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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 농민 연대서명에 대한 인터뷰

- 한양대 조승원씨를 만나다

 

 

 

 

 

이번 백남기 농민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의대생들의 연대서명이 진행되었는데, 의대생신문에서는 연대서명 참여자 중 한명인 한양대학교 조승원씨와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한 개인의 생각이지만 많은 생각을 담고있는 예비 의료인의 인터뷰로 관심있는 분들은 깊게 보셨으면 합니다. 

 

 

 

 

Q. 백남기씨의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짧게 말씀해주시겠습니까?
A. 故백남기씨의 사망사건과 관련된 일들을 적기에는 너무 많은 주제들과 발언들이 엮여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집중해서 바라보았던 故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와 관련해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를 적어 보고자 합니다. 故백남기씨는 지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의식을 잃었습니다. 당일 서울대병원에서 백선하 교수가 수술을 집도했고 이후에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던 故백남기 씨는 입원한지 317일째가 되던 지난 2016년 9월 25일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망진단서와 관련된 논란은 이 날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백선하 교수가 통화로 레지던트에게 사망진단서의 사인을 병사라고 하라고 지시했고, 이를 유가족이 보았습니다.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오던 백선하 교수와 서울대병원은 29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 일동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 논란이 커지자 이윤성 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를 조직하게 됩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들의 성명서에 화답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동문들의 성명서가 10월 1일에 발표되었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들과 연대하겠다는 전국 15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의 성명서가 10월 3일 발표되었지만, 같은 날 서울대학병원 특조위의 발표는 ‘외인사이지만 사망진단서는 주치의만 수정 가능하다. 외압에 대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정도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다시 한 번 논란이 거세집니다. 한의사·한의대생의 성명서, 약사·약대생의 성명서, 그리고 의사들의 성명서까지 사망진단서의 오류를 지적하고 현재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10월 5일에는 의사협회 또한 사망진단서에 작성된 ‘심폐정지’와 ‘병사’모두 지침에 어긋났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11일에 진행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국정감사와 14일에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선 백선하 교수는 이 환자는 특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심폐정지’와 ‘병사’가 옳다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환자 유가족이 연명치료 중단 동의서를 제출했고 이로 인해 급성신부전이 발생했음에도 적절한 치료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며,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으니 ‘병사’라는 것이 백선하 교수의 주장입니다. 두 종합국정감사에 모두 출석한 이윤성 교수 또한 특조위에서와 마찬가지로 백선하 교수가 작성한 사망진단서는 잘못되었지만, 사망진단서에 대한 권한은 주치의만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Q. 최근에는 이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나요?
A. 오늘까지도 이와 관련된 논의는 전혀 가라앉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 주제가 왜 계속 논란이 되는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는 부검영장청구와 관련이 있습니다. 故백남기씨가 사망한 당일 검찰·경찰이 故백남기씨에 대한 부검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는데, 당시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기록되어있기 때문에 부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부검의 이유가 ‘외인사’가 아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과는 할 수 없고, 부검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주장의 중심에 위치해 있는 ‘병사’ 그리고 ‘외인사’ 논쟁이 거세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 ‘병사’가 아니라는 여론이 강해지자 그에 대한 언급은 줄이고 ‘빨간우의 가격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또한 JTBC에서 영상 분석 전문가를 통해 영상 분석을 실시한 결과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논란이 잠식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건국대 의대 이용식 교수는 21일 신의한수 팟캐스트에서는 자신이 실시한  故백남기씨 영상부검을 통해 빨간우의가 폭행한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고 “유족 측이나 서울대의대 학생들이 과학을 무시하고 오로지 정치선동에만 혈안이 되어있다”고 발언했습니다. 23일에 이용식 교수가 직접 물대포를 맞는 실험을 시행하겠다고 한 것과, 2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이 방영예정임에 따라 앞으로도 이 논의는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백선하 교수가 사망진단서를 ’병사‘라고 기재한 사실과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의사 개인의 ’철학과 진정성‘을 운운하며 이를 옹호한 사건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입니다.

Q. 백남기씨 사망과 관련해서 한 달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어떤 계기로 연대 서명에 참여하게 되었나요?
A. 저는 30일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이 발표한 성명서를 접했습니다. 당시 종양내과 수업을 듣던 때였는데, 한 학기 중 얼마 없는 수업이 적은 나날들이어서 마냥 헤벌쭉 기쁜 하루하루를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30일 저녁에 성명서를 읽고 나서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받았습니다. 자교 교수의, 이후에 실습을 돌면서 마주할 교수의, 어쩌면 나의 지도교수가 될 수도 있는 교수의 의학적 오류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을지 감히 짐작되지 않았습니다. 의료윤리 시간에 교수님께서 상상해보라고 하면서 이야기해주셨던, 지도교수가 고용량의 약을 투여하라고 했을 때 주치의로서 자신은 고용량의 약을 투여하면 안 된다고 생각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상황도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그 때에도 의학적으로 옳으며, 나 자신에게 그리고 환자에게 떳떳할 수 있는 행동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 목소리를 내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처럼 올바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 목소리를 내는 부담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들만 지도록 놔두는 것은 같은 의학도로써 부끄러웠습니다. 누군가의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의학적으로 옳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마냥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용기를 내어준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나 또한 함께 용기 내어 그들 옆에 서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연대 서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연대서명에 정치적인 목적이 들어가 있었나요? 들어가 있었다면, 의과대학 학생이 그런 정치적인 행위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요?
A. 음, 저는 우선 ‘정치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어요. 이 단어에 대해서 특히 의료인들은 민감한 경우가 많은데, 그만큼 의료는 ‘비정치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에요. 하지만, 의료행위가 비정치적이여야 한다고 했지, 그 의사가 365일 24시간 정치적인 행동을 전혀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에요.
사실, 의사 집단만큼 또 정치적인 행동을 많이 하는 집단도 없죠. 의료수가가 적정수준에 이르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국가를 비판하고, 그것이 반영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람들이 그 수가 관련 전문의들과 함께 회의를 거쳐 수가를 재조정하죠. 즉, 임금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며칠 전에 낙태죄 엄벌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던 보건복지부에 대해 대규모 임신중절수술 파업을 경고했던 산부인과의사회의 행동도 굉장히 정치적이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주장하는 것 또한 임금협상 및 노동환경개선에 해당하는 정치적인 움직임이에요. 이들은 의사이기 때문에, 어른이기 때문에 괜찮다고요?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협의회가 해오는 활동들을 살펴보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반대, 의과대학 신설방안 반대 등등이 포함되어있는 것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반대 시위만 하더라도 많은 학교에서 학생회 차원으로 참여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행동들 또한 아주 정치적인 행동들입니다.
또한, 저는 어떤 행동이 ‘정치적’인 이유만으로 비판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정치적’인 행동이 특수 집단의 이익만을 위한 노골적인 욕망 표출의 출구라는 등 그 행동의 ‘맥락’ 또는 ‘내용’에 대한 비판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도 계속 언급했지만 의료인, 예비의료인들은 이미 수많은 정치적인 행동들의 주체로써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러한 사안이 나타났을 때 침묵한다면 그것이 부끄러운 것이지 누군가가 목소리를 낸다고 그 사람의 행동을 제단하고 비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연대 서명이 정치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제 이름을 서명하면서 담았던 정치적인 의미는, 이 서명을 통해서 의료적 판단에 특정 철학 또는 진정성이 들어가 객관성을 상실하는 일이 앞으로는 없을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런 일이 벌어졌던 이번 일을 의료집단이 스스로 자정작용을 통해서 교정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서 국민이 대한민국의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는 정치적인 목적을 명백히 가지고 저는 이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물론 이 서명 자체가 개인 단위로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참여했는지는 절대로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저는 그렇게 참여했으며 이렇게 생각한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의학이란 무엇인가요?
A. 의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한 권의 책을 써도 모자라겠죠? 다만, 제가 관심 가지고 있는 의학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의학이 ‘젠더’와 관련된 부분을 학문적으로 깊이있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는 단지 남성 중심적이었던 의료제도와 의약제도 등등에 대한 변화뿐 아니라 남성-여성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젠더분류가 옳은가, 정신적인 젠더와 육체적인 젠더에는 아무 간극이 없는가 등등을 학문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데카르트적인 심신이원론을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적용하고 있는 만큼, 현대의학의 발전을 포함할 수 있는 새로운 인간론에 대해서도 의료계와 철학계가 함께 머리를 싸매어 해걸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간단히 제가 생각하는 의학이 무엇인지를 적어 보자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합의된 방법으로 인간에 대한 지식을 발견하고 축적해나가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학문을 통해 특수한 필요를 느끼고 찾아온 한 인간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이제까지 축적되어있는 지식을 객관적이고 비정치적으로 적용하는 것, 이것이 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Q. 연대서명이 현재는 마무리되었다고 하는데, 백남기씨의 사망사건은 아직도 논란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A. 연대서명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같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자발적 참여가 폭발적으로 확장될 때 이루어질 수 있는 행동입니다. 이번 사건은 그 만큼 많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에게 같은 의미를 시사했고 그 공감대를 공유한 사람들이 모여 서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서명의 미래에 대해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와 같이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같은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언제든지 연대서명은 다시 진행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바쁘더라도 이 상황에 대한 기사를 챙겨 봄으로써 현재 어떤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계속 follow-up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인터뷰를 보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인터뷰를 보는 학생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학문의 ‘객관성’, 그리고 ‘비정치성’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어떤 ‘정치적’인 행위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입니다. 이 말은 얼마 전에 한신대학교 학보에도 글을 기고하면서 했던 말인데요, 모든 국민의 합의 아래에 ‘전문성’을 부여받은 단체인 만큼 전문가/예비전문가에게는 그 전문성을 유지하고 그 전문성에 대한 신뢰를 유지할 사회적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전문성’을 주관적인 ‘철학과 진정성’, 그리고 ‘정치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만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보호하기 위해 어떤 정치적 행동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함께 행동해야할 지점이고, 만들어나가야 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양은건 편집장
<dmsris783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