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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결핵 감염,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적 관리 필요해 

 

 

 

 

최근 대형 병원에서 원내 결핵 감염 환자가 줄이어 발생하자 결핵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 민경욱 의원(인천 연수을)은 지난 18일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결핵검진 등의 횟수를 연 1회 이상에서 연 2회 이상으로 늘리도록 하는 내용의 '결핵예방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가 질병관리본부를 통해 밝힌 ‘보건의료인 결핵 발생 현황’에 의하면 최근 5년간 결핵에 감염된 의료인은 모두 1119명으로, 2011년 127명에서 지난해는 2.9배 증가한 367명이 감염되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잠복결핵이 대부분
직업 특성상 노출 확률 높아
과도하게 염려할 필요는 없어

 

이대목동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산병원 각각 1명, 2명, 2명이 잠복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 중 활동성 결핵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결핵균에 감염되었다고 모두 결핵이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 이 중 10명 중 1명만이 평생에 걸쳐 한 번 정도 결핵이 발병되며 이를 활동성 결핵이라고 한다. 나머지 9명은 잠복결핵인 건강한 상태로 지내게 된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이 몸에 들어와도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로 증상이나 전파력은 전혀 없다. 우리 몸은 면역 체계에 의해 균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균이 몸 안에 있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잠복결핵검사인 투베르쿨린 피부반응 검사(Tuberculin skin test), 인터페론감마분비검사(Interferon gamma release assay)에서만 양성으로 나타날 뿐이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은 병원에 근무하기 때문에 결핵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의료인들은 “외래진료 시 기침을 하거나 가래에서 피가 나오는 등 다양한 환자와 접촉해야 하기 때문에 결핵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고 했다. 활동성 결핵 환자와 접촉한 이의 30%는 실제로 결핵이 발병할 수 있어 의료인들이 결핵에 감염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감염·호흡기 내과 전문의들은 불안감을 증식시킬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
국가적 감염 관리 필요
 
이번 결핵 감염 사태는 모두 소아 관련 병동에서 근무하던 간호사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성인보다 의사소통이 어렵고 응급 상황이 많은 신생아실에서 일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이들은 격무와 스트레스로 인한 열악한 근무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러한 작업환경에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결핵뿐만 아니라 다른 병에 걸릴 위험도 크다.
간호사 1명 당 신생아 수도 많다. 간호인력 등급에 따라 성인 중환자실은 간호사 1명이 2명의 환자를 책임지지만, 신생아 중환자실은 1명이 신생아 4, 5명을 돌본다. 한 수간호사는 환자를 위해서라도 근무 강도를 낮춰 의료인의 결핵 발병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건 당국의 한발 늦은 대응 또한 이러한 사태에 일조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 1위이다. 6·25전쟁으로 결핵환자가 급증하였고 1989년 국민건강보험시대가 도래하면서 결핵관리 주체가 보건소에서 민간 병·의원으로 바뀌었다. 민간에서는 감염 관리에 대한 개념이 잡혀 있지 못했기 때문에 결핵 환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결핵약은 한두 달 복용하면 증상이 없어지지만, 6개월간 끝까지 복용해야 결핵이 완치된다. 그러나 전담 관리 의료인이 없다 보니 약 복용을 중단하는 일이 많았고 완치되지 않은 환자가 ‘보균자’인 잠복결핵 환자로 남았고,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항생제 내성 결핵균’이 발생했다.
뒤늦게 보건 당국은 2011년에야 민간병원에 결핵 전문 간호사를 배치하기 시작했고, 2013년에야 결핵관리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지난 2월 의료기관 종사자 등의 잠복 결핵 검진을 의무화하는 개정 결핵예방법을 공포하였고 2025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OECD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아직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결핵 퇴치 예산은 2011년 434억원에서 지난해 369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얼마 전 국립마산병원 김대연 병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국립결핵병원조차 약제가 충분하지 않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결핵은 그동안 심각성이 간과된 측면이 크다. 지난 해 메르스 (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지만 사망률과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할 때에는 메르스보다 결핵이 더 위험하다. 특히 의료인의 결핵감염은 원내 집단 감염의 우려가 있어 더 문제다. 의료기관도 결핵에 주의를 기울이고 신중하게 관리해야 하지만 정부도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핵을 근본적으로 퇴치하기 위해 잠복 결핵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결핵은 환자만 치료하면 되는 질병이 아니다. 의료진을 비롯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검진을 하고 국민들에게 결핵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리려는 노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    

 

 

 

정창희 기자/이화
<patty9032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