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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다시 떠오른 ‘국립보건의료대학 설립’

 

 

 

19대 국회이어 20대 국회에서도 재발의....
복지부, 국립보건의료대학 필요 vs 의료계, 보건의료체계 혼란만 가중

 

지난 8월 10일, 이정현 의원(새누리당 전남 순천시)이 호남 출신 첫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이 되었다. 제20대 총선에서는 여당에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호남에서 한 번 더 승리를 거둔데 이어 집권 여당의 대표로 당선되면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0대 국회 1호로 발의한 국립보건의대 신설 법안에 대해 의료계의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군의관 인력수급부터 의료취약지 문제해결까지...꾸준히 제기된 국립보건의대 설립 법안

 

국립보건의대 신설 법안의 정확한 명칭은 '국립보건의료대학 및 국립보건의료대학병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국립보건의대 법안)이며 대표 발의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외 같은 당 73명의 국회의원과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국립보건의대 설립 관련 법안 및 정부 주도의 의대 설립 계획은 이번 20대 국회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뿐만 아니라 박성호 전 의원 및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법안의 세부적인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의료 취약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립보건의대 설립 관련 법안을 제출하였다. 또한 지금은 백지화 됐지만 2008년에는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로 인한 군의관 인력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 박진 전 의원이 ‘국방의학원법’제정을 발의하여 국방부 자체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었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비슷한 법안으로 설립되고자 했던 국립보건의대, 이번 20대 국회에서 제출된 21쪽 분량의 ‘국립보건의대 법안’ 내용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공공보건의료 향상을 목표로 한 국립보건의대 법안...

2018년 운영목표, 학비 전액 지원 & 10년 의무복무 조건으로 의사 면허 부여

 

◎국립보건의대 제안 이유 및 목적
현재 의사인력의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의료취약지 발생, 의과대학 여학생 비율 증가와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으로 인한 공공보건의료 인력의 감소, 현행 단기 의무복무 제도로 인한 의료서비스 질 저하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법률안의 목적 및 기대되는 효과로서 국립보건의대와 부속병원 설치 통한 공공보건의료 및 군의료분야에 장기간 근무할 인력 양성 및 공급 그리고 부속병원 설치를 통한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전문성 및 질적 향상을 밝히고 있다.

◎국립보건의대 설치 및 운영
국립보건의대는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수업연한은 6년으로 하며, 의료 취약지의 시도별 분포, 공공보건의료기관수 및 필요 공공보건의료인력 수 등을 고려하여 시도별로 일정 비율 선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의사 면허 취득 후 공공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보건의료업무에 10년 간 의무복무 하는 조건으로 입학금과 수업료를 정부에서 전액 지원한다. 하지만 퇴학이나 기타 사유로 학업이 중단되는 경우와 10년의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지원금액 전액 또는 법정이자를 더한 금액을 국고에 반환해야 한다.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 및 지원
국립보건의대 학사 학위 수여자 가운데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10년 간 공공보건의료기관 또는 공공보건의료업무에 복무할 조건으로 의사 면허를 부여한다. 전공의 교육수련 기간은 의무 복무 기간 산정에서 제외되며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의사면허를 취소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10년 의무복무 기간 중에는 공공보건의료 인력에 대한 직무교육 제공, 경력개발을 지원하며, 해당 인력의 보건복지부 또는 공공보건의료기관 우선 채용 및 국제기구 파견 등에 우선 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선진국들도 고민한 의료취약지 및 공공보건의료 문제해결

 

의사인력의 지역적 불균형 및 공공보건의료인력 공급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호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도 공공보건의료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정책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첫 번째는 의과대학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정책으로 학생 개개인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개별 학생 선발 전략'과 농어촌 지역을 위한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의과대학 단위 전략’이 있다. 두 번째로는 의료취약지역 의료인에게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인데 이는 경제적으로 도시지역과 농어촌 지역 간의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의료취약지 개원 시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최소임금을 보장하는 등의 제도를 시행한다. 특히 ‘국립보건의대 법안’내용에 담긴 국립보건의대의 모습은 한국과 의료 환경이 유사한 일본의 의료정책들 가운데 일본의 ‘자치의대’와 매우 유사하다. 일본도 의사의 지역편중 현상으로 인한 지역의료 붕괴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2년에 자치의대를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 설립하였다. 자치의대는 일본 47개 광역자치단체로부터 각 자치단체마다 2~3명씩 선발해 연간 123명을 교육하며 졸업생은 의무적으로 자신의 출신 자치단체가 지정한 농어촌지역 의료기관에서 9년 동안 의무복무를 하게 된다.

 

일본이 공중보건의료란 문제에 접근한 두 가지 방법 : 자치의대와 지역틀 선발제도

 

하지만 일본이 ‘자치의대’라는 국립보건의대 설립으로만 공공의료분야의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다. 1973년에 군의관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방위의과대학’이 설립되어 군의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또한 2013년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작성한 ‘의료 취약지역 및 공공의료분야 의사인력 양성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의대 설립을 통한 공공의료인력 확충뿐만 아니라 2006년부터는 지역틀 선발(특례입학)제도를 도입하여, 자치의대와 마찬가지로 졸업생의 해당 자치단체에서 9년간 의무복무 한다는 조건으로 기존 의과 대학이 학생을 선발하도록 해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크게 자치의대와 지역틀 선발제도라는 두 가지 형태로 의료 취약지역 의사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두 방법은 교육과정이나 장학제도, 졸업 후 의무복무 등 대부분이 비슷하지만 ‘새로 의대를 설립’과 ‘기존 의과대학 활용’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점이 있다. 그렇다면 의대 설립과 기존 의대 활용에는 각각 어떤 특성이 있을까?
이미 두 방법을 시행 중인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자치의대의 경우 설립목적 자체가 농어촌 지역을 위한 의사 양성이 목적이기 때문에 다른 의대와는 달리 농촌의료와 일차의료와 같은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이 가능하며 지역사회의료 및 공공의료에 대한 지식 함양에 대한 효과도 크다. 또한 의무근무 기간이 끝난 자치의대 졸업생들은 다른 의과 대학출신 의사에 비해 농어촌지역에서 근무하는 경향성이 있었으며 이들 가운데 자신의 출신 자치단체 내에서 근무나 개업을 한 졸업생은 70%정도로, 2/3은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지역틀 제도에서는 의무근무 장학생 선발기준과 선발과정은 의과대학마다 다르다. 지역틀 제도로 선발된 학생들은 자치의대와는 달리 일반 전형으로 선발된 학생과 동일한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받게 되지만 지역의료실습 선택과목 수강을 의무화 및 지역의료관련 행사 참여하게 된다. 즉, 자치의대에서는 좀 더 전문적이고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하지만 지역틀 제도는 기존 교육과정에 변이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이 된다. 의무 근무 경우 각 자치단체마다 다른데 이는 각 자치단체의 사정과 목적에 맞게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실시된 지 40년도 지난 자치의대와는 달리 지역틀 제도는 장학생들의 의무복무가 끝나지 않아 해당 제도를 통한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에 효과적인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자치의대 설립만으로는 한계...33년 뒤 지역틀 선발제도 시행으로 보완

 

그러나 자치의대가 설립된 지 33년이 지난 후에 지역틀 제도가 시행되었다는 것에 눈여겨 봐야 한다. 자치의대가 농어촌 등 취약지역 의료에 기여해왔지만 자치의대설립만으로는 지역의사 양성하는데 한계가 있어 지역틀 선발을 시행하였다. 실제로 두 제도의 연간 입학인원을 비교해보면 자치의대는 123명, 지역틀 선발제도는 2013년 기준 1422명으로 약 10배 이상의 인원이 지역틀 선발제도로 입학해 의료 취약지역 의사인력으로 양성되고 있다. 이를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10일 발표한 '제1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서 2020년 설립을 목표로 하는 신설 국립보건의대의 연간 입학인원 100명과 비교해 본다면, 일본의 전체의사 수 대비 자치의대 입학인원에 약 3배 정도 되지만 지역틀 선발제도 장학인원도 함께 고려한다면 신설 국립보건의대만으로는 공공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가 신규의대 설립대신에 기존 의대 입학정원을 증원하여 의과대학 전체 입학정원을 증원시키는 전략을 취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다시 정원을 감소시킬 때를 대비한 것으로 의사 수급 조절의 탄력성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미 2007년까지 의대입학 정원을 7625명까지 줄였다가 2016년에 9262명까지 늘려왔으며 2020년부터는 다시 의대 정원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의대 정원을 다시 감축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2010년부터 시작된 총인구수 감소였다.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로 총인구수가 감소라는 일본과 비슷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 한국은 일본 정부의 대처를 참고해 볼만 하다.

그렇다면 한국도 일본의 ‘지역틀 선발제도’와 같이 기존 의과대학에서 장학금을 주어 공공의료의사를 확보하는 제도가 없었을까?
과거 한국도 국립보건의대 설립이 아닌 기존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주어 공공보건의료에서 일정기간 복무하도록 하는 ‘공중보건장학제도’를 시행한 적이 있었다. 1977년부터 시행되었던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의과대학 6년간 등록금과 별도의 장학금을 제공하여 졸업 후 장학금 지급 기간 및 근무지역에 따라 2~5년간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로 장학생 선발이 중단된 1996년 전까지 총 772명이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이 제도는 지원자의 감소로 장학생 선발이 중단되었는데 지원받은 장학금 조기 상환 시 의무복무를 면할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존재하였으며 의무복무기간 동안 의료기관 배치 문제, 의무복무 후 지속근무 연계 방안 부재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보건복지부도 유명무실화된 ‘공중보건장학을 위한 특례법’에 따른 공중보건장학제도를 활성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공중보건장학제도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국립보건의대 설립 후 본격적인 공공의료인력이 나오는 시점인 2034년 이후에야 가능하기 때문에 그 사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서 적용한다고 전했다.
이번 국립보건의대 법안에 대해 의료계는 의대 신설계획에 의한 의사 양성만으로는 공공보건의료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의사인력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가운데 의대 신설은 의사인력 수급과 보건의료체계의 혼란을 가지고 올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취약지 공공의료인력확보가 필요하다면 기존 국립의대와 국립대병원의 교육, 수련 과정을 개선하고, 지역인재 개발과 공중보건장학제도 등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라고 밝혔다.
2015년 국회에 제출된 국립보건의대 비용추계 내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소요될 예산은 대학설치, 운영에 2425억원, 학비 등 지원 186억원, 병원건립 667억원 등 총 3278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별도의 의대 설립으로 공공보건의료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명감과 소속감을 높일 수 있겠지만 일본의 '지역틀 선발제도'와 같이 기존 의대의 정원과 시설을 활용하면서 예산 소요를 줄이고 충분한 공중보건의료인력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존재한다. 한국의 공공의료문제 해결하는 방법에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의대설립, 공중보건장학제도 등 기존에 논의되어왔던 방법과 함께 일본의 ‘지역틀 선발제도’와 같은 좋은 사례들도 함께 다루어 하루 빨리 의료취약지 주민들에게도 의료서비스 혜택이 돌아가도록 모두 함께 지혜를 모을 때이다.

 

 

 

김민 기자/가천
<franky777min@gmail.com>