장 많은 임상시험을 의뢰하고, 그만큼 수요가 창출되는 도시 중 하나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미약품이 터뜨린 잭팟, 너도 나도 몰리는 임상시험, 대박의 꿈

 

지난 2015년은 한미약품의 해였다. 8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이란 ‘잭팟’ 이후 한 달 만에 주가는 20만원에서 최고가 70만원까지 상승하였다. 한미의 성공신화를 지켜본 유한양행, 녹십자 등 국내의 대규모 제약회사들은 신약 R&D에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고 이는 잠잠했던 임상시험에 획기적인 수요를 불러왔다. 실제로 지난 8월 식약처는 국내 제약업체의 임상시험접수 건수가 전년도에 비해 3.5% 증가하였다는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가 저조한 국가라는 점에서 볼 때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국내회사 임상시험이 늘어난 것은 한미약품의 성공사례덕분이지만 실제 국내임상시험의뢰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외국기업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한국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의뢰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데이터에 의거하면, 2014년 한 해 동안 진행된 임상시험은 652건이었다. 이 중 여러 나라가 함께 참여하는 임상시험은 291건이고 한국에서만 진행된 건수는 361건이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자국에서 진행하는 데 제약이 있거나, 부작용 위험이 큰 약의 임상시험을 한국에 의뢰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저렴한 임상시험 비용과 완화된 규제를 통해 정부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임상시험 유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신약으로 인정받기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려면 임상3상의 통과는 물론이고 추가적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개발한 약을 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의 대상도 더 많아져야 하기 때문에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로부터 다양한 시험군을 확보하여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하지만 시험군이 다양해지는 만큼 임상시험을 시행하는 조건도 더 까다로워지게 된다. 따라서 이들 기업들이 비교적 감시체계가 미약하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국가에서 대규모 임상시험을 추진하려는 유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 한국은 더 없이 적합한 나라인 셈이다.

 

 

시험의 목적과 내용, 부작용은 몰라도 접근은 쉬워…
사각지대에 놓인 피시험자를 보호할 법안 필요

 

임상 시험 참여자들의 설문조사 결과, 열 명중 여섯 명은 신문과 지하철의 구인공고를 통해 참여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특성에 따라 받는 보수가 천차만별이지만 고액 임상 시험의 경우 2박3일 동안 100만 원 이상 받을 수 있어 학자금 대출 등 목돈이 급하게 필요한 대학생들이나 생활비 마련이 시급한 노인층에게 인기가 많은 아르바이트로 손꼽힌다. 그러나 쉬운 접근성에 비해 해당 시험의 정확한 목적이나 내용, 부작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고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주최 측이 임상시험 모집광고를 할 때 시험에 따른 부작용이나 구체적인 시험 목적 등을 알려야 하는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마루타’로 쓰이는 피시험자들의 건강문제는 고스란히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입원 임상 시험의 경우 참가자들의 이상 반응이 나타날 때를 대비하여 대기하고 있을 긴급 의료 인력도 없는 경우가 허다하며 한 명의 시험 참가자가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건의 임상시험에 접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시험으로 투여한 약 성분이 모두 해독되기까지는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모든 참가자들은 3개월 이후에나 다른 시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이들의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인력도 없고 이를 감시할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재참여를 규제할 방법이 없어 임상시험의 정확성도 떨어지며, 참여자의 안전도 확보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의 부작용에 대한 보상 규정이 미흡한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2011년 임상시험 부작용과 관련된 보상 법규가 처음으로 만들어졌으나, 해당 증상이 신약 임상 시험 때문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밝힐 수 있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일반적으로 의학적 지식이 충분하지 못한 피시험자들에게는 접근조차 까다로워 허울뿐인 규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20대 국회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 임상시험에서 예측 가능한 부작용이나 시험주체를 명확히 명시하자는 내용까지 추가된 법안이 박 정 의원에 의해 발의되었다. 박 의원은 “임상시험의 위험성이나 부작용 등에 대한 언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일각에서는 임상시험 참가를 고액 아르바이트의 하나로 인식하고 지원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발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정안은 임상시험을 실시하려는 자가 대상자 모집을 위해 공고를 하는 경우 시험의 명칭, 목적, 방법, 의뢰자 및 책임자의 성명(법인명)·주소, 예측되는 부작용 등을 알리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도록 하였다. 또 임상실험의 보상 내용과 신청 절차 등에 대해 설명하고 반드시 서면으로 동의를 구하도록 해 피해 발생 시 근거자료를 통해 책임성을 명확히 하도록 했다. 박정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임상시험에 참여하려는 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시험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신윤경 기자/조선
<psyche1221@naver.com>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다시 떠오른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

 

 

 

19대 국회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재발의....
복지부, 국립보건의료대학 필요 vs 의료계, 보건의료체계 혼란만 가중

 

지난 8월 10일, 이정현 의원(새누리당 전남 순천시)이 호남 출신 첫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이 되었다. 제20대 총선에서는 여당에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호남에서 한 번 더 승리를 거둔데 이어 집권 여당의 대표로 당선되면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0대 국회 1호로 발의한 국립보건의대 신설 법안에 대해 의료계의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군의관 인력수급부터 의료취약지 문제해결까지...꾸준히 제기된 국립보건의대 설립 법안

 

국립보건의대 신설 법안의 정확한 명칭은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국립보건의대 법안)이며 대표 발의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외 같은 당 73명의 국회의원과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국립보건의대 설립 관련 법안 및 정부 주도의 의대 설립 계획은 이번 20대 국회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뿐만 아니라 박성호 전 의원 및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법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의료 취약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립보건의대 설립 관련 법안을 제출하였다. 또한 지금은 백지화 됐지만 2008년에는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로 인한 군의관 인력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박진 전 의원이 ‘국방의학원법’제정을 발의하여 국방부 자체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었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비슷한 법안으로 설립되고자 했던 국립보건의대, 이번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21쪽 분량의 ‘국립보건의대 법안’ 내용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공공보건의료 향상을 목표로 한 국립보건의대 법안...

2018년 운영목표, 학비 전액 지원 & 10년 의무복무 조건으로 의사 면허 부여

 

◎국립보건의대 제안 이유 및 목적
현재 의사인력의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의료취약지 발생, 의과대학 여학생 비율 증가와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으로 인한 공공보건의료 인력의 감소, 현행 단기 의무복무 제도로 인한 의료서비스 질 저하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법률안의 목적 및 기대되는 효과로서 국립보건의대와 부속병원 설치 통한 공공보건의료 및 군의료분야에 장기간 근무할 인력 양성 및 공급 그리고 부속병원 설치를 통한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전문성 및 질적 향상을 밝히고 있다.

◎국립보건의대 설치 및 운영
국립보건의대는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수업연한은 6년으로 하며, 의료 취약지의 시도별 분포, 공공보건의료기관수 및 필요 공공보건의료인력 수 등을 고려하여 시도별로 일정 비율 선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의사 면허 취득 후 공공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보건의료업무에 10년 간 의무복무 하는 조건으로 입학금과 수업료를 정부에서 전액 지원한다. 하지만 퇴학이나 기타 사유로 학업이 중단되는 경우와 10년의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지원금액 전액 또는 법정이자를 더한 금액을 국고에 반환해야 한다.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 및 지원
국립보건의대 학사 학위 수여자 가운데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10년 간 공공보건의료기관 또는 공공보건의료업무에 복무할 조건으로 의사 면허를 부여한다. 전공의 교육수련 기간은 의무 복무 기간 산정에서 제외되며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면허를 취소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10년 의무복무 기간 중에는 공공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직무교육 제공, 경력개발을 지원하며, 해당 인력의 보건복지부 또는 공공보건의료기관 우선 채용 및 국제기구 파견 등에 우선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선진국들도 고민한 의료취약지 및 공공보건의료 문제해결

 

의사인력의 지역적 불균형 및 공공보건의료인력 공급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호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공공보건의료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첫 번째는 의과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책으로 학생 개개인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개별 학생 선발 전략'과 농어촌 지역을 위한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의과대학 단위 전략’이 있다. 두 번째로는 의료취약지역 의료인에게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인데 이는 경제적으로 도시지역과 농어촌 지역 간의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의료취약지 개원 시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최소임금을 보장하는 등의 제도를 시행한다. 특히 ‘국립보건의대 법안’내용에 담긴 국립보건의대의 모습은 한국과 의료 환경이 유사한 일본의 의료정책들 가운데 일본의 ‘자치의대’와 매우 유사하다. 일본도 의사의 지역편중 현상으로 인한 지역의료 붕괴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2년에 자치의대를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 설립하였다. 자치의대는 일본 47개 광역자치단체로부터 각 자치단체마다 2~3명씩 선발해 연간 123명을 교육하며 졸업생은 의무적으로 자신의 출신 자치단체가 지정한 농어촌지역 의료기관에서 9년 동안 의무복무를 하게 된다.

 

일본이 공중보건의료란 문제에 접근한 두 가지 방법 : 자치의대와 지역틀 선발제도

 

하지만 일본이 ‘자치의대’라는 국립보건의대 설립으로만 공공의료분야의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1973년에 군의관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방위의과대학’이 설립되어 군의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또한 2013년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작성한 ‘의료 취약지역 및 공공의료분야 의사인력 양성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의대 설립을 통한 공공의료인력 확충뿐만 아니라 2006년부터는 지역틀 선발(특례입학)제도를 도입하여, 자치의대와 마찬가지로 졸업생의 해당 자치단체에서 9년간 의무복무 한다는 조건으로 기존 의과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도록 해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크게 자치의대와 지역틀 선발제도라는 두 가지 형태로 의료 취약지역 의사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두 방법은 교육과정이나 장학제도, 졸업 후 의무복무 등 대부분이 비슷하지만 ‘새로 의대를 설립’과 ‘기존 의과대학 활용’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그렇다면 의대 설립과 기존 의대 활용에는 각각 어떤 특성이 있을까?
이미 두 방법을 시행 중인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자치의대의 경우 설립목적 자체가 농어촌 지역을 위한 의사 양성이 목적이기 때문에 다른 의대와는 달리 농촌의료와 일차의료와 같은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이 가능하며 지역사회의료 및 공공의료에 대한 지식 함양에 대한 효과도 크다. 또한 의무근무 기간이 끝난 자치의대 졸업생들은 다른 의과 대학출신 의사에 비해 농어촌지역에서 근무하는 경향성이 있었으며 이들 가운데 자신의 출신 자치단체 내에서 근무나 개업을 한 졸업생은 70%정도로, 2/3은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역틀 제도에서는 의무근무 장학생 선발기준과 선발과정은 의과대학마다 다르다. 지역틀 제도로 선발된 학생들은 자치의대와는 달리 일반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과 동일한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받게 되지만 지역의료실습 선택과목 수강을 의무화 및 지역의료관련 행사 참여하게 된다. 즉, 자치의대에서는 좀 더 전문적이고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하지만 지역틀 제도는 기존 교육과정에 변이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이 된다. 의무 근무 경우 각 자치단체마다 다른데 이는 각 자치단체의 사정과 목적에 맞게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실시된 지 40년도 지난 자치의대와는 달리 지역틀 제도는 장학생들의 의무복무가 끝나지 않아 해당 제도를 통한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에 효과적인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자치의대 설립만으로는 한계...33년 뒤 지역틀 선발제도 시행으로 보완

 

그러나 자치의대가 설립된 지 33년이 지난 후에 지역틀 제도가 시행되었다는 것에 눈여겨 봐야 한다. 자치의대가 농어촌 등 취약지역 의료에 기여해왔지만 자치의대설립만으로는 지역의사 양성하는데 한계가 있어 지역틀 선발을 시행하였다. 실제로 두 제도의 연간 입학인원을 비교해보면 자치의대는 123명, 지역틀 선발제도는 2013년 기준 1422명으로 약 10배 이상의 인원이 지역틀 선발제도로 입학해 의료 취약지역 의사인력으로 양성되고 있다. 이를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10일 발표한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서 2020년 설립을 목표로 하는 신설 국립보건의대의 연간 입학인원 100명과 비교해 본다면, 일본의 전체의사 수 대비 자치의대 입학인원에 약 3배 정도 되지만 지역틀 선발제도 장학인원도 함께 고려한다면 신설 국립보건의대만으로는 공공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가 신규의대 설립대신에 기존 의대 입학정원을 증원하여 의과대학 전체 입학정원을 증원시키는 전략을 취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다시 정원을 감소시킬 때를 대비한 것으로 의사 수급 조절의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미 2007년까지 의대입학 정원을 7625명까지 줄였다가 2016년에 9262명까지 늘려왔으며 2020년부터는 다시 의대 정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의대 정원을 다시 감축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2010년부터 시작된 총인구수 감소였다.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로 총인구수가 감소라는 일본과 비슷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한국은 일본 정부의 대처를 참고해 볼만 하다.

그렇다면 한국도 일본의 ‘지역틀 선발제도’와 같이 기존 의과대학에서 장학금을 주어 공공의료의사를 확보하는 제도가 없었을까?
과거 한국도 국립보건의대 설립이 아닌 기존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주어 공공보건의료에서 일정기간 복무하도록 하는 ‘공중보건장학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었다. 1977년부터 시행되었던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의과대학 6년간 등록금과 별도의 장학금을 제공하여 졸업 후 장학금 지급 기간 및 근무지역에 따라 2~5년간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로 장학생 선발이 중단된 1996년 전까지 총 772명이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이 제도는 지원자의 감소로 장학생 선발이 중단되었는데 지원받은 장학금 조기 상환 시 의무복무를 면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존재하였으며 의무복무기간 동안 의료기관 배치 문제, 의무복무 후 지속근무 연계 방안 부재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보건복지부도 유명무실화된 ‘공중보건장학을 위한 특례법’에 따른 공중보건장학제도를 활성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국립보건의대 설립 후 본격적인 공공의료인력이 나오는 시점인 2034년 이후에야 가능하기 때문에 그 사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서 적용한다고 전했다.
이번 국립보건의대 법안에 대해 의료계는 의대 신설계획에 의한 의사 양성만으로는 공공보건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의사인력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가운데 의대 신설은 의사인력 수급과 보건의료체계의 혼란을 가지고 올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취약지 공공의료인력확보가 필요하다면 기존 국립의대와 국립대병원의 교육, 수련 과정을 개선하고, 지역인재 개발과 공중보건장학제도 등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라고 밝혔다.
2015년 국회에 제출된 국립보건의대 비용추계 내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소요될 예산은 대학설치, 운영에 2425억원, 학비 등 지원 186억원, 병원건립 667억원 등 총 3278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별도의 의대 설립으로 공공보건의료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명감과 소속감을 높일 수 있겠지만 일본의 '지역틀 선발제도'와 같이 기존 의대의 정원과 시설을 활용하면서 예산 소요를 줄이고 충분한 공중보건의료인력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존재한다. 한국의 공공의료문제 해결하는 방법에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의대설립, 공중보건장학제도 등 기존에 논의되어왔던 방법과 함께 일본의 ‘지역틀 선발제도’와 같은 좋은 사례들도 함께 다루어 하루 빨리 의료취약지 주민들에게도 의료서비스 혜택이 돌아가도록 모두 함께 지혜를 모을 때이다.

 

 

 

김민 기자/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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