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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패치아담스

113호/의료사회 2016. 11. 30. 22:07 Posted by mednews

내 인생의 영화, 패치아담스

 

 

 

초등학생 때 보았던 ‘연금술사’ 라는 책을 중학교에 졸업할 때 즈음에 다시 보며, 그 때는 느끼지 못했던 커다란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한바탕 받았던 기억이 난다. 같은 작품도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다시 만나는지에 따라 와 닿고 느껴지는 것이 정말 다른 것 같다. 그것이 아마도 문학작품을 한 번 읽고, 한 번 보고 그치면 안되는 이유일 것이다.
‘패치아담스’ 라는 이 영화도 그랬다. 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봤던 이 영화를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의학개론’ 이라는 수업시간에 다시 만났다. 한정된 수업 시간 때문에 30분 정도에 다 볼만큼 교수님께서 5초 건너 뛰기를 많이 하셨는데도 어찌나 감동스럽고 눈물이 나는지. 보는 내내 정말 패치와 같은 의사가 되리라 다짐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헌터 아담스는 불행한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자살 미수로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그는 정신 병원의 동료환자로부터 영감을 받고 ‘상처를 치유하다’라는 의미의 ‘패치(PATCH)’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패치 아담스’로서 새 인생을 시작한다. 그의 꿈은 사람들의 정신적 상처까지 치료하는 진정한 의사의 길. 2년 후 버지니아 의과대학에 입학한 괴짜 의대생 패치는 3학년이 되어서야 환자를 만날 수 있다는 규칙을 무시하고 빛나는 아이디어와 장난기로 환자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치유하려고 환자들을 몰래 만난다. 이 사실을 안 학교측이 몇 번의 경고 조치를 내리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산 위의 허름한 집을 개조하여 의대생 친구들과 함께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 진료소를 세운다. 그러나 의사면허증 없이 진료행위를 한 것이 학교측에 발각되고 패치와 진실한 사랑을 나누던 동급생 캐린(Carin: 모니카 포터 분)이 정신이상 환자에게 살해당하는 사건까지 생긴다. 인간에게 환멸을 느낀 패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포자기 심정에 빠지지만, 생명의 진리를 깨닫고 다시 의사의 길에 의욕을 불태운다. 그러나, 고지식하고 권의적인 윌컷 학과장은 패치에게 퇴학처분을 내리자, 주립의학협회에 제소한다. 위원회는 학칙을 어겼지만, 그의 열정과 학업 성적을 인정, 마침내, 졸업을 하게 된다.
 
이것은 헌터아담스라는 본명을 가진 패치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그후 12년간 패치는 의료 행위를 계속했고, 1만 5천 이상의 환자에게 무료 치료는 물론, 어떤 의료 사고도 일으킨 적 없다고 한다. 패치는 버지니아 서부에 105 평방미터의 땅을 구입했고, 현재 게준트하이트 병원을 건설 중에 있다. 또한 현재까지 1천여 명에 이르는 의사들이 그와 합류하기 위해 대기 중에 있다고 한다.
“질병을 치료하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지. 하지만 사람을 치료하면 언제든지 이기게 될 거야.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말이지.”
“삶의 기적에 무감각해지지 마. 항상 인간 육체의 놀라운 작동에 감탄하며 살아! 좋은 성적보다 그게 초점이 되게 해. 성적은 네가 어떤 의사가 될지 못 가르쳐줘.”
패치가 위원회에 회부되었을 때 했던, 나를 감동속에 빠뜨렸던 대사들이다. 패치는 보이는 질병 너머의 사람을 보고, 그 사람과 함께 웃고 울며 치료한다. 질병에 초점을 맞추느냐, 사람에 초점을 맞추냐의 기로에서 보이는 것 너머를 항상 봤던 패치였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웃음을 되찾고, 승리할 수 있었다.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의 경지를 넘어, 사람을 치유하는 패치였다.
인간을 향한 애정으로부터 흘러나온 그의 용기와, 또 그 용기를 통해 더욱 흘러 넘치게 되었던 환자에게 향하는 그의 사랑. 그 사랑에 박수를 보낸다. 그가 가진 용기와 사랑을 배우고 싶다. 어느 순간 순간마다 마음에 와 닿는 사랑의 반응, 또 그로 인해 용기를 내고자 했던 마음. 그 마음에 ‘반응’할 때 비로소 그런 색깔의 또 다른 마음이 생기기를 반복하여, 더 큰 용기와 사랑을 갖게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한 마음을 무시하지 말고, 묻어두지 말고, 그래서 더는 무디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참으로 귀한 마음이기에.

 

 

 

김시연 기자/한양
<silora_s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